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언장담 뒤집고 윤석열과 손 잡은 안철수 후보가 남긴 말들과 '이유'...

 

사전투표 전날인 3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간 단일화가 전격 발표됐다. 하지만 그동안 시종일관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했던 안 후보의 행보와는 크게 배치된다. 안 후보는 사퇴하고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그가 했던 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보름 전 2월 18일 영결식] "동지의 뜻 받들겠다, 결코 굽히지 않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월 18일 오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열린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 영결식에서 눈을 감고 있다.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결코, 굽히지 않겠습니다."

 

유세차량 사고로 숨진 고(故) 손평오 지역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렸던 2월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드러내며 했었던 말이다. 하지만 불과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3월 3일, 안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다.

 

안 후보는 2월 18일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조사(弔辭)를 통해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지역 선거대책위원장 손평오 동지. 선거 운동 전날, 선거 운동복을 입고 그렇게 좋아하셨다는 유족분들의 말씀에 그렇게 가슴 아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저와 함께 많은 동지가 걸어온 길이 바른길이지만, 험하고 힘든 길임을 알기에, 한 번이라도 더 손잡아 드리고, 한 번이라도 더 고맙다는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 동지와 우리 모두가 추구했던 그 길을 향해 저 안철수는 강철같이 단단하고, 동아줄처럼 굳건하게 그 길을 가겠다"며 "혹시라도 저세상에서 못마땅한 것이 있다면, 꿈에라도 나타나서 꾸짖어달라. 늘 고쳐가며 저 자신을 바르게 하겠다"고도 발언했었다.

 

[사흘 전 2월 28일] 안 후보 부부 "저희 둘 다 마라톤 풀코스 세 번 완주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2월 28일 오전 전북 고창전통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월 22일에도 고향인 부산에 있는 부평 깡통시장에서 "정권교체가 돼도, 우리 삶이 달라지지 않는 정권교체는 필요 없다"면서 "그런 정권교체는 적폐 교대이자 적폐 교체일 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안철수가 하는 정권교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또 안 후보는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월 28일 배우자 김미경씨와 함께 한 전북 고창 유세에서도 완주 의지를 강조했었다. 김씨가 지지자들에게 "완주합니다. 반드시"라고 하면 안 후보가 "저희 둘 다 마라톤 풀코스 세 번 완주했습니다"라고 맞장구치는 식이었다. 또 다른 지지자가 "완주하세요"라고 하자 안 후보는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했고, 김씨도 "완주합니다"라고 호응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측에 2월 27일 단일화 결렬을 최종 통보하고, 윤 후보는 경북 영주 등 유세 일정을 전격 취소한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혼란이 지나간 바로 다음날 나온 발언들이었다.

 

[오늘 국회] "제3당 존속하면서 투쟁하길 원하는 분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죄송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랬던 안철수 후보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윤 후보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때(2월 27일) 이후로 많이 고민하고, 많은 분의 말씀을 들었다.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자고 정권교체에 몸을 바친 사람"이라며 "그 대의에 따르는 게, 개인적인 어떠한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180도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 후보가 현재엔 같은 방식을 취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안 후보는 "이미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은 지났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 찾아야 했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제 결심에 따라 실망한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제3당으로서 계속 존속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길 원하는 분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 빌어 그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실행력을 증명해 그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11년의 철수, 철수, 철수, 철수…뒤집은 ‘다당제 소신’ 왜?

 

안, 정치인생 11년간 굵직한 ‘철수’만 4번

다당제 강조하면서 제1야당과 합당 ‘모순’

지지율 정체 속 완주 실익 없다 판단한 듯

‘선거비용 보전’ 문제 작용했다는 분석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옹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데는, ‘정권교체’ 실패 시 책임론을 피하고 동시에 보수진영 안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1년 정치 입문 이후 ‘새정치’와 ‘다당제’ 소신을 강조해 온 그가 제1야당과 합당하는 모순적 행보를 보인데 대한 비판이 많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윤 후보와 공동선언문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 배경에 대해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바친 사람”이라며 “제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요구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요구’를 접은 데 대해선 “이미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이 지났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후 “대통령이 될 사람은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 아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윤 후보)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는가. 1년만 지나면 그 사람 뽑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 (2월23일, 울산)” “마라톤 풀코스 3번 완주했다…(대선) 완주합니다. 반드시.”(2월28일, 전북 고창) 등 윤 후보에 대한 원색 비난과 완주 의지를 피력해왔다.

 

안 전 후보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1일이다. 그는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단일화 논의에 여지를 남겼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달 28일 호남 유세를 마친 뒤 선대위원장들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냈고, 안 후보도 결판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주변의 ‘무허가업체’를 물리치고 윤 후보를 직접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대리인으로 나서 만남을 주선하게됐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사전투표 직전까지를 실질적인 마지노선으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직자의 90%가 단일화를 원한다는 말까지 나올만큼 안 후보 주변 요구가 컸던 건 사실”이라며 “안 후보가 이대로 완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당해 개혁을 주도하자는 현실론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완주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쪽 진영이 더욱 강하게 결집하는데다 국민의힘이 표로 전략적 단일화를 호소하고 나서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끝내 10%를 넘지 못하면 선거 비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윤 후보가 최근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책임을 전가하면서, 만일 윤 후보가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이 온전히 자신에게 덧씌워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후보로서는 ‘조건 없는 단일화’를 내세워 보수정권 내 공간을 확보해 향후 정치 행보를 도모하는 ‘실리’를 택한 셈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활동을 했습니다만, 그걸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단일화를 지렛대로 삼아 차기 정부 국무총리 등 입각 계획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다당제는 여전히 본인 소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선거의 승패에 상관없이 민주당이 애기한 다당제에 기반되는 내용을 함께 합의해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제1야당과 합당을 선언한 마당에 다당제 발언은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런 내용을 윤 후보도 동의한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후보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을 “선거를 앞둔 정치쇼”라고 폄하해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후보를 뽑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까지 해놓고 갑자기 단일화 한 데 대해서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 정치적 치명상은 당분간 가라앉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10년 내내 비례대표 확대와 다당제를 주장하면서 항상 단일화와 합당을 선택했다”며 “실제로는 본인 실리를 챙기면서 입으로만 명분과 대의를 부르짖는다”고 비판했다. 장나래 이재훈 기자

 

안철수 표는 어디로…“윤석열 승기” vs “부동층 이미 이동”

3자 가상대결 박빙…이동 성향 불명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대 대선을 엿새 앞두고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정권교체’의 대표주자가 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단일화 혹은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는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1~2일 조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심상정 정의당 후보 가상 3자대결에서 윤 후보는 42.5%, 이 후보는 42.2%로 초접전을 기록했다. 심 후보는 7.3%였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3자 대결 때 윤 후보 쪽으로 26.8% 이동한 반면, 이 후보 쪽으로 36.9%로 더 많이 이동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윤 후보는 45.9%, 이 후보는 45%로 박빙이었다. 안 후보 지지자의 29.5%가 윤 후보 쪽으로, 25.2%가 이 후보 쪽으로 유입됐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한국경제> 의뢰로 같은 기간 후보 단일화를 가정해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는 48.9%, 이 후보는 4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 격차는 오차범위(±3.1% 포인트) 안이었다. 이 조사에서는 안 후보 지지층의 44.9%가 윤 후보에게, 25.1%는 이 후보에게 옮겨갔다.

 

다만, <중앙일보>가 3일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보수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면 47.4%의 지지를 얻어 41.5%를 얻은 이 후보를 오차범위(±2.2% 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윤 후보의 우세 속에서도 안 후보 지지자의 31.2%가 이 후보에게로, 29.2%가 윤 후보에게로 이동했다.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의 3자 가상대결에서도 ‘안철수 지지표’의 이동 성향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의원회 누리집 참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안 후보 지지층이 윤 후보 지지와 이 후보 지지, 기권 등으로 3분될 텐데, 단일화 발표 직후 안 지지층들의 여론을 보면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특히 2일 밤 마지막 티브이(TV) 토론을 보고 안 지지를 결심했던 이들의 실망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윤 후보의 이미지를 안 후보가 채워줄 수 있다면 표심이 더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윤 후보가 단일화로 인해 특별히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윤-안 후보 사이의 단일화 효과가 ‘1+1=2’는 수학 공식처럼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평균 7∼8%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안 후보와 단일화한 것은 박빙 국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박빙 상황에서는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에 윤 후보에게 이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중도층에게는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위해 결단했다고 비치는 측면이 있어서 윤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후보 단일화로 ‘안정적 후보’라는 이미지를 챙겼다는 분석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미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다 움직여서 흐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폭주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안 후보라는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고 인식될 가능성 등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향후 지원유세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단일화 효과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지자 이탈을 막고 이들을 윤 후보에게 옮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후보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막판에 후보를 사퇴했고 지원 유세에도 소극적이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대선이 워낙 박빙이어서 단일화가 심리적·상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윤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보다 모양새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훈 송채경화 최하얀 기자

 

윤-안 ‘인수위 · 공동정부 · 합당’ 선언문 썼지만…약속이행은 미지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이후 첩첩산중 과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3일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통해 통합정부 구성과 정치교체를 위한 합당을 약속했다. 두 사람은 이를 위해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고,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 직전 갑작스럽게 이뤄진 결정인 만큼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해도 양측이 주도권과 지분 보장 등을 두고 다투며 충돌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약속을 파기한다고 해도 안철수 후보 쪽에서 별달리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

 

윤 후보와 안 전 후보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는 크게 두가지 약속 내용이 적혀 있다. 첫번째는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저희 두 사람이 정권교체의 민의에 부응하여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며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들은 또 합의문에서 “정권교체의 힘으로 정치교체, 시대교체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합의에 따라,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 전 후보가 ‘국정 파트너’로서 인수위 때부터 인수위원장을 맡거나, 향후 정부에서 국무총리직 등을 맡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안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뒤 질의응답 과정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 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며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 만드는 실행력을 증명해서 (저를 지지했던) 그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 전 후보는 ‘입각을 고려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솔직히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여러 가능성이 있다”며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국민의힘을 보다 더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으로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안 후보가) 당 대표로 나설 수도 있고 행정부로 나설 수도 있고 둘다 열려 있는 상황”이라며 당권 도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차기 대권을 기대하는 안 전 후보로서는 국민의힘 내 입지를 다지는 게 급선무라며 당권 도전에 힘을 싣는 이들도 있다.

 

“대선 뒤 국힘-국당 즉시 합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기 전 최종적으로 합의문을 살펴보고 있다.

“진짜 원팀? 대선 뒤가 관건”…당권·공천 곳곳 ‘뇌관’

 

하지만 국민들 앞에서 두손을 맞잡고 ‘원팀’을 선언하며 한 이런 약속이 얼마나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극적으로 (단일화) 타결이 되긴 했지만, 합의문에서 한 약속은 모두 대선 뒤로 미뤄져 있지 않나”며 “정부를 구성해도 정책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일치를 봐야 하고, 합당도 이전에 협상 과정에서 깨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상 대선이 끝나고 난 뒤, 안 전 후보 쪽이 내미는 각종 ‘청구서’를 들이밀어도 국민의힘 쪽에서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실제 합당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권 문제나 오는 6월 치르는 지방선거 공천 등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후보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온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조율도 난제다. 이 대표는 이날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대표께서 내년으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경쟁을 통해서 당권 도전하실 수 있다”며 “당권이라고 표현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후보가 최근까지 대선 주자로서 경쟁해온 만큼 인수위 단계부터 ‘정책 통합’ 문제로 갈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뒤 “윤 후보의 공약도 지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기에 인수위가 있는 것”이라며 “함께 모여 인수위에서 모여 논의하면 보다더 좋은 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단일화에 삼부토건 · 도이치모터스 등 ‘윤석열 의혹 기업’ 주가 급등

안철수 안랩 주가도 7.27% 뛰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자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탈모 샴푸업체 티에스(TS)트릴리온 주가는 급락했다.

 

3일 코스피시장에서 윤석열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삼부토건 주가는 10.98% 치솟은 24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5.4%까지 오르며 상한가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삼부토건은 조남욱 전 회장 쪽이 2002∼2015년 윤 후보에게 김, 멜론, 곶감, 밤, 정육 등 명절 선물을 준 것으로 보도됐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이사로 재직했고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도 4.42% 상승했다. 안철수 후보가 창업한 회사이자 대주주로 있는 안랩 주가도 7.27% 상승한 7만800원에 마감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공약 수혜주로 주목받은 탈모 완화 샴푸업체 티에스트릴리온 주가는 8.59% 급락했다. 개장하자마자 15.63% 폭락 출발하다 하락폭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공공주택 정책 테마주로 꼽힌 부동산회사 이스타코(-8.99%)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이날 개장 전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선언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한광덕 기자

윤석열 · 안철수 “국민통합정부 만들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완주하겠다"며 2일 밤 대선후보 3차 토론까지 참여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토론 종료 불과 수시간여 만에 돌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심야에 회동해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며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저 안철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여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함께 정권을 인수하고, 함께 정권을 준비하며, 함께 정부를 구성하여. 정권교체의 힘으로 정치교체, 시대교체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늘의 선언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단일화는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국민이 키운 윤석열과 지난 10년간 국민과 함께 달려온 안철수가, 국민의 뜻에 따라 힘을 합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후보는 전날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 직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이날 새벽까지 2시간30분 가량 회동을 가진 뒤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그동안 물밑 협상 채널을 가동해온 윤 후보 쪽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쪽 이태규 의원 등이 공동선언문 내용을 조율했다고 한다. 이날 전격 합의는 안 후보가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지 19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대선을 6일 앞둔 마지막 여론조사 시점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은 팽팽하게 맞붙고 있는데다, 안 후보 지지율도 10% 이하 지점에서 답보상태에 놓인 점 등 두 사람 모두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격 합의에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이 후보 당선 시 정권교체를 발목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기자

 

‘거대양당으론 안 된다’던 안철수, ‘4번째 철수’로 다시 그 속으로

10년 정치 인생 중 4번째 중도 사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며 3일 후보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10년 정치 인생 중 4번째 중도 사퇴다.

 

안 후보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청춘콘서트’의 폭발적 인기로 안 후보는 5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시 야권의 무소속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조건 없이 양보했다. 정치권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신선한 행보에 ‘안철수 신드롬’ 현상까지 등장하며 그를 향한 대중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안 후보의 다음 행보는 이듬해 대선 도전이었다.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을 막기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협상 상대였다. 그러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놓고 양쪽은 평행선을 달렸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후보 등록 시점에 안 후보는 출마를 포기했다.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고 승자는 박근혜 후보였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국민의당 간판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오랜 도전에 화답하듯 여론의 지지도 뜨거웠다. 그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섰고 처음으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치렀지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처음으로 경선을 통한 후보 사퇴였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도 ‘흠 많은 거대양당 후보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출마했다. 막말과 내홍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휘청이자 안 후보가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지지율 15%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막판 양쪽 진영으로 표 결집이 이뤄졌고 더 이상의 반등은 없었다. 입버릇처럼 “완주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20대 대선 6일 전 레이스를 접었다. 곽진산 기자

 

마지막 TV토론 뒤 자정께 ‘장제원 매형’ 집에서 2시간30분 담판

급박했던 야권 후보단일화 막전막후

장제원-이태규 사전 협의 뒤 전격 만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옆을 지나가고 있다.

 

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합의는 2일 밤 3차 토론회 직후 급박하게 진행됐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저녁 토론회에 앞서 각 당 협상 주체였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은 4일부터 진행되는 사전투표 전 두 후보의 만남을 최종적으로 타진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먼저 두 사람이 후보 간 만남 일정을 조율했고,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가 끝난 밤 10시가 넘어 이런 내용이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각각 전달됐다.

 

예정됐던 윤 후보의 유튜브 촬영 일정이 끝난 자정께, 두 후보는 장 의원 매형이자 안 후보 지인인 성광제 교수 자택에서 만났다. 성 교수는 2012년 안 후보가 안랩 주식 절반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안 후보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은 2시간3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국민 통합 정부 구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후보 간 협상에선 별다른 조건도 제시하진 않았다고 한다. 윤 후보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세력은 같이 간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인수위원회와 향후 정부 구성도 함께 협의하고 대선 뒤 합당에도 합의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안 후보가 그 자리에서 총리 쪼가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고 들었다”며 “두 사람의 만남부터 단일화 수용을 전제로 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고 안 후보가 결단한 것 아니겠냐”며 “마지막 토론회까지 하고, 최대한의 명분을 챙기는 모습으로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뼈대는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이 함께 논의한 것을 기반으로 국민의당 쪽에서 초안을 작성했고,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내용을 확인한 뒤 흔쾌히 내용 전체에 동의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공동합의문 발표 뒤 기자들에게 “지금 이미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 찾아야 했다”며 ‘결단’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13일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주일 뒤인 지난달 20일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윤 후보는 다시 1주일 뒤인 27일 그동안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며 단일화 무산 책임공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그 전부터 안 후보를 여러 차례 만났으면 서로가 훨씬 더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밝힌 뒤 “어제 토론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앉아서, 구체적인 조건이랄 것도 없이 오늘 공동선언문에서 말한 대로 대의를 위해 함께 하기로 결의를 다지고 오늘 아침 안 후보와 여러분 국민 앞에 서게 됐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앙금은 해소됐음을 강조했다. 안 후보도 “(단일화 결렬) 이후로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분의 말씀을 들었다. 저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며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 바친 사람”이라면서 “그 대의에 따르는 것이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배지현 김미나 기자

 

빨간 넥타이로 단일화 예고?…윤·안, TV토론서 이례적 옷차림

 2일 마지막 TV 토론회서 ‘닮은 꼴’ 옷차림

 새벽까지 회동한 뒤 단일화 합의 전격 발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열린 마지막 티브이(TV) 토론 때 똑같이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이목을 끌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야권 단일화 후보에 합의하면서, 두 후보가 전날 열린 마지막 티브이(TV) 토론회 때 비슷한 옷차림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화제에 오르고 있다. 두 후보가 토론 전에 사전 교감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일화 밀약 후 이를 숨기고 4자 토론에 나섰다면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것이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두 후보는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티브이(TV) 토론회에 어두운 감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열린 2차 티브이 토론에서도 비슷한 옷차림이었으나, 안 후보는 당시 자주색 계열 넥타이를 맸다. 지난 27일 사실상 단일화 결렬 선언이 이뤄진 이후에도 두 후보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던 만큼, 두 사람의 비슷한 옷차림을 두고 심상치 않다는 뒷말이 나왔다. 그리고 비슷한 옷차림의 두 사람은 토론 직후 심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회동을 한 뒤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발표를 했다.

 

두 사람의 비슷한 옷차림이 우연의 일치였을지는 몰라도, 선거 국면에서 후보들은 ‘드레스코드’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감색 바탕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사선 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이 넥타이는 지난해 10월 당내 경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선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전히 이 후보에게 흔쾌히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지지층을 의식한 선택인 셈이다.

 

심 후보 역시 정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 셔츠에 노란색 운동화를 신고 티브이 토론회에 임했다. 심 후보는 지난 2차 티브이 토론 때는 노란색 니트에 ‘환경’이란 가치를 담은 초록색 재킷을 입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권오수 전 회장 등 공소장 추가 분석

 김씨 모녀 ‘초 단위’ 통정매매 정황도 “검찰 이미 파악하고도 왜 수사 미루나”

 윤 쪽 “검찰, 투자자는 기소하지 않아” 모녀 거래는 “한건으로 시세 안 올라”

 

‘공소장 오류’ 주장하다 단순투자 해명으로 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 최아무개씨.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뿐 아니라 장모 최아무개씨 증권계좌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수십차례 이용된 사실을 검찰이 지난해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오수(구속기소)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최씨 소유 주식 수만주를 내놓자마자 김씨가 몇십초 만에 곧바로 사들이는 통정매매 의심 거래도 새로 드러났다. 모녀 증권계좌가 같은 시기에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것인데, 윤 후보 쪽은 여전히 두 사람 모두 단순 투자자였을 뿐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주가조작 시점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이사로 활동하는 등 단순 투자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개월째 직접 수사를 미루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2일 <한겨레>가 국회에 제출된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가담자 공소장에 담긴 범죄일람표 등을 분석한 결과, 검찰은 2010년 9~11월 최씨 계좌를 통한 시세조종 혐의 37건을 확인했다. 수법으로는 통정거래(9건), 물량소진(13건), 고가매수(6건), 허수매수(7건), 종가관여(1건), 시가관여(1건) 등이다.

 

검찰이 주가조작에 쓰였다고 판단한 최씨 명의 계좌는 2개다. 검찰은 △최씨가 권 전 회장에게 맡긴 계좌 △권 전 회장의 비정상적 매수 권유로 최씨가 직접 주식을 사는 데 이용한 계좌를 통해 각각 29건, 8건의 시세조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권 전 회장은 최씨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9만4천여주(2억4900여만원어치)를 샀다. 최씨 역시 직접 9만3천여주(3억8700여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호재성 정보를 은밀하게 알려주는 식으로 직접 매수가 있었다고 봤다.

 

특히 2010년 11월3일에는 모녀 사이 통정매매로 의심되는 거래도 이뤄졌다. 통정매매는 작전세력 구성원끼리 사전에 서로 짜고 주식 물량을 주고받는 대표적 주가조작 수법이다. 권 전 회장은 이날 오후 1시14분25초 최씨 계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6만2319주(3550원) 매도 주문을 넣었다. 이 주식은 32초 뒤인 오후 1시14분57초 직접 매수 주문을 넣은 김씨가 전량 사들였다. 윤 후보 쪽은 지난 11일 모녀 간에 어떻게 주식거래가 가능했는지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하루 거래량이 적어 어쩌다 한번 우연히 이뤄진 거래”라고 해명했으나, 모녀 사이 초 단위 거래가 이뤄지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앞서 <한겨레>는 권 전 회장 등의 공소장 분석을 통해, 김건희씨 명의 계좌 5개로 통정매매(106건), 고가매수(113건), 물량소진(45건), 허수매수(16건), 종가관여(4건) 등 284차례 시세조종이 이뤄진 사실을 검찰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공소장 오류”라고 했지만, 범죄일람표를 재검토한 서울중앙지검은 “재검토 결과 오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엔 공소장 오류 대신 다시 단순 투자자 해명을 내놓았다. 최지현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한겨레>에 “(이 사건 관련) 157개 계좌, 91명 투자자 모두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것이 아니다. 검찰도 그렇게 기소하지 않았다. 범죄일람표에 계좌 명의가 들어갔다고 해서 (주가조작) 범행으로 보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모녀 간 거래에 대해서는 “통정매매도 시세조종 의도가 있어야 성립한다. 한건의 거래로 시세가 오를 리 없다. 3년 간 거래에서 한건이 발견됐다는 것은 오히려 주가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권 전 회장과 거액의 금전거래를 지속하는 등 특수관계에 있던 김씨 모녀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사실을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공모, 방조, 단순 투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에 대한 직접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고 석달이 되도록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봐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면 주가조작 전주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하라”고 밝혔다. 민변은 “이번 대선에서 상당수 후보가 개인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스스로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김건희씨를 수백회 기재할 정도로 김씨의 연루 정황을 잘 알면서도 김씨에 대한 수사를 보류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관련기사 : ‘단순 투자자’라던 김건희, 2011년 도이치모터스 이사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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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김건희,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에게 계좌 2개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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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단독] 김건희-도이치모터스 수상한 증권거래 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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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안 없이 19글자 공약 제시, 가짜뉴스·억지주장 반복 여전

2030 여성 부동층 의식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는 그대로”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일 오후 2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19자 단문 공약이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 성평등 기조와 반대되는 구호와 공약을 내세운 것과 다른 행보다.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보이자 2030 여성 부동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단문 공약 제시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반페미니즘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성별 갈등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월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무고죄 처벌 강화(성범죄 처벌 강화와 함께 제시)’란 공약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남녀 갈라치기란 비판이 나왔지만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1월8일)”는 식의 추상적인 답변만 반복해왔다. 반페미니즘 진영에서 주장해 왔으나, 수차례 검증된 가짜뉴스를 유세 때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윤 후보는 “우리 정부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돈이면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북한)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 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며 성인지 예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세 때 활용했다. ‘성인지 예산 35조원설’은 한때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가부 폐지론의 근거로 쓰였던 가짜뉴스다.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는 윤 후보의 주장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윤 후보가 지난달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보면, 성폭력 등 젠더폭력과 관련한 공약은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권력형성범죄 근절’뿐이다. 이 가운데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는 2차 가해를 우려해 성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청년 공약 첫머리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가족’ 우선 정책이 아닌 ‘여성’ 우대 정책 위주의 불공정 정책을 다수 양산하는 해당 부처(여가부)를 폐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별도 부처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성 공약은 임신·출산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윤 후보는 젠더 분야 언론·시민단체의 공식질의에도 답변 거부로 일관해왔다. <한겨레>는 지난 1월19일 디지털 성범죄 대책 등 성평등 전반에 대한 질의서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에 보냈으나, 윤 후보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자 지원에 대한 질문(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 군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질의(군인권센터), 소수자 관련 정책(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단체의 공식질의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최후의 부동층’이라 불리는 2030 여성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2030 여성 유권자 가운데 여전히 부동층이 존재한다.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끌어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대표는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크게 문제 삼는 공약이 아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고죄 처벌 강화는 그대로 두고, 여성 유권자들도 동의할 만한 성범죄 처벌 강화를 과감하게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고은 기자

 

“50.4% 대 43.4%…윤석열, 야권 단일화 결렬 책임 크다”

  리얼미터 조사서 ‘윤석열 책임론’ 고조되자

  국힘 “투표 전까지 단일화 여전히 열려있다”

  안철수엔 “완주땐 정권교체 주역 못돼” 비판

  결렬 책임 피하고 정권교체 여론 흡수 안간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결렬된 데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책임이 더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일 나왔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측과의 접촉이 사실상 끊긴 상황 속에서도 ‘투표 전날까지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단일화 무산에 따른 책임을 피하는 한편 정권교체 여론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2월 28일∼3월1일 이틀간 전국 18살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단일화 결렬 책임이 누구에게 더 크다고 생각하느냐’고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한 결과, 응답자 50.4%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지도부’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지도부’를 택한 응답은 43.4%였고, ‘잘 모름’은 6.3%로 집계됐다.

 

권역별로 보면, 광주·전남·전북(72.7%)과 제주(70.5%), 서울(50.5%)에서 ‘윤석열 책임론’이 높았다. 안 후보 쪽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의견은 대구·경북(57.8%)에서만 절반을 넘겼고, 부산·울산·경남(47.7%)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만 안철수 책임론(59.4%)이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에선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단일화에) 목맬 수는 없다”면서도 “언제든지 (가능성은) 열려는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설상 최종적으로 결렬된다 하더라도 포용의 문제, 통합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집권했을 때의 기본 과제이기 때문에 단일화 끝났으니까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티비에스>(TBS) 라디오에 나와 “최종 투표일까지도 단일화의 그 노력을 해야죠. 당연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안철수 후보께서 정권 교체가 답이라고 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출마해서 당선되는 것이 (맞다)”며 “현재 안철수 후보께서 끝까지 가신다면 사실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이날도 “(장제원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의 회동에선) 여론조사 경선에 의하지 않고 후보 단일화를 한다는 전제 아래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를 했다”, “(안 후보와 이 본부장) 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그렇게 안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단일화 결렬 책임을 국민의당 쪽으로 돌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에는 단일화 논의 재개 의지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단잉화 결렬을 선언한 안 후보 쪽에 ‘정권교체의 걸림돌’이란 책임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해정 기자

 

[유레카] 윤석열 후보의 ‘부동시’ 병역면제

공직 후보자와 그 가족의 병역 면탈 의혹이 가장 크게 공론화된 것은 1997년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두 아들이 모두 체중 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데 대해 의혹이 제기됐고, 선거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듬해 들어선 김대중 정부에서 공직자와 공직 후보자, 그 직계비속의 병역 사항을 공개하는 ‘공직자 등의 병역 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이 추진돼 1999년 제정됐다. 입법 추진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1.6%가 찬성한 데서 고위 공직자들의 병역 면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읽을 수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도 다시 출마한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 면제가 쟁점이 되자 맞고소로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당시 검찰은 80여일에 걸친 수사 끝에 “(병역 비리가)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기소해 입증할 만한 단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200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가 기관지 확장증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을 두고 의혹이 제기됐고 역시 고소와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이 후보의 엑스레이 사진까지 분석하며 수사를 벌인 뒤 의혹을 제기한 지만원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동시 병역 면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윤 후보가 1982년 양쪽 시력 차이 0.6(좌안 0.7-우안 0.1)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1994년 검사 임용과 2002년 재임용 당시 신체검사에서는 부동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시력 차이가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진단서를 제출했는데, 이때는 ‘좌안 1.2-우안 0.5’로, 시력 차이가 0.7이었다. 지난 2010년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도 부동시로 병역 면제를 받아 논란이 됐는데, 병역 신체검사에서는 크던 시력 차이가 법관 임용 신체검사에서는 거의 없어졌다가 인사청문회 때 제출한 진단서에서는 다시 커진 패턴이 비슷하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의혹을 풀기 위해 1994년과 2002년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사실상 무제한의 검증이 필요한 대선 후보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를 언급하며 정부의 공식 서류를 공개하는 것조차 마다하는 것은 옹색하다. 국민의힘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미 검증된 사안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당시에도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가 공개되지 않아 국민의힘이 반발한 바 있다.

 

여야는 3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윤 후보의 신체검사 자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범죄수사 경력 자료를 동시에 열람하기로 했다. 검증에 필요한 자료는 속히 공개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는 게 옳다. 박용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