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와 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두바이 엑스포 리더십관에서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와 회담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총리 겸 두바이 군주와 회담을 하고, 한국 방공미사일 시스템 ‘천궁-Ⅱ’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두바이엑스포 행사장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번 순방 계기에 ‘중장기 방산협력·국방기술협력 엠오유(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천궁Ⅱ 사업 계약도 원활하게 진행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공동 연구개발, 아랍에미리트 내 생산, 제 3국 공동진출로 이어지는 호혜적인 방산협력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무함마드 알막툼 총리는 “방산분야 협력에 만족하고 있으며, 모든 분야에서의 협력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한국으로부터 기술 발전을 비롯해 더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관에서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와 MOU 체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김지찬 LIG 넥스원 대표와무암마르 아부셰하브 UAE 타와준(TTI) 사장이 천궁2(M-SAM2) 사업계약서를 교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두바이/윤운식 선임기자

 

이날 회담에서는 국내 방산업체인 엘아이지(LIG), 한화시스템과 아랍에미리트 국방부의 조달 계약을 관리하는 타와준(Tawazun)이 천궁-Ⅱ 수출 관련 사업계약서를 교환했다. 이번 수출 계약은 4조원대 규모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수출 계약이 오늘부로 최종 체결되었다”면서 “단일 무기체계 계약으로서 최대의 규모다. 천궁-Ⅱ는 항공기와 탄도탄을 동시에 요격하고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랍에이리트는 천궁-Ⅱ를 도입하는 최초의 국외 국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금까지 2천여명의 장병이 근무한 아크부대가 파병 10주년 맞이했고, 양국은 형제와 같은 우의를 바탕으로 국방 방산 협력을 비약적으로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회담에서는 한국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계획도 의제로 올랐다. 문 대통령은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 만나는 관문도시이자 세계 미래를 담을 역량이 충분한 곳으로 부산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의 닻을 올리도록 부산엑스포 유치에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알막툼 총리는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갈 때마다 좋은 기억이 있는데 코로나 이후 가지 못해 아쉽다”며 “양국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유치와 한국의 COP33 유치를 서로 지지하게 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완 기자

문학관 소장하던 책 속표지 속

인장과 함께 휘갈겨 쓴 사인

반전 기법 쓴 육사의 것 밝혀져

 

이육사 서명의 원본. 이육사문학관 제공= 이육사의 일본어 장서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 보이는 육사의 인장과 서명. 이육사문학관 제공

 

민족 시인 이육사(1904~1944)의 현존하는 유일한 서명(사인)이 확인됐다.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관장 손병희)은 지난 16일 열린 이육사의 78주기 추념식에서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던 이육사의 일본어판 장서 속표지에 있는 서명이 이육사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본명이 이원록이고 ‘이육사’ 또는 ‘이활’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그의 서명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육사 서명을 뒤집어서 보면 그의 또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을 흘려 쓴 것임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육사문학관 제공

 

이육사의 서명은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육사의 장서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 그의 인장과 함께 남겨져 있다. 프랑스 작가 포르튀나 스트로프스키(Fortunat Strowski, 1866~1952)의 책 <예지와 인생)(오오사와 히로미 옮김, 1940) 속표지에는 ‘육사’(陸史)라는 전서체 한자로 된 이육사의 인장과 함께 의문의 사인이 적혀 있다. 얼핏 알파벳을 휘갈겨 쓴 것처럼 보이는 이 사인의 정체를 그동안 확인하지 못한 까닭은 이것이 ‘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이라 불리는 반전(反轉) 기법으로 쓰였기 때문. 이 서명을 뒤집어서 보면 이육사의 또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을 흘려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이 서명에 관한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의 강연을 듣던 한 법무사 직원이 “뒤집어서 보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한 것이 확인의 단초가 됐다.

 

한복을 입은 이육사(오른쪽) 시인의 사진. 이육사문학관 제공

 

손병희 관장은 이날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이육사가 남긴 장서에 그의 인장과 함께 들어 있는 서명이 육사의 것이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글씨를 해독하지 못해 확정하지 못했던 것을 이참에 깔끔하게 확인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손 관장은 “심지어는 애초에 이육사 소유였던 책을 다른 이가 소장하게 되면서 남긴 타인의 서명이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반전 기법을 활용한 서명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며 “이육사는 편지나 원고 말미에 자신의 필명을 적었을 뿐 서명을 한 다른 사례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것이 이육사의 유일한 서명”이라고 밝혔다. 이육사 문학관에는 육사가 그린 난초 그림과 함께 이 서명의 사본이 아무런 설명 없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번 확인을 계기로 서명에 대한 설명과 반전 사진 등을 추가해 전시물을 교체하겠다고 손 관장은 덧붙였다. 육사의 따님인 이옥비 여사도 <한겨레> 기자와 만나 “아버지가 보시던 책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서명을 확인하게 돼서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신 것처럼 기쁘다”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린 육사 이원록 시인 78주기 추념식에서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이 ‘반전’ 기법으로 된 이육사 서명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 벽에 전시된 육사의 난초 그림과 서명 사본.

 

한편 이육사문학관은 이육사의 아우이자 언론계에 종사했던 이원창의 엽서 4점 역시 확보해서 이날 함께 공개했다. 이원창은 <남선경제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 등의 인천지국에서 활동했으며, 1944년 1월 형 이육사의 유해를 베이징에서 인수해 국내로 들여온 인물이다. 이 엽서는 이육사 형제들의 친인척 관계와 일상 생활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고 문학관은 설명했다.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이 새로 확보한 이육사의 아우 이원창의 엽서 앞면. 이육사문학관 제공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이 새로 확보한 이육사의 아우 이원창의 엽서 뒷면. 이육사문학관 제공

 

아울러 이육사문학관은 이육사 사전, 이육사 전집, 현대글 이육사 단행본 시리즈 발간 등을 포함하는 3개년 계획의 ‘이육사 기록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이육사의 활동을 동아시아 지성사와 문학사의 지평 속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사과…

안전진단에서 문제 있다 나오면

계약해지·철거뒤 재시공도 고려”

 

아파트 대책위 “책임 회피 말라”

전제조건 내건 수습책에도 반발

 

정몽규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몽규 에이치디씨(HDC)그룹 회장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또 사고 수습책과 관련해 해당 아파트의 완전 철거나 재시공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사고 수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달래기 위한 의도가 묻어나는 데다, 재시공 등은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조건부 대책이어서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을 위한 조처로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공개 사과했다. 정 회장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대책에 대해서는 “광주시 등 정부기관과 힘을 합쳐 실종된 분을 구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구조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기)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는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 뿐만 아니라 전체 단지를 철거한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포함된다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족분들께 피해를 보상함은 물론 입주 예정자분들과 이해관계자분들께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또 신뢰회복 방안의 하나로 주민들이 평생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품질보증을 대폭 강화해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골조 등 구조안전보증 기간을 30년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으로, 이를 3배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도 밝혔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회장직은 유지해 왔다. 그는 다만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 지주사인 에이치디씨 회장직은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그룹 회장으로서 이번 사고의 수습과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다.

 

정 회장의 이날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고 엿새째인 이날까지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속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구조가 지연되고 있는 등 사고 수습과 피해 보상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이날 정 회장의 사퇴 입장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는 관심 없다. 정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사태해결을 총괄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으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구조·수색작업에서 가해자인 현산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들은 “구조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예산투입을 현산에서 망설이며 비협조적인 만큼 구조작전에서 현산을 배제하고 정부 차원에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대표회의도 이날 사고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회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책임 없는 사퇴를 반대한다”며 “회장 직위에서 실종자 구조를 책임지고 유가족, 피해자가족에 대한 사죄와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진단 결과라는 전제조건을 두지 말고 화정아이파크 1단지, 2단지는 전체 철거 후 재건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1일 신축공사 중 붕괴사고로 하청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광주 화정아이파크(전체 2개 단지, 총 705가구)는 11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공정률은 60% 수준이었다. 최종훈 김용희 기자

이종환 - 한원교 부장판사 등 정기 인사 앞두고 최근 사직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최근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들이 2월로 예정된 법원 인사를 앞두고 법원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판사들이 사직서를 내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중대한 판단을 내리자마자 법복을 벗고 변호사 일을 하는 것을 두고는 ‘사법신뢰를 떨어뜨리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종환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와 같은 법원 한원교 부장판사 등이 다음 달 예정된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최근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 재판장으로 지난 4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멈춰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 부장판사도 지난 14일 17종의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 가운데, 서울지역 상점·마트·백화점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고 12~18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려던 방역패스 정책을 중단시켰다.

 

국가 방역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결을 내리자마자 사직서를 낸 것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사법신뢰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태일 참여연대 사법개혁센터 간사는 “현행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이들이 냉각 기간 없이 바로 변호사로 개업하거나 로펌으로 가게 될 경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법관이 어떤 사건을 맡았는지와 관계없이 전관예우 문제 또한 우려된다”고 했다.

 

다만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민감한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로 사직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감이 있다”, “일괄 배당된 사건을 처리한 뒤 떠난다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행법상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만 퇴직 3년 이내에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갈 수 없다.

 

한편, 이번 정기 인사를 앞두고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을 심리하는 최한돈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재판을 진행하는 김선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성·황은규·박필종·서영호·이상현 등 대법원 재판연구관 5명도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