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과 영토 보존되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지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반드시 역경을 이겨낼 것이라 믿으며, 굳건한 지지와 한국 국민들의 연대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에서 다시 통화하게 되었다”며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희생당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침략에 결연히 맞서 싸우는 대통령님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오후 5시35분부터 6시5분까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는 지난 2020년 4월 10일 이후 약 1년 11개월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위기 극복과 방어를 위한 가용한 지원을 한국 쪽에서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슬픔과 역경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를 기원하며 한국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보존되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피난민들을 위해 총 1천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긴급 제공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우선적으로 생명 보호를 위한 의료품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안심하게 체류할 수 있는 ‘특별 체류 조치’도 했다고 밝힌 뒤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한국 국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단결과 희생이 있기에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낼 것으로 믿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용기를 내시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인 교민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며 우크라이나 외교부에 전하겠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용기를 주는 말씀에 감사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놀라운 국가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0월 한국에 개인적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트위터를 통해 통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리트윗하며 “한국은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러시아에 항전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세계 나라 정상들과 통화를 통해 ‘반러 연합’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반러 제재와 국방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는 가능한 빨리 침략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밖에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등과도 소통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린 바 있다. 이완 기자

 

한국대사관, 체르니우치서 업무재개 준비…태극기 달고 이동

체류 교민 38명으로 줄어… "키이우에 남은 교민들에도 계속 연락"

 

러군 무차별 공습에 지하역서 노숙하는 우크라 키이우 시민들= 러시아군의 침공 일주일째인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시민들이 지하철역을 방공호 삼아 노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키이우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 전황이 악화하면서 공관원의 안전까지 위협받자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철수한 한국 대사관이 루마니아 접경인 체르니우치로 옮겨와 업무 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형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현지시간으로 2일 밤 체르니우치에 도착해 임시로 대사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체르니우치에는 이미 공관원 일부가 임시사무소를 꾸리고 루마니아 등으로 철수하는 교민 지원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키이우에서 체르니우치까지는 약 600㎞ 거리로 평소 5시간 정도 걸리지만, 김 대사 일행은 우크라이나 경찰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검문소 통과와 교통체증 등으로 12시간 남짓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 일행은 이동 중 차량 앞유리창 등에 태극기를 부착했는데, "검문을 통과하거나 다른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아울러 현지인 차량 10여 대가 한국인 일행 뒤에 따라오며 함께 움직였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교민은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3일 오후 3시) 기준 38명(공관원 및 크림지역 교민 10명 제외)으로 집계됐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현지 체류 교민은 총 42명이었지만,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각각 2명씩 총 4명의 교민이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민 38명 가운데 현지 상황을 보며 철수할 예정인 인원은 12명, 잔류 희망자는 26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이 키이우에서 이동하면서 한 분이라도 더 모셔가려고 노력했었다"면서 "대사관이 새로운 지역에서 업무를 계속하겠지만 키이우에 남은 이들에게도 연락을 계속하며 (철수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

윤 우안 시력, 1982년 0.1→2002년 0.6

민주 “시력 조작”-국힘 “저급한 공세” 공방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과 국민의 힘 전주혜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 앞에서 이재명 후보의 범죄수사 경력과 윤석열 후보의 부동시 관련 자료 동시 열람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0대 대선을 6일 앞둔 3일, 윤석열 후보의 ‘부동시 병역기피 의혹’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로 윤 후보의 ‘고무줄 시력’이 확인됐다며 허위 부동시 진단을 통한 병역 면탈을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시력 검사만으로 부동시를 판정하지 않는다며 “저급한 정치 공세”라고 맞섰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법무부가 전날 제출한 자료를 비공개로 함께 열람한 뒤 윤 후보의 과거 시력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박주민 의원은 윤 후보의 시력이 병역을 면제받았던 1982년에는 좌안 0.8, 우안 0.1로 시력 차이가 0.7이었지만, 1994년 공무원(검사) 임용 때 윤 후보가 제출한 보라매병원 신체검사 결과에서는 각각 0.7과 0.5였다고 밝혔다. 변호사로 개업했던 윤 후보가 2002년 검사 재임용 때 제출한 강남병원(현 서울의료원) 신체검사 결과에서는 좌안 0.9, 우안 0.6이었다.

 

1982년 0.1이었던 우안 시력이 20년 뒤인 2002년에는 0.6으로 좋아지면서 두 눈의 시력차가 줄어든 기록이 확인되자 민주당은 “선택적 시력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가) 병역 면제를 받았을 때 부동시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며 “안과 전문의들이 부동시였던 시력이 좋아질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을 보면, 결국 정상으로 나온 시력 조사가 정확한 신체검사 결과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역을 기피한 사람이 국군 통수권자가 될 수 없다는 대한민국의 오랜 기준에서 볼 때 윤 후보는 부적격자”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한쪽 눈을 가리고 시력판을 읽는 주관적 시력인 나안 시력은 부동시 판정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부동시 판정은 굴절률 검사 기계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확인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로는 부동시 여부를 의학적으로 판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시 관련해서는 시력만 필요한 게 아니라 ‘디옵터’에 관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력 검사를 받아 ‘2.5 디옵터의 양안 부동시’라는 진단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도 제기됐던 부동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자료였다. 1982년 당시의 병역면제 조건(좌우 양쪽 눈의 차이가 3.0 디옵터 이상이거나 양쪽 눈의 차이가 2.0 디옵터 이상이면서 오른쪽 눈이 나쁜 경우)에 해당됐음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입장문을 내어 “민주당 덕분에 윤 후보의 부동시 군 면제 논란이 명확히 정리됐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치졸한 의혹 제기”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수사경력 자료도 함께 열람했다. 국민의힘 쪽이 이 후보가 과거 소년범이었는지를 확인하겠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날 열람한 자료에는 이 후보의 과거 음주운전 등 벌금 전과 4건과 성남에프시(FC) 뇌물 혐의 수사 사안 1건, 2020년 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건만이 담겨 있었고 소년범 기록은 없었다. 최하얀 기자

 

윤석열 겨냥 추미애 "검찰독재, 군부독재보다 더 지독"

사전투표 전날인 3일 부산서 이재명 후보 지원유세... 윤 후보 때리기에 집중

 

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명예상임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명예상임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을 찾아 "검찰독재는 군부독재보다 더 지독하다"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대장동 방어하고 엘시티 소환... 김건희 논란도 거론

 

이날 부산 방문의 첫 일정으로 전통시장인 기장시장을 선택한 추 전 장관은 16분간 마이크를 잡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 후보 지지 호소에 힘을 실으면서도 그는 상당 시간을 윤 후보 때리기에 할애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수사지휘권을 놓고 충돌한 추 전 장관은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을 언급하며 "무려 170가지가 넘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가 담겨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후보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많이 알고 있다"라며 "자신이 수사 지휘한 범죄만 해도 손가락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추 위원장은 검찰과 정치세력, 법관이 똘똘 뭉쳐 개발이익을 추구한 부패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는 "일찍이 말씀드린 대장동 비리 내용이 맞았다"라며 "대장동 공공개발을 못하게 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고,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하도록 막은 건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이것을 돌파하고 이재명 후보가 7천억 원을 환수했다"라며 '이재명 게이트'라는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전날 법정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대장동 특검'을 놓고도 윤 후보가 즉각 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윤 후보가 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건"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이어 부산 해운대 엘시티 특혜 비리 사건까지 거론한 추 전 장관은 "제가 초선의원 시절 국정감사를 통해 다대·만덕지구 비리를 고발했는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엘시티에서 수조 원의 개발이익을 (민간업자가) 가져갔다. 그때 부산시는 한푼도 공익환수를 하지 않았다. 이것이 부패이고 검은 카르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대·만덕지구 사건'은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이자 주범인 이영복씨가 1990년대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과 만덕동 녹지를 개발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 사건을 말한다. 이씨는 도피하다 자수해 실형 3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이후 이는 해운대 엘시티 사건이라는 대형 비리 사건으로 이어졌다.

 

"검찰당과 부패세력의 결합을 여러분이 막아달라"던 그의 입에서는 윤 후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동시에 공세도 더 거칠어졌다. 그는 "윤 후보가 공정과 상식을 말할 자격이 없다"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에 꺼내 든 것은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이었다.

 

윤 후보가 지난달 21일 첫 법정 TV토론에서 "(김씨가 주가조작에) 참가한 적이 없다"라고 선을 긋고, 최근 관련 언론보도에 국민의힘이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황에도 추 전 장관은 '할 말을 해야 한다'라는 태도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윤 후보는 국정농단 세력보다 훨씬 더 비리를 안고 있는 부패 덩어리입니다.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가리고 있습니다. 윤 후보가 말하는 정권교체는 국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부패세력이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검찰의 힘으로 갖고 가겠다는 검찰독재를 꿈꾸는 쿠데타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막아주셔야 합니다. 제가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더라면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도 그대로 실종됐을 것입니다. 범죄 행각 이후 9년 만에 저의 수사 지휘로 인해 공범들은 몽땅 구속기소 됐습니다. 그런데 돈을 낸,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른 김건희씨는 윤 총장의 배경을 믿고 수사를 받지 않고 소환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주가조작은 큰 경제사범 아닙니까."

 

기장시장 앞에서 연설을 마친 추 전 장관은 이날 저녁 서구·동구를 거쳐 사전투표일인 4일 울산과 대구를 잇달아 찾는다. 이곳에서도 부산과 비슷한 유세 내용으로 '윤석열 공격수'를 자처할 전망이다. 오마이뉴스

 

민주 "윤석열 장모, 3천여평 투기 의혹, 토지공사에 팔아 7억 차익"

"충북 혁신도시 선언 며칠 뒤 땅 매입“ 자료제시

  국힘 "내부 정부 이용 전혀 없어…투기 근거없어"

 

법정 향하는 윤석열 장모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는 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충북 음성군 맹동면 신돈리 공장용지 등 일대 토지 3천200여평을 취득한 뒤 한국토지공사(현 LH공사)에 팔아 약 7억원의 차익을 챙긴 '투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TF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이 맹동 일대에 기업혁신도시 유치를 선언한 지 18일 만인 2005년 9월 23일, 최씨가 혁신도시 부지 인근 토지 약 3천108평(1만227㎡)을 8억2백만원에 매입했으며 2008년 2월 주변 토지 약 156평(517㎡)을 4천710만원에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음성군과 진천군이 유치를 선언한 지역은 2005년 12월 혁신도시 대상지로 지정됐다.

 

이후 최씨는 2008년 8월 일대 토지 3천263평(1만784㎡)을 비축토지매입사업을 통해 LH공사에 매각하겠다고 신청했으며, LH공사는 감정평가를 거쳐 14억8천515만원에 최씨의 땅을 매입했다고 TF는 지적했다.

 

비축토지매입사업은 토지시장 안정과 수급조절을 위해 LH공사가 개인·법인으로부터 토지를 사들이는 사업이다.

김병기 TF단장은 "부동산 투기 차액 실현을 위해 LH공사가 수행하는 비축토지매입사업에까지 손을 뻗친 기술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씨가 신돈리 공장용지 등을 처음 매입한 시점은 농지법을 위반해가며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인근 농지를 매입하던 시기와 근접하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내용의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양평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장용지 주인과 농민을 오가며 투기 행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입장문에서 "해당 토지 투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토지는 경매를 통해 취득했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도 전혀 없다. 공장 임대업 등을 위해 매입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상당 기간이 지난 후 매각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어 "무엇을 근거로 투기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허위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

야권 단일화 “잔파도” 빗대며 지지 호소

여성 생존·참정권 의미 ‘빵과 장미’ 받기도

3일 대선 핵심 승부처 서울 집중 유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포옹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결단할 것이라 믿는다”며 야권 단일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단일화 파장 속에서 대선 핵심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서울 일대를 돌며 단일화 파급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현장 유세에서 “왕이 지배하던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하고, 백성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니 존중하라고 했다”며 “백성은 군주를 물 위에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는 강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의 국민 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명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위해서 국민들이 결단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야권 단일화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국민적 지지로 단일화 파고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후보 지지대열에 합류한 뒤 처음으로 공개 유세에 나선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당 후보도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따르겠느냐, 아니면 야합을 따르겠느냐”며 목소리를 보탰다.

 

이 후보는 앞서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한 유세에서도 “세상의 잔파도는 많다. 그러나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 지성이 바로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를 ‘잔파도’에 빗대 평가절하며 지지를 거듭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로 유세는 ‘여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기도 했다. 수도권 부동층 공략을 위해서다. 이 후보는 “치안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불안을 느낀다”며 “성범죄로부터 여성의 일상을 확실히 지키겠다. 성범죄, 스토킹 피해자들이 더 빠르게 더 확실하게 보호받고 더 안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에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를 전달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진행된 서울 강서·금천 유세에서는 ‘부동산’을 화두로 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큰 수도권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이 후보는 강서 발산역 유세에서 “민주당이 여러분께 부동산 때문에 고생시킨 것을 알고 있다”며 “저는 시장주의자고, 실용주의자다. 시장이 주택이 부족하다 하면 추가 공급하고, 정상적 수요와 공급에 의해 만들어진 가격은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갑자기 집값이 올라서 세금이 팍 오르면 안 된다. 단계적으로 철저히 올려가겠다”며 “재건축 재개발도 층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안전진단(기준도) 완화해서 좀 더 깨끗하고 큰 집을 살겠다 하는 소망을 확실히 들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뒤이은 금천 가산디지털다지 유세에서도 “앞으로 부동산 정책은 필요한 사람이 주거용으로 워하는 만큼 얼마든지 취득할 수 있게 하겠다”며 거듭 의지를 드러냈다. 심우삼 기자

 

이재명 지원유세 김동연 "비전을 따르겠나, 야합을 따르겠나"

윤·안 단일화 맹비난... 이재명 "정치는 사실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 "왕조 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의 국민 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나."

 

김동연 전 후보 : "오늘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소위 단일화를 했다. 이들은 나라의 비전은 뒤로 제쳐놓고 어떤 자리에 어떤 권력을 나눌 것이냐고 한다. 이익에 따른 '야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를 강하게 비난했다. 전날 대선후보직을 중도사퇴하며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후보도 이날 처음으로 민주당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 윤·안 단일화는 "이익에 따른 야합"이라면서 맹공을 폈다.

 

이재명 "정치는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세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겨냥해 "여러분 사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왕이 지배하던 왕조 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하고 백성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니 존중하라고 했다"면서 "백성은 군주를 물 위에 띄우기도 하지만 엎을 수도 있는 강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왕조 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의 국민 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나"라며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고 특정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한 분 한 분 나서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말씀한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생각으로 담벼락에 대고 고함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실천하자"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국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우리가 조직해서 행동하자"는 등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특히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이 후보는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와 관련해 "주식시장이 불공정해 누군가는 수천, 수만을 속여 주가를 조작해 엄청난 재산을 불리는 반면, 개미 투자자는 갑자기 '개미핥기'에 당하듯 싹 핥아가면 누가 주식시장에 투자하겠나"라며 "주가 조작하면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80년, 100년씩 징역 보내고 이익 본 것의 몇 배씩 물어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우리는 가치와 철학의 공유, 윤·안 단일화는 야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 앞 유세에서 지지선언을 통해 후보를 사퇴한 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전 대선후보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전날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김동연 전 후보도 이날 유세에 처음으로 함께 했다. 김 전 후보는 "오늘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소위 단일화를 했다"면서 "국민들은 묻는다. 이들은 어떤 자리를 나눠 가질 것이냐고, 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분점할 것이냐고"라고 했다. 그는 "이들은 나라의 비전은 뒤로 제쳐놓고 어떤 자리에 어떤 권력을 나눌 것이냐고 묻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익에 따른 야합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후보는 그러면서 자신과 이 후보의 단일화는 "가치와 철학의 공유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재명 후보와 저는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공유하면서 함께 힘을 합쳤다"라며 "비전을 따르겠나, 아니면 야합을 따르겠나"라고 물었다.

 

김 전 후보는 "이재명의 추진력과 김동연의 일머리가 합쳐지면 못 할 게 없다. 이재명의 현실 감각과 김동연의 국제 감각이 뭉쳐지면 못 할 게 없다"라며 "단순한 야합과 단일화가 아니라 우리 기득권을 깨고 정치교체를 이루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청년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 전 후보는 "저와 새로운물결은 모든 것을 바쳐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고 했다.

 

김민석 "이런 정치공학은 20년 전 이미 끝났다"

 

민주당은 이날 유세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야합'으로 몰아세우는 데 당력을 쏟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유세 연설 중 "사전에서 '야합'을 찾아봤더니 첫 번째 의미는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함'이더라. '얼레리 꼴레리' 한 것"이라며 "그런데 그 두분은 남녀가 아닌 남남"이라고 말했다. 기 의원은 또 "그렇게 윤핵관이라고 지탄받아 마지않던 장제원씨의 누나의 집에서, 그것도 새벽 야심한 시간에, 방역법 위반의 의혹을 무릅쓰고 그들이 야합을 했다"고 비난했다.

 

3선 중진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오늘 아침 제일 따끈따끈한 뉴스가 선거 속보가 아니라 분실물 소식이었다"라며 "'윤석열 같이 무능한 사람 찍으면 1년이 안 돼서 내 손가락을 후회하게 될 거다, 잃어버려서'라고 한 안철수 후보의 손가락이 어디 갔는지 온 국민이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과거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했을 때 온 국민이 걱정했고 정치공학으론 위기였지만, 승자는 누구였나"라며 "노무현이었다"고도 언급했다. 당시 김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편에 선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장관 출신인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무대에 올라 "(안 후보는) 철수하려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가 그들의 야합을 깨끗이 보내드리려면 내일과 모레 가까운 주민센터에 나가서 사전투표 해주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 발의…이재명, 고인 부친과 통화”

“유족 특검법 요청…후보가 당에 요구

 군대 내 성폭력 피해 억울함 풀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 2차 가해 등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 숨진 이예람 공군 중사와 관련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날 고용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와 함께 유족의 뜻을 받들어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 발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는 오늘 오후 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환님과 통화했다”며 “이주환님은 오늘 통화에서 고 이예람 중사 관련 특검법 발의를 요청하셨고, 이재명 후보는 당에 특검법 발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 중사는 군 내 성폭력과 2차 피해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수사와 기소가 진행됐으나, 2차 가해자와 부실수사 책임자가 온전히 처벌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군 내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라며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은 한 치의 억울함도, 의혹도 남기지 않고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억울함 없는 세상이 공정한 세상’이라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일관된 소신”이라며 “군 내 성폭력 악습을 제도적으로 끊어내겠다는 약속도 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고 이예람 중사와 유족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열린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에서 이예람 중사 특검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 토론 때 이 중사 특검을 요구하는 아버님 뜻을 제가 전달했는데 야 3당은 합의를 해서 법안을 냈다. 당하고 이야기를 해봤나”라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서도 “당이 제가 시킨다고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김윤주 기자

밖으론 ‘반드시 완주’ 공언하며 물밑에선 ‘구애’

‘다당제 정착’ 소신이라며 ‘합당’도 앞뒤 안 맞아

자신이 반대해온 ‘닥치고 단일화’와 뭐가 다른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 유세에서 ‘이순신의 12척’를 언급하며 완주 의지를 밝힌 지 나흘 만이다. 투표일을 불과 엿새 앞두고 이뤄진 단일화로 ‘4자 대결’로 진행돼온 선거 구도가 급변하게 됐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후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미래 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 후보는 “정권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권교체론’이 꾸준히 우위를 지켜온 여론 지형을 고려하면, 야권 후보들이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자 구도에서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결선투표가 없는 현행 선거 제도 아래선 공학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을 배제하기 힘든 탓이다.

 

하지만 모든 단일화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일화는 유권자의 선택지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행위라는 점에서 ‘목적’뿐 아니라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원칙 없는 단일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두 후보는 이날 ‘국민통합 정부’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걸고 ‘더 좋은 정권교체’를 명분 삼아 ‘인수위 공동 구성’ 등 단일화 후속 프로세스를 국민 앞에 제시했지만, 이런 내용은 지난달 27일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기 전부터 양쪽이 논의했던 것들이다. 불과 나흘 사이에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는’ 어떤 사정 변경의 사유가 생겼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그동안 그가 그토록 반대했던 ‘닥치고 단일화’ ‘무조건 단일화’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망스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거듭 ‘완주’를 공언해왔다. 지난달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거부당한 뒤에는 유세 차량 사고로 숨진 당직자의 ‘유지’까지 언급하며 ‘철수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3일 울산 유세에선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 무능한 후보를 뽑으면 1년이 지나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란 얘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또 “(윤 후보의 당선은) 진정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교대”라는 말은 수시로 해왔다.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온 안철수 후보가 ‘선거 후 합당’에 합의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합당’이 안 후보에게 당대표나 총리, 수도권 광역단체장 같은 정치적 미래를 열어줄지 모르겠으나, 그의 소신이라는 다당제 정착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2일 마지막 TV 토론회 뒤 단일화 담판을 요청한 게 안 후보 쪽이었다는 보도는 충격을 더한다. 밖으로는 ‘단일화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물밑에선 접촉을 이어가며 단일화 성사에 매달렸단 말인가. 지지자와 국민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다.

 

4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엿새 뒤엔 본투표다. 두 사람의 단일화가 명분 있는 선택인지, 권력 나누기식 야합인지는 유권자들이 평가할 몫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내세운 비전과 공약뿐 아니라, 그동안의 말과 행동에 진정성이 있었는지도 면밀히 따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란다.

 

“윤-안 국민 모욕”…민주, 역풍 타고 중도층 지지 확산 기대 

선대위 24시간 비상체제…‘위기극복 총사령관, 유능한 경제대통령’ 강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영등포 집중 유세에서 후보를 사퇴하고 지원유세에 나선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3일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선거대책위원회를 비상 체제로 전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은 ‘명분 없는 단일화’에 대한 역풍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중도 부동층도 이 후보 쪽으로 돌아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유세에서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 국민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냐”고 비판하며 “국민의 손을 잡고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이재명은 지금까지도 국민과 역사를 믿고 이 자리에 왔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국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앞서 열린 서울 종로 유세에서도 “세상에 잔파도는 많지만,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호소했다.

 

민주당은 윤·안 두 후보가 국회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시작한 오전 8시 본부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회의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티브이(TV)토론이 끝나고 새벽에 기습적으로 만나서 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정치 행위”라며 “양측 지지자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런 형태의 단일화는 효과를 발휘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당제 정치개혁을 주장하다 국민의힘으로 합당을 선택한 안철수 전 후보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안 후보는) 선택권을 확대하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정치를 말했고 (단일화는) 그것을 기대해온 국민들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양당제를 강화하는 이 야합은 정치 교체가 아니라 기만 정치”라고 지적했다.

 

선대위를 비상체제로 전환한 민주당은 “당원과 지지자들은 비상한 결의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쳐온 상황에서 단일화가 미칠 파장에 긴장하면서도 단일화 역풍으로 중도층의 이 후보 지지 확산과 민주당 지지층 결집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새벽 밀실 합의 같은 게 중도 부동층이 가장 싫어하는 ‘구 정치행위’”라며 “역풍이 불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선대위 핵심 관계자도 “안 후보의 지지자 가운데 절반은 이 후보의 지지층”이라며 “그간 이 후보를 찍기를 망설였던 분들도 위기감 속에서 투표장에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민주당은 ‘위기극복 총사령관·경제대통령’ 전략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우상호 본부장은 “막판에 변수 하나가 발생했지만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는 인물론을 주요 기조로 계속 가져가기로 결정했다”며 “단일화와 무관하게 권력분산과 다당제 논의 등 정치개혁 의제를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도 “굳이 전략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지금처럼 ‘경제·민생 대통령’을 가져가는 게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대위 안에선 안 후보와의 연결고리였던 ‘정치 개혁’의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초 안 후보와의 연대를 염두에 둔 ‘통합 정부’ 구상에서 국민의힘은 배제돼 있었던 만큼 윤 후보와 합당을 앞둔 안 후보는 협치 상대에서 제외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개혁안은 단일화의 조건이 아니라 국민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겠지만 동력이 많이 약화되긴 할 것”이라며 “안 후보가 우리를 돕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완주를 해서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면 정치 개혁안이 더 힘을 받았을 건데 아쉽다”고 말했다. 또다른 선대위 핵심 관계자도 “정치 개혁안의 원칙은 제3당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논의의 틀이 사라진 건 사실”이라며 “(파트너십의) 실체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다르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채경화 심우삼 김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