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가명·11)은 지금 이 시간 부로 ㄱ의 소유물이다.’ ‘김하은은 절대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며 공부에만 전념한다.’ ‘김하은은 19세가 되면 ㄱ에게 시집을 간다.’
어머니와 캐나다에서 지내고 있는 초등학생 김하은양은 ㄱ씨의 강요로 통제적 유형의 폭력을 나열한 결혼서약서를 썼다. 30대 남성 ㄱ씨는 지난 1월 초부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김양에게 접근했다. 처음엔 ‘공주님·왕자님’ 놀이를 하자더니 시간이 지나 가상 연인관계를 유도했다. 입 벌린 사진, 뽀뽀 사진 등을 달라고 했고 집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차곡차곡 수집해갔다. 아이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제페토 아이템을 사주기도 했다. ㄱ씨가 피해 아동에게 보낸 메시지는 “숙녀로 보인다” “네가 존댓말 쓸 때면 흥분된다” “(사귀는 사이이니) 행동을 확실히 하라” 등이었다. 피해 아동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 길들임에서 성 착취로 이어지는 온라인그루밍 성폭력 등의 전형적인 요소가 드러난다. ㄱ씨와의 대화를 놀이로 여겼던 김양은 뒤늦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부모는 전했다.
메타버스를 매개로 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겨레>는 김양의 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 겪은 일들을 통해 메타버스 성범죄 발생시 뒤따르는 문제들을 짚어 봤다.
■ 신고 : “현행법 적용이 어렵다”
김양의 아버지는 지난달 30일께 아이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돌아온 대답은 “현행법으로 적용하기엔 모호하다” 였다. 이달 4일에는 조서를 쓰러 경찰서까지 찾았지만 “비슷한 선례도 없을뿐더러 피의자가 외국에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지방청에 물어보겠다”며 김양의 아버지를 돌려보냈다. ㄱ씨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채팅방에서 30대 남성 ㄱ씨가 초등학생 김하은(가명·11)양에게 결혼서약서를 쓰도록 요구하는 상황. 김양 아버지 제공
국내에는 온라인그루밍 처벌법이 있다. 지난해 9월24일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는 19살 이상의 사람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그루밍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김양이 겪은 사건은 이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2는 온라인그루밍을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한겨레>에 “본격적인 성착취가 일어나기 전인 사전단계에서는 이 법을 적용하기 힘들다. 성적인 대화를 하거나 그런 행동을 유도하는 등 더 직접적인 상황이 있어야 처벌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ㄱ씨와 같은 행위가 심각한 아동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양의 아버지는 <한겨레>에 “사전단계에서 막아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나. 아동 대상 성범죄에서만큼은 더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외에서는 성적 그루밍 행위를 모두 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성범죄법’(Sexual Offence Act) 등에 따라 노골적으로 성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적 만족감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 대화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후 성적 행위를 참여시킬 목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행위, 또는 선물이나 호의를 베푸는 행위 등도 범죄행위로 간주한다.
■ 수사 : 너무도 달랐던 한국·캐나다 경찰 대응
김양의 아버지는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피해자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요구하고, 절차 검토로 수사가 지연됐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캐나다 경찰은 달랐다. “한국 경찰과 (아이가 체류 중인) 캐나다 경찰에 같은 날 신고했다. 캐나다 경찰은 신고 당일 한국말이 가능한 직원과 함께 아이 엄마와 아이가 거주 중인 집에 출동했다. 그날 바로 포렌식을 하겠다며 아이의 휴대전화를 회수했고, 아이가 다니는 학원 등에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인계하지 말아달라’고 안내를 했다고 하더라.” 캐나다 경찰은 현재 ㄱ씨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해 미국 경찰과의 공조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일산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피의자가 해외에 있어 관할 문제 등 검토할 문제가 있었다. 캐나다 경찰과 공조하기 위해 네이버 쪽에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김양과 연락이 닿지 않자 ㄱ씨가 보낸 채팅(왼쪽), 메타버스 공간에서 만난 김양과 ㄱ씨의 캐릭터. 사진 김양 아버지 제공
■ 플랫폼 대응 : 의무는 없으니 즉각 조치도 없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도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페토의 운영사 네이버제트는 금칙어 설정, 사이버범죄 수사 의뢰 방법 공지 등을 통해 메타버스를 매개로 한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양의 아버지도 “피해 사실을 인지한 당일 제페토 쪽에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답은 없었다. 법적 의무가 없으니까 조치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18일 메타버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청소년성보호법 일부개정안’(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이 발의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대화 등 관련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신고의무조항이 담겼다. 박고은 기자
일제강점기 일본 노역현장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 안희수 할머니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93.
고인은 경남 마산(현 창원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44년 일본으로 강제동원된 뒤 일본 중서부지역인 도야마현에 있는 후지코시 군수공장에 배치됐다. “그때 일본인 교사로부터 일‘본에 가면 상급학교에 다닐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건너갔지만, 포탄외피 등 무기부품 만드는 일을 해야만 했다. 상급학교 진학은커녕 급여조차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고인은 생전에 증언했다. 그처럼 후지코시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동원된 한국인은 여성 1090명, 남성 540명 등 1600여명에 이른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안희수 할머니. 태평양전쟁 피해자보상 추진협의회 제공.
안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2003년 일본 현지 법원에서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1년 최종 패소했다. 그러나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후지코시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그러나 안 할머니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다 끝내 눈을 감았다. 소송을 제기할 때 원고는 피해당사자 13명과 유족 4명 등 17명이었으나, 안 할머니를 포함해 5명이 재판 도중 숨져, 현재 피해당사자는 8명만 남았다. 하지만 숨진 피해당사자의 유족들은 소송을 계속 진행할 각오다. 일본 등 국외로 강제동원됐던 여성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대부분 숨지고, 생존자는 지난해 기준 131명에 불과하다.
빈소는 경남 창원 정다운요양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3일 아침 7시30분이다. 최상원 기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변 사법센터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 공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후보의 개혁안은 검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하는 검찰공화국으로의 회귀안, ‘검찰개악안’이다”라며 공약을 규탄하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권력 복원’ 공약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검찰공화국을 부활시키는 역주행 공약”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21일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 검찰 공약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발표한 사법분야 공약으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에게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권을 검찰·경찰에도 부여 △경찰의 사건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등을 내세운 바 있다. 모두 검찰에 대한 견제·통제를 약화하고 검찰권력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약들이다.
두 단체는 이 같은 공약에 대해 “검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하는 검찰공화국 회귀안, 검찰 개악안”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총장의 독립적 예산편성권에 대해서는 “윤 후보가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독립해 검찰이 주인인 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야욕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두 제도가 거대 검찰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수단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입법 목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 후보의 공약은 민주적 통제 무력화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무력화 공약에 대해선 “그간의 검찰개혁을 무위로 돌리는 내용이다. 윤 후보가 검찰의 독립성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사회를 검찰공화국으로 퇴보시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변호사)은 “예산도, 인사도, 법무부 문민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공약이다. 검찰 독재를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학과 교수)은 “윤 후보의 검찰개혁 공약이 의도하는 바는 무소불위 검찰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 외에 아무 메시지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권한 분산이지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핑계로 검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게 아니다. 윤 후보의 검찰주의적 관점에서 비롯된 현 검찰 공약은 전면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윤석열 “마크롱도 ‘원전 유턴’ 선언”…‘탈원전 백지화’ 거듭 주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공정률 99%에 시험 운전 중인 한울 1, 2호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1일 재선 도전에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탈원전 공약을 뒤집고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5년 전 ‘탈원전’을 선언했던 본인의 말을 뒤집고, ‘원전 유턴’을 선언했다. 탈원전 이후 에너지 주권을 상실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고 썼다. 윤 후보는 이 게시글에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재선 도전에 나서며 탈원전을 선언했던 기존 약속을 뒤집고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덧붙였다.
윤 후보는 이어 “외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병행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최근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서도 원전은 녹색에너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그린 택소노미를 확정하며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도 녹색 경제활동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윤 후보는 “그런데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을 7%로 줄이고, 모자라는 전기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하겠다고 한다”며 “정부의 계획은 전 국토에 태양광 판넬을 깔아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고, 원전 비율은 7%대로 줄인다는 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를 저격한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우리 원전 기술이 사장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탈원전을 한다는데 누가 우리 원전을 사가겠냐”고도 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며 “원전생태계를 회복하고 안전한 원전기술을 발전시켜,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편향된 이념이 아니라 국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독립과 자유를 위한 확고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오연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1일 열린 경제부문 대선후보 티브이(TV) 토론회에서도 ‘대장동’으로 충돌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내빼는 데 선수”라고 날 선 공격을 했고, 이 후보도 “상습적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대선후보 티브이 토론에서 “(윤 후보가) 정치 보복하겠다, 검찰을 이렇게 키워서 ‘국물도 없다’ 이런 소리하면서 국민 갈등시키고 증오하게 하면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이는 경제위기를 불러온다”며 “(북한을) 선제타격하겠다고 하면 한반도 리스크가 올라가서 미국에서 전쟁 위험을 걱정하지 않나. 이런 게 경제를 망치는 길 ”이라고 윤 후보를 몰아붙였다.
윤 후보는 이에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꺼내들며 “이 후보가 성남시장, 경기지사 하면서 한 부정부패에 대해 제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고, 경제발전의 기초”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이 후보는 “답을 하라. 엉뚱한 답을 하지 말고”라고 말했고,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내빼는데 선수 아니냐. 남이 안 한 얘기 가지고 엉뚱한…”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무슨 안 한 얘기를 했냐. 그런 식으로 거짓말하지 말라”며 “상습적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이어 이 후보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꺼내 들었다. 윤 후보는 “아까 이 후보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얘기하는데 연일 언론에 나오는 경기지사 법카 공금횡령은 말을 안 한다”라며 “공무원 마음 다 떠나가고 있다. 제대로 조사하고 엄정하게 책임지는 게 민주주의고, 사람들의 일할 의욕 북돋워 주는 게 경제발전 기본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이 적힌 패널을 꺼내 들고 반격에 나섰다. 패널에는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 “윤석열이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라고 해”라는 김만배씨의 발언이 적혀 있어, 두 후보의 날 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서영지 기자
이재명 “‘구조적 성차별 없다’ 사과할 생각은?” 윤석열 “답변 필요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하자 윤 후보는 “이 질문에는 말 많이 했기 때문에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티브이(TV)토론에서 “얼마 전 구조적 성불평등, 성차별은 없다고 하면서 개인의 문제라고 했는데 전세계적으로 성평등은 중요한 과제고, 승진·급여·보직 등에서 차별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무책임한 얘기 아니냐.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제가 이 질문에는 말씀을 많이 드렸기 때문에 굳이 답할 필요가 없다”며 “집합적인 남자 집합적인 여자의 문제에서 개인 대 개인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피해자나 약자의 권리 잘 보정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영지 김윤주 기자
손실보상 놓고 이-윤 신경전 “야당 코스프레” vs “반박 기회 왜 안주냐”
21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첫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코로나19 대책 토론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비판하며 답변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요구하자, 발언하려는 이 후보와 ‘답변 들을 필요가 없다’는 윤 후보가 맞섰다.
여야 후보는 이날 첫 주제인 ‘코로나 시대의 경제 대책’ 토론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관련 지연 책임 공방에 나섰다.
먼저 이 후보는 총량제 토론이 시작되자, 윤 후보에게 “국민의힘은 왜 지금 이 순간에도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국민을 위한 신속한 지원을 반대하나. 추경 합의가 지금 난항이라고 하는데 안타깝다”며 “지난 손실과 앞으로의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불이 났으면 불을 꺼야지 양동이 크기만 따지고 나중으로 미룰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본인의 공약인 ‘50조원 손실보상안’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윤 후보는 “저는 지난해 9월부터 코로나19 피해자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50조(원) 정도의 재원을 시급히 마련해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민주당은 ‘손실보상 없는 손실보상법’을 지난해 7월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손실보상 대책을 강도 높게 공격했다. 윤 후보는 “오늘 이 후보께서 ‘이번 선거 이후에 코로나 대응이 확 바뀐다’고 선언하셨고 마치 야당처럼 지금 정부가 마치 국민의힘 정부인 것처럼 했다”며 “170석 여당이 이렇게 법안 날치기 통과할 때는 방관하다가 여당 후보로 집권 정부의 방역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결국 그렇다면 민주당이 대선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 아닌가. 야당 코스프레할 게 아니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질문하겠다고 하자 이 후보가 “제가 말씀드리겠다”고 나섰고, 사회자가 “안철수 후보가 발언을 신청했으니 듣고 오자”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다음) 발언자를 당사자가 지정하는 거 아닌 거 같아서. 저한테 다 물어놓고”라며 불만을 나타내자 윤 후보는 ”얘기해봤자 본인 얘기만 할 게 뻔해서 객관적으로 제3자에게 (질문하는 거다)”라고 응수하자 이 후보는 “그게 토론이다. 내가 주장하고 상대방에게 반박하는 시간을 주는 거죠”라고 반박했다. 배지현 김가윤 기자
심상정 “윤석열, 30억 집 살면서 종부세 92만원…폭탄이냐? 집 무너졌나?”
윤석열의 ‘종부세 폐지’ 공약 비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 사진)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1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대선후보 첫 티브이(TV)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30억 집 살면서 종부세 92만원이 폭탄이냐”며 윤 후보의 종합부동산세 폐지 공약을 강하게 비판했다. 심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두고서도 “국민의힘에서 계속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낸 대안”이라며 “만약 이게 진짜 옳은 방향이라면 퇴행적 정권교체에 정당성만 부여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심 후보는 “(윤 후보가) 요즘 유세에서 ‘20억짜리 집에 산다고 갑부 아니다. 세금으로 다 뺏어간다’고 얘기했다. 윤 후보는 시가 30억 정도 되는 집에 살고 계신데, 종부세 얼마 냈는지 기억하냐”고 묻자 윤 후보는 “한 몇백만원 내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윤 후보는 종부세를) 92만원 냈다. 30억 집에 종부세 92만원이 폭탄이냐. 92만원 내고 폭탄 맞아서 집 무너졌냐”고 따졌다.
이어 심 후보는 “재산세까지 다 합쳐 봐도 (윤 후보가 낸 세금은) 400만원 정도다. 전·월세 (주택에 사는) 청년들의 1년 월세만 800만원이다. (윤 후보는) 그 절반밖에 안 된다”며 “대통령 되겠다는 분 아닌가. 조세는 시민의 의무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 서로 나눔의 정신으로 분담하고 있는 건데 마치 국가가 약탈이라도 하는 것처럼 세금 내는 걸 악으로 규정하고 국가를 강도짓이나 하는 것처럼 규정하는 게 대선 후보로서 옳은 일인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가 “지금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돼서 집값이 치솟았고, 퇴직하고 집 한칸 갖고 별도의 수입 없는 사람도 있어서 그런 걸 고려해서 해야 한다”며 “종부세를 폐지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재산세와 합쳐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심 후보는 “집 가진 사람 대변하는 것 알겠다”며 일축한 뒤 “(종부세에 대해) 국가가 다 뺏어갔다고 하는 건 도대체 제가 볼 땐 허위사실 유포인데, 어떤 형량으로 다스리나.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심 후보는 이어 “종부세를 납부하는 사람은 95만명으로, 대한민국의 2%되는 분들이다. 그분들 세금 깎아주는 데 혈안이 돼서 되겠나. 44%의 집 없는 서민들, 매월 70∼80만원씩 내는 청년 세입자 걱정해야 하지 않나”라며 윤 후보의 종부세 폐지 공약을 거듭 비판했다. 이어 심 후보는 “저는 다음 대통령은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토지초과이득세 재도입,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종부세를 회복하고, 개발 이익을 철저히 환수해서 다시는 ‘대장동 (의혹)’ 같은 천문학적인 민간 특혜가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이라며 “부동산 세금을 똑바로 걷고,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해서 집값을 잡고, 집 없는 서민들 주거 안정에 저는 쓰겠다”고 덧붙였다.
심 후보는 ‘양도세·종부세를 깎겠다고 공약하면 1% 대통령, 많아야 4% 대통령’이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언급하며, 이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대안으로 이 후보가 낸 것이 공급 폭탄, 규제 완화, 부동산 감세인데, 이것은 국민의힘에서 계속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낸 대안”이라며 “만약 이게 진짜 옳은 방향이라면 퇴행적 정권교체에 정당성만 부여하는 것 아니냐”고 이 후보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는 좌파·우파 정책을 가리지 않는다. 국민에게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유용하면 한다는 입장“이라며 “반드시 한쪽 방향으로 가라고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또 “일반적인 감세에 동의한 바 없다”고도 말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의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 공약을 두고도 “정직했으면 좋겠다. 감세는 열심히 선전하는데, 세금 내라는 것도 당당히 말하라”며 “앞으로 소득세도 소득배당, 부가세도 부가가치배당이라고 할 것이냐. 눈가림으로 국민을 속이면 안 된다”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보통 세금은 국가 재정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내는데, 토지보유세는 전액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측면에서 배당이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연서 기자
“디지털 데이터 경제가 뭐냐”…윤석열 답변에 고개만 절레절레
단일화 제안 철회 뒤 공개 석상서 첫 만남
윤석열에 “핀트 안맞아” “우려된다” 견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티브이(TV) 토론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디지털 데이터 경제 등을 놓고 맞붙었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윤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뒤 이날 윤 후보와 처음 공개 석상에서 만나 “핀트를 못 잡고 있다” “깊게 고민하지 않지 않으신 것 같다” “우려가 된다”며 집중적으로 견제구를 날렸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대선후보 티브이 토론에서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그런 추세”라며 “반면에 우리나라 정부는 확장재정으로 예산을 늘리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게 되면서 동시에 확장재정을 하게 되면 금리 인상 효과가 상쇄돼 더 많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이에 대한 윤 후보의 생각을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지금의 재정 확장은 임의적인 재량이라기보다 코로나19 손실보상이라고 하는 국가 의무를 지는 부분이라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 한국은행이나 재정 당국에서 국민이 피해를 안 보도록 여러 물가 관리나 주택 담보 대출의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피해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이게(코로나19) 지나가면 빨리 우리가 재량지출을 줄여서 건전성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고 긍정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말씀이 핀트를 못 잡고 있는것 같다”며 “추경은 주로 국채를 발행해서 빚 얻는 것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땜질식 방법보단 확장 재정도 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거는 기존 예산을 구조조정을 해서 재원을 마련하면 빚을 안 얻고도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제1야당에서 좀 고민이 부족하신 거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두번째 주제토론에서도 윤 후보의 공약인 ‘디지털 데이터 경제’에 대해 캐물었다. 안 후보가 “디지털 데이터 경제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윤 후보는 “5G라거나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과, 이것들이 전부 클라우드에 모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기기들이 전부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 정보 데이터가 물 흐르듯이 흐르고 있다. 이 속도를 더 빠르게 해야만 자율주행 자동차 , 이런 4차 산업 혁명의 총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핵심이 무엇이냐”, “말씀하시는 것은 하드웨어 쪽이지 데이터 인프라 쪽이 아니다”라고 거듭 공세를 폈고, 윤 후보는 “상당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이라고 간단히 답하고 넘어갔다.
안 후보는 이어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추가 질문에 나섰다. 윤 후보는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도 있는 것도 있고 보안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안 후보는 이런 답변에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는 “데이터 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공공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전혀 이런 것들을 공개를 하지 않다 보니까 우리나라가 갈수록 뒤쳐지고 있고, 차기 정부의 중요한 국정운영 목표 중 하나가 공공 데이터 공개라고 믿기에 여쭤본 것”이라며 “(윤 후보가) 확실하게 이런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 것 같아 그점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생각하는 그런 첨단 디지털 기술만 가지고 우리가 경제 부흥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걸 어떻게 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을 끌어내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을 구성하면 민간 관계자들이 들어오면서 절로 공공 데이터가 돌게 돼 있고, 특별히 보안을 요하는 것을 제외하면 정부가 국가 전체의 데이터 플랫폼에서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윤 후보의 답변을 듣던 안 후보는 다시 한번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 후보는 “빅데이터 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완전히 다른데 윤 후보가 두 개를 구분을 못하는 것 같다”며 “기업의 경쟁력 제고 전략 등도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