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출범식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내보이지 못했고 실언도 거듭하며 후보 확정 뒤 한달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은 6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공약 경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가 지난 한달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8건의 메시지를 보면, 주로 ‘문재인 정부 정책의 실패’를 비판하고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안 하겠다’는 패턴을 반복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정부의 전세대책과 임대차3법이 실패했다며 “국민을 무모한 정책 실험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만 했다. 같은 날 이번 정부 들어 일자리 증가분의 대부분이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공공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문가와 협의해 가장 적합한 에너지 믹스를 찾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하겠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메시지다. 지난달 14일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인상된 종합부동산세를 비판하며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 종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사실상 폐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폐지가 아니라 재검토’라고 물러서기도 했다.

 

후보 확정 직후인 지난달 7일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제안한 ‘소상공인 50조원 지원’ 계획 정도가 인상적이었던 공약으로 꼽힌다. 보수정당 후보가 과감한 재정정책을 선보이며 이슈를 선점했다는 당 내부의 평가가 나오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5일 <한겨레>에 “‘윤석열’하면 떠오른 정책을 하나만 대보라. 윤 후보 본인도 선뜻 떠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기대는 ‘반사체’가 아닌 스스로 ‘발광체’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섬광처럼 눈길을 잡는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실언 리스크’도 여전했다.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기업을 방문해 ‘최저시급제’(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중소기업인의 고충을 거론하며 “비현실적 제도는 다 철폐해 나가겠다”고 했다. “1주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올해 7월 인터뷰)는 발언을 다시 확인시킨 것이다. 지난 1일엔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고 규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튿날엔 롤러차량에 노동자 3명이 ‘끼임사’한 공사현장에 방문해 “운전자가 시동을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엄청난,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다”며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 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다.

 

윤 후보의 ‘정책 실종’ 행보는 후보 본인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데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의 그동안 발언을 놓고 보면 ‘공정’과 ‘상식’, ‘자유민주주의’와 ‘자율’ 등을 강조한다. 다 좋은 말”이라며 “그런데 이는 정치철학자가 할 말이자 정치인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선대위 정책본부 구성이 늦어지고, 실무 단위가 공백인 채 공보나 수행 등 최소 기능으로 선대위가 돌아가는 상황이 한 달간 계속됐다”며 “실무자가 부재하다 보니 윤석열 후보가 경선 기간 내놓은 큰 방향의 공약들을 당이 축적해온 공약과 믹스해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왜곡된 노동관을 담은 발언 등으로 보수색채를 뚜렷이 드러내는 건 김종인 위원장의 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도개혁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의 합류로 윤 후보의 정책 메시지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병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선대위 출범식 직후 준비된 공약들을 속속 발표할 계획”이라며 “원희룡 전 도지사가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으로 합류하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모이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제시한 여러 공약들을 아우르고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독재 찬양 · 여성 비하’ 함익병, 국힘 공동선대위원장 내정했다 철회

“가치관 건전한 분” 설명

 

함익병씨.

 

국민의힘이 과거 여성 비하와 독재 찬양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피부과전문의 함익병씨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임명을 철회했다. 젠더 갈등을 이용한 갈라치기로 20·30 여성 유권자의 외면을 받은 국민의힘이 이번엔 ‘여성 비하’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인사에게 선대위 중책을 맡긴다는 비판이 나오자 한나절 만에 이를 취소한 것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노재승 커피편집숍 블랙 워터포트 대표와 함께 함씨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함씨를 두고 “비정치인이시고,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분”이라며 “방송에서 여러 가지 가치관이 건전한 분으로 국민의, 서민들의 이야기를 대변하셨던 분이라 그런 취지에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씨는 ‘독재 찬양,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백년손님-자기야>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퇴출된 전력이 있다. 그는 2014년 3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무(군대)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다. 단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독재가 왜 잘못된 것인가.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라고도 했다. 4년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때 안희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대선 선대위에 자동 추천됐다가 이 발언으로 30분 만에 철회되기도 했다. ‘젠더 갈라치기’와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옹호’ 망언으로 홍역을 치른 국민의힘이 ‘독재 찬양,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을 ”가치관이 건전한 분”이라며 선대위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

 

민주당은 ‘함씨의 독재 찬양이 윤 후보의 통치관과 똑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독재자 전두환씨가 ‘정치 잘 했다’고 말한 윤석열 후보의 정치관에 꼭 어울리는 독재 찬양가를 (국민의힘이) 영입했다”며 “윤 후보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해 독재 찬양가를 영입한 것인지 분명하게 답하라”고 요구했다.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도 “윤석열 후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 군사독재 시대도 부족해 봉건시대로의 회귀여서는 곤란하다”며 “윤 후보는 함씨 영입을 즉각 철회하고, 20·30여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커지자 일단 ’공동선대위원장 의결을 보류한다’고 했다가 이날 밤 9시30분 철회를 발표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밤 9시30분께 “언론에 제기된 문제를 선대위가 검토하여 본인과 상의한 후 내정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홍준표 "이재명 후보를 출생 비천함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

"출생 귀천으로 사람 가린다면 조선시대 이야기"

"살인범 변호 비난도 안돼…품행·행적·태도 따져야"

 

홍준표 의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자신의 가족사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비천한 집안'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 후보를 출생의 비천함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SNS에서 "출생의 귀천으로 사람이 가려지는 세상이라면 그건 조선시대 이야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탄핵 대선 이후 다시 당 대표가 됐을 때 어느 언론사 간부가 '평시라면 당신이 대통령 후보를 할 수 있었겠나? 어차피 안 될 선거니, 당신에게 기회가 간 것 아니겠나'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분노와 동시에 한국 사회의 거대한 부패 카르텔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 후보가 조카의 살인사건을 변호한 것을 두고도 "변호사는 고용된 총잡이에 불과한데 살인범을 변호했다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품행, 행적, 태도 등이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올바른 비판"이라며 "대통령 선거가 정책은 실종되고 감성과 쇼만으로 가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4일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비루한 감성팔이"라며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해서 자신의 허물을 덮고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얄팍한 수"라고 비판했다.

‘매타버스’ 타고 전북 순회

 “군사정권 안되듯 검찰정권도 결코 있어선 안돼”

 “삶 개선할 사람 선택을” 호소, 20% 넘는 호남 부동층 잡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5일 전북 정읍시 샘고을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일정으로 사흘 동안 전북을 순회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검찰을 위한, 검찰에 의한, 검찰의 국가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군사정권이 안 되는 것처럼 검찰정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군가의 사적 복수를 위해, 심판을 위해, 사적 이익을 위해 정치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보다 더 나은 정부, 더 유능한 정부, 더 나은 삶을 꾸려갈 이재명 정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검찰정권의 출현’으로 규정하고, 그의 집권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복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이재명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북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사흘째인 이날 오전 정읍 샘고을시장을 찾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를 향해 복수하는 일은 개인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우리가 군사정권을 증오했는데, 지금 다시 온갖 전직 검사들로 만들어진 세력이 내년 선거에서 이겨서 검찰국가 만들겠다고 도전하고 있다. 이것을 용인하겠는가”라고도 외쳤다. 윤석열 후보가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검찰 조직 등을 위한 사적인 복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강행하지는 않겠다”며 철회 논란이 일었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논쟁이 많아서 당장 시행하진 못할지라도 미래 사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반노동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윤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무주 연설에서 “누구는 ‘일주일에 120시간 일하자, 최저임금 없애자, 52시간 폐지하자’ 하는데 전세계에서 일 제일 많이 하고, 노동생산성 가장 낮고, 산업재해로 죽는 사람 제일 많고, 산재율 제일 높은 불행한 나라다. 이런 나라 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하를 주장하고 주 52시간제에 반대하는 윤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내년부터 경기도에서 시범실시되는 ‘농촌기본소득’을 군이나 도의 신청을 받아 시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나흘 동안 광주·전남을 순회한 이 후보가 4일 만에 전북을 돌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아직 자신을 향해 마음을 온전히 열지 않은 호남의 표심을 확실히 다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자신이 ‘묵은 숙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행정가’라며 지역 현안 해결도 약속했다. 전날 김제의 한국농어촌공사를 방문해서는 “(새만금 개발사업 방향과 해수유통 찬반 논쟁을)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분들과 국민 토론회를 열어서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남원의료원에서는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 설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이미 약속했던 것이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못박았다.

 

그는 “전북은 호남 안에서도 소외받은 지역”이라며 “전북이 가진 소외감을 완화하고 전북도 수도권처럼 잘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북의 한 의원은 “그동안 대선 때 광주 들렀다가 전북에 들러 ‘우리가 곁다리냐’ 이런 불만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광주·전남만큼 전북에 시간을 할애한 것이고, (대선 후보가) 인구 2만명 정도 되는 군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과 전북을 나눠 순회할 정도로 이 후보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20%가 넘는 부동층 비율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12월 첫주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호남의 “의견 유보” 응답은 21%(이재명 58%, 윤석열 12%)였다. 호남의 의견 유보 응답은 전국 평균(15%)보다 6%포인트 높았고 20%를 넘긴 곳도 호남이 유일했다. 민주당이 전통적인 텃밭으로 분류해온 호남에서 지지를 유보한 부동층이 많이 존재한다는 건 이 후보에겐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당 내부에선 ‘매타버스’ 기획으로 지지율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재명 하면 무섭고 거칠다는 이미지가 많이 떠오른다는데, 실제 만나보면 그렇지 않아 유권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이 후보가 지역을 방문한 뒤 소극적인 지지층이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읍·무주/최하얀 기자, 서영지 기자

 

이재명, 철회 논란 기본소득에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군 · 도 단위 신청 받아 농촌기본소득” 뜻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진안군 인삼상설시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전북 전역을 순회하고 지역 현안을 짚으며 본인이 ‘묵은 숙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행정가’임을 강조했다. 철회 논란이 일었던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5일 전북 완주의 전북테크노파크스마트융합기술센터에서 열린 ‘그린수소시대를 그리다’ 국민반상회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로 수소경제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과 전문인력 육성, 규제 자율화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대대적 재정을 지출하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남지흔 두산퓨엘셀(수소를 활용한 발전용 연료 전지 개발기업) 과장이 ‘정부가 수소산업을 계속 밀고 가는 것이 맞나 불안하다. 현재 임신 중인데 출산과 육아휴직 뒤에도 회사가 계속 가는 것인가 걱정스럽다’고 하자 “이재명 정부가 되면 그런 불안감은 싹 사라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김제의 한국농어촌공사를 방문해서는 “(새만금 개발사업 방향과 해수유통 찬반 논쟁을) 다음 정부의 주요 과제로 다루겠다”며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분들과 국민 토론회를 열어서 깔끔하게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원의료원에서는 의사들의 집단반발에 부딪쳐 표류하고 있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 설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이미 약속했던 것이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못박았다. 이 후보는 방문지 곳곳에서 자신을 “묵은 숙제 해결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군사정권이 안 되는 것처럼 검찰정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정읍 샘고을시장을 찾아 “복수하는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을 원하십니까”라며 “누군가의 사적 복수를 위해, 심판을 위해, 사적 이익을 위해 정치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높은 정권 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검찰 조직을 위한 ‘사적인 복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강행하지는 않겠다”며 철회 논란이 일었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언젠가는 해야 한다”고 했고, 이를 고리로 반노동적 시각을 거듭 드러내고 있는 윤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진안 인삼시장 연설에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다. 노동으로 삶을 책임지는 시대가 가고 있다”며 “기본소득은 논쟁이 많아서 당장 시행하진 못할지라도 미래사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이건 좌파정책도 아니고 우파정책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무주 연설에서 “누구는 ‘일주일에 120시간 일하자, 최저임금 없애자, 52시간 폐지하자’ 하는데 전 세계에서 일 제일 많이 하고 노동생산성 가장 낮고, 산업재해로 죽는 사람 제일 많고, 산재율 제일 높은 불행한 나라다. 이런 나라 되면 안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최저시급 인하를 주장하고 주 52시간제에 반대하는 윤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내년부터 경기도에서 시범시행될 예정인 ‘농촌기본소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불필요한 도로공사나 제방쌓기, 다리 놓기 하지 말고 무주같은 오지에 농촌기본소득을 도입해서 지역민들에게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이 동네에서 돈 쓰고 소득 돌리면 무주구천동 좋은 골짜기에서 ‘그림 그리며 살겠다’, ‘작곡하며 살겠다’, ‘창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군이나 도 단위로 농촌기본소득 신청을 받아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무주/최하얀 기자

 

이재명 “딥페이크 심각한 위협…인권침해 강력 처벌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완주군 완주수소충전소에서 열린 국민반상회에 앞서 전시된 수소트럭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영상·음성·사진 등 ‘딥페이크’로 인한 인권침해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5일 페이스북에 “미국 대선 투표 독려 김정은 위원장 합성 영상,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가짜 오바마 대통령 영상 사례처럼 딥페이크 가짜뉴스는 당장 이번 우리 대선에서도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할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현행법을 강화해 악의적인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제작‧유포는 물론 소지‧구입‧저장 행위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딥페이크 처벌 공약은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스무번째 ‘소확행’ 공약이다.

 

이 후보는 “딥페이크는 실제 찍기 어려운 영화 장면, 암진단용 영상, 심리치료 등 다양한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딥페이크가 주는 편리와 산업적 기회와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연예인 합성 음란물 제작‧유포, 보이스피싱 사기 등 심각한 인권침해와 범죄 행위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딥페이크로 인한 인권침해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안 외에도 △딥페이크 ‘가짜영상’ 식별 기술 개발 △검찰, 경찰, 선관위 등 처벌을 위한 공적 역량 강화 △딥페이크 사기와 유포에 대한 교육 △플랫폼 기업들의 민간 자율규제 강화 등을 통해 범죄 대응 능력을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송채경화 기자

 

민주, 예산 끝나니 입법 속도전…이재명표 개혁법안 드라이브

내일 정책의총 개최…대장동방지법·면책특권 개선 등 당론 채택 논의

 

정읍 샘고을시장 지지호소하는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정읍시 샘고을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표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입법 드라이브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요청대로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대폭 증액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자마자 입법 속도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6일 오후 2시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이 후보의 개혁과제와 맞물린 법안에 대한 처리 문제를 논의한다.

 

주요 안건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개선·전두환 추징법·농지투기 방지법·부동산개발 이익환수법 등이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국회의원 면책특권 문제 등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에 대해서는 당론 법안으로 결정해서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른바 '대장동 방지법(도시개발법·주택법·부동산 개발 이익 환수법)은 정기국회 종료(9일) 전까지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대장동 방지법 가운데 부동산 개발 이익환수법을 뺀 도시개발법 및 주택법 개정안은 국토위에 상정된 상태다.

 

또 비농업인의 농지 수용 제한, 무단 휴경에 대한 처분 의무 강화 등 농지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법 개정안도 현재 농해수위에서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6월 유기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 등 이른바 '전두환 재산 추징 3법'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잔여 추징금 문제와 관련해 "추징금도 공적 채무로 보고, 전씨의 상속 재산이 발견되면 국가에 (채무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입법을 하되 재산에 부과된 책임을 상속하는 것으로 하면 소급입법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개선 방안은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된 입법은 없는 상태다.

 

원내 관계자는 5일 "고의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행위 등은 면책특권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입법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만 위헌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이를 당론으로 할지 등은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주요 개혁법안에 대한 입법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과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필요한 법안은 안건조정위원회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를 활용해서라도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청와대 “양 정치국원이 텐진 회담에서 발언”

원론적 발언… 중국 참여까지는 과정 남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일 중국 톈진의 한 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톈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해 중국 쪽이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미 간에만 진행돼온 논의에 중국이 동참하는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중 4자 간 협의가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청와대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오후 중국 톈진에서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만찬을 겸해 5시간35분 남짓 진행한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이에 양 정치국원은 “한국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을 지지한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간 중국 쪽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쪽은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남북관계 증진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 쪽도 지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종전선언은 지난 68년간 지속돼 온 ‘기술적인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정리하는 본질적 측면이 있고, 종전선언 논의를 통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 등 두가지 의미가 있다”며 “회담에서 종전선언 논의의 유용성 측면에 대해 설명했고, 이에 대해 양 정치국원이 공감하고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양 정치국원이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지만, 중국이 관련 논의에 ‘참여’하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회담에서 양 정치국원은 “종전선언 논의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한 언급이 없는 ‘원론적인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간의 과정과 취지를 설명했을 뿐, 우리 쪽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에 구체적 요청을 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미 간 협의 중인 종전선언 문안과 관련해선 “지금 (중국 쪽과) 문안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종전선언 논의 진전을 전제로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전후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두고도 “그 문제를 논의할 상황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북-중 간에도 종전선언을 두고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 앞서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지난달 30일 정현우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를 만난 사실이 공개되면서, 북-중 양쪽이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면담에선 북-중 양국 간 현안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을 뿐 종전선언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한-미 간 조율이 거의 막바지에 들어갔고 북한에 제안하기 전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구한 것”이라며 “특히 12월 하순에 열릴 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 한-중 간 지지와 협조의 모습을 보인 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연말 연초에 노동당 회의를 열어 대외정책 등 주요 정책을 조율·결정했던 만큼 이를 앞두고 한-중이 발신한 메시지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정부 쪽에서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을 거의 마치고 이견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에 제안할 시기와 방식을 포함해 제안 이후 행보까지 협의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가 결정적인 상황이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원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지 등 북한 내부 정치 동향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분명히 북한한테도 의미있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톈진/공동취재단, 정인환 특파원 김지은 기자

2박3일 전북 ‘매타버스’ 첫날

경선 경쟁자 정 전 총리 만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인근 식당 앞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 회동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일 전북 전주를 찾아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정세균 전 총리를 만났다. 정 전 총리는 “민생과 평화,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모아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승리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늘을 통해 이 후보가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음식점 ‘종로회관’에서 정 전 총리와 떡갈비 세트 메뉴로 만찬을 함께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전북 방문 2박3일 일정 가운데 첫날 전북 출신의 정 전 총리를 만나 지역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한 것이다.

 

식사에 앞서 정 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선대위 발대식 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말했다”며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전진할지 과거로 회귀할지 갈림길에 선, 중대한 선택의 기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과거에 경험한 대선 등 ‘원팀’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말씀이 있으면 아낌없이 드리겠다”며 “이 후보가 오늘을 통해 골든크로스를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 옆에 서 있던 이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때 (정 전 총리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하겠다’고 해서 눈물이 났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식당에 들어가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을 주고 받았다. 정 전 총리가 “저하고 같이하던 분들도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니 좋은 것 같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이원욱 의원님이 조직을 맡아주기로 해서 잘 됐다. 제가 전화할 때는 안 받더니 총리님이 전화해서 하라고 하니 하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이 후보는 이번주 ‘매타버스’ 2박3일을 전주, 군산, 김제, 남원 등 전북에서만 보낸다. 그간 많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며 전북을 광주·전남과 함께 찾거나 충청 지역과 함께 방문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매타버스 전북 일정 시작을 알리는 유튜브 생중계 중에는 “전북에 거주하는 국민은 전북이 차별받고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호남 정책도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이뤄지더라. (전북 주민은) 일종의 삼중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5∼29일 4박5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발로 뛴 데 이어, 이날부터 5일까지 전북 지역을 두루 훑는 것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일찌감치 표를 결집시켜놓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집토끼 결집에 우선 공을 들이고 이를 통해 지지율 상승을 꾀하는 전략이란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한옥마을 거리 한복판에서 한 즉석 연설에서 “이재명이 주장하는 각종 정책은 국민에게 필요하고, 이 나라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데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동의할 때까지 충실히 설명해 드리고 의견을 모아서 하겠다”며 “그러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