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조위원 지각 임명…특별법 통과 4개월만
유가족 측의 "거리 투쟁" 최후통첩에 마지못한 듯

예산‧조사원 확보 등 특조위 본격 가동 갈 길 멀어
"특정 세력이 유도‧조작한 사건" 망언했던 윤석열

여당 몫 위원들 이력 보면 향후 운영 및 성과 불안
이상철, 세월호 특조위원 이어 박근혜 변호인 출신
황정근, 행안부 경찰국 설치 활동…국힘 공천 신청
방기성, 고위공무원 재직 중 배우자 의혹 직위해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방문해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9.13. [연합]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마침내 위원 임명 절차를 마쳤다. 참사가 발생한 지 22개월,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지도 4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윤석열 정권의 갖은 방해 공작 속에 '직권조사 권한'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 등은 갖지 못한 채로 특조위가 출발하게 됐지만 이제 2022년 10월 29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미증유의 집단 압사가 발생한 원인과 이후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재조사 작업이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 가능하게 됐다.

그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특조위원 임명을 마냥 미뤄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12일에야 임명안을 재가하고 정부 인사 발령을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식 발표를 안 하고 있지만 여당에서 이를 확인해줬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 실내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을 찾아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과 시민대책회의 김덕진 대외협력팀장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는 "저희들이 특조위원 후보자들을 추천하고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어제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고 임명도 돼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조위가 조만간 구체적인 활동을 개시할 텐데 그렇게 되면 피해구제심의위원회나 여러 후속 조치들을 함께 상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유가족분들과 참사로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대한민국에서 절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되겠다' 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피고 조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후에 논평을 내고 "이제서야 임명이 이루어진 것을 유가족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기다리던 공적 진상규명 활동의 첫걸음을 뗀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유가족들과 생존 피해자들이 가지고 있던 의문과 의혹이 조만간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는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특별조사위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지연시킬 수 있는 어떠한 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특별법에서 정한 피해자구제심의위원회와 추모사업위원회 구성, 참사 2주기 추모행사, 현재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별들의 집'이 11월 이후 장기적으로 이전하게 될 공간 조성 등 그동안 정체돼 있었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이주영 씨의 어머니 최진희 씨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관련 결심 공판에 참석을 앞두고 유가족을 대표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읽다 눈물을 참고 있다. 2024.9.2. [연합]
 

앞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2022년 12월 5일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건의하자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박에 거절하고, 지난 1월 9일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이태원 참사에 대해 시종 음모론적 시각과 축소‧은폐 기조를 견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4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첫 영수회담을 가진 뒤에야 '영장 청구 의뢰권' 등의 삭제를 전제 조건으로 특별법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은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같은 달 1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1일부터 시행됐다. 특별법 부칙에 "대통령은 이 법 공포 후 30일 이내에 조사위원회 위원을 임명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에 여야는 법정 시한인 6월 20일까지 특조위 구성을 마쳐야 했지만 국민의힘은 당시 국회 상임위 배분 문제 등 당내 사정을 이유로 시간을 끌다 마감 시한을 넘긴 7월 5일에야 여당 몫 특조위원 4명의 명단을 국회의장실에 제출했다.

국회는 의장(1명)과 여당(4명), 야당(4명) 추천 특조위원 총 9명의 명단을 즉각 정부로 보냈지만 그리고 나서도 윤 대통령이 일언반구없이 뜸을 들이는 바람에 시간이 마냥 지체됐다. 8월 중순에 인사 검증 절차까지 다 끝났는데도 차일피일하던 윤 대통령이 마지못한 듯 특조위 출범을 지각 승인한 것은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까지 위원들 임명이 안 될 경우 다시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는 유가족들의 '최후통첩'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날 추도예배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함께 했다. 2023.10.29 [대통령실 제공]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전날 윤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질의서를 통해 "정부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실규명을 꺼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특별법 시행 이후 수개월에 걸쳐 추천되고 인사 검증까지 마친 특별조사위원들의 임명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다음주면 추석 명절이고, 이태원 참사 2주기도 불과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특조위 설립과 구성이 지체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또 다시 큰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둔 9월 13일까지 특별조사위원들이 임명되지 않는다면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유가족들은 다시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행진, 단식, 삭발, 삼보일배, 오체투지, 전국 순회 대행진 등 거리에서 십수 개월을 보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다시 거리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께서 유가족들의 절절한 절규에 답해 주리라 믿는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가까스로 위원 임명까지는 완료됐지만 특조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조위에서 일할 직원은 조사관을 포함해 60명 이내로 구성하게 돼 있는데 앞으로 시행령이 제정되고 예산을 배정받아 필요 인력을 채용하는 등의 설립 준비 작업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실제 진상규명 활동에 돌입하려면 11월~12월쯤이나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조위 활동 기한은 1년이며, 3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2017년 5월 2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이상철 변호사가 들어가고 있다. 2017.5.2. [연합]
 

특조위가 가동돼도 여당 몫 위원들 면면을 살펴보면 얼마나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세월호 특조위 때 전례도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나마 국회의장 몫까지 포함하면 여야 비율이 '4대5'로 야권 우위라는 점이 유가족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특조위원 4명은 장관급 상임위원인 이상철 변호사와 비상임위원인 황정근 변호사, 방기성 방재협회 회장, 이민 변호사 등이다.

특히 판사 출신인 이상철 변호사는 보수우파 성향 변호사들이 만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세월호 참사 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선출됐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됐을 때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약했으며, 2019년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차관급)이 됐던 인물이다.

역시 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도 여당 측과 밀착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를 위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대위 전환에 반발하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는 국민의힘 쪽을 대리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기현 대표 재임 시절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까지 맡았다. 그러다 올해 4‧10 총선을 앞두고 사퇴한 뒤 고향인 경북 안동·예천 지역구 출마를 위해 공천 신청서를 냈으나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의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국민의힘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리위 첫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잇단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5.1. [연합]
 

관료 출신으로 주로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했던 방기성 방재협회 회장은 김문수 경기지사 시절인 2010년 6월~2011년 8월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소방방재청 차장,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를 거쳐 국민안전처 안전정책실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배우자가 관내 모 기업 임원으로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직위해제됐다. 이 밖에 이민 변호사에 대해서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이었다는 점 외에는 경력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반면 야당 몫 위원들은 인권 분야 전문성이 두드러진다. 상임위원은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일했던 위은진 변호사이고, 비상임위원은 법의학자인 성균관대 김문영 교수와 민변 이태원 참사 법률지원 TF 단장인 양성우 변호사, 그리고 정문자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등이다. 국회의장 몫인 특조위원장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인권 전문가인 송 위원장은 한국공법학회 회장,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시절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과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별들의 집'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영정이 걸려 있다. 2024.6.17.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별들의 집'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영정이 걸려 있다. 2024.6.17. 김호경 기자

 

 

이재명 용산역 귀성 인사에는 장애인단체 ‘이동권 입법’ 요청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추석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야 지도부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각각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전 경부선 KTX 기점인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모두의 힘 모두의 한가위’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한 대표와 지도부는 플랫폼에서 시민들에게 귀성 인사를 했다. 일부 시민은 “한동훈 화이팅” 등을 외쳤고, 한 대표는 답례로 손을 흔들었다.

한 대표가 귀성 인사를 하던 도중 2층 역사에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10여명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채상병 특검 발의하라!’라고 적힌 손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한 예비역은 한 대표에게 다가가 “약속하신 지 82일이 지났습니다. 특검법 발의해 주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제 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었다. 한 대표는 해병대 예비역이 ‘특검법 발의’ 손팻말을 건네자 이를 받아 동행한 의원에게 넘겼다.

해병대 예비역들이 “(특검법) 발의하라” 구호를 외치고 군가를 부르는 동안, 한 대표 지지자 모임인 ‘위드후니’가 적힌 부채를 든 시민 5∼6명이 예비역들을 향해 “길을 막지 말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장애인권리 입법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 회원 10여명도 한 대표에게 다가가려다 제지 당하기도 했다. 서울역은 “승강장이 혼잡하니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역사에는 정복·사복경찰들이 배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는 호남선·전라선 KTX가 출발하는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국민건강 민생회복’ ‘희망가득 한가위’라고 적힌 어깨띠를 둘렀다. 이 대표는 플랫폼에서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하고 있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에게 다가가 의견을 청취한 뒤 “잘 챙겨보겠다”고 했다.

13일 오전 서울 서울역에서 한동훈 국민의 대표가 귀성 인사를 하던 도중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10여명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채상병 특검 발의하라!’라고 적힌 손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대표는 귀성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행선지를 물었다. 한 어린이와는 두 손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인사를 하던 도중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의 7대 장애인권리입법 제정 호소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신민정 고경주 기자 >

김민석 민주 수석최고, 강력 비난

“정상적 사법 원리 무차별 유린, 상대 수장 제거하려는 연성 친위 쿠데타가 본질”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이 13일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야쿠자를 동원해 자행된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같은 추악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 “정상적 사법 원리를 무차별 유린하며 상대의 수장을 제거하려는 연성 친위 쿠데타가 이재명 대표 수사의 본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친일 매국 정권의 칼잡이 검찰에겐 정적 제거를 위해 어느 만행도 자행한 야쿠자의 피가 흐르나 보다”라고도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오는 10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내놓은 여론전 성격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대표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증언과 기록을 조작한 선거법 수사, 참고인 조사 내용을 조작한 대장동 사건 수사, 대화 내용을 왜곡 발표해 악마의 편집을 한 위증교사 수사, (이 대표가) 보지도 못한 리호남에게 돈을 줬다는 귀신 영화 수준의 대북송금 수사 등 윤석열 검찰이 쌓은 증거 조작의 모래성은 다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지검 규모의 검사들을 동원해 2년 반 가까이 이재명 제거 작전을 벌여온 정치 검찰 앞에 남은 것은 국민의 심판과 10년 이하 징역의 모해·위증교사죄 처단 등 법적 심판”이라고 덧붙였다. < 고경주 기자 >

공사비 부풀려 허위계약 맺고 금품챙긴 경호처 간부와 시공 알선 브로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허위계약을 맺고 금품을 챙긴 경호처 간부와 시공 알선 브로커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김보성)는 대통령실 경호처 간부 정아무개씨와 브로커 김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정씨는 제3자 뇌물수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사기 혐의 등이, 김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정씨는 2021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공사,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사저 공사, 대통령실 용산 이전 경호처 공사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브로커 김씨에게 공사를 몰아주면서 공사대금 1억원을 편취하고 1억8천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7천만원의 뇌물수수와 1600만원 뇌물약속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브로커 김씨는 2022년 4월부터 7월 방탄창호 공사비를 부풀려 15억7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이전 공사에서 방탄유리 시공 수의 계약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린 허위견적서를 제출한 정황을 확인한 뒤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 강재구 기자 >

 

‘윤 관저’ 일단 공사→금액 맞춘 내역서…불법 위에 지었다

대통령집무실·관저 감사 결과

 

 

 

준공검사조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감사원 감사보고서만 보더라도 숱한 불법·위법 사례가 확인된다. 대부분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인 21그램이 출발점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을 증축 등 공사 전반을 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 특정 분야만 시공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한다. 21그램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실내건축공사업)만 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다. 관저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21그램은 처음부터 증축을 포함한 공사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공사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는 한겨레에 21그램이 공사를 시작할 단계부터 기존 외교부 공관에 있던 드레스룸 외에 ‘추가 드레스룸’을 마련하는 계획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사우나실이 다시 추가되는 등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고 한다. 

‘21그램 안 된다’ 공무원이 제동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장면.
 

불법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은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었다. 감사원은 12일 공개한 관저 이전 감사보고서에 ‘비서실 공사감독행정관(공사감독자)’이라고만 밝혔다. 한겨레가 감사 관계자 등에게 확인한 결과, 이 사람은 비서실 내부 직원이 아닌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서 공사 감독을 위해 비서실로 파견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2022년 5월 중순 확인한 도면에 증축부가 그려져 있어서 실내건축공사업만으로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21그램의 면허로 수행할 수 없는 공사는 수행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이 파견 공무원은 2차 계약과 관련해서도 “전문공사업체가 이미 수행한 공사를 나중에 들어온 종합건설사를 통해서 공사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21그램으로서는 증축을 위해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진 업체가 필요했다. 21그램은 굳이 제주에 있는 ㅇ종합건설을 직접 섭외했다. 21그램이 증축까지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끌어온 ‘면허 딱지 업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ㅇ종합건설은 관저 공사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 대신 ㅇ종합건설 대표의 친형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업체가 관저 증축 공사 등을 맡았다. 이 업체 또한 21그램처럼 전문건설업체여서, 불법 상황이 해소되지 못했다.

21그램은 관저 실내건축공사와 관련해 37개 업체(협력업체 포함)에 하도급을 줬다. 기계·설비 공사는 21그램과 거래 관계에 있던 6개 업체가 맡았다. 구조보강·증축 공사에도 일부 업체가 참여했다. 전체 업체 중 19개 업체가 미등록 업체였다.

 

감사보고서에는 공사부터 하고 계약·설계가 뒤늦게 이뤄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21그램과 관련 업체들이 공사를 하면 나중에 그에 맞춰 도면을 그리고 내역서를 작성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각종 내역서는 사후에 금액 등에 맞춰서 임의로 작성됐다. 조달 업무를 잘 아는 변호사는 “조달청 관련 문서가 모두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거주하고, 국빈 등이 방문하는 대통령 관저가 불법 위에 지어진 셈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일부 감사 결과가 먼저 보도되자 ‘대통령실 이전은 전 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관저 증축과 관련한 불법 사안은 모두 현 정부에서 진행됐다.   < 김남일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