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김건희, 뉴욕서 뮤지컬 보고 시내 관광…혈세 들여 이력 부풀리기"

"윤석열, 입만 열면 '가짜뉴스' 타령…진정성 없는 '썩은 사과'"…토론 촉구

 

기자 질문 받는 김건희 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석연치 않은 해명이 또 다른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맹공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씨가 과거 이력서에 기재한 미국 뉴욕대(NYU) 연수 경력을 정식 학력으로 볼 수 없다며 이른바 '견학' 수준이라고 공세를 이어가는 한편, '김건희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우상호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교수님들과 특강 관련 기업체 방문, 이런 형태로 꾸려진 투어 코스가 있다. 견학 코스를 밟은 것"이라며 "(보통) 최고위 과정의 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떼 경력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당사 브리핑에서 "김씨는 '4주 교생실습을 정교사 근무'로 부풀리고, '삼성플라자 전시를 국내 최대 미술관인 삼성미술관 전시로 둔갑'시키고, '국내 대학 6개월 지도자 과정 일부인 방문 프로그램을 뉴욕대 연수'로 허위 작성했다"며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고 말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직접 취재해본 결과. 김 씨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라이언 킹', '타잔' 등 의 뮤지컬을 즐기고, 뉴욕 시내 관광을 하고, 대형 아울렛에서 쇼핑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업이라고 들은 건 참으로 어설픈 내용이었다. 통역이 엉망이어서 수업이 중도에 끊기기도 했다"며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수업이었는데 곶감 빼먹듯 세금을 빼먹고 자신의 이력을 부풀리는 데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김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 "막장 드라마 같은 이것은 무대 위 희극이 아니라 목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것은 '김건희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한 윤 후보의 해명을 '내로남불'로 규정하며, 사과 역시 진정성이 없는 '썩은 사과' '개사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진성준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과거 신정아 전 교수 (학력 위조) 사건도 윤 후보가 파견 검사로서 직접 수사했다"며 "윤 후보의 이런 이중 잣대가 정말 공정하고 상식적이냐"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아직 그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사과라면 '개사과'와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라고 쏘아붙였다.

 

민병선 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미루고 미루다 너무 미룬 사과를 했다. 사과가 너무 오래되면 썩는다. 썩은 사과가 될 수 있다"고 비꼬았다.

 

박 대변인도 "윤 후보는 입만 열면 기획, 의도, 가짜뉴스 타령만 한다"며 "사과의 골든 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윤 후보가 자영업자 피해단체들이 제안한 이재명 대선 후보와의 상호 토론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것과 관련, 향후 토론에라도 응하라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복기왕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후보가 토론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면, 정책대안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며 "당장 열리는 언론사 주최 토론회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이 거세지자, 이 후보의 ‘스캔들’을 집중 거론하며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도 넘은 네거티브전에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으나, 윤 후보는 이에 회의적이어서 당분간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공보단은 20일 ‘이재명은 합니다! 무상연애’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배우 김부선씨가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그대로 실었고, ‘점의 전쟁’이라는 글귀가 적힌 한 방송사의 보도 영상 캡처물도 공유했다. 앞서 공보단은 지난 18일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을 재점화했고, 전날엔 ‘이재명 제대로 알리기-국민의힘!으로 10·10·10 캠페인’ 포스터를 공개하며 “하루에 10분, 하루에 10번, 하루에 10개 댓글로 이재명의 진짜얼굴 알리자”고 당원들에게 네거티브전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최근 김건희씨에 대한 여권의 검증 공세가 강화되자 과거 이 후보의 스캔들이나 욕설 사건 등을 다시 쟁점화하며 원색 비난전에 나선 것이다. 또 김씨 논란의 여파로 한때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최근 주춤하거나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네거티브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네거티브 전면전’이 대선을 혼탁하게 하고 후보 비호감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머리발언에서 “우리나라에 당면하는 여러 사태를 놓고 봤을 때,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이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점에 포커스를 맞춰서 논쟁을 일으켜야지, 더 이상 네거티브 전쟁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네거티브로만 선거를 하는 게 상식에 맞느냐”며 여권을 비판했지만, 동시에 선대위 공보단에 자중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호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물쭈물하지 말고 네거티브 대선 프레임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길을 찾는게 상책”이라며 “대선은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는 쪽이 결국 이긴다”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한겨레>에 “스캔들을 거론하는 수준 낮은 네거티브전을 공보단장이 주도해 벌이고 있다”며 “가족 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네거티브전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게 지도부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이날로 예정했던 이 후보 아들에 대한 대검찰청 고발도 취소했다. 고발장에는 성매매특별법 위반, 상습도박,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이두아 법률지원단 부단장은 <한겨레>에 “김 위원장이 네거티브는 지양하자고 한 방침에 맞춰 내린 결정”이라며 “이미 고발이 돼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시 고발을 진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날 김 위원장의 ‘네거티브 중단’ 제안에 대해 “가장 바람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렇게 가야겠죠”라고 덧붙였다. 방향은 맞지만 ‘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당장 중단은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나래 오연서 기자

 

“내가 왜 그쪽 말 듣나”에 책상 ‘쾅’…이준석-조수진 또 충돌

 

국힘 비공개 선대위 회의장밖 고성 흘러나와

이 대표, 부정적 보도 조처 지시에

조 공보단장 “난 후보말만 들어”

 

   윤석열 캠프 공보단장을 맡고있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이 20일 회의 석상에서 정면 충돌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곽상도 의원 제명 문제를 놓고 충돌한 뒤 ‘구원’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장 밖으론 고성이 흘러나왔다. 비공개 회의 도중, 책상을 치는 소리와 누군가의 성난 목소리가 이어졌다. 회의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성이 나오기 직전 이 대표는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 최고위원에게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보도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나오니 (먼저) 이를 정리해달라”는 취지로 지시를 했다고 한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대응은 네거티브 대응 조직에서 하는 거고 언론 대응은 공보단에서 하는 것”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이 홍보본부장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이에 조 최고위원은 “내가 왜 그쪽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며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이에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따져 물었고, 조 최고위원은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강하게 맞섰다. 이 대표는 손으로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갔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곧바로 종료됐다.

 

이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내에서 업무 지시사항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어서 선대위 운영체계상 계선을 바로잡고자 좀 이야기를 했다”며 “본인이 맡은 업무에 맞는 것을 지시했는데, 본인은 상임선대위원장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 최고위원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이견 조율이 끝났냐’는 질문에 “(그 사람이) 하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상황의 엄중함을 알았으면 자기 직무를 수행할 것이고, 계선도 올바르게 인지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도 충돌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이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 링크를 기자들에게 보냈다며 “알아서 거취 표명 하라”고 겨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도대체 조 단장은 왜 공보 업무에 집중 못 하고 이준석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링크를 복수의 언론인에게 전송하고 계신가”라고 비판했다. 조 단장이 공유했다는 유튜브 링크는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두 사람이 부딪친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조 최고위원의 문자 메시지를 옮기며 “당신의 문자 그대로 들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하라”며 충돌했다. 당시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곽상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원’ 등 현안 관련 논의를 하려 하자 “퇴직금이 범죄나 화천대유의 불법과 관련이 있는가. 곽 의원이 화천대유에 뇌물을 받은 정황이 있는가”라며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도 “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분란을 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사실관계나 잘 확인하고 뒤에서 쏘라”며 반박하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관련 기사 : “상도 수호 없다”더니…소동으로 끝난 국민의힘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 김미나 기자

신지예 여성정치네트워크, 올해 국힘쪽 비판성명만 8차례

깜짝합류에 여성계 “정당성 없고 바다 위 손톱만한 기름될 것”

한편선 여성정치 백래시 조짐도 … 2030 정치적 회의 커지나

 

   지난해 서울 서대문갑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신지예 씨.

 

지난 2018년 신지예 당시 녹색당 후보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슬로건으로 세워 8만표 이상을 받았다. 페미니즘 자체를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적 시도로 2030대 여성이 중심이 되어 기성정당 대신 ‘제3지대’를 지지한 결과였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합류(수석부위원장)한 소식에 여성계 및 지지자들의 비판이 거칠게 제기되는 이유다.

 

당장 신지예 부위원장이 전날까지 몸담아 올 한해만 8차례가량 국민의힘 또는 이준석 대표 등을 규탄, 비판했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관심과 후원,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심려와 혼란을 야기한 데 사과”했다.

 

19일 국민의힘 쪽의 ‘깜짝 영입’ 예고에 이어 20일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이 영입인사 환영식을 통해 직접 “후보님께서 여성폭력을 해결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주셔서 함께 하기로 했다.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많이 돕고 함께 돕겠다”고 밝혔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아침까지만도 예상못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30 일부 남성, 이들을 세력화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이른바 ‘백래시’ 세력에 특히 앞장서 맞서온 이 단체가 ‘사과’ 입장문을 내놓기 바로 전의 성명 제목은 지난 10일치 “‘N번방 방지법’ 시행 1일째, 국민의힘은 여성의 생명권보다 범죄자 통신권이 더 중요한가”였다. 이제 신지예 부위원장이 답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여성정치계 비판은 격하다.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관되게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성평등 가치를 지향한다고 내세우지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의 합류는 신 전 대표가 그동안 주장했던 것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라며 “정당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신지예 당시 무소속 후보가 이끄는 ‘팀서울’ 후원위원으로 참여했던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SNS에 “당신이 꿈꾸는 평등한 세계가 남성 청년의 표심을 노리고 ‘여자가 우연히 더 많이 죽었다’고 말하는 정치인들과 어깨를 걸고 함께 올리 없다”고 꼬집었다.

 

그의 선택이 3지대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며 가뜩이나 부유하던 ‘2030 여성’의 정치적 회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오래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 신 전 대표를 지지했던 30대 여성 박아무개(32)씨는 “그 당시 내 표가 사표가 될 걸 알면서도 신 전 대표를 뽑았다. 여성 인권을 주요 의제로 내세운 그의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까지 그가 다져왔던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이번 선택으로 전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었는데 자신을 합리화하는 변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한겨레>에 “안티페미니즘이라는 국민의힘의 일관된 행보가 있는데, 여기에 청년 여성으로서의 상징성, 페미니스트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신 전 대표가 합류한 것은 여성 유권자에게 양당정치 혹은 국민의힘에 의해 (페미니즘이) 무화되고, 패배한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성학자와 여성운동가가 제도권 정치로 ‘전장’을 옮겨 활동하던 관행은 그동안 적잖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한겨레>에 “신 전 대표는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정치인이다. 학자·운동가 정체성을 기반으로 입법·정책 ‘자문’ 역할을 하기 위해 합류하는 분들과는 다른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당장 지난달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지난 11월24일 트위터)다고 꼬집었던 국민의힘을 직접 변화시킬지 낙관하기 어렵다. 20대 여성유권자 임지은(23)씨는 “그가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라 여겼는데 안티 페미니즘을 외치는 당에서 과연 여성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손희정 교수는 <한겨레>에 “김한길 위원장도 목소리를 못 내는데, 신 전 대표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신 전 대표의 주장은) 거대한 바다 위에 손톱만 한 기름일 것”이라고 했다. 강민진 대표도 “이른바 ‘영입 인재’는 선거 때 반짝 주목받는 장식품일 뿐, 실제 정치를 함께 해나갈 동료를 맞이하는 방식은 아니다. 영입 인재가 권한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게 현재 정당의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날 신 전 대표 영입에 대해 “(신 전 대표가) 우리 당에 참여해서 후보 당선 위해 일조하겠다면 저는 선의는 의심할 생각 없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역할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제 여성계는 신 부위원장의 국민의힘 합류로 ‘백래시’가 강화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이른바 ‘여성정치에 대한 백래시’다. 합류 발표 당일인 20일만 해도 국민의힘 서울시당의 한 당직자가 에스엔에스에 “페미 진영의 대표 인사라는 사람들도 자리만 좋은데 준다면 언제든 국힘 쪽으로 투항할 준비가 됐다 (…) 페미 소멸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썼다. 권수현 여·세·연 대표는 “신지예 전 대표가 아무 활약도 못 하면, 페미니스트 정치인은 아무것도 못 하는 존재로 치부될 수 있고, 더 나아가 페미니스트 정치가 형해화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며 “신 전 대표는 하나의 케이스일 뿐, 모든 페미니즘의 실패로 환원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백래시 우려는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도 나온다. 30대 유권자 전아무개씨는 “신지예 전 대표의 행보는 개인적인 선택 정도로 여겨졌으면 한다. 신지예가 청년 여성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 일로 내 주변의 페미니스트들이 너무 당황스러워하거나 좌절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윤아 박고은 기자

 

신지예 “윤석열 조폭 같다 했는데, 덩치만 보고 판단했던 편견”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합류 기자회견

이재명 향해 “여성살해범 변호한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발탁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새 시대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가는데 동참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한길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이 과거에는 없었던 유례 없는 선거, 어느 하나 마음 기댈 곳 없고 선택할 곳 없는 선거인 것 같지만 저는 이 가운데서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좌도 우도 아니라 진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현실 가능한 선택지가 윤석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부위원장은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성을 살해하고 그것을 심신미약이라고 변호했던 후보”라며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로 피해자를 공격한 민주당 후보다.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를 조폭에 비유했던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분의 덩치만 보고 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고 외모로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갖고 있던 편견과 달랐다”고 했다.

 

‘국민의힘 합류’ 신지예, 한 달 전엔 “국힘은 페미 대안 될 수 없죠”

이준석 “당 방침 위배되면 교정할 것”

 

      신지예 씨 트위터 갈무리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그가 과거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취지로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던 글들도 주목받고 있다.

 

신 부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은 상태였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국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죠”라고 적었다.

 

지난 9일에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선임됐던 노재승씨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옹호했다는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하며 이를 비판하는 트위트를 올렸다. 그는 “술자리에서 국민은 개돼지, 재난지원금은 개밥, 김구는 국밥 땜에 사람을 죽였고, 518 유족 명단을 공개해야 하며, 검정고시 본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한다고?”라며 “국민의힘 술자리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의 자리인 듯”이라고 적었다.

 

신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엔(n)번방 방지법을 ‘사전 검열’로 보고 있다는 이준석 당대표의 페이스북 캡처를 공유하며 “선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지예 씨 트위터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 대표 영입에 대해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위원장이 저에게 그 상황에 대해 주말에 문의하긴 했다. 새시대위에서 하는 일과 김한길 위원장의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수정 교수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대표가) 우리 당에 참여해서 후보 당선 위해 일조하겠다면 저는 선의는 의심할 생각 없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역할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재우 기자

1심 법원 “방통위 부과한 재승인 조건 적법” 판결

MBN노조 “불법자금 모집 책임, 류호길 대표 사퇴를”

 

 엠비엔 누리집 갈무리

 

종합편성채널(종편) (MBN)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재승인 조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엠비엔 쪽은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엠비엔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방송채널 사용사업 재승인처분 부관(부가하는 약관) 취소청구’ 소송에서 1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방통위 처분이 적합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엠비엔의 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17개 조건을 달아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당시 엠비엔은 기준 점수 650점에 미달한 640.50점을 받았다. 방통위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 투명성 방안 및 외주 상생 방안 등의 추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의지를 보인 점과 재승인 거부 때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엠비엔은 방통위가 재승인 조건으로 내건 17개 약관 가운데 3가지 약관을 두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지난 2월 이들 조건을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엠비엔이 문제 삼은 약관은 △업무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10번) △공모제도를 시행해 방송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 선임(13번) △2020년도 소각한 자기주식 금액 이상으로 자본금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출하도록 하는 조건(15번) 등이었다.

 

법원은 지난 3월 엠비엔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엠비엔이 불복한 3가지 조건 가운데, 10번과 13번은 엠비엔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15번은 그러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본안 재판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회사 임원들이 최초 엠비엔 종편 인허가 과정에서 허위 재무재표를 만든 혐의 등으로 최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며 “원래대로 하면 (종편) 승인 처분이 날 수 없는데 승인이 됐고, 방통위가 승인 취소 대신 재승인을 하며 이런 조건을 단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했을 때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앞서 엠비엔이 2011년 종편 설립 과정에서 자본금을 불법 충당하고 회사 재무제표를 허위 작성한 사실은 2019년 8월 <한겨레>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이후 이 회사 임원들과 법인은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 6월 형이 확정됐다.

 

이날 판결 직후 전국언론노조 엠비엔지부는 입장문을 내어 류호길 엠비엔 대표의 퇴진과 사장공모제 실시를 촉구했다. 엠비엔지부는 “방통위 조처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불법 자금모집과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문제 당사자가 여전히 대표와 경영진으로 있으면서 관련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사장공모제를 실시하라는 규정이었다. (패소 판단을 받아들이는 취지에서) 류호길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책임있는 경영진의 자세”라고 주장했다.

 

엠비엔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엠비엔 관계자는 “판결문 내용을 확인한 뒤,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입장도 그 때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언론학자들은 이번 법원 판결을 두고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이번 판결은 방통위의 부관 부과 처분이 정당했다는 점은 물론,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한 엠비엔에 대한 최초 종편 승인처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엠비엔에 대한 최초 승인처분은 이명박 정권 때 이뤄졌다. 최민영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