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조선일보 사주 일가 수사방해 의혹’ 고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이 사건을 지난달 28일 검찰에 단순이첩했다. 단순이첩은 해당 사건이 공수처 수사대상에 해당하지 않거나,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검찰 등에 사건을 넘기는 결정을 뜻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을 이첩할 때 사유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타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정해 보일 때 단순이첩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해 6월 조선일보 사주 일가 수사를 방해했다며 윤 후보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윤 후보가 검찰에 재직할 당시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국민적 의혹이 있는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고소 고발된 사건 수사를 가로막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방 사장이 연루된 주요 사건이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이었다. 이해 당사자를 직접 만나 불기소 면죄부를 준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방 사장과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발한 것이다.

 

김한메 대표는 공수처의 단순이첩 결정을 두고 “공수처 설립 취지를 몰각시키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공수처의 비겁한 직무유기 행태에 대해 검찰개혁을 염원하는 국민과 함께 규탄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해넘긴 ‘고발사주’ 수사…공수처, ‘윤석열 무혐의’ 시점 저울질만?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의 야당 대선 후보 및 국회의원 등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연내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결국 해를 넘기면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기소하는 사건은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 능력이 제한되는 데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중립 위반 시비에 더욱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고발사주 의혹 수사는 사실상 멈춰선 가운데 공수처는 사건 처리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조사도 그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기약 없이 멈춰선 상황이다. 손 검사는 지난달 6일부터 입원 중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유죄 입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정에서 피의자가 피신조서를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별다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공수처는 조사 때 피의자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상녹화물 또한 독립적인 증거 능력에 제한이 따른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신조서 능력 제한에 따라 영상녹화 등을 공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검사 쪽 변호인은 ‘피신조서 증거 능력을 부인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정치적 논란도 공수처로서는 부담이다. 3월9월 대선까지는 불과 6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여야의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윤석열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면 여당 쪽에서는 ‘봐주기 수사’라고 반발할 것이고, 윤 후보를 조사하면 ‘야당 대선 후보 탄압’ 프레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후보를 언제 소환하는가’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방식과 순서가 있다. 검토 중이다. 필요성이 있고 단계가 되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윤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고 손 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대대적으로 고발사주 사건을 수사해온 공수처가 마땅한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종결 시점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이라고 기재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범여권 인사의 고발장을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두고서는 고발장을 전달할 2020년 4월 당시, 그가 고위공직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를 검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준 기자

새해 첫날 월북자, 1년전 탈북한 30대 추정

● COREA 2022. 1. 4. 07: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1일 정오 강원 고성 민통선 CCTV에 찍혀

신변안전 대북통지문에 북 ‘수신 확인만’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장비와 병력을 철수했지만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지피. 고성 지피는 북한 지피와의 거리가 580m밖에 되지 않는다. 월북자는 이 지피 근처를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첫날 동부전선 월북과 관련해 당국은 탈북민 ㄱ을 월북자로 추정하고 관련 사실을 확인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ㄱ은 2020년 11월 강원 고성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30대 초반”이라며 “ㄱ을 월북자로 추정하는 근거는 지난 1일 정오께 강원 고성 일대 민통선 시시티브이에 이 사람이 찍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월북자는 지난 1일 오후 6시40분께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었고, 이날 밤 10시40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ㄱ은 지난 12월29일 마지막 연락이 됐고 지난 12월30일 이후 연락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확인 과정에서 민통선 시시티브이 화면에 찍힌 사람이 ㄱ과 인상 착의가 동일하다고 할 정도로 흡사했고, 육안으로 얼굴 식별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 2㎞ 밑에 남방한계선 철책이 있는 비무장지대가 있고, 군 작전과 보안을 위해 군사분계선 10㎞ 안팎으로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이 설정돼 있다. 민간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 비무장지대와 달리 민통선은 경계 초소에서 신원 확인이 되면 민간인 출입이 대부분 가능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탈북 루트와 월북 루트는 강원 고성 지역인데, 동일한 루트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ㄱ의 대공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세부적인 것은 관련기관에서 확인 중”이라며 밝혔다. 당국은 ㄱ이 국내 정착 뒤 얻은 직업이 군사 정보 등에 접근하기 어렵고, ㄱ이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고향을 그리워했고 주변에 신세 한탄을 자주 한 점 등을 종합해 대공용의점이 낮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ㄱ이 일부 언론 보도대로 북한에서 기계체조 선수로 활동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ㄱ은 2020년 11월 탈북 당시 “학교에서 기계체조를 배웠다”고 말한 적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월북자)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내용을 담은 대북통지문을 지난 2일 오전, 오후 모두 2차례 발송했다”며 “이후 북한이 아무 반응 없는 것은 아니고 ‘수신 잘했다’고 했다.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답변은 없어서 현재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나눔행사 참석한 남궁인 의사가 뒷얘기 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 참석,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후원자인 박춘자 할머니와 인사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김밥 장사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장애인 봉사활동을 해왔다. [연합뉴스]

 

김밥 장사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장애인을 위해 봉사한 박춘자(93) 할머니가 청와대 초청 행사에 참석해 김정숙 여사의 손을 잡고 펑펑 운 사연이 뒤늦게 공개됐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달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자격으로 기부·나눔 단체 초청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의 뒷얘기를 전했다.

 

글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불편한 자신의 몸을 부축해 준 김정숙 여사의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아 돈을 번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렇게 (번 돈으로)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너무 행복했고 좋았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그게 너무나 좋아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며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면서 "방금 내밀어 주시는 (김 여사의) 손을 잡으니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 손이 생각나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박 할머니에 대해 "옆자리 영부인이 가장 크게 울고 계셨다"면서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은 한 세계였다"고 적었다.

 

박 할머니는 15살 무렵부터 50여년 간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3천만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기부했다.

 

박 할머니는 60대에 김밥 장사를 그만둔 뒤에는 지적 장애인 11명을 집으로 데려와 20여년간 돌보는 등 기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에 LG 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김밥 팔아 일평생 번 6억원 기부한 92세 박춘자 할머니

"돕는 게 즐거워" 유산은 어린이재단 기부…장애인 봉사도 40년

"어려웠던 유년 시절  '나같이 불쌍한 사람 도우며 살겠다' 다짐"

 

"남을 도울 때가 제일 재밌어. 장애인들을 도울 땐 걱정도 싹 사라져."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서 만난 박춘자(92) 할머니는 2008년 남한산성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3억 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해 화제가 됐던 기부계의 '대모'나 다름없다.

 

           박춘자 할머니. [연합]

 

박 할머니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부와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 있었다.

 

2019년엔 유산 기부를 약정했고, 지난 5월엔 남은 재산의 절반가량인 2천만 원을 어린이재단에 추가로 기부했다.

 

한평생 올곧은 신념을 지키며 살아온 탓이었을까, 아흔이 넘은 할머니의 얼굴과 손은 주름투성이였지만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할머니의 눈빛은 반짝였고, 목소리에선 젊은이의 기백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묵묵히 일해 모은 거금을 쾌척한 이유가 궁금해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박 할머니는 힘들었던 유년기 이야기부터 꺼냈다.

 

           박춘자 할머니 [연합]

 

1929년생인 박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힘들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박 할머니는 당시 국민학생이던 10살쯤 생계를 위해 새벽부터 시장을 오가던 자신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새벽 4시 첫 전차를 타고 밭에 가서 자두를 한 자루 따와 집에 가져놓은 뒤 등교했어. 그리고 학교를 마치면 새벽에 따온 자두나 시장에서 사 온 오징어를 가지고 극장 앞에 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팔았어. 내가 정말 불쌍하게 살았어."

 

스무 살이 되기 직전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남들에겐 쉬워 보이기만 했던 임신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2018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고액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 행사에 참석한 박춘자 할머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성남으로 터전을 옮긴 박 할머니는 남한산성 길목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김밥을 말아 팔거나, 홍합을 손질해 끓여 소주 안주로 내놓았다. 가을엔 도토리로 묵을 쒀 장사했다. 1년 365일 사계절을 쉬지 않고 일해 손이 성할 날이 없었다. 은행에 갈 시간도 없어 걸레에 돈을 싸 보관했을 정도였다.

 

몸이 힘들고 마음이 지칠 때도 박 할머니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그때마다 '언젠가 나처럼 힘든 사람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다고 했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박 할머니가 봉사, 기부와 인연이 처음 닿은 건 다름 아닌 성당에서였다.

 

"내가 자식이 있어, 형제자매가 있어. 너무 외로웠지. 그래서 성당엘 가게 됐고 거기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렇게 시작된 장애인 봉사는 40년 가까이 이어졌다.

 

요리해 밥을 먹여주고, 변 묻은 옷은 손수 빨아 다시 입혀줘 가며 돕다 보니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

 

박 할머니가 반평생 키운 장애인은 11명. 그중 4명은 아직도 할머니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박 할머니는 젊은 시절 돈이 모이면 집을 사뒀는데, 시간이 흘러 집값이 오르면 팔아 모두 기부하는 데 썼다.

 

박 할머니가 돕는 장애인 시설에 지원한 3억 원도 이렇게 마련됐다.

 

"그 돈으로 편하게 살수도 있지 않았냐"는 기자의 우문에 박 할머니는 "이 돈 벌어 다 어디다 쓰겠냐. 어릴 적 나같이 불쌍한 사람 돕겠다는 생각뿐이다"고 답했다.

 

박 할머니는 일평생 모은 돈은 사회에 내놓고 지금은 생활비 월 45만 원으로 살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꼭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묻자 할머니의 답은 간결했지만 명쾌했다.

 

"돈이 없어도 그런(기부) 정신만 가지면 돼."

합참, ‘22사단 월북사건’ 조사결과 발표

경계시스템 정상 작동해도 놓치고 오판

초동조치 병력, 현장 출동했지만 헛걸음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을 지키는 육군 22사단의 일반전초(GOP) 감시카메라(CCTV)에 월북자가 지오피 철책을 넘은 장면이 5번이나 찍혔지만 시시티브이 감시병이 이를 놓쳤고, 나중에 녹화화면을 확인했지만 저장서버 시간을 잘못 맞춰 못 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경계작전부대는 특이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자체 종결하고 상급부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밤 뒤늦게 비무장지에서 월북자를 발견했지만, 현장 부대는 월북이 아닌 귀순이라고 판단해 초기 작전을 펼치다 대응 시간을 흘려보냈다. 5일 합참이 밝힌 ‘22사단 월북’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감시장비는 정상 작동했지만 현장 부대의 경계 미흡과 오판들이 겹쳐 있었다.

 

CCTV 5번 찍혀도, 녹화화면 돌려봐도 못 봐

 

월북자가 지오피 철책을 넘는 장면은 지난 1일 지오피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다. 월북자가 오후 6시36분께 지오피 철책을 넘어갔고 이때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 근처 감시카메라 3대에 철책을 넘은 모습이 5차례 잡혀 경고등과 경보음이 떴다. 감시카메라 3대에는 월북자가 철책을 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철책을 넘어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 등이 잡혔다.

 

하지만 시시티브이 감시병은 이 장면을 상황 발생 당시 알지 못했다. 당시 감시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릿하고 근처 초소에 가려 감시 카메라 사각지역이 생겨 감시병이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시시티브이와 센서 등을 활용해 원격으로 감시하고 이상을 탐지하는 것으로, 센서로 작동하는 감지시스템, 시시티브이를 이용하는 감시시스템, 이들 시스템을 관제하는 통제시스템으로 꾸려진다.

 

                   민통선 근처 시시티브이에 잡힌 탈북자의 모습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때 철책에 부착된 광망(센서)에 압력이 가해져 경고등, 경보음이 울렸다. 소대장 등 초등조치조 병력 6명이 출동해 6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철책과 광망을 3차례 점검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 못했다. 철책 주변 쌓인 눈에 월북자의 발자국이 찍혀 있고, 철책 상단 윤형철조망에 월북자의 외투에서 찢긴 것으로 보이는 흰색 깃털이 붙어 있었지만 초등 조치조는 날이 어두워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녹화화면 돌려봤지만 저장서버 시간 설정 잘못해

 

규정상 경계작전부대는 시시티브에 경보가 작동하면 화면을 재구성해 녹화 영상을 확인하고 상급 부대인 대대에 상황보고를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대대가 주관해 상황 평가를 한다. 하지만 당시 현장 부대가 녹화 영상을 재생하면서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하는 장면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보음이 발생한 오후 6시36분부터 30분 전까지 시간(오후 6시6분부터 오후 6시36분) 녹화 화면을 확인해야 하는데, 오후 6시2분부터 오후 6시32분까지 영상을 확인했다. 서버 저장 시간이 실제 시간과 4분 가량 차이가 있어 월북자가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못 보고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시시티브이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매일 동기화를 할 때 감시 카메라 전체를 통제하는 메인 서버와 녹화 영상이 담긴 저장 서버를 따로 동기화해야 하는데 해당 부대는 메인 서버만 동기화하면 저장 서버도 함께 동기화되는 줄 잘못 알고 저장 서버 동기화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특이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했다. 경보음이 울리면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다.

 

뒤늦게 DMZ에서 월북자 발견했지만 귀순으로 오판

 

22사단의 해당 부대는 1일 오후 9시17분께야 비무장지대(DMZ) 내 월북자를 열상감시장비(TOD)로 발견했다. 이때 군이 처음으로 상황 발생을 알았다. 당시 월북자가 골짜기를 따라 국군 지피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오피 대대장은 지형과 월북자의 이동 방향을 감안해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팀을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월북자는 20여분 이후 방향을 돌려 북쪽으로 향했고 군단·사단 상황 평가 결과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뒤늦게 월북 차단 작전에 나섰다. 그러는 동안, 월북자는 오후 10시49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갔다.

 

군 당국은 경계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문 대통령 “22사단 경계작전 실패, 반복되는 점에 군은 경각심 가져야”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 사건과 관련해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점에 대해 군은 특별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2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경계작전 실패는 있어서는 안될 중대한 문제”라며 “현장 조사에서 드러난 경계태세와 조치, 경계 시스템 운영의 문제를 해결하고 군 전반의 경계태세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경계태세 실패에 대한 군 지휘관들의 사의 표명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이번 기회에 군의 경계시스템에 대한 점검 계기로 삼으라는 그런 강한 주문을 하셨다는 점으로 답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관련된 보고는 수시로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합참에서 발표를 하면서 좀 더 상황에 대해서 명료하게 파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군 당국은 월북 사건과 관련해 경계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새해 첫날 동부전선 철책 월북자, 1년전 탈북한 30대 추정

1일 정오 강원 고성 민통선 CCTV에 찍혀

신변안전 대북통지문에 북 ‘수신 확인만’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장비와 병력을 철수했지만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지피. 고성 지피는 북한 지피와의 거리가 580m밖에 되지 않는다. 월북자는 이 지피 근처를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첫날 동부전선 월북과 관련해 당국은 탈북민 ㄱ을 월북자로 추정하고 관련 사실을 확인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ㄱ은 2020년 11월 강원 고성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30대 초반”이라며 “ㄱ을 월북자로 추정하는 근거는 지난 1일 정오께 강원 고성 일대 민통선 시시티브이에 이 사람이 찍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월북자는 지난 1일 오후 6시40분께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었고, 이날 밤 10시40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ㄱ은 지난 12월29일 마지막 연락이 됐고 지난 12월30일 이후 연락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확인 과정에서 민통선 시시티브이 화면에 찍힌 사람이 ㄱ과 인상 착의가 동일하다고 할 정도로 흡사했고, 육안으로 얼굴 식별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 2㎞ 밑에 남방한계선 철책이 있는 비무장지대가 있고, 군 작전과 보안을 위해 군사분계선 10㎞ 안팎으로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이 설정돼 있다. 민간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 비무장지대와 달리 민통선은 경계 초소에서 신원 확인이 되면 민간인 출입이 대부분 가능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탈북 루트와 월북 루트는 강원 고성 지역인데, 동일한 루트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ㄱ의 대공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세부적인 것은 관련기관에서 확인 중”이라며 밝혔다. 당국은 ㄱ이 국내 정착 뒤 얻은 직업이 군사 정보 등에 접근하기 어렵고, ㄱ이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고향을 그리워했고 주변에 신세 한탄을 자주 한 점 등을 종합해 대공용의점이 낮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ㄱ이 일부 언론 보도대로 북한에서 기계체조 선수로 활동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ㄱ은 2020년 11월 탈북 당시 “학교에서 기계체조를 배웠다”고 말한 적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월북자)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내용을 담은 대북통지문을 지난 2일 오전, 오후 모두 2차례 발송했다”며 “이후 북한이 아무 반응 없는 것은 아니고 ‘수신 잘했다’고 했다.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답변은 없어서 현재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새해 첫날, 동부전선 철책 넘어 월북…‘별들의 무덤’된 22사단

군, CCTV 잡히고 센서 울렸지만 경계 실패

월북 1명…북 ‘코로나 비상방역’ 안전 우려

 

2015년 8월 서부전선 휴전선 남쪽에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새해 첫날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지역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잡히고 경보가 울렸지만, 군은 이 사실을 몰랐다. 22사단 지역은 경계 실패와 초동조치 부실 등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어 군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할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을 엄격하게 하는 상황이라 월북자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일 “지난 1일 오후 9시20분께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신병 확보를 위해 병력을 투입해 비무장지대에서 작전을 하다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4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에는 철책이 없고 남쪽 남방한계선 근처에 철책이 있다.

 

합참 관계자는 “이후 확인 과정에서 같은 날 오후 6시40분께 해당 인원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철책에는 일정 무게를 넘는 하중이 가해졌을 때 경보가 울리는 센서와 폐회로텔레비전 등이 설치돼 있다. 이 관계자는 “(철책을 넘을 당시) 상황실 시시티브이에 포착됐는데 당시 시시티브이 감시병이 이를 인지 못했고 월북 이후 시시티브이 화면 재생 과정에서 철책을 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때 군 상황실의 경보는 정상적으로 울려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지만, ‘철책 훼손이 없어 이상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철책을 넘은 시각으로부터 약 3시간 뒤인 9시20분에야 군은 비무장지대에서 움직이는 월북자를 열상감시장비(TOD)로 발견했다. 티오디는 사람이나 물체가 내는 열을 감지해 영상으로 보여줘 빛이 없는 밤에도 물체 식별이 가능하다. 군은 이후 1시간20분 동안 비무장지대에서 월북자 신병 확보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지난 2014년 중부전선 한 부대에서 병사들이 CCTV로 전방을 감시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애초 감시장비가 월북자를 포착했고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까지 했지만 이상 발생 자체를 몰랐고, 뒤늦게 신병확보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합참 관계자도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현장에 가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월북자의 신원과 생사는 알 수 없다. 군은 해당 부대 병력 인원 확인 결과, 이상이 없기 때문에 일단 월북자를 민간인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오늘 아침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경 봉쇄 수준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2년째 하고 있어 월북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게 피격 사망했을 때 북한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조처라고 주장한 바 있다. 2020년 7월 서해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월북해 개성으로 갔을 때도 북한은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월북했다며 방역태세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다. 이날 오전까지 해당 지역 일대의 북한군 특이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전방 육지경계와 동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어 경계책임지역이 다른 사단의 3~4배 가량인데 병력은 다른 부대와 비슷하다. 이때문에 22사단 경계지역에는 논란이 된 월북·월남 사건이 잦다. 지난해 2월에는 북한 남성 1명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근처 동해에서 오리발을 차고 ‘헤엄 귀순’했고, 2012년 10월에는 월남한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이 일어났다. 2009년에는 22사단에서 전역한 민간인이 철책을 뚫고 월북했다. 지난 10여년간 각종 사건 사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문책당한 사단장이 임기를 채운 사단장보다 많아 ‘별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