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독감접종과 사망 인과성 낮아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훨씬 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과 관련해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으로 사망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매우 낮아 독감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접종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24일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48명으로 집계돼 전날(36)보다 12명 늘었다. 연령대를 보면 7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80대 이상 18, 60대 미만 5, 602명이다.

예방접종전문위는 1차로 사망자 26명에 대한 사인을 검토한 결과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매우 낮았다고 판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회의에서 전날 개최된 피해조사반의 사망사례에 대한 검증 결과에 대해 공유를 받았다. 지금까지 검토된 사망사례는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매우 낮다는 판단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날 개최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일부 피해조사반 위원들이 참석하고, 인플루엔자 전문가가 연석해 회의를 진행했다. 정 청장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뒤 중증 이상 반응은 24시간 내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가 대표적이다. 피해조사반이 사망사례별로 검토한 결과 시간적인 근접성이나 기저질환 또는 부검 결과 등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다른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검토한 26건 사례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 직접적인 인과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백신 재검정이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정 청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3천명이 인플루엔자로 인한 합병증 또는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어 인플루엔자 자체도 코로나에 못지않게 굉장히 위중한 감염병이라며 세계보건기구와 국내 전문가들도 반드시 특히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예방접종 대상자들이 안전한 예방접종 수칙을 준수해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요청했다.

정 청장은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진행과정에서 백신 유통과 또 백색입자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최근 들어서는 중증 이상 반응, 사망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국민의 불안함이 더욱 커진 점에 대해 방역당국의 당사자로서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신속한 조사를 통해서 원인에 대해 규명을 하고, 또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코로나19로 총회 연기

총재 선거도 함께 연기돼 김 총재 임기 ‘1년 더

 

김종양 인터폴 신임총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의 수장이 됐던 김종양(59) 총재의 임기가 1년 연장됐다.

경찰청은 인터폴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보건위기를 고려해 차기 총재를 선출할 총회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결정하면서 따라 김 총재의 임기도 1년 연기됐다23일 밝혔다.

인터폴은 지난 21일 개최한 집행위원회 화상 회의에서 다음달 7일과 8일 아랍에미트리연합(UAE) 아부다비에서 개최할 계획이었던 총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사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제형사경찰기구로서 대규모 행사의 개최를 자제해달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유엔(UN) 총회는 각국 정상의 녹화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인터폴은 집행위원 선출 등에 대한 비밀 투표가 요구돼 대면회의만 총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인터폴 총회는 매년 전 세계 194개 회원국 치안 최고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기 총재와 지휘부를 선출하고 조직·예산 등 기구 운영 전반을 의결하는 인터폴 운영 전반을 결정하는 최고 회의다.

김 총재는 경남 창원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찰에서 근무했고, 경찰로 재직하면서 엘에이(LA) 주재관과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쳐 2012년부터 3년 동안 인터폴 집행위원을 지냈다. 경기경찰청장에 재임하던 201511월 인터폴 부총재에 당선됐고, 3년 뒤인 2018년 최고 수장인 총재로 선출됐다. 이재호 기자

 


75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대공수사·국가수사본부 등 철저 준비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국회에서 협력해 준다면 자치경찰제도 머지않아 실시될 것이다. 혼란을 최소화하고 변화와 도약이 이어지도록 적극적인 수용과 철저한 준비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75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자치경찰제는) 75년을 이어온 경찰조직 운영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국민과 현장 경찰관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고 실제 운영에서 혼란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 국가안보 분야에서도 경찰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안보 수사역량을 키우고 대테러 치안역량을 강화해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데도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 정부의 권력기관개혁이 지지를 얻으려면 경찰도 수사역량을 키우는 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개혁입법으로 경찰의 오랜 숙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당한 책임경찰로서 공정성과 전문성에 기반한 책임수사 체계를 확립해주길 바란다. 곧 출범할 국가수사본부의 완결성을 높인다면 국민은 경찰의 수사역량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경찰개혁 반드시 완수"

 

김창룡 경찰청장이 21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찰청은 21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사권 조정에 담긴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경찰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면서 "경찰 개혁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높은 수준의 안전을 확보해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를 주제로 오프닝 영상 국민 의례 경찰청장 인사말 홍보영상물 상영 올해의 경찰 영웅 현양 유공자 포상 대통령 기념사 '더 이상의 미제 사건은 없다' 영상 경찰특공대 시연 순으로 진행됐다.

오프닝 영상과 국민 의례에는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와 최남단 마라도, 최동단 독도를 지키는 경찰관과 지역 주민이 참여했다.

홍보 영상에는 경찰의 활약상과 순직·공상 경찰관들의 동료·가족 인터뷰를 담았다. 영상이 끝난 뒤에는 지난 8월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순직한 고() 이종우 경감의 가족이 소개됐다.

 

경찰에 힘 실은 대통령경찰 "개혁입법 속도낼 것"

 

경찰은 21일 제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경찰에 ''을 실어주는 축사를 한 것에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다.

경찰은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검찰 비위 의혹으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경찰 개혁을 강조한 것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우회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국회에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정부는 경찰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고 합당한 처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장 경찰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 등 격려 메시지를 내놓아 경찰의 기대감을 높였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통해 "국민적 뜻을 받들어 경찰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그에 수반되는 경찰개혁에 대한 자신감을 밝힌 대목으로 읽힌다.

김 청장은 이어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국가 총 수사 역량이 한층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겠다""수사 과정의 공정성·책임성을 높이고 인권 친화적 문화를 체질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경찰제와 관련해서도 "면밀히 설계하고 추진해 지속 가능한 경찰 시스템의 토대를 견고히 다지겠다""안전과 분권의 가치를 조화시켜 지역사회 요구에 신속하게 응답하면서 주민을 정성껏 섬기겠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대통령께서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경찰 개혁을 말씀하신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개혁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가수사본부·자치경찰제 등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려면 국정감사 일정이 끝난 이후 논의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로 정기국회 회기 내 입법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개혁 핵심 과제였던 국가수사본부 설치와 자치경찰제 시행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추진돼온 정책이지만,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묻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고 논의도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여권에서 검찰 개혁 목소리가 다시 높아진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속 작업인 경찰 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경찰은 전망했다.

당정청은 지난 7월 국가수사본부 신설과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담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고, 곧이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찰은 앞으로 국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 심사에 대비해 국가수사본부 신설과 자치경찰제 도입에 필요한 세부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경찰 내부에서는 내년 1월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초대 본부장이 경찰 내부에서 나올지를 두고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회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국회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대로 제도 마련에 혼란이 없도록 빈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대통령, 인도 · 덴마크 정상통화유명희 지지 당부

 

각국 정상들에게 유명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지지를 역설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21일에도 인도·덴마크 정상과 전화 통화를 갖고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지지 활동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은 국적보다 자질, 다자주의에 대한 진정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갖춘 후보여야 한다"며 유 본부장을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유 본부장이야말로 통상 분야 전문성과 함께 현직 통상 장관으로서 구축한 네트워크, 정치적 리더십을 고루 갖춘 후보"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WTO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에 인도·덴마크 총리는 유 본부장의 결선 진출을 축하하면서 선전을 기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프레데릭센 총리와의 통화에서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제2'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에 제1P4G 개최국이자 환경 분야 모범국인 덴마크의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과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모디 총리는 모든 나라가 코로나 대응으로 분주한 와중에도 한국이 코로나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90억 달러(103천억원)에 인수, 세계 2위로 도약

자산 1조원 차이로 재계2위 현대차그룹 바짝 추격

 

에스케이(SK)그룹이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자산총액 기준) 2위 자리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20일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103천억원(90억달러)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현재 비금융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계열사의 자본금을 합산한 공정자산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계열사 총 59)4248480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대차(54) 2347060억원, 에스케이(123·상장기업 20) 2255260억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다. 2·3위 간 자산총액 차이가 채 9조원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에 에스케이가 인수하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자산은 78천억원 남짓이다. 이를 단순합산하면 에스케이의 총자산은 2333260억원으로 현대차와의 격차는 1조원 수준으로 좁혀진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주력 엔진 결함에 따른 품질 비용 3조원 남짓을 충당금으로 설정한 점을 염두에 두면 재계 순위 변동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00년 들어 공격적 인수합병에 나선 에스케이는 2005년에 재계 3위로 올라선 뒤 현대차와의 격차를 좁혀왔으나 삼성·현대차 2강 구도를 좀체 깨뜨리지는 못했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이번 최대 규모 인수합병으로 몇년 안에 삼성과 에스케이 두 반도체 주력기업이 재계 1~2위 판도를 형성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는 이미 에스케이가 현대차를 제쳤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에스케이그룹의 영업이익 총액은 98800억원, 순이익은 79650억원이다. 현대자동차(영업이익 73천억원, 순이익 79080억원)보다 많다. 다만 매출액은 에스케이가 현대차보다 20조원 남짓 적다. 조계완 구본권 기자

 

‘10인텔 품은 SK낸드플래시 세계 2위로

국내 최대 빅딜, 반도체시장 지각변동

낸드 점유율 20%로... 후발 약점 극복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반도체(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는 세계 반도체산업 지형은 물론 국내 재계 판도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큰 거래(빅딜)’. 이번 인수로 하이닉스는 디(D)램 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 모두에서 세계 2위 사업자로 뛰어오른다.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던 에스케이그룹은 이번 거래로 일약 재계 서열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빅딜 배경은?

인수 대금은 103천억원(90억달러)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를 93천억원(80억달러)에 사들인 삼성전자가 갖고 있다. 이번 거래는 하이닉스와 인텔 양쪽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하이닉스는 매출 비중이 70%를 넘을 정도로 디램 의존도가 크다. 디램 업황은 속성상 주기적 등락이 큰 터라 하이닉스의 실적도 춤을 췄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했다는 얘기이다.

이석희 하이닉스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낸드 사업은 시작이 다소 늦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며 이번 거래 배경을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인텔 인수로 낸드 업계의 공급자가 줄어들어 교섭력이 커지고, 하이닉스는 20%의 점유율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세계 대표 반도체기업이란 위상과 달리 비메모리 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비메모리 사업에 역량을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앞세운 엔비디아 등 후발업체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컸던 올해엔 인텔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단적으로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특수를 누리는 동안 인텔 주가는 외려 큰 폭 하락했다. 이미 시가총액에선 엔비디아에게 밀려난 상황이다. 인텔로선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메모리 사업 매각을 선택한 셈이다.

출렁이는 재계 판도

이번 거래로 에스케이그룹은 단숨에 재계 서열 2위 자리 문턱까지 다다른 상태다. 지난해 말 자산총액(공정자산) 기준으로 에스케이는 9조원 내외의 차이로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 에스케이 고위 관계자는 계약서상 내년 각국 정부의 거래 승인을 받게 되면 총대금 90억달러 중 70억달러를 우선 지급하고 잔금은 거래가 종결되는 2025년에 지급한다. 인텔 자산 소유권도 대금 지급 시기에 맞춰 변화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말께 에스케이그룹이 재계 서열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번 거래로 사들이는 인텔 자산은 모두 78천억원 남짓이다.

에스케이그룹은 국내 주요 재벌그룹 중 가장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그룹 덩치를 불려왔다. 대부분 그룹들이 출자를 통해 회사를 설립한 뒤 사업을 다각화해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재벌그룹이 인수·합병에 본격 뛰어든 것은 최근 2~3년 내의 일이다. 특히 에스케이는 지난 20123조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사들인 뒤 데이어 또다시 이번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반도체 산업을 그룹 핵심 사업 축으로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30여년간 반도체 산업을 일군 것과 비교된다.

주요 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새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대기업들의 인수 합병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대규모 거래로 재계 순위가 변화하는 등 재계 판도가 출렁이는 현상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500(1.73%) 내린 85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가 시작된 직후 전날에 견줘 2700원까지 잠깐 오른 뒤 거래 시간 내내 약세를 보였다. 구본권 기자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 발표에 주가는 하락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발표한 SK하이닉스 주가가 20일 하락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73% 내린 8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소는 SK하이닉스 주식 거래를 오전 930분까지 정지했다. 거래 정지가 풀린 직후 주가는 최고 3% 이상 오르다가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0억원, 8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134억원을 순매수했다.

앞서 이날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사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90억달러(103104억원)에 인수하는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를 SK하이닉스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로 보면서도 10조원대에 이르는 인수 금액은 부담될 것으로 평가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중국 다롄 낸드 생산 시설과 낸드 관련 지식재산권(IP),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기술 경쟁력 등을 즉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조원 이상을 낸드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약점으로 거론된 기업형 SSD(eSSD) 분야에서 삼성의 뒤를 잇는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