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인근 발생 지진 중 가장 세

다행히 인명 · 건물 피해는 없어

 

14일 오후 제주에 지진이 발생하자 제주웰컴센터에서 근무하는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가장 센 규모 4.9의 지진이 제주 서귀포시 해역에서 발생했다.

 

기상청은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오후 5시19분14초에 규모 4.9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진앙 위치는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이고, 지진 발생 깊이는 17㎞로 추정됐다. 제주에서 이 정도 규모 지진이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건물에 금이 가거나 사람이 걷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리는 규모 5에 근접한 지진으로 제주는 물론 전남·경남·전북 지역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파손된 사례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진앙과 가까운 서귀포시 허종헌 천지동장은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오랫동안 주민센터가 흔들리고 코로나19로 민원실에 설치한 투명 가림막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며 “땅이 굴착기로 두두둑 하며 파는 소리가 10초 정도 들렸다. 지진이 일어나자 일부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이 책상 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종옥(53) 마라도 항로표지관리소장은 “1초 정도 흔들림을 느꼈다.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처음 느꼈다”고 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김아무개(86)씨는 “혼자만 집에 있는데 집이 달달달 떨리는 게 무너지는 줄 알았다. 주방에 둔 식탁도 드르륵 떨려 더럭 겁이 났다. 팔십 평생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귀포시 강정동 송아무개(42)씨는 “이 시간에 어디서 토목공사를 하나 의아했다. 집 창문이 살짝 흔들리고 발밑에 진동이 2∼3초간 느껴졌다. 아이 둘과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긴급재난문자를 보고는 순간적으로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고민했다”고 했다. 제주시 연동 이민정(47)씨는 “근처에 대형 덤프트럭 수십대가 한꺼번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건물이 우르릉하고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주시내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유치원생들이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자 책상 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에 있는 제주관광공사 직원들도 지진이 감지되자 곧바로 건물 밖으로 긴급 대피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도 지진에 놀란 시민들의 전화가 90여건 접수됐다. 이근영 허호준 기자

 

“제주지진, 지진해일 위험성 없다…여진 최대 1년 이어질 수도”

 기상청, 브리핑 열어 일문일답

 

14일 오후 제주에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하자 제주도교육청 공무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14일 제주도 서귀포 남쪽 바다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했지만 지진해일의 발생 위험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번 지진은 규모가 크지 않고 지진의 형태 또한(수평 방향인) 주향이동단층 지진이니 지진해일을 일으킬만한 에너지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을 정리한다.

 

―여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

 

“4.9 규모의 지진 발생 이후에는 여진이 긴 기간 동안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생 사례를 보면 수개월에서 1년까지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

 

―큰 피해는 없었던 듯한데 규모나 진앙의 깊이 등의 측면에서 설명한다면.

 

“지진의 피해는 절대적인 규모보다는 지진이 이동하면서 만드는 흔들림인 진도의 영향을 받는다. 최대 진도는 제주의 진도 5였다. 진도 5는 실내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게 되며 창문이 깨지고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질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런 등급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지진으로 판단된다.”

 

―이번 지진이 화산활동과 관련 있나.

 

“단언할 수 없다. 좀 더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지진과 관련된 단층의 명칭은.

 

“지진이 제주도 남부 해역에서 발생한 관계로 현재까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 지금 기상청과 행안부가 우리나라 지역과 해역에 대한 단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 해일의 가능성은 없나.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에너지가 일정 규모 이상이고 역단층, 정단층과 같은 (수직 방향의) 지진일 경우 지진해일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규모가 4.9이고, (수평 방향인) 주향이동단층 지진이니 지진해일을 일으킬만한 에너지는 없다고 판단된다. 지진해일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갖고 있던 자료를 토대로 봐도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일본 지진과 연관 있나.

 

“지진은 응력의 쌓임이나 풀림 과정에서 일어나니 주변 지역에서의 지진 발생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있을 수 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단언하기 어렵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12월 3일 서해에서도 규모 4.5 지진(칭다오 해역)이 발생했다. 최근 한반도 인근의 지질 활동에서 특이 동향은 없나.

 

“지진은 언제 발생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평균적으로 분석했을 때 국내에서 규모 3.0 이상 지진은 연평균 10∼11회 발생한다. 올해도 그 정도 범위 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주 기자

 

“덤프트럭 수십 대 동시에 지나가는 느낌” 가슴 쓸어내린 제주도민들

건물 흔들려 일부 주민들 대피시도…광주서도 2~3초동안 흔들림 감지

 

14일 오후 지진이 발생하자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에 근무하는 제주관광공사 직원들이 긴급 대피했다.

 

14일 오후 5시19분께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부근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제주도내 곳곳에서 건물이나 유리창이 흔들렸고, 일부 도민들은 긴급 대피했다. 지진 여파는 광주광역시까지 감지됐다.

 

제주도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진앙과 가까운 서귀포시의 허종헌 천지동장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오랫동안 주민센터가 흔들리고 코로나19로 민원실에 설치한 투명 가림막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며 “깜짝 놀랄정도였다. 땅이 굴착기로 두두둑하며 파는 소리가 10초 정도 들렸다. 지진이 일어나자 일부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이 책상 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오철종 서귀포시청 공보실장은 “큰 차가 지나갈 때 흔들리는 느낌이 났고 긴급 재난문자 메시지가 들어오자 직원들이 곧바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종옥(53) 마라도 항로표지관리소장 “1초 정도 흔들림을 느꼈다.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처음 느꼈다”고 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김아무개(86)씨는 “혼자만 집에 있는데 집이 달달달 떨리는게 무너지는 줄 알았다. 주방에 둔 식탁도 다르륵 떨려 더럭 겁이 났다. 팔십 평생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귀포시 강정동 송아무개(42)씨는 "이시간에 어디서 토목공사를 하나 의아했다. 집 창문이 살짝 흔들리고 발밀에 진동이 2-3초간 느껴졌다. 아이들 둘과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문자를 보고는 순간적으로 밖으로 나가야하는가 고민했다"고 했다.

 

제주시내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유치원생들이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자 책상 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제주시 연동 웰컴센터에 있는 제주관광공사 직원들도 지진이 감지되자 곧바로 건물 밖으로 긴급 대피했다.

 

제주도청에 주차 중인 차에 탔던 강아무개(59)씨는 “갑자기 차가 출렁거리며 흔들렸다. 시동을 켜지 않았는데 무슨 일인가 했더니 긴급재난문자가 날아왔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토평동 오종수(58)씨는 “집안에 있는 대형 트럭이 지나면 지반이 울리는 것처럼 쿵쿵하는 소리가 나서 뭔가 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 이민정(47)씨는 “근처에 대형 덤프트럭 수십대가 한꺼번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건물이 우루릉 하고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도 지진에 놀란 시민들의 전화가 90여건에 이를 정도로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부근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서귀포시 1청사 직원들이 긴급 대피했다.

 

이날 지진은 광주에서도 2~3초 동안 느꼈다. 광주 북구 첨단지구에 거주하는 이동훈(38)씨는 “재난 문자를 받고 몇분 후 건물이 흔들거리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금남로 건물 10층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도 지진 여파가 느껴졌다며 카카오톡 단체방 등에서 지진정보를 공유했다. 허호준 김용희 기자

 

경찰 12명이나 출동…권성동 “사실 아니면 책임져야”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주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강원도 강릉 방문 뒤 술자리에서 ‘권성동 의원이 성희롱을 했다’는 신고 내용이 담긴 경찰 출동 내역을 공개했다. 권 의원은 “성희롱이나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김 의원은 14일 에스엔에스에 공개한 당시 112 신고 내역을 보면, 지난 11일 새벽 1시22분과 1시35분 “아내와 같이 있는데 성희롱 발언을 했다. 상대방은 국회의원 000이다. 지금은 자리를 이탈한 상태”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12명이나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신고자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모욕적이라며 신고를 한 것이며, 사건 처리에 대해 생각을 한번 더 해보겠다고 하므로 고소 절차 등 상담 안내 뒤 종결”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당시 국회의원이 권성동 의원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권성동 의원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성희롱 의혹과 거짓 해명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에 권 의원은 “김 의원은 저도 모르는 경찰의 신고내역을 공개하며 저를 범죄자로 낙인 찍는 도를 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제가 자리를 뜰 때까지 아무런 실랑이가 전혀 없었다”며 “심지어 신고자라 보도된 그분은 저와 함께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 지인에게 그 사진을 그대로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정말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했다면, 현장의 기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며, 경찰이 입건하지 않을 리도 없다”며 “경찰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김용민 의원은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영지 임재우 기자

 

국민힘 권성동, 성희롱 논란 "악의적 공작, 법적 조치"

열린공감TV “강원 윤석열 행사 뒤 성희롱” 보도

양측 반박 · 재반박 이어가며 진실 공방

경찰 "권성동 관련 출동, 현장서 사안 종결"

 

기념사진 찍는 윤석열-권성동=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권성동 사무총장이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오죽헌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13일 국민의힘 권성동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의 1박 2일 강원 일정 중 강릉에서 한 시민을 성희롱했다고 보도했다.

 

권 총장은 이에 입장문을 내고 "사실이 아니며 악의적인 공작이다. 강력한 법적 조치로 바로잡겠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이후 열린공감TV 측이 재반박하고 이에 대해 권 총장이 추가 입장문을 내는 등 진실 공방 양상으로 비화하는 조짐을 보였다.

 

열린공감TV는 이날 유튜브 채널 내 '커뮤니티'란에 "지난 10일 강릉 옥천동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술자리 후 권 의원이 옆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 부부의 아내에게 신체접촉을 하며 '이쁘다'라고 말했으며, 그 여성에게 '강릉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느냐'고 했다"고 보도했다.

 

열린공감TV는 "(권 의원은) 이어 그 남편에게 '안다리를 걸어도 아주 잘 걸었네 뭐'라며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다"며 "부부는 현장에서 경찰에 성추행 혐의로 신고를 했고,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에게 처벌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이에 대해 권 총장은 '열린공감TV 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권 총장은 "기자분들과 헤어지고 나가던 중 바로 뒤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남자분이 '팬이다. 평소 존경한다. 홍모 씨(저의 지인)의 후배'라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권 총장은 "그가 자기 부인이라고 소개하기에, 제가 미인이라고 칭찬하며 결혼을 잘하셨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전부"라며 "그 부부는 헤어지면서 제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열린공감TV에서 말하듯 부부 손님의 아내에게 성희롱이나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부부와) 실랑이도 없었고, 평범한 지지자처럼 좋아하며 돌아갔다"며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제 지인인 홍모 씨에게 보내기도 했고, 이 광경을 동석했던 기자 등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권 총장은 "강릉 일정 이후 일부에서 없던 사실을 퍼뜨리며 제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번 열린공감TV 보도도 마찬가지"라며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권 총장의 이같은 입장문이 나오자, 열린공감TV가 재반박했다.

 

열린공감TV는 "권 의원은 뒤 테이블 부부와의 이야기를 미담처럼 (기술해) 입장문을 냈다"며 "권 의원 입장문에는 경찰 출동 부분이 빠졌지만, 열린공감TV 취재팀이 강릉경찰서 112상황실 책임자와 통화를 해 출동 사실 자체가 있었음을 확인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112상황실 신고 내역 및 신고 내용에 대해 정보공개 요청을 하면 된다"며 아무 일 없이 덕담만 오갔다면 그 시각 그 현장에 왜 경찰이 출동했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권 총장은 '추가 입장문'을 내고 "제가 밤 12시 50분께 자리를 뜨기 전까지 경찰이 온 적이 없었고, 이후 연락받은 바도 없다"며 "이후 술자리에서 다른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찰 출동이 무엇 때문인지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권성동 의원 관련해서 출동한 사실이 있으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 관련 사안은 현장에서 종결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찰까지 출동했다고 하는데 기사가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권 의원에 대해 즉시 형사처벌과 국회 윤리위 회부 등 조치가 필요하다"며 "당장 윤 후보가 사과하고 권 의원은 선대위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썼다.

윤석열 목소리 내면 ‘엇박자’ 여당 추경논의 제안에도 이견 노출

윤 “소상공인 보상 50조” 공약에 김 “그걸론 부족, 100조대 검토”

 

준비안된 윤석열 ‘후보가 누구냐’

청년 간담회땐 이준석에 답변 미뤄…김종인 “정책창구 원희룡으로 종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김종인-이준석’ 3두 체제가 딜레마에 빠졌다.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청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이준석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정치 초보’인 윤석열 후보를 돕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이 도드라지면서 ‘후보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후보가 누구냐’는 얘기까지 나오자 윤 후보가 제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김종인 위원장의 메시지와 엇박자가 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둘러싼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구상은 논의가 진행되며 이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추경을 어떻게 할지 정부와 협상을 해야지 자꾸 야당에 이래저래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윤 후보의 50조원 지원 구상을 2배로 올린 100조원 손실보상을 제안한 김 위원장에게 민주당이 추경 협상을 제안하자 “100조원 기금은 윤 후보가 집권했을 때 할 걸 제시한 것인데, 여당 후보와 협상하기 위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공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10일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정부 예산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 논의는 해야 한다는 윤 후보와 추경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김 위원장이 이견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지난 8일 청년문화예술인과 간담회 때는 윤 후보가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폐지 원인 △공연 대관료 지원 방안 △예술대학 졸업생 진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연신 마이크를 이 대표에게 넘긴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답변을 이 대표에게 미루는 모양새여서 ‘대통령 후보가 이준석이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1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까지 당에서 해왔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후보가 저에게 마이크를 넘겨서 기회를 주는 형태였다. 전체적으로 우리 후보는 모든 질문에 답했다”고 윤 후보를 엄호했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정치·정책 초보’인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해주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대선 후보가 묻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후보가 안 보인다’는 우려가 크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정책 장악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공개 석상에서 “정책을 각기 다른 창구에서 얘기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며 “정책은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이 종합해 한목소리로 나가도록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 이에 관해 윤 후보와 의논했는데, 윤 후보도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메시지 단일화를 윤 후보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선대위 정책본부, 코로나위원회, 후보 비서실 등에서 제각각의 정책이 나가선 안 되며, 특히 후보 비서실의 독자 메시지를 경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 일요일에 후보 비서실에서 공약을 발표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없던 일이 됐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후보 비서실에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후보 입에서 뚜렷한 정책이 발표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리면서 정책 담당자들의 목소리가 일원화되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종인 ‘원톱’ 중심으로 한 트로이카 체제가 그만큼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준비가 덜 돼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습이 최근 여론조사에도 반영되면서 안정감을 못 주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격차를 벌리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총선 때는 국민공분에, 대선 때는 남초표심에 붙은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힘 ‘엔번방 방지법’ 말바꾸기 보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일 저녁 울산시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한 뒤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근본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

 

2020년 3월2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엔(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자 신종 디지털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에 엔번방 사건을 전담하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티에프(TF)가 구성됐다. 보름 뒤인 4월9일 대검찰청은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한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해 전국 검찰청에 시달했다. △조직적 성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은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전원 구속하고 주범은 죄질에 따라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 구형한다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한 유포 사범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 이상을 구형한다 △성착취 영상물을 단순 소지한 사람도 기소한다는 내용이다. 대검은 “성착취 영상물은 지속적인 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뤄지는 면이 있으므로 공급자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해서도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 처리방식만으로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장은 사뭇 달라졌다. 성착취 영상물 유포·소지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엔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에 대해 “검열의 공포”를 언급했다. “불법 촬영물 유포나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흉악한 범죄는 반드시 원천 차단하고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조처인 엔번방 방지법을 검열이란 딱지로 무력화할 경우 어떤 방법으로 성착취물 유통을 차단할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통신비밀 침해”라고 했는데, 사적 대화도 아닌 공개된 오픈채팅방에서 이미 불법으로 분류된 촬영물을 걸러내는 것을 통신비밀 침해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대검찰청이 내놓은 n번방 사건 관련 후속 조처.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대표는 13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통신비밀 보장에 위배된다”며 엔번방 방지법 재개정 뜻을 거듭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엔 엔번방 방지법이 “분노한 여론을 타고 통과된 이슈”라고 했다. 2020년 5월20일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50명이 찬성한 엔번방 방지법에 대해 여론에 편승한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엔번방 방지법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중에는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책을 맡은 이들이 여럿이다. 김도읍(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종합지원총괄본부장), 윤재옥(후보전략자문위원장), 임이자(직능총괄본부장) 의원 등이다.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 속 주장을 정치권 공론장으로 끌고들어온 이준석 대표 주장에 윤 후보가 올라타면서 국민의힘 다선의원들은 졸지에 여론에 편승해 마구 찬성표를 던지는 정치인이 됐다.

 

윤석열·이준석 두 사람 행보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이 내놓았던 “디지털 성범죄와 전면전 선포” 메시지와도 정면 충돌한다.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는 공식 논평을 통해 “왜곡된 성인식이 아이티(IT) 매체와 결합돼 나타난 새로운 사회악” “디지털 성범죄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제도적 문제”라며 “제2, 제3의 엔번방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법 개정을 통해 불법영상 제작 및 운영자뿐만 아니라 제작·유포·구매자까지 강력히 처벌하고, 상습 시청자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25만명에 육박하는 엔번방 참여자들 대부분이 아무 처벌도 없이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 것이 두렵다. 법 개정을 통해 단순 스트리밍이나 시청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재원 희망공약개발단 총괄단장(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맡은 중앙당 총선 공약에는 영상 이용 협박도 성폭력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공약이 포함됐다.

 

“검열 공포”를 말하지만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화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불법 촬영물 외에 다른 유해 정보까지 유통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사업자로 하여금 지체없이 이를 삭제하도록 하거나, 유통 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김남일 기자

 

새시대위 출범…‘빅텐트’ 구상이나 전·현직 의원 위주에 기존 선대위 조직 중첩

문재인 정부 반대해도 국힘 입당 꺼리는 인사겨냥

최명길·이용호 등 전현직 의원과 전문가 일부 참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현장 설명을 듣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꾸린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옛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반대하지만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는 꺼리는 이들을 위한 ‘빅텐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지만, 전·현직 의원 위주에다 기존 선대위 조직과 중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이날 인선·조직 구성을 발표하고 공개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기획조정본부장에는 최명길 전 민주당 의원이, 대외협력본부장에 최근 입당한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임명됐다. 공약지원본부장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경제 과외 교사로 알려진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가, 지역화합본부장은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맡았다. 미래선착본부장에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비서실장과 대변인엔 각각 임재훈 전 의원과 윤기찬 변호사가 임명됐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거나 국민의힘과는 무관한 전문가들이 포진한 것이다.

 

공모를 실시한 ‘진상 배달본부’와 ‘깐부찾기본부’ 본부장 인선은 미뤄졌다. 윤기찬 대변인은 “두 개 부서가 다소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측면에서 모셔야 해서 인선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새시대준비위의 공약지원본부나 미래선착본부 등이 기존 선대위 조직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소구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선대위와 업무상 명칭 내지 부서가 중첩되는 것일뿐 대상 업무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나래 기자

 

국힘, 전봉민 · 윤상현 당협위장 임명 보류...박덕흠 · 최승재도 논란

전봉민 아버지, 의혹 취재기자에 3천만원 매수 시도

윤상현 지난 총선 선거법위반 재판서 최근 실형 구형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 소통관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 의혹과 관련해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각종 의혹에 휩싸인 뒤 탈당했던 박덕흠·전봉민 의원을 선대위에 합류시키려다 내부 잡음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최고위는 13일 비공개회의에서 '재산 편법증여 의혹'으로 탈당했다가 1년여 만에 ‘기습 복당’한 전봉민 의원의 부산 수영구 조직위원장 임명을 보류했다.

 

또 '특혜수주 의혹'으로 탈당했던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충북선대위 공동총괄선대위원장 명단에 올랐다가 40여분만에 빠지게 된 해프닝도 일어났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 2일 국민의힘에 복당한 뒤 선대위 부산지역 본부장으로 합류한 데 이어, 이날 당협위원장 ‘복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은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 의원에게 지역 조직을 이끄는 위원장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징계 조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탈당했던 것이기 때문에 제한할 근거가 딱히 없었다”면서 “복당 과정에서 수사 진척상황이 없었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경우에는 국민의 민심을 세밀하게 챙길 이유가 있어서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부친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자진 탈당했다. 전 의원의 아버지는 이 과정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3000만원을 주겠다”며 보도 무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지난달 전 의원 아버지에 대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외에도 전 의원은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다.

 

이날 4선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의 당협위원장 임명도 보류됐다. 검찰은 지난 3일 4·15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윤 의원은 무소속으로 지난 21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당선됐고, 지난 8월 복당했다.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에 휩싸여 지난해 9월 탈당했던 박덕흠 의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박덕흠 의원

 

국민의힘은 이날 중앙선대위 추가 임명 보도자료에서 충북선대위 공동총괄선대위원장에 박덕흠 의원이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2분 뒤에 박 의원을 충북선대위 명단에서 제외한 수정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은 최승재 의원을 대선 후보 직속 '약자와의동행위원회(약동위)' 위원으로 임명했다가 42분 만에 수정 자료를 내고 철회했다.

 

최근 의원실 보좌진 내 '갑질 의혹'과 관련해 임명이 철회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덕흠 의원의 경우 복당이 안 된 상태에서 선대위 직책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대위 인선 결재 과정에서 판단, 당초 명단에서 빠졌다"며 "보도자료가 박 의원을 제외하지 않고 잘못 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논란이 생기면 탈당했다가 이후 잠잠해질 때 슬그머니 복당 내지 선대위에 합류시키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당직자 폭행 논란을 빚고 자진 탈당했지만 4개월여 만에 복당했던 송언석 의원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 내 정책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미나 기자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 대선 간접지원 나서

송영길 대표도 발목 부상서 서둘러 당무복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2018년 9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3일 이 후보를 향해 “발전도상인이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다. 자꾸 발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2선에 머물며 잠행해 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13일 기지개를 켜며 대선판에 본격 올라섰다.

 

대선 본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이 전 대표가 공식 행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본격적 지원 개시를 알린 신호탄으로 읽힌다.

 

아울러 국민의힘 선대위 원톱으로 등판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도 해석돼 '33년 악연'을 쌓아온 두 사람이 맞붙는 그림도 간간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상임고문인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을 두고 "오합지졸이 아니고 오합지왕이다.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잘 모르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당내에서는 정치적 체급상 김종인 위원장의 '대항마' 역할을 할 인사로 이 전 대표를 내세워야 한다는 기류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다만 이 전 대표를 선대위 전면에 내세우는 데 대해선 일부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 만큼 실제 역할은 외곽 측면 지원에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이 전 대표 본인도 이날 "상임고문이라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조언을 해주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간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여권이 지지층 총결집 시그널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평론 은퇴선언을 번복, 지난 9일 라디오에 나와 이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이 후보의 '조국 사태' 사과 논란을 두고 "그 정도 얘기도 못 하면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없다"며 엄호에 나섰다.

 

인사하는 이해찬-유시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집 30권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여권의 핵심 '스피커'가 약속이나 한 듯 나흘 간격으로 등판한 것은 지금이 지지층 결집을 호소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내년 1월 말 설 연휴를 전후해 형성된 판세가 대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중도확장에 앞서 일찌감치 내부 지지층을 결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했던 일을 이제는 좀 나서서 도와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선이 약 90일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모든 우리 진영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될 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으로선 국민의힘이 3김(김종인 김병준 김한길)체제를 갖춘 가운데 선대위에 이에 맞설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고민으로 작용해왔다.

 

여기에 '발목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송영길 대표도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이날 당무에 복귀하며 결기를 드러냈다.

 

송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고 실밥도 아직 뽑지 않은 상황이다만 밀린 보고서를 검토하고 결재하면서 상임선대위원장 업무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나흘간 험지 누빈 이재명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 부탁“

박정희 · 박태준 등 산업화 업적 기리며 실용성 부각

전두환 발언 · 양도세 완화 등 논란… 사드 언급 회피

 

이재명 후보에게 집중된 카메라=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상인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진행한 나흘간의 대구·경북(TK) 순회방문 일정을 마쳤다.

 

다섯 차례 진행된 주말 전국 순회 일정 가운데 나흘간의 일정이 잡힌 것은 광주 전남에 이어 두 번째다. 나머지는 모두 사흘 일정이었다.

 

민주당에는 가장 공략이 어려운 '험지'를 구석구석 오랫동안 누비며 보수 표심을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이다.

 

이 후보는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는 점을 내세워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부인 김혜경 씨도 상당수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부부가 함께 고향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듯한 이미지도 연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일정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녀 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좀 달랐다"며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제 부탁에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페이스북에 늦은 밤 경북 봉화의 부모님 선영을 찾아 절을 하는 사진을 올리며 "추운 날씨였음에도 고향 분들이 열렬한 환영으로 언 몸을 녹여주셔서 저희 내외가 큰 용기를 얻었다"며 "오랜만에 들러도 따뜻하게 품어주시니 고향이 좋긴 좋다"고 적었다.

 

이재명, 박태준 동상에 헌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내 노벨동산에 있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 후보는 TK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업적을 잇달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순회 일정의 마지막 순서로 포스텍을 방문해 박 전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박 전 명예회장의 동상에 헌화하며 그의 '제철보국', '교육보국' 철학을 기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헌화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허허벌판에 제철산업의 토대를 쌓아 올려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며 "세계 경제의 대전환에 맞물려 대한민국 경제도 질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황무지 위에 철강산업을 일으킨 박 회장의 도전과 성공이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의 공적을 인정하면서, 대전환기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자신의 비전과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에는 추풍령휴게소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하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지역 민심과 주파수를 맞췄다.

 

자신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 관련 대표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에 견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진보와 보수를 흑백논리로 가를 것이 아니라, 공은 공대로 인정하고 본받을 점은 본받겠다는 '실용성'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언급했다가 당내에서까지 "불필요한 말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소상공인 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적극적인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의 민간 도서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자신의 지역화폐 정책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예산 확대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전날에는 정부 의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 아이디어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정부'만의 차별화된 정책을 펴겠다며 보수적인 유권자들에게 인물 경쟁력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TK 일정에서 여러 차례 "진영이나 편이 아니라 사람, 능력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양도세 완화 등에 대해서는 당내에도 이견이 있는 데다, 향후 당정 갈등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외 포장 설비 살펴보는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군 다정농원을 찾아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마치고 참외 포장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 이 후보는 반면 TK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는 '로키' 모드를 유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에서 지역화폐 관련 간담회와 참외 농가 방문 행사 등을 진행했고, 사드 반대 활동가가 갑자기 계란을 던지는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관련 언급은 피했다.

 

이후 기자들이 사드에 관한 의견을 묻자 "선택을 강요당하지 말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력한 국력 위에 정치 지도자의 용기와 소신, 의지가 중요하다"는 원칙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미·중 갈등 등 미묘한 국제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진영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인 만큼 민감한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회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주 간 이재명, ‘사드 배치 반대’ 주민이 계란 던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군 다정농원을 찾아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 들어서며 지역 사드 반대론자가 계란을 투척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비닐하우스 문에 계란이 묻어 있다. 연합뉴스

 

경북 성주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계란을 던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위해 농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던 오전 10시55분께 갑자기 ‘퍽’ 소리가 나며 비닐하우스 쪽으로 계란이 날아들었다. 경호원은 급하게 두 손을 들어 막아섰고, 이 후보는 놀란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후보는 계란을 맞지 않았지만, 경호원과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에게 계란 파편이 튀었다.

 

계란을 던진 남성은 계란을 던진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 정권이, 이재명씨가 예전에 사드를 빼주신다고 했다. 그런데 사드를 안 빼주셨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전격 배치된 사드를 민주당이 빼주기로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대해 이소영 선대위 대변인은 “(해당 남성은) 사드 배치 지역 주민인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 입장에서 설명하는 차원인 만큼 처벌받지 않도록 경찰에 선처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3박4일간 진행된 대구·경북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의 마지막인 포스텍의 박태준 명예회장 10주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이 생각보다 저에 대한 기대들이 좀 더 큰 거 같다”고 자평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입장에서 (대구·경북은)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다녀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다르다”며 “대구·경북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저의 부탁에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전두환 호평 발언’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전씨는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살해한 용서 못할 범죄자”라며 “그래서 제가 5·18 묘역 갈 때마다 비석도 예외 없이 밟았다. 전씨에 대해 호평한 건 절대 아니고, 역사적 중범죄자라는 사실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또 이 후보는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의 무공천 주장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구 5곳 중 서울 종로구와 경기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등은 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형이나 의원직 사퇴로 인해 공석이 된 곳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계기가 꽤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스로 만든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여하튼 저는 우리가 국민에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 민주당이 국민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있었으나 지난해 전당원 투표를 통해 이를 개정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고 참패했다.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