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표 이력논란·'강제성 누락' 추도사 등에 대응 자제 모습

한일관계 관리 위한 고육책인듯…전문가 "타협적 자세보단 단호한 입장 필요"

 

사도광산 내부로 들어가는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 =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뒤 광산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11.25

 

 

일본이 사도광산 추도식을 진정성 없게 치른 것을 넘어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불참했음에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우리 외교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 당일이던 24일 주한일본대사관, 25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의 입을 통해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데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의 불참이 '아쉽다'는 의미인지, '불만이다'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 곧 확인된다.

하야시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한국 측이 자체 추도식을 연 것과 관련해 "한국 측이 (일본) 현지 관계자가 정중하게 준비해 개최한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열기로 한 경위에 비춰볼 때 행사 대응이나 그 내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대응을 요구하는 취지로 한국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에 약속한 노동자 추도식이 취지대로 치러지지 않아 한국이 불참했는데도 이처럼 적반하장으로 나올 뿐 반성하는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추도식장에 놓인 빈 좌석을 치워달라는 한국의 요청에도 불참을 부각하려는 듯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은 대외적으로 대응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일 저자세로도 읽힐 수 있는 외교부의 이런 신중한 대응은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싼 한일 간 이견 전반에서 나타났다.

일측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의 극우 성향 등이 불거졌을 때도, 일본 추도사에 강제성이 결여됐을 때도 외교부는 한 번도 직접적으로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추도식 불참을 결정했을 때도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했다"고만 밝혔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당초 추도식 참석자로 발표된 직후 참의원 취임 후인 2022년 8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보도했던 교도통신은 이날 오보라며 정정보도를 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추도식 불참 결정은 제반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를 떠나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 한일이 대립하는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인물이고, 한국 입장이 관철되지 않은 추도사 등 전반적인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기인했다는 취지다.

외교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에 대해 추도식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는 추도식 논란이 한일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쪽' 사도광산 추도식 개최= 24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에서 한국 정부 대표자와 관계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2024.11.24 

 

정부는 전날 사도광산 추도식을 별도로 여는 데 대해 "과거사에 대해 일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면서도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냈다.

역사문제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일본의 잘못에 대한 지적은 없었고 한일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만 재확인한 것이다.

작년 3월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하며 어렵게 물꼬를 튼 한일관계가 북핵 위협과 내년 미 행정부 교체를 앞두고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고육책이겠지만, 건강한 한일관계를 위해선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역사인식과 관련해 일본에 타협적 자세보단 단호한 입장 표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역사문제 관련해서 한국이 양보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라는 걸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고베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대일외교는 과거사나 영토 쟁점 등을 무시할 수 없다"며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합 김지연 기자 >

 

사도광산 추도식 2주 전 부랴부랴 피해자에 연락한 윤정부

‘우선순위’ 피해자에 정보 알릴 의지 의문
등기우편 일방적 발송…확인 못 한 유족도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뒤 광산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이 개최되기 2주 전에야 행사 참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와 접촉한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추도식 날짜 등 일본 쪽 요구는 대폭 수용하는 협상을 하면서, 정작 피해자는 들러리 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4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도광산 관련 공문들을 보면,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에 사도광산 피해자와 유족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행안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7일 피해자 정보를 외교부에 제공해도 되는지 묻기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를 152명의 사도광산 피해자 및 유족에게 발송했다. 결과적으로 사도광산 피해자 및 유족들 전체 명단을 파악하는 작업이 추도식(11월24일)을 17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

행안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의 개인정보를 종합해 관리하는 정부부처다. 외교부가 사도광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추도식 참석 관련 정보를 제공할 의지가 있었다면 행안부와 적극적으로 접촉해야 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피해자 및 유족 정보를 달라고 행안부에 요청한 뒤 “(명단과 연락처 등의 정보를 주려면) 피해자와 유족들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필요하다”는 행안부 답변을 8월6일에 듣고도 지난달 28일 재차 공문을 보내기 전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일본과 협상에서 사도광산 추도식 날짜가 11월24일로 정해졌다. 외교부가 공문을 보낸 시기(10월28일)는 교도통신에서 추도식 날짜가 11월24일로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10월29일) 불과 하루 전이다. 추도식 일정이 확정되자 외교부가 급히 행안부에 피해자 및 유족 정보를 요청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유족들의 추도식 참여 의사를 타진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했지만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정부가 유족들을 접촉하는 방식도 형식적이었다. 행안부는 피해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외교부에 제공해도 좋을지 묻는 동의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우편물을 받아 본 일부 피해자 및 유족들은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피해자 및 유족 152명 중 22명만 정보제공에 동의했고, 이 중 11명이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부의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일 처리 때문에 피해자들 일부는 사실상 추도식에 참석할 기회도 받지 못한 것이다.

조정식 의원은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은 윤석열 정권의 굴종 외교가 초래한 외교 대참사”라며 “윤석열 정권은 대일 굴종 외교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신형철 기자 > 

오세훈 이어 조은희까지…명태균 게이트 끝은?

● COREA 2024. 11. 26. 04:3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오세훈, 조은희도 공천 개입 의혹…명태균 모두 부인 
"오세훈, 13회 여론조사에 비용 3300만원 대납시켜"
명태균 "조은희가 나한테 영남의 황태자라고 했어"

강혜경 "정치인들 명태균 모른 척해 꼬리 자르지 마"
사세행 "명태균, 윤석열 대통령 통해서 부정 청탁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경남 사천시 은성중공업에서 열린 '서울 한강버스 진수식'에서 인사말 중 직원 노고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1.25. 연합
 

'명태균 게이트'로 여당 정치인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다. 이번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법 위반 의혹과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의 공천개입 의혹이다. 시민단체까지 나서 고발하고 있지만, 관련자들은 여전히 모르쇠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 종합실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 등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세행 김한매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씨의 부정 청탁과 사적 채용으로 공천 개입과 국정농단이 밝혀져 온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며 "윤석열의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검찰이란 것이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통해 증명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미 명 씨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위해 여론조사를 13차례 했다"며 "오 시장은 이에 대한 비용 3300만 원을 오랜 후원자인 사업가 김모 회장에게 대납시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 시장은 3300만 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정치자금법에 정한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기부받았다"며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매 대표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 종합실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 등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4.11.25. 김민주 기자
 

<뉴스타파>에 따르면 오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모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전후로 총 3300만 원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

김 회장은 3300만 원을 총 5차례에 걸쳐 계좌로 송금했는데 4차례는 단일화 성공 전에, 나머지 1차례는 단일화 성공 후에 전달했다. 5차례에 걸쳐 입금된 돈은 오 시장 여론조사 대가였다는 게 명 씨와 강 씨의 일치된 증언이다.

과거 철강회사를 운영한 김 회장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오 시장에게 개인최고 한도액인 500만 원을 후원하는 등 오 시장의 고액 후원자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오 시장이 공식 정치자금으로 지급했어야 할 비용을 김모 회장이 '대납'했다는 의미"라며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를 우려해 미래한국연구소 계좌가 아닌 강 씨의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혜경 씨가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 모 회장로부터 송금 받은 3,300만원의 입금 내역. 2024.11.22. 뉴스타파
 

강 씨는 인터뷰에서 "오세훈 여론조사 비용이 100% 들어온 것은 아니고 일부만 받았다"면서 "김 회장이 보낸 3300만 원은 명태균 가족의 생활비나 미래한국연구소 운영자금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이 입금한 내역과 이후 자금 사용처 증빙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은 불법 정치자금이 될 수 있는 만큼, 검찰은 조만간 김 회장을 소환한 뒤 이어서 오 시장에 대한 조사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타파는 "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명 씨는 이후로도 수시로 김 회장에게 연락해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면서 "강 씨는 '어쩌면 김 회장님도 명태균으로 인한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 실행 날짜와 오세훈 시장 최측근 스폰서로 알려진 김 모 회장이 강혜경 씨 개인계좌로 돈을 보낸 날짜. 2024.11.22. 뉴스타파
 

오 시장의 '명태균 게이트' 관련 혐의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총 25건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명 씨는 오세훈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는데, 조사 때마다 로데이터(원본 데이터) 파일이 별도로 작성된 사실도 확인된다. 그간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등을 통해 밝혀진 대로 로데이터로 여론조작을 해 실제 선거에 활용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2024.10.23. 연합
 

강 씨는 이날 오전 11시 15분쯤 10번째 소환조사를 위해 창원지검에 출석하며 '오 시장이 (명태균을) 모른다고 꼬리자르기 한다'고 말했다.

<뉴스1>에 따르면 강 씨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언론 쪽에서 거론되는 정치인들이 명태균 씨를 자꾸 모른다고 하시는 데 (명 씨의) 도움 많이 받으셨다"며 "사실대로 좀 인정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강 씨는 "오세훈 측에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히 갔다고 생각한다"며 "이게 한두 번이면 그냥 우리가 보고 참고용으로 할 건데 13번의 자체 조사가 있었고 공표 조사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데 우리끼리 보려고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명태균이 조은희도 만들고 김영선도 만들었다"

오 시장 사건뿐 아니라 명 씨가 2022년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의 서울 서초구갑 보궐선거 경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터져나오면서 주말 사이에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4일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명 씨는 강 씨에게 "만약에 결선투표 가면 조은희하고 이혜훈, 그렇게 했을 때 누구를 지지하느냐 그 문항을 하나 더 집어넣고요"(2022년 2월 8일 통화 녹음)라고 했다. 서울 서초갑 경선에 대한 여론조사 문항을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해당 녹취에서 강 씨는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선관위가 당원 명부 안심번호 입수 경위를 물을 거'라고 하자, 명 씨는 걱정말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명 씨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아까 조은희 전화 왔더라고.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십니다'…'대통령 내외분께서 대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2022년 6월 통화 녹음)라고 했다.

민주당은 명 씨의 서초갑 보궐선거 경선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를 공개하며 "명 씨가 조 의원에게 당원 명부를 받아서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21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광역시청에서 열린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4.10.21. 연합
 

한편 사세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 씨가 윤 대통령과의 인맥을 악용해서 경북 지역 사업가 조모 씨의 아들을 부정 청탁한 대가로 채무 1억 원을 면제받았다며 명 씨와 사업가 조 씨를 고발했다. 명 씨에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적용했다.

김 대표는 "조 씨의 아들은 대통령 인수위 실무위원에 재직했다"며 "현재는 대통령실 6급 행정직으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들의 부정한 청탁이 반복되면 기관장에 신고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청탁금지법 위반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김학의 성접대'를 '불법 출금'으로 되치기한 검찰


간교한 프레임 전환과 보복수사, 법정서 안 통해
차규근‧이광철‧이규원‧이성윤, 항소심 전원 무죄
"긴급 출국금지는 절차상 위법" 1심 판단 뒤집혀
이규원 1심 일부 유죄 '허위 서류' 부분도 무죄로

"검찰개혁에 깡패처럼 보복한 윤석열, 입장 내야"
"이재명 사건과 공통점…법원이 바로잡을 수 있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25 [공동취재] 연합
 

'별장 성접대 사건'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그를 끝없이 비호했던 부패 검사들을 단죄하기는커녕, 거꾸로 '김학의 출국금지'가 불법이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던 윤석열 검찰이 항소심 법정에서 완패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표적 수사와 억지 기소를 남발한 정치검찰이 사법부에 의해 철퇴를 맞은 격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11-3부(박영주 박재우 김영훈 부장판사)는 25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는 "긴급 출국금지는 상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순 없다"고 판시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긴급 출국금지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며 그 정당성을 분명하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의 경우 1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단돼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지만 이번에 전부 무죄로 뒤집혔다. 동일한 사건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며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별도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이미 지난 1월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엮여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했던 검찰개혁파 인사들이 지난 2021년 4~7월 기소된 이래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전원 결백을 인정받은 것이다. 검찰은 차 의원과 이 대변인에게 각각 징역 3년, 이 전 비서관과 이 의원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1.25. 연합
 

서울고법 형사11-3부 재판부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던 차 의원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출입국 알람 설정을 해놓게 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해외 도피 가능성이 제기돼 출입 금지가 논의되던 김 전 차관의 입출국을 적시에 파악하려면 알람 설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무단 수집 혐의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처리자이지, 차 의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에게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불법 조회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도 "출입국본부장의 정당한 업무 행위"라고 했고, 가장 큰 쟁점이었던 긴급 출국금지 승인 혐의 역시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2019년 3월 22일 김학의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 할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이던 이 대변인은 김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과거 사건번호로 작성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해 출국을 막고, 사후 승인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사 번호를 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및 공용서류 은닉 혐의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대리인 자격을 도용해 승인요청서를 작성한다는 인식 및 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김학의 성접대·뇌물 수수' 혐의 재판과 '김학의 불법 출금' 혐의 수사 및 재판을 모두 맡았던 이정섭 검사. YTN 뉴스 영상 캡처.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28일 오후 처남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한 탄핵 심판 2회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2024.5.28. 연합
 

항소심 결과에 대해 이광철 전 비서관은 페이스북에서 "2019년 3월 22일 이후 5년여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긴급 출금은 위법하나 직권남용은 아니라고 한 1심의 판단이 아쉬웠는데, 오늘 항소심은 긴급출금 자체가 적법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준희 검사의 이른바 공익신고를 빙자하여 관할도 아닌 이정섭 검사가 있는 수원지검에 보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과거사 정리 작업에 보복한 윤석열은 오늘 판결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수사권을 갖고 깡패들처럼 자기 수하들에게 사건을 보내 보복하게 한 윤석열 패거리들의 행태에 당시 패거리 두목격인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답변 기다린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아울러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관련해 고초를 겪었던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이광철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 총괄간사, 이규원 대변인의 2심 무죄 판결도 환영한다"며 "두 사건 모두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주축인 일부 정치검사들의 먼지털이식 수사, 무리한 기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힌 것이다. 중형 선고를 간절히 바라던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제 하늘을 보고 짖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이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워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사법부는 이를 물리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오늘 증명됐다"며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역사는 더디지만 반드시 진보한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의혹 앞에서는 애완견이 되고, 그들의 정치적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사나운 사냥개가 되는 정치검찰의 시대도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민주당이 공개한 검찰 1‧2‧3차 김학의 수사팀

세번째 특검법, '윤거부권→재표결 부결→폐기' ?

'민생법안은 뒷전' 우려도…AI기본법·단통법 폐지안은 처리 전망

 

야당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 단독 처리 =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4.11.14 
 

 연말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의 샅바 싸움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본회의에선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이 예상되고, 상설특검과 검사 탄핵 등을 놓고 여야의 첨예한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거부권→재표결→폐기' 되풀이 전망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의 재표결을 28일 본회의에서 추진할 방침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특검법도 동일한 패턴으로 지난달 4일 재표결에서 부결·폐기된 바 있다.

이번 특검법도 기존의 전철을 다시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야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재표결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여권의 이탈표 8표 이상이 필요하다.

당초 야권에선 당정 갈등과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여권의 이탈표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反) 이재명' 기조 아래 여권이 결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오히려 192석의 범야권에서 특검법에 반대하는 이탈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일각에서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 건의와 재의결 저지를 당론으로 정하며 사실상 '단일대오'를 구축했고, 이탈표 없이 특검법이 부결될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태세다.

민주당은 이번에 특검법이 또 폐기되면 곧바로 네 번째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한 수정안을 지난 14일 통과시킨 것인데, 이마저 폐기되면 윤 대통령과 여당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담 마치고 대화하는 한동훈-이재명 대표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4.9.1 
 

◇ 野 '檢 탄핵·상설특검' 압박…與 "방탄 멈춰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과 별개로 검사 탄핵과 상설 특검, 국정조사 카드로도 여권을 거세게 압박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건희 씨를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 2부장에 대한 탄핵안을 28일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는 만큼 29일 본회의도 열자는 입장이지만, 추가 본회의가 불발돼도 검사 탄핵안을 또 내겠다며 여당을 압박 중이다.

민주당은 상설특검 후보 추천 때 여당을 배제하는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도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회의 개의권을 쥔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위해 안건 상정 시점을 다음 달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

우 의장은 여야에 채상병 국정조사 특위 위원 명단을 오는 27일까지 내달라면서도,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 시점을 '이번 정기국회 내'로 언급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그간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고려해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10일 전까지 최대한 여당의 참여를 끌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 같은 야당의 공세에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차단막을 펴고 있다.

우선 검사 탄핵에 대해선 이 대표 유죄 선고에 대한 보복성 '방탄 탄핵'으로 규정했다.

상설특검 규칙 개정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행정부를 옥죄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채상병 국정조사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아직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수용 불가'로 맞서고 있다.

채해병 국조특위 요청하는 우원식 의장 = 우원식 국회의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채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양당에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22 

 

 

◇ 끝없는 대치 정국…민생법안 처리 난망 우려도

여야의 대치 정국에 민생법안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 모두 이번 본회의에서 최대한 많은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입을 모으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한 법안으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 처리된 'AI(인공지능) 기본법 제정안'과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안' 정도가 꼽힌다.

여당은 당론 발의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 처리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야당이 '52시간제 특례조항'과 '보조금 직접지원' 등에 난색을 보여 이번 본회의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법 제정도 추진 중이지만, 여당이 반대하는 만큼 일단 자영업자·소상공인 보호 방안을 담은 전자상거래법과 유통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또 양곡관리법(양곡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농업4법' 처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양곡법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양곡법 등 농업4법을 지난 21일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한 바 있어 여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 연합 설승은 최평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