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월 수입·수출 거의 제로수준-중 교역 붕괴

전문가들 대북 제재에 코로나 봉쇄로 전례없는 위기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북한-중국 국경봉쇄 등으로 지난 1~5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수입 교역이 거의 제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경제제재가 본격화한 2017년 이후 북한-중국 교역이 거의 붕괴 상태에 이른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는 이중의 복합위기를 맞아 북한경제는 경제 활동에 필요한 필수물자 수입이 중단되는 등 마비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한 배경으로 대북 제재 완화 압박 및 북한 경제위기 상황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주목된다.

18일 한국무역협회와 중국 해관(관세청) 자료 등에 따르면, 북한산 제품의 중국시장 수출액은 지난 1~21070만달러(전년 동기대비 -71.7%), 360만달러(-96.2%), 4220만달러(-90.0%)로 대폭 감소했다. 앞서 북한의 대중국 연간 수출액은 2016263440만달러에서 경제제재가 본격화한 2017165070만달러(-37.3%)로 줄어든 뒤 201819460만달러(-88.2%), 20192850만달러로 줄었다. 2016년 대비 10배 이상 줄었다. 2017년 이후 수출이 해마다 대폭 급감해온 데 이어 올 들어선 국경봉쇄로 아예 차단된 것이다. <한겨레>가 이날 국내 여러 북한경제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지난 5월에도 대중국 수출은 거의 제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경제의 전체적인 활동·운영과 관련해 훨씬 더 사정이 나쁜 건 수입 쪽이다. 북한의 중국산 제품(원자재·에너지·식량 등) 수입액은 2016319200만달러에서 대북 제재 이후인 2017~2019221710만달러~332800만달러로, 수출 급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했다. 사실, 대북제재가 주로 북한 당국의 달러 확보 차단에 집중하는 등 수출 제재를 겨냥하고 있는 터라 민생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상업적 수입은 원유를 비롯한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는 강력한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진 올해는 급반전됐다. 올들어 중국산 제품 수입액은 1~2(19720만달러)에 전년 동기대비 -23.2%를 기록한데 이어 31800만달러(-90.8%), 42180만달러(-90.0%)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입 교역 총액은 2019년에 28억달러로 2016(58억달러)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한국은행·산업연구원 등의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제재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북한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에 펴낸 북한경제리뷰 5월호에서 “2017년 이후 경제제재 영향으로 북-중 교역액이 이미 급격히 저하된 상태에서 올들어 코로나 국경봉쇄로 사실상 양국 교역이 거의 완전히 차단되고 있고, 특히 북한 경제운용에 필요한 각종 물자 수입이 차단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북한의 중국산 제품 수입 상위 5개 품목을 살펴보면, 식용유·밀가루·직물·담배·의약품 등 소비형 제품 수입액이 전년동기 대비 -13.2%~-70.8%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북한경제는 경제 운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본 물자를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석유 등 에너지에서부터 식량, 생산에 필요한 기계·원료 및 각종 부품 수입이 거의 중단되고 있다대북 제재와 코로나 충격이 동시 발생해 심각한 경제위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북한경제 연구자도 북한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중간재 제품이 거의 끊기면서 공장들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돼도 필요한 물자는 들여올 수 있다. 중국산 제품을 사들여올 돈(달러)이 아예 바닥나 물자를 사오기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 내부 공식매체 등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보도하거나 언급한 건 아직 없기 때문에 현재 북한 경제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섣불리 추정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북한이 달러 보유고 고갈 사태에 직면하게 되면서 위환위기를 맞게 될 우려도 나온다. 북한의 달러(모든 외화표시 통화를 달러로 환산) 보유고는 보유용30억달러(2019년 북한 국내총생산 약 300억달러)에다 시장 거래용’ 10~20억달러를 합쳐 총 40~5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런데 보유용 30억달러가 점차 소진되고 있고, 연말이면 외환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달러 부족 불안이 고조되면서 시장에서 외화 사재기 조짐도 일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이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또 다른 북한경제 연구자는 북한은 밀무역이나 해외노동자 취업, 관광객 유치 사업 등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대북 제재와 코로나 국경봉쇄로 모두 막히면서 돈이 바닥나고 있다달러 부족 애로를 겪자 북한당국이 최근 주민들의 달러 사용을 단속하는 조처에 나서 시중의 달러를 흡수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3~4월 환율(북한당국 고시 공식환율이 아니라 실제 시장거래환율)1달러당 9천원선까지 급등하자 북한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조계완 기자 >


대한항공·아시아나, 2010년 적립한 마일리지 소멸 내년 말로 연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못 쓴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년 연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데 따른 조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올해 말로 소멸하는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년 늘려 내년 1231일 소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그동안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국제선 운항이 이달 2주차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6% 급감하고 해외 다른 나라의 입국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마일리지 사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제선 110개 중 25개 노선을 운항하는 등 국제선 운항률이 20%에도 못 미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국제선 항공편은 기존 73개 노선에서 19개 노선, 주간 운항 횟수는 655편에서 62편으로 감소해 현재 운항률이 9.5%에 불과하다.

국토부와 공정위는 이 같은 상황에서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마일리지가 소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양사와 마일리지 유효기간 연장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200871일 이후 적립한 마일리지에 대해 10년 후 만료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2008년 마일리지 유효기간 제도를 처음 도입해 유효기간 10(실버·골드 회원 10, 다이아몬드 회원 이상 12)을 기준으로 매년 11일 순차적으로 마일리지가 소멸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기 운항이 대폭 감소함에 따라 고객의 마일리지 사용이 어려운 점을 충분히 공감해 결정했다""상황이 호전되는 대로 항공기 운항을 늘려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202212월 말 출발하는 여정까지는 2010년에 적립한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게 됐다.

양사는 홈페이지와 회원 메일 등을 이용해 소비자가 보유한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보너스 항공권 취소시 공제했던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만료됐을 경우 이를 1년 연장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우수 회원인 모닝캄 회원에 대한 자격 기간과 재승급 심사 기간을 각각 6개월 연장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아시아나클럽 회원(어린이·평생회원 제외)을 대상으로 승급 산정과 자격 유지 기간을 6개월 늘렸다.

양사는 또 코로나19로 운항노선이 축소됨에 따라 항공권에 대한 환불·재발행 수수료 면제, 동일 목적지 한정 운임 차액 면제 등의 조치도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공정위 측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마일리지 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 소비자 보호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남 군 경계강화 조처 등 밝혀 군사 보복 가능성은 언급 안해

전문가 남북관계 매우 위태로워 군사충돌 없게 정부 적극 행동을

 

북한 당국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의 대표적 상징을 스스로 부숴버린 것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3일 밤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4일 담화로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뒤 북쪽이 실행에 옮긴 대남 조처는 지금까지 두가지다. 첫번째는 지난 9일 남북 사이 모든 직통 연락선을 차단한 행동이고, 두번째는 16일 오후 250분 개성 공동사무소 폭파다.

가장 큰 관심은 북쪽의 최고 존엄과 전체 조선 인민을 모독한 탈북자 쓰레기들의 삐라 살포에 대한 분풀이성 폭주가 어디까지 계속되느냐다. 북쪽의 4일 이후 공식 담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4일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북남군사합의 파기 등 세가지를 열거했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선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6일 이른 아침 공개보도를 통해 북남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인민들의 대규모 대적 삐라 살포 투쟁 적극 협조등에 필요한 의견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러곤 이런 의견을 신속히 실행하기 위한 군사적 행동계획들을 작성해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북쪽의 세번째 대남 조처는 인민들의 대규모 대적 삐라 살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북쪽의 분풀이성 폭주가 남북 군 사이의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일단 16일 인민군 총참모부 공개보도대남 군사경계 강화 조처만 언급했을 뿐 대남 군사 보복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애초 북쪽은 남쪽에서 (대북전단 금지)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이라고 공언했다. 북쪽의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9<조선중앙통신> 보도)이 이 범위 안에 있는지, 이를 벗어날지도 불분명하다.

이처럼 북쪽의 최근 대남 강경 발언·행보는 그 궁극적 지향점이 모호하다. 무엇보다 개성 공동사무소 폭파와 같은 파괴적 조처를 취하면서도, 판문점선언을 포함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 합의를 파기한다선언하지 않는 게 그렇다.

북쪽의 최근 행보에서 주목할 대목이 또 하나 있다. 염두에 둔 관중이 둘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는 남쪽이고, 다른 하나는 분노한 인민들이다. 북쪽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4일 담화부터 이례적으로 인민 필독 매체<노동신문>에 빠짐없이 보도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우리 군대가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15<노동신문>우리 돌격대가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인지 뭔지를 콱 폭파해치웁시다라는 북창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남덕청년탄광 김혁청년돌격대분노한 목소리를 전했다. 그리고 16일 오후 5<조선중앙방송><조선중앙텔레비전>으로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신속하게 내부에 알렸다. 요컨대 개성 공동사무소 폭파는 대남 행동이자 인민의 분노를 식혀줄 분풀이이기도 한 셈이다. 관련해 북쪽은 폭파 주체를 해당 부문이라고 했을 뿐, 인민군이라고 적시하지 않았다. 여지가 있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북쪽이 이른바 인민의 분풀이를 어디까지 하고 남쪽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숨고르기에 들어갈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매우 위태로운 경계선에 선 상황이라며 북쪽의 대남 행보가 군사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제훈 기자 >

, 2시간만에 NSC 긴급회의판문점 선언 위반강한 유감 표명

문 대통령 대화제안 다음날 당혹, 남북 정상간 맞대응 구도는 피해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을 위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충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이 16예고대로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자 청와대는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관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고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55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2시간16분 만이었다.

회의 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오늘 북측이 2018년 판문점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에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제안했음에도 북한이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행동을 한 데 대한 당혹감이 깔려 있다. 개성 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선언의 결과물이자 남북 대화와 상시 소통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8천만 겨레에 대한 약속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원칙이 훼손됐기에 엄중 경고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이처럼 신속하게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설 것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메시지에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의 직접적인 비판 성명이 나오지 않자 북한도 문 대통령의 제안을 진지하고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30분 전에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밝힌 남북 협력 사업의 예를 들며,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유효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북한이 이보다 11분 전인 오후 249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고려하면,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흘 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져내리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경계를 느슨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허를 찔렸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청와대는 오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동영상을 제공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청와대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남북 정상이 직접 맞대응하는 구도는 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고 사전·사후 보고를 받았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서서 대남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해 직접 대북 엄중 경고와 대응을 선언하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은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네차례나 만난 남북 정상이 전면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정상들이 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 성연철 기자 >

비무장화 지대 재진출예고한 북개성·판문점 재무장하나

북 총참모부 전선 요새화뜻 밝혀 요충지 개성·판문점 병력 주둔?

1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접경지대에서 바라본 북쪽 초소에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가 걸려있다.

북한은 애초 예고한 대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해 대남 공세를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 앞으로 어떤 카드로 대남 공세를 이어갈지에 쏠리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얼마 전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한 남한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날 단행한 북남공동연락사무소 철폐와 함께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9·19 군사합의의 파기 등을 언급했다. 이에 비춰보면, 북한의 행보는 크게 민간 차원에선 개성공단 철거, 군사적 차원에선 무력시위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남한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2월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뒤 가동 중단 상태에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아무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열 용의가 있다고 제안하는 등 개성공단 재가동을 희망해왔다. 그러나 남한이 유엔 제재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북-미 관계가 경색되자,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북한이 한때 남북 협력의 옥동자로 통했던 개성공단을 완전 철거한다면, 남북관계에 돌이키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군의 군사적 대응은 총참모부가 공개보도를 통해 밝힌 대로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사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북한군은 북남합의로 비무장화된 지대가 어디인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개성과 판문점 주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03년 개성공단을 착공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성과 판문점 주변에 주둔하던 2군단 소속 6사단 전 병력과 64사단의 3개 대대 병력, 62포병여단의 증강된 1개 중대 병력 등을 후방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 가까운 군사적 요충지로, 철수했던 북한군 병력이 다시 이곳에 진주하게 되면 우리 군의 수도권 방어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2018년 남북 간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초소와 무기를 철수시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도 병력 재투입 대상이 될 수 있다. 남북은 2018년 말까지 공동경비구역에 매설됐던 지뢰를 제거하고 쌍방 초소 4곳을 봉인·폐쇄했으며, 권총을 제외한 자동화기 등을 모두 철수했다.

남북이 2018년 말 각각 철거한 비무장지대(DMZ) 내 지피(GP·감시초소) 11곳도 주목된다. 다만 당시 남북은 철거 대상 지피 10곳에 대해선 상호 검증하에 철저히 파괴된 것을 확인한 바 있어, 즉각 복구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당시 남북 각각 1곳씩은 관광 자원 및 역사적 목적 등을 위해 보존하기로 합의해 남겨놓았다. 이곳은 언제든 병력 배치 등 원상회복이 가능하다.

총참모부는 남한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각계각층의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 삐라 살포 투쟁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남전단 살포에 나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접경지역 등 민감한 군사지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남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민간단체가 한 일이라고 해명했던 것을 모방한 전술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남삐라를 보내게 된다면 이는 명백히 판문점 선언 위반으로 볼 수 있다남북은 모두 남북 간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병수 이제훈 기자 >

폼페이오, 양제츠 중 외교 국무위원과 북한 관련 회담

미국은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밀접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16우리는 북한이 개성의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알고 의식하고 있고, 한국과 밀접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국무부는 이날 이 사태에 대해 즉각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북한 문제를 다루는 최고위 관리인 스티브 비건 부장관이 이 문제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이날 하와이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폼페이이오 장관이 하와이에서 중국의 외교 담당 국무위원 양제츠와 만나 북한 문제를 포함한 현안들을 놓고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의길 기자 >

남북 상설 대화창구’ 21개월 만에 콘크리트 잔해만 남아

2005년 문 연 남북교류협력사무소 201897억 들여 개·보수해 사용

2018914일 개성공단 안에 문을 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남북은 지난 1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성 연락사무소 운영 잠정중단에 합의하고, 서울-평양 통화로만 소통 창구 기능을 유지해왔다.

북한이 16일 오후 249분 폭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설치에 전격 합의한 곳으로 20189월 개성공단 안에 문을 열었다. 개소 당시에만 해도 남북을 잇는 상설 대화 창구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1개월 만에 콘크리트 더미로만 남게 됐다.

3.3규모의 개성공업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05년 문을 연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개·보수한 건물이다. 지상 4, 지하 1층으로 이뤄져 있고 연면적이 4498.57에 이른다. 연락사무소 건물 1층에는 교육장과 안내실이 있었고 2층과 4층에는 각각 남쪽, 북쪽 사무실이 따로, 3층에는 회담장이 마련돼 있었다. 남과 북의 상주 인원들은 각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 면담 등이 필요할 때는 중간층에서 만나 대화했다. 2005년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시공 당시 80억원이 들었고 2018년 연락사무소로 새단장을 할 때는 개·보수 비용으로 978천만원이 들었다. 토지 자체는 북한 소유이고 건설비와 개·보수 비용은 남쪽 당국이 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4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판문점 선언 13) 개성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해 914일 개소한 뒤 남쪽의 통일부 차관과 북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연락사무소장을 맡았다. 애초 남북 소장은 매주 1차례씩 소장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쪽 소장이 계속 불참을 통보해오면서 최근까지도 열리지 못했었다. 지난 130일 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에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던 남쪽 인력 58(당국자 17, 지원인력 41) 전원이 철수했고 그 뒤 연락사무소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남북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던 2018~2019년만 해도 산림·체육·보건의료·통신 등 각종 회담이 열린 바 있다. 서해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주검 인도 등 남북 간 인도적 사안에 대한 협의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에서 소장·부소장 회의, 연락대표 및 실무협의 등을 포함해 2018년 남북 간 협의가 327차례, 2019607차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연락사무소는 개성만월대 발굴과 금강산 관광 20주년 공동행사, 개성공단 기업인 방문, 이희호 여사 서거 관련 조의문 전달 등 민간·지방자치단체의 교류사업을 지원하는 역할도 했다. < 노지원 기자 >

최악의 상황개성공단 기업인들 망연자실

무력한 정부도, 압박하는 북한도 참 원망스러워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 둘 다 참 원망스럽습니다.”

16일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사실이 알려진 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의류업체 에스엔지 대표)<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입을 뗐다. 정 회장은 미국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무력한 우리 정부도, 그런 상황을 좀 더 이해하면서 참고 기다려주지 않는 북쪽 당국도 원망스럽다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가 이익 측면에서나 국민들을 위해서나 북쪽과 갈등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보다 화해하고 협력해서 윈윈 할 게 있다면 해야 하는데, 미국에 가로막혀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으냐며 허탈해했다. 협회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9·19 공동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없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했다. 정 회장은 “3·1절에도 대통령이 직접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는데도 이행되는 게 없으니 북한이 우리와 대화도 필요 없다고 압박하는 것 아니겠느냐“4·27 판문점선언이든 9·19 공동선언이든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바람에 결국 선언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장도 공동선언 이후부터 하노이 회담 전까지의 기회를 놓쳤던 것 같다지금은 반전이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입장과 정부에 대한 요청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개성공단기업협회와 금강산기업협회, 내륙투자·교역기업 소속 기업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을, 정부에는 남북공동선언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라고 촉구한 내용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16210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뒤, 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4년 넘게 공단이 재개되기를 기대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하며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지난해에는 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설비를 둘러보려고 방북을 신청한 데 대해서도 북한 당국이 답하지 않아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이 개성공단 공장 설비 등이 괜찮은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 박수지 기자 >

 

 


2008년 이후 120남북갈등 이슈 대북 전단역사

2014년 연천 실제사격.. 접경지 주민들 온몸으로 저지

 

수십만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측 지역으로 날려보내는 ()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4일치 <노동신문>에 실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동생의 엄포이튿날 북한 통일전선부도 남쪽에서 (대북전단 제재)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질쏘냐,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곧바로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25일께 대북전단 100만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실제 전단이 살포되는 경기도 파주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단살포를 온몸으로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16일에는 북한군 인민군 총참모부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삐라 살포 투쟁을 적극 협조하겠다며 남쪽을 향해 삐라를 살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도대체 삐라가 뭐길래, 최근 남북관계 뉴스를 도배하는 키워드로 떠오른 걸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를 소개했다.

대북전단 둘러싼 남북 합의와 갈등의 역사

접경지역에서 풍선 등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는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분단 뒤 남북이 심리전의 일환으로 각자 주장을 담은 전단을 상대 쪽으로 날려보냈기 때문이다.

전단 살포로 갈등이 잦아지자 남북은 19919월 남북한의 유엔(UN)에 동시 가입한 뒤 그해 12월 체결한 상호 체제 인정과 상호불가침, 남북한 교류 및 협력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13)에서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해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200464일 고위군사회담을 열고 서해 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합의서 31조는 쌍방은 20046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한다고 약속했다.

남북 당국의 합의대로 2000년대 들어 정부 차원의 전단 살포는 중단됐지만, 탈북자단체 등 민간에 의한 살포는 지속됐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전단살포가 확대되자 북은 대북전단 살포는 전쟁행위라며 조준사격 등을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2011227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쪽단장은 국방부에 전화통지문을 통해 심리전 행위가 계속된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 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 조준격파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란 것을 정식 통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해 323일 보수단체가 백령도에서 천안함 1주기를 맞아 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심리전은 전쟁행위라며 조준사격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410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주차장에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대북전단 풍선을 날리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한 탈북자의 선글라스에 비쳐보이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고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2014년에는 대북전단을 둘러싼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그해 9,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히자 북은 도발 원점을 초토화하겠다며 거듭 경고했으나 전단 살포는 강행됐다. 같은해 1010일 정부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 살포를 강행했다. 또 다른 탈북자단체는 같은 날 오후 4시 경기도 연천군의 한 야산에서 대북전단 132만장을 담은 기구를 띄웠다.

계속된 전단 살포는 무력충돌로도 이어졌다. 북은 이날 전단을 담은 기구를 향해 연천군 중면 삼곶리 방면으로 14.5고사포를 발사했다. 중면 면사무소에 총탄이 떨어지자 국군이 K-6 중기관총 40여 발을 북 GP를 향해 대응 사격해 남북은 2010년 비무장지대 총격전 이후 4년 만에 육상에서 무력충돌을 겪었다. 군은 연천군 일대에 전시경보인 진돗개 하나'를 발동했으며, 연천지역 주민 60여명이 대피하고 민통선 출입이 한동안 봉쇄돼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201842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공동선언 21항에서 “5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약속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경찰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탈북자단체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북전단 접경지역서 최소 2천만장 살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대북전단 살포 현황'을 보면, 대북전단은 지난 10년 동안 최소 2천만장 이상이 북을 향해 살포됐다. 통일부는 탈북민단체 등이 언론에 살포 사실을 공개한 결과를 바탕으로, 2008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16번에 걸쳐 모두 19239천장의 전단이 살포됐다고 파악했다. 이 가운데 38번은 살포량이 집계되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은 전단이 살포됐을 수도 있다. 경찰은 같은 기간 동안 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이유로 12차례 전단 살포를 제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별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3차례, 박근혜 정부에서 8차례 이뤄졌고,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한차례만 관련 조처가 취해졌다.

부르는 호칭은 전단이지만, 실제 내용물은 진화하고 있다. 2012년부터 탈북민단체들은 전단뿐 아니라 남한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영상과 컵라면, 1달러 지폐, 소책자 등 물품도 함께 날려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의 경우 과거에는 DVD로 보냈지만, 최근에는 이동식 저장장치(USB)나 외부저장공간(SD카드) 등으로 바뀌었다. 재료와 제작 기술도 진화를 거듭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05년부터 대형풍선에 헬륨 대신 수소를 넣어 한번에 5만장 이상 전단 살포를 가능하게 했고, 물에 젖거나 썩지 않는 필름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기계식 타이머장치를 도입하고 전단 살포용 풍선 규격에 맞춰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 사이 갈등 격화로 이어진 것은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이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08년부터다. 자유북한연합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81차례 대북 전단을 보내 전체(116차례)70%를 차지했다. 2003년부터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대북 풍선단이민복 대표는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박상학 대표가 2008년부터 뛰어들면서 보여주기 식으로 강행해 사회 갈등만 부추겼다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15전쟁 불찌(불씨)를 날리는 정신병자제목으로 20154월 또 다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내보냈던 영상물을 재방송하며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 불씨를 날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메아리>) 본사 편집국은 조국과 민족을 배신하고 달아나 삐라살포 책동의 맨 앞장에서 제일 악질적으로 놀아대는 천하 역적 박상학놈의 죄행과 그것을 방치하고 돈까지 뿌려주는 적대 세력들의 정체를 까밝히기 위해 다시 내보낸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렇게 보낸 실제 전단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풍향을 고려해 날려보내도 북한 지역에 떨어지는 비중이 낮은 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산지에 떨어지고, 주민 손에 들어가더라도 소지만으로도 강하게 처벌받을 수 있어 선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인 홍강철(47)씨도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풍선이 북한에 제대로 가기나 하는가. 강화도 석모도에 떨어지고라며 “‘남한 사회가 이렇게 발전했다’, ‘경제 대국이다’, ‘카에티엑스(KTX)도 달리고 에스티알(STR)도 달린다고 하는 것을 알리려고 하는데 북쪽 사람들은 그런 것 다 알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전부터 남한 드라마가 중국을 통해 들어와서 다 봤다고 말한 바 있다.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최종환 경기 파주시장이 14일 오후 파주 통일동산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0주년 평화통일 문화제에 참석해 행정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봉쇄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파주 주민·지방정부 평화가 삶살포 방관 못해

보수단체와 탈북민단체는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돼 막을 명분이 없을뿐더러 북한 인권개선 운동을 위해서도 필요한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과 접경을 맞대고 사는 파주지역 농민·상인·주민들은 접경지역의 평화가 담보될 때에만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파주시 이장단연합회, 임진강 상인연합회, 겨레하나 파주지회 등 파주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오후 5시 파주 장준하공원에서 대북전단 반대 접경지역 주민·시민사회단체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성명을 통해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지난 912시를 기해 청와대 핫라인을 비롯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통신시험연락선 등이 모두 끊어졌다. 파주가 20184·27 정상회담 이전의 전쟁위험지역으로 뒤돌아 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국회에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신속하게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안재영 겨레하나 파주지회장은 접경지역 주민들은 평화가 곧 삶이다. 우리의 생존을 송두리째 흔들려는 극소수 단체의 배를 불리기 위한 대북 전단 살포를 방관만 할 수 없다“25일 대북전단을 파주지역에서 날리면 온몸으로 막아 우리의 평화를 지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때문에 9개월째 민통선 관광이 중단된 민통선 마을 주민들도 대북전단 살포에 비판적이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지금 민통선 지역은 관광객 출입이 통제돼 지역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북전단 마저 살포되면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파주 민통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시도되면 주민들이 트랙터 등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이를 저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촌 주민들은 앞서 지난 201410월에도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이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5만여장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에 띄워 보내겠다고 하자 트랙터 등 농기계를 몰고 나가 탈북자단체와 대치하기도 했다. 25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예정된 대로 대북전단 보내기에 나서면, 비슷한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다.

경기도와 파주시도 대북전단 살포에 단호한 대처를 공언하고 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지난 14일 오후 파주 통일동산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0주년 평화통일 문화제에 참석해 일부 탈북민단체의 사적인 욕심 때문에 남북관계가 긴장과 경색국면을 맞고 파탄 위기에 처해 있다산불을 막기 위해 인화물질을 가지고 입산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행정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봉쇄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2일 경기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는 위험천만한 위기조장 행위라고 판단한다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밝혔다. < 박경만 기자 >

개당 150만원삐라풍선 원가 12만원살포 경험 탈북민 완전 사기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 홍강철씨가 15일 유튜브 채널 왈가왈북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에 드는 상세 비용을 공개했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두고 남북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까지 폭파하며 강한 적개심을 나타냈습니다. 남북 관계를 이렇게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몰아가는 대북 전단 살포를 왜 탈북민 단체들이 강행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갑니다.

특히 전단 살포 단체들이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 홍강철씨는 13<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일부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 비용을 10배 이상 부풀려 전단 살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풍선 하나당 8~12만원 수준인 살포 비용을 150만원 수준으로 부풀렸다는 주장인데요. 홍씨는 15일 대북 전단 살포에 드는 상세 비용을 공개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왈가왈북을 통해 홍씨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대북 전단 풍선 하나의 원가는 12만원입니다. 홍씨가 제시한 비용의 상세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1.8m, 높이 12m가량의 풍선 제작에 드는 비닐값은 하나에 2500원입니다. 비닐 절단 비용은 750, 풍선 운반 차량의 유류비는 1개당 환산하면 5000원입니다. 풍선에 주입하는 가스 비용이 3만원, 일정 시간 뒤에 풍선을 터뜨리는 장치(타임기) 비용이 3000원 수준입니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항목은 사실 전단 제작비인데, 풍선 하나에 실리는 전단 6만장(7.5)의 가격은 37500원이었습니다. 홍씨는 상세 비용을 공개하며 “(일부 대북전단 살포 단체가) 12만원 정도의 대북 전단비를 150만원으로 뻥튀기를 해서 돈을 받는 중이다라고 다시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또다른 탈북민 단체 대북풍선단의 이민복 대표도 풍선 제작 비용은 10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16<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술력이 좋아져서 지금은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풍선 하나를 10만원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다. 전단을 천연색(컬러)으로 제작하면 비용이 2배 정도 뛸 순 있겠지만 10배 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2010년 초에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하다가 그만둔 탈북민 김아무개(51)씨도 단가가 12만원에 불과한데 150만원을 부르는 건 완전한 사기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전단 살포를 예고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은 북한 주민 인권 향상을 위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인권을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행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대표는 “(남북 긴장 상태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면 조용히 날릴 일이지 어디서 날리겠다고 소리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 인권에 도움이 될 리 없다남북 사이에 갈등이 있어야 극우단체가 후원을 해줘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전단 살포를 강행) 하는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