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오스트레일리아 정상회담…안보 경제협력 강화 합의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한국 정부는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와 함께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의 권유를 받은 바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한가지 더 있는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중국의 건설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안보동맹’인 미국이 주도하고 오스트레일리아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의 ‘외교적 보이콧’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 관계 및 문재인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고려할 때 ‘선제적 동참’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인도하는데 있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회견에서 “한국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정부 안팎의 전망이다. 애초 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정상외교의 무대로 여겼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역시 참석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선 참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고위급 프로그램 참가자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등록했지만 실무적으로 했을 뿐 베이징에 누가 실제로 갈지는 아직 모른다. 빨리 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말한 뒤 “한국은 이미 여러 차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고 한중 우호의 구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한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며 조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고, 한반도의 장기적인안정을 실현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 원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날 한국의 케이(K)-9 자주포 30문을 호주에 수출하고, 희토류 등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한국에 공급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모리슨 총리는 “(자주포 도입 계약은) 호주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 나가는데 핵심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고 “핵심광물 분야에 있어서도 한국과 같은 유사입장국들 간에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완 김지은 기자

 

국산 K-9 자주포 호주 수출한다…최대 1조원 규모 계약체결

호 육군 '헌츠맨' 명명…자주포 30문, 탄약운반장갑차 15대 구매 계약

정부 "방산 수출, 올해 처음으로 수입 초과… 수주액 100억달러 수준"

 

    K-9 자주포

 

호주 육군이 한국의 K-9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하고 13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방위사업청과 한화디펜스에 따르면 호주의 방사청 격인 획득관리단(CASG)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한-호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호주 캔버라에서 한화디펜스와 K-9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는 지난해 9월 호주 육군의 자주포 도입 사업인 '랜드(LAND) 8116'의 단독 우선협상 대상 장비로 선정돼 양국이 계약을 조율해왔다.

 

이번 계약 체결로 호주 육군에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가 공급된다. 호주의 K-9 자주포 도입사업의 예산 규모는 최대 1조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를 '파이브 아이즈' 국가에 처음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주요 무기체계를 호주에 수출하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으로, 미국 주도의 기밀정보 공유동맹이다.

 

특히 한화디펜스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에 자주포 생산시설을 건립해 현지에서 생산과 납품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은호 방사청장은 캔버라에서 한 브리핑에서 "공장이 건설될 질롱시가 한국의 창원시 같은 군수 혁신 도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주 육군이 운용할 K-9 자주포는 '사냥꾼'이나 '덩치가 큰 거미'를 뜻하는 '헌츠맨'(Huntsman)으로 명명됐다.

기존 K-9 자주포 대비 방호력과 감시·정찰 능력이 강화된 제품이 호주에 납품될 예정이라고 한화디펜스는 밝혔다.

 

이번 계약 체결에 따라 호주는 K-9을 운용하게 된 세계 8번째 국가가 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K-9 자주포는 현재 한국 등 7개국이 1천700여 문을 운용하고 있으며, 터키·노르웨이·핀란드·에스토니아 등에 수출됐다. 현재 이집트 수출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계약 등을 통해 올해가 한국의 무기 수출액이 무기 수입액을 넘어서는 첫해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강 청장은 브리핑에서 "방산 수출 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으면 수입을 넘게 된다"면서 "올해 외국과의 방산 협력 중 (수출이) 수입을 초과할 것으로 확실히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방산 수출 수주액은 10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청장은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역시 호주에 수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편, 이날 호주의 K-9 자주포 구매 계약에 앞서 방사청과 CASG는 한-호주 방위산업·방산물자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호주의 무기체계 획득전문기관인 CASG가 방사청과 양국의 방위산업 및 방산물자 협력을 위한 공식채널이 됐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방사청과 CASG는 방산협력현안 해결을 위한 공동위위원회를 다시 정례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방산수출 지원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강 청장은 "한-호주 양해각서 서명과 K-9 자주포 계약을 통해 양국의 K-9 자주포 상호운용성을 기반으로 무기체계 간 합동성 증진 방안에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명복 빈다, 비통한 심정” 자료 배포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관련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일, 더불어민주당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대장동 의혹’과 ‘이재명 책임론’이 다시 불거져 이 후보의 상승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유한기 전 본부장의 명복을 빈다.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후보가 충격이 좀 있는 것 같다. 대장동 이슈가 잠잠해졌는데 이번 건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는 데다 특검 등 대선에서 계속 이슈가 될 텐데 걱정”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따라잡은 결과가 나오는 등 지지율 상승에 기대감을 걸고 있던 민주당은 예상 외의 악재를 만났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부에선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검찰과 ‘설계자 1번 플레이어’ 등 이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펼치는 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00억원, 50억원을 받은 박영수 전 특검이나 곽상도 전 의원 등 검찰 출신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과도한 수사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수사 방식이 적절한가”라고 말했다. 또다른 선대위 핵심 관계자도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이를 정치에 이용해보려고 하는 건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이날 오후 경주에 내려간 이 후보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주 표암재를 방문한 자리에선 “진짜 큰 혐의점들은 다 놔두고 자꾸 주변만 문제 삼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특검이든 국조든 이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려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더 도드라졌다. 결국 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 특검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서영지 기자

 

추미애, 유한기 극단선택에 "검찰, 진짜 도둑 안잡고 피라미만"

 

추미애 전 법무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0일 대장동 사업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 "새가슴 검찰은 진짜 도둑은 안 잡고 피라미 잡기로 수사하는 척 시간만 보낸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일부러 몸통을 피하려다 보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은 활개 치게 하고, 뒷돈 2억원 혐의로 애매한 사람만 잡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뒷돈 의혹 캐지 말고 거대한 몸통을 파 봐라. 누구를 두려워하는지, 누가 무서워 새가슴인지 참으로 무법 지경이고 답답하다"면서 "'50억 클럽' 명단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SK"라며 "SK 계열사에서 화천대유로 흘러간 돈 흐름을 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한기 사망에 “능력 상실한 수사팀이 특검 자청해야”

‘꼬리 자르기 참극’ 언급하며 특검 촉구

 

국민의힘 이준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선거 디(D)-90일인 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10일 대장동 사업 관련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자 “꼬리 자르기 수사의 참극”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유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황무성 사장 중도 사퇴 강요 의혹과 대장동 게이트 로비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이었다”며 “수사 능력과 의지를 상실한 수사팀은 스스로 특검을 자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고인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아니었다. 대장동 ‘그분’은 놓아둔 채 꼬리 자르기를 한 수사, 주연은 못 본 척하고 조연들만 죄를 묻는 주객전도의 부실 수사가 문제였을 뿐”이라며 “남은 사람들이 특검을 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고 적었다.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 “옵티머스 의혹 때도 모 대선주자의 최측근이 수사가 시작되자 돌아가신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이번 대장동 의혹 때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거 아니겠냐”고 적었다. 지난해 12월 옵티머스의 ‘복합기 임대료 지원’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낙연 전 대표 측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도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를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거듭 지목한 것이다. 장나래 기자

 

유한기 극단 선택에 검찰 ‘당혹’…‘대장동 윗선’ 수사 차질 불가피

수사팀 “방어권 충분히 보장…고인 명복 빈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10일 오전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을 고리로 성남시 쪽 배임 의혹 등을 들여다보려던 검찰 수사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 자신이 사는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위반 혐의(뇌물)로 그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4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검찰은 “불행한 일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될 수 있는 강압수사 논란을 의식한 듯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이 모두 입회했고 방어권 보장 기회가 충분히 제공됐다. 그동안 인권보호수사규칙 등을 모두 준수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 전 본부장 구속수사를 통해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를 이어가려던 검찰로서는 당혹스러온 눈치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8월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등으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 등으로 2억원을 받았다고 의심했다.

 

특히 검찰이 눈여겨 본 것은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2월 황무성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확보한 상태다. 2015년 황 전 사장이 다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사퇴 압박에 성남시 윗선의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우선 뇌물 혐의를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한 뒤 추가 수사를 통해 사퇴 압박 의혹과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배임 혐의 등을 수사할 계획이었다.

 

다만 유 전 본부장 사망으로 물증보다는 진술 등에 의존해온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한 한계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 진술 등을 통해 유 전 본부장의 뇌물수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지난달 초 뇌물수수 등 혐의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뇌물 출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을 불러 뇌물 혐의 등을 캐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의혹을 계속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이 9일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뇌물 혐의만 담기고 사퇴 압박 의혹 관련 혐의는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비통한 심정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꼬리자르기 수사가 낳은 참극이니 특검만이 해법”이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참으로 안타깝다. 대선 후보들이 진작 특검을 수용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특검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시조 발상지 방문…조상에 대선 출마 알리는 의식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0일 오후 경주 이씨 발상지로 알려진 경북 경주 표암재를 방문, 조상들에 대선 출마를 고하는 의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경북 경주 방문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시작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광주·전남에 이어 대구·경북 순회에도 3박4일을 할애해 ‘고향 표심’에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주 이씨 시조 발상지인 경주 표암재를 방문해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조상들에게 대선 출마를 고하는 ‘알묘’ 의식에 참여했다. 이 후보는 관복을 입고 조상에게 절을 하며 대선 출마를 알렸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표암재를 방문하자 종친들이 모여서 의례를 해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은 제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자부심을 갖는 고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주로 향하는 매타버스 안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대구·경북은 3박4일 동안 모든 시군을 제가 다 들른다는 생각으로 간다”며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경주 황남동 ‘황리단길’도 방문해 “이재명은 문재인 대통령도 아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내가 만들 세상은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0일 오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저녁 대구로 이동한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과를 강조하며 ‘보수 표심’ 구애에 나섰다. 이 후보는 동성로 즉석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인권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것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산업화의 공도 인정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이상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서 대한민국이 살아나게 이재명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11일에는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통일·안보를 강조하는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구미 금오공대에서 ‘경제부흥을 통한 기회의 확대’를 주제로 대학생과 대화를 나눈다. 12일에는 추풍령휴게소의 경부고속도로 기념비를 방문해 박정희 정부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 성과를 되새기고, 13일에는 포항 포스텍 노벨동산에 있는 박태준 명예회장 동상에 헌화하는 등 보수층 표심 잡기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영지 기자

 

이재명 "아내 인터뷰 조회수 100만…아내로 후보교체 말아달라"

남편과 '따로 또 같이' 김혜경, 경주 일정 동행하며 물심양면 지원

"제가 두명인듯 든든…놓치면 엄청 불안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 민심 공략에 나선 가운데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따로 또 같이' 방식으로 남편의 선거 운동을 지원했다.

 

내외가 함께 공식 석상에 나와 상대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통해 '호감'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씨의 광폭 공개 행보 띄우기를 통해 아직 '등판'하지 않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의 대비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셈법도 읽힌다.

 

즉석연설하는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에서 즉석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김혜경 씨.

 

전날 오전에 먼저 TK로 내려온 김 씨는 대구와 상주, 경주에서 먼저 개별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TK에 내려온 이 후보와 합류, 경주 첫 일정인 경주 표암재에 함께 방문했다.

 

흰색 한복을 갖춰 입은 김 씨는 이 후보와 함께 경주 이씨의 시조로 알려진 알평공에 참배한 뒤 현장에서 '그림자 수행'에 나섰다.

 

기념촬영에 응하는 이재명 대선후보 내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0일 오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걸으며 시민들의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이어 오후에는 이 후보와 함께 경주의 유명 관광지인 황리단길을 방문, 40여 분간 이 후보의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만났다.

 

김 씨는 이 후보와 지지자가 사진을 찍을 때도 항상 함께하며 '손가락 하트' 동작을 취하고, 이 후보와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지지자들을 끌어오는 등 적극적인 내조를 선보였다.

 

이에 일부 지지자는 이 후보가 아닌 김 씨에게 다가와 별도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 후보가 한 가게에서 경주의 특산품인 찰보리빵을 살 때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 지역화폐로 계산하는 '일심동체'의 모습도 보였다.

 

지지자들이 환호하자 김 씨는 웃으며 "남편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이 후보가 역시 웃으며 "(거스름돈) 받을 땐 자기(김 씨) 지갑"이라고 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 후보 역시 공식 석상에서 이 씨에 대한 애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날 배우자의 활동상을 담은 영상을 SNS에 공유한 뒤 "저만큼이나 바쁜 혜경 씨"라며 "(상주 일정을 마치고) 잘 듣는 게 좋은 정책의 시작이라며 꼼꼼히 듣고 메모해 제게 전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마치 제가 두 명인 것처럼 든든하다"고 썼다.

 

황리단길 걷기를 마친 뒤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후에도 이 후보는 김 씨를 가장 먼저 찾았다.

 

연설 중 김 씨가 연단에 올라오자 이 후보는 "제가 사실 (아내를) 놓쳐서 엄청 불안했다. 여기 있는 분들(지지자들)이 자꾸 보고 싶었대"라고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 자꾸 대선 후보를 (아내로) 교체하자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라며 "우리 부부싸움 난다"라고 장난삼아 말했다.

 

또 "저는 선대위랑 공보국도 다 있는데도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20~30만인데 어떤 사람은 방송사 인터뷰 한 번 했다고 (조회 수가) 100만이 넘어간다"고 발언, "생각해보니 저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경쟁심리가 솟아났다"고 재차 농담을 던져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알묘고유 의식 마친 이재명 후보 내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 씨가 10일 오후 경주 이씨 발상지로 알려진 경북 경주 '표암재'를 방문, 조상들에 대선 출마를 고하는 알묘고유 의식을 마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관영 · 채이배 민주당 입당…이재명 “대통합 첫 관문 열렸다”

채이배, 김종인에 “경제민주화 토론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운데)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오른쪽),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두 전 의원의 손을 잡고 있다.

 

옛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김관영·채이배 전 의원이 10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들을 맞이하며 “대통합의 첫 관문이 열린 것 같다”며 환영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김 전 의원은 정치개혁 전문가, 채 전 의원은 대표적 경제전문가”라고 치켜세우며 “우리 개혁 진보진영은 한 몸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당선된 뒤 2016년 총선에선 안철수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으로 옮겨 재선에 성공한 정치인이다. 이번 민주당 입당이 복당인 셈이다. 회계사 출신으로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한 채 전 의원은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지난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사람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전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선 민주당 지지하다 철회한 많은 분 마음을 돌리는 게 절실하다”며 “당의 혁신과 전면적 변화 통해 다시 대선 성공할 수 있다면, 여당 내 야당 역할도 마다치 않겠다”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은 “윤석열 후보 캠프 보니 지난 정권 인사만 모여 정책논의를 하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며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경제민주화 공개적 토론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공정경제’ 등이 ‘가짜 경제민주화’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100조 지원 얘기를 꺼냈다가 제가 실현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더니 바로 한 발 뺐다”며 “내년 당선되고 나면 하겠다는 건 반대로 하면 당선 안 되면 안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그때 가서 안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각하 판단하면서도 징계취소 소송 1심 선고 인용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법무부로부터 받은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둘러싼 행정소송의 1심 선고일인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윤 전 총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완규(왼쪽), 손경식 변호사가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받았던 ‘직무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법원이 각하했다. 직무정지는 징계가 결정될 때까지 직무집행을 막는 것인데, 이미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정직 처분 뒤 복귀)가 끝난 만큼 징계 이전 단계인 직무정지 처분이 타당했는지를 다투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징계가 적법했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직무정지가 “합리적 근거 없이 이뤄진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윤 후보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이 사건을 각하한다”고 10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이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더 심리하지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재판부 결정이다. 앞서 법무부는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가 소송을 제기하자 “원고(윤 후보)에 대한 징계가 확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것에 불과해 징계처분이 이뤄진 시점에 처분 효력이 소멸했다. 따라서 직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 후보에 대해 △주요사건 재판부 성향분석 문건 작성 △<채널에이(A)> 사건 수사·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손상 등을 근거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윤 후보 징계를 청구하는 한편, 징계 결정까지 총장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해 12월 징계위는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윤 후보는 직무정지 및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해 ‘본안 판단 전까지 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을 법원에 함께 제기했다. 앞서 직무정지 및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는 모두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지난 10월 징계취소 본안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재판부 분석 문건, <채널에이> 수사·감찰 방해는 징계사유로 타당하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윤 후보가 판결에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항소심 진행 중이다.

 

이날 직무정지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소송 각하 결정에 따라 직무정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행정12부의)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청구 사유 중 일부가 적법한 징계사유로 인정됐다. 이 사건 처분이 합리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후보 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후보 쪽은 “직무집행정지는 기간의 상한이 없어 사실상 현직 검찰총장을 해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칫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이 사건 처분과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다”며 소송의 이익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징계 혐의자에 대해 징계 절차가 종료된 경우 (그 이전에 나온) 직무정지 처분은 효력을 상실한다. 직무정지 기간에 관해 법령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해서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검찰총장을 사실상 해임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향후 필요에 따라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윤 후보가)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고가 끝난 뒤 윤 후보 쪽 소송대리인 손경식 변호사는 이날 판결에 대해 “법률적으로 쟁송의 대상으로 삼을 자격이 부족해졌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징계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검찰 ‘윤석열 부친 주택 매입’ 김만배 누나 조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구속기소)씨 누나이자 천화동인 3호 이사인 김아무개씨를 불러 조사했다. 누나 김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급매물로 내놓은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을 19억원에 사들여 국민의힘 쪽에서도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의 일치”라는 의혹을 샀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10일 누나 김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윤석열 후보 부친의 주택을 매입한 경위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배경 등을 조사했다.

 

김씨는 2019년 4월 윤기중 명예교수 소유 연희동 단독주택을 19억원에 매입했다. 주택 거래 당시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이를 두고 법조기자 출신인 김만배씨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던 윤 후보를 보고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오래된 단독주택을 누나를 통해 사들였다는 뇌물 의혹이 제기됐다. 여권에서는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주택 매매가 이뤄진 점에 비춰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윤 후보 쪽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건강 문제로 부동산중개업소에 평당 2천만원에 집을 내놨다. 중개업자가 데려온 사람의 개인 신상을 모르고 계약한 것이 전부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었다.

 

누나 김씨가 이사로 있는 천화동인 3호는 대장동 사업에 872만원을 출자해 현재까지 101억원가량 배당이익을 받았다. 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