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공수부대원 피해자 가족만나 용서빌고 포옹, 묘소 참배

 

5·18 진압에 참여한 공수부대원 ㄱ씨가 16일 국립 5·18민주묘역 민주의 문 접견실에서 고 박병현씨 두 형제 등에게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구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 제공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던 공수부대원이 유족을 직접 만나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16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에 총검을 휘두른 계엄군과 유가족 간의 화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자리는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이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조사위에 전달해와 마련됐다.

조사위는 “계엄군들이 당시 진압작전을 증언한 경우는 많이 있었으나 가해자가 직접 발포해 가해한 사실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가해자 ㄱ씨는 이날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접견실에서 희생자 고 박병현씨의 두 형제 등 유가족에게 큰 절을 올리며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뒤 “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아 망설였다”고 오열했다. ㄱ씨는 또 “지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유가족을 이제라도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박병현씨의 형 박종수(73)씨는 “늦게라도 사과해 주어 고맙다”며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고 받아들였다. 박씨는 “용기 있게 나서줘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며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며 ㄱ씨를 안았다.

5·18 진압에 참여한 공수부대원 ㄱ씨(왼쪽)가 고 박병현씨의 형 종수씨를 안고 흐느끼고 있다.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이는 김영훈 5·18 민주화운동유족회장.

5·18 진압에 참여한 공수부대원 ㄱ씨가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광장에서 참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선태 조사위 위원장, ㄱ씨, 고 박병현씨 두 형제.

고 박병현(당시 25)씨는 1980년 5월 23일 농사일을 돕기 위해 고향인 보성으로 가는 길에 광주시 남구 노대동 소재 ‘노대남제’ 저수지 부근을 지나다가 순찰 중이던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의 ㄱ씨에게 사살됐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ㄱ씨는 “1개 중대 병력이 광주시 외곽을 차단하기 위해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 중 소로길을 이용해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민간인 젊은 남자 2명이 저희(공수부대원)를 보고 도망해 ‘도망가면 쏜다’며 정지할 것을 명령했으나 겁에 질려 도주하던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사격했다”고 진술했다.

ㄱ씨가 5·18 당시 자신의 총격에 숨진 고 박병현씨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병현씨 형 종수씨, 송선태 위원장, ㄱ씨.

조사위는 “그동안 조사활동에서 ㄱ씨의 고백과 유사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며 “향후 계엄군과 희생자 간 상호 의사가 있는 경우 이를 적극 주선해 사과와 용서를 통한 불행한 과거사 치유 및 국민통합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과와 용서의 자리에는 가해자 ㄱ씨와 희생자 고 박병현씨의 두 형제, 5·18 민주화운동 유족회 김영훈 회장, 조사위 송선태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병수 기자

 

2017년 한반도 평화 위협 받았을 때
남북미 대화 통한 국면전환 상기시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장관, 서욱 국방장관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만나 문대통령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처음으로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을 만나 “대통령에 취임한 2017년도의 한반도 상황은 전쟁의 먹구름이 가득 덮고 있었다고 할 정도로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양국이 잘 협력해서 지금까지 평화를 잘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전쟁의 먹구름’과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 등은 취임 첫해였던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갈등이 격화되며 한반도 평화가 위태로웠던 상황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이 4년 전 상황을 언급한 것은 한-미 간 협력 속에 위기를 수습하고 싱가포르 선언 등을 이끌어낸 점을 상기시키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 쪽은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동맹국인 한국과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해나가겠다고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4월 화상으로 개최될 예정인 기후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의 참여를 고대한다고 블링컨 장관은 전했다. 블링컨, 오스틴 두 장관은 이번 방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적인 결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미얀마 사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40년 전 광주 민주화운동 등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이룩한 경험이 있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에 더욱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며 “미얀마 국민들의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과 자유에 대한 억압을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 등 미국 쪽은 한국 정부의 관여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총격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과 피해자 가족에 대한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고, 한국계 희생자에 대한 미국 쪽의 애도 메시지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완 기자

 

블링컨 ‘싱가포르 정상회담’ 언급 않아 … 한-미, 대북 · 대중 시각차

정의용 “북미협상 재개 희망”에도 블링컨 “북 핵위협 감축” 더 강조
‘중국 역할론’ 꺼내 다자접근 선호...한미 연합훈련 축소 반대 분명히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을 진행한 가운데 함께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바이든 신행정부의 대북 접촉 노력을 지지한다. 북-미 간에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정의용 외교부 장관)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의 미사일·핵 위협을 감축시키고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는 향후 미국 정부의 대북·대중 정책 방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중요 시험대였다. 미국의 외교·국방 정책을 좌우하는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어떤 대북·대중 메시지를 쏟아내는지에 따라 내년 5월 임기를 마치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차기 정권의 대외정책이 큰 제약을 받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18일 2+2 회의 뒤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나온 미국 쪽 발언을 모아보면 한국 정부의 지향과 ‘적잖은 괴리’가 확인된다.

2+2 회의 뒤 회견에 나선 두 나라 장관들은 다 같이 ‘철통같은 한-미 동맹’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적잖은 부분에서 이견이 드러났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 동맹에 대해 “동북아, 인도·태평양 및 세계의 평화 안보 및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입장을 다시 강조하며 “우린 동맹을 재확인할 뿐 아니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두 핵심 관료가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할 만큼 미국이 한-미 동맹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일깨우며, ‘중국 견제’로 요약되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만, 정 장관은 미국 등 4개국 안보 협력체인 쿼드에 대해선 “직접적 논의가 없었다”고 확인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2018년 6월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기초해 조속히 북-미 대화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미국의 두 장관은 “북핵 문제는 시급한 사안이며 양국 간 긴밀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선 방한 기간 내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고수했다.

이에 반해 정 장관은 17·18일 이틀 연속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꼬박꼬박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결국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라 하면 주한 미군기지와 한국에 들여오는 전략 자산도 확인해야 하니 (미국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연합훈련·연습을 통해 모든 공동 위협에 맞서는 연합준비태세를 유지”한다고 선언하며, 트럼프 행정부 때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연기 또는 축소했던 연합훈련을 원래대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 대신 강조한 것은 북한의 ‘인권 문제’와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다자적 접근’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17일은 물론 18일에도 “북 주민들이 압제적인 정권 아래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인권을 문제 삼으며 고강도 압박을 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북핵 문제 해결에 한·일 등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간 양자 협상이 추진되며 모습을 감췄던 ‘중국 역할론’을 재차 끄집어낸 것이다.

또 다른 갈등 지점은 중국 문제였다. 블링컨 장관은 17일 “우리는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위험한 침식을 목격하고 있다”며 중국이 홍콩·대만·신장·티베트·남중국해 등에서 벌이고 있는 ‘강압적 태도’를 강도 높은 어조로 언급했고, 18일에도 “우리는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반민주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8일 오후 <연합뉴스티브이(TV)>에 출연해 “미-중 간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접근법은 불가능하다. 미·중이 우리한테 그런 요구를 해 온 적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김지은 기자


중 관영매체 “한국,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에서 약한 고리”

  “중국위협론 한국에 안먹힐 것” 경제 · 정치적으로 긴밀히 연계
   경기회복·남북관계 등 중국 도움 필요 “중 봉쇄 거리두기 가능”

 

동맹국을 앞세워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봉쇄 전략에서 한국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중국 쪽에서 나왔다. 한-미 외교 국방장관(2+2)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 내용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8일 “미국이 부풀리고 있는 ‘중국 위협론’이 일본과 달리 한국에겐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정치적으로 중국과 긴밀히 연계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봉쇄를 위한 아시아 동맹과 거리 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한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반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 가담할 뜻을 드러낸 일본과 대조된다”며 “한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에서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즈용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센터 주임은 신문에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은 여전히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에 두고 있다”며 “동북아에서 미국의 이익만 추구할 뿐, 한국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여러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으며, 침체된 경기 회복과 남북관계 복원 등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쪽 전문가들이 한-미 2+2 회담에서 중국 관련 문제가 아닌 한-미 군사동맹 강화와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핵심의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이날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을 보면,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 등의 언급만 있을 뿐 중국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글로벌 타임스>에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부각시킨 것이 한국을 수세적 위치로 내몰았다”며 “이로 인해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서 더욱 거리를 두면서, 한반도 문제 대응과 관련해 중국 쪽으로 좀 더 기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 가담할 뜻을 밝힌 일본을 맹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의 굴기부흥을 억제하겠다는 이기적 사익을 얻기위해, 일본은 미국의 전략적 속국을 자처했다”며 “주저없이 신의를 저버렸고, 중-일관계를 파탄시켰으며, 지역 전체의 이익을 팔아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일은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혀 의도적으로 집단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며 “반중국 ‘포위권’을 구축하려는 것은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처사이며, 지역 내 혼란과 충돌만 불러올 뿐”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북핵 시급한 중대 문제"…"한미동맹 세계평화 · 안정 · 번영 핵심축"

     바이든 시대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 …미 블링컨, 중국도 작심 비판

     정의용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마련 기대"…정상회담 조속 개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

 

한국과 미국은 17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열린 첫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시급한 중대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 굳건한 한미동맹이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linchpin)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해 한국 외교가 적지 않은 숙제를 안게 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외교장관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1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만난 이후 4개월 만이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북핵 문제가 시급히 다뤄야 할 중대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에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협력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대북정책과 관련, 양국 간 완전히 조율된 전략 마련과 시행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미국 대북정책 검토 과정 등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정의용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담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공통의 도전과제로 꼽으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 파트너들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계속해서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극히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여서 반응이 주목된다.

양 장관은 또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연계해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굳건한 한미동맹이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linchpin)임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한 우리의 공유된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중국은 강압과 호전적인 행동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으며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에 영유권을 주장한다"면서 "이 모든 것은 인권법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양 장관은 최근 미얀마 상황에도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군경의 폭력 사용 즉각 중단, 정치 지도자의 즉각 석방, 민주주의의 조속한 회복 필요성도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협력 강화와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양 장관은 또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양 장관은 회담 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추가 협의를 위해 정의용 장관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25분간 단독 회담을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동맹 강조하다 느닷없는 ‘말 폭탄’…미 블링컨 서울와서 강성발언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 첫날인 17일 열린 한·미의 첫 대면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발언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위였다. 중국을 향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앞으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신뢰를 쌓아야 할 북한을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국민들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지난 1월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대외 정책의 기조를 ‘동맹과 힘을 합쳐 중국에 대항한다’로 잡은 만큼 미국이 한·미·일 3각 동맹을 강화해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란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상견례를 겸한 첫 외교장관 회담이자, 기자들에게 내용이 그대로 공개되는 머리발언에서 날 선 발언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국제 정세를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세계사적 변곡점’(inflection point)이라는 견해를 밝혀온 만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채근해 한·미·일 협력 태세를 조기에 정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런 기조는 전날 공개된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공동 발표문에서도 확인됐다. 미·일은 이 문서의 ‘3분의 1’가량을 강력한 대중 견제 메시지로 채웠다. 이들은 중국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핵심적 이익’에 해당하는 홍콩·대만·신장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국은 블링컨 장관이 방한 일정에선 절제된 ‘대중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봤지만, 회담이 시작되는 순간 이런 기대가 무색해졌다.

블링컨 장관이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외교적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 견제 색채가 농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울 때마다 “개방·포용·투명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동맹을 경시했던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설명을 일정 부분 수용했지만, 블링컨 장관은 “단순히 동맹 유지가 아니라 강화해서 다가올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한국에 던졌다.

또 다른 고민은 북한 문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전날 미국에 대해 내놓은 비난 담화에, 블링컨 장관이 북한 인권을 거론하며 바로 받아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서 2018년 6월12일 북·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출발점 삼아 조속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한다는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외교부 쪽은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블링컨 장관의 ‘작심 발언’은 18일 예정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으로 전해졌다. 하루 앞선 외교장관 회담의 ‘머리발언’이 언론에 그대로 공개되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블링컨 미 국무, 중국·북한에 강경발언…한국에 동참 요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17일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비전과 인권,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에 대한 존중”을 내세우며 “(한-미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첫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선에 ‘동맹’인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또 북한을 두고는 ‘자국민을 학대’하는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언급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 향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할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저녁 6시 반께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두 장관의 상견례이자 ‘동맹 복원’, ‘동맹 강화’를 과시하는 자리가 되리라던 전망은 회담 시작 직후 깨졌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 동맹은 양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보와 번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위험할 정도로 퇴행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지금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미얀마 군부가 선거 결과를 뒤집고 평화적 시위를 억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견장을 얼어붙게한 ‘말 폭탄’은 그 직후 나왔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쟁국이라고 밝힌 중국을 매우 높은 수위의 발언으로 비난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강압과 공격적 행동으로 홍콩의 경제를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으며 신장과 티베트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는 (영유권) 주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모두) 인권법을 위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향해선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지속적으로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억압하는 이들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를 인권을 앞세운 ‘적대 발언’으로 간주할 수 있어 향후 북-미 대화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이 직면해 있는 “또다른 공통의 도전”으로 “북핵 핵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짚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이 이날 ‘작심 발언’을 한 데는 18일 예정된 외교·국방(2+2) 장관회의의 결과를 발표할 공동성명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으로 전해졌다. 회담에 앞서 하는 ‘모두발언’은 언론에 모두 공개되는 것이어서 이 계기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쪽에서도 이날 블링컨 장관의 공개 발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은 기자


방한한 미 국방장관 “한-일 관계 개선해달라”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7일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 지역,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방한한 오스틴 장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만나 회담 막바지에 지역 협력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부상하는 중국의 견제를 염두에 두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관계를 개선해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한-일 안보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국은 2018년 12월 우리 해군의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의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는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으며, 격년제로 홀수 해에 열리던 한-일 수색·구조훈련(SAREX)도 2019년 일본 쪽 거부로 중단됐다. 반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별문제 없이 작동됐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3국 미사일경보훈련이 지난해에도 네차례 열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스틴 장관은 중국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과 협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스틴 장관은 회담 머리발언에서도 “중국과 북한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중국의 위협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욱 장관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큰 틀에서 우리 정부의 신남방전략 기조와 다르지 않다”며 “한-일 안보협력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회담에선 서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서 장관이 꽤 길게 얘기했고, 오스틴 장관도 경청했으며 앞으로 잘 협의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회담 뒤 공식 자료를 내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한·미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 등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박병수 기자

바이든정부 출범 뒤 첫 북미접촉 시도 공식 확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현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둘째)한테 미국과 협상 경과를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부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또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으로 공표된 담화에서 밝혔다.

이번 담화는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15일(현지시각) 발표 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한 17일에 작성된 형식을 띄고 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발표됐고, 북쪽 인민들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로써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50여일 만에 북-미의 첫 접촉 시도가 공식 확인된 셈이다. 북-미 모두 ‘침묵’을 뒤로 하고 초반 기세 잡기와 접점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탐색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제1부상은 미국 쪽의 접촉 시도 방법과 관련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을 보내” 오고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떤 수준이든 북-미 당국자의 직접 접촉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나온 소리는 광기어린 ‘북조선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뿐”이라며 “미 군부는 은근히 군사적 위협을 계속 가하고 우리를 겨냥한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버젓이 벌려놓았다”고 밝혔다. 요컨대 미국이 “강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최 제1부상은 “조미 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눅거리수(물건을 싸게 팔거나 사는 수법)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와 한번이라도 마주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일본을 행각(방문)한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 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했는데 이제 남조선에 와서는 또 무슨 세상이 놀랄만한 몰상식한 궤변을 늘어놓겠는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짐짓 어투는 강경하지만, 블링컨 장관의 한국에서의 대북 발언 내용을 주시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의 대미 담화는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지난해 7월4일 담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제훈 기자

 

북, 블링컨 방한 전날 한-미 훈련 맹비난…남 때려 미에 경고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 담화 “3년 전 봄날 다시 오기 힘들 것”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과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8일 시작된 한-미 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붉은선’(Red Line·한계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양립할 수 없다”며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2018년 9월19일) 북남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대책도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를 대화와 교류협력이 없던 대결시대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군사적 갈등·충돌의 시기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엄포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남조선 당국”을 주된 비난의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한 ‘말걸기’이기도 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안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8차 당대회 연설(1월5~7일)의 ‘대미 정책 기조’를 배경으로, 대상을 “미국의 새 행정부”로 특정한 북쪽의 첫 공개 발언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남북관계를 흔들어 미국을 움직이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대남·대미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동맹 중시”와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공언해온 바이든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에도 북한과 적극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은 총비서의 속내가 어떻든, ‘남북관계를 희생양 삼은 대미 접근’ 시도는 오히려 북-미 관계의 추가 악화로 이어져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을 드리울 위험이 있다.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를 확인하고, “외교가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이례적으로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내부에도 대대적으로 전파됐다. 대남·대미 ‘경고’와 함께 내부 정치적 수요도 고려했음을 방증한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터라 ‘말’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후속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5일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는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의 북쪽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북쪽은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김여정 담화’(6월4일)→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6월12일)→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4대 군사조처 발표(6월17일)→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 행동 계획 보류”(6월24일)로 남북관계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평양시당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의 “항의군중집회”로 대남 적개심을 부추겼다.

 

‘9·19 군사합의’ 파기 땐 남북·북미관계 연쇄 파장 ‘먹구름’

이번에도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항의군중집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외환경의 악화와 ‘3중 악재’(제재·코로나19·자연재해)로 더욱 나빠진 경제 상황,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의 장기화 등에 따른 인민의 불만을 대남 적개심 고취로 돌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남정책의 내부정치화’인데, 남북관계에 치유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남길 위험이 있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예고한 대남 조처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 전략적 함의를 지니는 내용은, 대남 대화·교류협력 기구 폐지 엄포보다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구실을 해온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경고다. 9·19 군사합의 파기 조처가 실행된다면, 문재인-김정은 시기 남북관계의 지형을 뿌리부터 흔들며 한반도 정세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북쪽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도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 파기”(6월4일 김여정 담화) 운운하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지피) 재건과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등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로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했으나 김정은 중앙군사위원장의 ‘보류 지시’로 멈췄다. 이번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조평통·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는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며 실행이 임박했음을 내비치면서도 ‘군사합의서 파기’는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일단 뒤로 미뤄두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북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 재개 등 다양한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로 실질적 파기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 탓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을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을 움직일 카드로 9·19 합의 파기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북쪽은 대남 공세가 북-미 관계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한·미 정부는 조속히 포괄적 대북 협상 방안을 마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통일부 “한-미 훈련 군사긴장 조성 계기 돼선 안돼”

서욱 국방장관 “방어적 · 연례적인 연습 비난 유감”

 

서욱 국방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통일부는 16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내놓은 한-미 연합훈련 비난 담화와 관련해 “한-미 연합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김 부부장 담화 관련 기자들 질문에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재개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에서 시행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 적대관계 해소는 대화에서 시작해 협상에서 마무리되고 협력을 통해 확대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김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비난과 관련해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연습에 대해 비난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군사합의가) 준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별히 설명할 만한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병수 이제훈 기자

 

<노동신문> <중통> “3년 전 봄날 돌아오기 어렵다”
한미연합훈련 비난…“‘붉은 선’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조평통 ·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기구 폐지 검토 언급
미국엔  “잠 설칠 일거리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경고

 

지난 1월5~12일 열린 조선노동당 8차 대회 때 주석단에 앉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뒤편에 김여정 부부장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8일 시작된 한미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 규정하고 “‘붉은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우리 당중앙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의 봄날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것이 북남관계의 마지막 기회로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우리에 대한 비정상적인 적대감과 불신으로부터 출발한 피해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16일은 미국의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인민 필독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으로도 공개됐다. 한국과 미국을 향한 ‘경고 발언’의 성격뿐만 아니라 내부 정치적 수요도 그에 못지 않게 고려한 담화라는 방증이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담화라, 앞으로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든 추가 조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며 염두에 두고 있는 구체적인 대남 조처를 열거했다. 우선 “현정세에서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이러한 중대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 합의서도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핵심 안전판이자 군사적 충돌 방지 장치인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를 거론하되 일단은 후순위로 밀어둔 셈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이다.

통일부에 조응하는 북한의 내각 기구인 조평통의 ‘폐지’를 거론한 것은 남북 당국 간 대화 창구를 없애겠다는 엄포에 다름 아니다. 다만 조평통은 2019년 12월 위원장이던 리선권이 외무상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았고 공개 움직임도 없었다.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의 폐지도 검토한다는데, 그간 남북 교류협력에 깊이 관여해온 여러 기구들이 아닌 이미 여러 차례 자체 개발 방침을 강조해온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적시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김 부부장은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라며 “임기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명백히 천명된 바와 같이 대가는 노력한 것만큼, 지불한 것만큼 받게 돼있다”고 재확인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운운 등 짐짓 발언 수위가 매우 높고 강경하지만 한미훈련에 대한 대응 행동으로 ‘군사 행동’을 언급하지 않았고,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는 단서가 달린 점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번 한미군사연습을 국방부 등이 “연례적, 방어적”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지휘소훈련”이라 설명한 것과 관련해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자 “미친개를 순한 양으로 보아달라는 것과 다름 없는 궤변”이라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리고 그 형식이 이렇게저럭헤 변이되든 동족을 견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제훈 기자


국방부,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에 “북한도 유연해져야”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16일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위협에 대해 “군사합의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특단의 대책을 예견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묻자 “군사합의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 대변인은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남북 간의 합의에 따라서 준수되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 대변인은 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한-미연합훈련,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누차 말씀드렸듯이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국방의 입장”이라고 발했다.

부 대변인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별히 설명해 드릴 만한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날 개인 담화를 내어 한-미연합훈련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고 강력 비난하고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위협했다. 박병수 기자

로이터 보도…미 정부 고위관리 "뉴욕 등 여러 채널 통해 시도"

내주 미 국무·국방장관 한일 순방 북미간 진전 계기 될지 주목

 

블링컨 미 국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월 중순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 막후 접촉을 시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관리는 "2월 중순 이후 뉴욕(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부에 접촉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리는 "현재까지 평양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접근법과 관련, 포괄적인 정책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속에 기존 정책을 다시 들여다보며 검토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례 없는 관계를 맺었지만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바이든 정부 관리는 트럼프 말기를 포함해 미국이 여러 차례 관여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에 1년 넘게 활발한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북한의 침묵이 앞으로 몇 주 안으로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로이터는 부연했다.

앞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수주 내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미 대선이 끝나고 새 정권이 들어설 때 북한이 도발을 감행해온 전력이 있는 가운데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대북 물밑 접촉 시도는 정책 검토 중에 북한의 도발로 인한 긴장 고조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당선된 뒤 이듬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했으며 그가 재선했을 때는 한 달 뒤 로켓을 쏘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해인 2017년에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긴장이 고조됐었다.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 속에 다음 주 이뤄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이 동맹과의 조율 속에 향후 북미 관계 진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김 차관보 대행은 전날 블링컨 장관의 순방을 언급하면서 "이는 동맹들이 우리의 과정에 고위급 조언을 제공하는 또 다른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검토 내내 한국과 일본에 있는 동료들과 매우 긴밀한 접촉을 유지했다"며 "대북정책의 모든 중요한 측면을 검토하면서 그들의 조언을 확실히 포함시키고 싶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과 보조를 맞춰 대북 정책을 펼치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뒤 "(이번 순방은) 우리가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정책 검토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부 "미 북한 접촉시도 사전에 공유받아"

"한-미, 미국 대북정책 과정 긴밀 소통·공조"

 

외교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중순 이후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사전에 공유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한미는 미국의 대북정책 과정 전반에서 긴밀히 소통·공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과 접촉·대화하려는 시도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때도 있었던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한미 간에는 충분한 수준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2월 중순 이후 뉴욕(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부에 접촉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13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현재까지 평양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접근법과 관련, 포괄적인 정책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속에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이 동맹과의 조율 속에 향후 북미 관계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