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이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사전투표 열기가 본투표까지 이어져 최종 투표율이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80%를 넘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부터 5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선거인 4419만7692명 가운데 1632만3602명이 투표해 36.93%의 최종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26.69%)보다 무려 10.24%포인트 높은 수치로, 30%대를 처음으로 돌파한 것이다. 2017년 19대 대선(26.06%)과 견줘도 10.87%포인트 높았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51.45%로 제일 높았고, 전북(48.63%)과 광주(48.27%)가 그 뒤를 이었다. 경기도가 33.65%로 가장 낮았고 대구(33.91%)와 인천(34.09%) 순으로 낮았다. 서울은 37.23%로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데 대해 “이번 대선의 높은 관심과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한 사전투표의 편리함, 선거 당일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분산 등으로 인해 사전투표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두산동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혹은 격리자가 투표 용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5년 만에 대선 투표율이 다시 80%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9대 대선때는 26.1%의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최종 투표율은 77.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견해가 엇갈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전투표 독려와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인한 분산 투표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며 “지난 대선과 비슷한 수준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무관심하거나 불가항력적인 사람 빼고는 모두 투표하는 분위기”라며 “이 추세가 본투표까지 이어진다면 80%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가 절차 미흡 등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투표 마감도 지연됐다. 장나래 기자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곳곳서 혼란…여야 모두 선관위 준비 부실 질타
복잡한 절차에 준비 부족…투표 마감 절차 지연
“확진자 강풍 속 장시간 대기하다 쓰러지기도”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역 광장에 확진·격리 유권자를 위해 설치된 임시기표소.
20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전국 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한 사전투표가 진행됐지만, 준비 부족과 절차 미흡으로 곳곳에서 유권자들의 불만 섞인 항의가 이어졌다. 혼란이 이어지면서 오후 6시까지인 사전투표 마감 절차도 지연됐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운영에 대해 질타하고 나섰다.
이날 여야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국 곳곳이 투표소에선 확진자를 위한 투표함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복잡한 확인 절차로 투표 시간이 길어지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5일 논평을 내어 “대통령 선거를 허술하고 부실하게 준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이하고 무능한 행정이 불러온 참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사전투표장에 마련된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소’가 야외에 1개만 설치돼 코로나19 확진자들은 강한 바람을 맞으며 200m가량 긴 줄을 서며 마냥 기다려야 했다. 확진자 중 일부는 강풍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는 확진자가 투표를 위해 장시간 기다리다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부산 강서구 명지1동 사전투표소에서도 선관위 측이 확진자, 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닐 봉투에 담아 한꺼번에 투표함에 넣겠다고 말해 유권자들이 반발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인의 후보자를 선택하여 투표용지의 해당란에 기표한 후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4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코로나19에 확진되신 분들이 투표하는 과정에 많은 불편을 겪으셨다고 한다.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처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서영교 총괄상황실장도 입장문을 내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나오신 유권자들께서 추운 날씨에 밖에서 수십분간 대기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며 “전국의 투표소 상황을 전부 체크해서 불편했던 부분들은 국민께 양해를 구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 대책을 마련해 (오는 9일) 본투표에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선관위에 강력하게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에 선관위는 “사전투표소가 동별로 1개소뿐인 데다, 높은 사전투표율로 인해 많은 사람이 투표장으로 나오셔서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투표에선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서 총괄상황실장이 전했다. 이재훈 장나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한다면 한다! GTX 연장으로 가까워지는 경기와 서울!' 평택 유세에서 평택 공약을 약속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을 언급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평택 평택역 앞에서 열린 현장 유세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할 일이 없으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질러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나.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술이라도 한잔 사주고 그러면서 같이 가자고 한번 해달라”라며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세상을 바꿀 것이고 여러분의 정성이 모이면 3월10일 과거로 가는 퇴행이 아니라 희망찬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 맞서기 위해 주변에 최대한 이 후보에 대한 투표를 독려해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저는 한 번도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불신해본 일이 없다”며 “파도 같은 온갖 잔물결이 있어도 그 거대한 도도한 흐름을 어떻게 바꾸겠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서 열린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광장 유세에서도 야권 단일화를 겨냥해 “지금 상황이 좀 이상해지긴 했는데 뭐 상관이 있나”라며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역사는 우리 국민들이 만들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상황이 변했든 아니든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교체의 꿈을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과 역량을 한데 모아서 오로지 정치가 국민 위해서 작동하는 통합정치, 통합정부의 꿈을 확실히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통합정부의 파트너로 상정했던 안 대표가 윤 후보에게로 돌아섰지만 정치개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평택과 시흥 두 곳 모두에서 윤 후보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 공약에 대해 비판했다. 이 후보는 “쓸데없이 사드를 평택에 설치한다고 해서 여러분 얼마나 불안했나”라며 “언제는 충청도에 설치한다고 했다가 어떤 때는 강원도에 설치한다고 했다가 언제는 경북에 설치한다고 했다가 요새는 말을 안 하는 것 같다. 근데 포기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한국형 아이언돔(장사정포요격체계)이 이미 개발완료 단계인데 수도권에 사드를 왜 배치하나”라며 “국민을 안보 가지고 농락하면 되겠나. 공동체의 운명이 달린 안보 문제를 정략으로 이용해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심판해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또 GTX 노선 연장 등 지역 공약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평택에서 “사드 쓸데없이 1조5000억원씩이나 주고 필요 없다는데 굳이 살 수도 있고 반대로 이재명 같은 사람 뽑아놓으면 예산 아끼고 여러분이 원하시는 대로 GTX-A, GTX-C 노선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흥에서도 “제가 성남시에서 그리고 경기도에서 했던 것처럼 예산 아끼고 세금 안 내는 것 철저하게 걷어서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GTX-C 노선 오이도역 연장 이런 것 팍팍 해야 할 거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쌍용차가 평택 경제에 크게 도움됐지만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산업 전환,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에 전기차로의 전환도 있다. 신속하게 이 경제적 흐름을 따라서 쌍용차도 새로운 길, 회생하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성남 등 경기지역 훑은 이재명 “전국민이 나를 쓸 수 있게 해달라”
시장 · 도지사 재직했던 경기 일대 유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성남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재명이 있습니다' 성남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시장과 도지사로 일했던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 오산시 등을 잇따라 찾아 자신의 재임 시절 성과를 강조하며 “전국민이 이재명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2010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제19대와 20대 성남시장,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제35대 경기도지사로 재임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성남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현장 유세에서 “사랑하는 성남시민 여러분. 여러분의 이웃, 양지마을 주민 이재명 인사드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열세살 꼬맹이가 어머니 손잡고 공장에 출근하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해서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며 “저를 키워준 것도, 이 자리에 오게 한 것도 제 사랑하는 이웃들 우리 성남시민 여러분 아니겠느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가 열세살 어린 나이에 성남으로 이사 와 상대원시장에서 청소 일 하시던 아버지, 시장에 딸린 공중화장실을 지키며 10원, 20원 사용료를 받으며 고생하시던 어머니와 여동생이 이제는 다 이 세상에 없지만 또 다른 형제자매들과 함께 성남을 터전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내가 (지난 유세 때) 상대원시장에서 울었다고 자꾸 울지 말라고 하는데 더는 울지 않을 것이다. 내가 왜 울겠느냐”고 말하자 지지자들이 “의젓하다”고 외치며 화답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어 “여러분이 이재명을 써보고 ‘품질 좋고 괜찮으니 한 번 써보라’하는 바람에 제가 경기도지사가 되지 않았나”라며 “청년 기본소득,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등을 잘해서 경기도민들이 ‘진짜 괜찮네. 대한민국을 위해 한 번 써보자’ 이렇게 된 거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서 열린 용인시 스타벅스 죽전단국대점 앞 유세에서도 “제가 정말 경기도 관내에 국내외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애 많이 썼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잘 진행되고 있죠. 용인 플랫폼시티도 잘 가고 있죠”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용인시민과 경기도민 여러분이 이재명 써보니까 쓸 만 하더라 동네에 소문내서 이재명을 전국민이 쓸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5200만의 운명이 걸린 일들을 초보 아마추어가, 더군다나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이끌어갈 경우에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라”며 “누군가처럼 대통령이 하는 일을 통치라고 생각하고 국민을 지배 대상으로 여긴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되겠나. 우리가 촛불을 들어 만들어낸, 세계에 자랑할 만한 민주공화국을 3월10일 이후에도 계속 지켜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능하고 검증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준비돼있고 경험 많은 리더가 있다면 우리 미래가 얼마나 좋아지겠나”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후 오산시청 앞 광장에서 연 유세에서도 “3월10일에 똑같은 세상이 그대로 있겠지만 미래는 전혀 다른 미래가 기다릴 것”이라며 “과거로 퇴행하고 정쟁과 정치보복이 난무하며 전쟁을 자꾸 자극해서 한반도 리스크와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심화하는 세상, 국민들이 서로 증오하고 분열하고 갈등하는 세상 아니면 다당제 새정치 가능해서 국민들이 둘 중 하나 나쁜 거 뽑는 게 아니라 제3, 제4의 선택이 가능한 합리적 제도를 갖추고,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 나아가는 세상, 이 둘 중에 어떤 세상이 열릴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이재명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단일화 맞선 결집 호소
강원·경기·서울 유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평내호평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실천하는 양심’을 강조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을 거론하며 투표 참여를 강조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 맞서 전통적 지지층의 총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강원 춘천 중앙로 유세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할 일이 없으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질러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그런데 요새 할 일이 얼마나 많냐. 카톡 해야지, 전화해야지, 투표하라고 말해야지, 같이 해야지”라며 ”이렇게 함성이라도 질러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돼 정권교체에 힘이 실리는 위기 상황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주변 지인을 설득해달라는 당부다. 이 후보는 경기 남양주시 평내호평역 광장에서도 “제가 안타까운 것이 있는데 제가 경기도에 있으면 안 그랬을 것 같은데 경기도가 (사전투표율이) 제일 낮다는데 경기도가 내일까지 1등 하자”며 “경기도가 꼴찌인 것이 말이 되냐. 1등은 아니어도 꼴찌는 면하자”고 거듭 호소했다. 사전투표 첫날 전국 투표율은 17.57%였지만 경기도는 15.12%로 투표율이 가장 저조했다.
이 후보는 또 “저는 정치 주류 출신이 못 된다”며 자신이 비주류이기 때문에 정치교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거대 양당이 아니라 제3의 선택도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하는 전략이 아니라 이재명이 평생 가진 꿈”이라며 “진영과 이념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국민내각, 국민통합 정부를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통합정부의 파트너로 상정했던 안 대표가 윤 후보 지지로 돌아섰더라도 정치개혁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강원 홍천 유세에서도 “제3의 선택이 가능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정치로, 소위 새 정치로 가겠다”며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4년 또는 5년 정도 하고 그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통합정부라는 하나의 전통을 만들면 앞으로 정치가 정치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정치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 앞서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홍천 유세에서 “투표 한장의 가치가 6787만원”이라며 투표를 강조했다. “대통령이 5년 동안 쓰는 예산을 유권자 수로 나눈” 결과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이 돈을 정말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제대로 쓰면 삶이 얼마나 좋아지겠냐”며 “엄청난 예산이 4대강을 다시 만들거나 쓰잘데 없이 경제를 나쁘게 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만 사거나 하는 데 쓰이지 않겠냐”며 윤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또 이 후보는 “안보 불안을 조성해 표를 얻겠다는 구태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군사력 6위의 군사 강국을 만든 것이 문재인 정부 아니냐”고 했다. 윤 후보가 “강력한 힘이 있어야 안보가 가능하다”며 ‘선제타격론’ 등을 주장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내실 있는 안보 태세를 다져놨음을 강원 지역에서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 장소인 서울 광진구와 강동구에서 잇달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과하며 서울의 ‘부동산 표심’을 달랬다. 이 후보는 “서울 지지율이 낮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부동산 때문에 고생이 많지 않냐. 시장에 대한 인식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존중하겠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부동산 투기를 확실하게 잡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도 “민주당이 잘한 것도 많지만 이것은 정말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라며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 점은 사과드린다. 이재명이 주도하는 민주당은 과거의 민주당과는 다를 것”이라고 부동산 정책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청년 취업활동 계좌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청년에게도 실업급여 △‘청년 일자리 사회책임제’ 도입 등의 청년 일자리 공약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지방 청년은 이중으로 어렵다”, “4기 민주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청년 삶의 일부나마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며 청년 표심을 파고들었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윤석열 겨냥 "지도자 무능·무지·무책임하면 국가운명 결딴“
"엄청난 예산을 4대강 다시 만들거나 쓸데없는 사드 사는 데 쓸 수도"
"통합정부, 대통령 되는 것보다 중요…분위기 보니 내가 대통령 안 되면 불가능"
이재명은 합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강동의 선택은 이재명입니다!"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4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이) 모르고 무책임하고 특히 불성실하고 이럴 경우 나라가 완전히 극단적으로 반대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홍천 유세에서 "대통령은 정말 파도만 착 봐도 바람 방향, 세기를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지 모르면 국정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머리를 빌리려면 빌릴 머리라도 있어야 한다는 김종인 박사의 얘기도 있지 않나"라며 "대통령이라는 것은 그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큰 영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결국 그런 사람에게 맡기면 우리를 위해 쓸 엄청난 예산들이 결국 4대강을 다시 만들거나 쓸데없이 경제만 나쁘게 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사거나 이런 데만 쓰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양주 유세에서도 "나라의 지도자가 무능, 무지, 무책임하면 국가의 운명이 결딴난다"면서 "지도자의 무지와 무능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죄악"이라고 쏘아붙였다.
지지자에게 인사하는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4일 서울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열린 '더 큰 중랑! 새로운 광진! 뭉치면 이깁니다!' 중랑-광진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브라질 보지 않았나. 민주주의 체제가 튼튼하게 유지되면서 경제 8대 강국으로 성장했다가 부패한 검찰, 사법이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서 그 체제를 무너뜨리고 결국 경제위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춘천 유세에서는 "누가 그랬는데 저도 동의한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며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도둑이 너무 많을 뿐 아니고 도둑이 도둑을 잡는 선량한 사람한테 도둑이라고 뒤집어씌우더라"면서 "자기 사욕, 주머니를 채우다가 그거 막는 선량한 정치인을 뒤집어씌우고 퇴출, 좌절시키고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게 아니고 자신을 위해 정치하는 이런 잘못된 정치가 결국 우리 삶을 이 정도밖에 못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진짜 정치교체를 하자"라면서 "중간지대, 제삼지대도 있어야 하고 양자택일하지 않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촛불로 물러난 세력이 지금 다시 복귀하지 않느냐"라며 "자꾸 교체하고 싶어하다보니까 '더 나빠도 일단 교체하고 보자' 이런 분위기 만들지 않느냐. 더 나쁜 정권교체가 좋은가, 더 나은 정치교체가 좋은가"라고 되물었다.
연설 마친 후 인사하는 이재명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오후 강원 춘천시 브라운5번가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정치교체와 통합정부의 꿈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4년 또는 5년 정도 하고 그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정치를 바꾸고 통합정부라고 하는 하나의 전통을 만들면 앞으로는 정치가 정치인들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국민 국가를 위해 정치하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강동 유세에서는 "더 나쁜 정권교체 하면 뭐하냐"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이재명이 출마하지 않느냐"라며 야권의 정권 교체론을 반박했다.
이 후보는 대선 전 마지막 주말인 5일에는 경기 남부권, 6일에는 서울 강북권을 순회하며 수도권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후 7일 제주·영남 등을 거쳐 선거 전날인 8일에는 다시 수도권 유세를 펼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성 커뮤니티에 글 올린 이재명 “여시님들, 일할 수 있는 기회 주세요!”
<여성시대> 카페 게시글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여성 회원수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여시) 카페’에 게시글을 올려 여성 공약을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여시님들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시님들,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어렵다. 특히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구조적 차별과 더불어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제는 젠더갈등을 부추기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정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썼다. 이어 △데이트 폭력 처벌법 제정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전국 확대 △성범죄 처벌 대폭 강화 △연대관계등록제 등의 공약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가진 것 하나 없었던 비루한 소년공 출신이 여러분의 지지와 질타와 응원으로 이렇게 컸다”며 “모든 것이 국민 여러분 덕분이다. 여러분께서 주신 사랑 되돌려드릴 수 있도록 저에게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살리고 여성이 안심하고 존중받는 삶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송채경화 기자
‘추적단 불꽃’ 이재명 찬조연설…“수많은 여성 지키기 위해 선택”
“대놓고 여성 혐오 후보 있어” 윤석열 겨냥
“이, 빠른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상황 해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여성 유세에서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방송 찬조 연설에 나섰다. 박 부위원장은 연설에서 “제가 살기 위해, 또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피해자와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 이 후보를 선택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부위원장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1인 시위 여성이 윤 후보 지지자들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설명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어떤 정치인도 표를 얻기 위해 여성을 공공의 적으로 만든 적은 없다. 그런데 어떤 후보는 대놓고 여성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윤 후보를 비판했다.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하는 기간에 각종 협박에 시달렸다는 박 부위원장은 이날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방송에 나섰다. 그는 “온라인 상에서 가해자들이 제 마스크 벗은 사진을 구하고 다니더라. 이유는, 딥페이크 합성을 하기 위해서”라며 “이 마스크를 벗기까지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저는 이제 가해자들의 협박도 가해도, 그 어떤 것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두려운 건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는 말로,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피해지원을 받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두렵게 하고, 무고죄 처벌을 강화한다는 공약으로 가뜩이나 신고가 어려운 성폭행 피해 신고를 더 어렵게 한다는 그 말이,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가장 두렵고,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추적단 불꽃’ 활동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린 뒤 반년 만에 전국 광역시도 최초로 경기도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가 만들어진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이 후보를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순간 빠른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후보가 공약한 △변형카메라 유통이력 등록제 △불법촬영물 독립몰수제 △연대관계등록제 △자동육아휴직등록제 등을 소개하며 “저는 이재명 후보가 이 약속들을 반드시 지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여성연합 “윤석열, 여성정책 추진 의지 없어 보여”
대선후보 젠더정책 공개질의 결과 발표
이재명 26개 과제 모두 찬성
윤석열 15개 보류·부분 찬성
“해결 의지 없는 걸 드러내”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제20대 대선후보들에게 받은 젠더정책 과제 공개질의 답변 결과를 공개하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반적으로 여성·성평등 정책에 대한 추진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6개 과제 가운데 모두 찬성한다고 답변했고, 윤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를 표명한 것을 비롯해 15개 과제에 대해 보류·부분적 찬성이라 답했다.
여성연합은 ‘모든 의사결정구조에 성별균형 원칙 적용’, ‘정부 성평등 추진체계 확립’ 등의 내용을 포함한 26개 젠더 정책 과제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답변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여성연합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경기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7개 지부, 27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다. 이들이 후보별 질의답변을 분석한 결과 이재명·오준호(기본소득당)·이백윤(노동당)·김재연(진보당) 후보가 26개 과제 모두 동의해 성평등 정책 추진 의지가 가장 높았다. 앞서 여성연합은 지난달 21일 이재명·윤석열·심상정(정의당)·안철수(국민의당)·오준호·이백윤·김재연 총 7명의 대선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냈으며, 이 가운데 안철수 전 후보만이 답변을 거부했다.
이 후보는 26개 과제에 모두 찬성한다고 답했다. 다만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에 대해선 해외 입법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연합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강간죄 개정에 대해 여전히 검토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추진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는 후보들 가운데 가장 비판적인 평가를 받았다. 여성연합은 윤 후보에 대해 “전반적으로 여성·성평등 정책에 대한 철학과 일관적인 방향성이 부재하고 추진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26개 과제 중 15개를 보류 또는 부분적 찬성이라 답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반대, 나머지 항목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성별균형원칙 의무화, 생활동반자법 제정, 강간죄 개정, 성매매처벌법 개정, 미군위안부 문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피해자지원체계 확대에 대해 보류라고 답변하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 규제와 처벌보다 권고 형태로 선도, 사법부 판단과 국회 입법을 통한 해결 필요” 등을 세부의견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여성연합은 사실상 찬성하지 않는 것이라고 봤다. 성평등 추진체계 확립에 대해서는 부분적 찬성이라고 답변하면서도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인지예산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 등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전했다. 여성연합은 “여전히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답변해 현존하는 성차별 문제에 대한 무지와 해결에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박고은 기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소개했다. <타임>은 3일(현지시각) '자신의 어린 시절이 조국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한국의 대선후보'라는 제목으로 이재명 후보와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경쟁상대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관련 기사는 없다. <타임>은 윤 후보에 대해선 "후보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라고 설명했다.
<타임>은 이재명 후보를 두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타협 없는 코로나19 방역을 펼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 매체는 이 후보를 보편적 기본소득(UBI·universal basic income)을 옹호하는 후보라고 설명하며 "그가 당선되면 불평등이 급증하는 이 시기에 한국은 UBI를 채택하는 유일한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기사에 따르면,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만24세 이상 시민에게 분기당 25만 원을 주는 '청년 배당'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고, 2018년 경기지사에 취임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이재명의 성장 스토리, 한국 역사와 닮아"
<타임>은 이재명 후보의 가난했던 성장기를 집중조명했다. '가난한 농가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매일 왕복 10마일을 걸었고, 집에 와서는 쟁기질을 했다'고 설명했다. '종이나 크레파스를 살 돈이 없어 반 친구들이 미술 대회에 나갈 때 학교 화장실을 청소해야 했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10대 초반에 학교를 그만두고 나이를 속여 공장에서 일하다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례, 프레스 기계에 눌려 장애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을 정도의 부상을 입은 경험 등을 보도했다. <타임>은 "이 후보가 어린 시절 겪었던 고통은 지금도 한국 사회를 괴롭히는 사회적 불의에 대해 그가 눈을 뜨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모든 게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서 그것이 사실은 구조적인 사회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타임>은 "여러 면에서 이 후보의 자수성가 이야기는 한국 역사와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라며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많은 국민이 사라졌음에도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며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거지가 됐고 최근에는 음식, 드라마, 영화, 음악을 포함한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팬덤을 끌어모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한국 문화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며, 아직도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라며 "한국이 하드파워 측면에서는 영토의 크기와 인구 등의 제약을 받지만, 소프트파워 측면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라고 밝혔다.
김정은에겐 "미사일 실험, 북한 발전에 도움 안 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강원도 홍천군 홍천 꽃뫼공원 앞에서 열린 '태백산맥은 이재명이다!'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타임>의 이재명 인터뷰는 이재명 개인의 성장사만 담진 않았다. 한국을 둘러싼 국제관계 이슈도 비중있게 다뤘다. 이 매체는 '한국이 국내적으로 대선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북한은 수 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활시킨 햇볕정책을 계속 이어가기를 원한다'고 소개했다.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수 차례 직접 만났음에도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중 일부가 우리 쪽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 많은 전쟁이 국익 때문이 아니라 감정적인 이유로 발발했다"라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불필요한 자극을 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미사일 실험을 하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뿐이고, 북한의 발전에도 이롭지 않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한중관계 강화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확장해야 한다"라며 "다만 필요할 때는 우리의 입장을 확고하게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임>은 이재명 후보가 국방 전략에 변화를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작업을 계속 이어가려는 계획이며 재래식 잠수함보다 뛰어난 핵잠수함 건조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역사와 경제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이 매체는 이재명 후보가 이런 공약을 실행에 옮기려면 일단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후보는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 이는 책을 통해서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서 알 수도 있다"라며 "그러나 실제로 세상을 직접 살아내고,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자신의 궁핍했던 어린 시절과 성남시장-경기도지사 등 행정 경험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별 논란도 언급
<타임>은 인터뷰를 거절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짧막한 소개도 실었다. "이재명 후보의 경쟁상대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을 수사한 것으로 명성을 쌓았다"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이미지로 지지자를 끌어모았다"는 서술이다.
이 매체는 현재 한국 대선 정국을 달구고 있는 각종 의혹과 논란도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가 아들의 불법 도박으로 사과했고,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한 과잉의전-공금횡령 의혹도 마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른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에 연루된 3명이 죽음을 맞았다고도 언급했지만, "후보와 관련됐다는 것은 가짜뉴스"라는 이 후보 측의 반박도 함께 게재했다.
윤석열 후보 관련한 논란에 대해선 배우자 김건희씨의 사례 그리고 무속 논란이 언급됐다. 윤 후보가 '배우자 학력 허위 기재 의혹'에 사과했고, '배우자의 주가 조작 혐의'는 부인했다고 서술했다. 또한 무속인과 항문침술사 등이 선거운동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고 덧붙여놨다.
한편, <타임>은 지난 16대부터 19대 대선까지 당시 유력 후보였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해 당선인 예측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오마이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이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사전투표 열기가 본투표까지 이어져 최종 투표율이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80%를 넘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부터 5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선거인 4419만7692명 가운데 1632만3602명이 투표해 36.93%의 최종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26.69%)보다 무려 10.24%포인트 높은 수치로, 30%대를 처음으로 돌파한 것이다. 2017년 19대 대선(26.06%)과 견줘도 10.87%포인트 높았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51.45%로 제일 높았고, 전북(48.63%)과 광주(48.27%)가 그 뒤를 이었다. 경기도가 33.65%로 가장 낮았고 대구(33.91%)와 인천(34.09%) 순으로 낮았다. 서울은 37.23%로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데 대해 “이번 대선의 높은 관심과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한 사전투표의 편리함, 선거 당일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분산 등으로 인해 사전투표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두산동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혹은 격리자가 투표 용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5년 만에 대선 투표율이 다시 80%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9대 대선때는 26.1%의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최종 투표율은 77.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견해가 엇갈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전투표 독려와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인한 분산 투표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며 “지난 대선과 비슷한 수준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무관심하거나 불가항력적인 사람 빼고는 모두 투표하는 분위기”라며 “이 추세가 본투표까지 이어진다면 80%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가 절차 미흡 등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투표 마감도 지연됐다. 장나래 기자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곳곳서 혼란…여야 모두 선관위 준비 부실 질타
복잡한 절차에 준비 부족…투표 마감 절차 지연
“확진자 강풍 속 장시간 대기하다 쓰러지기도”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역 광장에 확진·격리 유권자를 위해 설치된 임시기표소.
20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전국 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한 사전투표가 진행됐지만, 준비 부족과 절차 미흡으로 곳곳에서 유권자들의 불만 섞인 항의가 이어졌다. 혼란이 이어지면서 오후 6시까지인 사전투표 마감 절차도 지연됐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운영에 대해 질타하고 나섰다.
이날 여야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국 곳곳이 투표소에선 확진자를 위한 투표함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복잡한 확인 절차로 투표 시간이 길어지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5일 논평을 내어 “대통령 선거를 허술하고 부실하게 준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이하고 무능한 행정이 불러온 참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사전투표장에 마련된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소’가 야외에 1개만 설치돼 코로나19 확진자들은 강한 바람을 맞으며 200m가량 긴 줄을 서며 마냥 기다려야 했다. 확진자 중 일부는 강풍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는 확진자가 투표를 위해 장시간 기다리다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부산 강서구 명지1동 사전투표소에서도 선관위 측이 확진자, 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닐 봉투에 담아 한꺼번에 투표함에 넣겠다고 말해 유권자들이 반발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인의 후보자를 선택하여 투표용지의 해당란에 기표한 후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4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코로나19에 확진되신 분들이 투표하는 과정에 많은 불편을 겪으셨다고 한다.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처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서영교 총괄상황실장도 입장문을 내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나오신 유권자들께서 추운 날씨에 밖에서 수십분간 대기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며 “전국의 투표소 상황을 전부 체크해서 불편했던 부분들은 국민께 양해를 구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 대책을 마련해 (오는 9일) 본투표에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선관위에 강력하게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에 선관위는 “사전투표소가 동별로 1개소뿐인 데다, 높은 사전투표율로 인해 많은 사람이 투표장으로 나오셔서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투표에선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서 총괄상황실장이 전했다. 이재훈 장나래 기자
사전투표 열풍…첫날 역대 최고치 17.57%
전남 28.11% 가장 높고 경기 15.12% 가장 낮아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공항 상주 직원과 일부 여행객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4일 투표율이 17.57%를 기록하며 역대 전국선거 첫날 최고치를 기록했다. 둘째날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존 30%대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첫날 사전투표가 마무리된 이날 오후 6시까지 776만7735명이 투표를 마쳐, 17.5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가 전국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첫날 기준 최고기록으로 이전 최고치였던 2020년 총선의 첫날 사전투표율(12.14%)을 크게 웃돌았다. 2017년 5월 대선의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은 11.7%였다.
시도별로는 전남(28.11%), 전북(25.54%), 광주(24.09%) 차례로 호남의 사전투표율이 높았다. 가장 낮은 곳은 경기도(15.12%)였고, 대구(15.43%), 인천(15.56%), 울산(16.31%), 부산(16.51%)도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호남 가운데서도 주로 출퇴근에서 자유로운 농어촌 지역에서의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이곳은 이전 선거에서도 투표율이 높았다”며 “첫 사전투표가 평일이다보니 대도시에서 투표율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2020년 총선에서도 전남(35.77%)과 전북(34.75%)의 사전투표율은 전국 평균(26.69%)을 크게 웃돌았다.
주말인 5일에도 투표 행렬이 이어지면 역대 최고 투표율을 넘어 30%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30%대의 사전투표율을 처음으로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종전 최고 사전투표율은 2020년 총선 때 26.69%였고, 2017년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26.06%였다.
지지층 결집에 따라 여야 모두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분산 투표 심리가 작용하고 사전투표제도 이제 자리를 잡으며 투표율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선거가 막판까지 박빙으로 펼쳐지다 보니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데다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던 국민의힘에서마저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분위기 등이 사전투표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사전투표 열기가 어느 쪽에 유리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태곤 실장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박빙으로 치러져 양쪽 지지자 모두 결집하는 형태를 보이면서 투표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여, 어느 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이재명 지지단체 "윤-안 단일화로 국민 배반, 투표장 가자"
들불 시민 의병단, 이재명 지지 선언하며 투표 독려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발족한 '들불 시민 의병단원' 등이 사전투표 첫날이 4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투표를 독려했다.
박승흡 들불 의병단장 등에 따르면, 이날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이는 보건의료인연대와 교육혁신연대, 에코문화연대, 문화예술연대 등 시민·사회·문화단체 회원 20만여 명이다.
선언식에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최향순 무형문화재(승무),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 정인대 중소상공인단체 중앙회 회장, 강무홍 어린이청소년책문화연대 대표,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영유아 사교육포럼 대표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비열한 정치 야합으로 국민을 배반하고 민심을 왜곡하며 우리 사회를 위기에 빠트리는 참혹한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라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후보 단일화를 힐난했다.
이어 "무도한 부패 카르텔과 국민을 배신한 정치 야합에 맞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이들을 무너뜨리고, 이재명 후보와 국민과의 단일화로 필승의 길을 열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회주의 정치세력을 넘어 진정한 시민 시대로의 대전환을 이룰 것이고, 손에 손잡고 부패 기득권 세력과 기회주의 정치세력을 심판할 것"이라며 "국민이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달려가자"고 외쳤다.
선언식을 마친 뒤 박승흡·김문호 시민의병단장은 지지자 20만여 명의 서명 명부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측에 전달했다.
김병욱 선대위 직능본부장은 "깨어 있는 조직된 시민들만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타개하고 진정한 평화, 민생이 살아 있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면서 "시민의 위대한 힘으로 오는 9일 이재명 후보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안 단일화에 뒤흔들린 광주 민심 “안철수의 새정치는 죽었다”
광주 사전투표율 24.09%, 전남 28.11%, 전북 25.54%,
4일 오전 광주시 북구 전남대 안 용봉동 사전투표소에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야권 두 당의 단일화가 물건너간 줄 알았는데 놀랐지요. 선거 판세가 박빙이었는데 조금 서운하지요.”
4일 오전 11시께 광주 전남대 안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박규호(63·매곡)씨는 “캐스팅보트를 쥔 안철수(대표)가 (판이) 기우는 쪽으로 움직여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선거는 뚜껑을 까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날 용봉동 사전투표소엔 출입구부터 줄이 50m 정도로 길게 늘어설 정도로 유권자들이 몰렸다. 사전투표 뒤 선거를 독려하는 펼침막 앞에 서서 인증샷을 찍는 20대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 2명과 함께 사전투표를 마친 김아무개(23·전남대 4)씨는 “안철수 후보가 완주하겠다고 말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단일화가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97곳 사전투표장에선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됐다. 이날 4시 기준 광주의 사전투표율은 19.23%, 전남은 23.3%, 전북은 20.84%로 전국 평균 14.11%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광주의 경우 지난 대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 12.61%보다 꽤 높아졌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진 뒤 광주 많은 유권자들은 ‘안철수의 철수 정치’를 화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은 안 후보가 지난달 27일 광주에서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쳐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것과 관련해 “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 광주시민과 호남에 계신 분들에 진정한 진심과 의도를 설득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평생의 한”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가운데 23석을 석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13석을 포함해 38석을 확보해 3당 체제 시대를 연 바 있다.
두 당 후보의 단일화 이후 호남 표심의 행방을 두고선 의견이 다양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김재경씨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아슬아슬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민주당이 야당 단일화라는 허를 찔린 셈이다. 그런데 단일화 이후 오히려 민주당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상희(46·도서관장)씨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좋아하는 쪽과 싫어하는 쪽이 많이 나뉘었다. 그런데 어제 단일화한 것을 보면서 허탈해하며 마음을 바꾼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시민은 “야권 단일화를 통해 윤석열 후보가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줘 호남에서도 지지층이 느는 시너지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학)는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로 이제 ‘안철수의 새 정치’는 죽었다. 안철수 후보는 다당제 등 정치개혁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오히려 역행했다”며 “어쨌든 후보단일화는 윤석열 후보에게 더 유리한 판을 제공한 것 같지만, 이번 대선이 워낙 네거티브전으로 가면서 내놓고 지지한다고 밝히지 못한 ‘샤이 표심’의 향배가 막판까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