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위해 엑스레이 촬영하던 의료진이 발견

    "당시 오빠가 주운 총기부품으로 총 만들었는데 실수로"

 

"속이 시원합니다. 70년 세월 이것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죠."

이달 8일 부산 사하구 부산본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황정혜(81) 할머니는 지긋지긋한 관절염을 치료하면서 70년 동안 잊고 지내던 한국전쟁의 아픔을 함께 도려냈다.

황 할머니는 15일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70년 전의 기억을 되짚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황 씨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달 초 최근 악화한 무릎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내원한 황 씨는 무릎 엑스레이 촬영을 한 뒤 깜짝 놀랐다. 엑스레이 사진에 총알 모양의 금속이 나온 것이다.

병원 영상의학과와 의사도 몇번이고 엑스레이 사진을 다시 들여다봤지만, 총알이 맞았다.

그때까지 몸속에 총알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황씨는 오래전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했고 문뜩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를 떠올렸다.

황씨는 11살이던 1950년 고향인 경북 의성을 떠나 경산에서 3개월간 피란 생활을 한 뒤 다시 의성으로 돌아왔다. 다시 찾은 고향은 폐허가 돼 있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실탄과 망가진 채 버려진 총은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줬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이것조차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황씨보다 5살 많던 오빠가 길에서 주운 총기 부품으로 소총을 만들었고 실탄을 넣어 놀던 중 실수로 총이 발사됐다. 총알은 벽을 맞은 뒤 황씨 무릎에 맞았다.

아버지는 무릎에서 피가 나는 황씨를 엎고 20리를 뛰어 동네 의원에 도착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치료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의사가 핀셋으로만 확인한 뒤 총알이 없다고만 말했고 그렇게 상처는 아물었다.

그렇게 70년이 흘렀고 황씨는 최근 관절염 수술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은 뒤 처음 총알이 몸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병원은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서 총알도 함께 제거했다.

그의 몸에서 나온 총알은 길이 1.3로 심하게 부식된 상태였다.

황씨는 "70년 동안 내 몸에 총알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신기하게도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깐 70년 전 한국전쟁 중 무릎을 다친 기억이 또렷하게 났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관절염이 악화하기 전까지 불편함 없이 살아왔는데 총알이 무릎에 있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70년 전 아픈 기억을 빼낸 것 같아 너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부산 본병원 한현민 원장 "총알이 뼈나 신경 등에 전혀 지장이 없는 근육 안쪽에 박혀 70년 동안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 같고 다행히 총알 제거와 인공관절 수술도 무사히 마쳐 환자가 잘 회복하고 있다""병원에서도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뜻깊은 치료를 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탈북단체, ‘대북전단 살포 강행 추진논란

살포 반대 탈북민들 미 보수단체 후원받아주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대북전단은 지난달 3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살포한 것이다. 박상학씨가 이끄는 이 단체는 당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 1달러 지폐 2천장, 휴대용 저장매체(유에스비) 1천개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냈다.

이 단체의 누리집을 보면, ‘74차 당 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미사일,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합성한 펼침막이 대형 풍선에 걸려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대북전단문을 보면 김정은을 특수강간 미성년 성폭행죄로 고발한다’ ‘(김정은의) 금고에는 인민들이 굶주리고 피땀 흘려 번 가치들로 채워져 있다’ ‘맏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살해한 인간백정 김정은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소책자에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 노력에 나서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북한은 오히려 국제사회를 공갈협박한다’ ‘핵무기는 북한 인민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인민이 들고일어나야 한다등이 인쇄물의 주 내용이라고 한다. 또 휴대용 저장매체에는 남한 사회의 발전된 모습과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영상이 담겼다고 전해진다. 대북전단 살포에 비판적인 탈북민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우려한다. 국가수령 모욕이나 체제 비난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의 특수성 때문이다.

탈북민 가운데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 홍강철씨는 지난 13<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 활동 내용을 미국(의 보수단체)에 제출하면 후원을 받는다며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날리기 경쟁도 뜨겁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북전단 단체 대북풍선단의 이민복 대표도 풍선 한번 날리는 데 원가는 10여만원에 불과하지만 박상학 대표는 150만원, 300만원씩 후원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박상학 대표는 미국의 단체나 정부에서 받는 후원금은 전혀 없다. (대북전단과 함께 보낸 1달러 지폐는) 미국 동포들이 1달러씩 보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가 정부의 접경지역 원천봉쇄를 피하기 위해 드론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하려는 계획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민복 대표는 많은 전단을 들어 올리려면 드론이 소형 비행기처럼 커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동력유도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전쟁 행위다. 민간인이 해선 안 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민들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민은 많은 탈북민이 대북전단 살포를 창피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박 대표는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 북한을 민주화하고 싶다면 북한에 가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윤경 홍용덕 기자 >

풍선 하나에 150만원삐라 장사에 군장병 생명 맡길 건가

북한 국경경비대 장교 출신 홍강철 씨 풍선 1개 날리면 10배 넘게 남아

정부와 경기도가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하게 차단하고 나서자 탈북민 단체 등이 국제사회가 인정한 인권운동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북한 장교 출신 탈북민이 이권 다툼으로 바뀐 대북전단보다는 한반도 평화가 우선이라며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인 홍강철(47)씨는 13<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사업이 일부 탈북민 단체 사이에 이권 다툼으로 번지면서 서로 진실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홍씨는 북한의 강건종합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국경경비대 초소장을 거쳐 무산 건재공장에서 노동지도원으로 일하다 2013년 탈북했다. 같은 해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으나 다음해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으로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홍씨는 탈북민들 자체 커뮤니티나 인터넷, 조사된 내용을 보면 (대북전단을 실어 나르는) 풍선값이 하나 날릴 때 150만원이다. 그런데 실제 풍선 1개 값은 8~12만원이다. 이것을 10배 넘는 돈을 받고 날려주면 단체의 공적이 된다. 이런 활동 내용을 미국(의 보수 단체)에 제출하면 후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날리기 경쟁도 뜨겁다고 홍씨는 전했다.

대북전단 날리기를 한 탈북 단체에서 처음에 하면서 이것을 탈북민한테 시켰는데, 이런 노하우를 배운 사람이 단체에서 나와 독자적으로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보내면서 경쟁이 붙었다. 말하자면 풍선 날리기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다. 그러다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다 보니 서로 비난하고 진실하지 못하다며 헐뜯는 상황이 되었다.”

홍씨는 일부 탈북민 단체에서 자신들의 전단 살포가 북한 인권을 위한 인도적 행위라며 이것을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북한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탈북민 커뮤니티의 새터민 라운지라는 곳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비말이 나온 것을 사서 1달러 지폐에 묻힌 뒤 풍선에 넣어 북한에 보내자는 말이 나왔고, 실제 이런 이야기들이 탈북민 사이에서도 돌았다. 병균 비말을 묻혀서 날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다. 인간이라면 아무리 적이라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

경기도 최북단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잇는 김포 염하강철책길.

홍씨는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이유에 대해 탈북민 단체의 동영상을 보면 삐라 제목이 설주의 사랑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합성 사진을 만들어서 보낸 것이 나온다. 너무도 비열한 공격이다. 아마도 북에서 이것을 그대로 놔두면 안되겠다는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추정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한이 삐라를 뿌리지 않기도 했는데 약속이 안 지켜진 것 때문이 아니겠냐고도 말했다.

20184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단 살포 중지를 약속한 것이다.

홍씨는 풍선을 보내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고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들은 남한 사회가 이렇게 발전했다’ ‘경제 대국이다. 케이티엑스(KTX)도 달리고 에스티알(STR)도 달린다고 하는 것을 알리려고 하는데 북쪽 사람들은 그런 것 다 알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전부터 남한 드라마가 중국을 통해 들어와서 다 봤다. 내 페이스북에도 탈북자들의 댓글이 달린다. ‘뭔소리냐 북한에 있을 때 집에서 남한 드라마 다 봤는데라고 한다고 전했다.

홍씨는 그러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풍선으로) 날린다고 하는데 풍선이 북한에 제대로 가기나 하는가. 강화도 석모도에 떨어지고 쓰레기에 주민들이 항의하면 돌멩이를 주어서 주민들을 협박한다. 이게 인권운동가가 할 일인가. 오히려 삐라가 정세를 긴장시킬 뿐이다.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그래서 국군 다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장병들 부모는 정부에 항의할 터고, 결국은 남북관계만 악화한다. 우리한테 돌아오는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탈북민 단체들이 정부와 경기도의 제지에도 표현의 자유를 들어 전단 살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데 대해 홍씨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하고 국군 장병들 생명의 안전보다 더 우선할 수 없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보다 더 우선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홍씨는 정말 (전단 살포를) 꼭 해야 한다고 한다면 (접경지역) 주민과 국군장병이 다 해야 한다고 한다면 하자. 하지만 일부 탈북민 단체들 돈벌이시켜주려고 이렇게 큰일을 벌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홍씨가 <교통방송>에 출연해 삐라를 매단 풍선 하나에 150만원이라고 밝힌 데 대해 푼돈을 벌겠다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12일부 접경지역에 대한 위험구역 지정과 대북전단 살포자 출입금지 차량 이동, 가스주입 등 대북전단 살포 전 준비행위에 대한 제지와 불법행위 사전 차단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을 통한 단속과 수사, 고발 등 강력 조치 등 대북전단 살포 금지 대책을 발표했다. < 홍용덕 기자 >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도... 보복계획은 국론 

김여정 다음 대적행동 행사권은 군대 총참모부에 넘기겠다

남북대화 가능성 일축 배짱 있다면 남북 여지껏 이모양이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 대응에 불만을 표출하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듯 하다"고 밝혔다.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함께 대남 군사행동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를 내고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사업 연관 부서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은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 해댈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말해 행동에 착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철거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북한은 전날 자정께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담화를 내놓고 이날 오후에는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부장이 담화를 발표하는 등 24시간 동안 3차례에 걸쳐 대미·대남 압박 메시지를 내놨다.

남한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은 일축했다.

김 제1부부장은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 해낼 능력과 배짱에 있는 것들이라면 남북관계가 여지껏 이 모양이겠냐""보복계획은 대적부문 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은 노동당 내 어느 부서 소속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에서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인물로 언급됐다.

이날 담화에서도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대남사업 총괄임을 분명히 했다.

북 통일전선부장 남조선 신뢰 산산조각마주서고 싶지 않아

20196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북쪽 주요 인사들. 맨 오른쪽이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다.

북한에서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처음으로 담화를 내어 남쪽 정부의 대북 전단 관련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장 부장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속담이 그른 데 없다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쪼각이 났다고 밝혔다고 12일 밤 보도했다.

장금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이날 본인 이름의 담화에서 지난 11일 청와대가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철저히 단속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일을 지적하며 “‘통일부뒤에 숨어있던 청와대가 마침내 전면에 나서서 그 무슨 대용단이라도 내리는듯이 입장표명을 하였지만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비난했다.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논리다. 장 부장이 본인 이름을 걸고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부장은 남쪽 당국이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보따리만 풀어놓았다면서 자기가 한 말과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고 그것을 결행할 힘이 없으며 무맥 무능하였기 때문에 북남관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가로 법을 제정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밝혔던 대목을 꼬집어서는 그것이 언제 성사되여 빛을 보겠는가라며 북남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하였다면 판문점선언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법 같은 것은 열번 스무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담화에서 당분간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내비쳤다. 장 부장은 큰 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서고싶지 않다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고 말했다.

"이미 늦었다" , 연일 남측에 경고장남북관계 반전 요원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대북전단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북한은 오히려 '이미 늦었다'며 연일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장금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밤늦게 발표한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목 담화에서 청와대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드디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냈다며 이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에 비유했다.

청와대가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평가절하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 채택 이후 2년 동안 "그런 (대북전단 금지) 법 같은 것은 열번 스무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에 불과하다는 게 장 통전부장의 인식이다.

그는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며 남측과 대화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는 경고까지 덧붙여졌다.

북한은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한 남측 정부의 원론적 입장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13일 담화에서 남측 외교부가 '북미대화 조속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낸 데 대해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거칠게 말했다.

특히 남측이 비핵화 문제에 있어 "논할 신분도 안되고 끼울 틈도, 자리도 없다"고 하는가 하면, "북미대화가 없고 비핵화가 날아난(날아간) 것은 중재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의 잇따른 대남 비난은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대남 업무를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선언 이후 더 노골화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장금철 통전부장 담화와 권정근 국장 담화에 대해 이날 오후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의지를 밝히고 전단 살포 단체 대표들을 수사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정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경두 국방장관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 통제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경기도의 경우 아예 접경지 일부를 '위험구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다.

청와대도 나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어렵게 대화 무드가 찾아왔던 남북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선 안 된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처를 두고 일각에서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정부가 내놓은 '카드'에 일절 호응하지 않으면서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김홍걸 "남북관계, 겨울 있으면 곧 봄 온다인내심·용기 필요"

6·15 20주년 평화통일대회"전단살포, 합의 역행 적대행동" 호소문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13일 남북관계가 향후 개선될 수 있다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서 열린 평화통일대회에서 "남북관계라는 것은 겨울이 있으면 곧 봄이 오고, 어둠이 있으면 곧 새벽이 온다""한반도 평화에 필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을 참아낼 인내심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용기"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 의지도 부각하며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남북정상 합의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를 통해 남북교류의 성과를 조만간 내놓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 의원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작년부터 닫힌 남북교류의 문을 열고자 두드리고 있다""북측이 정부와는 당장 어떤 교류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시민 사회도 외면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고 머지않아 성과를 내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평화통일대회는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이틀 앞두고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와 민화협,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한국진보연대 등 57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들 단체는 공동호소문을 내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도 촉구했다.

이들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도 못하면서 대화만을 제안하는 것은 오히려 불신을 부추긴다""군사행동, 대북 전단살포 등 합의에 역행하는 적대적 행동은 중단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남북경색의 원인이 미국 눈치 보기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복 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보다 북미관계 진전에 지나치게 기대고, 대북제재에 얽매인 미국 눈치 보기, 공동선언 실천 부재가 남북관계 악화로 이어졌다""지금 필요한 것은 6·15 공동선언을 만들었던 용기의 계승과 책임있는 실천"이라고 덧붙였다.

 


강미숙(미국 이름 카라 보스)씨와 그녀의 딸.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된 강미숙씨 가장 큰 목표는 어머니 찾는 것

36년만에 고국서 부모 찾기입양인 정체성 찾을 권리 보장해야

 

엄마, 만나고 싶어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냥 오세요.”

1984년 미국에 입양된 강미숙(39살 추정·미국 이름 카라 보스)씨가 마흔을 앞두고 어렵게 찾은 아버지를 상대로 낸 친자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뒤 더듬더듬 꺼낸 우리말이다.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를 향한 애틋함이 세월에 잠들어 있던 그의 모국어를 서툴지만 또박또박 끌어냈다. 강씨는 부친 씨를 상대로 법적으로 친자임을 인정받으려고 낸 소송에서 해외 입양인으로는 처음 승소했다. 강씨는 아버지를 만나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자신의 어머니를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198311월 충북 괴산의 한 시장 주차장에서 발견된 강씨는 이듬해 9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당시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수는 79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성인이 된 강씨는 네덜란드인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고, 자신의 딸을 기르며 친엄마를 찾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그 뒤로 강씨는 충북 괴산을 찾아 전단을 뿌리고, 언론에도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강씨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친부모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계 입양인 유전자정보(DNA)로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 ‘325캄라(KAMRA)’에 자신의 디엔에이 정보를 공유해 두었는데, 지난해 1월 한 한국인 유학생이 자신과 유전자정보가 일치해 사촌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강씨는 이 유학생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씨를 찾을 수 있었지만, 자신이 아버지의 혼외 자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동시에 알게 됐다. 아버지 씨와 그 가족은 강씨와의 만남을 원치 않았다.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될 당시 강미숙(미국 이름 카라 보스). 강씨 법률대리인 제공.

강씨는 법적으로 씨와의 부녀관계를 확인하려고 지난해 11씨를 상대로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가사소송법에서 인지는 혼인외 출생자에 대해 생부나 생모가 자신의 자녀라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성립하면 친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될 수 있다. 소송 과정에서 진행된 유전자 검사 결과 강씨와 씨가 부녀일 확률은 99%를 넘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염우영 부장판사는 12원고 카라 보스는 피고(부친)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며 강씨의 법적 지위를 인정했다. 판결 내용을 들은 강씨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강씨는 마침내 법적으로 아버지의 딸임을 인정받았다. 가족들에게 연락할 권리조차 없었는데 누구도 내가 겪었던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한국 정부는 입양인들이 정체성을 발견하고, 또 가족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권리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 아버지 씨를 만나기로 한 강씨는 어머니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누구인지 찾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나의 어머니가 보고 계신다면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이평의 양정은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씨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어머니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입양인 문제는) 아동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될 수 있는 자동출생신고제 도입 등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 장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