브라질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3일 브라질리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무시한 채 지지자들과 근접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브라질, 코로나19 확진자 수 미국 이어 세계 2]
대통령 가족비리 수사 무마에 코로나 대처는 뒷전
군장악 보건부 코로나 환자에클로로퀸사용 지침
리우데자네이루 등 지방 정부들사용 못해반발

           

브라질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위기 속에 극우 대통령의 국정 난맥상까지 겹치며 재앙적인 사태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부터단순한 감기라고 일축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대책을 소홀히 하면서, 브라질의 코로나19 위기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는 적극적인 방역 대처를 주장하는 보건장관 2명을 해임하는 한편, 방역 대책을 시행하려는 주지사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벌여왔다.

심지어 지난 9일엔 1300명이 참가하는 바비큐 파티를 열려다 사회적 비난에 불발되자, 전격적으로 수상스키를 타며 수변에서 바비큐 파티를 여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가족·측근 비리 수사를 무마하는 데 전력을 다하느라 코로나19 위기 대처가 뒷전에 밀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우소나루는 자신의 가족과 측근이 자금 세탁 등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는 데 부담을 느껴 연방경찰 총수를 교체하려던 혐의가 드러나 탄핵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브라질에 코로나19가 퍼져나가던 지난달 22일 보우소나루와 각료들이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경찰 총수 교체 시도만을 논의했다고 23일 밝혔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당시 회의에서, 코로나19 문제를 언급한 것은 환경부 장관 한 사람뿐이었다. 그것도이번 사태를 환경보호 규제를 완화하는 데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우소나루는 시종일관 욕설을 섞어가며 경찰 총수를 교체할 수 없는 상황에 분개했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응 주무 부서인 보건부는 장관 2명이 잇따라 해임된 뒤, 전문성 없는 군인에게 장악된 상태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 22일 보도를 보면, 군 장성인 에두아르두 파주엘루가 지난 16일부터 보건부 장관 대행을 맡은 이후 보건부에는 최소한 군인 21명이 요직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이 주도하는 보건부는 최근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모든 환자에게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그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하라는 지침을 발표해 논란을 낳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보우소나루 역시 이 약물이 코로나19에 효험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작용이 더 크다고 경고한다. 리우데자네이루와 포르투알레그리·플로리아노폴리스 등 남부와 남동부 지역 시 정부들은 지난 22일 공동 성명을 내고 클로로퀸과 관련한 보건부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이런 무능과 무대응 속에,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도 악명 높은 브라질 도시 빈민가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상파울루 빈민가에서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는 활동가 헤나타 아우베스는 10만명의 환자가 있다면, 드러나는 것은 절반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리우데자네이루국립대의 제라우두 몬테이루 정치학 교수는 <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보우소나루 행정부는 통치를 하려고 만들어진 정부가 아니다. 나라를 운영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수적인 의제를 실행하려고 지금 여기에 있는 정부일 뿐이라고 개탄했다. < 정의길 기자 >


홍콩 시민들이 24일 오후 홍콩 시내에서 중국의 홍콩 보안법제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손가락 다섯개와 한개를 각각 펴 보이는데, 이는 ‘5대 요구 사항을 하나도 빼지 말고 이행하라는 뜻이다.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 책임자 문책,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입장 철회, 체포된 시위대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 홍콩 독립, 오직 그 길뿐외치며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반대 시위

패튼 전 홍콩 총독 중국, 홍콩을 배신비난중 전인대 이번주 통과시킬 듯

                      

중국이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홍콩 시민 수천명이 시민 자유를 위협한다며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미국, 영국 등 세계 정치인 180여명은 일국양제를 훼손하지 말라며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CNN>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홍콩 시민 수천명이 홍콩 중심가 코즈웨이베이 지역 등에서 마스크를 쓴 채 광복홍콩 시대혁명”(홍콩을 해방하라, 우리 시대의 혁명) “홍콩 독립, 오직 그 길뿐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벌할 것이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행진했고, 미국 국기를 든 이들도 있었다. 다수의 시위 참여자가 2014년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때처럼 우산을 쓰고 거리에 나왔다.

중국은 지난 22일 홍콩 입법회(의회)를 우회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 보안법 초안을 공개했다.

이날 시위에 나온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은 베이징의 홍콩 보안법 발표에 맞서 싸울 때라며 외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계속 로비하고 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 탕아무개씨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지 모르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시위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8천여명을 동원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고, 고춧가루 스프레이 등을 뿌리며 시위를 진압했다. 경찰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력을 동원해 체포할 것이라며 불법 집회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시위대 일부를 체포하기도 했다. 홍콩은 코로나19 방역 조처의 하나라는 이유로 8명 이상 모이는 집회를 금지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23일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인 크리스 패튼 등 세계 각국 정치인 186명이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중국의 홍콩 보안법 추진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추진이 홍콩의 자치에 대한 공격이고, 홍콩에 ‘1국가 2체제를 적용하기로 한 영·중 공동선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패튼 전 총독은 홍콩인들이 중국에 배신을 당한 것이라고 <더 타임스>에 말했다. 성명에는 영국 의원 52, 미국 의원 17, 유럽과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정치인 등이 서명했다.

중국은 예정대로 홍콩 보안법을 이번주 안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전인대에서 홍콩 보안법 초안을 심의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인대 폐막일인 28일께 홍콩 보안법이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한정 중국 부총리는 23일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을 만나 홍콩 보안법은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로 드러난 법적 허점을 메우기 위해 소그룹의 사람들만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 최현준 기자 >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10만명 육박]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신혼 즐길 시간 없던 아내

숨진 1천명 이름 함께 짧은 사연 소개 이들이 우리숫자 아닌 개인 비극 표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lt;뉴욕 타임스가 24일치 1면에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의 약 1%에 해당하는 1천명의 부고를 실었다.

           

실리콘밸리의 회계감사관’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 ‘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던 아내.

미국 <뉴욕 타임스>241면 전체를 코로나19로 숨진 이들 1천명의 이름으로 채웠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하자, 이 수치의 1%에 해당하는 1천명의 궂긴 소식으로 채운 것이다.

미국 사망자 10만명,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이 기사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살던 57살 패트리샤 다우드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미국 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로 알려진 그의 이름 앞엔 실리콘밸리의 회계감사관이었다는 짧은 설명이 붙었다.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사망자 매리언 크루거(85)는 기사 속에서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 플로리다주 리카운티의 저메인 페로(77)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던 아내로 기사 속에서 기억됐다.

<뉴욕 타임스>이들은 단지 명단 속의 이름이 아니다, 이들은 바로 우리라는 부제를 통해 1면 전체를 궂긴 소식으로 채운 이유를 설명했다.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자는 취지다. 시몬 랜던 그래픽 담당 부국장은 사망자가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독자와 내부 구성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사망자들의 이름을 실음으로써 개인의 비극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9708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극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정점을 찍었다며 경제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날엔 백악관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위치한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골프장에 가서 약 3시간 반 동안 골프를 치기도 했다. 38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골프장에 간 뒤 76일 만에 골프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일행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자택대피령을 완화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날에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예배당과 교회, 유대교 회당, 모스크를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확인한다며 주지사들을 향해 지금 당장 문을 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이정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