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도서관 소장 잡지 <승리> 제공. 연합뉴스

 

빛바랜 사진 속에 제복을 입은 이들이 도열해 있다. 줄의 끝과 중간에 높이 들어올린 깃발이 이들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1945년 11월5일 중국 상하이 장완비행장, 태극기를 든 한국광복군 대원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 선생을 기다리고 있다.(위 사진) 광복 당시 임시정부가 있던 충칭에 머무르던 김구 선생은 이날 중국 정부가 제공한 항공기 편으로 일행과 함께 상하이에 도착했다. 김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비행장에는 내외 친우들이 환영하여 남녀를 막론하고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그 비행장은 바로 홍구 신공원이었다. 시내로 들어갈 때 상해에 거주하는 동포 6천여명이 아침 6시부터 도열하여 내가 오기를 고대한다 하여 차에서 멈추고 나가 보았다.”

일제의 패망을 기념해 창간한 중국 잡지 <승리> 11호는 ‘상하이의 모습’이란 화보에서 이날 열린 환영식에서 중절모를 쓰고 꽃목걸이를 목에 건 김 선생 사진(아래 사진)과 함께 사열을 위해 도열한 광복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김 선생이 임시정부 주석이자 군 통수권자 신분으로 광복군을 공개 사열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상하이도서관 소장 잡지 <승리> 제공.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들은 ‘공인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귀국한다는 확인서를 제출한 뒤에야, 미국이 제공한 항공편으로 그해 11월23일 귀국길에 올랐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연합뉴스

한미중 3국 국기 들고 김구 주석을 환영하는 광복군 2지대 대원들:  1945년 8월 7일 비밀 국내 진공 작전인 '독수리 작전'을 위해 훈련받던 한국광복군 2지대 대원들이 도열해 김구 주석을 환영하고 있다. 2021.2.28 [독립기념관 발간 '한국광복군의 그 뿌리와 발자취' 책자]

석달 조사 결과 발표…기관장 경고도
상반기 중 지국 현장조사 규모 확대
권고 미이행시 협회 인증 활용 중단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 태스크포스(TF) 소속 위원들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신문 부수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위원들은 문체부의 부수인증제도 개혁방안 발표와 국가보조금 등 부당 수령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환수를 촉구했다.

 

‘신문 부수 부풀리기’ 의혹을 조사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한국에이비시(ABC)협회에서 발표한 유가율과 실제 유가율 사이의 상당한 차이를 확인했고, 부수공사(인증) 과정 전반의 업무 처리가 불투명했다”며 한국에이비시협회에 오는 6월까지 전면적인 개선 조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협회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협회의 부수인증을) 정부 정책(광고 및 기금 지원)에 활용하는 일을 중단하는 등 추가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부수인증제 혁신 의지를 내비쳤다. 문체부는 또 신문지국 현장조사 규모를 확대해 상반기까지 현장 실사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1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협회 사무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협회는 종이신문과 잡지의 발행·유료 부수를 공식 인증해주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지난해 11월 협회 내부고발자는 주무관청인 문체부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를 조사해달라”며 진정서를 냈다. 이에 문체부는 11월 말부터 3개월 동안 언론·미디어 분야 전문가 등 5명과 함께 진정서 내용 및 공사업무 전반에 대한 사무검사를 벌였다.

현재 정부광고법·지역신문법 등에선 협회의 부수인증을 받은 매체를 우선해서 선정·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사무검사 필요성이 대두했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문체부는 협회가 제출한 자료 분석은 물론, 지난 1~2월 전국 12개 신문지국 현장점검에 나섰다. 정부가 직접 지국 현장실사를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체부가 지국 자료와 인터뷰 등을 통해 조사해보니, 협회가 발표한 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나왔다.

문체부가 조사한 12개 지국 3개 신문사 평균 성실률은 55.37%로, 협회가 2020년 발표한 3개 신문사의 지국 성실률 평균 91.90%와 큰 차이를 보였다. 성실률은 신문의 최종 유가부수를 도출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가부수) 또한 협회 발표와 문체부 조사에 따른 추정치가 큰 차이를 보였다.

문체부는 이러한 ‘부실공사’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협회 회장에게 ‘부적절한 기관 운영에 대한 기관장 경고’를 내리고 부수공사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조치사항 8건을 권고했다. 권고에는 신문사 부수보고 방식, 표본지국 선정 방식, 공사원 배치 방식, 지국 실사 방식 개선 등 부수공사 과정의 전면적 개선, 협회 회장·이사 선출과 관련한 지배구조 개선까지 포함됐다.

 

ABC협회 감사결과 주먹구구  ‘예견된 부실’

신문 평균 유료부수 최소 30% 거품 가능성

 

문화체육관광부가 16일 발표한 한국에이비시(ABC)협회의 사무검사 결과를 보면, ‘신문 부수 부풀리기’는 협회의 부실하고 불투명한 부수 공사(실사) 과정 전반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문체부는 ‘신문사의 협회 부수 보고→협회의 표본지국 선정·통보 및 공사원 배치→표본지국 공사→신문사의 보정자료 인정 및 인증위원회 운영’으로 이어지는 과정 전반에 대해 사무검사를 벌였다. 그 결과 단계마다 문제점이 적발됐다.

문체부가 권고한 사항은 8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17개항에 이른다.

예컨대 협회 규정상 모든 신문사는 전체 지국의 월별 부수를 협회에 분기별 보고할 때 방문 또는 우편접수가 원칙이지만, 일부 신문사들은 예외적으로 협회의 관리자에게 전자우편으로 신고하며 별도 관리를 받았다. 또 협회가 전체 지국을 조사할 수 없기에 일부 지국을 뽑아서 실사를 하는데, 표본지국을 뽑는 과정이 실제 무작위로 이뤄지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표본지국 선정·교체 모두 직원 1명이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진행했다. 유료부수 증빙 자료는 지국 현장에서 공사원이 확인할 뿐, ‘개인정보 보호’ 명목으로 자료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아 사후 검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부수를 최종 확정하는 인증위원회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인증을 보류하거나 재인증을 결정한 사례가 없어 형식적 운영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선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협회와 신문사들과의 담합 정황도 일부 엿볼 수 있었다. 문체부의 한 지국장 인터뷰를 보면, 협회가 지국에 공사하러 나오기 전에 신문사 직원이 유료부수 증빙과 관련한 자료를 직접 수정(변경)하고 관리하며, 공사 당일에도 신문사 직원이 현장을 지켰다. 신문사가 부수공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유료부수 인정 불가’로 확정된 자료를 추가 증빙 없이 다시 제출한 것을 유료부수로 인정해준 사례도 확인됐다.

또 문체부는 현장 점검을 통해 ‘부수 부풀리기’ 정황을 직접 포착했다. 협회가 2020년 발표한 지국 성실률은 ㄱ신문사 98.09%, ㄴ신문사 94.68%, ㄷ신문사 82.92%였는데, 문체부 조사 결과 지국 성실률은 ㄱ신문사 55.36%, ㄴ신문사 50.07%, ㄷ신문사 62.73%에 불과했다. 이를 토대로 전체 신문 부수에 대한 유가율을 내보면 ㄱ신문사 67.24%, ㄴ신문사 58.44%, ㄷ신문사 56.05%에 불과하다. 협회가 발표한 신문의 유료부수는 최소 30% 이상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문체부는 “사무검사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부수공사 과정의 부실을 추정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도출하기에는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이나, 표본의 한계로 모든 신문지국의 상황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추가 현장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협회, 전문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다른 유관기관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려 오는 6월까지 전국 30~50개 지국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날 문체부 조사 결과 발표 뒤, 협회는 의견문을 내어 “문체부의 권고 사항은 6월30일까지 최선을 다해 마련하겠다”면서도 “지국 현장조사는 회원사(신문사)와 관련한 문제라서 회원사의 양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수 부풀리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문체부에 진정서를 낸 박용학 전 협회 사무국장은 17일 이성준 협회장과 직원 12명을 배임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협회와 <조선일보> 등을 보조금관리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언론단체, 부수조작 의혹 조선일보 · ABC협회 고발

사기· 불공정거래행위·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처벌 요구

 

언론시민단체가 조선일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한국ABC협회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죄(불공정거래행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처벌해달라며 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에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김종학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이들은 “조선일보 등이 ABC협회와 공모해 발행부수 및 유료부수 자료를 조작했고, 이에 정부광고의 공정성과 관련된 지표들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강력한 정황증거가 세상에 드러났다”며 엄벌을 요구했다.

조선일보, 한국ABC협회 로고.

이들은 “최근 신문의 발행 부수에 대한 조사 및 발표를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인 피고발인 ABC협회가 피고발인 조선일보의 부수공사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의 공익제보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결과에 의해 세상에 밝혀졌다. ABC협회가 공사한 지국의 성실율이 98%였으나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결과 해당 지국의 성실율이 60% 미만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선일보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가 각종 정부기관과 공공법인에 보고한 수치에 현저히 미달함에도, (조선일보가 ABC협회와) 공모공동해 대한민국 정부기관과 공공법인에 허위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보고했고, 이에 속은 정부기관과 공공법인으로부터 더 고율의 광고비를 받아냈다”며 “정상적으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보고했을 경우의 광고 요금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편취했으므로 사기의 죄책을 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피고발인들이 공모공동하여 편취한 이득액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것인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므로 피고발인들은 위 특별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한 김종학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좌측)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우측).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이들은 또한 “피고발인들은 공동공모해 피고발인 조선일보가 독자에게 배포되지도 않고 폐기한 신문부수도 독자에게 배포되는 신문부수에 포함·확대해 광고주를 오인시켰고, 이로써 조선일보에게 광고게재를 의뢰하도록 유인했다”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의 유형 및 기준’(신문고시) 제4조 제3호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피고발인들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67조 제2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의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받거나 지급받은 자 또는 그 사실을 알면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지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 피고발인들은 공모공동하여 정부기관과 공공법인에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거짓으로 보고해 부당하게 지원금을 받았으므로 위 법률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보조금의 부당한 편취 금액도 장기간 이루어져서 최소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에 이르러 그 죄질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조선일보와 ABC협회 등의 부수 조작 행위는 ABC협회와 조선일보가 공시하거나 내세운 발행 부수 및 유료부수를 믿고 광고 업무를 진행한 민간 기업과 일반인들의 업무를 중대하게 방해했다”고 주장했으며 “정부 기관도 ABC협회나 조선일보가 공시하고 내세운 발행부수 및 유가 부수를 감안해 광고(정책 및 행정 홍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집행했는데, 실제로는 그 절반이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정책 및 행정 홍보가 진행된 것이기에 결과적으로 공무집행이 심각하게 방해되고 훼손된 것”이라 주장하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미디어 오늘

 

문체부, ‘신문부수 조작’ 의혹 ABC협회 허가 취소도 고려

  기금 환수 등 행정적 지원 중단, 정책적 활용 중단도 검토할 듯

  부수 조작 가담자 드러나면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 방침도

 

 

미디어오늘이 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을 조사 중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신문지국 현장조사 결과를 입수해 ABC협회가 인증한 일간신문 부수가 실제의 절반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ABC협회의 부수 공사 결과가 허위 혹은 조작일 경우 ‘설립허가 취소’를 비롯해 ‘정책적 활용 중단’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부수 조작 가담자가 드러날 경우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문체부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광고 매체선정 시 활용하는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가 허위(조작)일 경우 문체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묻는 질의에 “부수 공사 절차 전면개선 권고, 협회장에 대한 주의 조치 등” 행정지도를 언급한 뒤 “개선 권고 등에 협회가 불응 시 행정적 지원 중단(기금 환수 등) 또는 부수 공사자료의 정책적 활용 중단, 정부광고법·지역신문법 등 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답변했다.

 

정부광고법(6조)에 따르면 문체부장관은 발행부수·유료부수를 신고·검증·공개한 신문 및 잡지를 홍보 매체로 우선 선정할 수 있으며 정부광고법 시행령 5조에 따르면 문체부장관은 ABC부수공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이 대목이 개정될 경우 신문사들은 ABC협회가 아닌 다른 부수공사를 통해 광고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정부 부처가 ABC협회 유료부수 공사결과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ABC협회는 사실상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는 또한 “협회의 임직원이 부수 공사과정에 개입해 공사결과에 왜곡이 발생한 경우 문체부가 해당 임직원을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적인 공익침해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긴요하게 요청되는 경우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진상조사 결과 향후 ABC협회에서 정확한 부수 공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취소까지 고려한다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허위 부수공사에 대한 벌칙규정을 신설해 형법 등에 의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발행부수, 유료부수에 따라 광고비에 차이가 있느냐’는 김승원 의원실 질의에 “정부광고 비용 결정에 직접적 영향은 미치지 않고 광고비용 결정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수에 따른 ‘단가 차이’는 존재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중앙지 광고단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중앙지의 경우 2020년(2019년) 발표 유료부수 60만부 이상 언론사가 A군, 20만 부 이하~5만부 이상은 B군에 포함되는데, 국내에선 조선·중앙·동아일보가 A군에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782건의 정부 광고를 통해 76억16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동아일보는 869건의 정부 광고를 통해 95억1500여만원, 중앙일보는 881건의 정부 광고를 통해 83억2000여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신문지국 현장조사 결과를 인용한다면 조중동 모두 A군이 아닌 B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A군과 B군 사이 정부 광고단가는 적지 않은 차이로 알려졌다.

                                ABC협회.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는 정부광고법 시행령 5조에 따라 정부광고 매체선정 시 참고자료로 쓰이고 있으며 방송법에 따른 시청점유율 산정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문체부는 ABC협회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으며 설립허가 취소도 할 수 있다. ABC협회는 1989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신문사 등 1578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회비수입으로 운영하고 있다. 1995년 제도 정착을 위해 방송광고공사 공익자금 50억, 전경련 30억 등 모두 80억을 기금으로 출연한 바 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대신문사가 영향력을 이용해 ABC협회와 함께 자사 부수를 조작해 광고단가를 올리고 각종 정부 지원을 받았다면 언론에 대한 국민의 기본적 신뢰가 무너지는 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국회와 정부가 이번 기회에 국민적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정치권 "부수조작, 조선일보 사기범행 진실 밝히겠다"

"각종 광고비·지원금 산정 부당 특혜"

 유료부수 조작 문제, 국회 움직일 듯

 판사 출신 김승원 의원 등 규명 의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론사 광고단가와 국고보조금 액수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조작되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며 미디어오늘 보도를 인용한 뒤 “문체부가 현장실사를 통해 ABC협회에서 주요 일간지의 유료부수를 조작하고 부풀린 정황을 적발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의 경우 2019년(2020년 발표) 116만부로 집계되었는데, 실제로는 그 절반 수준인 58만 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ABC협회의 이 지표에 따라 언론사마다 광고단가나 신문우송료 지원금이 산정되는데, 만일 이를 속여서 다른 언론사보다 광고단가를 비싸게 받았거나, 지원금을 더 수령했다면 이는 사기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지난 5년간 신문 및 뉴스의 유통과 관련해 매년 3~4억 원, 합계 20여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수령했는데, 부수를 두 배나 뻥튀기했다면 그동안 조선일보는 각종 광고비와 지원금 산정에 부당한 특혜를 어마어마하게 받았을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페이스북 게시글에 첨부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선일보 신문·뉴스 유통 보조금 내역'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신문수송 및 우송비 지원 명목으로 2016년 4억2200만원, 2017년 4억700만원을 지급받았다. 2018년에는 뉴스유통지원 명목으로 3억6300만원, 2019년에는 3억1300만원, 2020년에는 3억1000만원을 받았다. 모두 세금이다.

김 의원은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취재·제작 및 편집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편집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포털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언론개혁 이슈에 관심이 높다.

 

김승원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ABC협회와 부수 조작 의혹 관련한 일체의 자료를 문체부에 요구해놓은 상태다. 의원께서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조선일보만이 아닌 신문업계 전반의 문제여서, 국회에서 이 사안이 진지하게 논의될 경우 향후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종이신문에 대한 정부의 전반적 광고단가 변화도 예상된다.

김승원 의원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사기범죄로 보이는 이번 ABC협회의 부수 조작 및 조선일보의 사기 범행에 대해 진실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문체부에 진정서를 내고 내부의 부수 공사 문제를 폭로한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성준 회장이 신문사의 민원을 받고 담당 공사원을 질책하며 결과를 수정하게 하는 등 협회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사무국장은 내부 폭로 이후 대기발령을 받은 뒤 지난달 해고됐다.  미디어오늘.

 

문체부, 조선일보 유료부수 116만? 부풀리기 정황 잡았다

    미디어오늘 문체부 신문지국 현장조사 결과 입수
    본사 보고 부수와 실사 부수 따져보니  ‘반 토막’
   ‘부수 조작’  ABC협회 회장·공사원 수사 불가피

 

미디어오늘이 ABC협회의 부수 조작 의혹을 조사 중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신문지국 현장조사 결과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ABC협회가 116만 부로 공표한 조선일보 유료부수는 거짓이며, 실제 유료부수는 절반 수준인 58만 부일 가능성이 높다. 문체부 조사 결과에 따라 ABC협회의 존폐를 비롯해 일간신문 유료부수 ‘거품’ 논란도 막을 내릴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일간신문 공사 부정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며 ABC협회의 ‘부수 조작’을 폭로한 내부 진정서가 문체부에 접수되며 조사가 시작됐다. 정부가 ABC협회 신문 부수 문제를 정식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조사단을 꾸려 서울, 경기, 강원, 충청, 호남, 영남지역 신문지국을 상대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ABC협회는 신문사 본사로부터 부수 결과를 보고받고, 20여 곳의 표본지국을 직접 조사해 본사가 주장하는 부수와의 성실률(격차)을 따져 부수를 인증하는 국내 유일 공사기구다. 그런데 2020년(2019년도분) 공사결과 조선일보가 95.94%의 유가율을 기록해 논란이 불거졌다. 100부를 발행하면 96부가 돈 내고 보는 유료부수라는 현실 불가능한 지표였다.

 

문체부 현장조사 결과는 ABC협회의 ‘부수 조작’ 혐의를 증명하고 있다. 조선일보 A지국 보고부수(유료)는 3만3968부였으나 실사부수는 1만5358부, 성실율은 45.2%였다. 조선일보 B지국의 보고부수는 2만169부, 실사부수는 1만85부로 성실율은 50%였다. 조선일보 C지국의 보고부수는 3만5844부, 실사부수는 1만6931부로 성실율은 47.2%였다.
조선일보 D지국은 보고부수 8316부, 실사부수 6007부로 성실율 72.2%를 나타냈고 조선일보 E지국은 보고부수 5292부, 실사부수는 2966부로 성실율 56%를 기록했다. 조선일보 F지국은 보고부수 3564부, 실사부수 2822부로 성실율 79.2%를 기록했고 조선일보 G지국은 보고수부 3491부, 실사부수 2051부로 성실율 58.7%를 나타냈다.
조선일보 H지국은 보고부수 2만3692부, 실사부수 1만1363부로 성실율은 48%였다. 조선일보 I지국은 보고부수 2만3394부, 실사부수 1만958부로 성실율은 46.8%에 그쳤다. 앞서 같은 해 ABC협회 공사에서 표본지국이었던 조선일보 E지국의 성실율은 98.07%, H지국의 성실율은 98.12%였다. 거의 본사 보고대로 부수가 인증되고 있던 셈인데 문체부 조사에서 드러난 성실율은 각각 56%와 4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현장조사에서 모두 9곳의 조선일보 표본지국 보고부수는 15만7730부, 실사부수는 7만8541부로 평균 성실률은 49.8%로 나타났다. ABC협회는 지난해 조선일보 유료부수가 116만2953부라고 발표했는데, 이번 성실율을 감안하면 실제 조선일보 유료부수는 공표된 부수의 절반 수준인 58만1476부로 추정해볼 수 있다. 물론 표본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선 조사 대상 지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문체부 현장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기존 ABC협회 공사는 신문사 담당자들이 나와 일종의 가짜 자료를 만들어 공사원에게 보여줬고, 우리는 확장일지·배포일지·수금내역 등 실제 자료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원들이 자료를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조사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신문사 사정도 비슷했다. 함께 조사한 한겨레의 경우 총 3곳의 지국에서 보고부수 1만6768부, 실사부수 7870부로 평균 성실율이 46.9%에 그쳤다. 동아일보의 경우 2곳의 지국에서 보고부수 1만6615부, 실사부수 6679부로 성실율은 40.2%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신문사들의 성실율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드러난 만큼, 문체부가 향후 ABC협회 조사 결과를 어떻게 내놓을지 주목된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회계조사,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지만 조사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확답하기 어렵다. 현재는 자료 분석 작업 중이다.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더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BC협회 쪽은 조사에 비협조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ABC협회 조사가 부실 수준을 넘어 ‘조직적 범죄’에 가까워 보이는 만큼 회장과 공사원들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도 필요해 보인다.
한편 지난해 진정서 작성에 참여했던 박용학 ABC협회 사무국장은 진정서 사건 이후 대기발령을 받은 뒤 지난달 31일 해고됐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ABC협회 운영금 6억 원 중 3억 원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 해고 사유로 알려졌다. 하지만 ‘괘씸죄’로 해고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출처 : 미디어오늘

 

재야사학자 임종국 유지로 설립, 친일 과거 청산 한 획

역사학계 "민간 노력 인정하지만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백범 묘소에 놓인 '친일인명사전': 일제시절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행적을 담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2009년 11월 8일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 놓인 '친일인명사전'을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

 

서친일·반민족 행위를 조사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가 27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민문연은 재야사학자 임종국(1929∼1989)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1991년 설립됐다. 임종국 선생은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된 이후 '친일문학론'을 집필하는 등 친일문제 연구와 과거사 청산에 앞장선 인물이다.

초기엔 '반민족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1995년 현재의 민문연으로 이름을 바꾸고 상근자만 약 40명, 회원수 1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민문연 30년 활동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2009년 출판한 '친일인명사전'이다. 8년간 연구 조사를 거친 끝에 4천389명을 '친일파'로 규정해 수록했다. 교수와 학자 150여명, 집필위원 180여명, 문헌자료 연구자 80여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친일인명사전 착수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문연이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친일인사의 명단을 정리해 사전으로 만들어낼 계획을 밝히자 전국 116개 대학 교수 1만여명이 지지 선언을 냈다.

2001년 12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출범하며 친일인사 선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2003년 관련 예산이 국회에서 삭감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듬해 국민들이 모금 운동에 나섰고, 11일 만에 성금 5억원이 모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민문연은 과거사 특별법 제정 운동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지원 등의 사업을 벌였으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운동을 펼쳤다.

2018년엔 민문연이 친일인명사전 이후 역점사업으로 둔 식민지역사박물관이 개관했다.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70년에 걸친 일제 침탈과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담았다.

민문연은 이날 오후 2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임원진과 상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약식으로 진행되며 회원들에게는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 국내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이 2018년 8월 29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문을 열었다. 이 곳에는 전시와 교육을 통해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70년에 걸친 일제 침탈과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담겨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 전시관에서 관계자들이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역사학계 "과거사 청산 안돼 논란 지속…사회적 합의 이뤄야"

친일인명사전은 정식 출간 이전부터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민문연이 2005년 친일인사 3천여명의 명단을 1차 발표할 때도 찬성과 반대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출간 이후 친일인사로 수록된 인물들의 유족과 후손들은 명예훼손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적 인물이 '친일파'로 선정되자 보수 단체들은 "정치적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이 규정하는 '친일' 개념의 학문적 엄밀함을 문제 삼는 지적도 있었다.

출판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역사학계는 "민간의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사전으로만 친일을 단순하게 이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은 친일문제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재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역사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행위와 인간에 대한 규정을 구분해야 된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사람은 공과가 있을 수 있고 민족운동하다가 친일행위자가 된 사람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사전은 행위만 기록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친일 행위에 대한 역사기록은 남겨야 하지만 그것으로 인간 전체를 평가하는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기영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 또한 "시민사회나 대중에 알려진 사전이기에 좋은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사전 등재 인물들을 하나하나 보면 친일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규정하기엔 협소하다고 보인다"며 "역사로 보는 넓은 시각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내용이 편의적이고 자의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학계나 정부에서 제대로 된 근대인명사전을 낸 게 없기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병률 한국외대 교수는 "(친일인명사전이) 계속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해방 이후 친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이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가 24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법관으로는 처음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첫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연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사건에 대한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을 비롯해 이미선·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의 수명 재판관은 준비절차기일에 청구인인 국회 쪽과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 쪽 대리인을 불러 향후 심판의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절차 진행 정도에 따라 헌재는 추가 준비절차기일을 열 수도 있고, 곧바로 정식 재판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판결 이유 등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아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같은 달 23일 주심을 맡은 이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으나 지난 8일 기각됐다. 조윤영 기자

 

헌재, ‘사법농단’ 임성근 탄핵심판 주심 기피신청 전원일치 기각

 

헌법재판소가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탄핵심판 재판부에서 제외해달라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쪽의 기피신청을 8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탄핵심판은 애초 예정대로 재판관 9명 전원의 심리로 진행된다.

헌재는 임 전 부장판사 쪽이 낸 이 재판관 기피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추측성 기사를 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후 임 전 부장판사 쪽은 같은달 23일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의 이력을 들어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피신청을 냈다. 이 재판관이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을 역임하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한 데다, 회장과 공동대표를 각각 역임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헌재는 이 재판관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에 참여하고, 민변과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 등 법관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논평을 냈다고 해도 법관 탄핵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재판관이 세월호특조위원장과 과거 민변이나 참여연대 회장 또는 대표 등을 역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법관 탄핵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밖에 달리 법관 탄핵 사건에 관해 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공직자 반헌법적 행위 방치? “나쁜 목동에 양떼 맡길 건가”

헌재가 임성근 판사를 ‘단죄’ 해야 하는 이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에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지난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이고 탄핵 사유도 중대한 것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좀 특이한 상황이 겹치면서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즉 임성근 부장판사의 임기가 2월28일 종료되기 때문에 공직자 신분을 잃게 되는데, 그래도 탄핵 결정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원래 임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탄핵 재판은 26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임 부장판사가 재판관 기피신청을 내는 바람에 연기됐습니다. 결국 그의 임기가 끝난 뒤에야 재판이 시작되는 셈인데요, 기피 신청을 낸 것도 이 점을 노린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결국 탄핵은 해당 공직자를 자리에서 쫓아내기 위한 것인데, 이미 그만둬버렸으니 재판의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퇴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나의 사례를 보여줬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1월13일 하원 의회에서 내란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일주일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마쳤습니다. 미국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해당하는 절차를 상원의회가 맡는데요, 이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탄핵소추→임기종료→탄핵심판’이라는 순서가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와 똑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이미 퇴임한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는데 상원의회는 가능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유무죄 표결에서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죄 선고가 났습니다.

‘탄핵소추→임기종료→탄핵심판’이라는 순서가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와 같다.

이 과정에서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법리적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탄핵 제도를 규정한 미국 헌법에 퇴임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탄핵의 주된 목적이 공직 박탈인 만큼 퇴임 뒤에는 탄핵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국 헌법은 탄핵의 효과로서 공직 박탈뿐 아니라 이후 다른 공직 취임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탄핵당할 행위를 저지른 공직자라면 다른 공직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법질서와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것이 탄핵 제도를 만든 또 하나의 핵심 이유라는 것입니다.

한 법학자는 이런 비유를 합니다. 양떼를 돌보던 목동이 양을 훔친 경우 재판에서 유죄가 확인되면 그 양떼의 주인으로부터 해고될 뿐만 아니라 다른 양떼를 돌볼 자격도 박탈하는 법이 있는데, 양을 훔친 목동이 재판받기 전에 즉시 해고됐다는 이유로 아예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한다면, 그래서 다른 양떼를 돌볼 기회를 주게 된다면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역사적인 선례도 있습니다. 1876년 육군성 장관인 윌리엄 벨크냅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하원의회가 조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위원회는 증거를 확보한 뒤 의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시간 전에 벨크냅이 사임한 뒤였습니다. 하원의회는 그래도 탄핵이 가능한지 논쟁을 벌인 끝에 만장일치로 탄핵소추를 의결했고 상원도 탄핵심판을 진행했습니다.

옛 미국 육군성 장관 윌리엄 벨크냅.

벨크냅의 경우는 탄핵소추도 이뤄지기 전에 사임했기 때문에 탄핵 절차가 개시되는 시점에서부터 아예 민간인 신분이었습니다.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점인데요. 트럼프는 적어도 탄핵소추가 이뤄지는 시점에는 현직 신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1조: 탄핵은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영향받지 않는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이런 다양한 법리와 선례를 조사해, 퇴임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탄핵의 의미는 한 개인의 공직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자가 어떤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헌법적 가치의 선언이라는 한 법학자의 지적도 보고서에 소개가 돼 있습니다. “탄핵당한 개인의 운명보다 선언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사례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법에 명문 규정을 둬 이 문제를 간명하게 해결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관한 규정(제51조)에서 “탄핵 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대통령의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처럼 퇴임한 공직자의 탄핵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지만, 국회법(제134조 제2항)을 보면 탄핵소추가 된 공직자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직하거나 해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리 공직을 그만둠으로써 탄핵결정을 피하는 꼼수를 차단한 것인데요, 이런 규정에 비춰 보더라도 탄핵소추가 된 뒤 임기가 종료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하면 해당 공직자는 ‘파면’됩니다. 파면된 공직자는 5년간 다른 공직에 취임할 수 없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54조) 법관의 경우 파면되면 변호사 개업도 5년간 제한됩니다.(변호사법 제5조 제4호) 미국 사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직 박탈뿐 아니라 추가적인 공직 취임 제한을 통해 ‘나쁜 목동’에게 양떼를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게 탄핵 제도의 취지인 것입니다. 임기가 종료했다는 이유로 이런 추가 제재를 피해갈 수 있게 한다면, 공직자가 임기 막바지에 반헌법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 속수무책이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쟁점에 대해 탄핵 제도의 본질에 걸맞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임성근 부장판사가 임기 종료 뒤에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하면, 다음 쟁점은 그의 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느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법관 탄핵 전례가 없으니, 외국에서는 어떤 사유로 법관 탄핵이 이뤄졌는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7명의 법관이 탄핵됐는데, 탄핵 사유에는 열차에서 불법촬영을 한 행위, 법원 직원을 스토킹한 행위, 골프채와 양복 등을 뇌물로 받은 행위 등 재판 이외의 일탈행위와 함께 영장발부와 관련한 부정, 조정절차에서 선처 요청 등 재판과 관련된 사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에서 모두 8명의 법관이 탄핵됐습니다. 부적절한 선물 수령, 부패, 조세포탈, 재산 허위신고, 위증, 음주 재판 등의 사유들이었습니다.

임성근 판사 직권남용혐의 판결문.

임성근 부장판사가 탄핵소추된 혐의는 ‘세월호 7시간’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해 판결 내용을 바꾸도록 하고 재판장에게 법정에서 피고인을 질책하라고 지시한 행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의 형사사건에서 선고가 끝난 판결문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수정하도록 한 행위, 유명 야구선수 원정도박 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유도한 행위 등입니다. 이런 재판 개입 행위는 재판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에 위배되는 중대한 비리입니다. 미국에서 1994년 탄핵당한 펜실베니아주 대법관 롤프 라센의 혐의 중에는 재판과 관련해 담당 판사와 부적절한 대화를 나눈 행위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임성근 부장판사는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는 데 그쳤고,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위헌적 행위는 맞지만 현행 법상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단죄 수단은 탄핵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무죄 판결을 내린 법원, 오랜 기간 지체하다가 임기 만료 직전에 탄핵소추한 국회, 다소 아쉬운 속도감을 보인 헌법재판소까지 모든 국가기관이 중대한 위헌적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면책용으로 최소한의 행동만 할 뿐 해당 문제를 회피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국가기관도 책임지지 않고 결국 위법한 행위를 한 법관은 전관 변호사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상황, 헌법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할지 질문해야 한다”는 질타입니다.

여기에 답할 수 있는 주체는 이제 헌법재판소밖에 없습니다.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은 사법 독립과 공정한 재판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용현 기자

 

임성근, 결국 임기 채우고 떠나…탄핵심판 2가지 시나리오

          ‘각하 vs 본안판단’ 헌재에 쏠린 눈
기피 신청 재판 지연 노림수? “헌법적 중요 사안 판단할 수도 있어”

 

‘사법농단’에 연루돼 법관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8일 법관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법복을 벗고 재판을 받게 됐다. 임 부장판사가 이 사건 주심인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기피신청한 영향으로 애초 지난 26일로 계획된 탄핵심판 변론 준비기일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임 부장판사가 법관이 아닌 신분으로 탄핵심판을 받으려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임 부장판사는 퇴임을 앞둔 지난 26일 법관 전용 내부 통신망에 인사를 남겼다. 그는 “법원가족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너무도 송구스럽다”며 “저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 개입’ 의혹과 법관으로서 최초로 탄핵 소추된 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애초 이날은 그의 탄핵심판을 위한 첫 변론준비기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23일 탄핵심판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 신청하면서 기일이 미뤄졌다. 헌재는 재판관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기피신청에 대한 결론을 낼 때까지 소송 절차를 중지하는 것이다. 헌재가 기일을 미룬 것은 26일 전에 관련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피신청은 탄핵심판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퇴임 전 헌재 결정이 나올 것을 우려해 퇴임 뒤 재판을 받으려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에서는 기피신청을 해도 인용된 경우가 거의 없고,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한 사유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앞서 임 부장판사 쪽 대리인단이 기피신청을 하며 든 이유는 이 재판관의 경력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을 지냈기 때문에 이 재판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임 부장판사 쪽은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임 부장판사의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명예훼손 사건과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재판 개입 행위와 관련해 이 재판관이 직접적으로 연루되거나, 사건과 관련해 특정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헌재도 일반 민·형사 소송보다 더욱 엄격하게 기피사유를 판단한다. 탄핵심판은 전원 재판부에서만 심리해 특정 재판관을 배제해도 다른 재판관과 교체가 불가능하고, 위헌 판단을 할 때도 정족수를 맞추는 재판관 개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헌재는 실무 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에서 “현행 심판정족수 제도에서는 (기피 등으로) 재판관이 배제되면 위헌이나 인용 판단의 확률이 낮아질 수 있어 일반재판보다 엄격하게 기피사유를 해석해야 한다”며 “기피사유는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만을 의미하며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혹은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이 재판관을 뺀 나머지 8명의 헌재 재판관이 모두 판사 출신이어서, 이들 재판관과 임 부장판사의 인연이 공정한 심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이영진 재판관을 뺀 7명의 재판관은 모두 임 부장판사와 같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다. 더욱이 유남석, 이영진, 이종석, 문형배, 김기영 재판관 모두 임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이나 부산지법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문형배 재판관의 경우, 임 부장판사와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니며 1992∼1996년 부산지법 등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탄핵소추 청구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임 부장판사가 보인 태도도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부채질한다. 지난 4일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 청구서는 곧바로 부산고등법원으로 송달됐지만, 임 부장판사는 받지 않았다. 이에 헌재가 그의 집 주소를 확인해 직원을 직접 보내, 본인에게 청구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가 퇴임한 뒤 재판을 받게 되면서, 헌재가 탄핵심판을 각하할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탄핵의 목적이 해당 공무원을 파면하는 것인데, 이미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임 부장판사도 이 점을 노리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낸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헌재가 본안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 부장판사 개인을 파면시키는 목적을 넘어 법관 독립 침해 행위의 위헌 여부를 헌재가 확인한다는 헌법수호기능 실현 차원에서 심판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헌법연구관이었던 또 다른 법조인은 “헌재는 과거에 종료된 행위라도 헌법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판단을 한다는 태도를 취해왔다”며 “탄핵 소송은 전례 자체가 없지만 일반적인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각하 사유가 있어도 본안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재는 2013년 긴급조치 1·2호의 위헌 여부를 가릴 때, 긴급조치 사건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 각하 요건에 든 청구인이 있었지만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 예외적으로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위헌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 실무제요에도 “헌법소원의 본질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도 겸하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라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경우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한다”고 돼 있다.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쪽 대리인단도 이 점을 강조해 헌재가 본안판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장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