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윤호중 원내대표에 "협상 깨라" 압박

당 지도부는 언론법안 속도전 국면전환 모색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기로 한 여야 합의를 두고 후폭풍에 직면했다. 당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다.

 

이른바 '문자폭탄' 등 강성 당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친문 당심에 민감한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비판 대열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서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법사위를 야당에 내주는 것을 당원과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당에 합의 재고를 요청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합리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법사위 원래의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선행한 뒤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전날 밤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다만 이낙연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간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파열음이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법사위 개혁에 논의가 집중돼야 한다"며 "청와대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여당으로서, 국회 5분의 3을 채우도록 선택받은 정당으로서 야당과의 협치보다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정치가 더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지금 합의안은 법사위 기능을 전면적으로 고치는 것도 아니면서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는 것"이라며 "이후 우리가 추진하려는 여러 입법이 오히려 발목 잡히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호중 원내대표를 겨냥, "잠자코 법사위원장을 하고 있었으면 내년 후반기 개원협상 때나 벌어질 일"이라며 "법사위의 월권을 실질적으로 빼버리는 협상안을 국민의힘이 못 받겠다면 '진정한 법사위 개혁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협상을 깨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는 분출하는 반대 목소리에도 번복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다.

 

동시에 '개혁입법 속도전'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8월 국회에서 문체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안을 담은 언론중재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을 넘겨줘서 모든 개혁법안이 좌초될 것처럼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언론중재법은 상임위에서 속도를 내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제주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언론중재법 처리 방향과 관련, "내일 법안소위가 열릴 것"이라며 "각 상임위에서 내실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뒤집어씌운 독주의 족쇄를 벗어던진 만큼 더욱 과감히 수술실 CCTV 법, 공정한 언론생태계 조성 입법, 사법개혁과 2단계 검찰개혁 입법, 한국판 뉴딜, 부동산투기 근절 입법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강경파에서는 2단계 검찰개혁 과제에도 속도를 붙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늦었지만 검찰개혁을 완수할 시간임이 아주 분명해졌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 후반기 국민힘 양보에...추미애 "잘못된 거래, 철회를"

"법사위원장 '야당 양도' 잘못, 당리당략 아닌 국민 먼저 생각해야 "

 

추미애, 대전서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가 7월 22일 대전시 서구 대전시의회에서 대전·충남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는 25일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여야 합의와 관련,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야당 양도 합의의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였다고 하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여야는 지난 23일 법사위원장을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계속 맡되 후반기에 야당인 국민의힘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상임위원장 재배분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바 있다. 여야는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고,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에 대해 추 후보는 "별도의 전문가로 구성한 기구를 구성해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의 법체계와 자구를 심사·보완하는 심의기구를 두자"며 "정부의 법제처 같은 체계·자구 전문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법사위 권한을 사법 관련 업무로 한정해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을 촉구하면서 "후반기부터 이를 시행하도록 준비하고 국민의 대의성을 반영하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후보는 "법사위가 체계 자구 심사를 빌미로 법안 상정의 발목을 잡는 구실을 해왔고, 그래서 여당은 법사위원장을 지키려 하고 야당은 기어코 빼앗으려고 했다"며 "법사위가 어느 당의 흥정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국회도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상왕 법사위' 손질 속도…"정기국회 전 반드시 처리“

 

"거래 3인방" 박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7월 23일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는 전제 조건으로 여야가 합의한 '법사위 월권' 방지 작업에 본격 속도를 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여야 합의대로 정기국회 이전인 8월 25일 본회의에서 법사위의 '상왕' 기능을 없애는 방안을 담은 국회법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내달 국회법 처리를 위해 국회법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 논의부터 빠르게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법사위에 오른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이고,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심사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국회법을 손질하기로 합의했다.

 

또, 국회법에 명시하지는 않지만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땐 장관이 아닌 차관이 참석하게 하고, 60일이 경과한 법안은 지체없이 소관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는 '신사협정'도 맺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신사협정을 한 부분도 국회법에 명문화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이 반대했다"며 "야당이 신사협정을 어기면 이 부분을 명시해 법 개정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내에서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 등엔 법사위원장을 넘긴 것에 대한 비판과 입법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당 지도부와 대선 경선 주자들엔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정청래 의원은 앞서 "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용민 최고위원도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 죄송한 마음을 개혁 의지와 추진력으로 승화시키겠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입법 동력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넘기는 것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법사위원장의 법안 '발목잡기'인데, 이번 합의는 국회법 개정이 전제돼있고 의석수도 170석이 넘는 만큼 얼마든지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내린 불가피한 용단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후 가장 아쉬운 점으로 법사위원장을 내준 점을 꼽으면서도, "안전장치를 다 마련했다. 상원, 상왕 노릇 하던 법사위와 법사위원장을 더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 독식구조가 해소돼 그동안 의회 독재, 입법 폭주라는 말이 부담스러워 적극 추진하지 못한 언론·검찰개혁에 대해 족쇄를 벗어버리고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임위원장 재배분 갈등이 길어질수록 국회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엔 부담"이라며 "'입법 독주' 프레임도 내년 대선에서 득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후반기 국민힘 양보에 민주당원들 강한 반발

"법사위 내주고 무슨 개혁?"… 여 '당원 문자폭탄'

 전국민 재난지원금 무산에도 당내에서 볼멘소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회 원구성 협상 타결과 2차 추경 합의처리에 따른 당내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6월부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는 합의에 대해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24일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법사위를 내주고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법사위가 야바위 흥정 대상이 될 정도로 가볍나", "의원총회에서 법사위를 넘기는 것에 찬성한 의원 104명 명단을 공개하라", "당대표는 사퇴하라" 등의 항의 글이 이어졌다.

 

민주당 인스타그램 최근 게시물에는 "법사위를 왜 넘겨주나요? 너무 황당하네요",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넘긴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당장 내려와라", "이러라고 180석 주고 지지한 것 아닐 텐데요. 이 무슨 삽질인가요? 당 해체하세요", "법사위에 재난지원금 88%까지, 참 일 못 한다" 등 비판 댓글이 수백개가 달렸다.

일부 강성 지지층은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 지도부와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등 대선경선 주자들에게도 '문자폭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업무방해를 그만하라. 법사위를 야당으로 넘기지 말게 해 달라는 것인데, 문자폭탄 선동을 계속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자제를 호소하는 글을 남겼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열성 당원들의 지지세가 높은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 죄송한 마음을 개혁 의지와 추진력으로 승화시키겠다"고 쓰기도 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국민의힘이 고안한 '거대여당 독주' 프레임을 깨고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깊은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을 당원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당론으로 추진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기획재정부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소득하위 88% 지급안'으로 후퇴한 것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재명 지사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소득상위 12%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어려울 때는 콩 한 쪽도 나눈다고 하는데 얼마나 섭섭하겠느냐. 연대 의식이 훼손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SNS에서 "전국민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대단히 실망스럽다. 여야정이 흥정하듯 숫자를 더하고 뺐을 생각을 하니 화가 날 뿐"이라며 "당이 정부·야당 반대를 핑계로 삼아 너무 쉽게 손을 놓은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송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추경 협의 과정에서 접한 재정당국의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진욱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끝내 재정당국과 야당을 설득해내지 못해 송구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께 지원금을 드리고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고 폭넓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야 상임위원장 재배분 협상 타결

민주당 11 국민의힘 7 상임위 합의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3일 상임위원장을 국회 의석수대로 분배하고 법제사법위원장은 여야가 2년씩 나눠 맡기로 합의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 끝에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문을 연 21대 국회가 1년2개월 만에 제모습을 찾으며 뒤늦게 협치의 시동을 걸게 된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두 차례 회동을 이어간 끝에 원구성 협상을 타결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인 내년 5월까지 민주당은 운영위, 법제사법위, 기획재정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행정안전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은 정무위, 교육위, 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예산결산특위 등 7개 상임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법사위원장은 21대 국회 전반기 2년은 민주당이, 후반기 2년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하는 절충을 통해 오랜 갈등을 해소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이 맡고 있는 법사위원장 자리는 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으로 넘어간다. 여야는 이와 함께 그동안 국회 안에서 상왕·상원 노릇을 하던 법사위를 개혁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 법사위의 기능을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나 문구가 적정한지를 따지는 ‘체계자구 심사’로 엄격하게 한정하기로 한 것이다.

 

법사위는 그동안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을 받아 본회의로 올리기 전 체계자구 심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손질하는 월권을 행사해 ‘상왕·갑질 상임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야는 또 법사위의 심사기한 초과 시 다른 상임위가 본회의 부의를 요청할 수 있는 기간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입법 길목에서 과도한 권한 행사로 사실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본질까지 바꾸는 역할을 함으로써 항상 시한폭탄 같았던 법사위의 힘을 빼고, 위원장 자리를 여야가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4월 총선 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상태로 일방통행되던 21대 국회 원구성은 정상화됐다. 국민의힘은 통상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던 관행을 들며 4·15 총선 참패 뒤 법사위원장을 요구해왔지만, 여당이 거부하면서 협상은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이후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자 국민의힘은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 자리도 거부하며 국회 파행은 장기화했다. ‘여당 독식’의 원구성으로 21대 국회는 주요 법안 처리 때마다 ‘기립 표결’ ‘야당 패싱’ 등 논란을 낳으며 협치의 정신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는 민주당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결국 여야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국회 운영을 정상화하면서 새로운 협치의 시작을 알렸다. 여야 합의 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 기능을 조정하고 개선해 정상적인 상임위가 될 수 있는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여야가 더욱더 협력해서 통큰 협치를 이뤄나가는 데 함께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가 협치의 장으로서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여당이든 야당이든 협조하는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운영돼 국민에게 좋은 정치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인터넷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날 판결로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 것은 물론 한동안 선거 출마 자격도 잃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지사는 ‘댓글 조작’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당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가동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와, 2017년 대선 뒤 드루킹과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같은 해 말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였다.

 

1심은 김 지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댓글 조작 혐의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댓글 조작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재판에서는 2016년 11월9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출판사에서 이뤄진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관했는지와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를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앞서 2심은 “(댓글 순위조작 계획 등이 담긴) 온라인 정보보고 문서들과 댓글 작업이 이뤄진 기사 목록들을 전달받고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김 지사의 묵인 아래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온라인상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사회 전체의 여론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김 지사와 김씨 등 사이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해 공동의 의사가 존재하고, 김 지사가 공범으로 ‘댓글 조작’ 범행에 가담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던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고 조만간 재수감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직선거법에 따라 징역 2년의 형 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김 지사 쪽 변호인은 이날 판결 직후 “거짓을 넘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주리라 믿었던 대법원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며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엄격히 증명돼야 한다는 형사사법 대원칙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날 판결이 형사사법 역사에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특검 쪽은 입장문을 내어 “특정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방식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한 행위에 대한 단죄이며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김경수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은 이제 국민들 몫”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경남도청 떠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경남도청을 떠나며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짧게 밝혔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인 21일 오전 10시50분께 경남도청을 떠났다.

 

김 지사는 도지사 관용차가 아닌 개인차량을 이용해 떠났으며, 관사 짐을 정리한 뒤 수감될 예정이다. 수감일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26일이 유력하다.

 

김 지사는 도청을 떠나기 직전 경남도청 현관에 서서 “안타깝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찾기는 더는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내하겠다. 하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가 벽에 막혔다고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 저의 결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최종적인 판단은 이제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그동안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께, 특히 지난 3년 동안 도정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경남도민들께 진심으로 송고하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가 도청을 떠나는 동안 김 지사 지지자들은 “김경수는 무죄다”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눈물을 흘렸다. 경남도정은 하병필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아서 수행한다. 최상원 기자

 

추후 정상회담 위해 대화 필요성에 공감

최종건 차관 “소마 공사 발언, 상당히 큰 장애”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은 20일 오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을 가졌다. 도쿄/AFP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무산된지 하루 만인 20일 한-일 외교차관이 만났다. 과거사 문제를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고,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문 대통령 관련 ‘망언’에 대해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회담했다. 한일 외교차관회의는 도쿄에서 21일 예정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 맞춰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회담 전 기념촬영에 나선 두 차관은 냉랭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팔꿈치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이날 회담에선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를 다시 확인했다. 모리 차관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국 법원) 소송 문제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한국 쪽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에 최 차관은 역사 문제에 있어 피해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라며 일본 쪽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열린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최 차관은 모리 차관에게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소마 공사의 발언에 대해 재차 항의하고, 일본 쪽이 조속한 시일 내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일본에선 한국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 철회라는 성과에 집착해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됐다고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막판 결정타로는 소마 공사의 망언이 지목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소마 공사의 인사 소식을 전하며, “정기적인 인사이동 체제를 취할 예정이지만 (중략) 사실상의 경질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는 여전했지만 한일 모두 대화 필요성엔 공감대를 이뤘다. <요미우리신문>은 “두 차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외교 당국간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협상을 지속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21일 도쿄에서 열리는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참여하고, 23일 서울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제9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한다. 김소연 김지은 기자

 

‘성적 망언’ 소마 공사, 징계 없이 정기인사 형태로 교체될 듯

 

<마이니치신문> “한국 반발 근거로 한 사실상 경질”

 일본 정부, 공무원법 따른 징계 처분엔 부정적 입장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성적 표현을 써가며 망언을 한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조만간 교체한다는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기적인 인사이동 체제를 취할 예정이지만 한국에서 소마 공사에 대한 반발이 강해진 것을 근거로 한 사실상의 경질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소마 공사 경질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인사에 대해서는 외무상이 (주한일본대사관)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교도통신>도 전날 “일본 정부가 소마 공사를 조만간 인사 이동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상 경질”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소마 공사는 지난 16일 한국의 JTBC 기자와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 나라 관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연 기자

청해부대 집단감염 미스터리

① 엉뚱한 검사키트 사용

② 베일 속 감염경로

③ ‘단순 감기’ 판단 과정

 

2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의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인근 해역에 파병됐던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발생한 최악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군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의 결과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첫 유증상자 발생 뒤 247명으로 급격한 확산에 이르기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20일 34진 전원이 귀국함에 따라 군 당국은 질병관리청 등과 함께 구체적 감염 경로 및 대응 과정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국방부 “항원키트 지참” 지시했는데 해군, 항체키트 갖고 나가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지난 2월 문무대왕함 출항 당시 정확도가 높은 신속항원검사키트 대신 왜 신속항체검사키트를 챙겨 갔는지다. 항체키트는 초기 감염 감별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국방부와 해군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말이 엇갈려 오히려 의문을 키우고 있다.

 

애초 이 문제가 불거진 18일 당시 해군은 “청해부대가 올해 2월 출항할 때는 (개인용) 항원키트가 승인이 안 되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용 항원검사키트와 항체검사키트 모두 이미 지난해 11월 정식 허가가 난 상태였다. 반론이 일자 19일 국방부 쪽은 ‘지난 1월 항원키트를 활용하라는 공문 지시를 내려보냈다.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이 왜 항체키트를 가지고 출항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합참 쪽 설명도 같았다. 하지만 해군 쪽은 20일 ‘국방부 공문은 항체키트 대신 항원키트를 사용하라는 지침이 아니라, 유증상자에 대한 보조검사 용도로 항원키트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공문에는 ‘항원키트 민감도가 50% 이하로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시 업체 주장으로는 항체키트 신뢰도가 80% 이상이라고 했다. 해군 관계자는 “항체키트를 (항원키트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항원키트를 구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항원키트와 달리 항체키트는 과거 감염으로 항체가 형성됐는지를 확인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항체키트로 항원키트를 대체할 필요가 없었다는 해군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항지 감염? 감염 경로 오리무중

 

34진에서 첫 유증상자가 발생한 건 지난 2일로, 문무대왕함이 유류, 식수, 부식 등 군수물품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해역 부근에 기항했던 직후다. 합참에 따르면 문무대왕함은 6월 28일에서 7월 1일까지 10여명이 식수 등을 싣기 위해 하선해 호스 연결 및 담당자와 대화하는 등 일부 접촉을 있었지만 모두 방호복을 착용하는 등 방호규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부식은 콘테이너로 싣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외부 접촉은 없었다는 게 합참 쪽 설명이다.

 

하지만 2월 출항 당시 승조원 전원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시기적으로 기항 직후 유증상자가 발생한 점으로 볼 때 이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졌다는 추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그런 활동을 통해 감염이 이뤄졌는지는 부대가 들어와서 세부적 조사가 이뤄지고 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냉동 상태의 음식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장관 바이러스가 아니라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식품 섭취를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라면서 “접촉의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낮은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감염 경로는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유증상자를 왜 ‘단순 감기’로 진단했나

 

34진에서 유증상자들을 ‘감기 환자’로 판단하고 대처한 점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 중 하나다. 합참 쪽 설명을 종합하면 34진은 첫 유증상자 발생 뒤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감기 증세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부대 내 의료진 소견뿐 아니라 의무사와 원격 화상 진료까지 했는데 모두 감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엑스레이 결과 폐렴 증상이 없었으며 50여명에 대한 항체 검사도 음성이 나온 점도 감기라고 판단한 이유다.

 

항체 검사 결과로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합참은 초기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근거로 ‘항체 검사 음성’을 들고 있다. 초반에 부대원 중에는 미각과 후각 상실을 호소하는 장병이 있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부대 간부들이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합참 쪽은 “후각이나 미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 부대원들이 어떤 증상을 호소했는지, 이를 감기로 판단하는 구체적 과정이 어땠는지도 부대원들을 상대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방위원회 소속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해부대 소속 군인 아버지와의 통화를 공개하며 “고열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데도 부대에선 외부인과 접촉을 안했으니 코로나일 리가 없다며 타이레놀 한두알 주고 버티게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감기 환자’가 늘어나자 34진은 10일에서야 합참에 이 사실을 보고한다. 하지만 15일 승조원 전원에 대한 유전자증폭 검사 때까지 합참 쪽의 구체적 지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합참 관계자는 “행동 내용 지시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국방부와 합참이 20일 국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일부 확인된다.

 

합참은 10일 34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환자 관리 여건 보장을 위해 작전활동 중지 및 입항 준비 지시”를 했다고 보고했다. 첫 폐렴 증상 환자가 14일 현지 병원 입원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15일 다른 장병들에 대한 검사 결과도 같게 나오자 “전원 PCR 검사 등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 대응지침 하달”이 됐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합참의 적극 대응은 확진자가 나온 뒤인 것으로 추정돼,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최하얀 기자

 

사상 초유의 파병부대 중도귀환…국방장관 “책임 통감”

 

청해부대 집단감염 책임론 확산

문 대통령 “안이했다는 비판 못 면해”

국민의힘 “대통령, 대국민사과해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내리고 있다.

 

아프리카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의 승조원 301명 모두가 20일 저녁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5일 6명의 장병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닷새 만이다. 서 장관은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백신 접종 노력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서 장관의 이날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 조처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다”면서도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치료 등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다른 해외파병 군부대까지 다시 한번 살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의 직접적 대국민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책임지고 경질되는 게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에 나눠 타고 귀국한 청해부대 승조원 301명 가운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증상을 보이는 3명을 포함해 14명은 국군수도병원과 국군대전병원에 바로 입원 조처하겠다”고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했다.

 

또 국방부는 301명 모두를 상대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벌여, “확진자는 군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치료하고, 음성자는 군 격리 시설에 수용·관리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귀국 전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체의 82.1%에 이르는 247명이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54명 가운데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군 안팎에서는 청해부대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것은 해당 부대의 초기 늑장 대응과 국방부·합참의 감염병에 대한 방역 무지 등이 결합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또 창군 이후 파병 역사상 집단감염으로 부대가 조기 철수한 경우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외 파병부대 작전 지휘는 합참의장이 책임을 맡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국방부 장관이 지휘를 한다. 서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 실패(2월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28일), 공군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6월9일과 10일, 7월7일) 등 다섯 차례 사과한 데 이어 이날 여섯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앞서 청해부대 승조원 301명은 19일 문무대왕함이 정박해 있던 아프리카 해역 인접 국가의 공항에서 공군 수송기 2대에 나눠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승조원들이 모두 떠난 문무대왕함은 공군 수송기로 현지에 급파된 긴급파견부대(복귀팀)가 맡아 20일 현지 항구에서 출발해 9월12일 진해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미 아덴만 해역에 도착해 대기하던 청해부대 35진 충무공이순신함이 문무대왕함의 임무를 이어받았다. 이제훈 이완 장나래 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