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부부

배우자 공적 업무에 미칠 영향 가늠해야

 

 윤석열·김건희씨 부부. 

 

전두환과 노태우는 반란 수괴이자 학살자이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두려움과 염치는 달리 가졌다. 둘을 가른 차이는 뭐였을까. 나는 이순자와 김옥숙이 아닐까 직관한다. “내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우기고 돈은 뒤로 빼돌리고 대놓고 골프채 휘둘러온 이와, 자식을 통해 대리 사과라도 하고 추징금을 완납하고 줄곧 숨죽여 지내온 이를 각각 배우자로 둔 차이랄까. 부창부수라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수십 년 영욕을 함께해온 부부라면 삶의 태도, 특히 공적 태도는 일치하기 마련이다. 좋든 싫든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부부를 세트로 욕하고 세트로 예우한다. 저 사람이 왜 저런지 때론 배우자를 보면 퍼즐이 맞춰지기도 한다. 민망하지만, 사실이다. 저 여자(남자)가 왜 저렇게 괜찮은지(형편없는지) 오랜 커플(결혼) 생활을 해온 이라면 파트너(배우자)를 보고 미스터리가 풀린 적도 꽤 있다. 가령, 아무리 봐도 그릇이 아닌 듯한 빌 클린턴이 어찌 대통령이 됐는지, 누가 봐도 우월한 비주얼의 멜라니 트럼프는 왜 그리 표정이 썩어 있는지 말이다.

 

정치인의 배우자는 참으로 모순된 자리이다. 비선인데 늘 노출된다. 큰 관심을 받지만 소신이나 발언은 삼가야 하고, 최측근 실세이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책임은 없는데 또 공적 관리는 받는다. 나서면 나댄다 하고 가만있으면 구린 게 많다 한다. 압축성장의 과정만큼이나 배우자 역할에 대한 인식의 편차가 크고 거기에 또 남녀 성비 불균형과 성역할 고정관념까지 얽히고설켜 있으니, 그래서 그간 정치인 배우자들은 낯내기 좋고 욕은 안 먹을 봉사활동만 주야장천 해왔는지 모르겠다. 두 유력 대선 주자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와 김건희씨가 어떤 이유로든 목욕탕에 때 밀러 다니지 않는 것만 해도 역사의 큰 진전이라 해야 할까.

 

후보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격렬히 관심을 끄는 게 옳다고 본다. 그야말로 사생활이다. 사이좋게 손 흔들고 인사 다니는 정도까지만 허용하고 지켜보자. 가장 가까운 심기 경호인이자 열성 지지자니까. 후보의 공적 업무 수행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정도 이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다. 하필 이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크고 작은 구설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검찰 수사 선에 올라 있다. 논문 표절이나 허위 경력 기재 등도 큰 논란거리다. 윤 후보가 유난히 공사 구별이 안 되는데다 “선거는 어차피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말할 정도의 인식을 가진 까닭에 더욱 걱정된다. 저러다 대통령 되면 진짜 자기 가족만 봐주거나 배 불리는 게 아닌가 해서다. 가족의 범위는 쉽게 유사 가족으로 확장된다. 내 가족, 내 측근, 내 지지 그룹, 내 세력의 비즈니스가 돼버린다면? 김건희씨가 발언권도 없이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는 이유는 이런 남편 윤석열의 인식과 처신 때문이다. 국민 원망하지 마시라.

 

일을 더 그르치는 건 국민의힘이다. 이 와중에 배우자포럼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모임을 발족하려 한다. 원내외 당협위원장 배우자들이 모여 강의 듣고 토론하고 대선에서 할 역할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란다. 김건희씨의 ‘공개 활동’을 돕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실과 다르다”며 “당대표가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본인과 본인의 배우자가 나서서 진작부터 꾸려왔고 당 중앙여성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식 활동이라 했다. 모름지기 정치인이라면 배우자가 있고 그 배우자는 곧 여성이라는 전제도 우습지만, 아무런 법적 지위가 없는 배우자에게 당의 공조직이 지원하는 모양새도 부적절하다. ‘아내포럼’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은 게 다행일까.

 

비혼이라는 이유로 ‘자동 패싱’ 당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그나마 이 일로 욕먹는 것은 피하겠다. 밖에다 대고 되지도 않을 성별 갈라치기 하지 말고 안에서 벌어지는 이런 후진 일부터 걸러주면 좋으련만. < 김소희 칼럼니스트 >

 

윤석열 측근 연루의혹 혐의자들 잇단 소환... 김건희는 언제?

검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권오수 회장 부부 조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배임 혐의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총괄·지시한 혐의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부인 안아무개씨가 26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된 핵심인물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구속됐거나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이 김건희 씨를 언제 불러 조사할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이날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권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주변에 알리는 등 방법으로 주식 1599만주를 직접 매수하거나 불법적으로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권 회장은 16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날 권 회장 부인 안씨도 불러 조사했다. 다만 검찰은 권 회장과 안씨를 동시에 조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회장 일가 횡령 및 배임 정황 확인을 위해 지난달 13일 안씨 회사와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같은 달 26일엔 안씨를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한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씨는 권 회장이 급락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띄우기 위해 주가조작 세력과 짜고 시세조종을 하는 과정에 주식과 자금을 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2010년 투자회사 대표 이아무개씨에게 10억원이 들어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고 해당 계좌는 주가조작에 쓰였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권 회장에게 이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광준 기자

 

검찰, ‘뇌물수수 의혹’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조사

세무조사 청탁 대가로 금품 수수 여부 등 집중 조사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세무 조사 무마 청탁을 대가로 육류업자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불러 조사했다. 윤 전 서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의 친형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 임대혁)는 26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윤 전 서장을 불러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윤 전 서장을 상대로 육류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세무 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금품 등을 받고, 2012년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법조계 인맥을 동원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서장의 뇌물 수수 의혹은 검찰이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린 뒤 재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다. 윤 전 서장은 2012년 김씨로부터 세무 조사 무마 청탁을 대가로 현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해외로 도피한 윤 전 서장을 체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2015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뇌물수수 의혹 수사를 나섰을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 2019년 윤 전 총장 청문회 때 제기되면서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2019년 7월 주광덕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윤 전 서장을 고발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부장 정용환)는 윤 전 서장이 2018년 부동산 사업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부동산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윤 전 서장이 그의 측근인 최아무개씨를 통해 부동산 사업가 ㄱ씨로부터 건네진 1억원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씨는 ㄱ씨 등에게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6억45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19일 구속기소 됐다.   강재구 기자

    권순일 전 대법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50억원 클럽’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27일 불러 조사에 들어갔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권 전 대법관이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날 오후 권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50억원 클럽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50억원 클럽 의혹은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정관계 인사 명단을 뜻하는데, 이 명단에 권 전 대법관이 거론됐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퇴임 뒤 같은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

 

그는 대법관 시절인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다수 의견 편에 섰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 고문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검찰, ‘아들 50억원 퇴직금 의혹’ 곽상도 전 의원 소환

 

곽상도 의원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과 관련해 10월2일 오전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27일 불러 조사에 들어갔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곽 의원이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날 오전 곽 전 의원을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부탁을 받아 하나은행 쪽에 영향력을 행사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는 것을 막아주고, 그 대가로 아들 곽아무개씨를 통해 50억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일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고, 이달 11일 그의 의원직 사직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의 알선수재와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7일 곽 전 의원의 주거지와 하나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을 비롯해 이른바 ‘50억원 클럽’에 등장하는 정치권·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로비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검찰, ‘50억 클럽’ 의혹 박영수 전 특검 첫 조사

 

    박영수 전 특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50억원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박 전 특검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26일 오후 박 전 특검을 상대로 50억원 클럽 의혹과 대장동 사업 관여 여부 등을 조사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50억원 클럽 의혹은 시행사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정관계 인사 명단을 뜻하는데, 이 명단에 박 전 특검이 거론됐다.

 

박 전 특검과 그의 인척 등은 대장동 사업자들에게 금품 등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박 전 특검 딸은 올해 6월 화천대유 보유분 아파트 한채를 분양받았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4~11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고, 딸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다. 박 전 특검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아무개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 토목업체 대표 나아무개씨로부터 사업권 수주 청탁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았는데, 나씨가 사업권을 따지 못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100억원을 받아 나씨에게 전달했다는 석연찮은 돈거래 의혹도 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사업자들이 이 은행에서 1100억원을 불법 대출받았음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박 전 특검이 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특검은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아무개씨를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장동 대출건만 처벌에서 빠졌다. 당시 수사 주임검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다. 검사 시절부터 박 전 특검과 윤 후보는 친분이 두텁다. 박 전 특검은 각종 의혹을 모두 부인해왔다. 검찰은 이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50억원 클럽에 포함됐다고 주장한 경제매체 사주 홍아무개씨도 조사했다. 강재구 기자

“3무는 죄악” 외치며 호남 훑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전남 장흥군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을 방문, 즉석연설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3무(무지·무능·무당) 후보’라고 지칭하며 “이 3무는 죄악”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호남 방문 일정 이틀째인 27일 전남 장흥군 토요시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우리,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들의 삶과 운명이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정에 대해서 모르는 건 자랑이 아니다. 국가책임자가 국정을 모르는 건 범죄”라며 “무지하면 안 된다. 모르면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국정이라는 것이 몇달 벼락치기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후보는 “무능도 자랑이 아니”라며 “자기가 실력이 있어야 실력있는 사람을 골라낸다. 무능한 것은 개인에겐 용서되지만 국가책임자가 무능한 건 범죄”라고 했다. 또 윤 후보의 무속인 논란과 관련해 “무당 안 된다”며 “우리가 누군가가 던지는 엽전에 우리 운명을 맡겨야 하나.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본인은 ‘3실(실력·실천·실적)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옳은 일이고, 국민이 원하는 일이면 어떤 반발이 있더라도 어떤 사적인 피해가 있더라도 반드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채택했고, 아무리 반발하더라도 반드시 실천했다”며 “그래서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라고 하는 이 작은 도구로 성과를 만들어 여러분께서 대선후보로 불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압도적인 지지로 3실 후보가 3무 후보가 앞에 갈 수 있게 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전남 강진을 찾아 농민들과 ‘국민 반상회’를 연 뒤 오후에는 전남 여수와 순천으로 이동해 항만 육성 정책을 발표한다. 여수 관광명소인 낭만포차 거리를 걸으면 2030 세대와도 소통에 나선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도 오후부터 일정에 합류한다. 장흥/서영지 기자

전씨 측근, 공적 읊으며 추어올리기도

민정기 “5·18 대한 사과 아니다”

 

 전두환씨의 운구차량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영결식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다. 유족을 비롯한 5공화국 인사 등이 참석한 영결식에서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과의 대상을 밝히지는 않았으며, 전씨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5·18과 관련한 사과가 아니라고 말했다.

 

영결식은 이날 아침 7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40분 동안 진행됐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영결식장 내에는 48개의 좌석이 마련됐고, 이순자씨를 비롯한 유족과 종교계 인사 등이 참여했다. ‘2인자’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전씨 사자명예훼손 재판 법률대리인인 이양우 변호사, ‘쓰리 허’로 불리며 실세로 꼽혔던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민정기 전 비서관, 박철언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5공 인사들도 자리를 지켰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를 제외한 정치인은 보이지 않았다.

 

영결식 시작 5분 전, 전씨의 장남 전재국씨의 아들이 전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뒤이어 이순자씨와 전씨의 아들 재국·재용·재만씨, 딸 효선씨, 재용씨 부인 박상아씨 등이 영결식장에 들어섰다. 장례 내내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빚은 전씨 지지자와 유튜버 등 시민 수십명은 이날도 몰려들었다.

 

영결식에서는 전씨 부인 이순자씨가 유족 대표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시고 저희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하며 전씨의 과오를 대신 사과했다.

 

이씨가 3분20초가량 읽은 추도사에서 ‘대리사과’는 15초 분량, 한 문장에 그쳤다. 전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비통한 심정을 밝히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는 “남편은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 장애와 인지 장애로 고생하던 중 금년 8월에는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암 선고까지 받게 됐다”며 “힘겹게 투병 생활을 인내하고 계시던 11월23일 아침 제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갑자기 쓰러져 저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6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부로서 함께했던 남편을 떠나보내는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된 것을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두환씨의 운구차량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이씨는 남편의 유언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남편은 평소 자신이 사망하면 장례를 간소히 하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 또 화장해서 북녘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달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닥친 일이라 경황이 없던 중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에 힘입어 장례를 무사히 치르게 됐다”며 “이제 남은 절차에 대해서는 우선 정신을 가다듬은 후 장성한 자녀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눠 남편의 유지를 정확하게 받들겠다”고 밝혔다.

 

전씨 측근들은 영결식에서 전씨를 추어올렸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전씨의 약력을 읊으며 “경제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고 서울 올림픽을 유치해 올림픽 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평화적 정부 이양의 선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전씨의 퇴임 이후를 “모진 핍박의 시대”라고 표현하며 “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청와대를 죽어서 나오지도 않고, 임기 도중에 나오지도 않고, 임기를 마친 뒤 스스로 제 발로 걸어온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전두환 대통령님은 나라 사랑과 선진조국 창조라는 국가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해오셨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난 아침 8시14분, 전씨의 주검이 장례식장 밖에 세워진 검은 리무진 차량으로 옮겨졌다. 운구차 주변에 몰린 전씨 지지자들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 사랑합니다”, “편안히 영면하세요”, “전두환은 발포 명령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함성을 외쳤다. 곳곳에서 흐느끼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40분 동안 화장이 진행됐다.

 

장지가 정해지지 않은 전씨의 유해는 오후 1시1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유가족과 도후스님 등이 들어간 자택에서는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유해는 장지를 정할 때까지 자택에 임시 안치될 예정이다.

 

한편 전씨 측근은 이씨의 사과의 대상에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화장장인 서울추모공원에서 기자들에게 “기사를 보니까 5·18 단체들이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데 재임 중이라고 (추도사에) 썼다. 5·18에 대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5·18이 전씨가 취임한 1980년 9월1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므로 ‘재임 중’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재임 중 벌어진 일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시위하던 학생들이 고초를 겪고, 경찰 고문 사건도 있고 여러 가지”라며 “직접 책임은 없지만 대통령이니까”라고 말했다. 또한 “처음 사죄했다는건 젊은 기자들이 몰라서 그렇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며 전씨 쪽의 사과가 처음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우연 고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