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홍 의원 "전 씨 일가 은닉 상속재산 끝까지 추징해야"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21억원을 사망 후에도 추징할 수 있도록 한 '전두환 재산추징 3'을 대표발의한다고 22일 밝혔다.

3법은 형법·형사소송법·공무원범죄몰수법 개정안으로, 몰수 판결을 받은 범죄 행위자가 사망한 후에도 범죄 수익이 발견되면 추징·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몰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금전과 범죄 수익, 그 밖의 재산으로 확대했으며, 3자가 범죄 행위자로부터 불법 재산을 상속·증여받을 때도 이를 몰수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담았다.

유 의원은 "전씨는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망언을 했지만, 그 일가와 본인은 골프와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전씨 일가의 상속, 증여,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징해 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5공 비리와 광주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무기징역과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지금까지 1천억원 넘는 추징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

            

신군부 밀접 항공대장 무장헬기 투입사실 없어

5·18단체 진실 기대했지만 실망위증고소 검토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했던 헬기부대장이 법원에 나왔지만 헬기 사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오월단체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22일 광주지방법원 제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사건 14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백성묵 전 203항공대장(중령)이 피고인쪽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증인으로 신청됐던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대장), 장사복 전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참모장(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도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백 전 중령은 “1980521203항공대가 보유한 유에이치1에이치(UH-1H) 20대 중 10대를 광주 전교사에 지원했다면서도 출동시킬 당시부터 무장하지 않았고 실탄 등 관련 장비도 보내지 않았다. 광주에도 무장 관련 장비가 없었으니 헬기 사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상부 지시가 있어야 헬기 사격을 하지만 관련 명령을 받은 적이 없고 사격을 한 적도 없다. 다른 부대에서 사격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05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당시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을 묻는 검찰 질문에 해가 뜨기 이전이라 어두워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심 한가운데 비행할 수 없다. 다만 무력시위 비행하라는 지시를 받고 도청 주변을 낮게 비행한 적은 있다고 증언했다.

전일빌딩 내부 탄흔 자국에 대해서는 건물 외부에서 헬기 등 비행체로 사격할 수 없다. 내부 탄흔이 있다면 지상군에 의해서 생겼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앞선 재판에서 전일빌딩에 투입됐던 11공수여단 중대장은 전일빌딩 내부에서 사격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백 전 중령은 1980520일 광주역 앞 집단발포, 521일 도청 앞 집단발포에 대해서도 당시 알지 못했다고 증언해 재판을 방청하던 5·18단체 회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5·18연구자들은 백 전 중령의 헬기 사격 부인에 대해 이미 예견됐다고 분석했다. 백 전 중령은 5·18 직후인 1983년 대령으로 진급했고 갑종 장교 출신으로는 드물게 준장에 올라 육군항공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전역하는 등 신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0일 열린다. 광주에 투입됐던 헬기 조종사 이아무개씨와 함께 장사복 참모장, 이희성 사령관이 피고인 쪽 증인으로 재소환될 예정이다.

전씨는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2017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재판은 전씨가 조비오 신부를 비판한 행위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지를 가리는 것으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여부가 쟁점이다. < 김용희 기자 >

5·18기념재단, 헬기사격 부인 군 관계자 위증죄 고소 검토

5·18기념재단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부인한 증인들을 위증죄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2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부 증인에 대해 위증죄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상임이사는 "너무나 뻔뻔하게 아무런 반성 없이 재판에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위증을 한 사람들이 있다""이런 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진상규명은 물론 5·18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근거로 쓸 수 있는 주장 자체를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진원 5·18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과 506 항공대대장 김모 중령, 부조종사 2명은 지난해 11월 전씨 측 증인으로 출석해 헬기 사격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도 전씨 측 증인으로 이희성 전 육군 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과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백성묵 전 203 항공대 대장이 증인으로 신청됐다.

5·18 민주화운동 기간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군 지휘부의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백씨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았고, 이날 재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씨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만한 고위급 군 관계자 가운데 생존해계신 분들 이름 석 자만 가지고 증인 신청을 한 것"이라며 "제게 이분들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환 권한이 있는 법원에서 증인들을 소환해주면 성실하게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고소인 측인 조영대 신부는 "출석했더라도 기존의 주장대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위증을 했을 것"이라며 "소환장을 받아놓고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되니 아예 전략적으로 소환장 자체를 수령하지 않은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씨는 5·18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발언을 두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자신의 회고록에 쓴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19651218일 이동원 외무장관과 시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상 등이 정부청사 장관실에서 한일협정 발효를 축하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 협정 체결은 이에 앞서 1965622일 도쿄의 일본 총리관저에서 이뤄졌다.

             

아사히신문화해·공감 인터뷰 한-일 관계 회복 모색 8개월째 연재

이수현씨 어머니 강제징용 노동자 위안부에 진지한 마음 사과해야

일본 작가 인간적 시각으로 대응 주문 한국 대법원 판결문 읽자

     

2001년 일본 도쿄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가 숨진 고 이수현씨의 모친 신윤찬(71)씨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22일 일본 <아사히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아들 기일에 사고 현장에 온 일본인 여성이 색종이에 담았던 말처럼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노동자와 위안부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을 인정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이뤄진 이날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 협정에 서명한 지 꼭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인터뷰가 실린 코너의 제목은 이웃이다. 한일 양국 관계가 역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아사히 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공감과 화해의 시선으로 한-일 관계를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이웃이란 제목의 인터뷰 연재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55전인 1965622일 도쿄에서 이른바 한일 기본조약한일 청구권 협정을 비롯한 4개의 부속 협정에 서명했다. 단절됐던 양국의 국교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됐지만,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아 한일 협정은 강제징용, 위안부 등 지금까지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무상 3억달러 지불등 청구권 협정으로 역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대법원은 201810월 일본 정부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불법적이었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당한 불법행위나 인권침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 법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고, 일본은 현실화될 경우 경제보복 등을 예고했다. 한일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강 대 강으로 맞붙고 있는 모양새다. <아사히 신문>의 인터뷰 연재는 한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 속에 시작된 것이다.

신씨에 앞서 지난해 10월 인터뷰에 나섰던 소설가 히라노 게이이치로는 징용 문제와 관련해 국가 이익의 대변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한국 대법원 판결문을 읽어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을 좋아하는 대학생 모찌라고 자신을 밝힌 일본인은 저에게 한국은 싸고, 귀엽고, 좋은 것이다. 우리 세대가 뭔가 새롭게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사히 신문>에는 14명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대부분 공감화해’ ‘이해를 강조했다. < 김소연 기자 >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화해·평화 세력 입지는 위축되고 적대적 공존의 냉전 세력은 기가 살았다.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난 백악관의 북핵난맥상, 한반도 운명 걸린 협상 지켜본 우리로선 분노할, 참담한 장면이다. 남북이 상황을 관리하고 스스로 협상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칼럼] ‘볼턴’ ‘부부장 김여정을 보는 분노와 참담함

                

20185월 유명한 도보다리회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왔다. 남북정상회담 얘기에 이어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화제에 올랐다. 두 정상 사이에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이 있는 인천 송도까지 거론하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을 권하자 트럼프가 좋다며 즉각 공개하려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상의한 뒤 확정하라고 조언했는데 결국 그 과정에서 뒤집혔다. 그래서 결정된 게 싱가포르였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싱가포르 회담 전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라고 적었다. 폼페이오는 심장마비가 올 정도라고 했다고 썼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북-미 협상을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한 볼턴 입장에선 이런 통화 자체를 우리의 통일 어젠다에 휘둘리는 것으로 봤을 수 있다.

볼턴 회고록은 집필 동기가 의심스럽고 진위 논란도 있지만 간과하기 힘든 대목들이 적잖다. 예상대로 볼턴은 애초 싱가포르 회담 자체가 불발되기를 희망했고 하노이 회담이 불가피해지자 절망했다고 스스로 털어놨다.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주문대로 핵 이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라며 북한에 허들을 높인 사실도 자랑스레 적어놓았다. 트럼프는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는 바람에 회담을 망쳤다고 트위트를 날렸으나 여러 정황상 그 역시 이벤트 이상의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했는지 의문이다. 하노이 회담 때도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보느라 밤을 새우고, 이를 덮는 데 협상 타결과 결렬 중 어떤 게 더 큰 기사가 될지궁금해했다는 대목도 등장한다. 사실이라면, 한반도 운명이 걸린 협상을 초조하게 지켜봤던 우리로서는 분노할 만한, 참담한 장면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원로들과 만나 북핵 협상에 대해 미국에선 대통령이 하려 해도 참모들이 반대하니 안 되더라고 말한 모양이다. 그런데 참모만 문제가 아니다. 고인이 된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는 군산복합체와 이들의 지원을 받는 보수적 학자들, 보수파 의원들한반도 평화를 반기지 않는 비토세력’(<중앙일보> 2018410일치 시론’)으로 꼽은 적이 있다. 박한식 미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또 무기 구매를 종용·강요하기 위해 북한을 악마화하고 있다(<한겨레> 202068일치 평화에 미치다’)고 분석했다. 이런 구조와 세력이 문제의 본질이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내부 사정뿐 아니라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관심을 끌었을지는 몰라도 위험한 도박이다. 당장 한국 상황을 보자. <노동신문> 담화문에 등장하는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은 우리 국민에게 불과 1년 전까지 정상회담 때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던 그 김여정이 아니다. 난폭하고 패륜적인 말폭탄을 앞세운 생경한 김여정의 등장은 주적으로 대치해온 냉전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어렵게 협상을 이끌어온 민족화해·평화 세력 입지는 쪼그라들고 그간의 회담·합의를 위장평화쇼로 매도해온 적대적 공존의 냉전 세력은 기가 살았다. ‘3일만 참자는 선제타격론이나 전술핵 도입 등 비현실적인 주장을 펴던 이들이 거봐라. 내 말 맞지하고 있다.

볼턴 회고록은 툭하면 한국 정부 과속에 미국이 분노한다며 미국에 발맞추라고 정부 발목 잡던 수구보수 언론·야당에도 성찰을 요구한다. 한반도 평화는 트럼프-볼턴패거리의 안중에 없는 게 드러났는데도 동맹’ ‘동맹하며 미국만 따르자는 건 볼턴 편에 서자는 얘기다. ‘폭파이후 수구보수 언론들은 인내표현까지 꼬투리 잡아 환상에서 벗어나라며 대통령을 성토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시절 북한이 대북전단용 풍선에 고사총을 쐈을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북한과 마주 앉아 합의를 일궈내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긴 호흡으로 남북 대화를 이어갈 원칙과 분명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조선일보> 20141016일치 사설)고 조언했다. 때로 응징이 필요해도 결국 인내대화외엔 방법이 없음을 이들도 잘 안다. 그런데도 정권 따라 말을 바꾸니 언론이 욕먹고 기레기 소리 듣는 것이다.

정부는 좀더 적극적으로 상황 관리에 나서야 한다. 북한 역시 선을 넘으면 안 된다. 그래야 남북이 좀더 주도적으로 나설 돌파구가 열린다. 트럼프나 볼턴 수준의 인물들에게 우리 운명을 통째로 맡겨서야 되겠는가.

< 김이택 대기자 >

[사설] 한반도 위기 속 일방적 폭로 나선 볼턴의 파렴치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곧 출간될 회고록에서 남··미 정상의 외교 협상 내용에 대해 무책임한 폭로전에 나섰다. 국제사회의 외교 규범을 무시한 행태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시종일관 방해해온 자신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합리화하는 파렴치한 짓이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판문점 남--미 정상회동 등의 막후 과정과 정상 간 대화 내용 등을 상세히 공개했다. 미국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졌고 회담에도 직접 참여했던 당사자가 고위공직자의 직업윤리를 망각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정상 외교의 내용을 폭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 간 신뢰를 무너뜨리면 앞으로 과연 어느 나라가 미국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볼턴의 폭로는 위기의 한반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볼턴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볼턴의 회고록에는 시종일관 미국 패권주의를 옹호하고 북한과의 대화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온 그의 뒤틀린 인식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진 찍기용으로 남--3자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비꼬고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들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한국의 역할을 멋대로 폄훼한 것이다. 청와대는 22-미 정상 간의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볼턴은 네오콘의 대표적인 인물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할 때도 앞장서 한반도 평화에 훼방을 놓았다. 그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완료해야만 제재 완화 등을 해줄 수 있다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해 북-미 협상을 좌초시키려 했다.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우리는 미국 강경보수 세력이 북한과의 대결을 통한 한반도 긴장 고조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보고 행동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다시 위기에 빠진 지금, 볼턴의 회고록은 남북관계를 단단하게 진전시켜야만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