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수백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선언문이 나오면서 진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는 28일 성명을 내어 “5‧18유공자들 내부에서는 윤석열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5‧18유공자 312명에 대해 가짜 숫자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 후보 캠프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고 이름이 공개된 27명 중 실제로 지지했다고 밝힌 사람은 손가락에 꼽는다. 명의 도용으로 민의를 왜곡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9일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전두환 옹호 발언을 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도 지난 2월25일 성명을 내어 “5·18유공자법(제63조 정치활동 등의 금지)에서는 5·18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5·18유공자는 그동안 수차례 5·18단체로부터 주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단체들은 “실제로 지지한 회원이 있다면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떳떳하게 이름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월24일 국회 소통관에서 5·18민주유공자 지지자 대표로 나선 박판석씨는 “5·18유공자 312명(공개 27명, 비공개 285명)이 개인 자격으로 윤 후보를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박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5·18유공자가 개인 자격으로 지지 선언을 한 것으로 비공개 명단은 밝힐 수 없다.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남부수도권 시대, 대구 경북의 재도약, 이재명은 합니다!’ 대구 유세에서 두루마기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남부수도권’ 구상과 ‘통합정부’를 내세워 대구·경북 전역을 돌며 ‘험지 공략’에 나섰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남의 머리 빌리려고 해도 자기 머리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공격 수위를 높이는 한편, 중도·보수를 끌어안기 위한 행보로 ‘통합정부’를 강조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의 공”을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28일 경북 구미역 앞 유세에서 “아슬아슬하게 박빙이라는데 정말 진심으로 간절히 호소드린다”며 “국가의 인프라 투자와 기업의 일상적 경제활동도 구분하지 못하는 실력으로 경제를 살리겠나. 사람들의 머리를 빌린다는데 머리 빌릴 머리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이 후보는 이날 가는 곳마다 윤 후보의 ‘무능’을 강조했다. 앞서 포항 유세에서도 “같은 조선인데, 선조는 침략을 허용했고, 정조는 조선을 부흥시켰다. 이게 리더의 자질과 역량”이라며 “국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모르는 게 자랑은 아니다. 머리를 빌려도 빌릴 머리라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이 박빙인 상황에서 보수텃밭 대구·경북에서 ‘그럼에도’ 무능한 후보를 선택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반면 자신은 ‘유능한 경제 대통령’임을 대비시키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동대구역 앞 유세에서 “지방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지방에 더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구공항 옮기고 복합타운 팍팍 만들어야 할 거 아니냐”며 지역 발전을 약속했고 대통령이 돼 직접 관할하겠다는 ‘남부수도권 구상 실현위원회’의 발대식도 열었다. 남부수도권 구상은 영·호남과 제주를 초광역단일경제권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이를 통해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3분의 1 수준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최대 절반 가까이로 끌어올리고, 2035년까지 일자리 400만개, 인구 2400만명, 평균 지역 경제성장률 5%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선 박 전 대통령을 치켜 세우며, 자신과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인생이 100% 어느 한쪽으로만 평가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박 전 대통령이 만들어온 산업화의 공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니겠나”라며 “박 전 대통령하면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강력한 추진력, 한다면 한다. (저랑) 비슷하지 않냐. 강력한 추진력은 경북 사람들의 디엔에이(DNA)인가”라고 말했다.
‘통합정부’도 강조하며 중도·보수층을 파고 들었다. 이 후보는 경주 유세에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진짜 정치교체하자. (이는) 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고 심상정의 소망사항”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대구에서도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서 이제 뒤로 ‘빠꾸’도 불가능하다. 안 후보와 심 후보가 의총이라도 해서 보여주라고 해서 우리가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정권을 재창출해도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나누겠다는 메시지를 대구·경북 지역에서 다시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다당제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 후보는 대구 유세가 끝나고 한 장애인 기업가로부터 3·1절을 맞아 감색 두루마기를 선물 받자 이를 입고 무대 런웨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고향 정서’에도 호소했다. 이 후보는 포항 유세에서 “제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고 대구·경주·포항에 외가 식구들이 많이 산다”며 이곳 출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향인 안동으로 향하는 길에 페이스북에 “어머니 기일이 2주 뒤로 다가왔다. 아버지와 함께 계신 안동에 가고 있지만 인사는 드리지 못할 것 같다”며 “아마도 좋은 결과로 찾아뵈어도 또 다음을 노심초사 걱정하실 어머니이지만, 좋은 성적표를 들고 찾아뵈면 더 기뻐하지 않으실까 싶다”고 적었다. 그는 안동에선 “안동이 길러주신 이재명, 이제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서 돌아왔다”며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하며 “일탈하지 않고 불가능에 도전한 원천은 제 어머니”라며 코끝이 빨개지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포항·경주·대구·구미·안동에 이어 예정에 없던 영주 유세까지 추가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새롭게 일정이 추가된 영주는 윤 후보가 전날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이유로 돌연 유세를 취소한 곳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티케이 출신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안 가본 곳까지 훑으며 티케이 출신 민주당 대통령을 배출해달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종교계 원로 33명 “선제타격 등 전쟁 자극해 권력 쟁취 안돼”
‘3·1독립선언 103주년에 드리는 호소문’ 발표
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 5대종단 참석
김상근 목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33인 종교계 원로들의 ‘3·1독립선언 103주년에 드리는 호소문’을 읽고 있다.
종교계 5대 종단 원로들은 28일 “선제타격 등의 발언으로 전쟁을 자극하며 국민 생명을 살육의 현장으로 내몰아서라도 권력과 욕망을 쟁취하려는 비열한 술수를 납득할 수 없다”고 사실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발표한 ‘3·1독립선언 103주년에 드리는 호소문’에서 “대한민국은 대전환의 미래로 나가느냐, 아니면 음울했던 기득권 체제의 과거로 돌아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근 혐오와 차별, 갈등을 조장해 승리를 쟁취하려는 선거 전략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여성 혐오를 이용해 ‘이대남’의 표를 결집하려 하고, 60대 이상의 세대와 20대 남성으로 다른 세대를 포위하려는 ‘세대포위론’ 등의 위험한 선거전략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참과 거짓을 분별하며, 선동과 선전과 세뇌에서 벗어나 진정한 공정과 건전한 지성으로 나아가야 할 것”을 촉구했다.
호소문에는 김상근 목사·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 개신교계 인사 11명, 법타·보선 스님 등 불교계 6명, 강해윤·김경일 교무 등 원불교 5명, 김명국·이윤영 선도사 등 천도교 3명, 함세웅·박홍표 신부와 조광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 천주교계 인사 8명 등 총 33명의 종교계 원로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회견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있는 노웅래 의원이 함께했다. 조현 기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여성 1000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2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여성들 1000명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하고, 선제타격과 사드 추가배치를 운운하면서 한반도에 불안을 조성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고 유력 야권 후보를 비판하며 이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귀옥 한성대 교수, 김정희 신한금융투자 팀장, 김태영 함께여는새날 중앙공동대표, 박현선 이화여대 교수 , 서새인 고려대 대학원 건축사회환경공학과 재학생,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미연 주부, 이수연 SUTV다큐스토리 대표, 정유선 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과 재학생, 조명숙 동강대 교수. 조윤주 한국가족문화원 국장, 주정란 한국의료컨설팅 기획이사 등이 참가했다.
북한이 27일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28일 만이자, 지난 20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 이후 7일 만이다. 청와대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27일 “이날 오전 7시52분께 북한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00㎞, 고도는 620㎞로 탐지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라고 말했다. 비행거리 약 300㎞는 단거리 미사일이다. 북한이 무력시위를 한 것은 새해 들어 여덟번째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원인철 합참의장이 한미연합사령관과 화상 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 추가 발사에 대비하여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뒤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2월4일∼20일)에는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한달 만에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것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리자 북한 문제에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엄중한 유감을 북한에 표시했다.
상임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가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세계와 지역과 한반도 평화 안정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연속되는 미사일 발사에 인내하면서 한·미 공동으로 외교적 해결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현했다”고 발표했다.
상임위원회는 “북한이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 대화 제의에 조속히 호응하고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역행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미 연합의 확고한 대비태세와 강화된 자체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중요한 정치 일정(대선)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안보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으며, 한국 및 일본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태사령부는 “미국은 이번 발사를 규탄하며, 북한에 대해 추가적 불안 조성 행위를 삼갈 것을 요구한다”며 “이번 사안이 미국인들이나 그 영토, 우리 동맹들에 즉각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하지만, 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확고하다”고 했다. 권혁철 서영지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한국 지성사의 큰 별이 떨어졌다. 나이를 초월해서 평생 줄기차게 노력하는 모범을 보인 천재가 떠나갔다.
이어령 선생의 부음을 듣고 ‘아, 기어코!’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가슴이 쿵 울리고 눈물이 울컥 솟았다. 그리고 몇년 전 어떤 제자의 축하 모임에서 “오늘 이 자리가 여러분 앞에 서는 마지막 자리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던 모습이 선하게 떠올랐다. 그때 선생은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암과의 동거를 선택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 초연한 모습 또한 우리를 크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뵙지를 못했는데 기어코 떠나시고 만 것이다.
선생께서는 문학평론가로서 이 나라 지성사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대학생 때 유명 일간지에 논설을 써보내 채택되는 천재성을 발휘하며 글 잘 쓰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이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연달은 출판이었다. 그 책들은 나오자마자 그야말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건 온 세상이 전후의 가난에 허덕이고 있던 시절에 나타난 기현상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육신의 배고픔에만 허덕인 것이 아니었다. 지적인 허기와 영혼의 목마름도 풀기를 고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의 그 책들은 대중의 그런 욕구를 풀어주는 보약이었다. 가난에 찌들어 군복에 검정물을 들여 입고 다니던 대학생들도 그 책을 사 읽는 것이 필수였다. 평론가의 책이 그렇게 많이 읽힌 것은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고 신화이다.
선생께서 평론가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장쾌하게 보여준 것이 ‘분지’ 필화 사건이다. 남정현의 그 단편을 북한 잡지에서 재수록하는 바람에 뒤늦게 남한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건화되었다.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은 박정희 정권에게 그 일은 시범조로 잘 걸린 사건이었다. 새로 생긴 중앙정보부의 시퍼런 서슬 앞에 작가는 끌려갔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누구나 기죽어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때 재판정에 변호를 나선 것이 젊은 평론가 이어령이었다. ‘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 끝을 보느냐!’ 이 유명한 변론은 7년 구형을 선고유예로 바꾸어 놓았다. 그 사건으로 선생은 작게는 작가 남정현을 구한 것이었고, 크게는 한국문학을 구한 것이었다. 선생의 그 기개와 용기는 또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선생께서 구설수에 오른 꼭 하나의 사건이 ‘초대 문화부 장관’이 된 것이었다. 그게 노태우 정권이라서 군부독재 타도에 앞장섰던 지식인들 사이에서 비판이 없을 수 없었다. 그때 선생께서 곤혹스럽게 한 한마디가 ‘꼭 해야 할 일을 빨리 쉽게 해치우기 위해서’였다. 그 권력 확보로 바로 한 일이 ‘인터체인지’가 아니라 ‘나들목’, ‘노견’이 아니라 ‘갓길’로 바꾼 것이다. 순우리말의 애정이 묻어나는 그 명칭들을 선생께서 탄생시킨 것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26일 별세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그리고 나는 그 권력의 은혜를 두 번이나 입었다. <태백산맥>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의 내사가 시작되었다. 그때 소관 부서 문화부에 의견 요청이 있었던 모양이다. 선생은 어느 평론가에게 ‘신판 홍길동전’이라고 논리 개진을 하라고 일렀다고 한다. 이적 표현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허구를 다룬 문학작품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15년쯤 지나 그 평론가가 지나가듯 말했다. 그때 검찰이 문제삼지 않기로 했던 것이 결코 우연일 리 없다. 그리고 내가 <아리랑> 국외 취재를 가려 할 때 안기부에서는 출국 금지를 확정해 놓고 있었다. 그때 장관으로서 보증을 서서 출국을 시켜준 것이 선생이시다. 선생이 아니었으면 <아리랑>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구 절반인 그 무대들을 못 갔을 것이니.
선생께서는 책임 있는 보수, 가장 폭넓은 보수의 자리를 지킨 진보의 옹호자였고, 민족문화의 개척자였고, 신개념의 구축자였고, 언어의 연금술사였고, 문·사·철의 통달자였고, 강연의 달인이었다. 선생이 비워 놓고 떠나신 자리가 너무 넓고 크다.
선생님, 먼 길 부디 평안히 가시오소서. 수많은 사람들이 석별의 꽃을 바칩니다. 조정래/소설가
문 대통령, 이어령 교수 빈소 찾아 조문…“우리 문화의 발굴자”
SNS에 추모의 글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교수는 암투병중 이날 별세했다. 향년 89.
문 대통령은 빈소를 조문하고 유족에게 “삼가 위로의 말씀 드린다.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선생님 책을 많이 보았고 감화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신데 황망하게 가셔서 안타깝다”라며 위로를 전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이어령 선생님의 죽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도한다”며 추모의 글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 문화의 발굴자이고, 전통을 현실과 접목하여 새롭게 피워낸 선구자였다. 어린이들의 놀이였던 굴렁쇠는 선생님에 의해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의 여백과 정중동의 문화를 알렸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우리 곁의 흔한 물건이었던 보자기는 모든 것을 감싸고 융합하는 전통문화의 아이콘으로 재발견되었다. 우리가 우리 문화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된 데는 선생님의 공이 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것이 선생님의 큰 공로를 기리는 일이 되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 그것은 모양은 달라도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고 했다.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