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로 올라서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중 한국을 비롯한 3개국만 올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경제 규모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 겸 뉴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을 소개했다.
홍 부총리는 "IMF가 주요 20개국(G20) 중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국가로 한국을 포함한 8개국을, 선진국 중에선 3개국만 지목했다"고 인용했다.
IMF는 올해 GDP 회복력이 가장 좋은 국가로 미국을 꼽았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100으로 잡았을 때 올해 미국 경제 전망치는 102.7이다. 한국은 102.6, 호주가 102.0으로 뒤를 따른다.
홍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가장 강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선두그룹 국가 중 하나임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IMF가 세계경제가 지난해 -3.3%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6.0%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은 지난해 -1%에 이어 올해 3.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데 대해선 "한국이 지난해 선진국 중 역성장 폭을 가장 최소화한 국가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년을 비교 기준으로 보는 GDP 성장률 개념을 감안하면 한국은 지난해 역성장 폭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 전망이 낮게 설정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 교역국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외 의존도(2020년 기준 60.1%)가 높은 우리나라는 최근 세계경제 회복세 강화에 따른 최대 수혜국 중 한 곳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는 앞으로의 경기흐름을 두고 "최근 수출·생산·심리 등의 지표 개선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 경제는 분기 기준으로 상반기 중 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라며 "1, 2분기 연속 0.6%씩 성장할 경우 올해 2분기 GDP가 지난해 4분기를 상회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경제규모는 2019년 기준 12위였으나 지난해 브라질과 러시아를 제치며 10위로 올라섰다. 1인당 GDP는 3만1천497달러로 이탈리아(3만1천288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한국과 일본, 중국, 이탈리아, 미국 등 9개 국가 410명의 법률전문가들이 지난 1월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은 “국제법의 미래를 여는 역사적인 판결”이라는 공동 선언문을 7일 발표했다. 온라인 기자회견 갈무리.
한국과 일본, 중국, 이탈리아 등 9개 국가 410명의 법률 전문가들이 지난 1월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은 “국제법의 미래를 여는 역사적인 판결”이라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각각의 서명이 담긴 ‘국제법률가 선언문’을 이달 21일 ‘위안부’ 피해자들의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을 선고할 예정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률가들은 7일 온라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배상을 선고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국가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최후의 구제수단이 국내(자국) 재판인 경우 재판 받을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면제(주권면제) 적용을 인정하지 않은 이번(올 1월8일) 판결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발전하고 있는 국제관습법에 합치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즉각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면제는 ‘타국의 주권 행위는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을 말한다.
일본의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법원의 판결은 국가로부터 침해당한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단을 부여한 것”이라며 “법률가로써 이것을 사회에 전달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선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달 21일 선고가 예정된 ‘위안부’ 피해자 쪽 대리인을 맡은 이상희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국제질서의 무게중심을 국가에서 인간으로 옮기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9개 국가의 변호사 334명, 연구자 76명 등 모두 410명이 참여했다. 일본에서만 192명이 동참했다. 또 한국 법원에 앞서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이탈리아의 이른바 ‘페리니 사건’을 담당한 요아힘 라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법원은 지난 200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강제노역을 당한 이탈리아인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소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이 뜨겁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불법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계기로 두 기관이 이첩 사건 기소권한을 두고 강하게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이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수처에서 ‘특혜 조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공수처를 강제수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공수처의 탄생은 태생부터 검찰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수사 현안을 둘러싼 갈등뿐만 아니라,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고 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설치한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두 기관의 갈등 양상을 보면, 이런 구조적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의 진짜 이유는 뭘까요?
준비 안 된 이첩 세부안
두 기관의 갈등 원인으로는 우선 공수처법의 모호한 규정이 꼽힙니다. 공수처법에는 이첩한 사건의 기소권을 어느 기관이 갖는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공수처와 검찰이 이첩 사건의 기소권을 두고 다투는 이유인데요. 공수처법에는 공수처가 검사와 판사 등 고위공직자의 혐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첩한 사건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공수처는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더라도 기소권한은 공수처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사, 판사 등에 대한 기소권이 공수처에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검사 연루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면서 ‘수사완료 뒤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통보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다릅니다. 사건이 이첩된 이상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의 ‘조건부 이첩’에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라는 반발이 나오고 이는 상황입니다.
세부안을 마련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수처 출범 전부터 수사 기관 간 사건 이첩 조항이 조율되지 않으면 사건 이첩 시기와 수사 주체 등을 두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었습니다. 공수처는 지난달 29일 검·경과 첫 삼자 협의체 회의를 열어 ‘검사 사건을 검찰에 이첩할 경우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자체 사건·사무규칙을 전달했지만 검찰은 반대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가진 권한을 조정하는 과정이 단순한 기관 간 협의로 끝날 문제는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제가 있는 이첩 조항의 정비 없이 공수처가 출범해서 갈등이 발생한 것”이라며 “구속력 있는 이첩규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기관 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고 짚었습니다.
공수처 수사팀 진용이 꾸려지지 않은 점도 검찰과의 갈등 요인으로 꼽힙니다. 수사팀이 꾸려졌다면 자체 수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불거졌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진욱 처장의 부적절한 처신
김진욱 공수처장의 부적절한 처신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공수처의 핵심 가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인데, 본격적인 고위공직자 수사에 나서기도 전에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것은 김 처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는 김학의 사건의 피의자인 이성윤 지검장을 조사하면서 처장 관용차를 제공하고, 영상녹화나 진술조서를 남기지 않아, ‘특혜 조사’ 논란을 불렀습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공수처 차장과 수사관들이 수사할 수 있었던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것 자체가 문제였고, 이첩했다면 검찰에 맡겨두면 될 것을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라는 조건을 달아 공수처가 더 우습게 됐다”며 “수사 대상자에게 관용차까지 제공해 논란만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에서는 김 처장 스스로가 공수처를 검찰과의 갈등 구도에 가뒀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 처장이 지난 2월8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첫 회동 당시 기자들과 만나 한 발언이 대표적인데요. 그는 당시 “검찰과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검찰과 경쟁’이라는 문구에 대다수 언론이 주목했습니다. 공수처장 스스로가 각자 수사 영역이 다른 공수처-검찰을 경쟁 관계라는 프레임 안에 가둔 것입니다.
지난 1월21일 열린 공수처 현판식. 공동사진취재단
개혁에 따른 검찰 반발
개혁에는 반발이 따릅니다. 한 중견 법조인은 “우리나라에서 기소권을 가진 두 개의 태양(수사 기관)이 공존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생각이 깔린 질문이었습니다. 검찰이 김진욱 처장을 비롯해 연일 공수처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검찰개혁 목적으로 탄생한 수사 기관 ‘흠집 내기’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는 쪽(검찰)과 빼앗으려는 쪽(공수처)의 다툼과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6조(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가 규정한 기소독점주의는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만든 ‘절대 반지’였습니다. 기소독점주의는 검사가 특수한 사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소권 행사의 공정을 기하려는 취지로 형성됐지만, 검사동일체 원칙과 기소편의주의(검사는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와 결합해 검찰권 남용이란 폐해를 낳았습니다. 누군가를 기소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은 없던 간첩을 만들고 살아있는 권력도 뒤흔들 막강한 힘이었습니다.
공수처의 탄생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는 신호탄이었습니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 견제하고 정치권력의 영향으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기 시대적 사명을 안고 공수처가 출범했습니다. 검찰 권력과 정치권력을 겨냥한 새로운 수사 기관의 탄생은 반대로 견제와 공격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변호사는 “본격적인 수사도 시작 안 한 공수처가 지금처럼 계속 논란의 중심에 선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좌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공수처-검찰 갈등은 ‘이제 시작’
법무부는 사건이첩 범위와 기소권 등을 둘러싼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에 ‘두 기관이 협의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법무부는 ‘김학의 사건의 검찰 재이첩과 관련해 수사와 기소 분리 이첩이라는 공수처 입장에 동의하는가’라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의 질의에 지난달 19일 “특정 사안에 대한 이첩 여부와 범위는 공수처와 검찰이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회신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설치된 수사기관”이라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법조인들은 하루빨리 구속력 있는 이첩 조항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통령령으로 일반수사준칙을 제정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 기관에 구속력을 갖게 한 뒤, 공수처가 준칙에 준하는 내부수사규칙을 만들면, 수사 기관 간 공통의 규범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양홍석 변호사는 “공수처가 만든 내부규칙은 다른 기관에는 효력이 없다. (공수처) 수사 시작 전 이런 규칙들을 협의해야 하는데 잘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당장 1호 수사 개시보다 이첩 조항을 정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이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공수처 앞에는 스스로 공정성 시비를 해소하고, 수사력 논란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수처 출범을 반대해온 검찰과 야당의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습니다. 고위공직자와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수사 기관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혹독한 검증 과정이 잘 버텨내야 합니다. 불완전한 법 조항을 정비하고, 수사 기관 간 견해차를 중재해야 할 정부·여당의 역할도 큽니다. 옥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