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가 24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법관으로는 처음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첫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연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사건에 대한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을 비롯해 이미선·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의 수명 재판관은 준비절차기일에 청구인인 국회 쪽과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 쪽 대리인을 불러 향후 심판의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절차 진행 정도에 따라 헌재는 추가 준비절차기일을 열 수도 있고, 곧바로 정식 재판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판결 이유 등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아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같은 달 23일 주심을 맡은 이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으나 지난 8일 기각됐다. 조윤영 기자

 

헌재, ‘사법농단’ 임성근 탄핵심판 주심 기피신청 전원일치 기각

 

헌법재판소가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탄핵심판 재판부에서 제외해달라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쪽의 기피신청을 8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탄핵심판은 애초 예정대로 재판관 9명 전원의 심리로 진행된다.

헌재는 임 전 부장판사 쪽이 낸 이 재판관 기피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추측성 기사를 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후 임 전 부장판사 쪽은 같은달 23일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의 이력을 들어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피신청을 냈다. 이 재판관이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을 역임하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한 데다, 회장과 공동대표를 각각 역임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헌재는 이 재판관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에 참여하고, 민변과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 등 법관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논평을 냈다고 해도 법관 탄핵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재판관이 세월호특조위원장과 과거 민변이나 참여연대 회장 또는 대표 등을 역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법관 탄핵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밖에 달리 법관 탄핵 사건에 관해 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공직자 반헌법적 행위 방치? “나쁜 목동에 양떼 맡길 건가”

헌재가 임성근 판사를 ‘단죄’ 해야 하는 이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에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지난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이고 탄핵 사유도 중대한 것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좀 특이한 상황이 겹치면서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즉 임성근 부장판사의 임기가 2월28일 종료되기 때문에 공직자 신분을 잃게 되는데, 그래도 탄핵 결정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원래 임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탄핵 재판은 26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임 부장판사가 재판관 기피신청을 내는 바람에 연기됐습니다. 결국 그의 임기가 끝난 뒤에야 재판이 시작되는 셈인데요, 기피 신청을 낸 것도 이 점을 노린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결국 탄핵은 해당 공직자를 자리에서 쫓아내기 위한 것인데, 이미 그만둬버렸으니 재판의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퇴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나의 사례를 보여줬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1월13일 하원 의회에서 내란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일주일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마쳤습니다. 미국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해당하는 절차를 상원의회가 맡는데요, 이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탄핵소추→임기종료→탄핵심판’이라는 순서가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와 똑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이미 퇴임한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는데 상원의회는 가능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유무죄 표결에서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죄 선고가 났습니다.

‘탄핵소추→임기종료→탄핵심판’이라는 순서가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와 같다.

이 과정에서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법리적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탄핵 제도를 규정한 미국 헌법에 퇴임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탄핵의 주된 목적이 공직 박탈인 만큼 퇴임 뒤에는 탄핵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국 헌법은 탄핵의 효과로서 공직 박탈뿐 아니라 이후 다른 공직 취임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탄핵당할 행위를 저지른 공직자라면 다른 공직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법질서와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것이 탄핵 제도를 만든 또 하나의 핵심 이유라는 것입니다.

한 법학자는 이런 비유를 합니다. 양떼를 돌보던 목동이 양을 훔친 경우 재판에서 유죄가 확인되면 그 양떼의 주인으로부터 해고될 뿐만 아니라 다른 양떼를 돌볼 자격도 박탈하는 법이 있는데, 양을 훔친 목동이 재판받기 전에 즉시 해고됐다는 이유로 아예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한다면, 그래서 다른 양떼를 돌볼 기회를 주게 된다면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역사적인 선례도 있습니다. 1876년 육군성 장관인 윌리엄 벨크냅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하원의회가 조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위원회는 증거를 확보한 뒤 의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시간 전에 벨크냅이 사임한 뒤였습니다. 하원의회는 그래도 탄핵이 가능한지 논쟁을 벌인 끝에 만장일치로 탄핵소추를 의결했고 상원도 탄핵심판을 진행했습니다.

옛 미국 육군성 장관 윌리엄 벨크냅.

벨크냅의 경우는 탄핵소추도 이뤄지기 전에 사임했기 때문에 탄핵 절차가 개시되는 시점에서부터 아예 민간인 신분이었습니다.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점인데요. 트럼프는 적어도 탄핵소추가 이뤄지는 시점에는 현직 신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1조: 탄핵은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영향받지 않는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이런 다양한 법리와 선례를 조사해, 퇴임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탄핵의 의미는 한 개인의 공직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자가 어떤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헌법적 가치의 선언이라는 한 법학자의 지적도 보고서에 소개가 돼 있습니다. “탄핵당한 개인의 운명보다 선언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사례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법에 명문 규정을 둬 이 문제를 간명하게 해결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관한 규정(제51조)에서 “탄핵 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대통령의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처럼 퇴임한 공직자의 탄핵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지만, 국회법(제134조 제2항)을 보면 탄핵소추가 된 공직자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직하거나 해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리 공직을 그만둠으로써 탄핵결정을 피하는 꼼수를 차단한 것인데요, 이런 규정에 비춰 보더라도 탄핵소추가 된 뒤 임기가 종료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하면 해당 공직자는 ‘파면’됩니다. 파면된 공직자는 5년간 다른 공직에 취임할 수 없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54조) 법관의 경우 파면되면 변호사 개업도 5년간 제한됩니다.(변호사법 제5조 제4호) 미국 사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직 박탈뿐 아니라 추가적인 공직 취임 제한을 통해 ‘나쁜 목동’에게 양떼를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게 탄핵 제도의 취지인 것입니다. 임기가 종료했다는 이유로 이런 추가 제재를 피해갈 수 있게 한다면, 공직자가 임기 막바지에 반헌법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 속수무책이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쟁점에 대해 탄핵 제도의 본질에 걸맞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임성근 부장판사가 임기 종료 뒤에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하면, 다음 쟁점은 그의 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느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법관 탄핵 전례가 없으니, 외국에서는 어떤 사유로 법관 탄핵이 이뤄졌는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7명의 법관이 탄핵됐는데, 탄핵 사유에는 열차에서 불법촬영을 한 행위, 법원 직원을 스토킹한 행위, 골프채와 양복 등을 뇌물로 받은 행위 등 재판 이외의 일탈행위와 함께 영장발부와 관련한 부정, 조정절차에서 선처 요청 등 재판과 관련된 사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에서 모두 8명의 법관이 탄핵됐습니다. 부적절한 선물 수령, 부패, 조세포탈, 재산 허위신고, 위증, 음주 재판 등의 사유들이었습니다.

임성근 판사 직권남용혐의 판결문.

임성근 부장판사가 탄핵소추된 혐의는 ‘세월호 7시간’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해 판결 내용을 바꾸도록 하고 재판장에게 법정에서 피고인을 질책하라고 지시한 행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의 형사사건에서 선고가 끝난 판결문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수정하도록 한 행위, 유명 야구선수 원정도박 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유도한 행위 등입니다. 이런 재판 개입 행위는 재판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에 위배되는 중대한 비리입니다. 미국에서 1994년 탄핵당한 펜실베니아주 대법관 롤프 라센의 혐의 중에는 재판과 관련해 담당 판사와 부적절한 대화를 나눈 행위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임성근 부장판사는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는 데 그쳤고,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위헌적 행위는 맞지만 현행 법상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단죄 수단은 탄핵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무죄 판결을 내린 법원, 오랜 기간 지체하다가 임기 만료 직전에 탄핵소추한 국회, 다소 아쉬운 속도감을 보인 헌법재판소까지 모든 국가기관이 중대한 위헌적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면책용으로 최소한의 행동만 할 뿐 해당 문제를 회피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국가기관도 책임지지 않고 결국 위법한 행위를 한 법관은 전관 변호사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상황, 헌법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할지 질문해야 한다”는 질타입니다.

여기에 답할 수 있는 주체는 이제 헌법재판소밖에 없습니다.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은 사법 독립과 공정한 재판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용현 기자

 

임성근, 결국 임기 채우고 떠나…탄핵심판 2가지 시나리오

          ‘각하 vs 본안판단’ 헌재에 쏠린 눈
기피 신청 재판 지연 노림수? “헌법적 중요 사안 판단할 수도 있어”

 

‘사법농단’에 연루돼 법관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8일 법관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법복을 벗고 재판을 받게 됐다. 임 부장판사가 이 사건 주심인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기피신청한 영향으로 애초 지난 26일로 계획된 탄핵심판 변론 준비기일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임 부장판사가 법관이 아닌 신분으로 탄핵심판을 받으려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임 부장판사는 퇴임을 앞둔 지난 26일 법관 전용 내부 통신망에 인사를 남겼다. 그는 “법원가족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너무도 송구스럽다”며 “저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 개입’ 의혹과 법관으로서 최초로 탄핵 소추된 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애초 이날은 그의 탄핵심판을 위한 첫 변론준비기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23일 탄핵심판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 신청하면서 기일이 미뤄졌다. 헌재는 재판관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기피신청에 대한 결론을 낼 때까지 소송 절차를 중지하는 것이다. 헌재가 기일을 미룬 것은 26일 전에 관련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피신청은 탄핵심판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퇴임 전 헌재 결정이 나올 것을 우려해 퇴임 뒤 재판을 받으려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에서는 기피신청을 해도 인용된 경우가 거의 없고,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한 사유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앞서 임 부장판사 쪽 대리인단이 기피신청을 하며 든 이유는 이 재판관의 경력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을 지냈기 때문에 이 재판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임 부장판사 쪽은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임 부장판사의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명예훼손 사건과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재판 개입 행위와 관련해 이 재판관이 직접적으로 연루되거나, 사건과 관련해 특정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헌재도 일반 민·형사 소송보다 더욱 엄격하게 기피사유를 판단한다. 탄핵심판은 전원 재판부에서만 심리해 특정 재판관을 배제해도 다른 재판관과 교체가 불가능하고, 위헌 판단을 할 때도 정족수를 맞추는 재판관 개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헌재는 실무 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에서 “현행 심판정족수 제도에서는 (기피 등으로) 재판관이 배제되면 위헌이나 인용 판단의 확률이 낮아질 수 있어 일반재판보다 엄격하게 기피사유를 해석해야 한다”며 “기피사유는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만을 의미하며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혹은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이 재판관을 뺀 나머지 8명의 헌재 재판관이 모두 판사 출신이어서, 이들 재판관과 임 부장판사의 인연이 공정한 심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이영진 재판관을 뺀 7명의 재판관은 모두 임 부장판사와 같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다. 더욱이 유남석, 이영진, 이종석, 문형배, 김기영 재판관 모두 임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이나 부산지법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문형배 재판관의 경우, 임 부장판사와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니며 1992∼1996년 부산지법 등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탄핵소추 청구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임 부장판사가 보인 태도도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부채질한다. 지난 4일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 청구서는 곧바로 부산고등법원으로 송달됐지만, 임 부장판사는 받지 않았다. 이에 헌재가 그의 집 주소를 확인해 직원을 직접 보내, 본인에게 청구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가 퇴임한 뒤 재판을 받게 되면서, 헌재가 탄핵심판을 각하할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탄핵의 목적이 해당 공무원을 파면하는 것인데, 이미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임 부장판사도 이 점을 노리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낸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헌재가 본안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 부장판사 개인을 파면시키는 목적을 넘어 법관 독립 침해 행위의 위헌 여부를 헌재가 확인한다는 헌법수호기능 실현 차원에서 심판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헌법연구관이었던 또 다른 법조인은 “헌재는 과거에 종료된 행위라도 헌법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판단을 한다는 태도를 취해왔다”며 “탄핵 소송은 전례 자체가 없지만 일반적인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각하 사유가 있어도 본안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재는 2013년 긴급조치 1·2호의 위헌 여부를 가릴 때, 긴급조치 사건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 각하 요건에 든 청구인이 있었지만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 예외적으로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위헌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 실무제요에도 “헌법소원의 본질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도 겸하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라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경우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한다”고 돼 있다.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쪽 대리인단도 이 점을 강조해 헌재가 본안판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장예지 기자

여야 합의·정부 전향적 태도로 4·3특별법 개정안 통과... 의미는?

희생자 위자료 지원, 수형인 명예회복, 추가조사 등 담아
“6개월 진행 정부 용역 중요”… “과거사 해결 모델 돼야”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제주4·3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 성격의 위자료 지원 등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 국회 통과는 김대중 정부 시절 4·3특별법 제정, 노무현 정부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 발간과 대통령의 사과에 이은 4·3 문제 해결을 위한 커다란 진전으로 평가된다.

28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만난 오임종 제주4·3유족회장은 “이번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대한민국이 모범적인 인권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4·3 영령님들을 해원해드리게 돼 눈물이 난다. 이제 진정한 명예회복을 위한 걸음이 시작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4·3평화기념관 내외벽에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번 전부 개정안에는 그동안 유족들의 숙원이었던 희생자 배·보상, 군사재판과 일반재판 수형자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 트라우마센터 설립 등 4·3 미해결 과제들이 포함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4·3특별법 개정은 논의됐지만, 희생자 배·보상과 군사재판의 무효화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4·3희생자 약 1만5천명에게 다른 과거사 사건에 적용된 수준의 배·보상금을 지급할 경우 1조3천억원 이상 재원이 필요하다며 난색했고, 4·3 당시 ‘군사재판의 무효화’도 사법 판단을 입법부가 무효로 하게 되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대했다.

2019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 참석한 한 유족이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명비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내걸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3추념식에서 정치권과 국회에 4·3특별법 개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면서 개정안 논의에 물꼬를 텄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 협조를 당부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군사재판 무효화’ 대신 ‘직권 재심’이라는 대안을 찾으면서 논의가 급진전해 여야 합의를 통한 국회 통과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개정안은 국가가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게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이를 위해 국가는 위자료 등 재정지원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지원방안 마련을 부대 의견으로 달았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정부 용역이 실시된다.

유족들이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찾고 있다.

수형인들 명예회복과 관련해서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총리실 산하 제주4·3위원회가 직권 재심 또는 일괄 재심을 법무부에 권고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추가 진상조사와 4·3트라우마 치유사업도 포함됐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데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배·보상과 수형인 명예회복 문제는 큰 산을 넘는 것이나 다름없다. 4·3의 완전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도 “우리나라의 다른 과거사 해결의 전범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6개월 동안의 용역이 4·3 문제 해결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현재 4·3위원회가 결정한 희생자는 1만4533명, 유족은 8만452명이다. 허호준 기자

 

2000년 4·3특별법 제정 이후 21년 만에 전부 개정
희생자 위자료 지원·군사재판 수형자 무효화 조치

 

제주4·3사건 특별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제주4·3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26일 오후 국회를 통과했다. 4·3 사건 발생 73년 만에,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된 지 21년 만에 4·3 문제 ‘완전 해결’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재석의원 229명 중 찬성 199명, 반대 5명, 기권 25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전부 개정안 통과는 1999년 12월 김대중 정부에서 4·3특별법 국회 통과 이후 가장 의미 있는 4·3 문제 해결의 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제주4·3특별법은 2000년 1월 제정·공포됐으며,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되고,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이 있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2차례나 추념식에 참석했으며, 사과와 함께 희생자 및 유족 지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주4·3 60주년 추념식에 참석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4월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을 뿐 추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26일 오후 국회 제384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찬성 199명, 반대 5명, 기권 25명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국가가 희생자료 결정된 사람에 대해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고, 필요한 기준을 마련토록 했다. 또 4·3 당시 수형 생활을 한 이들의 명예회복과 관련해 4·3 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 규정을 신설하고, 위원회가 직권으로 재심 청구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할 수 있도록 해 명예회복의 길을 열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와 함께 추가 진상조사, 희생자 및 유족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 회복을 위해 4·3트라우마 치유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정부가 수행할 희생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원과 수형인들에 대한 일괄 재심, 추가 진상조사 등이 과제로 남게 됐다.

제주4·3유족회와 제주도의회, 4·3 관련 단체들은 이번 전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국회 앞과 제주도내 주요 도로에서 손팻말 시위 등을 벌여왔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등은 공동건의문과 결의안 채택을 통해 힘을 보탰다.

이날 전부 개정안 처리 현장에는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도의장을 비롯한 도의원들과 4·3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국회를 찾아 현장을 지켜봤다.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을)과 같은 당 소속 제주지역 송재호·위성곤 의원을 비롯한 원희룡 지사와 4·3유족회와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4시 국회 본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환영했다.

개정안을 제안 설명한 오영훈 의원은 “오랜 세월 동안 희생자와 유족들이 마음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 73주년 제주4·3 추념식 전에 전부 개정안이 통과돼 기쁘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는 “4·3특별법 제정까지 52년, 또 한 걸음 내딛는데 21년의 세월이 걸렸다. 우리가 만들어 온 이 길이 4·3의 완전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교육청, 제주도의회, 4·3평화재단, 4·3연구소 등은 일제히 논평과 성명을 내고 국회가 여야 합의로 4·3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4·3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은 “위자료 지원을 위한 정부의 용역과 후속 조치가 올바로게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임종 4·3유족회장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4·3 영령님들을 해원해 드릴 수 있게 돼 눈물이 난다. 국가가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국민의힘 대구의원들과 정의당 의원들은 반대표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대안)'이 재석 229인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6일 본회의를 열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가결했다. 이날 특별법 통과로 가덕도 신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고 사전타당성조사도 간소화되는 등 사업 조기착공의 걸림돌이 대부분 사라졌다. 4월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담합해 ‘선거용’ 입법을 밀어붙였다는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29명 가운데 181명 찬성으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33명이 반대했고, 15명이 기권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 수는 이 법안에 찬성했다. 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과 정의당 의원 전원이 투표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이 특별법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고, 신속하게 신공항 건설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원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국가재정법 38조 1항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한다. 국가재정법에서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사에 12조 8천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가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이러한 조사도 건너뛸 수 있게 됐다.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된다. 노지원 기자

“극단적 외교·안보 대립 가능성…한-미 인내심과 유연성 발휘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각계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3월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국회의원 성명서’를 내고 “현시점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측의 강경 대응을 유발하고 극단적인 외교·안보 대립을 일으킬 수 있다”며 “국방부는 종전에 실시해온 것처럼 방어적 성격의 연합지휘소 훈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미가 인내심과 유연성을 발휘할 경우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긴장 완화 조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라며 “군사적 핫라인도 끊어진 상황이라, 휴전선 일대의 사소한 오해와 불신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위험도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신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만들기 전까지 역내 긴장을 심화시키는 것은 향후 남북, 북미 관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에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박완주·이학영·강훈식 의원 등 33명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참여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북남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첨단 무기 반입 중단과 함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