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권 없애는 데 의미있는 역할” 주장
문민정부 이후에도 정치검찰-부패검찰 흑역사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알면서 눈감아
이명박 정부 땐 법원의 조정을 배임으로 기소

 

윤석열 검찰총장 신문 인터뷰를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받은 인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역시 검찰주의자”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총장이 검찰의 잘못에 대해 한 말은 딱 한 마디였습니다.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

그 이외의 인터뷰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찰이 잘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의 반부패 활동이 우리 사회 특권을 없애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

“범죄 방식이 전형적인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바뀔 때 입증이 어려워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이 있었다.”

그동안 검찰이 기득권 세력의 범죄나 부패한 검사들의 범죄를 눈감아준 것에 대한 반성은 없었습니다. 정치권력의 주문에 따른 무리한 ‘청부 수사’와 무리한 ‘청부 구속’과 무리한 ‘청부 기소’로 억울한 피해자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낸 ‘전과’에 대한 반성도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과 검찰은 ‘정의의 사도’였다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총장 스스로 ‘문민정부 이후’라는 시점을 제시했으니,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에서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독재의 주구’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아니, ‘검찰 공화국’으로 불렸던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출세를 위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문민정부 이후 최근까지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2016~2017년 촛불 혁명에서 검찰이 왜 ‘적폐청산 1호’로 떠올랐는지 기억을 환기해드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는 한 마디로 퉁치고 넘어갈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7년 9월에 펴낸 <문제는 검찰이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검찰개혁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2011년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후속편입니다. 박근혜·이명박 대통령 시절 검찰의 흑역사를 정리했습니다. 중요한 몇 대목만 인용하겠습니다.

“2016년 10월에 터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국민들은 검찰의 실상을 다시 확인했다. 정치검찰과 부패검찰의 행태가 극단적으로 확대되어 정치검찰은 대한민국을 장악했고 부패검찰은 한국 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검찰을 장악함으로써 행정부 전부를 장악했다. 국정농단 세력은 정치검사 김기춘, 우병우와 함께 검찰을 장악했다. 검찰 장악을 바탕으로 정부를 사조직처럼 이용했다.”

 

“수많은 공무원의 불법행위, 범죄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된 메커니즘의 핵심에 정치검찰이 있었다. 정치검찰은 불법행위, 범죄행위를 묵인했고 불법행위를 직접 감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범죄행위를 보호하고 또 조장했다.”

 

“검찰은 오래전부터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알고 있었다. 최순실 사건 이전에 정윤회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1월 5일, ‘정윤회 문건’은 증권사 정보지에 근거한 허위이며, 박관천과 조응천이 박지만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박관천은 구속 기소, 조응천과 문서 유출에 참여한 한모 경위는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태의 전조를 힘으로 덮어버렸던 것이다.”

 

“본분에 충실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2016년 7월 22일 우병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당시 우병우의 비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8월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병우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한다.”

 

“검찰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면서 8월 29일 특별감찰관실을 압수수색한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사표를 제출하고 그 사표는 2016년 9월 23일 전격 수리된다.”

 

“홍만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서 이인규 중수부장의 지휘를 받아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다. 그는 당시 피의사실 공표 등 무리한 수사를 벌여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수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종결되었다.”

 

“홍만표는 2016년 6월 2일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었다.”

“홍만표 변호사의 타락은 정치검찰의 윤리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진경준의 재산에는 늘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그럼에도 진경준은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검증을 해야 하는 민정수석실을 우병우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정치검찰과 부패검찰로 요약된다. 서로 달라 보이는 두 얼굴은 사실 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뿌리는 초집중 되어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검찰은 형사사법에 관한 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수사권의 독점,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의 결과다.”

 

“이 권한 때문에 정치권력은 검찰을 이용했고, 검찰은 그 대가로 정치권력의 일부가 되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검찰은 정치검찰이 되어 나라를 통치했다.”

 

“정치검찰의 복원과 검찰권력의 남용은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치적 반대자를 형사범 또는 정치범으로 몰아 처벌하는 것은 정치검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검찰은 2009년 박연차 비리 수사를 빌미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마치 중계방송을 하듯 혐의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정치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서 노린 것은 재판 이전의 재판, 여론재판이었다. 여론재판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세력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웠고 재기 불능의 상태로 만들려고 했다.”

 

“검찰은 정연주 사장의 합의를 배임으로 기소했다. <케이비에스>에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지 못한 1,8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범죄가 될 수 없는 사건이다. 법원의 조정 권유와 법률회사의 검토, 경영회의의 의결을 거친 결정이 어떻게 <케이비에스>를 배신한 행위가 될 수 있겠는가? 만일 정연주 사장이 배임을 했다면 조정을 권유한 항소심 재판부, 변호사는 배임의 교사범이 되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로 위기에 몰렸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피디수첩> 제작진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수사를 하고 기소했다. 정국의 변화를 <피디수첩> 수사와 재판으로 돌파하고자 한 것이었다. 검찰은 임수빈 검사가 밝힌 대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기소했다. 전형적인 수사권과 공소권의 정치적 행사 사례다.”

 

“검찰은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의 글이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수사, 구속, 기소했다. 혐의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법률을 이용한 처벌은 1961년 법률 제정 이후 처음이었다.”

 

김인회 교수는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에 검찰이 저질렀던 ‘흑역사’를 주로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은 어떠했을까요?

윤석열 총장의 말대로 ‘대한민국 사회의 특권을 없애고 국민의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을까요?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을까요?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권력에 철저하게 예속된 검찰 수뇌부의 행태에 비판적인 검사들이 자조적으로 했던 말입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쿠데타 사건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공소권 없음’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박계동 의원이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자,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해 재빨리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습니다. “우리는 개다”라는 한탄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출범 뒤인 1993년 당시 검찰은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태준 포항제철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포항제철 계열사와 협력업체에서 수십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였습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박태준 전 회장은 1995년 풀려났습니다. 청와대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특별사면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검찰이 박태준 전 회장에 대한 공소를 취소한 것입니다. 저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다가 취소했다는 얘기를 그 전이나 뒤에 들어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처럼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 못지않게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정치권력에 철저히 예속되어 있었습니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달려든 것은 대통령 임기 말에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사건이 불거진 뒤의 일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 검사들끼리 권력 암투가 벌어졌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신경전이 5년 내내 이어졌습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이 ‘대한민국 사회의 특권을 없애고 국민의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거나,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윤석열 총장의 말에 제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검찰의 권력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은 윤석열 총장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윤석열 총장은 2일 다른 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 산하에 둬도 좋으니 수사·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금융수사청·안보수사청을 만들어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두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첫째, 윤석열 총장의 ‘쪼개기’ 대안을 검찰 조직 전체와 검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검찰 전체가 찬성한다면 윤석열 총장의 제안대로 검찰의 권한을 그렇게 영역별로 쪼개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그동안 검찰의 ‘만행과 횡포’는 일부 검사들이 모든 분야에 대한 수사권을 한손에 쥐고 ‘표적 수사’와 ‘별건 수사’를 마음대로 휘둘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검찰 권력을 세로로 쪼개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면, 가로로 쪼개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둘째, 검찰이 검찰총장 지휘권을 정말로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반부패수사청을 법무부 장관 산하에 설치하면 앞으로 검찰의 특수수사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반부패수사청장이 지휘하게 됩니다.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보호 본능이 있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검찰주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의 반부패 수사 지휘에서 검찰총장을 배제할 수 있다면 이런 형식의 검찰 권력 분산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아예 더불어민주당이 검토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에 검사를 두는 방안은 어떨까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를 따로 뒀듯이, 중대범죄수사청 검사를 따로 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현재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을 모두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보내면 됩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낸 검찰개혁 공약에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수사청 설치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수사는 제3의 기관인 수사청이 담당

-수사청은 검사(수사검사와 검찰 수사관)와 수사경찰로 구성

 

한 가지 쟁점은 중대범죄수사청 소속 검사에게 기소권을 줄 것인지 여부입니다. 유승민 후보의 공약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청 검사는 기소권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윤석열 총장의 제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부분은 입법부에서 형사 정책적 차원의 토론을 거친 뒤에 정치적으로 결단할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검찰총장이나 검사들의 반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반부패 역량을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무소불위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켜 민주주의 체제를 바로 세우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빼앗으면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는 주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책임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안 해도 공수처든 중대범죄수사청이든 경찰이든 더 철저히 수사할 것입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이 정치권력을 상대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정권 초기에는 지난 정권의 비리를 파헤쳐서 정권의 신임을 얻고, 정권 말기에는 현 정권의 비리를 파헤친다는 명분으로 검찰개혁의 칼날을 피하는 것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나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검찰 권력이 정치권력의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력은 유한하지만 검찰권력은 영원하다’는 말이 사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좀 끔찍하지 않습니까? 성한용 기자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처벌 피하려?  대검 수뇌 갖은 꼼수”

임은정 ‘한명숙 사건’ 배제 파장확산…법무부-대검 입장달라

 

임 연구관 “대검 지시로 수사 못해”
대검 “배당한 적 없어…법 따져봐야”

임은정 부장검사가 2018년 2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한명숙 수사팀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검은 애초 임 연구관에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교사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대검 감찰부가 “임 연구관이 주임검사로 사건을 맡아왔다”고 맞서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나서 “(임 연구관이)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밝히면서,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 연구관은 지난해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최근까지 한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조사해왔다. 임 연구관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 감찰부의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글을 보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5~6월 이 사건을 감찰3과에 배당하고 같은 해 9월에 임 연구관을 주무 연구관으로 지정했다. 이어 지난 2월26일에는 대검 감찰부가 법무부에 진상조사 경과보고서 등을 보고하고 수사 착수를 위한 내부 결재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임 연구관의 수사권에 대한 이견이 제기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서면 지시로 감찰3과장이 최근 주임검사로 새로 지정됐다는 게 대검 감찰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은 애초 임 연구관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사실이 없다”며 “임 연구관이 위증교사 사건을 조사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검과 임 연구관의 갈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사건의 공소시효 완성을 앞두고 계속해서 이 사건을 조사했던 임 연구관을 배제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어느 쪽에 유리하든 불리하든, 검사는 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검의 조처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22일이다. 장예지 기자


윤석열 대구서도 강경발언… 정 총리 “직 내려놓고 처신하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를 방문해 수사와 기소 분리 목적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와 관련해 “부패를 판치게 하고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청와대와 여권은 윤 총장의 반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처신하라”고 윤 총장을 질책했다. 행정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검찰총장의 거듭된 여론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수사청 설치 입법안에 대해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막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연이틀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간 것이다.

윤 총장은 이어 “정치·경제·사회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부정부패 대응이라고 하는 것은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가 되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장직 사퇴 의사나 향후 정치 활동 가능성 등에 관한 질문엔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총장은 간담회에서도 “검찰의 수사권 폐지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후퇴”라고 강조하며, 검찰 조직 추스르기에 공을 들였다.

이날 윤 총장이 방문한 대구고검 앞에는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윤석열”을 연호했고, ‘우리의 영웅 힘내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화환 수십개도 청사 앞에 늘어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윤 총장을 마중 나와 꽃다발을 전달하는 등 유력 대선후보의 지역 방문 행사를 방불케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총장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이날은 정세균 총리가 윤 총장을 겨냥해 “정말 자신의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왜 국민이 그토록 검찰개혁을 열망하는지 자성해야 한다. 검찰만이 대한민국 정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아집과 소영웅주의로는 국민이 요청하는 검찰개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또 “국민을 선동하는 윤 총장의 발언과 행태에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다. 행정부 공직자는 계통과 절차를 따를 책무가 있다”며 “직을 건다는 말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다. 이 상황을 엄중하게 주시하겠다. 총리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반발이 계속되면 총리로서 모종의 조처에 나서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검찰 조직을 이끄는 총장으로서 윤석열의 반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며 “공식적인 의견 표명이 아니라 연일 언론플레이하듯 반발하고, 마치 대선주자처럼 지방을 방문해 의견을 내는 것은 검찰개혁을 원했던 이들의 반감만 살 수 있다. 검찰 조직에도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짚었다. 옥기원 노지원 기자


마치 정치인?… “윤석열” 연호- “사퇴하라” 구호, 북새통

대구고검·지검 방문…대구시장은 꽃다발 안기는 ‘오버’도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둘째)이 3일 오후 직원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방문한 대구고검·지검 앞은 시민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윤석열’을 연호하는 지지자들 사이로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뒤엉켜 한때 아수라장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 총장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이날 오후 2시께 대구고검 청사로 들어오자 ‘윤석열’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대한민국 검찰 만세’ ‘윤석열 대통령’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윤 총장 도착 전부터 다수의 보수 유튜버들이 ‘환영 중계방송’을 이어갔다. 유력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장에 버금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청사 앞에는 ‘우리의 영웅 힘내세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문구가 적힌 응원 화환 수십개가 늘어섰다.

청사 앞에서 ‘검찰개혁 완수’와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도 열리면서 지지자들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직접 대구고검을 찾아 윤 총장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권 시장은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총장님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 총장은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50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윤 총장은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대구고검은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초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 논란 뒤, 좌천성 인사 발령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윤 총장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명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재판 대응이 어려워 지능화·조직화된 부패를 처벌할 수 없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중대범죄 대응 약화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등의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옥기원 김일우 기자

 

[사설] 윤석열 “법치 말살, 헌법정신 파괴” 발언, 도 넘었다

‘수사·기소 분리’ 글로벌 원칙 부정,‘과격 발언’ 정치적 의도

 

 

여권 일각에서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떼어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검찰개혁의 당사자로서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으나 수사·기소 분리라는 선진 형사사법의 원칙마저 부정하며 과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태도다. 게다가 당정이 중수청 설치 여부를 아직 결론 내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찰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유례없이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로 목소리를 낸 것도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그러나 윤 총장은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검찰이 객관적인 위치에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기보다 스스로 수사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고수함으로써 인권침해와 증거조작이 걸러지지 않고 무리한 기소 끝에 무죄로 판명난 사건이 헤아릴 수 없다. 수사·기소 분리야말로 국민 권익을 위해 고안된 형사사법 체계다. 윤 총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도 수사·기소를 담당하는 여러 기관의 건강한 견제·협력관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수사·기소를 독점한 검찰이 과거 우호적인 정권이나 재벌 수사에서 솜방망이를 휘둘러도 아무런 견제 수단이 없었다. 권한 독점의 최대 수혜자는 비리를 저지른 검사들이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물론 윤 총장의 주장 가운데는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대목도 있다. 지능화·대형화하는 중대 범죄에 대응하려면 수사·기소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또한 거대한 단일조직인 검찰이 광범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윤 총장 스스로도 “비대한 검찰권이 문제라면 검찰을 쪼개라고 말해 왔다”고 했다. 중수처 설치도 이런 맥락과 다르지 않다. 다만 부패·경제·마약 등 특정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이 수사·기소권을 동시에 가질지, 그마저도 분리할지는 외국의 경험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권 일각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중수청 설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게 윤 총장 반발의 빌미가 된 측면도 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말해주듯이 검찰개혁은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헌법정신 파괴’니 ‘법치 말살’이니 ‘형사사법 시스템 붕괴’니 하며 “중남미 국가들에서 부패한 권력이 얼마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우리 모두 똑똑히 봤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는 식으로 여권과 대립각부터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합리적인 여론 형성보다는 정치적 선동 효과나 존재감 과시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퇴임 뒤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윤 총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중수청 설치 문제는 형사사법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사안인 만큼 정치권과 검찰 모두 신중하면서도 절제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석열 “100번이라도 직 걸겠다”…‘수사-기소 분리’ 초강경 반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두고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른바 ‘검수완박’)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게 부여된 직접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여권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을 거론하며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또한 자신이 수사한 대선자금 사건,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들며 “이 사건들이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 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윤 총장은 “거대한 이권이 걸린 사건일수록 범죄는 교묘하고 대응은 치밀하다. 수사와 공소유지가 일체가 돼 움직이지 않으면 법 집행이 안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지금 검찰을 정부법무공단처럼 만들려고 하는데, 이는 검찰권의 약화가 아니라 검찰 폐지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며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지금의 검찰 시스템이 국민 권익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영향력이 커서 문제라면, 오히려 소추 기관을 쪼개 독립된 검찰청들을 만들라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지휘 밖에 반부패검찰청 금융범죄검찰청 마약범죄검찰청 등을 두는 식으로 검찰 조직을 분리하는 방안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식보다 합리적이란 설명이다.

그는 다만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때문에 (수사청 신설) 입법이 추진된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장예지 기자


윤 총장의 전례없는 언론 인터뷰…“지지층 결집 방식” 지적도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발하면서, 의견 표명 방식과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총장은 1일 인터뷰에서 수사청 신설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여권을 맹비난했다. 특히 그는 수사청 신설을 위한 입법을 두고 “법치 말살” “헌법 정신 파괴” “검찰 해체” 등 과도하고 단정적인 표현을 써가며 날을 세웠다. 검찰총장의 개별 언론 인터뷰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의사 표현 방식이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할 때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검찰청이 이날까지 수사청 신설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2일 윤 총장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검찰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윤 총장의 의사 표현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도 “검찰총장은 검찰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공식적인 의견을 얘기할 땐 기자회견이나 공식 문서를 통해서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기자회견을 하면 정부와 여권에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윤 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밝힌 것 같다”면서도 “수사청 신설이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총장이 나서려면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윤 총장이 비판적 질문 등을 피하면서도 개인적 소회 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윤 총장이 인터뷰에서 사용한 표현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윤 총장이 특정 인터뷰를 통해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국민들께서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고 한 것은 검찰총장이라는 주요한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며 “이는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정치인들이나 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욱 기자


수사-기소 분리를 “법치 말살” 규정…검찰총장의 여론전

수사청에 “헌법 파괴” 맞서 “윤 총장이 국회 설득 큰 벽”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을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수사권-기소권 분리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끌어모아 총장이 직접 여론 설득에 나선 것으로, 청와대·여권과 전면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 총장은 2일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수사청 신설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총장은 이어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라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여권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이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윤 총장의 인터뷰는 ‘중대범죄 대상 검찰 직접수사권 전면폐지’를 전제로 한 입법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의 공개 여론전에 대해 검찰 내부는 대체로 총장의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이지만, 일부에선 ‘총장의 전면 등판은 실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총장 징계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중대한 사안이다. 구성원 대부분이 법안 내용이 사실상 ‘기관 폐지’라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도 “그동안 검찰이 잘못한 일도 있지만 70년 수사 노하우를 축적해 기본권을 보장하려고 애써왔다”며 “기소만 하고 무죄가 나면 누가 책임지나. 국가 시스템을 죽이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검사들이 빠르게 추진된 검찰개혁에 지쳤고, 수사청 도입에도 분노하고 있지만, 정치권(여당)이 어차피 우리 의견을 받아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형식의 전면전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고검장 출신의 한 인사는 “스스로 인터뷰에서 인정했듯이 여권의 저런 속도전은 윤 총장이 초래한 면이 크다. 여권의 잘잘못을 떠나, 총장이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저러는 건 좀 무책임해 보인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도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데, 윤 총장 존재 자체가 너무 큰 벽이 돼버렸다. 인터뷰로 역공할 게 아니라, 이 사안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너무 중요한 문제라서, 내가 떠날 테니 검찰의 의견을 경청해달라고 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검찰은 이날 인터뷰를 시작으로 당분간 조직적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검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이 모이는 대로 이르면 3일 입장을 발표한다. 윤 총장도 3일 대구고검·지검 방문 때 공개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나 여권은 윤 총장을 공격하는 대신 수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구성원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저는 언제나 열려 있고 (윤 총장을) 만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검찰과 잘 얘기해 이해시키도록 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일찌감치 ‘속도조절론’을 주문한 바 있는 청와대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며 인터뷰 형식의 반발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배지현 장예지 기자


공개 대응 자제한 민주 “수사청 의견 수렴… 급할 것 없어”

“검찰 저항 예견했던 것” 윤석열 발언에 별다른 대응 안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생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 총장과 다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 총장의 반응과 상관없이 당내 의견이 모이지 않은 점을 들어 수사청 신설법 발의 시점 등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 대부분은 “직을 걸어서라도 수사권 폐지를 막겠다”는 윤 총장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2일 “예상했던 반발”이라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남은 직접수사권을 떼어 내 수사청에 모두 넘기는 방안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검찰개혁특위 소속 한 의원은 “윤 총장 입장에선 임기도 몇 달 남지 않았는데 후배들한테 면을 세울 수 있는 게 이거 하나고, 본인 입장에서도 손해될 게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심한 듯한 윤 총장의 반발과 별개로 민주당은 ‘수사청 신설법안 3월 발의-6월 처리’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로 흘러가고 있다. 검찰개혁특위 일부 위원들 중심으로 처리를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강했으나, 사법체계 변화와 관련해 당 내부와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안착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군사 작전하듯 (3월에 발의하겠다고) 날짜를 꼭 잡아놓은 건 아니다”며 “당내 의견 수렴절차도 남았고, 당·정뿐 아니라 사회 각계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검찰도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도 신중한 분위기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수사청 법안 발의는) 사법체계를 많이 개편하는 작업인 만큼 법안 발의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법체계 변화와 관련해) 나름대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당과 정부가 충분히 정책협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3월에 법안을 발의하냐’는 질문에는 “안 할 수도 있다. 더 숙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청 신설 법안 등을 논의하는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도 이런 지도부의 의견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특위 관계자는 “언제 발의할지 아직 정해진 게 아니다”며 “지금까지 검찰 의견제시가 없었는데 윤 총장이 의견을 내놓았으니까 검찰 쪽 얘기도 들어보고 우리 입장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여당의 검찰개혁 방향을 ‘반헌법적’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검찰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검찰과도 잘 얘기해서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김남국, 윤석열 비판…"임기 몇 달 남겨놓고 직 건다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에 강하게 반발한 것과 관련해 "임기를 불과 몇 개월 남겨놓지 않고 직을 건다고 하면 우스운 일"이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된 수사 등에 대해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사과하거나 물러날 시기가 국면국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하나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과거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찬성했다"며 "그때는 검찰총장이 하고 싶어서 찬성하고, 이제 와서 직을 걸고 반대한다고 하면 결국 진심과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수청은 하루아침에 뚝딱 설치될 수 없고, 1∼2년이 걸린다"며 "지금 하는 수사를 빼앗아 중수청에 주려 한다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수청 추진에 대해 "힘 있는 세력에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여가부 장관 정부지원 적극 검토피해사실 수집·확산 위해 노력할 것

이 할머니 “‘강제연행증거 넘쳐한사람이라도 살았을 때 일본 사죄해야

 

삼일절인 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여성가족부 장관과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여 판결을 받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 할머니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과 낮 12시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만나 함께 두 시간여 동안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정 장관에게 “피해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일본은 마땅히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해 이 할머니는 “일본이 강제로 끌고 가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증거는 너무나 많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용수 할머니는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정부가 직접 대응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고 여성가족부는 전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1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영애 장관은 이 할머니의 의견을 들은 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오신 이용수 할머니께서 추진하고자 하시는 일들에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정 장관은 “할머니들의 뜻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며 “피해사실의 역사적인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확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국가 간 학생, 청소년 간 교류와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민간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기념사업과 관련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이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피해 할머니들과의 직접 소통을 늘리고, 관련 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국제컨퍼런스 개최 등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권리당원도 ‘몰표’…‘본선 경쟁력’ 이 승인

“서민의 내집 마련 앞당기는 시장 되겠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우상호 의원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26일부터 나흘 간 진행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 전 장관이 최종 득표율 69.56%로 우 의원(30.44%)을 제치고 당의 후보로 확정됐다고 1일 밝혔다. 최종 득표율은 권리당원 투표(온라인·ARS)와 일반시민 투표(ARS)를 합산한 뒤 여성 가산점을 반영한 결과다.

박 후보는 후보수락 연설에서 “서울시 대전환, '21분 콤팩트 도시'에 넓고 깊은 해답이 있다”며 “평당 1천만원대 반값아파트로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앞당기는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원팀이 돼 안정적으로 서울시민에게 행복을돌려드리겠다. 앞으로의 100년은 서울이 디지털경제 수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선투표 집계 결과, 박 후보는 권리당원과 일반 시민 투표에서 모두 과반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박 후보는 5만211표(득표율 63.54%)를 얻은 반면, 우 후보는 2만8814표(36.46%)를 얻는데 그쳤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일반 서울시민 투표에서도 박 후보는 71.48%를 득표해 우 후보(28.52%)를 크게 앞섰다. 우 후보는 탄탄한 당내 조직력을 기반으로 권리당원 투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비쳤지만, 당원 투표 결과는 시민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리당원 역시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은 셈이다. 박 후보는 최근의 여러 서울시장 선호도 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힘 후보(나경원·오세훈)와 3자 구도에서의 경쟁력은 넉넉하게 앞서고, 야권이 안철수 대표로 단일화되는 경우를 가정한 양자 구도에서는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해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면 안철수 후보를 꺾기가 쉽지 않다는 위기감 속에 권리당원들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당장 이번 주부터 민주당은 열린민주당, 시대전환 등과 함께 여권 후보 단일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를 포함한 3자 단일화를 거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단일화 일정과 방식은 이르면 2일 오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두 당과 단일화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단 먼저 합의되는 곳과 단일화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선 국회의원이 지자체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한(선거일 30일 전)인 이번달 8일을 단일화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박 후보는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공식 행보를 시작한다.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화이자 백신 1호 접종자와 필수요원, 백신접종 총괄 책임자와 함께하는 간담회에 참석한다. 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