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편견·선입견 바탕 왜곡, 기본 못갖춘 부적절 행태

일방 공개, 외교원칙 위반백악관 NSC에 적절한 조처 요구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비꼬며 깎아내린 것을 두고 청와대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한 볼턴 전 보좌관의 기술이 현안에 대한 관점 차이를 드러내는 수준을 넘어 사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볼턴이 회고록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해 630일 판문점 남··미 정상 회동 당일 여러차례 미국이 내켜하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이 동행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이를 관철시켰다고 썼다.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을 두고선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빈정대기까지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맞받았다.

과거 그의 상대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정 실장은 윤도한 수석이 전한 입장문에서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한-미 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30일 오후 판문점 남쪽 자유의 집에서 회동한 뒤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판문점 남··미 정상 회동의 실무를 총괄했던 윤건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볼턴 전 보좌관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청와대와 여권의 이런 대응을 두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왜곡과 주관적 해석이 뒤섞인 부정확한 기억이 기정사실화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고 외교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참에 선을 분명히 그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백악관 참모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면서도,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턴 전 보좌관을 잘 아는 한 미국 전문가는 볼턴이 북-미 관계 개선을 막으려고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왜 실패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국내 보수세력이 (볼턴 회고록을 근거 삼아) 남북, -미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공격한다면, 정부의 정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성연철 노지원 황금비 기자 >

청와대, 한반도 평화노력 찬물 볼턴 일방적 주장조기 차단

일부 언론, 볼턴 주장 확대·재생산 남북관계 악영향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묘사한 한반도 관련 언급에 대해 청와대는 22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며 신속하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편견에 가득한 볼턴 전 보좌관의 일방적 기술이 국내 일부 언론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며 한반도 평화를 향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흐름을 조기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청와대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날 언론들이 집중 보도한 지난해 6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3개국 정상의 깜짝 회담관련 언급이었다. <조선일보> 등은 트럼프도 김정은도 문 대통령 동행 원치 않았다는 말을 인용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 만남에 동석한 것이 상당한 외교적 결례가 되는 듯 묘사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볼턴은 현장이 아닌 몽골에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싫어하고 북도 불편해하니 참석시키지 않았다. 책을 팔아야 하니 굉장히 왜곡해 쓴 거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볼턴이 판문점 3자 회동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동석을) 3번 거절했다지만, 협의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상의 순간적 판단에 따라 국익이 좌우되는 정상회담의 특성상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한 것이라면, 상황에 맞춰 잘 대응한 것으로 적극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가 적극 반박에 나선 것은 볼턴 전 보좌관의 단순한 사실 왜곡때문만은 아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내놓은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구절은 볼턴 전 보좌관이 한-미 정상 간의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실제, 볼턴은 회고록 전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냉소적으로 묘사하며 이를 방해하기 위해 자신이 꾸민 일들을 나열했다. 지난해 228일 하노이 노 딜로 타결 직전에 무산된 북-미 합의에 대해선 아예 재앙(catastrophe)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리더십에 의해 추동된 북-미 핵 협상을 평가절하했던 미국 주류가 자신들이 유지해온 부정적 견해를 강화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에 사실상 거리를 둬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역시 지금의 현상 유지기조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한국의 보수 진영이 동조하게 되면, 최근 급격히 악화된 남북관계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역시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2018년 이후 기적처럼 열린 대화의 문이 상당 기간 닫히게 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이후 최대 업적으로 꼽아온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핵 협상이 긴 휴지기에 들어가게 되면, 남은 2년 동안의 국정 운영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비롯해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하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도 하락 흐름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매체들이 볼턴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기본 전제를 깔고 쟁점화하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포함한 한-미 외교 현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길윤형 성연철 기자 >

볼턴, 징역형 선고받을 수도백악관, 기밀 폭로전에 경고

워싱턴 포스트, CNN 등 미 언론도 기회주의적 행태비판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나바로 정책국장은 21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lt;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gt;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을 폭로하고 있는 데 대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21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볼턴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과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을 폭로하고 있는 데 따른 경고다.

나바로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존 볼턴이 고도의 기밀 정보를 아주 방대한 책 전체에 걸쳐 흩뿌려놨다그는 책에서 나온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험에도 처했다고 밝혔다. “볼턴이 미국 국가안보 측면에서 대단히, 대단히 심각한 영향을 끼쳤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지난 18일 볼턴의 폭로를 돈을 목적으로 한 리벤지 포르노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날 수도 워싱턴의 연방지방법원은 백악관이 제기한 출판금지 소송을 기각했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회고록 주요 내용이 상당수 공개된 만큼, 출판금지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볼턴이 누설금지 의무를 위반해 기밀을 공개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볼턴이 회고록 출간에 따른 수익 몰수와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도 볼턴의 회고록을 두고 기회주의적인 행태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엔엔> 평론가 엘리 호니그는 의회와 국가가 탄핵 과정에서 입을 열어달라고 간청할 때 침묵을 지키며 숨었던 그가 이제 회고록 홍보 모드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이 책의 중대 결점 중 하나는 자기비판이 완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거의 모든 정책결정에 대해 볼턴은 자신이 맞았고, 자기 얘기를 들어야 했으며, 안 될 줄 알았고 자신은 죄가 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 이정애 기자 >

볼턴, '대북 초강경 프리즘'으로 남··미 회담 굴절시켜

북미대화 회의감 넘어 파국 기대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폄하

-미 정상회담 등의 비사를 담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책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이 백악관과 청와대를 들쑤셔놨다. 볼턴은 악담을 퍼붓듯 써내려간 회고록을 통해, 안 그래도 상처 난 남북 및 북-미 관계를 마구 헤집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 강경파 중에서도 슈퍼매파로 불리는 그의 주장은 사실과 의도를 가려 들을 필요가 있다.

57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볼턴 회고록은 법적·도덕적 논란과 별개로, ‘메모광으로 불리는 그가 백악관에서 근무한 17개월 간 꼼꼼하게 축적한 기록에 바탕해 집필한 책이다. 그는 20184월부터 20199월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미국의 대외전략을 조율한 핵심 인물이다. 특히 그의 재임 기간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들과 함께 한반도에 역동성이 펼쳐지던 때여서, 당시에 관한 퍼즐조각을 맞추는 데 쓰임새가 있다.

하지만 볼턴이 어떤 인물인지, 책에서 빠뜨린 측면은 없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볼턴은 북한과 이라크 등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오랜 소신을 가진 초강경파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그는 영변 핵시설 해체와 경수로 제공을 맞바꾼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깨는 과정에 주요 인물로 등장했었다. 볼턴은 20028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군축·비확산담당 국무차관으로서 서울을 방문해 북한이 1997년부터 추진해온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압박해 2차 북핵 위기의 서막을 열었다. 그의 북한관을 요약하면 역대 미국 정부들이 모두 북한과 협상하려다 실패했고, 오직 강력한 제재만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화나 협상은 북한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본다. 하지만 볼턴 주장처럼 일방적 압박만 가하고 대화에는 손 놓으면 한반도 평화는 시작도 할 수 없다.

볼턴의 이런 시각은 회고록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20186월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에게 먼저 정상회담에 초대하라고 제안한 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고 정 실장이 나중에 인정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춤)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 김정은이나 미국에 관한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더 연관 있었다고 적었다. -미 대화가 미국 이익과는 무관하게 한국이 만든 판에서 시작됐다는 인식이다. 볼턴은 그해 초 평창겨울올림픽부터 이어져온 남--미 사이의 숨가쁜 평화무드 노력과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북-미 대화에 관해 회의감을 넘어 아예 성사되지 않기를 원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양쪽이 평양·판문점(북한)과 제네바·싱가포르(미국)로 실랑이를 벌이던 때를 기술하면서 나의 희망: 어쩌면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적었다. 볼턴은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 모델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해 북한의 반발을 샀다. 2019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볼턴은 준비과정부터 회담 현장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트럼프에게 핵무기 뿐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까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해, ‘노 딜을 관철해냈다.

볼턴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촉진자 역할도 트럼프-김정은 사이에서 빛 보려는 속셈정도로 깎아내렸다. 그는 문 대통령이 애초 1차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열고 남--3자 정상회담도 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하면서, “이것은 대체로 사진찍기 행사에 자신을 끼워넣으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이었다고 적었다. 당시 청와대는 남--3자 종전선언 등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턴은 또 지난해 6월 판문점 남--미 정상 회동 당시 북한과 미국 모두 문 대통령의 동행을 원하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고집했다고 적었다. 평화를 주선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정치적 이득을 노린 행동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2<문화방송>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극우파 중에서도 초강경파라고 할 수 있는 볼턴의 일방적 주장이 되게 많이 담긴 것 같다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간 상당히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볼턴의 책에는 불화 끝에 자신을 내쫓은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가득하다. 볼턴은 트럼프는 국가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을 구분하지 못한다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볼턴이 반쪽 진실과 완전히 틀린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대남 확성기 예고 없이 재설치나서…‘군사긴장’ 고삐 풀리나

 

북한이 대남전단 살포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대남 확성기까지 재설치하고 나선 것은 본격적인 대남 선전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이 맞대응에 나서게 되면, 남북은 서로 적개심을 곤두세운 비방전을 벌이던 2년 전 ‘4·27 판문점 선언이전의 험악한 시대로 되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이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하는 정황이 전날부터 군사분계선(MDL) 주변 전방지역 전역에 걸쳐서 10곳 이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됐다고 한다. 남한 정부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한 것에 대해 전면적인 대남 선전전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전단 살포와 관련해서도 22일치 <노동신문>을 통해 “1200만장의 각종 삐라를 인쇄했다고 전하며 우리의 대적 살포 투쟁 계획은 막을 수 없는 전 인민적, 전 사회적 분노의 표출이라고 강조했다. 삐라와 오물을 수습하는 것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이며 얼마나 기분 더러운 일인가를 한번 제대로 당해보아야 버릇이 떨어질 것이라며 응징보복의 시각은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다고 대남전단 살포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런 맞대응 태도는 북한이 그동안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실제 북한군 총참모부는 17일 이른바 대적 군사행동계획을 밝히면서 인민들의 대남 삐라 살포투쟁 지원을 공언한 바 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2018년 판문점 선언 당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대남 확성기 방송장비를 예고 없이 재설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앞서 대남전단 살포를 공언하면서도 대남 확성기 설치 문제에 대해선 한차례도 거론한 적이 없다.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대응 프로세스에는 애초 확성기 재설치가 포함돼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경우 확성기 재설치는 최근 북한 권력집단 내부에서 대남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됐을 공산이 크다.

이번 조처는 그동안 남한보다 확성기 철거 주장에 더 목을 매온 북한의 기존 태도와는 다른 것이라는 점에서도 뜻밖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 대북 확성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러 차례 철거를 주장해왔다. 북한이 확성기를 설치하면 우리도 설치할 것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한데도 먼저 확성기 설치에 나선 건 이례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비례성의 원칙에 따른다면 확성기 재설치에는 확성기 재설치로 맞대응하는 게 그동안 남북이 취해온 군사적 관행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의 대남 확성기 재설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강행할 경우 우리 군 당국도 두 손 놓고만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확성기 재설치 및 대북 선전 방송 재개로 맞대응하라는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권의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 인근 최전방 지역에 확성기가 다시 설치되는 것은 2년여 만이다. 2018‘4·27 판문점 선언이전만 해도 남한은 고정식 30여대, 이동식 10여대 등 모두 40여대의 대북 확성기 시설을 운용했으며, 북한도 당시 비슷한 규모의 시설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당시 대북 심리전 방송은 매일 오전, 오후 두차례 1~2시간씩 했다우리가 확성기 방송을 할 때마다 북한도 대응방송을 해오곤 했다고 말했다.

남북이 서로 확성기 시설을 설치하면 ‘4·27 판문점 선언은 본격적으로 무효화 절차에 들어가게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조처로 지난해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에도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장치마저 훼손될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 박병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중앙지검, 채널A 기자와 대화한 녹음파일 확보해 피의자로 전환

기자 영장 및 한 검사장 소환 결정, 대검 수차례 보완 지시하며 막아

     

-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채널에이(A)> 기자들과 한 검사장의 대화 녹음파일을 분석한 뒤 이달 초부터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해왔다. 수사팀은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한 검사장 소환조사 일정도 잡았지만, 대검 형사부는 범죄 구성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수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

21<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정진웅)는 채널에이 백아무개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대화 녹음파일을 발견하고 강요미수죄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했다. 녹음파일은 지난 213일 백 기자가 회사 선배인 이아무개 기자와 함께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을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이날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날이었다. 수사팀은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녹음파일 내용을 보고받은 뒤 ‘64일 이후로 이 사건 지휘에 관여하지 않겠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의 이견이 있는 경우 대검 부장회의에 지휘를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64일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한 시점이다.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윤 총장이 지휘 회피의사를 밝히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 등 중요 사안에서 대검 수뇌부의 의사결정이 미뤄지면서 수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은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을 포맷한 이 기자가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만큼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보고를 지난주 대검에 했지만 21일 현재까지 결재를 받지 못했다. 수사팀은 또 지난주에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려고 했지만 이 일정도 연기됐다. 대검 형사부는 수사팀에 여러 차례 수사 보완 지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의 변호인은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그날 여러 언론사의 방문에 대해 통상적인 응대를 했다. 수사나 취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한 검사장이 채널에이 기자들과 대화에서 유시민이 뭘 했는지 나도 아는 게 없다. 관심 없다고 말했다<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확보된 증거자료 중 일부만을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실관계 전반을 호도하거나 왜곡하여 수사 과정의 공정성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최측근 녹음결정적 증거라는데대검은 범죄 안된다

윤석열 213일 부산 순시한 날 한동훈 방 대화, 채널A 기자 녹음

신라젠 수사 관련 내용 담겨 있어 한동훈 피의자 전환, 휴대전화 압수

-언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채널에이> 기자들과 한동훈 검사장의 대화 녹음파일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쪽에 정치권 로비 명단을 밝히라고 협박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대검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수사 보완 지휘를 하고 있다. 같은 내용의 대화 녹음파일을 공유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두 기관 간 판단의 간극이 너무 크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에 대한 형사처벌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 내부 갈등 배경은 물론 향후 수사 추이에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 3인 대화 녹음파일 혐의 입증에 결정적

이번 수사의 관건은 이 전 대표 쪽에 정치권 로비 명단을 밝히라고 요구한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가 실제로 한 검사장과 이를 상의했는지를 입증하는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기자는 이 전 대표 측근에게 “(이철 전 대표 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한테 알려달라.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다.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한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채널에이 자체 진상조사에서도 이 기자가 후배인 백아무개 기자에게 수사팀에 얘기해줄 수도 있으니 만나보고 나에게 알려달라. 나를 팔아라는 현직 검사장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이 기자의 입에서 나온 전언일 뿐이다. 이 기자는 일찌감치 증거를 인멸한 상태여서 한 검사장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직접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사의 실마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풀렸다. 이 기자의 후배인 백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통화가 아닌 대면 대화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이다. 백 기자는 이 기자의 지시로 신라젠 의혹 수사를 취재하던 중이었고 올해 2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산고·지검 방문 일정에 맞춰 이 기자와 함께 한 검사장을 찾아가 만났고 이때 한 녹음 파일이 수사팀에 압수됐다. 이들은 신라젠 수사는 물론 법무·검찰 관련한 대화를 나눴고 수사팀은 특히 녹취록과 채널에이 진상보고서에서 전언 형태로 존재했던 내용과 비슷한 한 검사장 발언을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게 된 이유다. 수사팀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그러나 대검 쪽에서는 3인 대화 녹음파일 내용을 봐도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수사 실무를 협의하는 대검 형사부는 수사팀이 이 기자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건의를 올린 뒤에도 범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런 시각 차이 때문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사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 윤 총장 측근 사건이기에 결과 주목

-언 유착 의혹은 초기부터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겠냐는 우려가 존재했던 사건이다. 지난 331<문화방송>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윤 총장은 이를 제지하고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윤 총장이 한 검사장 감찰을 막으려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고발한 검-언 유착 의혹과 최경환 전 부총리가 명예훼손 혐의로 문화방송을 고발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 중인데 채널에이만 압수수색하고 문화방송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자 윤 총장은 비례와 균형 수사를 강조하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의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된 지난 4일부터 이 사건 수사 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하고 자신은 형식적으로 최종 결정만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수사가 지연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의 특수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언 유착 의혹은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수사 과정은 물론 결과도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태규 기자 >

검언유착 수사자문단소집, 중앙지검-대검 통보 못받아” “알렸다

피의자 이례적 요구에 자문단 소집 결정했다는 대검 부장회의서도 이견

-언 유착 의혹 사건의 기소 여부를 논의할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자문단) 소집 여부를 놓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21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달 초 한동훈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보고가 올라온 직후 대검 차장과 부장(검사장급) 5명으로 구성된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을 지휘하되 사후 결과만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대검 형사부는 수사 내용을 검토한 뒤 <채널에이(A)> 이아무개 기자와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대검 부장회의에 올렸다고 한다. 이어 한 대검 간부의 건의에 따라 지난 19일 열린 회의체에서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고, 윤 총장이 이를 결재한 뒤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에게 서울중앙지검에 이를 통보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대검 쪽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으로부터 자문단 소집과 관련된 결정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총장의 지시사항인데도 일선 지검이 통보 자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검 안에서도 자문단 소집 결정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의 의견이 달라야 자문단을 소집해 어느 쪽이 옳은지 심의를 요청하는 건데, 대검 부장회의에서는 기소 여부에 대해 결론 낸 적이 없기 때문에 자문단 소집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또 대검 부장회의 논의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자문단 소집이 처음 제기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자문단은 일선 수사팀과 대검 지휘 부서, 관할청의 인권수사자문관이 소집을 건의할 수 있는데, -언 유착 의혹 사건은 지난 14일 채널에이 이 기자의 변호인이 진정 형식으로 제기했다. 자문단 소집이 이례적으로 피의자 진정 형식으로 결정되면서 소집 결정 과정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자문단은 중요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는 자문기구로 소집 권한은 검찰총장에게 있다. 자문단은 단장을 포함해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검사나 형사사법제도 등의 학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 7~13명으로 구성된다. 심의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있다. 검찰총장이 자문단 위원을 위촉하지만, 의견이 대립하는 수사팀과 지휘부에 각각 위원 추천권이 있다.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국가보훈처 부정 청탁 사건, 케이티(KT) 채용비리 사건에서 자문단이 소집됐다. < 김정필 기자 >

[사설] 수사팀-대검 충돌로 번진 검언 유착수사 난맥상

<채널에이(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언 유착 의혹수사가 잇따라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급기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부가 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 의견 충돌을 빚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검찰 고위직이 연루된 이 사건을 두고 유독 많은 잡음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엄정한 수사내부 인사 비호라는 두 기류가 부딪치고 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수사팀은 이달 초 채널에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의 대화 녹음파일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한 뒤 한 검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후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 구속영장 청구, 한 검사장 소환조사 등을 추진했지만 대검이 범죄 혐의 구성이 어렵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같은 증거를 놓고 수사팀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하고 대검은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극단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대검이 채널에이 기자 쪽의 진정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피의자 쪽이 요청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혜로 비칠 수 있다. 자문단은 검찰수사심의위와 달리 검찰의 의중이 작용하기 쉽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던 검찰 고위 간부들의 기소 여부를 두고 대검과 수사단이 대립했을 때 검찰총장이 검찰수사심의위 대신 자문단을 소집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전례도 있다.

이 사건이 지난 3월 말 언론 보도로 불거진 직후부터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감찰부 대신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맡기면서 감찰 회피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샀다. 채널에이 압수수색을 두고도 윤 총장은 균형 있는 수사를 공개 지시했다. 의혹을 제기한 <문화방송>(MBC)도 같은 비중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부적절한 지시였다.

윤석열 총장은 이달 초부터 사건 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했다지만, 그의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에서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진다면 검찰이 내놓는 수사 결과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싶다. 검찰 스스로 내부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회의도 짙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대검 지휘부의 개입을 차단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는 게 타당하다.


통일부 남북합의 위반, 관행 해결 아닌 악화중단 촉구

보복 삐라 본격 준비” “특급 철면피한맹비난

           

북한이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예고한 가운데 주말에도 남북은 상대를 비방하는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설전을 이어갔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는 21일 대변인 담화를 내어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 보복 삐라 살포 투쟁은 그 어떤 합의나 원칙에 구속되거나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대남 전단 살포가 북남 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이미 남쪽 당국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묵인하면서 남북관계가 이미 다 깨여져나갔기 때문에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했다. 북한은 오히려 대남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남쪽을 향해 보기 드문 특급 철면피한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담화는 북한의 대외용 매체로 분류되는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대내용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함께 실렸다.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대북 전단 살포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앞서 통일부는 20일 아침 북한이 대규모적인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대남 전단 살포가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고 남북 사이의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조치라는 이유였다. 북한이 같은 날 오전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우리 인민의 보복 성전은 죄악의 무리들을 단죄하는 대남 삐라 살포 투쟁에로 넘어갔다며 이미 제작한 대남 전단 더미 사진을 공개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21일 통전부 대변인 담화에 드러난 북한의 논리는 우리 정부가 4·27 판문점선언 등 각종 합의에서 내놓은 대남 전단 살포 중단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신뢰가 이미 깨졌기 때문에 이번엔 우리 정부가 당해볼 차례라는 것이다. 북한은 위반이요 뭐요 하는 때늦은 원칙성을 들고나오기 전에 북남 충돌의 도화선에 불을 달며 누가 먼저 무엇을 감행했고 묵인했으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켰던가를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노지원 기자 >

, 대남 전단 공개 당해봐야 기분 얼마나 더러운지 알 것

<노동신문> 20일치 2면 기사로 대남 전단 대량 제작 공개

북한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이 컵을 들고 무엇인가를 마시는 얼굴 사진 위에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전단 더미에 담배꽁초를 마구 던져넣은 사진.

북한 <노동신문>20출판기관들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들씌울 대적 삐라를 찍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대규모적인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위한 준비 본격적으로 추진이라는 제목을 단 이날치 2면 머리기사에서 우리 인민의 보복 성전은 죄악의 무리들을 단죄하는 대남 삐라 살포 투쟁에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대규모 대남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노동신문>2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주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대남삐라' 작업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대량 인쇄된 전단 뭉치와 이를 인쇄·정리하는 노동자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컵을 들고 무엇인가를 마시는 얼굴 사진 위에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전단 더미에 담배꽁초를 마구 던져넣은 사진도 공개했다.

<노동신문>죄는 지은데로 가기 마련이라며 한번 당해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노동신문>각지에서 대규모 대남 삐라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이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지금 각급 대학의 청년학생들은 해당한 절차에 따라 북남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 살포 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분노한 인민들의 역대 최대 규모 무차별 삐라 살포 투쟁”(<노동신문> 17일치 3)이 임박했음을 짐짓 내비친 셈이다.

북한이 대규모 대남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20일 보도했다. 대남전단 사진.

북쪽은 이날도 <노동신문>김책공업종합대학 신재영 학부장” “평양326전선종합공장 황철국 직장장각계 인민들을 내세워 고강도 대남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고위인사 또는 기관의 공식 담화나 추가 대남 조처는 사흘째 내놓지 않았다. < 이제훈 기자 >

[유레카] 삐라, 남북의 심리전

삐라의 정식 명칭은 심리전 전단지. 일제 강점기 때인 1930년 중국 최고 군사 양성소인 황포군관학교 출신 의열단단원들이 주축이 된 조선의용대가 방패연을 이용해 일본군의 탈영과 투항을 종용하는 삐라를 뿌렸을 정도로 그 역사는 길다. 계산서나 전단지 등을 뜻하는 영어 ’(bill)과 일본어 비라’(びら) 에서 그 명칭이 유래했다고도 한다. 광복 뒤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삐라는 남과 북 당국이 상대를 겨냥한 중요한 심리전 수단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남쪽에선 한국전쟁 이전엔 여순 반란’, ‘제주 4·3 항쟁등으로 산으로 들어간 빨치산의 전향을 촉구하는 데 주로 활용했다. 한국전에선 남북이 삐라 전쟁을 벌였다. 유엔군은 승전 소식과 함께 안전보장증을 날려 보내 인민군에게 자유로운 남쪽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중공군이 참전하자 조상이 지켜낸 나라를 오랑캐(중공군)에게 내주고, 전장에서 죽어가는 인민군과 달리 중공군은 후방에서 놀고먹으며 아내와 누이를 능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전쟁에서 국군과 유엔군은 25억장, 북한 인민군은 3억장의 삐라를 뿌린 것으로 추산한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른바 최고 존엄을 겨냥한 삐라도 시대에 따라 변천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50년대엔 김일성 주석이 소련과 중국에 나라를 팔아먹는다는 논리를 주로 담았다. ‘매국노 김일성은 백두산 절반을 중공에 팔아먹고 또 원산항을 쏘련에 팔아먹으려 하고 있다.’ ‘오랑캐 앞잡이, 노서아의 노예시민권 탄 이 민족 반역자 타도하라는 등의 삐라가 살포됐다. 김일성을 스탈린 서기장, 모택동 주석의 노예로 묘사한 삽화를 담은 삐라도 많았다.

권력세습이 본격화한 70년대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문란한 사생활과 세습에 대한 비난이 핵심 내용으로 자리 잡았다. 당 간부들의 반란을 종용하고, ‘망나니 김정일’ ‘매일 대한민국 방송 듣고 텔레비죤 시청, 미국 등 서방세계 영화 필름 2만개 갖고 있는 영화광’ ‘부화방탕 김정일, 본처 4명에 첩이 2천명등의 글귀가 새겨졌다. ‘구국 청년 동지회등의 이름으로 위기 김정일로는 안된다. 식량 배급 못 주는 주제에 제 생일잔치 예산 낭비등 내부 저항단체의 행위로 가장한 삐라도 살포했다. ‘3대째 권력세습 획책. 애비 아들에 이어 다음은 손자놈 차례?’ 3대 세습을 예견하고 조롱하는 삐라도 많았다.

1970대엔 배불리 먹고 싶지 않습니까?’라며 월남한 인민군 가족이 고봉밥에 고깃국을 먹는 모습, 서울 등 도시, 조선업 등 중화학공업 발전상을 담았다. 1980년대엔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 개최를 알리며 무료초대권형식의 삐라로 인민군의 귀순을 부추겼다. 이 시기에 반라의 수영복을 입은 여성 사진에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서울에서 만나요’ ‘자유가 있는 곳에 젊음을’ ‘우리 함께 살아요. ’등의 문구를 적은 삐라를 집중적으로 살포했다. 86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수영복 심사 장면과 함께 의거 월람하여 이런 멋진 미인을 만나 련애(연애) 한번 해보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삐라는 그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소영, 정윤희, 이경진, 이미숙, 이혜숙, 최명길, 황신혜, 원미경 등 당시 유명 여배우들은 삐라에 단골로 등장했다. 1990년대엔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정상회담, -소 국교정상화, 소련의 몰락 등 사회주의 정권의 퇴조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북한도 남쪽으로 많은 양의 삐라를 날려 보냈다. 대부분 김일성, 김정일 찬양 등 우상화 내용이었다. 60~70년대엔 행복의 땅 이북 농촌등을 소개하며 군인의 귀순을 종용했고, 80년대엔 남쪽 여배우 사진을 활용해 북한 체제를 선전했다. 전두환 정권 땐 그를 광주 시민을 죽이고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구두 바닥을 빠는 개로 그리거나 광주 학살 장면을 삐라에 새겼다. ‘양키는 아메리카로등 반미 선동도 많았다. 김영삼 정부를 겨냥해선 문민 정권도 5,6공과 같은 호전광등의 삐라를 날렸고, 북한의 수소탄 개발 등 핵 무력을 과시하는 내용도 자주 등장했다.

20006·15 정상회담으로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상호비방 중단에 합의하면서 남북 당국이 주도하던 삐라 살포는 공식 중단했다. 북한 삐라가 줄면서 경찰서 등에 신고하면 연필, 공책 등 학용품을 주던 북한 불온선전물 수거처리 규칙2007년에 결국 폐지했다.

그러나 남쪽에선 탈북자 단체, 북한 인권운동 단체 등이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하는 새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아이티 기술을 활용해 북한 실상을 고발하고 김정일, 김정은 부자를 비하하는 사진, 영상 등이 담긴 이동식 기억장치(USB)1달러짜리 지폐를 전단지와 함께 살포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탈북자 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를 사실상 부추기자 북한은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물리적 대응을 경고하고, 2014년엔 삐라를 향해 발포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전쟁광신자’ ‘파쑈마녀’ ‘악녀’ ‘미국과 일본에 붙어먹는 등으로 원색 비난하는 삐라로 맞대응했다. ‘박근혜 탄핵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는 황교안은 박근혜 꼭두각시, 충견이다라며 사드 배치를 결정한 황 대행을 사대 매국노로 비난하기도 했다.    < 신승근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