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묘향산서 심혈관 수술 후 위중- 미 정부 주시

미 정부 관계자 말 인용 보도

미국 <CNN> 방송은 20일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선전하는 김일성 생일(415·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2012년 집권 이후 빠짐 없이 참석해온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면서 신변이상설이 불거진 바 있다.

앞서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 <데일리 엔케이: NK>는 지난 20일 김정은이 이달 초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의 전용병원인 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특각에 머물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가장 최근 공개 활동은 지난 12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잇따라 보도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와 서부지구 항공사단 예하 추격습격기 연대 시찰이다. 북한이 통상 최고지도자 관련 기사를 하루 늦게 보도하는 관례를 감안할 때, 지난 11일 있었던 일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 최현준 기자 >


한국정부  "김정은 건강이상설? 그런 동향 파악된 것 없다"

한국정부 당국자들은 21일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그런 동향은 파악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대북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도 공개활동을 계속해온 점을 거론하며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김정은의 건강이상을) 특별히 추정할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김정은은 최근까지도 공개활동을 계속해왔다"며 관련 보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의 최근 공개활동은 열흘 전인 지난 11일(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뤄졌다.

앞서 데일리엔케이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면서 신변이상설이 불거졌다는 점도 거론했다.

통일부 측은 이런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참배 불참' 나비효과…'김정은 건강이상설' 어떻게 퍼졌나

전문가 '신변이상설' 주장서 출발·외신도 잇단 의혹 제기…CNN 보도로 일파만파
청와대 "현재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원산서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 중이다."

미국 CNN방송이 20일 보도한 뉴스가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일파만파 퍼지던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한국 등 각국 정부가 이러한 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 발단은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김 주석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왔다.

통일부는 이틀 뒤인 1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참배) 관련 보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의도를 예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 이날 오후 언론에 보낸 분석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2014 10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적이 있는데, 당시 발목 근육 손상으로 시술을 받았던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다"고 설명하며 신변이상설에 힘을 실었다.

국내 일부 매체들이 당일 온라인판에서 그의 주장을 인용해 보도하고 주요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이 기사들이 게재되면서 신변이상설은 증폭됐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외신에서도 이날 혹은 다음 날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다룬 뉴스가 나왔다.

주말을 지나며 잦아드는 듯했던 신변이상설은 국내 보수 성향의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 20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의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향산특각에서 치료 중"이라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 보도하면서 재점화했다.

국내 일부 매체는 이를 21일 자 지면에 실으며 비중있게 전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께 CNN '사안을 직접 아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고 국내 매체들이 이 보도를 다시 받으면서 신변이상설은 다시 탄력을 받았고, 금융·외환시장까지 흔들어 놓았다.

이에 앞서 '모 신문사에 북한 전문 소식통이 투고한 정보'라는 제목으로 김 위원장의 뇌사설과 평양 계엄령 선포설을 담은 사설정보지가 국내 탈북 커뮤니티 내부에서 돌기도 했다. '찌라시'는 이미 2014년 돌았던 것인데 현재 형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현재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뒤 원산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소통하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도 로이터에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CNN '김정은 위중' 주장만큼은 적어도 사실에 가깝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CNN 2015년 고위급 탈북자를 인용해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의 독살설을 보도했으나 김 전 비서가 지난 1 25일 삼지연 극장에 김 위원장과 함께 등장하면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사례가 있다.


북한 매체, '건강이상설' 속 김정은 '생일상 전달' 보도

트럼프 친서 발언 반박한 외무성 입장 김정은 재가 없이 불가능

북한 매체가 21일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정을 간략하게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여든번째 생일을 맞는 김일성훈장 수훈자이며 노력영웅인 평양시농촌경리위원회 전 고문 리신자와 김정일상계관인이며 교수, 박사인 김책고업종합대학 연구사 리시흡에게 은정어린 생일상을 보내주시었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생일상 전달 날짜나 관련 사진 등을 내보내지 않았는데, 북한 매체는 일반적으로 김 위원장의 생일상 선물이나 감사, 대외 축전 같은 동정 수준의 기사를 간략하게 처리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이후 시찰이나 회의 등 사진이 공개되는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모범 주민에 생일상이나 감사를 보내거나 외국 수반에 축전을 보내는데 그쳤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에 집권 이후 매년 해왔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면서 신병이상설이 증폭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움직임은 아니지만 관련 기사는 나왔다.

북한은 지난 19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한 데 대해 하루 만에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와 관련한 입장을 김 위원장의 재가 없이 내보낼 수 없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북한 외무성 보도실장 명의로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에게 보내는 친서가 없었다고 즉각 반박한 사실은 김 위원장의 결제 없이는 할 수 없는 외교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가 이날 오전 들어 급속도로 확산했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어떤 방식으로 불식시킬지, 특히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할지 주목된다.

의혹을 불식하려면 시기를 특정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사진이 함께 공개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날 오후 한국 등 각국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이러한 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한국산 진단키트 맞으러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 나간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와 유미 호건 여사

"한국에 큰빚졌다"50만회 진단키트 공수 '한국사위' 미 주지사

 지금껏 7만여회 검사한 미 메릴랜드주작전명까지 붙여 22일간 확보 매진

 한국계 아내 유미 호건 여사도 역할주지사, 한국말로 거듭 "감사합니다"

 

"메릴랜드주는 한국인에 감사의 큰 빚을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20일 브리핑에서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주 주지사는 오른편으로 몸을 돌리더니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한국 정부 대표로 브리핑에 참석한 주미 한국대사관 홍석인 공공외교공사를 향해서였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50만회가 가능한 진단키트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검사 건수가 7만건 정도인 메릴랜드주로서는 상당한 분량이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토요일인 지난 18일 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려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건 주지사와 한국계인 아내 유미 호건 여사가 직접 공항에 나가 '귀한 진단키트'를 맞았다.

'한국사위'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호건 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50만회 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를 한국에서 살 수 있었던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한국 진단키트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지난 328일 시작됐다. '오래가는 우정'이라는 작전명까지 붙일 정도로 절실한 상황이었다.

호건 주지사는 이수혁 주미대사와의 통화에 유미 호건 여사를 동참시켜 한국 진단키트를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단키트 물량 확보가 쉽지 않고 연방정부와의 조율도 녹록지 않아 주마다 아우성을 지를 때였다.

한국쪽 파트너와 메릴랜드 당국 간 논의가 시작되면서 거의 매일밤 통화가 이뤄졌다. 13시간의 시차와 언어 장벽 때문에 종종 밤을 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진단키트를 실은 대한항공기가 메릴랜드에 착륙할 때까지 꼬박 22일이 걸렸다. 호건 주지사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우리를 지원해준 한국 파트너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이수혁 대사, 홍 공사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난 2월 전미주지사협회 리셉션이 주미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렸을 때 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한국 사위라고 칭할 때 영광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달이 지나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진단키트를 내준 랩지노믹스사()를 비롯해 이번 '작전'에 기여한 이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사의를 표했다. 특히 아내를 "이번 작전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보였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오른쪽)와 유미 호건 여사

미국에서는 각 주지사가 경제정상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충분한 검사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단키트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주지사들에 경제정상화 결단을 압박하는 한편 주별로 알아서 진단키트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라고 재촉해왔으며 호건 주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워왔다.

메릴랜드주가 공수한 진단키트에 대해서는 미 식품의약국(FDA) 등 당국의 승인이 이뤄졌으며 메릴랜드주 각지에 설치된 진단센터에 배포될 예정이다.

메릴랜드주는 지금까지 71500여건의 검사를 실시했으며 500여명의 사망자와 약 14천건의 감염사례가 나온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50만회의 테스트가 신속히 환자를 가려내는 메릴랜드주의 능력을 극적으로 늘리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짢은 반응.. 호건 지사 "주정부 알아서 하라 해놓고"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한국에서 구매한 메릴랜드 주지사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메릴랜드 주지사가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자신의 코로나19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한국에서 키트를 사들여 연방정부의 검사능력 확대 노력을 퇴색시킨다는 언짢음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의 검사 능력 확충과 주정부 지원을 한참 강조하는 와중에 메릴랜드의 한국산 검사 키트 다량 확보가 화제로 떠올랐다.

한 기자는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차관보를 향해 "충분한 검사가 가능한데 메릴랜드 주지사는 왜 한국에서 키트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지로어 차관보는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그러나 (미국에는) 매일 초과 검사능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기자가 "메릴랜드주는 충분한 키트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고 재차 묻자 "가장 심하게 타격받은 주들은 한국을 훨씬 초과하는 검사를 하고 있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번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서서 "알아보겠다. 언제 한국에서 주문했는지 알지 못하고, 그나 의료 담당 공무원을 시기하지 않겠다"며 연방 정부도 검사 시설 개방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회견 전 주지사들과 화상 회의를 했지만 호건 주지사의 한국 검사키트 확보는 전해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어 호건 주지사가 펜스 부통령에게 먼저 연락했더라면 검사키트 확보에 필요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연방정부가 마련한 대책을 따랐더라면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거란 취지다.

이에 기자가 "호건 주지사가 한국을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그가 그럴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약간의 지식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추가 검사를 할 5천개의 연구실 리스트를 주 정부에 제공했다며 "일례로 메릴랜드 주지사 같은 일부 주지사는 정말로 리스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잘 이해 못 했다"고 호건 주지사를 비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후 CNN에 출연해 "대통령이 뭘 언급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꽤 잘 이해하고 있고, 그의 팀이 제공한 정보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판을 주고받고 싶진 않다며 확전은 피했다.

주지사연합 회장인 호건 주지사는 지난 19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검사 능력이 충분하고 주지사들이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절대적인 거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한국의 검사 키트 확보 관련 회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주 정부가 나가서 스스로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분명히 했다"며 정부 지침을 따른 행위였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호건 주지사의 한국 키트 구매는 브리핑에 참석한 당국자들의 허를 찌른 것 같았다"고 말했고,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호건이 한국에서 검사 키트를 사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공격해 화가 났다"고 표현했다.

 

 

슈피겔, 코로나19 대응 관련 "한국은 모범학생, 미국은 문제학생"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맞서 독일, 다자주의 강조한국과 맞닿아

독일, 동아시아에서 한국에 비중 안 둬와코로나19, 외교 새로운 계기

독일 언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미국 때리기'에 한국을 활용하고 있다.

독일 주요 언론들은 한국을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로 꼽아왔다. 독일에서 초기 대응 실패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  한국의 신속한 검사, 감염자 및 접촉자 추적관리,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 등에 대해 호평해왔다.


독일 내무부의 코로나19 대응전략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롤모델로 삼는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4·15 총선에 대해서도 독일 언론은 '역사상 가장 위생적인 무균 선거'(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표시'(쥐트도이체차이퉁), '팬데믹도 한국 선거 못막아'(타게스차이퉁)라고 제목을 뽑았다.

최근 독일 언론은 한국의 상황을 그대로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과의 비교 모델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해부…"한국, 질풍같이 검진체계 구축"


일간 타게스차이퉁은 지난 17일 자 '한국 총선은 미국을 위한 모범 사례'라는 기사에서 "미국은 이 동맹국(한국)을 잘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곧 획기적인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면서 "미국의 절망적인 바이러스 위기관리 상황을 보면 한국과 같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문제없이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표현했다.

주간 슈피겔은 이번 주 호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한국을 '모범 학생', 미국을 '문제 학생'이라고 지칭했다.


슈피겔(맨 위 사진)은 지난 10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코로나 붕괴로 몰아가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첫 확진자 발생일이 1 20일로 동일한 데 "한국은 질풍 같은 속도로 검진 체계를 구축해 하루 1만 건의 진단을 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해 철저히 해부했다.

특히 기사에서는 "바이러스는 세계강국 미국을 무덤으로 밀어 넣을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에 만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독일, 코로나19 통제 가능 이후 미국에 목소리 높여

독일의 미국에 대한 비판은 독일이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확산 상태가 안정권에 접어든 이후 강해졌다. 내부의 큰불이 잡히면서 밖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은 한 주 검사 수를 60만건으로까지 확대했다. 8월부터는 마스크를 매주 5천만 장 정도씩 생산하기로 할 정도로 부족한 방호용품 문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누적 확진자 수가 20일 오후 기준으로 146600여 명에 달하지만, 신규 일일 확진자 수는 최근 2천명대 수준으로 내려왔다. 신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았을 때는 7천 명대에 육박했었다. 치명률도 3.2%로 유럽의 강국인 영국, 프랑스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독일은 이날부터 면적 800㎡ 이하 상점의 운영 금지를 해제하며 공공 생활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독일 언론이 미국을 비판하면서 표적으로 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민주적 가치가 하락하고 고립주의가 강해졌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극명히 보여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도 비판의 대상이다. 탄탄한 공보험 제도를 갖추고 있는 독일과는 극명히 대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독일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대척점에 서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독일 역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을 때는 외부와의 '연대'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국민 TV 연설에서 유럽연합(EU)의 연대 이야기가 빠졌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이런 지적에 대해 "항공기에서 비상사태 시 산소호흡기를 먼저 착용해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서 "우리가 국내 문제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총리

 "한국 등 아시아권 대상 독일의 협량한 인식제고 계기"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상당히 통제하기 시작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응 부실과 중국 편향성 등을 들어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중단한 데 대해 강력하고 조율된 국제적 대응만이 팬데믹을 물리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WHO를 지지했다.

독일이 추구하는 다자주의 관점에서 한국은 맞아떨어진다.

미국을 비판하면서 한국을 활용한 데에는 한국이 민주적 체제에서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데다 경제적, 지정학적 관점에서 다자주의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진 베를린 정치+문화연구소장은 "전 지구가 코로나19가 뒤흔들리는 혼돈 속에서 다자주의를 강조해야 하는 독일 입장에서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한 한국의 가치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 당국은 독일의 이러한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한국과 독일 간의 우호 증진을 위해 독일의 이런 외교적 입장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 및 통일 레퍼런스이자 유럽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구애를 보내왔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대부분 취임 이후 베를린을 방문해 대북정책 기조를 밝혀왔다.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관광지이기도 한 베를린의 분단 및 통일 관련 명소를 찾는 것은 관례화돼 왔다.

그러나 독일의 동아시아 외교에서 한국 비중은 크지 않다. 독일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주파수를 맞춰왔다. 메르켈 총리는 임기 15년 가까이 거의 매년 중국을 방문하거나 중국의 주석이나 총리의 방문을 받았다. 독일과 같은 주요 7개국(G7) 일원인 일본에 대한 비중도 만만치 않다.

독일의 분단 및 통일 경험의 교류와 관련해서도 서독이 '서서갈등'을 극복하면서 신()동방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통일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독일 입장에선 30∼50년 전 기억이다.

독일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유연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현지 한국 전문가들로부터 받아왔다. 동서독 분단 시절 서독의 유연한 외교 전략이 주는 교훈은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독일 입장에선 성공한 과거사일 뿐이다.

이진 소장은 "향후 지켜봐야 하지만 최근 현상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의 협량함을 재고하게 될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