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법원  온실가스 감축 못한 정부 책임 인정

한국도 헌법소원 진행 중기후소송 상징적 의미 커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이 프랑스 정부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발생한 생태적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소송을 낸 환경단체들에게는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상징적 의미로 1유로(4일 기준 약 1340)씩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230만명이 온라인 서명에 참여한 역사적 소송 결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기후소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은 4(현지시간 3) 그린피스프랑스, 옥스팜프랑스, 우리 모두의 일, 자연과 사람을 위한 재단 등 4개 비정부기구(NGO)20193월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프랑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로 인해 발생한 생태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정부에 피해 복구 방식 등을 결정하기 위한 두 달 간의 추가 조사를 명령했다.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들은 소송 결과를 환영하며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이 피해의 일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1유로 배상 명령에 대해서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발생한 생태적 피해에 대해 (시민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판단이라고 했다. 세실 뒤플로 옥스팜프랑스 대표는 오늘의 판결은 역사적 승리다. 법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기후위기에 영향받은 사람들이 그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은 4(현지시간 3) 그린피스프랑스, 옥스팜프랑스, 우리 모두의 일, 자연과 사람을 위한 재단 등 4개 비정부기구(NGO)20193월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프랑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린피스 프랑스 제공

이번 소송은 온라인으로 230만명이 서명한 세기의 사안으로, 소송 취지 등은 한국에도 <기후정의선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국가의 조치 미비로 인해 환경 자체에 가해진 생태적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에 대해 국가는 생태적 피해 복원의 형태로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요구하는 판결들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은 소송 7년 만에 네덜란드 정부는 1990년보다 온실가스 25%를 줄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의 기후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3월 한국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들도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현재 청소년들과 정부의 의견서가 접수되어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우리 기자

 

재활용 쉽게…종이 물병도 가능할까?

친환경 기업 종이 소재 용기 개발도
“일회용 생수 소비 줄여야” 지적도

 

‘에콜로직 브랜드’(Ecologic Brands)의 에코보틀. 에콜로직 브랜드 제공

 

국내 음료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등에서 최근 대거 상표띠를 제거한 ‘라벨 프리’ 음료병을 출시했다. 분리배출로 골머리를 앓던 소비자들은 환영하지만, 동시에 상표띠 제거를 넘어 플라스틱 용기 이용을 최소화하는 ‘플라스틱 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지난달 28일 코카콜라사는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상표띠를 제거한 ‘씨그램 라벨프리’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같은달 롯데마트는 상표띠가 없는 자체상품 생수를 출시한다고 밝혔고, 편의점 씨유(CU)도 자체상품 생수를 이달부터 상표띠가 없는 상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상표띠가 제거되자 소비자들과 전문가들 대체로 반겼지만, 한편에서는 종이 등 대체재를 찾아서 플라스틱 용기 이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내 음료기업들은 종이 등의 대체재를 상용화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입장이다. 제품 유통과 판매 과정에서 플라스틱만큼 견고하게 내부의 내용물을 보호해주지 못해서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종이는 외부 충격이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취약해 내용물 손상이나 변질 우려가 있다. 종이 대신 바이오 플라스틱 등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지에프(BGF)리테일 관계자도 “상품 파손 문제와 보관상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종이 소재는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에코보틀의 구조. 종이 몸체 안에 얇은 플라스틱 주머니가 들어있다.

다양한 형태의 에코보틀. 에콜로직 브랜드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의 친환경 기업 ‘에콜로직 브랜드’(Ecologic Brands)가 한 예다. 포장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이 기업은 종이를 주 소재로 삼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에코보틀’(eco-bottle)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단단한 종이 외벽에 플라스틱 라이너(주머니)와 뚜껑을 덧댄 형태다. 에콜로직 브랜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분리가 가능한 종이 외벽과 플라스틱을 써서 재활용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플라스틱 사용률은 70%까지 줄였다. 최대 80%까지 경량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광범위한 실험을 거쳐 변질 우려를 줄였다. 물에서도 최대 6시간 동안 잠겨있는 게 가능하고 1시간의 건조 주기가 있는 한, 몇 개월 동안 병 모양과 색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소재를 함께 쓰고 기존과 다른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만큼 플라스틱병보다 비용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에코 병이 플라스틱병보다는 비싼 것은 맞지만, 최근 많은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 목표를 설정해 제품과 포장, 공급망을 변화시킨다”라며 “모든 이들이 종이 포장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물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회용 용기에 든 생수 대신 수돗물 정수 체계 정비와 인식 개선이 환경에 더 이롭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연간 생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1700만배럴 이상의 기름으로 플라스틱 물병을 생산해야 하며, 생수 제품의 전 생애 주기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다는 하버드대 지속가능사무소의 지적도 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이와 관련해 “플라스틱의 두께를 줄이거나 상표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사용량이 줄지 않는 한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또 생수가 수돗물보다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지도 살펴볼 문제다. 물을 정수해서 먹거나 끓여먹는 방법을 고민해야지 플라스틱병 사용이 우선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코로나로 전세계 일시 멈춤했지만 지난해 이산화탄소 농도 전년보다 상승
최대 200년까지 체류 온실가스때문 탄소중립 하려면 더 빨리 배출 줄여야

      

전세계가 코로나19멈춤상태였던 2020년에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부르는 온실가스의 대표격인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최대 200년까지 대기 중에 머물기 때문에 바로 효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전지구적으로 탄소 순배출량 ‘0’를 만들겠다고 연이어 선언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서해 태안반도 남쪽에 있는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20192~3월과 지난해 2~3월의 반응가스배출 농도를 비교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주로 화석연료를 연소하면서 나오는 일산화탄소(CO)나 이산화황(SO2), 자동차, 항공기 연료가 연소될 때 생기는 질소산화물(NO),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가 반응해 생기는 오존(O3)의 평균 농도가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해 2~3월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산업활동이 전면 제한되기 시작한 시기여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든 것이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제공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전지구적으로 2020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는 일산화탄소와 산소의 결합작용으로 발생한다.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 자료를 보면 1~3월을 기준으로 2017414.6ppm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8418ppm, 2019420ppm, 지난해 423.9ppm으로 늘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가 지난 1월 발표한 결과를 봐도 2003년 이후 전지구적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늘었다.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빠르게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다.

코로나19는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래도 잠시 인간활동의 감소로 오염물질 배출이 줄었고 그 결과 대기 환경을 맑게 하고 기후변화 속도를 느리게 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일산화탄소나 이산화황같은 반응가스의 대기 체류시간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체류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는 10일에서 최대 1년 대기에 머문다. 이산화황은 일주일 이내, 질소산화물은 최대 일주일이다. 오존은 일주일에서 1개월 가량을 체류한다. 하지만 온실가스류는 더 오래 대기 중에 머문다. 이산화탄소는 적게는 5, 최대 200년까지도 대기 중에 머문다. 오존층을 파괴해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해 사용금지하고 있는 염화불화탄소(CFC)-11과 염화불화탄소(CFC)-12 농도가 1990년부터 바로 감소되지 않고 몇년이 지난 후부터 감소 추세로 변했다.

  사용이 금지된 1990년대 이후에도 염화불화탄소 1112의 농도가 증가하다 수년이 지난 뒤에야 오름세가 꺾였다. 기상청 제공

결국 과학자들은 대기 중 누적되어 장기간 머무는 온실가스의 특성이 기후변화와의 인류의 싸움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한국도 진정한 탄소순배출량 ‘0’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이미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앞으로 배출량을 크게 감축한다 하더라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조속히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겨울철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후데이터과학자 닐 카예(@Neil Kaye)가 지난 1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그래픽을 보면, 1850년 이후 약 170년 동안 월평균기온이 올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851년 이후 1935년과 1936년 이후로 기온 상승의 추세를 구분할 수 있다. 산업화 초기 단계였던 1935년 이전은 기온 상승이 -0.4에서 +0.6에 그쳤지만 1936년 이후 +0.6에서 +1.5까지 올랐다. 1950년대 이후 세계화와 무역이 진행되면서 산업화 추세가 확산된 결과였고, 그 결과 170년 중 가장 더웠던 10년 중 8년이 최근 10년 안에 몰려있다고 지적했다.

네일 카예 트위터 갈무리

트렌드 기사를 그래픽을 활용해 쉽게 보여주는 비주얼캐리털리스트31일 그의 데이터 연구를 포함한 역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그래픽을 공개했는데, 20세기 들어 크게 뛰어오르는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최우리 기자

안과관련 회사 렌즈코어’, 전세계 대도시 44곳 조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민들이 3일 꽁꽁 얼어버린 운하 위에 서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걸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암스테르담/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주요 대도시 가운데 가장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선정됐다. 안과질환 연구와 온라인 렌즈 판매를 하는 영국의 렌즈코어가 대도시 44곳을 조사해 최근 발표한 건강생활도시지수 2021’에서 암스테르담이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18위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는 건강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행복도, 오염도, 비만율, 노동시간, 일조시간 등 10가지 항목을 평가했다. 생수 가격을 조사해 생활물가를 비교했고, 운동 편의성을 비교하기 위해 야외활동시설 수와 헬스장 이용요금을 평가 항목에 포함했다.

암스테르담은 상대적으로 높은 행복도와 적은 노동시간, 나은 생활 편의성 등으로 1위를 차지했다. 스톡홀름(스웨덴), 코펜하겐(덴마크), 헬싱키(핀란드) 등 북유럽 주요 도시가 4~6위에 차례로 올랐다. 이들 북유럽 도시의 국민 행복도는 7.35~7.80으로 가장 높다. 연간 노동시간도 1380~1540시간으로 최저 수준이며, 오염도 또한 13.08~30.90으로 매우 낮다.

다른 대륙 도시로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가 많은 일조시간과 야외활동시설로 높은 평가를 받아 2위에 올랐다. 3위 오스트리아 빈은 낮은 오염도, 8위 독일 베를린은 적은 노동시간이 순위를 끌어올렸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후쿠오카가 수도 도쿄(29)를 제치고 6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압도적으로 낮은 비만율과 높은 기대수명, 싼 생수 가격이 평가에 기여했다.

서울은 비만율·기대수명·행복도에서 후쿠오카와 엇비슷하지만 많은 노동시간 때문에 훨씬 낮은 평가를 받았다. 베이징(12)에도 뒤처졌다. 기대수명에서 북유럽과 별 차이가 없는 한국·일본·중국의 대도시들은 행복도가 현격히 낮지만 오염도는 훨씬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럽의 프랑스 파리(35)와 영국 런던(38)은 하위권이었다. 특히 미국의 수도 워싱턴(41)과 뉴욕(42)은 러시아 모스크바(43), 멕시코 멕시코시티(44)와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미국 대도시들은 다른 곳보다 비만율이 매우 높았다. 박중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