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더 내야한국 "더 줄 생각 없어"

 트럼프, 한미 외교·국방장관 동의한 잠정합의안 거부 공식화

 협상 동력 실종·정상 담판에 기대교착 국면 길어지면 한미관계에도 부담

한미 양측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더 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한국은 잠정 합의안에 적시된 인상액보다 더 부담할 생각이 당장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져 온 실무진 차원의 협상은 이미 동력을 잃은 기색이 역력해 정상 간 담판 등 고위급 채널을 통해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협상이 장기 표류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방위비 협상 관련 질문에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의 큰 비율(a big percentage)로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작년 대비 최소 13%를 인상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한미 협상단은 양국 외교·국방 장관의 지휘아래 4 1일로 예고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시행을 앞둔 지난달 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대북 대비태세에까지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무급휴직은 어떻게든 피하고자 한 발씩 양보한 결과였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미관계의 갈등 요소는 서둘러 해결하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자는 공감대도 있었다.

어렵게 마련한 잠정 합의안이 예상치 못한 '트럼프 변수'에 막혀 서명까지 이르지 못하자, 한미 협상단 모두 추가 협의 의지가 사라진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상황 이후에 또 한번 협의 내지는 협상해보자는 단계까지 아직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거부했더라도 생각을 바꾸길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개적으로 '더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잠정 합의안이 정식 서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분위기다.

그렇다고 한국이 당장은 새로운 제안을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협상을 다시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봐야 트럼프 대통령이 또 막판에 틀어버리면 한미 실무협상라인의 외교적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1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한다는 원칙하에 협상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금의 협상 교착 국면이 여름을 지나 미국의 11월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큰 점수를 얻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협상에서 양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폭 인상은 수용하기 힘든 한국으로서도 미국 대선이 지난 뒤 새로운 국면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여길 수 있다.

문제는 방위비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미관계 전반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4천 명에 이르는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길어지는 것도 한국 정부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다만, 한미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분위기가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전세계 확산에 여행 취소 혹은 연기 당부

한국 외교부는 21일 전 세계에 대해 지난 3 23일 발령한 특별여행주의보를 1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연장 조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상당수 국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입국 금지를 시행하면서 해외 감염 및 해외여행 중 고립·격리될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에 대해 발령하며,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 이상과 3단계(철수권고) 이하에 준한다.

외교부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국민께서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해외에 체류 중인 국민께서는 코로나19 감염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생수칙 준수 철저, 다중행사 참여 및 외출·이동 자제, 타인과 접촉 최소화 등을 통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등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번 특별여행주의보는 추가 연장조치가 없으면 5 23일에 해제된다.


민변베트남TF 관계자들이 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응우옌티탄 할머니는 베트남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베트남 유가족, 서울 중앙지법에 한국정부 상대 첫 소송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이 학살당했다고 주장하는 60대 베트남 여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첫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산하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민변베트남TF)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소송 원고인 응우옌 티탄(60) 씨를 대신해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민변베트남TF에 따르면 응우옌씨는 8살이던 1968 2 12일 베트남 꽝남시 디엔반현 탄퐁사 퐁니마을에서 파월 한국군에 의해 복부에 총상을 입고 1년간 병원에 입원했으며 함께 총격을 당한 응우옌씨의 가족들도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응우옌씨는 2015년부터 한국을 찾아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한국 사회의 책임 있는 문제해결을 촉구해왔다. 2018 4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민간법정의 원고로 참여하기도 했고, 지난해 4월 청와대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 103명의 청원서를 내기도 했다.

민변베트남TF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가 공론화된 지 20년 이상이 지났지만,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소송에 국민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베트남 정부도 한국 측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한국군 전투 사료에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려면 한국의 단독 조사가 아니라 한국·베트남 정부 공동조사가 선행돼야 하는데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