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특활비 상납’ 집권 초부터 알았다”고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검찰 조사서 진술
김백준 기획관에 2억 전달 뒤 또 돈 요구하자 2008년 5월 당시 김 기조실장 ‘MB와 독대’
“특활비 상납 문제될 수 있다” 취지로 얘기해
그런데도 2010년에도 2억 추가 상납 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송년 모임을 위해 지난해 12월1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명박 청와대’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불법 상납’ 사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께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 요청으로 청와대 집무실에서 ‘독대’를 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자꾸 갖다 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때는 이미 국정원 기조실 예산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직접 2억원이 전달된 뒤였다. 하지만 돈이 건너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와대가 또 돈을 요구해오자 김 전 실장은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 직접 면담을 신청했고, 독대 자리에서 이런 우려를 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뒤인 2010년 김 전 기획관은 다시 국정원으로부터 2억원을 추가로 상납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김 전 실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진술을 확보했다. 이날 열린 김 전 기획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내용은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됐으나, 김 전 기획관은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말한 날짜에 실제 청와대에 들어간 사실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을 보고받고도 묵인한 정황이 짙어짐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 칼끝은 이 전 대통령을 ‘뇌물 공범’으로 바로 겨냥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쪽은 비서실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어 “국정원 기조실장이 대통령을 독대해 이같은 내용을 보고할 위치가 아니다.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이는 짜맞추기식 표적수사이며 퇴행적인 정치공작”이라며 “(검찰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민간인 사찰’ 폭로자 입막음용으로 국정원 돈을 전달받은 건 맞다”면서도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서영지 기자 >


리선권 조평통위원장 10시16분께
조명균 장관 앞으로 전통문 보내와
통일부 “대북제재 위반 논란 없게 준비”

한-미 국방장관이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대북 메시지를 발표한 지난 10월27일 오후 북한 병사들이 남측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북한이 9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받았다.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통일부는 5일 “북측이 우리 측이 제의한 9일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북한은 오전 10시16분께 우리 측에 회담과 관련한 전통문을 보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 대변인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는 평창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라며 “회담 개최와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보낸 전통문의 명의는 북 조평통위원장 리선권, 수신은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조명균으로 돼 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통일부는 실질적인 회담 준비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백 대변인은 “남북회담 준비 절차에 따라서 전략회의, 기획단회의, 모의회의 등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합의 후에 아이오시(IOC·국제올림픽위원회) 측과 협의할 부분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북측도 내주 중에 아이오시 측과 협의를 가질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 대변인은 또 정부가 북한 대표단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 참가와 관련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위반 등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정부의 대북 제재 명단에 오른 인사가 북한 대표단에 포함될 경우에 대해서도 그는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가 잘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북한 올림픽위원회(NOC)가 평창동계올림픽의 참가를 원한다면 장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올림픽 솔리더리티'(Olympic Solidarity)로 지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림픽 솔리더리티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중계권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마련하는 자금으로, 올림픽 관련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 등에 선수 육성 등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참가 비용 관련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쪽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 김지은 기자 >


북미·유럽대륙에 ‘폭탄 사이클론’ 강타
올겨울 북극해빙면적 감소 역대 두번째
한파 부르는 북극진동지수도 강한 음의 값
극소용돌이 약해져 북극 한기 남하한데다
바다에서 공급된 따뜻한 수증기 만나 폭설

‘폭탄 사이클론’이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가운데 나이아가라폭포가 얼어붙었다. 연합뉴스

미국 북동부를 덮친 ‘폭탄 사이클론’으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4일(현지시각)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 수가 17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에서 3명이 한파로 동사하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눈 쌓인 길을 달리던 자동차가 전복돼 2명이 숨졌다. 4일에만 4000편이 넘는 비행기가 결항됐으며 뉴욕·필라델피아·보스턴 등지의 많은 학교들이 폐쇄됐다. 시속 95㎞의 강풍을 동반한 폭설로 보스턴에는 최고 45㎝의 눈이 쌓였고 남부인 플로리다주에도 30년 만에 눈이 쌓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5~6일 미 북동부 지역의 기온이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북미의 ‘폭탄 사이클론’은 왜 발생했을까?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누리집 등에서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겨울철 한파 선행 요소인 북극해빙 면적과 북극진동지수를 살펴보면 이번 한파는 예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폭탄 사이클론’은 기압이 24시간 안에 24밀리바 이상 떨어지는 폭탄급 폭풍을 일컫는다. 이번 사이클론은 북미 대륙의 따뜻한 해양 기류가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와 만나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북극 상공에 갇혀 있던 한파가 미국 북동부까지 내려온 것은 극 소용돌이(폴라 보텍스)의 강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는 현상이 북극해빙 면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기상학자들에 의해 밝혀져 있는 사실이다. 극 소용돌이 강도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북극진동 현상은 지수로 나타내는데, 올해 북극해빙 면적과 북극진동지수는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역을 기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극해빙 면적은 1175만㎢로 위성 촬영을 시작한 1979년 이래 역대 둘째로 적었다. 1981~2010년 30년 평균보다 109만㎢ 작고, 역대 최저인 2016년 12월보다 불과 28만㎢가 큰 면적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또 북극진동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강한 음의 값을 보이고 있다.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이면 보름에서 한달 뒤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닥칠 확률이 높아진다.

북극해빙 면적이 감소한 지역에서 방출된 열과 수증기가 성층권까지 전달되면 북극 상공 2㎞ 성층권에 영하 40~50도의 한기를 가둬두고 있는 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한기가 하층으로 내려온다. 북극진동지수가 음일 때는 대류권에서 뱀처럼 사행을 하는 제트기류가 중위도 지역까지 처지면서 북극 상공에서 내려온 한기가 그대로 중위도 지상에까지 전달돼 한파가 닥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제트기류가 동아시아 쪽으로 처져 우리나라에 초겨울 한파를 가져왔고, 1월 들어서는 그 지역이 북미와 유럽 대륙으로 변한 것이다.

북극해빙 감소가 기상·기후에 영향을 주는 원리. 북극해빙 감소 지역에서 열과 수증기(지표면 열속)를 방출하면 대기 흐름에 따라 성층원에 전달되고, 이로 인해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중위도 지역까지 처지면서 북극 한기를 전파해 한파와 폭성이 발생한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기후변화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북서태평양 지역에서 라니냐 관련 수증기 수송이 많아져 북미 지역에 따뜻한 공기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성층권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 깊숙이 급격하게 내려와 폭설과 한파가 닥쳤다. 해마다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올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데 올해는 적도 지역 따뜻한 공기의 북상까지 겹쳐 폭탄 사이클론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근영 김효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