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밝혀야 하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는 대장동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박용현 | 논설위원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는 형(김씨 본인을 지칭)이 갖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한 녹취록이 보도됐다. 아직 일방적인 발언일 뿐이고, 사실일 경우 ‘카드’의 내용이 뭔지도 봐야 한다. 하지만 맥락상 그 자체로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우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씨의 관계는 이미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부친이 급히 내놓은 단독주택을 김씨 누나가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유일한 해명은 ‘지극한 우연’이라는 것뿐이었다. 개를 키우기 위해 마당 있는 집을 물색했다는 김씨 누나는 그 집에 살지도 않는다. 의문투성이다. 또 윤 후보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때 대장동 사업자에게 1천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아무개씨를 처벌하지 않은 사실도 논란이 됐다(조씨는 이후 수원지검의 재수사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윤 후보는 주임검사였고, 조씨의 변호인은 윤 후보와 검사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조씨에게 박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소개해준 사람이 김만배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15년 화천대유에 5억원을 송금하고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으며, 딸이 화천대유에 취직해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런 맥락 속에서 김만배씨의 ‘카드’ 발언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또 하나의 판단 자료가 된다. 윤 후보는 김씨와는 “상가집에서 눈인사 한번 한 사이”라고 했다. 이 해명의 진위는 유권자들의 후보 평가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녹취록에서 김씨가 윤 후보를 언급한 짧은 대목의 앞뒤로는 전혀 다른 화제의 대화가 오간다. 정영학 회계사가 화제를 돌려 묻는다. “참, 정신이 없으시지 않으셨나요? 윤석열 특검부터 해갖고. 특검이 아니라, 그 국감.” 녹취 시점인 2020년 10월26일은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가 그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크게 주목받은 며칠 뒤였다. 김씨는 당시 언론사에 몸담고 있었다. 근황을 묻는 정 회계사의 말에 김씨는 ‘카드’ 발언으로 답한다. 뜬금없게 들리는 대화다. 이 ‘뜬금없음’이 오히려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불쑥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검찰이 녹취록을 검토했다면 ‘카드’의 진위 및 내용을 조사할 필요성을 충분히 느꼈을 법하다. 표현의 수위로 볼 때도 김씨가 말하는 ‘카드’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내용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검찰은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밝혀야 하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는 대장동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은 업체 선정 및 사업 설계 과정의 특혜 의혹과 정관계·법조계에 대한 로비 의혹을 두 축으로 한다. 검찰 수사는 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이른바 ‘50억 클럽’을 위시한 로비 의혹 수사는 5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다.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누가 봐도 상식 밖인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곽상도 전 의원은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검찰은 두달 만에야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4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에는 “○○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 통해서” 등 금품 요구와 전달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까지 나오는데 검찰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박영수 전 특검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수사 진척이 감감무소식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검찰에 몸담았던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아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에 밀려 수사하는 시늉을 내면서도 ‘검찰 식구’는 최대한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 후보 관련 발언을 조사하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가 원칙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좌우됐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을 내놓지 않으려고 애쓰던 검찰의 태도도 곱씹게 된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결정적인 수사 증거로 사용해놓고, 정작 기소된 피고인 쪽에는 복사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복사된 녹취록이 언론에 유출돼 보도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원칙에 따라 복사를 허용했다. 검찰은 왜 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그토록 녹취록을 넘기지 않으려 했는지 궁금하다.

 

녹취록은 검찰의 수사자료를 넘어 이제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 됐다. 대장동 사건이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의 원칙상 피고인 쪽에 넘겨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시점에서는 국민에게도 공개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선별한 내용만 공개되고, 국민의 판단이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거라는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판결이 지적하듯, “언론과 공론의 영역에서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진실의 파수꾼이 돼야 한다. 헌법은 공권력이 우리를 대신해 진실·거짓을 가려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 이재명 · 정진상 무혐의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직서 본인이 작성…공모지침서 위조 증거 없어”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지난해 10월24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경기도 정책실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와 정 부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녹취록, 사직서, 관련 공문 등을 종합한 결과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다른 피의자들과 공모하여 황 전 사장의 사직을 강요(협박)했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황 전 사장 명의의 사직서는 본인이 작성 및 전달한 것이고,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도 결재 과정에 비춰 볼 때 위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신도 모르게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황 전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인 2015년 2월6일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40분 분량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이 녹취록은 국민의힘 등을 통해 공개됐고, 한 시민 단체는 이 후보와 정 부실장 등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들을 고발했다.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이서 오는 6일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해 시효는 중지된 상태였다. 재정신청은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대신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공소시효 만료 30일 전까지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도 검찰 처분 전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검찰은 “고발인이 재정신청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해 불기소처분하면서 사건 기록을 법원에 송부하기 위해 오늘 서울고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서면 조사 등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관계인 진술 등에 비춰 지시, 공모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첫 대선후보 TV토론서 윤 후보 답변 막혀

이전부터 기후환경 정책 · 인식 허점 반복

차기정부 핵심과제인데도 ‘학습지체’ 노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공정률 99%에 시험 운전 중인 한울 1, 2호기다.

 

3일 열린 첫 TV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주제는 ‘기후·환경’ 부문이다. 해당 부문에 대한 윤 후보의 정책 이해도는 실수로 얘기하기 어려워 보일 만큼 반복적이었다. 사실상 학습이 덜 된 ‘이해 결핍’의 상태가 지속되는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나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와 같이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며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주요 기후·에너지에 대한 개념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선 토론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토론회 말미,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윤 후보는 “그게 뭐죠?”라고 되물었다. ‘RE100’은 기업들이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Renewable Energy)를 100% 활용하는 자발적 약속’을 의미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시작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받으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RE100 선언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다. 3일 더 클라이밋 그룹 누리집을 보면, 현재까지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349곳에 이른다. 애플, 구글,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에어비앤비, 3M, 샤넬, 듀퐁, 지엠, 존슨앤존슨, 나이키, 스타벅스, 버버리, 이베이, 피앤지, 화이자, 랄프로렌, 앱손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기업을 운영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재생에너지 시설 확충을 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가 있지만 변화를 요구받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국제사회에서의 기업 경쟁력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현재 국내기업 중에도 지난해 10월 기준 에스케이 그룹,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등 10여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상장 과정에서 114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린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가입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도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국제 흐름을 감안해 국내 공기업·민간기업들의 RE100 현황을 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날 윤 후보는 “알이백이 뭐죠?”라고 되물었을 뿐이고, 내용이나 의미는 이 후보가 설명했다.

 

윤 후보의 학습 부족은 다른 소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화석연료 대신 우라늄을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원자력 전문가들을 캠프에 대거 등용했으나,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원전의 친환경성 여부를 둘러싼 주요한 논쟁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게 거의 없었다. 그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산업·금융계와 직결되는 기후대응 체제라 부를 만한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대해서도 대선후보 간 대화가 쉽지 않아 보였다.

 

최근 유럽연합이 최종안을 확정한 ‘택소노미’에는 원자력발전이 포함되어 반대 의견을 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과 찬성 의견을 냈던 프랑스와 동유럽 사이 갈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만큼 첨예한 이슈다. 한국도 많은 관심과 논쟁 속에서 국내 택소노미를 최근 확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유럽연합 택소노미 결정을 거론하며 ‘한국 택소노미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취지의 질문에 “이유(EU·유럽연합)… 뭐죠?”라며 되물었을 뿐이다.

 

수소 경제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답하길 주저하는 모습이다. 수소 에너지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블루·그린 수소로 구분한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약 1㎏의 수소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를 10㎏ 배출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지 못한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5%가량이 그레이수소다.

 

블루수소는 생산 방식은 그레이수소와 같으나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 기술(CCS)을 이용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그린수소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블루수소 생산 산업과 관련된 비전이나 생각 갖고 계시면 말씀해달라”는 이 후보의 질문에 “미래 산업의 핵심이 재생에너지에 있지 않다고 본다”는 동문서답 격 답변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블루수소 개념을 다시 설명해야 했다.

 

일련의 이해 수준을 두고, 실수나 생중계 현장에서의 부담으로 해석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11월 초 윤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사실상 재검토해 하향조정할 뜻을 밝혀 논란이 됐다.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어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정부 비판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앞선 11일1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안은 2018년 배출총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으로, 국제사회에 공식 약속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되레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해마다 상향조정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하향조정은 한국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거나 국제사회에서의 ‘무시’를 감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청년기후단체네트워크 플랜제로 활동가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연 ‘기후대선 실현을 촉구하는 2030 청년세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각 당 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 토론회 개최를 촉구하는 상징극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한 행사장에 ‘탄소중립’을 “탄소중심”으로 잘못 인쇄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쪽은 지난달 25일 ‘미세먼지 감축 의무화’를 이미 7년 전부터 실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로 잘못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캠프 쪽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기후청년단체들이 꾸준히 기후변화를 주제로 원포인트 토론회를 열 것을 요구했다. 다른 세 명의 후보는 윤 후보가 참석한다면 토론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윤 후보가 토론에 나서기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윤 후보 쪽은 <한겨레>에 “다른 토론회 일정이 많아 현실적으로 원포인트 토론회에 참여하기 어렵다”라며 거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우리 임인택 김남일 기자

 

대장동 · 사드부터 미투 · 연금개혁… 후보들 2시간 공방

이재명 대장동 의혹 · 윤석열 사드 추가배치론 두고 주된 설전

안철수 · 심상정, 연금개혁 · 미투 등 거론 가세… 사안별 협공도

 

방송토론회 참석해 기념촬영하는 대선후보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4인은 3일 밤 KBS·MBC·SBS 등 방송 3사 합동 초청 TV 토론회에서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의혹'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기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 주장 등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설전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각자 연금개혁, 불평등 해소, 미투 등 첨예한 이슈를 제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 대장동 공방으로 시작…"시장이 바보여서?" "특검 뽑는 자리 아냐"

 

윤 후보가 먼저 이 후보를 향해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이 맞느냐"고 포문을 열자 이 후보는 "제가 일부러 국감을 자청해 이틀 동안 탈탈 털(리)다시피 검증됐던 사실"이라고 응수했다.

 

이 후보는 "공공개발 못 하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기시키고 부정 대출 봐주고 뇌물 받아먹고 이익 취하고 이랬던 국민의힘 또는 윤 후보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반격했다.

 

윤 후보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어떻게 김만배나 남욱, 정영학 등 합쳐서 3억 5천만원 넣은 사람에게 1조원 가까운 이익이 돌아가게 설계했느냐는 것"이라며 "마음대로 시장을 제쳐놓고 만든 것이냐. 아니면 후보께서 시장 시절에 너무 위험성이 커서 리스크는 3억 5천(만원)밖에 없지만 남는 것은 다 먹게 설계해준 것이냐"고 다시 따졌다.

 

그러자 이 후보는 "이건 생각보셨느냐. 저축은행 대출비리는 왜 봐줬을까? 우연히 김만배씨 누나는 왜 (윤 후보) 아버지의 집을 샀을까"라고 역공을 펼쳤다.

 

윤 후보가 "제 질문에 대해 다른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답을 못 한다"고 하자 이 후보는 "특검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도대체 시장(市長)이 바보여서 밑에 사람이 다 조 단위 이익을 해 먹고 기소가 된 거냐? 아니면 시장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서 설계한 거냐?"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안 후보는 "본질은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 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공공주택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며 "대장동 사업을 보면 성남시 임대아파트를 한 채도 안 지으셨잖느냐"고 비꼬았다.

 

이에 이 후보는 "공공주택은 자치단체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중앙정부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사드 · 선제타격론도 첨예…"경제 망친다" "다층적 방어"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입장과 관련, "수도권에 하면 고고도미사일은 해당이 없는데 왜 다시 설치해서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치려고 하느냐"며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추가 사드가 필요없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 후보는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에는 고각 발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수도권에 필요하다. 그러나 이 요격 장소는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되고) 군사적으로 정해야 될 문제"라며 "브룩스 전 사령관은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엇 등 저층 방어 시스템과 연계했을 때 더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그분이 사드 추가배치가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드 추가 배치 및 대북 선제타격론과 관련해서는 심 후보도 윤 후보를 저격했다.

 

심 후보는 "수도권 방어를 하려면 개성쯤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또 북한이 잠수함으로 측면에서 공격하면 방어가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군에서 어떤 전문가도 사드 배치 얘기를 안 하는데 정치인들이 나서서 얘기하는 자체가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그건 잘못 아는 것이다. 격투기 싸움을 한다면 옆구리도, 다리도, 복부도, 머리도 방어해야 한다"며 "다층적으로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 측면공격 등 다양한 방어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의 대북 선제타격론을 겨냥해서도 "대통령 후보로서 매우 경솔한 발언"이라며 "국민들은 정치 초년생 윤석열 후보가 이렇게 선제타격을 운운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 매우 불안해하고 계신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며 "지금 민주당 정부에서 만든 국방백서에 3축 (미사일 방어)체제의 선제타격(에 해당하는) 킬체인이 있고, 정권 초기에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국방부를 방문해 킬체인을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不)'을 두고 이 후보에게 "그대로 유지해야 하느냐. 너무 굴욕적인 중국 사대주의 아니냐"며 "우리가 자주권을 잃어버린 정도의 심각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드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화 등 3가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갈등, 분열, 증오를 심어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건 방식의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특히 중국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무역의존도, 협력관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예전에 사드 때문에 연 22조원 피해봤지 않느냐"고 답했다.

 

◇ 추경 · 재벌해체론에 미투 발언, 노동이사제 등 두고 격돌

 

이 후보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35조원 추경을 조건 달지 말고 국채 발행을 확대해서라도 하자고 말할 용의가 있느냐"고 따지자, 윤 후보는 "그 돈을 어디 어떻게 쓸 것인지 정해놔야 국채를 발행하든, 초과 세수를 쓰든, 지출조정을 하든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윤 후보가 "2017년 대선 출마하기 전이나 출마 직후에 '재벌 해체에 정말 내 목숨을 건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인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재벌 체제 해체를 말한다. 재벌의 1인 지배체제, 내부거래, 부당상속, 지배권남용 등 문제를 해체하고 정상적인 대기업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 번복을 지적하며 "(공약을) 뒤집은 거냐"고 몰아세우자, 윤 후보가 "뒤집은 거다.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새로운 금융과세 제도가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중 안희정 옹호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정말로 성범죄자 안희정씨 편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저는 안희정씨나 오거돈, 박원순씨나 다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서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개돼지 취급받지 말고 낙수효과 기대 말라고 하셨는데 5·5·5 공약이야말로 전형적인 낙수경제의 목표"라며 "파이를 키워서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것 거짓말이잖냐. 지금 세계10위권 경제대국 됐는데 불평등은 계속 심화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경제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자는 것과 특정 대기업, 특정 산업을 키워서 혜택을 보자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찬성한 것을 두고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할 경우 기업들이 민주노총의 지배를 받아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끼칠 수 있다"고 따졌다.

 

이에 윤 후보는 "한수원에 노동이사제가 있었다면 월성원전이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저렇게 쉽게 문 닫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연금개혁 이슈를 먼저 꺼내며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고 우리 네 명이 공동 선언하는 게 어떤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좋은 의견"이라고 화답했다. 윤 후보도 "이 자리에서 약속하자"고 공감했다.

 

윤석열 “이 후보가 대장동 설계”- 이재명 “그분들, 윤 후보 부친 집 사줘”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3일 방송3사 공동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첫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장동 공방’을 펼쳤다. 윤 후보가 먼저 맹공을 펼치자,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로 자신이 이익을 본 것이 없다”며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윤석열 후보의 약점을 알고있는 듯한 발언한 내용이 담긴 것을 겨냥해 “윤 후보가 책임질 일 아니냐”며 역공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주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첫 토론 주제인 ‘부동산’ 토론에서부터 대장동 공방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첫 발언 순서로 나서 대장동 사태를 거론하면서 “이런 권력과 유착된 부정부패에서 비롯된 반칙, 특권들이 우리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미래 세대에 좌절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를 향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도시개발로 김만배 등이 3억5000만원을 투자해서 시행수익, 그리고 배당금으로 6천400억을 챙겼는데, 여기에 관해서 작년 9월 기자회견에서 ‘이 설계를 내가 했다’, 또 10월 서울 공약을 발표한 기자간담회에서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시 몫이 얼마나 확실히 확보될지 설계한 것이다, 다시 하더라도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했다. 이 후보께서 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은 맞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국민에게 실망시킨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제가 일부러 국정감사를 자청해서 이틀 동안 탈탈 털다시피 다 검증했던 사실이고, 또 최근에 언론까지 다 검증했던 것이다. 가능하면 국민의 민생과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하시면 어떨까 싶다”며 주제 전환을 시도했다.

 

이어 윤 후보는 ‘대장동 공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이 후보도 이번에는 대장동 사태와 윤 후보와의 연관성을 제기하며며 응수에 나섰다. 윤 후보가 “지난번 법정에서도 김만배씨가 ‘이 설계는 시장의 지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개발 사업에서 어떤 특정인 또는 몇사람에게, 3억5000만원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받을 수 있는 최상한선인 캡을 씌우지 않고 이렇게 설계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게 아닌가”라며 대장동 사태를 파고들자 이 후보는 “(저는) 공공 환수를 5천800억까지 했고, 국민의힘이 이익을 주기 위해, 민간 개발하기 위해 그렇게 난리를 치지 않았나. 업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재명 시장 12년동안 찔러봤더니 씨알도 안 먹히더라’라고. 그렇게 말했던 분들이 윤 후보 보고 ‘내가 한마디 하면 죽는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잖나”라며 김만배씨가 ‘윤석열, 형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정영학 녹취록’을 겨냥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저는 이익을 본 일이 없다. 윤 후보는 부친 집을 관련자들이 사주지 않았느냐”라며 김만배씨 누나가 윤 후보 아버지의 집을 시세보다 싸게 매입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에 대해 윤 후보가 “사주다니”라며 불쾌한 듯 반응하자, 이 후보는 “저는 아무런 이익이 없었던 점을 보면 오히려 윤 후보가 더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토론 중에도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를 포기하면서 특정 민간에게 1조원 이익을 몰아준 건 개발이익 완전환수제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안 후보의 지적에 “바로 그것이다”라며 “이번에 개발이익 환수법을 제정하자고 했더니 국민의힘에서 막고 있다. 윤 후보께서 국민의힘이 막아서 못 만드는 개발이익 환수법을 찬성하시고 입법하라고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직격했다. 오연서 기자

 

취임 뒤 정상회담 우선순위…이 “상황에 따라” vs 윤 “미-일-중-북”

 

대선 후보 첫 토론회

안철수, 미국-중국-북한-일본 순

심상정, 4명 중 유일하게 “북한”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부터)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여야 대선후보 4인은 3일 첫 티브이(TV)토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만날 주변 강대국 정상들의 ‘우선순위’를 두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외교·안보 주도권 토론에서 ‘대통령 취임 후 한미일 북한 정상 중 누구와 먼저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는 공통 질문에 “우리는 소위 대양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반도국가에 위치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중요하다“며 “미국 먼저냐, 중국 먼저냐, 북한 먼저냐 할 필요가 없다. 그때 상황에 맞춰 협의를 해 보고 가장 유용한, 효율적인 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상대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미국 대통령, 일본 수상(총리),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순서로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민주당 집권 기간 동안 친중·친북의 굴종 외교를 하는 가운데 한미·한일 관계가 무너져서 이것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는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저는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미국 정상과 가장 먼저 만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다음이 중국이다. 중국의 여러 지원 때문에 (북한이) 버티는 측면이 많은데, 국제 규범에 따라서 조치가 필요하다”며 “다음은 북한이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이 일본”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4당 후보 중 유일하게 첫 회동 상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았다. 심 후보는 “(북한이) 공멸로 가는 오판을 하지 않길 바란다”며 “지금 대화가 절실하다. 2018년 싱가폴 합의에 기초해서 북미 대화가 시급하게 재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우선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필요하다면 4자 정상회담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윤석열 “청약 만점 40점”…안철수 “84점입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첫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84점인 주택 청약 만점을 두고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집이 없어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지 않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졌던 윤 후보가 다시 한 번 청약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초청 2022 대선 후보 첫 토론회에서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알고 있느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84점”이라고 정정하자, 윤 후보도 따라서 ”아참 84점”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3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가 64점”이라면서 “작년 서울지역 청약 커트라인이 어느 정도이냐”고 윤 후보에게 추가 질문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만점에 거의 다 되어야…”라고 언급했다. 안 후보는 “62.6점”이라고 한 번 더 정정했다.

 

이런 질의·응답은 윤 후보가 내놓은 ‘군필자 청약 5점 가점’ 공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이런 공약을 발표하면서 병역 의무 이행자에 대한 주택청약 가점에 대해 “군 생활을 하나의 직장 경험으로 보고 청약점수를 계산하는 데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2030 남성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군필자에게 청약점수 5점을 더 주더라도, 5점을 더 받아서 청약에 안 될 사람이 당첨되는 그런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제 공약으로 따지면 세대별 쿼터제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군필자 청약점수 5점 가점은) 부동산 정책으로 냈다기보다 국방 정책의 일환으로 군필자에게 어떤 식의 보상과 혜택을 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를 향한 협공도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윤 후보를 향해 “청년 원가 주택 공약을 하셨다. 80% 원가를 장기저리로 갚게 하겠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서울에 24평 아파트를 원가 공급을 하면 아무리 못해도 6억은 되지 않나”라며 “20년 동안 2%로 저리로 원리금 상환하는 걸 계산해보니까 한 달에 250만원 내야 한다. 이거 금수저 청년들만 해당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청년 원가 주택은 서울이 아니고 수도권 광역도시철도가 연계된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집을 살 수 있는, 그리고 그렇게 해서 자산 축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후보들은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손 볼 부동산 정책은 무엇이냐’는 공통 질문을 받고 저마다의 집값 안정책을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대대적인 공급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윤 후보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집을 사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임대차 3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현재 자가보유율을 임기 말까지 80%까지 올리겠다”고, 심 후보는 “공급정책은 44% 집 없는 서민들을 정책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정치권 합의를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심우삼 기자

 

‘기후’ 질문에 말문 막힌 윤석열…그간 기후정책·공약 보니

 

기후 · 환경 정책·공약 반복해 허점 노출

차기정부 핵심과제인데도 학습지체 모양새

 

3일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첫 합동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주제는 ‘기후·환경’ 부문이었다. 해당 부문에 대한 윤 후보의 정책 이해도는 실수로 얘기하기 어려워 보일 만큼 반복적이었다. 사실상 학습이 덜 된 상태가 지속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초 윤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사실상 재검토해 하향조정할 뜻을 밝혀 논란이 됐다.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어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정부 비판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앞선 11일1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안은 2018년 배출총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으로, 국제사회에 공식 약속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되레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해마다 상향조정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하향조정은 한국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거나 국제사회에서의 무시를 감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한 행사장에 ‘탄소중립’을 “탄소중심”으로 잘못 인쇄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쪽은 지난달 25일 ‘미세먼지 감축 의무화’를 이미 7년 전부터 실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로 잘못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캠프 쪽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임인택 기자

 

심상정 “정말 안희정 편이냐” 윤석열 “성범죄…김지은씨에게 사과”

“안희정·오거돈·박원순씨 권력 이용한 성범죄라고 생각” 답변도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진행된 대선주자 첫 티브이(TV) 토론에서 배우자 김건희씨의 ‘미투 비하’ 발언 관련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에게 사과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정말로 성범죄자 안희정씨 편이냐”고 묻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질문에 “제 처가 제가 알지도 모르는 사람과 그렇게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지만”이라면서도 “저는 안희정씨나 오거돈씨나 박원순씨나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7시간 통화’에서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라며 피해자 김지은씨보다 안 전 지사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2차 가해로 고통 받고 있는 김지은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할 용의가 있냐”고 묻는 심 후보의 질문에 “제가 뭐 수차례 그것뿐 아니라…)”라고 머뭇거리다가, 심 후보의 질문이 거듭되자 “사과하겠다. 그렇게 마음에 상처를 받으셨다면, 제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하여튼 그런 걸로 인해서 상처를 받으신 분에 대해서는 김지은씨를 포함해서 모든 분들에게, 하여튼 공인의 아내도 공적의 위치에 있으니까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답변에 심 후보가 “오늘 사과가 진심이라면 성별 갈라치기에도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꼬집자, 윤 후보는 “갈라치기는 민주당이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배지현 심우삼 기자

이주노동자·중국…혐오정치 또 꺼낸 윤석열

 

“외국인, 건보에 숟가락 얹어”

중국인 겨냥 무임 승차론 펴

2030남성·지지층 표심 잡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날인 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 연휴 기간 동안 사실상 중국인을 특정한 이주 노동자 ‘건강보험 무임승차론’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을 들고 나왔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 정서를 비롯해 온라인 공간에서 2030세대 일부에 퍼져있는 ‘반중 감정’에 편승한 주장이다. 앞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갈라치기로 논란을 빚은 윤 후보가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다”고 썼다. 이어 “2021년말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을 등록했고,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되어 있다”며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 노동자들이 건보 재정에 ‘숟가락을 얹어’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주장으로, 사실상 중국인을 건보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배치’라는 6글자 메시지를 올렸고, 지난 1일엔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친중 외교’로 규정한 뒤, 중국이 크게 반발하는 사드 추가 배치를 실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는 집권하더라도 현 정부처럼 중국 눈치만 보지 않고, 할 말은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이런 움직임은 2030세대 일부 남성들에게 퍼져있는 혐중 정서와 보수층이 갖고 있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자극해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골수 보수 지지층을 적극 결집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이주민을 향해 전선을 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 후보의 ‘혐중 정서’ 자극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적극적이다. 그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고속도로 졸음쉼터 태양광 그늘막 설치’ 공약을 올리자 이 대표는 댓글로 “지금 이 타이밍에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을 위한 공약이 꼭 필요한가요”라고 반문했다.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 후보의 공약이 중국 기업 배만 불려줄 것이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정치권에서 “어설픈 반중 코인 탑승 시도(이소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재생에너지 현실에 대한 무지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지 의심스럽다(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통합은커녕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주 노동자, 중국, 여성 등을 향해 혐오를 조장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도 “현 정부가 굉장히 중국 편향적 정책을 썼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으로 여성 혐오를 부추겨온 행태가 이주 노동자와 중국 등으로 확대된 셈이다. 이는 이대남(20대 남자) 표심 공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젠더에 이어 ‘주적’이라고 한 북한, 혐중까지 모두 2030 남성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또한 북·중 관계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와 대비시키려는 전략인데, 혐오 전략이 중도층과 무당층까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 후보의 ‘혐중 전략’은 외교안보·경제적 측면에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 후보는 중국과 사드 보복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적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어 대가가 클 수 있다”며 “아무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약이라 할지라도 국익과 실행 가능성을 생각하고, 실행했을 때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응책과 복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사드 추가 배치해 수도권 지킨다?…“미·중 경쟁관계 무시한 공약”

 

‘사드 추가 배치’ 공약 실효성 논란

윤석열 “수도권 방어 위해 사드 구매해 직접 운용”

북한 단거리미사일 저고도 비행 탓에 요격 어려워

‘중국 봉쇄’ 미국 포위망 동참 신호로 비칠 수 있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외교안보 공약을 담당하는 선대본부 산하 글로벌비전위원회 등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1조5천억원으로 미국에서 사드를 구매해 한국군이 직접 운용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미국 정부 예산으로 사서 주한미군이 운용한다. 성주 사드 포대는 사거리가 200㎞라 요격 범위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므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주민 2천만명을 지키려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게 윤 후보 쪽 주장이다.

 

사드 추가 배치 주장의 쟁점은 크게 둘이다. ‘정말 사드가 수도권 주민을 지킬 수 있느냐’라는 군사적 실효성과 미국과 중국이 거칠게 충돌하는 국제관계에서 사드 추가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자료 국방부.

 

현재 사드 기술수준과 북한 미사일 전력의 질과 양, 북한의 개전초 군사 전략 등을 감안하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도 수도권 보호를 확신하기 어렵다.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은 상승단계-중간단계-종말(하강)단계로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5분 안에 한국에 올만큼 한반도 종심이 짧아 상승-중간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3번째 종말단계에 집중해,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에 걸친 다층방어체계로 짜여있다. 구체적으로 △패트리엇2(20㎞ 내외 저고도) △천궁II와 패트리엇3 (30㎞ 내외 중고도) △사드(50~150㎞ 범위 고고도)로 3중 방공망이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쪽은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을 패트리엇, 천궁II 미사일 고도 위에서 한번 더 방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드는 미사일 종말단계에서 고고도 요격에 쓰인다. 그런데 북한이 가장 많이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의 경우 고고도가 아니고 대부분 저고도로 비행하므로 사드로 요격하기가 어렵다.

 

북한이 사거리가 긴 중거리 노동미사일을 압록강 부근에서 정상 발사 각도보다 높은 고각도로 발사하면 국내에 떨어지는데, 이 경우에는 고고도여서 사드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값싼 스커드 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북한이 굳이 비싼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을 한국을 겨냥해 고각 발사할 이유를 쉽게 찾기 어렵다.

 

이런 주장은 미국 내 민간 전문가, 미 의회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2015년 4월 발간한 <아태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 방어:협조와 저항> 보고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일본과 미국을 방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한국은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과 너무 인접해 있고 북한 탄도미사일이 낮은 궤적으로 비행해 수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이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한꺼번에 쏘는 전면전 상황에서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완벽하게 방어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사드는 명중 효과를 높이려고 적 미사일을 겨냥해 요격 미사일을 2발이나 4발을 쏜다. 총 48개의 요격미사일로 꾸려진 1조5천억짜리 사드 1개 포대가 막을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은 산술적으로 최대 24발이다. 북한은 스커드, 노동 등 130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북한 전역에 배치하고 있다.

 

자료 국방부.

 

일부에서는 ‘사드가 군사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드 추가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 등 한국에 불이익이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글로벌비전위원회 소속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는 “2017년 (성주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를 배치해서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다시 말해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구매하는 사드라면 중국도 반발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사드를 구매할 경우에도, 이를 운용할 때는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동되므로 중국이 “한국 사드는 미국 사드와는 별개”로 간주할 지는 불투명하다. 5년전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었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사드 추가 배치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포위망에 동참하겠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내는 것이다. 사드 추가배치는 군사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한미관계, 미-중 전략경쟁 등 국제 정세 등을 아우르는 전략적 판단 능력, 사드 배치 지역 설득 같은 소통능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윤 후보는 극심한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요동치는 국제질서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적 설계도가 없다”며 “윤 후보가 사드를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 같은 국제관계 현실을 무시한 채 보수층 표를 의식해 사드 추가 배치를 꺼낸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윤석열, ‘국민이 키운’ 슬로건 발표…“정권교체 당위 담았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비정치인 윤석열 불러낸 건 국민” 의미 내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선대본)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슬로건으로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비정치인인 윤석열 대선 후보를 불러낸 건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의미 등을 담았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윤 후보의 슬로건을 발표했다. 선대본은 슬로건을 뒷받침하고 그 효과를 더할 수 있도록 각종 유세현장 등에서 적절한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해나갈 예정이다.

 

선대본은 이번 슬로건에 담긴 ‘국민이 키운’이라는 표현은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비정치인이었던 윤 후보가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모든 과정이 국민의 뜻이었단 취지다. 선대본은 “국민은 정권교체를 위해 기존 정치권의 인물에서 벗어난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윤 후보는 국민의 열망인 정권교체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슬로건이 ‘미래’ ‘나라’, ‘대한민국’ 등의 범위보다는 가장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내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윤 후보의 의지와 약속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슬로건을 활용한 캐치프레이즈의 대표적인 예로는, ‘국민의 선택, 지금 바로 윤석열’을 들었다. 선대본은 “국민이 많은 후보 중 윤 후보를 선택하고 정치의 영역으로 불러낸 것을 ‘국민이 키운’ 과정이라고 한다면 ‘국민의 선택’은 그 결과”라며 “‘지금 바로 윤석열’은 국민의 ‘내일’을 지체 없이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선대본은 그 밖에 다양한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해 슬로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김가윤 기자

 

 

윤, 2020년 10월 국감서 “정치한다는 뜻이냐” 질문에 즉답 피해

김, 나흘 뒤 “윤석열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언급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월2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구속기소)씨가 “윤석열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발언한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그간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대장동 몸통인 이재명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던 국민의힘은 이번엔 “엄정한 수사를 두려워하는 공범들에게 김씨가 허풍을 떤 것에 불과하다”며 녹취록 신빙성을 깎아내렸다.

 

3일 <한겨레>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김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사이에서 오고 간 대화 내용 중 “윤석열”이 언급된 이유와 맥락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일보>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티브이(TV)>가 공개한 2020년 10월26일치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윤석열”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정 회계사가 김씨에게 “참, 정신이 없지 않으셨나요? 윤석열 특검부터 해갖고. 특검이 아니라, 그 국감”이라고 말하자, 김씨는 “윤석열이는 형(김만배)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지금은 아니지만. 근데 형은 그 계통에 안 나서려고 그래.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말한다.

 

정 회계사가 언급한 “국감”은 두 사람 대화가 이뤄지기 나흘 전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는 질문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에 뜻을 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김씨가 갑자기 “윤석열 죽일 카드”를 언급한 배경에는 윤 후보의 이런 발언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윤 후보는 국정감사 5개월 뒤 사실상 대선 출마 뜻을 밝히며 검찰총장직에서 중도 사퇴했다.

 

지난해 윤 후보는 그의 부친이 김만배씨 누나와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김씨를 알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2019년 4월 김씨의 누나는 윤 후보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급매물로 내놓은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을 19억원에 사들였다. 김씨와 정 회계사 대화에서 ‘윤석열 카드’ 발언이 나오기 1년6개월 전이다. 당시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이었고, 김씨는 <머니투데이> 법조 담당 기자였다. 이로 인해 여권을 중심으로 김씨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는 윤 후보를 보고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오래된 단독 주택을 누나 명의로 사들인 게 아니냐는 뇌물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윤 후보쪽은 “매수자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반박했지만, 국민의힘 쪽에서도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의 일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씨가 언급한 ‘카드’가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비리 의혹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자에게 1155억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아무개씨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당시 이 수사 주임검사는 윤 후보였고, 조씨의 변호인은 윤 후보와 친분이 두터운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조씨에게 박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소개시켜 준 건 김만배씨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김만배와 어떤 친분이나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김만배씨 쪽은 ‘50억원 클럽 의혹’ 등에 대한 해명 때와 마찬가지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그런 말을 했다면 일부러 과장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어떤 것이라도 녹취록에 나온 내용 중 의혹이 될 만한 부분은 수사팀에서 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