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특수감금 무죄’ 비상상고 요구에  “사유 해당하지 않아”
“대법관이, 국가가 우리를 또 버렸다” 눈물…진상조사 필요성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감금과 강제노동, 암매장 등을 자행한 고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가 잘못됐다며 검찰총장이 제기한 비상상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가족이 눈물을 흘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3천여명의 시민을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과 학대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 부산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판결을 취소해달라며 검찰이 제기한 비상상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며 비통해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씨의 특수감금 혐의 무죄 판단을 다시 해달라고 낸 비상상고를 11일 기각했다. 비상상고 제도는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하며, 심리나 재판에 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 허용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이 “비상상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인근씨는 수용자를 감금하고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987년 기소됐다. 당시 대법원은 박씨의 감금행위가 형법 20조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횡령 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해 박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018년 검찰은 무죄 선고의 근거 가운데 하나였던 내무부 훈령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위헌·무효라며 그에 따른 무죄 선고는 부당하다고 보고 비상상고를 했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이 비상상고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박씨가 무죄판결을 받은 근거는 내무부 훈령이 아니라, ‘법령에 의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0조였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고 직후 한 피해자는 “오늘만을 기다려왔는데 결과는 기각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피해자는 대법원 앞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한종선씨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라도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법원은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은 신체 자유 침해가 아닌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며 “진실 규명 작업으로 피해자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쪽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도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이런 판단을 한 것이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결할 절차도 고민해야 한다”며 “진상 조사는 물론 신속한 피해자 배·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2기가 출범했지만, 여야 합의 등의 문제로 정식 조사는 늦어지고 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대법원이 형제복지원의 중대한 인권침해를 확인해준 이상 위원회 조사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피해자 아픔에 응답하기 위해 하루빨리 조사 역량을 갖춰 진상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정권잡는 칼잡이’로 윤석열 과대포장, 노골적 선거개입까지 주문 

“4월 보선 개입, 몸 사릴 필요 없어” 충동질 “반기문과 달라” 극찬

 

 

조선일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4월 재보선에 개입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9일 오후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몸 사릴 필요없다”라는 글에서 “윤석열 총장은 4월 보선에 개입할까요? 아니, 개입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고 자문한 뒤 “결론은 뻔하지 않습니까. 몸 사릴 필요 없습니다”라며 선거 개입을 주문했다.

그동안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윤 전 총장을 문재인 정권 비판용 칼잡이로 활용해오면서 국면마다 어떠한 요구를 해왔는지 살펴봤다. 당장 한달 앞에 선거가 있지만 이들 매체의 요구는 ‘4월 재보선 개입’ 그 이상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윤석열 현상’을 키워드로 쓴 보도를 되짚어봤다. ‘윤석열 현상’은 신인 정치인으로서 윤석열의 모습을 반영한 글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빛나지 못하는" '정치인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의 한계를 말하던 언론

현 정권 들어 ‘윤석열 현상’은 지난해 2월 동아일보 “‘윤석열 현상’과 황교안”란 칼럼에서 등장했다. 여론조사에서 당시 윤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2위에 올랐을 때다. 이 칼럼에선 ‘윤석열 현상’의 특징이 잘 표현됐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검찰이 맞을수록 윤석열 현상은 확산되는 역설이다”라고 했다.

언론에 ‘윤석열 현상’이 자주 나온 시기는 지난해 11월12일부터다. 윤 총장이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기록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만물상] ‘윤석열 현상’”이란 칼럼에서 “스스로 발광(發光) 못하는 정치인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윤 총장의 단점을 나열했다. 정치권 가시밭 길을 걸을 각오가 돼 있는지 의문이고, 전직 대통령 박근혜·이명박씨를 감옥에 보냈으며 현직 검찰총장인 점 등을 한계로 지적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윤석열 현상 왜”란 기사에서 “윤석열 대망론을 키워준 쪽은 문재인 정권이고, 날개를 달아준 쪽은 지리멸렬한 야권”이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 등을 인용하면서도 조선일보 칼럼과 같이 윤 총장의 한계와 제1야당의 인물난 상황을 꼬집었다.

조선일보의 주문 ‘월성 1호기 수사’

지난해만 해도 보수언론에게 윤 총장은 소위 ‘정권잡는데 쓰는 칼’의 역할이었다. 지난해 11월14일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晩秋의 주제곡 ‘최재형·윤석열 현상’”을 보면 검찰에게 무엇을 기대했는지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범죄 개연성’이라는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가려야 한다며 “최재형·윤석열 감사·수사가 적중하면 보수뿐 아니라 진보 일부도 진보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야당다운 야당이 있으면 이 가슴앓이를 떠안아 치고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최재형·윤석열·검사들의 양심 고백은 그래서 야당의 그런 한계를 대신 보상해준 셈”이라고 했다.

우연이겠지만 이후 윤 총장의 행보는 조선일보의 주문대로 이어졌다. 같은 달 24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며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며칠 뒤인 지난해 12월1일 법원이 해당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했다. 윤석열 검찰은 다음날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달 10일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이어 같은 달 24일 법원이 정직 2개월 처분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려 윤 총장은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윤 총장 복귀 직후 언론보도를 보면 그의 일관된 태도를 볼 수 있다.

“윤석열 다시 복귀… 월성 원전 의혹 ‘윗선 수사’ 급물살 타나” (연합뉴스 12월25일)
“다시 윤석열 총장 체제로… 원전 수사·고발 사건 속도 낼까?” (YTN 12월25일)
“윤석열 복귀 뒤 이틀째… 원전 수사부터 챙긴다” (시사저널 12월26일)
“‘업무복귀’ 윤석열, 분주했던 이틀… 원전수사 보고받아” (뉴시스 12월26일)

검찰총장에서 정치인으로,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현 정권과 윤 총장의 대립이 극대화하던 징계국면에서 일부 언론의 입장 변화가 나타났다. 더 이상 ‘정치검사 윤석열’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일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윤석열은 반기문보다 못하다?”’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인으로선 자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유형인데 윤 총장은 이들과 달리 대통령에 맞서면서 정치적 자산을 쌓아가는 축”이라고 했다. 즉 ‘윤석열 현상’이 단순 ‘반문’정서에 표출을 넘어 ‘정치인 윤석열’로서 자산을 쌓아가는 중이라는 해석이다.

총장직 사퇴이후인 지난 9일 조선일보는 또 한편의 “윤석열 현상”이라는 칼럼을 냈다. 윤 총장을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시각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글이다. 기존에 실패했던 ‘고건 현상’ ‘안철수 현상’ ‘반기문 현상’과 달리 “윤석열의 차이점은 권력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뚝심과 맷집”이라고 썼다. ‘반사체’가 아니라 ‘발광체’라는 평가다.

사퇴 전날 ‘박근혜 수사’에 대한 반감이 있는 대구고검을 방문해 “어려울 때 나를 품어준 곳”이라고 한 발언,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 속도 조절로 명분을 주지 않았음에도 사표를 던진 정치적 판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 메시지 등을 놓고 그의 정치적 판단과 언어감각을 칭찬했다.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정치인은 선거에 뛰어들어 즐겨야 한다며 정치인 윤석열에게 4월 보궐선거 개입을 주장했다. 사진=이동훈의 촉 갈무리


또한 윤 전 총장은 퇴임 직후 ‘LH 투기는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한 망국(亡國)의 범죄’라는 첫 메시지를 조선일보를 통해 내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기록했다. 보수언론사주를 만났다는 논란으로 한때 소란스럽기도 했던 윤 전 총장은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춰온 결과 조선일보 표현대로 “이제 여의도의 대기권에 진입”했다.

해당 칼럼에선 다시 윤 전 총장에게 몇가지를 주문했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도 검찰총장 임기를 포기하고 정치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초토화시킨 ‘적폐 수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내와 처가에 대한 네거티브도 상당할 것이다. ‘검사’ 외피를 벗고 ‘정치인 윤석열’의 비전도 보여줘야 한다.(중략) 그럼에도 중도·보수층의 상당수는 윤석열이 그런 벽을 뚫어 거여(巨與)가 질식시킨 지금 정치에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같은날 이동훈 논설위원의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몸 사릴 필요없다”이란 칼럼에선 윤석열이라는 중도 후보가 제1야당의 후보와 연대라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며 “정치인은 선거를 피해서는 안됩니다. 그 안에 뛰어 들어가 즐겨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 윤석열은 이번 선거에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향후 SNS를 개설하고 현안 관련 ‘SNS 정치’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윤 전 총장이 보궐선거 전까지 저술과 강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한다.

향후 관전포인트는 조선일보 요청에 대한 정치인 윤석열의 반응이다.

 

‘정치인 윤석열‘  뒤에 아른거리는 조선일보

조선일보 인터뷰 메시지로 ‘띄우기’ 팔 걷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국민일보 인터뷰가 공개된 지난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경기도 일대 신도시 지구 발표 전 토지를 사들였다는 투기 의혹을 참여연대 등이 제기했다. 당시 윤 총장의 인터뷰와 LH 직원들 투기 의혹은 별개의 사안이었다.

윤 총장이 이례적으로 기자를 집무실로 불러 인터뷰를 진행해 정권을 비판한 배경 중 하나로 미디어오늘은 ‘보수언론의 여론조성’을 꼽았다. 윤 총장은 4월 재보선을 ‘정권심판론’ 분위기로 만들고 싶어하는 보수야권 기대에 부응했고, 이는 재보선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2일자 인터뷰만으로 윤 총장의 사퇴를 단정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국민일보 인터뷰를 자세히 보자. ‘직을 걸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으라’는 조선일보 등 세간의 요구에 대해 기자가 물었더니 윤 총장은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고 답했다. 검찰총장이 직을 걸더라도 물리적으로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막을 수 없고, 국민여론으로 정치권을 움직여야 한다는 발언이다.

윤 총장의 인터뷰 전후 발언을 봐도 총장직을 걸어서 될 일이 아니니 국민여론이 중요하다는 맥락이 답변이 이어졌다. 윤 총장은 “검찰이 필요하다면 국회에 가서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국회와 접촉면을 넓힌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거나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 올바른 여론의 형성만을 기다릴 뿐” 등의 표현도 덧붙였다.



해당 인터뷰는 다수 언론이 인용보도했다. 다음날인 3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은 ‘윤석열 “직 걸겠다” 靑 “국회 존중해야”’였다. ‘총장직을 걸어도 검수완박을 막기 힘들다’는 인터뷰 내용은 “직을 걸어서라도 막겠다”는 배수진으로 둔갑했다. 대다수 매체가 조선일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인터뷰를 인용했다.

3일 중앙일보는 윤 총장과 단독인터뷰를 보도했다. 핵심 내용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금융수사청·안보수사청을 만들어 검찰이 소위 ‘거악’ 수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전날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나온 “비대한 검찰권이 문제라면 오히려 검찰을 쪼개라”고 한 발언에 대한 부연설명 격이다.

윤 총장은 이날 아침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해 지인부탁을 받고 한 보충설명일 뿐이지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은 특수통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온 윤 총장 개인입장일 수 있지만 특수부 출신이 아닌 검사들 입장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주장이다. 즉 ‘검찰주의자’가 아닌 ‘특수부주의자’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아직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관련 검사들의 입장을 듣고 있다던 윤 총장은 다음날인 4일 전격 사의를 표했다. 보수매체들은 현직 검찰총장의 정치행보를 우려하기 보단 이런 선택을 정부·여당이 강요한 꼴이라며 여권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내놓은 첫 메시지는 지난 6일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지적한 ‘LH 직원 투기 의혹’ 수사 관련 내용이다. 요약하면 정부 합동조사단의 ‘셀프조사’로는 진실을 밝히기 부족하고 검찰이 나서서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검경수사권조정 결과 6대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이번 사건을 수사할 수 없어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다.

윤 전 총장 발언을 바탕으로 조선일보가 법조계 우려를 추가 취재해 만든 해당 기사는 이후 이 사안 관련한 언론보도 방향이 됐다. 일부 매체와 여권에선 ‘이미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사안임을 아는 윤 전 총장이 검찰수사 필요성을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투기 관련해 경찰도 수사성과를 올린 적 있다는 내용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다수 보도는 검찰수사가 필요하다는 방향이다.

중앙일보는 9일 사회면 ‘6대 범죄 아니라고 검찰 배제… “LH 증거인멸 기회 주는꼴”’이란 기사에서 의혹 1주일째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며 검찰 직접수사를 주장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검찰이 수사방향에 관해 수사팀에 조언하는 건 현 수사권 조정안 아래서도 충분히 가능한데 굳이 국수본 단일 지휘 수사체계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고, 중앙일보는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이날 1면 “‘LH 투기 수사’ 검경 수사권 조정 시험대”란 기사에서 “합조단은 1차 조사대상인 국토교통부·LH 전 직원으로부터 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받아 토지거래전산망으로 명단을 대조해 이번주 내 발표를 준비중”이라며 “부동산 거래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직원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민간인을 상대로 토지매입 경위를 묻기 위한 대면조사는 벌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 문재인’을 키워드로 화력을 모으는 윤 전 총장과 조선일보 입장에서 LH 투기 의혹 사건은 의도치 않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 정권의 취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부동산 문제 비위 의혹이면서 윤 전 총장이 강점을 보여온 거침없는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소지나 다소 매끄럽지 않았던 사퇴 과정에도 조선일보 등 언론의 지원사격으로 ‘정치인 윤석열’은 대선을 정확히 1년 앞두고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 “LH 사건 ‘내 편끼리’ 수사 이어 난데없는 생중계 쇼, 어김없는 前 정부 탓”에서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해당 의혹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내보내자 KBS·MBC 등 공영방송이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뉴스특보를 내보낸 일, 정부 합동조사단에게 강제수사권이 없어서 차명거래 등은 조사하기 어렵다는 지적, 현 정권과 각을 세웠던 검찰과 감사원이 합조단에서 빠진 것, 전 정권을 탓하면 물타기하려는 시도 등을 비판했다.

여의도에선 윤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대설, 제3지대 창당 혹은 윤석열발 야권재편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대선 지지도 1위를 기록했고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다소 앞서고 있다. 한동안 정치인 윤석열에겐 순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방향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지켜볼 일이다.

 

 조선일보 법조데스크  “윤석열 사퇴 변 다 외워 암기력 좋아” 칭찬

“무대울렁증 없어” “순발력” “별의순간 표현 탁월” 낯 뜨거운 표현

 

조선일보 현직 법조데스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시 사직의변 원고를 보지않고 외워서 발표해 암기력이 좋은 것은 물론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데도 무대 울렁증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사퇴를 별의 순간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탁월한 표현”이라고 하는 등 낯뜨겁게 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법조데스크를 맡고 있는 최재혁 기자는 지난 9일 강인선 조선일보 부국장과 배성규 논설위원이 진행하는 ‘[강인선·배성규의 모닝라이브] 사퇴하자마자 지지율 1위 윤석열, 정말 대선에 뛰어들까’편에 출연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관심도와 권력의지, 정치적리더십과 관련 최 기자는 “윤석열 검사를 아는 사람은 ‘그가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감각이 어느정도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며 “이번 사퇴시점도 우리 예상보다 며칠 빨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 기자는 “국면을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가려는 것 같다”며 “여당에서는 (중수청 관련 속도조절로) 사퇴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모습이었는데 틈을 안주고 사퇴해버렸고, 이런 건 정치적 감각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 기자는 “추미애 장관과 싸울때도 굉장히 치밀했다”며 “물러날 때와 칠 때를 선택을 잘한다는 느낌이었고, 결국 추 장관은 너무 무리하게 하다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강인선 부국장이 윤 전 총장의 언어감각을 묻자 최 기자는 “그가 사퇴하는 날 기자들 앞에서 얘기한 것을 보면, 짧은 원고지만 만만치 않은 분량인데, 수십명의 기자들 앞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상황에서 그것을 그대로 외워서 얘기를 하더라”며 “암기력이나 언어를 소화능력이라든지(가 높고), 특히 무대울렁증이 별로 없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 최 기자는 “언어감각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현상 각종 현상의 당사자와는 약간은 틀린 것 같다”며 “부패완판이라는 것도 본인이 생각해낸 조어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그날 발표한 사직의 변의 원고분량은 원고지 1.4매로, 7문장에 불과하다.

방송 중 옆에서 듣던 배성규 논설위원은 “언어감각도 있고, 말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고, 지금 얘기 들어보면 윤석열은 타고난 정치인 같다(라고 하는데), 너무 과대 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강 부국장은 “맞다. 템포도 그렇고”고 했다.
이번엔 최경운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국회반장)가 지난해 10월22일 국정감사에서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라고 당황하지 않고 대답한 점을 들어 “사전에 준비했을 수도 있지만, 최재혁 부장이 무대 울렁증이 없다고 했는데, 본인이 고민도 많이 하고, 나름의 순발력도 갖춘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배성규 위원은 “최반장도 윤석열은 성공할 정치인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두 현장기자가”라고 했다.

지지율이 반짝했다가 사라졌던 기존에 비정치인 출신들과는 다르다는 예측도 나왔다. 안대희, 황교안, 반기문 등을 들면서 최경운 기자는 “그분들과 윤 총장은 다르다”고 했다. 다만 정책비전과 관련해 그는 “윤 총장도 결국 검찰총장이었을 때는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그게 자산은 되겠으나 대한민국이 처한 2022년 대선 화두와 현안, 비전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자기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 전 총장이 사퇴후 지지율 1위에 오르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한 언급을 두고 최재혁 기자는 “별의 순간이라는 말씀도 표현이 탁월한 것 같다”며 “현 상황을 압축할 수 있는”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약점이나 단점도 일부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의 장모나 부인 수사 문제가 아킬레스건이라는 얘기와 관련 최재혁 기자는 “장모 관련 의혹은 기소돼 재판에서 마무리 될텐데, 부인의 전시기획사 협찬, 모 기업 주가조작의혹 등의 경우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하고 있다”면서 “수사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의지와 현실의 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성윤 지검장의 의지와 실제 진행상황의 괴리가 있다고 (얘기가) 들리는데, 좀 지켜봐야겠죠”라고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추측했다.

팟캐스트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권 진입과 대선 가도 순탄 여부를 두고 최재혁 기자는 “지속성이 있는 것 같다”고 예측했고, 최경운 기자는 “(정계에) 진입해서 상당기간 힘을 받으면서 갈 정도로, 아직 대선이 1년이 남아 있어 어떤 요동을 칠지 알 수 없다”고 해석했다. 배성규 논설위원도 “(대통령) 후보단계까지는 순탄하게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방송은 연일 정치인 윤석열을 띄우는 조선일보 보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에 해당 조선일보 기자는 다른 정치신인에게도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평가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혁 조선일보 기자는 10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을 통해 ‘암기력이 좋고 울렁증이 없다’는 표현과 관련, “윤석열이 아니라 다른 정치신인이어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같은 평가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별의 순간 용어 탁월했다는 건 윤석열을 칭찬한 게 아니라 별의순간이라는 표현으로 상황을 압축한 김종인 대표를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이어 “안철수 현상이 나왔을 때 그걸 평가한 언론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셨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치인’ 윤석열 릴레이 인터뷰 모두 법조기자단 기자

국민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세계일보… “법조팀장 때 알던 사이”

 

 

지난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전 총장이 법조 출입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발판 삼아 정치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한 그의 측근이 10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윤 전 총장은 이달과 4월 중에는 특별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4월 재보궐 선거 전 정치권 전면에 나서진 않겠으나 지금처럼 언론을 통해 검찰·사법 개혁에 관한 입장을 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강조한 뒤 최근까지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무게가 실렸지만 갈등은 이내 증폭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자 지면에 실린 이경원 국민일보 사회부 법조팀장과의 인터뷰에서 여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검찰청 총장실에서 이뤄진 대담이었다.

국민일보는 “그가 대담 인터뷰에 응한 것 자체가 그의 검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그가 3시간 넘게 격정적으로 토로한 말들은 결국 모두 ‘권력층의 반칙에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결론을 향했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3일자 중앙일보 1면에도 윤 전 총장 인터뷰가 실렸다. 이 역시 전날 법조 기자(바이라인 김수민·하남현)와 40여분 동안 진행한 전화 인터뷰였다.

총장직을 사퇴한 후인 7일 조선일보에도 윤 전 총장 전화 인터뷰가 실렸다. 윤 전 총장은 법조 출입 기자(이민석·이정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즉각적이고 대대적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부정부패는 금방 전염되는 것이고, 그걸 막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10일에도 김민서 세계일보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배경 없이 성실함과 재능만으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청년들한테는, 이런 일이 없어도 이미 이 사회는 살기 힘든 곳”이라며 “그런데 이번 LH 투기사태는 게임 룰조차 조작되고 있어서 아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인데,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부 소속인 김민서 기자는 2019년 법조팀장으로 활동했다. 윤 전 총장을 처음으로 인터뷰한 이경원 기자와 김민서 기자는 2019년 12월 검찰을 출입하는 법조 기자들의 카르텔과 유착 의혹을 비판한 MBC PD수첩 방송(‘검찰 기자단’ 편)이 “왜곡과 오류투성이”라고 반박하는 대법원 기자단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인사들이다.

김 기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인터뷰 기사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법조팀장을 하면서 알던 분”이라며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다고 했다. 첫 인터뷰를 한 국민일보의 고승욱 편집국장은 인터뷰 경위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10일 윤 전 총장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권혁철 논설위원

 

3년 전 추석 때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쓴 ‘추석이란 무엇인가’란 칼럼이 화제가 됐다. 추석에 모인 친척들에게 ‘취직했느냐’ ‘언제 결혼할 거냐’ 같은 오지랖성 질문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이 환호했다. 이 칼럼에서 김영민 교수는 사람들은 평상시 ‘나는 누구인가’ 같은 정체성을 따지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별 관심이 없지만 자신의 존재 규정을 위협할 만한 특이한 사태가 발생하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정체성을 따지는 근본적인 질문이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으로 올해 1조1833억원을 내고 앞으로 4년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매해 방위비를 올려주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이 결과를 두고 외교부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란 우리 원칙을 지켜냈다”고 자화자찬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우리가 얼마나 내느냐(분담금 총액)였다. 미국은 돈을 더 달라고 했고 우리는 덜 주려고 맞섰다.

방위비분담금은 우리가 마땅히 내야 할 돈인가?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착각하지만, 아니다. “원래 미국이 부담하기로 약속된 경비를 ‘특별’ 조치를 통해 한국에 떠넘긴 것이 그 시작이라는 점에서 방위비‘분담’금이란 말 자체에, 이미 한미동맹의 불평등성이 숨어 있다.”(<트럼프 시대, 방위비분담금 바로 알기>, 박기학)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 관련 내용들은 1966년 체결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에 들어 있다. 소파 5조에는 주한미군 비용 분담 원칙이 명확하게 적혀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에 시설과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운영 유지비를 모두 책임진다’는 게 뼈대다. 이 소파 규정에 따라 1990년까지는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 경비를 전액 부담해왔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등 미군이 주둔한 나라들과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이나 기지협정을 맺었는데, 미군 유지경비는 미국이 책임지는 것으로 돼 있다. 외국에 군대를 보낼 경우, 그 경비는 군대를 보낸 나라가 내는 것이 국제사회 관행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부터 미국이 우리에게 주한미군 주둔비를 나눠 내자고 요구했다. 미국과 소련과 험악하게 대결했던 냉전 분위기가 누그러졌고, 미국이 무역·재정적자로 경제 형편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제 한국이 먹고살 만해졌으니 안보 비용을 내라’는 미국 내 여론도 작용했다.

주한미군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면 소파 5조(미국 전액 부담)와 충돌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Special Measures Agreement)이 등장했다. 이 협정에 ‘특별’(Special)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소파 5조 적용을 협정 유효기간 동안 임시 중단시키는 특별한 조처이기 때문이다. 특별협정을 맺어 미국에 방위비분담금을 내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인상 요구로 2020년 3월 타결됐어야 할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장기 표류하자, 지난해부터 분담금 공백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졌다. 돈줄이 말라 다급해진 주한미군사령부가 2021년 한국 정부 예산에 담겨 있는 방위비분담금 예산 중 일부를 먼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돈을 줄 수 없었다. 제10차 협정 유효기간이 2019년으로 끝나버려, 소파 규정을 건너뛰고 주한미군에 돈을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소파 규정 적용을 그때그때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한시 협정이다. 이 협정은 1991년 1차부터 시작해 올해 11차까지 30년 동안 이어졌다. 한시 협정이 영구 협정처럼 자리잡자, 한국은 당연히 줘야 할 돈을 주고 미국은 받아야 할 돈을 받는다는 오해가 굳어졌다. 경제활동에서 돈은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는 서서 주고 앉아서 받는 기이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방위비 분담의 취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지원’이다. 미군은 한반도 밖에 있는 주일미군 소속 항공기도 방위비분담금으로 정비하고 있다. 이 금액은 2014~2019년 총 1088억원, 연평균 181억원가량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증원이 계획된 주일미군 항공기를 정비하므로 한반도 방위에 기여한다고 폭넓게 해석한다. 이런 식으로 한반도 밖 미군에도 돈을 쓰기 시작하면, 끝도 한도 없어진다.

방위비분담금을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분담했다’고 자랑하는 청와대, 외교부 당국자에게 되묻는다. 방위비분담금이란 무엇인가? 그 돈 원래 우리가 내야 하는 건가?     권혁철 논설위원

 

한-미 방위비 올해 13.9% 인상…국방비 증가율 반영, 6년 유효

         분담금 협정 타결, 협정기간 방위비의 50% 인상

         트럼프 시절 과도한 실무 합의 기본틀 극복 못해

 

 

한국이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1833억원을 부담하고 향후 4년 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매해 방위비를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올해는 2019년 한국이 분담했던 1조389억원 대비 1444억원(13.9%) 늘어난 금액을, 이번 협정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2025년에는 대략 1조5000억원을 분담하게 된다. 정부가 협정 기간 내 방위비의 50% 인상을 보장한 셈이다. ‘동맹 복원’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정부 시절의 일방적 요구가 수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결국엔 과거 협상 당시 논의됐던 틀을 벗어나지 못해 ‘과도한 증액’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미 양국이)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최종적으로 타결했다”며 지난 5~7일 미국 워싱턴에서 이뤄진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동안 유효한 다년도 협정이다. 2019년 12월31일에 종료된 10차 협정 뒤 공백 상태였던 2020년도 분담금 총액은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해 1조389억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로 미국 쪽에 선지급한 인건비와 생계지원금 등 3144억원과 군사건설·군수지원 항목의 계속 사업 지급금 4천억여원을 뺀 3천억여원을 2020년분으로 내게 된다.

 

올해 한국이 분담할 총액은 2020년도 국방비 증가율 7.4%(768억여원)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675억여원)을 더해 확정했다는 게 외교부 쪽 설명이다. 외교부는 “13.9%라는 수치는 제도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제도 개선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번 협정에서 양국은 방위비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비율의 하한선을 기존 75%에서 87%까지 확대하고, 이 가운데 85%는 의무 규정으로 바꿨다고 한다. 또 협정 공백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협정에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김지은 기자

 

동학혁명 때 20대 여성 장군 활약했다

● COREA 2021. 3. 9. 03:52 Posted by SisaHan

말 타고 장흥 석대들 전투 지휘… 23살 여성 선봉장 이소사

[3·8 여성의 날]에 재조명…진압군에 붙잡혀 모진고문 희생

 

      박홍규 작가가 <1894 석대들>에 동학농민혁명 장흥 농민군 선봉장 이소사를 그린 삽화. 장흥문화공작소 제공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에 장흥에서 이소사라는 여자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짤막하게 보도된 사실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여성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일일 것이다.”

소설가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는 1990년 5월 <역사와 현장>(남풍) 1권에 쓴 ‘장흥지역 동학농민전쟁 관계 구전조사’라는 글에서 이소사(1874?~1895)라는 인물의 중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결혼한 여성을 뜻하는 말인 소사(召史)는 이두식으론 ‘조이’라고 읽는다.

농민군 최후 항전지였던 장흥에서 구전하던 이소사의 행적이 적힌 기록을 처음 발굴·번역한 사람은 ‘향토 사학자’ 위의환씨다. 그는 “<장흥동학농민혁명 사료집>(2006)을 발간하면서 <양호 우선봉 일기> 등에서 이소사 관련 3건의 기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후 <장흥동학농민혁명사료총서>(2009)와 <장흥동학농민혁명과 그 지도자들>(2013)에 이소사의 기록이 처음 실렸다.

2016년 8월13일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전주시 중노송동 기린봉 들머리에 ‘친일파 이두황 단죄비’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양호 우선봉 일기>는 ‘조선토벌군 우선봉장’ 이두황(1858~1916)이 쓴 4권짜리 군영일기로 여기서도 이소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훈련대 제1대대장으로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한 뒤 조선토벌군 우선봉장으로 나섰던 친일 인물이다.

이두황은 1895년 1월1일 일본 후비보병 제19대대장 미나미 고시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미나미가 12월27일 이두황에게 ‘이소사를 나주로 압송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소사는 농민군이 1894년 12월15일 장흥 석대들 전투에서 패배한 뒤부터 12월26일 사이에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거괴 체포자를 나주로 호송이 가능하냐고 했는데, 이 역시 그렇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백성이 처형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미 교령이 오고 있을 때에는 민인이 체포하여 바친 여동학 1명을 소모관 백낙중이 받았습니다. 소모관에게 넘어가 매를 맞는 문초를 당해 살과 가죽이 진창이 돼 있었으며 교령을 받았을 때에는 기운과 호흡이 헐떡거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입니다. 조금 늦추는 것을 용인하여 이에 안정되면 여동학을 본부로 압송하겠습니다.”(<양호 우선봉 일기>)

미나미 고시로의 구술기록인 <동학당 정토(征討) 약기>가 실린 <주한일본공사관기록> 제6권에도 ‘여동학’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원본 갈무리

당시 일본 언론은 이소사에 관해 흥미 위주의 기사를 썼지만, 글 행간에 ‘진실’이 스며 있다. “동학당에 여장부가 있다. 동학당의 무리 중에 한명의 미인이 있는데 나이는 꽃다운 23살로 용모는 빼어나기가 경성지색의 미인이라 하고 이름은 이소사라 한다. 오랫동안 동학도로 활동하였으며 말을 타고, 장흥부가 불타고 함락될 때 그녀는 말 위에서 지휘를 했다고 한다.”(<고쿠민신문> 1895년 3월5일치)

미나미의 구술기록인 <동학당 정토(征討) 약기>(<주한일본공사관기록> 제6권 중)에도 “그 여자가 압송돼 나주성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거의 송장 상태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소사는 고문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나주에서 세상을 뜬 것으로 보인다.

              이소사의 행적을 보도한 일본 <고쿠민신문> 1895년 3월5일치 기사. 박맹수 원광대 총장 제공

남녀차별이 심했던 19세기 말 봉건사회에서 이소사는 어떻게 농민군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을까?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1860년 출발한 동학이 ‘사람이 하늘이다’라며 양성평등 사상을 내걸었다는 점이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일본 신문은 이소사를 ‘미치광이’로 표현했다. “장흥 부근의 동학도 무리에는 한명의 여자가 있는데 추천으로 수령이 됐다. 우리 병사가 잡아서 심문을 했는데 완전히 미치광이가 됐다. 동학도가 귀신을 이야기하고 신을 말하는 것을 이용해 천사 혹은 천녀라 칭해 어리석은 백성을 선동했다.”(<오사카 아사히신문> 1895년 4월7일치)

그러나 박 총장은 “‘미치광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그가 종교적 수련을 통해 일정한 경지에 올랐고 내부에서 상당한 위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는 농민군의 선두에서 말을 타고 보국안민 깃발을 든 이소사의 모습이 삽화(박홍규 작가)로 제작돼 있다.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

이소사는 항일·여성운동사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그의 행적을 기록한 책들이 나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초 장흥문화공작소가 낸 <1894 석대들>에선 ‘장흥동학농민혁명 여성 선봉장’으로 이소사를 소개했다. 앞서 소설 <갑오의 여인, 이소사>(최혁·2014)와 장흥동학농민혁명 기록물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명금혜정·2015)에도 그가 등장했다. 문충선 장흥문화공작소 이사는 “강인하고 영특했던 여성 지도자로서의 삶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