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인 김건희 "제가 쥴리? 그럴 시간도 이유도 없는 사람" 주장

'유부남 검사와 동거' 소문에 "친구들과 모여 살았었다"

 인터넷매체 인터뷰서 의혹 부인…윤석열은 "한번 챙겨보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위한 자리에 부인 김건희 씨와 함께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30일 자신의 과거를 둘러싼 '접대부설', '유부남 동거설' 등의 소문을 전면 부인했다.

 

전날 윤 전 총장의 대권도전 직후 이뤄져 이날 보도된 신생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다.

 

김 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접대부로 일하며 검사들을 알게 됐고, 윤 전 총장도 만났다는 일부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 게시판의 소문을 일축한 것이다.

 

김 씨는 "저는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 중독인 사람"이라며 "그래서 석사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것"이라며 "제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사실관계가) 가려지게 돼 있다.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제가 쥴리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자신이 윤 전 총장을 만나기에 앞서 과거 유부남 검사와 동거를 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제집에는 제 친구들도 모여 살았다"며 "누구랑 동거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누구랑 동거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데, 그 검사는 바본가"라며 "그건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동거하던 검사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출입국 기록이 삭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떤 기자의 확인 요청에) 할 수 있으면 한 번 지워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자꾸 마타도어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데, 이래선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며 "제가 공무원 부인으로 한 9년 살아봤는데, 이런 거짓에 너무 놀아나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짓과 진실은 반드시 있는데, 목소리 큰 사람이 자꾸만 이긴다"며 "그래도 결국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을 방문한 뒤 이같은 김 씨의 인터뷰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침에 제가 일찍 행사를 나오느라 (못 봤다)"며 "한번 챙겨보겠다"고만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개설한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애처가'로 소개했다.

 

윤석열 처가 리스크 파고든 여권…"장모 바보"·"부인재산 출처 증명"

 '도리도리 고개짓' 비판도…"검증 불안감의 발로·굉장히 불안정, 준비안돼"

 정청래, 김건희씨 '쥴리 의혹' 반박에 "자충수, '안철수 하책' 전철 밟을 것"

 

더불어민주당은 대권행보를 공식화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검증대에 올리며 연이어 맹공을 이어갔다.

 

특히 윤 전 총장의 처가 의혹을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파상공세를 가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30일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아직 정치인으로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본격 검증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평가될지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면에선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부인의 회사에 협찬사가 많이 늘어났던 부분은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윤 전 총장의 뇌물죄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장모 바보 윤석열의 텅 빈 출사표"라며" "검언유착 의심 발언을 반복하는 윤석열 씨를 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장모 최순실'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비꼬았다.

 

대권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후보는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주변 친인척, 친구 관계 등이 다 깨끗해야 된다"며 "부인의 소득 출처에 대해 증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인터뷰에서 자신이 '쥴리'라는 예명으로 접대부로 일했다는 시중의 소문을 반박한 것에 대해 "자충수로, 사람들은 앞으로 쥴리 찾아 삼천리를 떠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제가 갑철수 입니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한 안철수(국민의당 대표)의 바보같은 토론방식은 프레임 전쟁에서 대패를 자초했다"며 "윤석열씨 부인이 쥴리를 언급한 것은 대응책 치고 하책 중의 하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자질을 도마 위에 올리며 윤 전 총장의 오랜 습관인 '도리도리' 고갯짓에 대한 냉소 섞인 지적도 쏟아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범이 내려온다고 해서 봤더니 새끼 고양이였다"며 "시대정신 부재, 구체적인 비전 없음으로 인한 불안감, 가족 비리와 'X파일' 검증에 따른 불안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등장으로 경쟁에서 밀릴까 하는 불안감이 만든 현란한 머리 돌림을 보여줬을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어제 보면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 자신감 없이 고개를 계속 돌리면서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전날 한일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일본 NHK 기자의 질문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정면 겨냥,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일갈한데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

 

백혜련 최고위원은 "일본군에 희생된 동학농민군을 위로하는 노래를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일본을 대변하는 소재로 이용했다"며 "천박한 역사 왜곡 의식에 유감을 표명한다. 동학농민군과 전봉준 장군에 대한 모욕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아내는 뇌물성 협찬 · 주가조작 의혹

장모는 사문서 위조 · 부정수급 혐의

수뢰 혐의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 변호사 소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엑스(X)파일’에 관해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를 유통하면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 출마 선언은 본격 검증의 시간도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엑스파일’이 아니더라도 이제 자신과 가족, 측근을 두고 제기된 다양한 의혹에 관해 직접 설명해야 한다.

 

■ 수사·재판…‘넘어야 할 산’ 여럿

 

첫번째로 넘어야 할 관문은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이다. 윤 전 총장은 장모 최아무개씨 사건 등과 관련해 “법 집행은 국민이 납득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법 적용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수사·재판 결과는 ‘정치 초행길’ 자체를 요동치게 만들 수도 있다.

 

윤 전 총장 본인 및 가족·측근 관련 사건은 모두 7건이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각각 3건과 2건이고, 법원에서도 장모 최씨의 재판 2건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와 측근이 연루된 의혹 3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건들로, 윤 전 총장은 현직일 때 이 사건들 지휘에서 배제됐다. 김오수 현 검찰총장도 보고를 받지 않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정용환)가 맡은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관련 의혹은 김씨가 대표인 이곳의 대기업 협찬사가 2019년 6월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뒤 4곳에서 16곳으로 급증한 배경에 관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을 의식한 ‘보험용’이나 뇌물성 협찬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 업체 사무실과 협찬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수사팀은 이후 기업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협찬 기업에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0~2011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과정에 김씨가 돈을 댔다는 의혹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13년 경찰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사건을 종결했지만, 지난해 2월 <뉴스타파>가 경찰 내사보고서 등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사건이 재점화됐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 서정민)가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서장은 2013년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도피했다가 타이에서 체포돼 송환됐다. 하지만 검찰은 2015년 “금품수수는 인정되지만 대가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윤 전 서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 전 총장은 그에게 변호인을 소개하고 무혐의 처분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외 도피자가 강제 송환 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 검찰 안팎에서는 ‘가족 사건보다 윤 전 서장 사건이 더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전 총장 본인을 둘러싼 의혹도 수사 결과에 따라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관련 수사 방해 의혹’ 등 시민단체 고발 사건의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 수사의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 지난해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수사권을 주지 않아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문제에 대한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또다른 ‘약한 고리’는 장모 최씨다. 최씨는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은행에 350억여원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2006년 경기 양평군 아파트 분양 사업 과정에서 사들인 농지를 자식들에게 헐값에 되팔아 농지법 위반과 편법증여 의혹도 사고 있다. 또 요양병원을 설립해 요양급여 22억9천여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최씨는 부인하지만, 검찰은 “병원 운영에 관여한 것이 명백하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7월2일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 병역면제, 보수언론 사주 회동도 논란 가능성

 

병역 면제 문제도 다시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1982년 신체검사에서 좌우 시력 각각 0.8, 0.1로 부동시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인사청문회 때 야당이 고교 생활기록부와 공직자 임용 건강검진 시력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윤 전 총장은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2019년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주와 ‘비밀 회동’을 한 점도 논란거리다. 그가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을 시기에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방정오 티브이조선 전 대표 횡령·배임 의혹 고발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2018년 중앙일보 홍석현 사주를 만났을 때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검찰에 고발한 날과 겹친다. 홍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외삼촌이다. 이를 두고 사건 관계인과의 사적 접촉을 금하는 검사윤리강령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현수 옥기원 기자

 

윤석열 ‘정치 중립’ 깨고 대선 직행…“국민 판단할 문제” 합리화

 

대선 출마 선언…검찰 중립성 훼손 지적 받자 구차한 변병

“총장이 선출직 안나서는 관행 의미있지만 절대 원칙 아냐”

 재임중 수사 따가운 비판엔 “모든 사건 절차·원칙 따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자신의 대선 출마에 따른 검찰의 중립성 훼손 지적에 대해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출마로 검찰 독립성 훼손된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최고 지휘자인 총장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고 하는 여망을 제가 외면할 수 없고, 제 혼신을 다해서 이 일을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됐다”며 “일반적으로 관행상 하지 않아 왔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국민이 기대하고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주장했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선으로 직행하는 데 따른 검찰의 중립성 훼손 비판에 ‘정권교체’ 열망을 명분으로 방어막을 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이런 주장은 자신의 정치 참여를 편의적으로 합리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총장 출신이 선출직으로 직행하는 걸 불문율로 여겨온 관행을 ‘의미는 있으나 절대적 원칙은 아니다’라고 단순화한 뒤 정권교체의 열망을 실현하려는 자신을 특별한 인물로 규정하고,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중립성 훼손은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당장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로 재임 시절 진행한 수사가 정치적 야망 실현을 위해 진행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혹자는 정치를 하기 위해 그런 수사를 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모든 사건이 다수의 국민과 단체들이 고발한 사건을 절차와 원칙에 따라 한 것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압수수색을 전후해 윤 전 총장이 청와대 쪽에 연락해 사모펀드를 이유로 “조국 불가론”을 설파하며 “조국만 도려내겠다”고 했다는 조 전 장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청와대 관계자와 누구만 도려내겠다고 하거나 사모펀드 운운한 사실이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수사 착수가 압수수색으로 시작이 됐는데 압수수색을 미리 예고하는 시그널을 준다는 건 수사의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주장과 달리 그의 선택이 오랜 노력 끝에 확보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총장 재임 시절 행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명백히 해치는 행위”라며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정권이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을 일을 잘할 사람보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자리를 주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윤석열 “X파일 아직 못봤지만 출처 불명의 마타도어”

 

대선 출사표를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족 관련 의혹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엑스(X)파일’에 대해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오후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선 엑스파일 정치권 공세에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문건을 아직 보진 못했다”면서 “국민 앞에 공직자로, 그것도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그런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이 맞다”며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통하면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장모 최아무개씨가 기소된 사건 등에 대해선 “법 집행은 국민이 납득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법 적용엔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하 관련 질의에 대한 일문일답.

 

•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모가 누구한테 십원 한장 피해 준 적 없다’는 발언이 기사화된 적 있다. 발언이 어떻게 나온 건지, 수사와 재판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직 검찰총장이자 유력 주자로서 부적절하단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없는데 그게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나 법 적용엔 전혀 예외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일했다. 제 친인척이든 어떤 지위와 위치에 있든 간에 수사와 재판 법 적용에 있어선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 변함없다. 총장 시절 강조했습니다만, 법 집행이라고 하는 건 국민이 납득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정 절차가 담보돼야 하고, 공정 절차에 따른 법 집행에는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 윤석열 엑스파일 관련해 정치권 공세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접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직접 이 문건 확인했나.

 

“아직 문건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국민 앞에 공직자, 그것도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저는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서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그게 어떤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막 유포를 한다면 이건 국민들께서 다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저는 제 국정수행 능력이나 또 저의 도덕성과 관련해서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저에게 제시하시면 제가 국민들이 궁금하지 않으시도록 상세하게 설명해드릴 생각이다.”

 

“윤봉길 기념관서 ‘이념 사로잡힌 죽창가’? 제 귀를 의심”

 

추미애 “헌법 부정, 자기부정” 정세균 “자기 얼굴에 침뱉기”

이광재 “내심 기대했는데 허망”이재명은 특별한 입장 안 밝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여권 대선 주자들은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문제삼으며 견제에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이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해 “그런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낸 자기부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평생 검사만 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건 동서고금에서 찾기 어렵다”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반부패 프레임의 전장이 바뀌면 경제·안보가 훨씬 중요해지기 때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과거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미래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런 검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대해선 여권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오죽 우리가 미우면 검찰총장으로 일생 보낸 분의 지지도가 저렇게 높게 나오겠느냐”며 “윤석열 총장이 저렇게 대선 후보 지지도가 높은 것은 우리가 반성해야 할 요소”라면서 “국민의 미움을 풀어드리고 우리 스스로 변화돼야 객관적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비전이 뭔지 드러나지 않은 선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안이 없어 국민들 분노를 자극한 것이 바람직한 건 아닌데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개선될 거라 생각하지만 노파심에 말하겠다”고 전제한 뒤 “지금의 한·일관계 말하면서 ‘이념에 사로잡힌 죽창가 부르다 망가졌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그런 말씀 했는지, 더군다나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그런 말 한 것을 들으며 제 귀를 의심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윤 전 총장의 항명으로 고생했던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중립성 훼손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윤 전 총장의 답변이 ‘예외도 있다고 생각한다’였다”며 “검찰총장, 감사원장 모두 최고 중요한 정치적 중립 요구받는 자리인데 스스로 예외라고 끝내면 끝나는 게 아니라 헌법 부정이고 반(反)법치라 규정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용진 의원도 “선거가 아홉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외교·국방·경제·교육 분야에 대해선 말씀하지 않고 그냥 본인의 출마와 관련된 정당성만을 찾으려 한 것 아닌가”라며 “구체화되지 못한 철학, 준비되지 못한 정책 등 부실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남 봉하마을을 함께 방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도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자기 얼굴 침뱉기”라고 했고, 이 의원은 “내심 뭔가 남다른 비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하지만 오로지 정권 교체, 집권 얘기만 들으니까 한편으로 가졌던 기대가 허망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편,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에 ‘시대정신’이 빠졌다며 유감을 밝혔다. 여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비판은 있는데 시대정신은 없는 1위 대선주자의 출마선언 메시지가 실망스럽다”며 “2017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의 시대정신은 불평등 해소였지만 그때보다 불평등과 차별은 더욱 확대됐다”며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이 없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왜 윤석열 대통령이냐” 물음에 대한 답은 없었다

섬뜩한 단어로 ‘반정치주의’-‘반문재인’ 뿐인 공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29일 회견에서 기자들의 핵심 질문은 ‘왜 당신이 대통령을 해야 하는가’였다. 윤석열 전 총장은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정확한 답변은 모두 발언에 들어 있다.

 

“공직 사퇴 이후에도 국민들께서 사퇴의 불가피성을 이해해주시고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 이상 집권을 연장하여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이었습니다.”

 

‘국민이 나를 계속 지지하고 성원하는 것은 정권교체에 앞장서라는 뜻’이라는 의미다. 여론조사 소명론이다. 정권교체 소명론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언제부터 대선 출마를 생각했을까? 검찰총장을 하면서 대선 경쟁자들을 미리 제거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검사 시절 그가 했던 말 중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나의) 정무감각은 꽝” 등이 있다. 정치인의 언어가 아니다. 그는 철저한 검찰주의자였다.

 

그의 검사 인생이 궤도를 이탈한 것은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무리한 수사 착수였다. 정권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2019년 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야권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지지도는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야권 주자들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던 상황이었다. 야권의 대안 부재가 윤 전 총장의 기회로 작용했다.

 

그 뒤 추미애 장관이 주도한 검찰총장 징계 청구가 윤 전 총장을 더욱더 높이 밀어 올렸다. 윤 전 총장 인지도와 지지도가 동반 상승했다.

 

올 3월 초 검찰총장 사퇴는 ‘별의 순간’이었다. 한국갤럽 3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도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24%로 급상승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그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양강구도가 지속하고 있다. 자동응답방식(ARS)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앞선다.

 

윤 전 총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는 여론조사에 의해 호출됐고 여론조사에 의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따라서 그의 앞날도 여론조사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이른바 ‘엑스(X) 파일’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근 자꾸 떨어지고 있는 수치는 그에게 불길한 징조다. 29일 대선 출마 선언으로 만회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날 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사용한 표현은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좌절과 분노”,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약탈”, “기만과 거짓 선동”, “부패완판” 등이다.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 야당 지지자들은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윤 전 총장에게서는 경제·복지, 외교·안보에 대한 가치·노선·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회견에서도 ‘초고속 정보 처리 기술’, ‘국제 분업 체계’ 등을 언급했지만 공허했다. 그냥 “공정과 상식,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을 몰아내고 내가 대통령 되면 다 잘 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윤 전 총장이 지금 들고 있는 깃발의 이름은 ‘반정치주의’와 ‘반문재인’일 것이다. 반정치주의는 우리 대선에서 아직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1992년 정주영, 2012년 안철수의 실패 사례가 선명하다. 2022년 3월 9일 대선에 문재인 대통령은 출마하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은 이제부터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과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세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 2·3·4위를 했던 강자들이다. ‘검찰주의자 윤석열’, ‘초보 대선주자 윤석열’이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성한용 기자

 

홍준표, 윤석열 출마선언날 대선 도전 공식화

 

‘국민보고대회’ 열어… 지도부와 소속 의원 20여명이 참석

“시대정신은 번영·공정·안전·행복” “윤석열, 입당해 경선 참여해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인뎁스 조사결과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복당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미래를 위한 번영, 기회를 위한 공정, 모두를 위한 안전, 희망을 위한 행복”을 4대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같은 날 정치 참여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서는 “입당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 의원은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전국 8182명을 상대로 진행한 심층면접조사(인뎁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홍 의원은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의 ‘빨간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듯 파란색 마스크와 넥타이를 착용하고 무대 위에 섰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시대정신과 미래비전을 담은 ‘미래비전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대선 출마선언에 맞춰 발표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국민적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는 제 꿈과 비전을 말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 의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8.3%는 “나라의 미래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해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자(28.9%)보다 많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경제 성장(21.1%), 정치개혁(20.4%), 저출산·고령화 해결(17.9%), 국민갈등 해소(14%), 빈부 격차 해소(11.3%) 등이 꼽혔다. 경제 문제에서는 일자리 창출(29.1%), 집값·부동산 문제(26.2%), 4차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 준비(14.8%)가 최우선 현안으로 지목됐다. 차기 지도자 리더십으로는 국민 소통능력, 미래 대비 능력, 위기해결능력, 강인한 추진력이 주요 덕목으로 꼽혔다고 한다.

 

홍 의원이 국민 보고대회를 이날로 잡은 것을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홍 의원은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출마와 관련 “우리 당에 들어와서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게 옳겠다. 들어와서 활발하게 정책 대결도 하고 도덕성 검증도 하면서 경선 일정에 참여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 쪽은 이번 행사가 복당 전부터 계획됐던 것으로 윤 총장 출마 일정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홍 의원의 국민보고대회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김기현 원내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준비가 많이 돼 있다면 올해와 내년을 거쳐 홍 의원이 하는 정치적 여정도 알차고 성공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미나 기자

여야 합의로 여순사건 특별법과 3·15의거 명예회복법 함께 통과

 

정부 수립 초기 다수의 민간인이 국가폭력에 희생됐던 여순사건의 진상이 73년 만에 밝혀지게 됐다.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여순사건 특별법)을 의결했다. 이로써 73년 동안 반공주의의 억압으로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희생자와 유족들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회는 이날 여야 합의로 여순사건 특별법과 3·15의거 명예회복법을 함께 통과시켰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여순사건의 시기적 범위를 14연대가 제주4·3 진압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1948년 10월19일부터 지리산에 입산금지 조처를 해제한 1955년 4월1일까지 6년 반으로 규정했다. 장소적 제한은 여수·순천을 비롯해 전남·북, 경남 일부 지역으로 명시했다. 역사적 성격은 당시의 혼란과 무력충돌, 이의 진압과정에서 민간인 다수가 희생당한 사건으로 명시해 이들의 안타까운 피해를 치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48년 10월 여수·순천에서는 제주4·3의 진압명령을 거부한 14연대의 봉기와 토벌군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특별법에 따라 설치될 국무총리 소속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명예회복위)는 2년 동안 진상조사 활동을 벌인 뒤 6개월 안에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한다. 여순사건으로 사망·행방불명·후유장해·수형 등 피해를 본 희생자와 그 유족들은 명예회복위 구성 1년 안에 진상규명 신고를 하고, 피해 내용에 대한 조사를 받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국가는 또 희생자를 추모하고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위령묘역·공원을 조성하고, 사료관·위령탑을 건립하는 등 기념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특별법은 공포 뒤 6개월 뒤에 시행되기 때문에 명예회복위의 활동은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3년은 진상규명 작업, 이후 3년은 위령시설 건립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발의자인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순사건 발발 73년 만에, 특별법 발의 20년 만에 드디어 국회의 빗장이 풀렸다”며 “사건 당시 희생자 대부분 돌아가셨고, 유족들조차 80~90대 고령인 만큼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도록 시행령 제정도 챙기겠다”고 말했다.

 

여순사건 유족회와 시민단체도 숙원이었던 특별법의 제정을 환영했다.

 

여순사건 유족회는 이날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유족조차 고령이 된 상황을 고려해 신속하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반겼다. 당시 유복자였던 서장수 여수유족회장은 “하늘나라에 먼저 가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라 믿는다”며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려 애써주신 모든 분께 한없이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여순민중항쟁 전국연합회 등 시민단체 30여곳은 “기쁘기도 하지만, 너무 늦어 아쉬움도 많다”며 “국방부, 검찰청, 경찰청 등 국가기관이 여순사건과 관련한 모든 기록을 공개하고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신 희생자와 유족한테 다시 한 번 위로를 드린다. 진상규명 신고와 조사에 차질이 없도록 실무위원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지난 2001년 16대 국회부터 4차례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에서 번번이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지난해 7월 의원 152명이 발의했고, 상임위 심사가 늦어지며 미뤄지다 야당인 국민의 힘이 태도를 바꾸면서 행정안전위와 법제사법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1월8일 여순사건으로 순천 일대 민간인 다수가 군인과 경찰에 집단 사살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할 특별법의 제정을 국가에 권고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도 지난해 1월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씨의 재심에서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같은 피해를 본 다수의 희생자를 구제하기 위해 복잡한 재판을 거치기보다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의 일부 군인이 제주4·3을 진압하라는 출동명령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다수가 희생된 현대사의 비극이다. 이 사건 직후 1949년 이뤄진 전남도 조사에서는 희생자 수가 1만1131명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

[서울 인사동 재개발지구서 한글 금속활자 등 1600여점 발굴]

 

조선 초기 도성 안 민가 터에서 총통, 물시계 주전 등과 함께 발견

크기별로 대·중·소·특소로 나뉘고 훈민정음 창제 직후 표기법도 확인

일부는 서양 최초보다 수십년 앞서 갑인자 추정 한자활자도 다량 출토

 

            발굴 전시된 유물들

    한글 금속활자의 세부 모양.

 

“한국 인쇄문화사에 획 긋는 발견”

“이건 조약돌이 아니라 금속활자입니다!”

 

이달 1~2일 서울 인사동 피맛골 재개발지구 유적을 발굴하던 수도문물연구원 조사단원들은 예상치 못한 발견에 입을 쩍 벌렸다. 16세기 민가터 땅속에서 화약무기 총통과 함께 드러난 도기 항아리 옆구리 구멍 사이로 조약돌 모양의 덩어리 몇개가 삐져나왔는데, 씻고 살펴보니 광택 나는 금속활자로 드러난 것이다. 항아리 안 내용물을 뜯어본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1600여개의 금속활자가 들어차 있었다.

 

그 뒤 전문가들이 감식했더니, 1446년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를 즈음해 쓰인 것으로 짐작되는 조선 초기 세종~세조 대의 한글 금속활자 실물과 세종 대인 1434년 만든 한자 금속활자본의 걸작 ‘갑인자’로 추정되는 활자 실물이 처음 출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활자들 일부는 독일인 구텐베르크가 1450년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 활판인쇄를 시작한 때보다 수십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세기에 만들어진 한글 금속활자 소자. 기록만 전해지다 이번 발굴에서 최초로 실물이 확인됐다.

              *한글 연주활자.

 

문화재청은 최근 수도문물연구원이 조사해온 서울 인사동 79번지 ‘공평구역 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 내 유적(나 지역)’의 16세기 건물터에서 항아리에 담긴 15~16세기 세종~중종 시기 금속활자 1600여점이 발견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세종~중종 대 쓴 것으로 보이는 자동 물시계의 시보 장치 부품인 ‘주전’(籌箭)과 세종 때 것으로 추정되는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의 부품들, 중종~선조 때 화기인 총통류 8점, 동종(銅鐘) 1점 등도 같은 유적에서 함께 발굴됐다고 덧붙였다.

 

              *세종 때 만든 갑인자로 추정되는 한자 금속활자들. 크기상 소자(小字)에 해당한다.

 

    *도기 항아리 내부를 채운 금속활자들. 출토 당시의 모습이다.

 

역사적 가치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출토품은 한글 금속활자 실물들이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 직후인 15세기 중반기에 한정돼 쓰인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 실물들이 처음 확인됐고, 크기별로 대·중·소·특소로 나뉜 다양한 크기의 활자들이 고루 출토된 점 등은 획기적인 성과로 보인다. <동국정운>은 1448년 세종의 명으로 한자음을 바로잡기 위해 간행한 조선 최초의 표준음 관련 서적으로, 중국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쓰인 ‘ㅭ’, ‘ㆆ’, ‘ㅸ’ 등의 <훈민정음> 초기 글자들을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두 글자를 한 활자에 연결 표기해 토씨(어조사) 구실을 하게 한 희귀본 연주활자(連鑄活字)들도 10여점이 나왔다.

 

 *물시계의 시보를 작동시키는 주전 부품들. 이번 발굴로 처음 실물이 출토되었다.

                                           *‘일성정시의’의 주요 부품인 ‘주천도분환’.

    *물시계의 중요 부품인 주전. 처음 확인되는 실물이다.

 

한자활자의 경우 현재 가장 이른 조선 금속활자인 세조대의 ‘을해자’(1455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보다 20년 이른 세종대 ‘갑인자’(1434년)로 추정되는 활자가 다량 확인됐다. 백두현 경북대 교수와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인쇄문화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한글활자와 세종이 만든 한자본 갑인자의 실물이 처음 나타났다는 점에서 한국 인쇄문화사에 획을 긋는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도기 항아리에서는 금속활자와 함께 세종~중종 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의 ‘주전’으로 보이는 동제품들이 잘게 잘려진 상태로 출토됐다. 주전은 1438년(세종 20년)에 제작된 흠경각 옥루이거나 1536년(중종 31년) 창덕궁에 설치한 보루각의 자격루로 추정된다. 기록으로만 전해져오던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의 주전 실체가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항아리 옆에는 역시 세종 대 제작품으로 추정되는 주야간 천문시계 ‘일성정시의’의 주요 부품들이 나왔다. <세종실록>을 보면, 낮에는 해시계,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한 기기로, 1437년(세종 19년) 4개의 기기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와 동종이 땅속에서 드러난 모습.

                             *출토된 승자총통.

 

소형화기로는 승자총통 1점, 소승자총통 7점이 나왔다. 명문을 판독한 결과 계미년 승자총통(1583년)과 만력 무자년 소승자총통(1588년)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해시계 아랫부분에서 용 손잡이인 용뉴를 비롯한 여러 점의 동종 파편들도 함께 나왔다. 종 몸체엔 1535년(중종 30년) 4월에 제작됐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출토 지점은 종로2가 네거리 북서쪽이다. 중부 견평방에 속했던 도성 안 중심으로, 평민들이 살았던 상가 지역으로 추정된다. 이런 민가터에 일반인이 지닐 수 없는 금속활자 등의 고급 유물과 무기류가 왜 무더기로 묻혔는지는 명확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오경택 연구원장은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과 시기상 가까워 전란을 맞으면서 가치 있는 금속제 유물들을 묻어두고 피난 갔다 회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노형석 기자

‘정치’ 때문에 중도사퇴한 ‘1호 감사원장 최재형’

문 대통령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만들어 아쉽고 유감”

“감사원법의 정치적 중립성 취지 안맞아” 비판 쏟아져

 

정치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를 6개월 남긴 최 원장이 향후 대선 가도에 뛰어들 경우 그는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로 직행하는 첫 감사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시간 만에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을 표명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최 원장은 28일 오전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최 원장은 또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 원장은 대선 출마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말을 삼갔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등판은 시점의 문제인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문 대통령 “최재형,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만들어”

 

정치권에 입문하려 중도사퇴한 ‘1호 감사원장 최재형’은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문 대통령이 최 원장의 사의 표명 당일 의원면직안을 재가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이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한 것은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감사원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회창·김황식 전 원장 등은 모두 국무총리를 거치며 유예기간을 뒀다. 감사원이 지닌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살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재형 원장이 스스로 중도사퇴한 것은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임기 보장을 스스로 깼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3대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때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기를 보장했었다”고도 덧붙였다.

 

최 원장이 월성 원전 경제성 감사, 김오수 감사위원 선임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겪은 불화가 정치 입문의 명분으로 거론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더욱 더 정치권과 거리를 둬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는 감사원법 2조를 앞세우며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결과적으로 보수 야권 내 지지 기반을 마련한 행보가 됐기 때문이다.

 

감사원 내부서도 “실망”…송영길 “내로남불의 결정판”

 

최 원장 사퇴설에 ‘설마’하며 반신반의하던 감사원 내부에서는 최 원장이 결국 자리를 던지고 나가자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소신 있고 양심에 거리끼는 일은 절대 안 했던 분이어서 (이번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선 출마 선언까지 한다면 실망할 것 같다”며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권한은 업무를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지 그것으로 국민한테 인기를 얻어 정치적 발판을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은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에서 열린 ‘경북도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현직 감사원장이 임기 중 사표를 내고 대통령 선거에, 그것도 야당 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감사원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최 원장이 과거 청와대가 추천한 ‘김오수 감사위원’을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거절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그렇게 거절한 본인이 감사원장 그만두고 야권 대선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맞지 않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에선 초읽기에 들어간 최 원장의 정치권 입문을 반기고 있다. 최근 ‘윤석열 엑스(X)파일’ 등 검증 논란이 확대되면서 ‘윤석열 대체재’로서 그의 몸값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 원장에 대해서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고,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환영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최 원장은) 아주 맑고 고운 분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으로서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추어올렸다.

 

그러나 최 원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것인지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직행’ 부담감 때문에 당분간 당 밖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치적 기반이 부족하고 인지도·지지율 면에서 윤 전 총장을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여서 비교적 신속히 입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최대한 늦추면서 중도층을 겨냥하려 한다면, 최 원장은 먼저 입당해서 당내 1위 주자 자리를 확보하려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김지은 기자

 

 

청와대 ‘최재형 사퇴’에 윤석열보다 더 분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감사원장의 임기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한 최 원장의 의원면직안을 9시간 만에 재가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유감”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물러났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총장직을 던지자, 청와대는 1시간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사퇴 당시 청와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15자 입장문’을 냈던 것과 견주면,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감사원장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데도, 최 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원장직을 내던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그 이전에 징계 등 숱한 갈등을 거쳤지만, 최 전 원장은 그런 일도 없이 중도사퇴했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최재형 원장이) 스스로 이렇게 중도 사퇴를 임기 중에 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에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며,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임기보장을 스스로 깼음을 강조했다.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 현황을 보면 15대 이회창 원장과 21대 김황식 원장이 국무총리 지명으로 중도사퇴를 한 적이 있고, 그 외에는 20대 전윤철 원장과 22대 양건 원장 등이 정권 교체와 함께 중도사퇴를 했다. 이 관계자는 “23대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임기를 보장해 2017년 12월까지 재직했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 사의 표명…‘정치 입문’ 질문에 답 미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돼온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출근 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전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반응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또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최 원장은 이어 “저는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심사인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언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답했다.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서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구체적 행보를 구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 원장의 사퇴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하며 예견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즉각 최 원장의 정치 참여가 임박했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반응이 이어졌고, 여론조사에서도 윤석렬 전 검찰총장과 함께 잠재적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최 원장의 거취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데 대해 감사원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둘러싸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치른 데다,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의 수장이 특정 정치세력의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상황이 감사원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이날 사의 표명을 할 때까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특별한 입장을 전하지 않고 일상 업무를 수행해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답답하고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최 원장 자신도 평소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만큼 대선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 원장은 ‘사퇴의 직접적 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에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제가 감사원직 계속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밝혔다. 김지은 기자

 

[사설] 궤변으로 가득한 최재형 감사원장 ‘사임의 변’

 

대선 도전 땐 ‘임기 중 정치 직행’ 첫 사례

“정치 중립” 말하며 ‘정치 참여’ 이율배반

윤석열 이어 ‘사정기관 독립성’에 큰 상처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감사원장을 그만둔 뒤의 거취와 관련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그의 최근 발언과 주변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내년 3월 치르는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일단 중도 사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번 뒤 대선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가 대선에 도전한다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권에 직행하는 첫번째 감사원장이 된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이 명시한 4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감사원장은 최 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중간에 그만둔 감사원장이 곧바로 정치권에 직행하거나 대선에 도전한 전례는 없다.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원장, 서울시장에 도전한 김황식 전 원장은 국무총리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간 경우다.

 

최 원장 스스로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랬으니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흐렸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 참여 발표를 좀 늦춘다고 해서 그 부적절성이 희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임기 종료를 불과 6개월 앞둔 최 원장이 밝힌 ‘사임의 변’은 궤변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중도 사퇴를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 탓으로 돌린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논란을 빚어낸 당사자가 할 소리는 더욱 아니다. 현직 감사원장을 대선 후보로 집요하게 거론하는 야당에 대해 그가 한번이라도 명확하게 선을 긋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그를 둘러싼 ‘거취 논란’은 신속하게 정리됐을 것이고, 일련의 감사들에 대한 중립성 시비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최 원장은 또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원장직 수행이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직전 원장의 대선 참여야말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그가 자신의 말처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중시한다면 자중자애하는 게 마땅하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직무상 독립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자리마저 거침없이 내던지는 이가 국가 미래를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남은 임기 동안 맡은 바 직분을 충실히 다하는 것이었다.

 

임기제인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고 정치의 길로 들어선 데 이어, 감사원장마저 임기 도중 사퇴하는 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그가 공직자로서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대선 출마의 뜻을 접는 게 도리일 것이다.

 

‘좌천’ 후배검사들에 전화 걸어 “다음 기회 보자”고 벼른 윤석열

”사실상 정치인이 인사 관련해 검사들에 전화걸어 부추겨 부적절” 비판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주말 자신과 가까운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해 ‘인사에 흔들리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발표된 검찰 중간급 인사에서 좌천한 일부 간부들에게 연락해 안부를 묻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는 것인데, 대선 출정식을 앞둔 상황에서 현직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관련해 반발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 전 총장은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후배 검사들에게 지난 26~27일 전화해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차장·부장 등 검찰 중간간부 652명에 대해 인사발령을 냈는데, 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팀 간부들이 대거 교체됐다.

검찰 내부에선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일부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체로 이른바 ‘정치검사’들을 정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이들에게 연락해 ‘자리를 지켜라. 다음 기회를 보자’며 사실상 반감을 부추긴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직접 위로 전화를 한 것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 검찰청에서 일하는 한 평검사는 “곧 공식 출마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정치인인데 검찰 간부에게 전화해 인사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검찰 재직 시절 ‘보스 리더십’을 발휘해온 윤 전 총장이 검찰 밖에서도 자신의 계보를 챙기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평검사 또한 “윤 전 총장이 검찰에 있을 때 ‘윤석열 계보’에 들어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 간부들이 있었다.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일부 검찰 간부에게 위로 전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이 공식 출마 선언 자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정책을 전면 비판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낼지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