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익의 범람, 우리는 어떤 지식인을 길러야 하나

● COREA 2024. 9. 18. 13:0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한국 청년들 ‘누구 돈’으로 ‘누구 위해’ 연구?

일본 재단, 낙성대 학파 등 신우익에 장학금
일본, 김태효 하나 키워 천·만배 남는 장사?

신우익 기승 근현대사보다 사회과학 더 심각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얼마 전 작고한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스코트(James Scott)는 자신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아서 버마 현지조사를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한편 저명한 중국 전문가인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 역시 자신이 미 중앙정보국의 지원을 받아 중국 공산주의를 연구했다는 것을 나중에 반성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비판하는 <역풍(Blowback)>이라는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젊은 시절 미국의 동아시아 반공주의 전략 구축을 위한 지역연구 작업에 동원되었으나 68혁명 이후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 된 예외적인 학자들이다.

제국주의, 식민지 경영 위해 지식 동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의 <국화와 칼>과 같은 일본 연구도 태평양 전쟁 시기 미 국무부가 일본과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지원한 연구용역의 산물이었다. 사실 1950년대 냉전 초기, 1960년대 후반 데탕트 시기 이후 남미, 동아시아 연구를 한 미국의 사회과학자 중에서 미 국무부나 중앙정보국의 지원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냉전체제 하에서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국가 정치경제 질서의 기둥이 되자 국가와 대학, 국가와 연구개발의 관계는 더 깊어졌다. 세계적 정치학자인 헌팅턴(Samuel Huntington) 등의 비교정치학 이론, 민주주의 이행론도 이런 정보기관의 지원 위에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촘스키는 MIT 대학 예산의 90%는 펜타곤(국방부)에서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19세기 말 이후 서구의 사회과학, 특히 정치학이나 인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제국주의 국가나 패권국가의 식민지 지배를 위한 도구로 지역연구 성격이 강했다. 제국이나 패권국은 지역연구를 통해 수립된 이론과 정책을 표준적 지식으로 만들어 자국과 식민지 출신 청년들을 교육한다. 이런 표준 지식을 기반으로 제국의 세계 질서를 유지했다고 하겠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그리고 9·11 이후에도 미국은 적국의 특성과 저항 세력 진압, 그리고 적국 민간인의 동태 파악을 위해 전투부대의 외곽에 사회과학자들을 동원하여 그들의 정치, 종교, 문화를 연구시켰다. 이런 현장 조사를 토대로 미국은 제3세계 일반에 대한 이론과 거시정책을 수립했다. 19세기 이후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제국의 세계 경영은 언제나 지식과 이론, 담론과 개념의 지배를 수반했다.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과학의 주류와 지배적 담론이 된 근대화론이나 1990년대 이후의 세계화론, 신자유주의 이론, 특히 규제 완화나 민영화 만능론은 모두 이러한 제국의 세계 지식경영의 틀 속에 있다.

 

문재인, 이재명이 종북좌파라고 주장하며 적대하는 극단적 뉴라이트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의 주변이 아니라 핵심 요직들에 들어가 있다 - MBC '스트레이트'가 취재 보도한 뉴라이트 인사들 현황
 

후발국 지식인, 제국의 눈으로 앞날 고민

남미와 아시아의 후발 국가는 제국의 대학과 연구 기관에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그렇게 수집된 정보는 보편 이론으로 정립되어, 거꾸로 이들 나라의 지식인과 관료에게 학습, 전파, 주입되는 표준 지식이 된다. 특히 과거의 식민지나 후발국 출신의 청년 연구자들은 제국의 대학에 유학하여, 자기가 겪은 일들이 자료가 되어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된 과정을 자각할 틈도 여유도 없이. 그들 제국의 시선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해석하고, 그 틀 위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오리엔탈리즘’의 포로가 된다. 박정희 정권 이후의 근대화론, 경제개발이론, 그리고 김영삼 정부 이후의 신자유주의 이론, 오늘 한국의 신우익이 주창한 식민지 근대화론도 모두가 이 제국의 지식 지배의 자장 안에 존재한다.

결국 오늘날 신우익이 주창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이 거대한 지구적 지식생산과 재생산 체계 안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그냥 ‘토착 왜구’, ‘밀정’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론 이들의 성격과 이들이 등장하게 된 정치적 맥락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모든 돈에는 꼬리표가 달리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부모님이 준 학비로 공부한 사람에게는 부모님의 기대가 언제나 뒤 꼭지에 따라다니고, 고향의 기업가들이 마련한 서울의 기숙사에서 공부하거나 장학금을 받아서 공부한 사람들은 고향 어른들의 기대를 의식한다. 국가가 특정 연구 활동을 지원할 때는 당연히 국가의 기대나 요구가 깔려 있다. 그리고 이런 학비나 연구비를 받아서 교수, 학자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사람은 당연히 자신을 그 자리에 있게 해준 기관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그 빚을 갚으려 할 것이다.

 

 

일본 재단, 낙성대 학파 등 신우익에 장학금

그렇다면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 대학이나 재단의 장학금이나 연구비를 받아 국내에서 교수가 되고, 자신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사람들도 그 국가나 재단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까? 만약 이들 국가나 재단이 특정 연구 주제를 제시하였고, 자신이 박사 교수가 되거나 연구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그들이 제시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면, 자신이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지원자의 관심과 문제의식의 틀에 들어가지 않을까?

신우익의 대부 격인 안병직 교수는 1980년대 중반 일본 도요타(豐田) 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역사적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후 출간된 연구서 서문에서 그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였다. 일본에서 연구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안병직은 일본인 학자 나카무라 사토루(中村哲)의 중진자본주의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기존 시각, 식민지 반봉건주의론을 전면 수정했다. 그는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기원을 과거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 정책에서 찾았다. 그의 제자이자 현 신우익의 대표 격인 이영훈 교수 역시 도요타 재단의 지원을 받아 ‘근대 조선의 수리조합 연구’를 수행한 이후, 공동연구를 구상하고 출판을 지원한 재단 측의 인사가 “관대하면서도 헌신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낙성대 학파의 경제학자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일본 유학 이후 과거의 ’좌파‘ 이론을 버렸다.

 

일본에서 출간된 이영훈의 또다른 책
 

과거 영국이나 미국도 후발국 청년들에게 그렇게 했지만, 일본의 국가나 기업은 왜 한국 학자들을 지원했을까? 왜 일본은 한국 경제발전이라는 연구 주제를 일본 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하도록 지원했을까? 결국 일본이 ‘한국 경제발전’이라는 연구 주제를 내걸고 그러한 주제를 연구하는 한국 학자를 육성하려 한 것은 당연히 그것이 현재와 미래에 일본의 국가와 자본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라는 조직은 단 1원도 손해나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 법이다. 미국의 포드 재단이나 록펠러 재단이 서유럽과 제3세계에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연구비를 지원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김태효 하나 키워 천·만배 남는 장사?

냉전기 미국의 연구지원은 대체로 거시적인 미국의 국가 이익, 즉 대소련·대중국 견제를 위한 지적 보루, 이데올로기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정보 전쟁, 새로운 자본주의 세계 질서 구축의 일환이었다. 과거 동아시아나 만주에서 제국 경영의 경험이 있는 일본도 영미의 전례를 따랐다.

과거 일본의 전쟁범죄자인 사사카와 료이치의 아들인 사사카와 요헤이(笹川 陽平)가 주도한 사사카와 평화재단이 연세대 등에 아시아 연구기금의 명목으로 지원한 것도 그렇게 봐야 한다. 과거 고려대의 아세아문제연구소가 출간한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서울대 인구및발전문제연구소가 행한 일련의 한국의 근대화 연구 작업 등도 겉으로는 민간 재단의 지원을 받은 것이었으나, 배후에는 미 정보국이나 국무성이 자금 세탁 등의 방식으로 개입된 의혹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6일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 정부가 미래 지향적인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KTV
 

초기 한국의 여러 대학의 연구소들이 이런 지원을 받아 성취한 연구 성과가 한국 현대사와 경제발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나, 지원한 미국이나 일본의 정치 경제적 목적을 생각하면, 그런 지원을 통해 한국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고, 어떤 유형의 한국 지식인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려가 깔려 있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일본 정부와 재단의 지원을 받는 학자들이 모두 신우익, 신친일파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원을 한 측에서 본다면 열 명 중 한두 명이라도 그 나라의 영향력 있는 지식인, 핵심적인 관료나 정치가가 되어 자국의 이익, 자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현지 대리인’ 역할을 한다면, ‘투자’한 액수의 천배 만배를 회수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미국의 피바디 대학은 한국의 청년 교육학도들을 훈련시켜 한국 교육 정책의 기초를 마련하도록 했고, 그들이 이후 한국의 교사 양성, 교과서 집필을 관장하여 미국의 대한 정책을 원활하게 만드는 친미적인 여론 형성, 자유주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려 한 것이 아닐까? 제국의 이런 연구지원 정책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일본 문부성 장학생 김태효가 용산 대통령실에 들어가 현재의 친일 일변도의 대일정책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일본 입장에서 보면 천배 만배 남는 장사가 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규철 경제전망실장. 2023.5.11. [연합]
 

신우익 기승 근현대사보다 사회과학 더 심각[

신우익이 본격적으로 세력화된 이명박 정부 시기의 교과서 포럼이나 한국 근현대사연구회의 활동은 한국 학계 전체의 판도에서는 그다지 위협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학문’을 내걸고 있으나 주류 보수세력의 막강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매우 정치화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1990년대 말 일본의 극우파가 자신들의 지속적인 집권을 위해 ‘자유주의’ 사관을 내걸고 그것을 반영한 교과서 발행을 위한 일에 많은 물적 자원을 투입했듯이, 한국의 신우익도 한국의 권력과 자본의 후원을 받아 ‘이승만 국부론’ ‘박정희 찬양’, 그리고 ‘1948년 건국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결국 윤석열 집권으로 그들은 정치의 전면에 부상했다.

그러나 사실 사회과학 영역은 근현대사 분야보다 더 중요하다. 특히 시장주의를 종교처럼 받드는 경제학자들은 신우익 집단처럼 요란하게 등장하지 않아도 외환위기 이후, 아니 1990년대부터 한국 주요 대학의 교수진, 정부 국책연구소 연구진의 자리를 독점하여 신자유주의 이론과 정책으로 사회를 획일화하는 기둥 역할을 했다.

서울대. 고대. 연대 등 주요 대학의 교수진과 한국개발원(KDI) 등 국책연구소, 핵심 경제부처는 거의 대부분이 신자유주의 이론으로 무장한 미국 경제학 박사들로 채워졌다. ‘개발주의’ 시대가 오래전에 끝났는데 왜 ‘한국개발원’이 여전히 건재한지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개발’을 연구한다는 기관이 왜 100% 미국 유수 대학의 박사들로만 채워지는지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대학의 훈련 과정, 교수진의 학문적 우수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인 점도 있지만, 우리 자체의 독특한 문제가 있고, 그것은 외국의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 대학의 경제학자들, 국책연구소의 경제학 박사들이 과거 한국의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에 어떤 경고 사인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 특히 양극화와 불평등, 그리고 산업전환의 큰 위기 상황에서 어떤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잘 알 수 없다.

 

비가 내린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열린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을 마친 졸업생들이 교문 인근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2.8.29. [연합]
 

한국 청년들 ‘누구 돈’으로 ‘누구 위해’ 연구?

그렇다면 한국의 국가, 대학,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연구소는 과연 한국의 국가 이익, 국민의 이익을 위한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사명감을 지닌 연구진을 육성하고 있는가? 사실 국가주의는 낡은 가치이지만 19세기 이후 어느 나라도 국가의 기간산업, 안보, 국민의 기본적 삶에 관한 문제를 사기업의 지원에 맡긴 적이 없다. 기초연구나 장기 지원은 오직 국가만이 할 수 있다. 국가가 국민의 세금을 국가의 물질적 정신적 토대 구축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권 국가로 구성된 세계 질서를 부인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국립대학이나 국책연구소는 일차적으로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지식인을 양성해야 하고, 국가의 미래, 국가의 안보와 지속가능성, 다수자인 국민의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지식인을 양성하는 임무가 기본이다. 부자 한국은 어떤가?

오늘 이 신우익의 정치화는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의 대학원 박사과정의 공동화, 대학연구소의 사실상의 연구기능의 취약성, 정부의 임기응변적 대학 정책, 학문 정책의 부재, 장기적인 기초분야 연구지원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개념을 갖지 못한 경제부처나 교육부 관료, 그리고 야당 정치세력의 학문과 지식인 정책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신우익의 정치화, 국민의 상식을 비웃는 그들의 도착적인 일제 식민지 지배 미화론을 보면서 분노하거나 한탄하기 이전에 누가 이런 논리를 갖는 사학자나 경제학자들을 길러냈는가를 물어야 한다. 즉 우리는 지금 연구자의 길을 가려는 한국의 청년들이 ‘누구 돈’으로 ‘어떤 주제의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지식 수입국, 연구자 수입국의 처지에 머물면서, 강대국의 이해를 마치 자신의 것 인양 받아들이는 ‘마름’형 지식인만을 만들어낼 것인가?

기업 등 민간 연구소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 기업 중 SK(과거의 선경)처럼 미래지향적 엘리트 양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한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라선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의 포드, 록펠러 재단, 일본의 도요타 재단 정도의 장기적 지식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시민사회의 취약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대학과 국책 연구기관의 역할을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민족 사학, 민족 사회과학을 제창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나 민간 모든 영역에서 한국은 국가나 민족,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는 물론 더 나아가 지구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식인을 양성할 수 있는 고등교육, 연구 지원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1948년 건국론, 식민지 근대화론 따위를 둘러싸고 한국인들끼리 치고받는 것은 너무나 한심하고 창피한 일 아닌가.

미 디플로매트 분석


"윤, 그 가족 비판하는 언론 자유엔 부정적"
비판적 언론인 자택과 언론사 압수수색 빈발

윤의 거부권 남용, 이재명·문재인 수사 비판
윤 '2000명' 집착…"과학적 근거 제시 못해"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과 그 너머에 대한 접근에선 한국의 핵심 가치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특정 언론인이나 언론 매체들이 그의 정부나 가족에 관해 비판적 이야기를 전할 때는 그가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외교 전문기 '더 디플로매트'가 13일 자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인기 추락 원인을 상세히 다뤘다. 2024. 09. 13 [디플로매트 홈페이지 캡처]
 

미국 디플로매트, 윤석열 인기 추락 보도

"윤석열 왜 인기 없나?…설명 거리 많아"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는 '한국 윤석열은 왜 그리 인기가 없는가'란 13일 자 기사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디플로매트는 "한국인 다수는 자국 대통령이 일을 잘못한다고 여기고 있다. (왜 그런지) 설명할 거리는 부족하지 않다"라면서 그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윤석열의 언론 탄압"을 거론한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3일 발표한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62위였다. 디플로매트는 "한국은 2002년엔 43위, 작년엔 47위를 기록했다. 이는 윤석열 취임 이후 언론 자유의 지속적인 축소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는 41위였다.

한국갤럽이 9월 10일~12일 전화면접 방식으로 전국 남녀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긍정은 취임 이후 최저치인 20%를 기록해 '레임덕'을 지나 사실상 '데드덕'을 뜻하는 1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에 부정은 70%에 달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전세계 국가 언론자유지수 순위표. 2024. 05. 03 
 

"북한엔 자유 강조, 언론 자유에는 부정적"

비판적인 언론인과 언론사 압수수색 빈발

 

언론 탄압 사례로 디플로매트는 먼저 MBC를 들었다. 2022년 9월 뉴욕 방문 때 벌어진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에 대한 MBC 보도가 충돌의 시작이었다고 소개했다.

디플로매트는 "그 이후로 윤 정부 관리와 지지자는 MBC를 가짜 뉴스를 전하는 선전 매체로 여기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인의 약 60%는 그 보도에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를 빌미로 용산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 MBC 출입 기자를 상대로 취한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와 함께 이에 대한 한국기자협회와 서울외신기자클럽의 비판도 소개했다.

디플로매트는 "윤이 집권하고 몇 달 만에 발생한 이 MBC 사건을 보고 언론인들은 대통령실이 자신들의 보도를 부정적이라고 보면 윤 정부가 자신들을 고소할 수 있다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잡지는 또한 "경찰과 검찰은 대통령실이 가짜 뉴스를 전파했다고 비난하는 언론인들의 자택이나 뉴스룸에 들이닥쳤다"라고 빈번한 압수수색을 겨냥했다.

지지율 추락의 또 다른 주된 요인들로 디플로매트는 △ 의사 파업 △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비건설적 경쟁 △ 대북한 관계 관리 실패 등을 거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 08.29 [연합]
 

"한국, 더 많은 병원 응급 환자 수용 거절"

윤 '2000명' 집착…"과학적 근거 제시 못해"

 

먼저 의사 파업과 관련해선 지난 2월 이후 전공의들이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연간 의대 입학정원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한다는 윤 정부의 계획에 반발해 업무를 중단했고, 현재 1만2000명 넘은 전공의가 진료를 그만뒀으며, 의대 교수들도 파업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특히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의료시스템이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전국 211개 종합병원의 경우 전공의 8%만이 근무 중이란 한국 언론 보도를 소개했다. 디플로매트는 "더욱더 많은 병원이 전공의 부족으로 응급 환자 수용을 거절하고 있다"면서 지난 5일 심정지 사고를 당했지만 가까운 응급실에 가지 못해 안타깝게 숨진 조선대 여학생을 예로 들었다.

디플로매트는 교육부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 계획을 확정했지만, 의료계는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간의 합의가 있기까지 전공의 파업은 무기한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플로매트는 "다수의 한국인은 정부가 양보하고 (의대 입학정원) 확대의 '규모와 시점'을 조정해 의사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00명' 증원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최소한의 숫자"라고 주장했지만, 윤 정부는 어떤 과학적 접근을 통해 그 수치에 도달했는지를 설명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4.5.21. [연합]
 

"윤, 역대 누구보다 많은 거부권 행사"

"채 해병 특검에 한국민 약 70%지지"

 

'민주당과의 비건설적 경쟁'도 윤석열의 인기 하락 요인으로 들었다. 기사에서 디플로매트는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야권이 300석 중 192석을 얻어 원하는 법안은 모두 통과시킬 힘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잡지는 "그러나 대통령에겐 통과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있고, 윤 대통령은 이미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더 많은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거부권 남용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야권의 고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 특검 법안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부와 야권 간의 "지속되는 주요 충돌 지점 중 하나"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야권이 향후 채 해병 특검법을 처리해도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하지만, 한국인의 약 70%가 민주당의 특검법 처리 시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 09.13 [연합]
 

"이재명·문재인 수사에 지지자들 분노"

김건희 부정비리·공천개입 혐의엔 함구

 

이와 함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년간에 걸친 검찰 수사들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최근의 수사 움직임이 "자유주의 세력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는 점은 명백하다"며 "윤의 비판자들은 이들 사건을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디폴로매트는 역대 한국 대통령으론 최초로 지난 2일 정기국회 개회식 겸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윤 대통령이 불참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 백 수수 같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부정·비리 혐의와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논란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2024. 09.13 [조선중앙통신=연합]
 

그다음은 대북 관계 관리 실패를 윤 대통령의 인기 하락 요인 중 또 하나로 거론했다. 디플로매트는 "북한에 대해 윤은 대화와 평화에 무게중심을 둔 전임자의 온건한 접근법과 대조적으로 강경한 접근법을 취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은 윤의 접근법에 지속적인 핵 역량 보강과 최근의 대러시아 관계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잡지는 이어 "더구나 그는 역내에서 한미일 3자 동맹을 구축하고자 적극적으로 일본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관저공사 범죄 수두룩…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돈줄’ 유죄
공천개입 의혹에도 본격 대통령 행보 나서 “꾸준히 하겠다”

 
[논썰] ‘불법의 온상’ 대통령실, ‘비리 몸통’ 김건희는 대통령 행세. 한겨레TV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자신들이 성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들이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고, 실제로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공과 사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불법과 탈법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습니다. 권력의 핵심부가 법치의 아노미 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논썰] ‘불법의 온상’ 대통령실, ‘비리 몸통’ 김건희는 대통령 행세. 한겨레TV
 

줄줄이 범죄 저지른 국가기관들

 

[논썰] ‘불법의 온상’ 대통령실, ‘비리 몸통’ 김건희는 대통령 행세. 한겨레TV
 

12일 감사원이 발표한 한남동 관저공사 감사결과를 보시죠. 엄연히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관급공사인데도 사인에 불과한 김건희 씨가 깊이 개입했고, 발주처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비서실은 법에서 정한 준공검사를 하지도 않고 ‘모든 절차를 밟았다’며 준공검사조서를 조작했습니다. 그마저 경호처 요구로 모두 폐기했습니다. 설계도면도 없이 사우나실과 드레스룸을 증축했습니다.

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김 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후원사였던 ‘21그램’이 공사부터 먼저 시작했고, 21그램의 공사면허가 실내건축공사업이어서 내부 인테리어 공사 외의 증축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제주도에 있는 업체로부터 명의만 대여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불법입니다. 준공검사 조작도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명백한 불법입니다. 이를 지시한 자는 직권남용 혐의를 물을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법령 위반 사항이 발견되고, 방탄창호 공사에서는 브로커가 등장해서 부당 이득을 편취하고, 대통령 경호처 간부는 수의계약 업체에게 토지 매매를 알선하고 이득을 취했습니다. 대체 이게 다 뭡니까? 대통령이 머무는 공간이 불법 위법 탈법으로 얼룩졌습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9월 13일 최고위원회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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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감사원은 감사 기간을 7번이나 연장하며 2년 가까이 눈치를 본 끝에 ‘일부 소홀한 점이 있었다’며 ‘주의’ 조처에 그쳤습니다. 사실상 1인 업체로 알려진 21그램과 김 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를 통해 밝힐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로 인해 행안부와 대통령비서실, 경호처가 모두 불법에 연루됐고, 봐주기 감사를 한 감사원은 더 떨어질 곳도 없는 명예가 더욱 추락했습니다. 신국정농단 시대의 살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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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돈줄’ 손씨의 유죄보다 중요한 것

 

12일엔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도 열렸습니다.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방조’ 혐의가 추가된 ‘전주’ 손아무개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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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김건희 씨와 같은 전주 역할을 한 손씨의 유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검찰이 김 씨도 기소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겁니다.

일단 김 씨의 혐의는 손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합니다. 1심 재판부는 손씨가 주가조작 일당과 공동으로 시세조종에 나섰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는데요. 그래서 2심에서 방조 혐의를 추가했고, 이번에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직접 주식매매를 지시하는 등 주가조작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검찰 수사로 입증된 상태입니다. 주가조작의 주요 형태인 통정매매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김건희·최은순 모녀가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이 23억원이라고, 다른 곳도 아닌 검찰의 수사 의견서에 나와 있습니다. 손씨 같은 방조범 정도가 아니라 공동정범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주요 수사를 마친 지 3년이 다 되어가도록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공범들이 구속되어 1심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2심 재판 결과까지 나왔는데 오직 한 사람만 법정에 세우지 않은 것입니다. 명품백 사건만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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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손씨가 유죄를 선고받았으니 김 씨도 기소해야 한다가 아니라, 손씨 유죄와 무관하게 당장 김 씨를 기소하라고 말입니다. 개혁신당도 도이치모터스를 포함한 포괄적 특검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사실은 저희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해서는 찬성, 그리고 김건희특검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 된다라는 것이었는데요. 요즘의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도이치는 뭐 하나의 출발점이 된 것 같고요. 기존의 것들이 계속 있었잖아요. 이게 특검에 대해서 우리가 찬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지금 저희 내부에서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SBS 김태현의 정치쇼, 9월 1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또 다른 국정농단 의혹으로 연결됩니다. 주가조작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녹취록으로 세상이 알게 된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인천세관 수사외압 의혹, 군과 경찰 인사 개입 의혹,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입니다. 이 역시 특검으로 밝힐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기억력 테스트하는 정권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들입니다. 거 뭐하러 개, 돼지들에게 신경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영화 ‘내부자들’)

영화 ‘내부자들’에서 유력 신문사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가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라고 말하는 핵심적인 근거는 기억력입니다. 개, 돼지들은 기억력이 나쁘니 뭘 해도 오래가지 못하고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거라는 얘깁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 기억력을 시험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김건희 씨는 대선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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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사과 기자회견, 2021년 12월 21일)

거짓말이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0일 한강의 자살방지 시설 및 구조대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한겨레 12일치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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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대통령의 언어 아닙니까?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에게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추가적인 개선을 주문하는 건 직제상의 상급자가 아니라면 대통령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무런 직책도 권한도 없는 대통령 부인이 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지시를 하는 건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의견을 알려주시죠.

김 씨는 벌써 여러 번 국민을 상대로 ‘두더지 게임’을 벌였죠. 여론이 나쁘면 숨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나오는 식입니다. 이번 추석 명절 인사 영상에는 출연했습니다. 명품백 사건으로 여론이 나빠졌던 지난 설 명절 인사에는 등장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제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어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고 하니 거리낌이 없어졌습니다. 야당은 명품백 사건 처리와 관련해 압박을 받다 사망한 국민권익위원회 김아무개 국장을 거론하며 김 씨의 대통령 행세를 비판했습니다.

“죽음의 현장마다 찾아가 희한한 사진들을 올리더니 정작 자신이 받은 명품백과 직접 연관이 있는 이의 죽음은 왜 모르쇠인가. (…) 수사 여론 속 잠행 중이던 ‘인스타 김건희’가 다시 등장했다. (…) ‘황제소환’에 종결처리, 세탁수사를 즐기더니 자기 마음대로 다 털었다며 정권 주인 행세를 다시 시작했다. 자살 예방자가 아니라 분노 유발자 김건희다.”(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9월 11일 기자회견)

“김건희씨가 300만원짜리 디올백을 포함해 고가의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면, 국민권익위의 김 국장이 그런 선택을 할 일이 아예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김씨는 ‘자살’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 어디에서든 환하게 웃을 자격도 없습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9월 11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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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생일 파티 사진이 말하는 것

 

김건희 씨의 ‘이미지 정치’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일단 행사는 ‘비공개’로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선별한 사진을 공개합니다. 이번 한강 방문도 그랬습니다. 그러면 언론은 이런 기사로 포장해줍니다. 올해 여름 휴가 때 부산 방문 사진들이나 이른바 ‘빈곤 포르노’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진들도 똑같은 방식입니다. 일정은 비공개였지만 사진은 공개합니다. 하루 늦게 연출된 사진만을 보여주는 건데요, 전체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앵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편집해서 송출하는 겁니다. 국민을 대상화하고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시키는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프로파간다 수법입니다. ‘너희는 물고기야, 내가 주는 떡밥만 먹어!’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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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9월2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김 씨의 생일 파티 사진은 뜻밖이었습니다. 이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기존 사진들과 마찬가지로 비공개 행사 뒤, 다음날 공개한 사진인데요. 국회 개원식 불참으로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왜 굳이 김 씨가 미국 상원의원 부인으로부터 생일 축하 꽃다발을 받는 사진을 공개한 걸까요? 

우리는 이 사진이,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두 가지를 확인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대통령실의 정무기능이 완전히 무너졌다. 둘째, 대통령실의 최종 결재권자는 김건희 씨라는 사실입니다. 김 씨의 생일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대통령에 쏟아질 국민적 비판에 대한 우려를 압도한 겁니다. 망해가는 봉건왕조의 궁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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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개입 의혹은 국정농단의 작은 조각

 

‘뉴스토마토’ 보도로 처음 알려진 공천개입 의혹 역시 현재 대통령실의 권력 서열을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대통령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통령 부인이 했다는 의혹입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김건희 씨가 국민의힘 5선 김영선 의원에게 현역 지역구인 경남 창원의창을 떠나 김해갑으로 옮기라고 권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대통령과 맞춤형 지역 공약을 마련하겠다’ 등의 제안을 건넸다”고 합니다. 실제로 김영선 전 의원은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경선전 공천배제)됐고, 화가 난 김 전 의원이 주변 인사들에게 김 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여주거나 전달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는데, 그 내용이 이상합니다.

“김영선 전 의원은 당초 컷오프(공천배제)됐었고, 결과적으로도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개입이란 말이냐.” (경향신문 9월 5일)

결과적으로 공천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공천개입 사실이 사라지진 않죠.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하는데 공천실패를 이유로 공천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 수법입니다. 지역구 이동 권고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습니다.

총선 당시 같은 제보를 받았다고 인정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공천개입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습니다.

“진짜 여기 창원은 예를 들어서 다른 사람이 거기 가려고 하는데 경쟁해보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다른 선택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선의의 조언일 수도 있는 거예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9월 5일)

선의의 조언이라면 괜찮은 건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의견을 알려주시죠.

이준석 의원이 이례적으로 용산을 감싸고 도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받아 당선됐는데,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이준석이었고, 이때도 용산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섣불리 말했다가 예전 일들도 다 불거질까 봐 입조심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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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총선 당시 김건희 씨로부터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자랑하고 다닌 사람이 여럿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라고 보는 거고 사실 그때 당시에 보면 저희 당에서 정말 여사한테 텔레그램 받았다고 이렇게 자랑하고 막 다니면서 나는 여기 공천될 거야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공천됐어요.”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9월 5일)

“이 내용은 제가 작년부터 들어왔던 얘기들이었어요. (…) 제가 들었던 얘기에 극히 일부분 중의 하나가 이번에 보도가 된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것을 갖고 있는 분들이 여러 명이 되는 것 같아요.” (장성철 정치평론가,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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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권력 서열 1위’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대통령 부인의 공천 개입은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입니다. 또한 ‘대통령과 맞춤형 지역 공약을 마련하겠다’ 등의 발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난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의 관권선거 논란 역시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적이 없는 김건희 씨가 대통령 행세를 합니다. 여당 대표와 문자를 하며 회유하고 압박합니다. 정부 인사를 자신이 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합니다. 급기야 김건희 씨가 전 여당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터질게 터졌다’라고 합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국회 연설,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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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관저공사 사건의 본질은 ‘사치’

 

여러분은 명품백 수수 사건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뇌물' 못지않게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법에 따른 처벌은 둘째 문제입니다. 대통령 부인이 물욕을 이기지 못하고 수백만원짜리 명품백을 받은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김 씨는 검찰과 권익위의 무혐의(종결) 결정으로 마치 모든 책임을 벗어난 듯 활개 치고 있습니다.

김 씨의 사치 행각은 리투아니아 명품관 순례 때 이미 발각된 바 있습니다. 그때도 역시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죠. 호객 행위에 당했다고요. 그런데 호객 행위에 당해서 매장을 5곳이나 방문합니까? 정말 국민을 개, 돼지로 아는 게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거짓말을 너무나 뻔뻔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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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공사의 본질 역시 사치입니다. 외교부 장관이 썼던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사우나실과 드레스룸을 증축했다는 건데요. 자기 돈 아니라고 정말 너무 막 씁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나랏돈 쓰는 걸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거리낌이 없습니다. 집권 3년차에 이르도록 해마다 부자감세를 남발해서 역대급 세수펑크가 나니까 다른 예산은 다 줄이면서 대통령 해외 순방 예산과 검찰 등의 특활비 또는 수사비는 늘렸습니다. 파렴치합니다.

 

개, 돼지 취급받지 않으려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불법과 탈법을 비호하느라 검찰과 감사원 등 권력감시기구의 권위와 기능이 본질적으로 무너졌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과 임성근 구명 로비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경찰, 국방부와 해병대 등 국가의 또 다른 한축의 기강이 무너져 내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처럼 해당 기관의 목적과 정반대의 신념을 가진 인물들을 기관장에 임명해 직접적으로 국가 기능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 당장 법망을 피해간다고 영원히 죄가 없어지진 않습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고, 또 일부는 영원히 속일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개, 돼지 취급을 받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기억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법 기술자들의 술수에 속지 않고,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논썰이 함께 하겠습니다.                           < 한겨레  이재성 논설위원 >

 

동아 “수십억 대통령 관저 공사, 김 씨와 친분 아니면...”

조선  “부인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요구

 

중앙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임은 뻔한 얘기”

 
 
▲9월 8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4년 추석 영상 메시지를 촬영했다. 사진=대통령실
 
 

야당에서 김건희 씨를 ‘권력 서열 1위’라고 공공연히 부르는 가운데, 신문 사설도 연일 김 씨를 향하고 있다. 104개 주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최근 3개월(6월14일~9월14일) 간 ‘김건희’가 언급된 사설은 32개 신문사에서 모두 444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건희 씨에 대해 이른바 '조중동'의 논조가 비판적으로 바뀐 변화가 눈에 띄어 주목된다. 

김건희 씨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 손아무개 씨가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동아일보는 14일 사설 <도이치 전주 유죄… 檢 ‘김 여사 폭탄 돌리기’ 명분 더 남았나>에서 “4년 5개월간 김 여사 처분을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한 역대 검찰 수뇌부의 무책임이 기막힐 따름”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됐고, 김 여사 계좌로 거래된 이 회사 주식이 40억 원 상당에 이른다. 증권사 직원이 주식 거래 내역과 금액을 김 여사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법원에 제출됐다. 김 여사가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언급한 부분도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시세조종을 주도한 투자자문사의 컴퓨터에선 김 여사 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정리된 ‘김건희 파일’이 발견됐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김 여사 이름이 87차례나 등장한다.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 이상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올 만한 정황들”이라며 검찰이 더는 ‘폭탄 돌리기’를 이어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전 과정이 특혜, 비리, 조작, 불법으로 진행된 ‘용산 이전’> 사설에서 또 다시 김 여사를 겨냥했다. 이 신문은 “국가 최고 보안 시설인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주도한 사업자는 영세 인테리어 업체였다. 무자격 업자들에 하도급을 주었고, 정부는 준공 검사 서류를 조작했다”면서 “관저 공사 복마전의 시작은 ‘21그램’을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것이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후원사”라고 썼다. 이 신문은 “영세 업체가 관련 면허도 없이 수십억 대통령 관저 공사를 따낸 것은 김 여사와의 친분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김건희 씨를 향한 우려와 비판은 사설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앞서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은 10일자 칼럼에서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수층의 옵션도 드러나고 있다. 부인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솔한 대국민 사과다. 개혁의 과제들을 정리하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개인적 생각, 가족적 체면이 중요할 수 없다”고 썼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7월13일자 칼럼에서 “용산발(發) 뉴스 중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말도 나온다”며 “크고 작은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국정 곳곳에 김 여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인상이 굳어졌다. 불길하고 또 불길하다”고 썼다.

한국일보도 14일 <‘도이치’ 전주 유죄, 김 여사 의혹 방어논리 무너졌다> 사설에서 “다른 전주들과 달리 김 여사 모녀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직접 ‘주포’(시세조종 총괄기획자)를 소개받았다.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 주식 거래로 22억9000만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검찰 의견서도 나왔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법리에 따른 원칙적인 처리만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국정지지도를 언급하면서도 김 씨가 등장했다. 한국일보는 같은날 <매서운 추석 민심, 尹대통령 국정 전환 없인 출구 없어>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전이 없다면 10%대 위험수위도 시간 문제”라며 “더욱 문제인 것은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이를 신경 쓰지 않는 윤 대통령의 행보”라고 썼다. 

 

▲9월 10일 김건희 씨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다고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한국일보는 “공천개입 의혹마저 불거진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 수수에 대해 국민에게 해명, 사과 한마디 없이 단독·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심지어 마포대교 현장에서 자살 예방 조치 등을 공무원들로부터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공직자 배우자로서 부적절한 모습까지 거침없이 공개했다”고 썼다. 이 신문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할 때 대통령 부부의 추석 인사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고 썼다. 

한겨레는 같은 날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 지지율’, 국민 경고 외면하면 민심 이반 더 커진다> 사설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유일하게 기댈 것은 국민 지지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하는 대로라면 10%대로 떨어진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의원내각제 국가라면 벌써 ‘내각 총사퇴’를 했을 상황”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이미 윤 대통령은 국정 동력을 대부분 상실한 사실상 식물 대통령 신세”라고 전한 반면 “김건희 여사는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이 마치 ‘통치하듯’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고 썼다.

 

▲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김건희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생명 구조의 최일선에 있는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김 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방문한 사진 18장을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야당에서 국정·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하는 등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는 분위기인데 김 씨가 전면에 나서면서 다수 언론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김 씨에게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관계 회복이 필요한데 관련해 김 씨가 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2일자 한겨레 만평



검찰 면죄부에 김건희 여론 무시한 공개 행보?

경향신문은 4면 <김 여사, 여론 질타 아랑곳 않고 전면에…‘통치자 같은’ 현장 행보>란 기사에서 “김 여사의 행보는 통치자를 연상케 한다”며 김 씨가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며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한강대교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 발언을 함께 전했다.

경향신문은 “최근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국민권익위,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하면서 김 여사의 활동폭도 넓어지고 있다”며 “김 여사는 지난 3일 미국 상원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같이하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기도 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대국민 추석 인사 영상에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김건희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생명 구조의 최일선에 있는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김 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또 경향신문은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23%로 바닥 수준을 기록했다. 오만·불통 이미지에 의료공백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반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굳이 여론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4면 <명품백 면죄부 받은듯…김건희 여사, 사과없이 공개 행보>에서 “김 여사는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지난달 20일 이후 공개 일정을 부쩍 늘리고 있다”며 “지난달 22일엔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 지난 2일엔 미국 상원의원단 초청 부부 만찬 등에 참석했고, 6일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배우자와 함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사도 방문했다”고 전했다.


                         ▲ 12일자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야당의 비판을 함께 전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사 여론 속 잠행 중이던 ‘인스타 김건희’가 다시 등장했다”며 “‘황제 소환’에 종결 처리, 세탁 수사를 즐기더니 자기 마음대로 다 털었다며 정권 주인 행세를 다시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김건희씨가 다시 ‘대통령 놀이’를 시작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안혜리 논설위원의 칼럼 <김건희 여사의 민생 행보>에서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김 씨 사진들을 공개한 것을 두고 “당장 ‘대통령 같은 행세’라는 비판이 나왔다”며 “공개한 사진을 보면 어려운 일 하는 현장 근무자를 챙기는 민생 행보라기보다 어쩐지 상급자의 현장 시찰 느낌이 물씬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분명 ‘격려 방문’이라는데,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건 결국 대다수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이라는 뻔한 얘기를 또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尹 대통령 위해 金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준석 의원·한동훈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은데 이를 개선해야 하기 위해 ‘김건희 역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두 사람(이준석, 한동훈)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국정 동력을 축적하고 흩어진 여당의 정치적 기반을 재구축할 수 있다”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 소수파 대통령으로서 남은 절반 임기의 국정을 안정시킬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했으면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범여권 내부의 정치적 관계 정상화가 절실하다”며 “한동훈, 이준석과 인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라도 관계를 회복한다면 여권 내부, 나아가 국민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김 여사일 것”이라며 “김 여사가 대통령을 위해 두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고언했으면 한다. 김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 정철운, 장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