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누가 ‘귀태’ 입니까?

● 칼럼 2013. 7. 23. 17:45 Posted by SisaHan
‘귀태’ 논란이 속히 정리된 것은 다행입니다. 야당의 지나침을 낚아채 국면을 180도 전환시킨 뒤, 모자란 듯한 수준에서 상황을 정리하는 걸 보면 행마가 절묘합니다. 누구의 기획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이정현 홍보수석이었으니 청와대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날 야당의 저질 공세를 에둘러 비난했던 이 수석은 이튿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능멸하고, 타도와 소멸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격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 대변인이 홍익표 의원의 사퇴와 민주당의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 모든 국회 일정 중단 방침을 천명했고,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까지 소집해 민주당에 대한 말폭탄을 쏟아부었죠. 지휘부의 기획과 지시에 따라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일사불란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홍 의원이 사과하고 원내대변인직에서 사퇴하자 곧바로 국회 일정을 정상화시킨 것은 더욱 세련돼 보였습니다. 나아가고 물러섬에 빈틈이 없었죠. 하긴 그 정도면 대박이었죠. 옛날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누리당이 던진 막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하튼 작전은 성공이었습니다만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함께 풀어야 할 상대방의 가슴에 불신과 화병만 더 쌓이게 했습니다. 그러니 지혜로운 해결보다는 대결 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면한 국정원의 대선 공작, 그리고 정치 공작 문제는 그런 상대의 실수에 기댄 게릴라 작전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청와대가 발끈한 것은 과도한 표현의 문제라기보다는, 대선 불복 주장이 본격적으로 튀어나오는 문제 때문이었을 겁니다. 대선에서 맞붙었던 문재인 의원은 그동안 ‘개표 부정’ 주장이 끈질기게 제기됐지만, 그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댓글 공작 자체에 대해서도 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수준에서만 언급했습니다. 경찰의 증거 인멸과 거짓 발표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수준에서 촉구했습니다. 선거 불복 등의 주장에 대해선 지나치리만큼 경계했습니다. 적잖은 지지자들은 문 의원의 그런 신중함을 불만스러워했지만, 그는 적어도 이 정부 탄생의 절차적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태도가 바뀐 것은, 국정원의 공작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대통령이 이를 두둔하거나 방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청와대가 먼저 언급한 뒤 국정원이 남북 정상의 대화록을 공개한 사실, 님이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하자 국정원이 보란듯이 국회의 국정조사를 무시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실 등은 그 근거가 되고도 남습니다. 이런 태도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의 중앙정보부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잘못을 억지와 궤변 그리고 공작으로 덮으려는 국정원, 거기에 신뢰를 보내는 대통령, 그래선 안 됩니다. 여당 안에서도 우려의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문 의원은 지난 선거가 매우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고, 주변에선 불복 이야기가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청와대로선 지켜보기 어려운 긴급 상황이었는데, 홍 원내대변인이 빌미를 제공한 거죠.
홍 대변인의 설명과 달리, 귀태란 한국의 박정희 정권이나 일본의 기시 노부스케 정권을 지칭한 것은 아닙니다. 태란 탯줄이나 태반 등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을 말합니다. 태아를 잉태하고 키우는 장기입니다. 귀태의 출처인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에서 저자 강상중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국가주의와 개발독재는 그가 장교로 복무했던 만주국에서 유래한 것이고, 만주국의 이런 정신과 정책을 세운 것은 기시 노부스케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두 잘못된 정권을 잉태하고 키운 것은 만주국이고, 만주국은 두 정권의 태반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귀태란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 혹은 정권’이 아니라, 그런 정권을 배태한 만주국을 두고 쓴 말입니다. 박근혜 정부를 귀태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다음 물음만큼은 숙고해야 합니다. 박정희, 기시 정권을 잉태한 태가 만주국이라면 지금 지금 정부를 감싸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출범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지만, 박근혜 정부는 보이지 않습니다. 창의경제, 국민행복, 복지, 일자리, 신뢰 프로세스 등 님의 약속은 실종됐습니다. 최근 당정청 수뇌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정부를 질타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을 겁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겠죠. 반대로 드러나선 안 될 국정원만 전면에서 활개치고 있습니다. 아예 국정을 주도하려 듭니다. 대통령은 그런 국정원을 통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총체적인 대선 공작으로 이 정권의 산파로 지목되고 있는 국정원을 통해서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귀태란 국정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작을 통해 탄생에 일조했고, 출범 정부 초기 인큐베이터 구실까지 하고 있으니, 태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리고 정보기관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고 또 하고 있으니 귀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국정원을 바로 세우셔야 합니다. 아버지의 공포정치와 장기집권이 중앙정보부 때문에 가능했지만, 몰락을 재촉하고 종결자 구실을 한 것도 중정입니다. 그런 국정원이 설치는 한 귀태 논란은 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선 공작이란 원죄까지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국민과 이 정부를 위해서도 국정원 논란을 속히 종식시키시기 바랍니다. 귀태를 추구해온 국정원장부터 경질해야 합니다.
< 곽병찬 대기자 >


향군지회 등 21단체 명의 비난 성명… 한인사회 갈등 우려

“국격저하 행동 규탄, 재발시 강력대응”
“본질 외면 맹목애국 유감” ‥ 정면대응 피해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개입과 정치공작을 규탄하는 시국선언과 항의시위가 국내는 물론 해외 한인사회에도 잇달아 번지면서 모국 내에서 일부 보수세력이 이를 반박, 이른바 ‘보-혁 대결’ 양상이 조성되는 것과 관련해 토론토에서도 시민단체들의 국정원 규탄에 제동을 걸려는 보수단체의 움직임이 일고있다. 특히 이들이 낸 비난성명에는 일부 향우회까지 이름을 올려, 한인사회의 보-혁 갈등걱정에 더해 모국의 오랜 고질병인 지역감정 조장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향군인회 동부지회(회장 김홍양)가 중심이 된 예비역 군 관련단체들과 자유총연맹(회장 백경락) 등은, 충청-영남향우회를 포함한 21개 단체명의로 15일 각 언론사에 성명서를 배포, “‘박근혜 물러가라’ 또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을 규탄한다’‘사기선거’ 등 대한민국의 국격을 저하시키는 행동을 백주대로에서 자행하는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국군이 피로지킨 우리영토 NLL!. 누가 선심쓰듯 포기한단 말인가!“라는 제하에 ”작금 토론토의 일부 종북 내지 반정부적인 냄새가 진동하는 인사들이 촛불집회라는 것을 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같은 사건이 재발시에는 강력 대응할 것을 경고 한다“ 고 압박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영토 NLL포기는 명백한 반역행위다’‘어떤 경우에도 영토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직,강력한 군사력만이 우리의 영토를 지켜준다’‘NLL은 우리의 생명선이다, 따라서 사수하자’는 조항과 함께 ‘반국가적인 행위를 일삼는 종북 분자들을 북한으로 추방하라’는 과격한 주장도 담았다.
 
이같은 성명에 대해 국정원 불법행위 규탄대열에 참여했던 시민단체들은 정면 대응을 삼가면서 모국내 대립상이 캐나다에서까지 재연조짐을 보이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모 시민단체 대표는 “그 성명에서 주장하는 것을 보면 왜, 무엇을 규탄하는지 사안의 본질을 살펴보지도 않고 맹목적 애국심을 앞세운 것 같아서 상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로써 최소한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이 아쉽다. 모국 법원에서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종북 덧씌우기가 여기까지 횡행하는 데다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듯해 정말 유감”이라고만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인사는 “검찰수사로 국정원이 본분을 망각하고 선거에 개입한 것이 확인된 것을 알고도 그런 말을 한다면 한국이 후진적인 국격을 가져야 좋다는 것인지, 민주적 상식에서 얘기하고 싶다”며 “NLL을 먼저 정쟁거리로 꺼낸 것은 국정원과 여당이었고, 나도 전방에서 군생활 했었지만, NLL을 사수했지 포기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조국사랑은 다른 방법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들 시민단체들은 17일자로 ‘전세계 한인동포 여러분, 모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인 여러분!’ 제하의 3차 시국선언문을 내 국정원과 여권의 불법 사실들을 상세히 지적하고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등 응분의 조치를 촉구했다.


▶검찰이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대통령의 자택 압류에 나서 그림으로 보이는 압류물건을 운반하고 있다.


검찰, 미납추징금 확보 나서
아들 재산 등 10여곳

먹구름이 잔뜩 낀 16일 이른 아침.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전담팀과 외사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87명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앞과, 큰아들 재국(54)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등에 모여들었다. 아침 9시를 전후로 압류 진행팀과 압수수색팀은 18곳을 동시에 밀고 들어갔다. 고가의 미술품을 운반하기 위한 무진동 특수차량과 숨겨놓은 금고를 찾기 위한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 들어간 추징 전담팀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빨간딱지’를 붙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나무 그림으로 이름난 이대원 화백의 200×106㎝(200호)짜리 작품이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 걸려 있던 그림의 값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담팀은 눈에 띄지 않는 재산이 있을까 집 안 곳곳을 뒤졌다.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쓰는 침실과 내실, 화장실까지 들여다봤다. 수사관들은 지하실로 내려가 물탱크도 살펴봤다.
 
검찰이 압류 절차를 진행할 때 전 전 대통령 부부는 집 안에 있었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압류 처분을 지휘하는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만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친정어머니가 숨진 뒤 가져온 장롱에 검찰이 압류 딱지를 붙이자 울먹울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류와 재산 수색은 7시간이 지난 오후 4시께 끝났다. 압류 절차에 따라 전담팀은 압류 조서를 써내려갔다. 압류물 목록 등이 적힌 조서에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 전담팀을 안내했던 2명이 조서에 서명했다. 
검찰 수사관 10여명은 전 전 대통령의 큰아들 재국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와 이 회사 경영지원실이 위치한 ㅂ빌딩 등도 압수수색했다.
< 이정연·송경화·정환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