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헌신하는 자들

● 칼럼 2016. 8. 23. 20:01 Posted by SisaHan

선교를 보낼 때나 갈 때나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긍지를 가지면서 가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는 가보면 자신들이 그들을 보면서 감동을 하고 얻는 게 더 많다.

금년 캄보디아 선교에서 원주민에게서 얻은 감동이나 은혜보다 함께 사역했던 팀을 통해 받은 게 컸다. 이번 우리 교회와 함께 한 사역자 가운데 수도 프놈펜에 있는 헤브론 병원의 의사 내외(부인은 약사)의 헌신적인 모습이었다. 두 내외는 우리 교회 집사님의 사촌 동생으로 우리 팀을 도우기 위해 오신 신실한 집사님으로 내과 전문의였다. 헤브론 병원부터 이야기하자면 원장이신 장로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세워진 자선 병원으로 캄보디아인에게 무료로 치료해 주기에 재정적으로 크게 열악하여 모든 의사들이 모든 면에서 자원 봉사하여도 재정 자립도는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수술 가운데 심장 수술도 많은데 한국에서 전문의들이 한 번씩 몰아서 수술해 주고 가는데 그것도 자원 봉사라고 했다.
두 내외는 한국에서 내과 병원과 약국을 아래 윗층에서 경영하고 있었는데 과거 하나님께 서원한 바가 있어 병원과 약국을 다 정리하고 1년을 예정하고 이곳에 들어온 것이다. 모든 게 열악하여 약사인 부인 집사님은 병원의 경리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사업이 그렇지만 병원이나 약국을 정리하면 그동안 관계했던 모든 환자나 손님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다시 시작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무료로 진료해주고 한국에서 지원받은 약을 처방해 주면서 하루에 거의 300명의 환자를 보노라 모든 의사들이 육체적으로 지친다. 그렇다고 퇴근 후에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위험 지역이어서 저녁에 외출도 쉽지 않으니 속칭 문화생활로 즐길 수도 없다. 음악회나 영화관 출입도 쉽지 않지만 환자를 보노라 특별히 시간을 내어 백화점 같은 곳으로 쇼핑할 여유 여가도 없다.
나는 두 분을 보며 나의 헌신은 보잘 것 없다는 생각하면서 두 분에 대한 감사를 표했더니 두 분은 자신보다 더 헌신적인 분을 소개했다. 그 분은 미국에 거주하는 심장 수술에 함께 하시는 간호사인데 헤브론 병원에서 수술이 있을 때마다 두 달 또는 석달에 한 번씩 건너와 수술을 도와주고 돌아 가신다는 것이다. 물론 항공료나 그 모든 비용을 자신이 감당하시면서. 그렇게 하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병원의 스케줄을 다른 간호사와 바꾸어 가면서 밤낮으로 일한 뒤 와야 하니 그런 수고와 헌신이 어디 있겠는가.

이쯤에서 헌신을 선교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전인적인 그리고 만사에 대한 올인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말로 올인이 아니라 삶과 생활을 올인할 때 진정한 선교도 봉사도 헌신도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렇게 헌신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하고 물었더니 모든 것이 다 필요하다고 했다. 부엌일이나 청소 설거지 컴퓨터 등 모든 것에서 필요한 것 뿐이었다. 이제는 은퇴를 앞 둔 목사로서 아쉬운 것은 우리 교회나 또 다른 어떤 교회가 이 헤브론 병원만을 대상으로 선교팀을 구성하여 가서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전인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전인적인 선교를 원하는 사람들의 훈련장으로 더욱 적합하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단기선교나 모든 선교에 협력하는 분들의 수고는 대단하다. 평생을 목회로 살겠다는 목회자도 그러하지만 평신도 선교사로 이리 헌신하는 자들을 볼 때 어이 감동하지 않겠는가.

< 김경진 - 토론토 빌라델비아 장로교회 담임목사 >


[한마당] ‘헬조선’을 어찌 탓할소냐

● 칼럼 2016. 8. 23. 19:59 Posted by SisaHan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이 엊그제 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말이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비하하는 신조어들이란, 바로 요즘 크게 유행하는 ‘헬조선’을 비롯해 ‘삼포시대’니 ‘오포시대’, ‘흙수저-금수저’ 같은, 청년세대들의 한탄이 담긴 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옥’을 뜻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을 너나없이 입에 올리는 세태에 해외언론들까지 인용해 보도할 정도가 되었으니, 밤낮없이 나라사랑의 애국심에 묻혀 사는 박 대통령이 듣기에는 참 민망하고 국제적인 망신거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은 SNS에 수많은 댓글로 “누구 때문인데!” “반성이나 위로나 대안제시도 없이…”라고 비아냥대며 화풀이를 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취업난과 빈부격차 심화, 세계 최고의 자살율, 최저 출산율 등 어느 하나 기쁜 소식이 없는 마당에 대통령만 혼자서 ‘구름 위 천국’에 살고있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헬조선의 이유’ 60가지를 든 한 청년은 OECD 비교치를 들어 복지율 최하위, 아이들 삶의 질 꼴찌, 노인빈곤율 1위, 성평등 순위와 남녀 임금격차, 뻔질난 낙하산 인사 등 다양한 수치와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위대한 현대사’에 대해서도 “첫 독재자는 객사, 둘째 독재자는 피살, 셋째 독재자는 학살과 29만원 통뼈로 역사에 기록됐다”며 “요사이는 향수와 자아도취에 빠진 독선적 인물들이 설쳐 국민을 피곤하게 하니 정말 화려한 현대사”라고 비꼰다.
‘제 얼굴에 침뱉기’나 다름없는 자기 나라 비하를 일부러 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헬조선”이라고 탄식해도 올림픽에서 승전보나 금메달을 따내면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하고, 일본에 패했다면 ‘무조건’ 분통을 터뜨리는 소박한 국민들이요 열혈 청년들이다.


대통령은 또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나눠 이겨내는 공동체 문화”를 거론했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리냐”는 직격탄이 날아든다. 바로 며칠 전 청와대 오찬이 과연 ‘어려운 시기 콩 한쪽도 나눠 이겨내는’ 모양새이냐는 것이다. 새 여당 대표를 환대하는 점심식탁이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아 샐러드, 송로버섯, 샥스핀 찜, 한우갈비’ 등 초호화메뉴 일색이었다는 소식에 장안이 들끓었음을 상기시킨 거다. 들어보지도, 구경도 못한 희귀 고가 먹거리들이 한끼 식탁에 올랐다는 보도에 서민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짜증이 난 것은 당연하다. 이름도 생소한 송로버섯은 이탈리아에서 900g짜리가 1억6천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는 놀라운 소식, 샥스핀은 상어보호를 위해 국제협약으로 금지된 식재료인데 청와대가 버젓이 요리에 사용했으니 “그거야 말로 국제망신”이라는 비난이 더해졌다.
‘청와궁 호화 오찬’이라고 화제가 된 그 메뉴에 대해 “김영란 법 대상이 안되는가?“라는 힐난부터 “조선시대 임금도 가뭄과 혹서 등으로 백성이 고생할 땐 밥상에 올리는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고 매섭게 역사를 들춰주기도 했다.


폭염에 시달리면서도 전기료 폭탄 때문에 에어콘조차 맘껏 틀지 못하는 국민들, 최저임금도 받지못하고 열정페이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한 현실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 거대기업 퇴출과 구조조정이 거론될 정도로 나라 경제가 기우뚱 대는 작금의 상황인데, 과연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기만 한 대통령에 대한 실망의 표출이 넘쳐난다. 점심 한끼 검소하게 간단히 대접할 수도 있으련만, 자기 비서출신이 여당대표가 됐다며 기쁨에 겨워 호사가 넘치는 식탁을 차리고 희희낙락하는 모습에 대다수 국민이 너무 먼 괴리를 느낀 것이다.
한 교수는 “저런 거 먹으면서 서민 가정 전기료 6천원 깎아주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니…고작 몇 천원가지고 징징대는 서민들이 얼마나 찌질하게 보였을까?”라고 탄식했다. 얼마전 교육부 고위관료 신세를 망친 ‘국민은 개 돼지’라는 발언이 절로 떠오르는 것은 비단 어느 한 사람만 일까. 작금의 현실에서 국정 책임자가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는 일들이 어디 한 두 가지에 그쳤느냐 말이다.


3백여 명이 생수장 된 참사를 모르쇠 깔아 뭉개고 진상규명을 방해·차단하면서 유족과 시민들을 떼쓰는 무리들 취급하며 무시하는 일, 피해 할머니들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하면서 완강히 거부하는데 ‘역사적인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라고 어거지를 쓰는 일제 군위안부 문제 대처는 과연 한국정부인지 일본정부인지 구분이 안돼 낯이 뜨겁다. 나라와 국민과 국제관계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은 ‘사드’배치 독단결정은 어떤가,
국민을 졸(卒)로 여기지도, 개 돼지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상 다반사가 되었으니, 어찌 “헬조선” 유행을 탓할 수가 있으랴.


< 김종천 편집인 >


사드는 엠디(MD·미사일방어) 체계이다. 또한 북한 방어가 주요한 목적이 아니다. 유럽 엠디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오바마 정부는 2009년에 부시 정부의 엠디 계획을 변형한 유럽 엠디 계획을 새롭게 발표했다. 이때 동북아시아에서도 엠디 체계 구축을 위한 한·미·일 삼각협력이 시작되었다.
2009년 7월 한·미·일 국방실무회담에서는 한·미·일 엠디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였다. 2010년에는 미사일 탐지·추적을 공유하는 미·일 연합훈련에 한국이 처음으로 은밀하게 참가했다. 이 훈련이 바로 지난 6월에도 실시된 ‘퍼시픽 드래건’ 훈련이다. 일본 언론은 올해부터 ‘엠디 훈련’이라고 보도했다. 이 훈련을 전후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국 관리들은 엠디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면서 유럽에 엠디 체계를 구축해왔다. 2012년에는 터키에 ‘AN/TPY-2’ 레이더가 배치되었다. 터키의 레이더는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추적한다. 이 정보는 독일에 있는 나토 사령부 지휘소를 통해 지중해에 있는 이지스함으로 전달된다. 그러면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을 발사해 이란에서 서유럽으로 향하는 미사일을 격추시키겠다는 것이다.
터키 레이더는 성주에 배치하려는 사드 레이더와 같은 것이다. 국방부는 터키 레이더는 추적과 탐지를 하는 전방배치용(FBM)이고, 성주 레이더는 사격통제를 하는 종말단계 레이더(TM)라고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종말단계 레이더를 전방배치용으로 전환하는 데는 8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난 10일 서울을 방문한 제임스 시링 미국 미사일방어청장도 “단기간에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북아에서도 유럽 엠디 체계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성주에 배치할 레이더를 전환하거나 업그레이드하면 중국이나 북한에서 일본, 하와이, 알래스카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탐지하는 엠디 레이더가 된다. 그러면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사령부 지휘소를 통해서 미국의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으로 연동된다. 이후 알래스카의 미군기지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순서를 밟는다. 일본의 이지스함에서도 SM-3 미사일로 탄도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것이다.
국방부 장관도 인정했듯이 성주에 배치하는 사드로는 서울을 방어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주 사드 레이더가 일본의 이지스함과 연동되면 도쿄를 방어할 수 있다. 일본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환영하는 이유이다.
유럽 엠디에 대해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했다. 러시아의 억지능력을 무력화해서 유럽에서 러시아를 포위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이란 핵협상을 타결했는데도 유럽 엠디를 진행하는 것은 엠디가 자국을 겨냥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엠디는 냉전시대의 불안했던 대결구도를 글로벌 차원에서 부활시키는 고래싸움이다.


유럽 각국에서 엠디에 대한 반대가 거세게 일었다. 체코는 미국과 AN/TPY-2 레이더 배치에 대한 협정까지 맺었으나 레이더 배치지역 주민투표에서 90% 이상이 반대해 무산되었다. 터키에서도 AN/TPY-2 레이더 배치에 대한 반대가 격렬했다. 터키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사드가 서울 방어는 못하면서 도쿄 방어는 가능하다는 점과 비슷하다.
유럽의 반발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엠디를 추진한다는 점과 정치외교적 노력보다는 군사적 대응을 우선시한다는 점 때문이다. 엠디에 의한 안보 추구는 미국 군산복합체만 배부르게 한다는 것이 엠디를 반대하는 유럽인들의 생각이다. 유럽인들의 논리는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 김창수 - 코리아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