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이날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80% 이상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인권이사회 보고서 전염병 위기와 표현의 자유서 긍정 평가

시민 알 권리 보장하면서도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조치 수반

 

유엔이 개인정보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이들의 접촉자를 추적하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호평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 등을 두고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논란이 일었던 상황에서 'K방역'이 사실상 최선의 조치였다는 평가여서 주목된다.

이 같은 평가는 데이비드 케이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이달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는 '전염병 위기와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나와 있다.

케이 보고관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확진자와 접촉자를 파악하는 수단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이는 공중보건 관점에서는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fully understanding)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접촉자를 추적하는 한국의 사례를 공중보건 정책 목표에 따른 필요, 일반 시민의 정보 접근 및 알 권리 보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케이 보고관은 "한국의 경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중보건 당국이 감염병 발생 시 전국에서 개인의 보건 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법률은 사생활 보장을 전제로 상당한 수준의 질병 관련 감시를 허용하고 있지만 접촉자 추적 노력과 관련한 정보를 일반 시민에게 공개하도록 했다""이는보건정책 필요에 따라 시민의 정보에 대한 권리를 충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케이 보고관은 "정부가 보건 정보 수집을 허용할 때도 정보수집 결과에 대한 알권리를 증진하는 동시에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조치를 수반하고 제한된 기간에만 적용돼야 한다""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11"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추적 과정에서 사생활 노출 등의 논란이 있었으나 케이 유엔특별보고관의 평가는 정부의 조치가 개인정보 보호와 감염병 방역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동원 ‘6·15 선언’ 20돌 유일 생존 주역 청년과 대화서 밝혀

남북대결·북미적대·북핵·정전체제 4대요소, 남북 주도 포괄 해결해야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 하며 지그재그식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성급하게 하면 앞으로 나가기 어려우니 인내심·일관성·신축성을 갖고 기회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

임동원(86)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 기념 ‘6·15 주역과 2030 청년의 대화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한반도 냉전구조의 4대 요소남북한 불신과 대결관계 -북 적대관계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군비 경쟁 군사정전체제를 꼽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합의(2018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9·19 군사합의),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8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으로 한반도 냉전구조의 4대 요소에 대한 해체 합의가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냉전을 떠받쳐온 4대 요소가 남북관계 개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함으로써 해소의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남북, ·미 정상이 이미 합의했으나 실천이 지지부진한 탓에) 4대 요소가 서로 얽혀 풀리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며 어느 한 요소만 분리해 해결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북관계 활성화를 통해 미-북 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비핵화도 이뤄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협력해 4자 평화회담 개최를 주도하고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이 협력·주도하는 돌파·견인론이다. 그는 남북관계는 미-북 관계의 영향을 받으며 전진과 후퇴, 좌절과 성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일희일비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인내심·일관성·신축성을 갖고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분단사 첫 남북정상회담의 주역 4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용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비서(대남담당)는 이미 고인이다. 임 전 장관은 북한의 최고지도자 3(김일성 주석, 김정일·김정은 위원장)을 모두 만나 대화한 국내 유일한 인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대북화해협력정책의 설계자로 불리며, 2018년 남북정상회담 자문단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다.

임 전 장관은 이날 특별강연에서 6·15 공동선언의 의의를 네가지로 추렸다. 평화와 통일의 길을 밝혔고, 화해와 교류의 새 시대를 열었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추동력을 만들고, 우리 운명은 우리가 주도한다는 민족자존의 원칙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남북 정상이 무력통일과 흡수통일을 배제한 평화통일“(목표이자)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공통 인식을 도출해 고질적 통일 논쟁을 종식시킨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첫 남북정상회담은 햇볕정책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평화 프로세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한 신뢰 조성이라는 세 요인의 결합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몇 사람의 비밀접촉으로 성사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의 5대 합의(6·15, 10·4, 4·27, 9·19 선언과 9·19 군사합의)화해와 협력 정신을 공유하며 연속선상에서 계승·발전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6·15 선언이 향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평화를 만들며 통일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이제훈 기자 >

청와대 대북전단 살포, 범정부 차원 엄정 대응공식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에 대한 정부 방침을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가 11일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철저히 단속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대북전단으로 인한 남북 긴장을 막고, 적극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회를 열었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남북 합의와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과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온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청와대가 대북전단 살포에 관해 공식 반응을 낸 것은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비판 성명을 내고, 9일 남북 연락선을 모두 끊은 뒤 처음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2018년 판문점선언과 박정희 정권 때인 1972년 합의된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부속합의서 등을 들며 전단이나 물품 살포는 남북 합의에 따라 중지하기로 한 행위라고 밝혔다. 지금 정부와 과거 보수정부 시절 맺은 남북 합의를 두루 인용해 근거를 밝힘으로써 보수 쪽의 반발을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시했다. 김 처장은 “(대북전단·물품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 공유수면법, 항공안전법 등 국내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남북 합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우발적 군사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준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직접 브리핑해 엄정 대응방침을 발표한 것은 최근 남북관계 상황이 위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9일 통신 두절에 이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지, 9·19 군사합의 파기 등 추가 조처를 예고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전단·물품 문제가 남북 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가로막는 주요한 문제가 된 상황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남북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서로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면에 등장해 남북 간 모든 합의 계속 준수의지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지만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미지수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정부의 대북전단 행위 처벌 조처 등에 대해 만시지탄이라고 공개 비판할 만큼 우리 정부의 대처가 뒤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북한은 <노동신문> 이날치 1면 머리로 다룬 개인 논설에서 북남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 대한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게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며 대남 강경 기조를 쉽사리 바꿀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 성연철 노지원 이제훈 기자 >

 

 

유네스코 가입 70돌을 맞아강경화 외교부 장관

 

70년 전, 우리는 6·25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엄혹한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한민국은 다시 전화의 잿더미에서 힘겹게 일어서야 했다. 70년 후 오늘,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로 전세계에 막대한 인명 손실과 경제·사회적 피해를 주고 있는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을 넘어 국가 간 갈등을 심화하고 범세계적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위협하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취하고 있는 각자도생의 조치들과 세계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신뢰는 국가와 사회, 개인을 막론하고 모든 상호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크게 손상된 기본 가치의 하나이자, ‘포스트 코로나시대가 도래했을 때 우리 사회와 세계를 재건해 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공공재이기도 하다.

70년 전, 6·25전쟁 발발 불과 11일 전 대한민국은 유네스코에 가입했다. 유네스코는 2차대전의 비극이 인간 사이의 불신과 무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defences of peace)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깨달음으로부터 출발한 기구이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사회와 대한민국의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 해답의 단초를 75년 전 유네스코의 창설자들이 제시한 비전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개방성, 투명성과 민주성에 기초한 방역 성과로 국제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다. 우리 국민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도 연대와 포용의 정신을 발휘해 마스크를 나누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대구·경북으로 달려갔던 것처럼, 서로 불신의 장벽을 쌓는 대신 어떠한 위기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의 방벽을 우리 마음속에 단단히 쌓아 올리는 것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를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세계에 증명하였다.

혐오와 차별을 치료하는 백신은 교육을 통한 상호 이해 증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함양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지난달 말 유네스코에서 연대와 포용을 위한 세계시민교육 우호국 그룹을 주도적으로 출범시켰다. 또한,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한 케이(K)-방역 웹세미나를 개최해 세계 각국과 함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불신과 무지와 싸우고 있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트러스트’(TRUST) 캠페인을 전개하여 편견에 맞서 모두가 함께 바이러스를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6·25전쟁의 폐허 속에 절망해 있던 우리의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를 제안한 것도 한반도에 신뢰와 평화의 방벽을 쌓아 나가고자 하는 유네스코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신뢰와 평화를 재건해 나가는 공동의 노력이 시급한 지금,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책임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 >


손영미 소장 의문사근거없이 배후설·타살설 주장

자살 결론 내놓고 부실조사도 넘은 의혹 제기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쉼터를 운영해온 손영미 소장의 죽음에 대해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통합당의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진 뒤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이어왔다. 그의 행태는 과거 공안검사 시절 자살방조라는 음모론에 기반해 무고한 시민을 처벌한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 사건’(1991) 수사팀에 참여한 전력을 떠올리게 한다.

곽 의원은 11일 보도자료를 내어 손씨가 숨졌을 당시의 정황을 언급하며 경험이나 상식에 비춰볼 때 사망까지 이른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찰에서 손 소장이 자살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의문사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 사건에 배후가 있음을 암시하는 음모론을 펼쳤다. 현재 손씨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파주경찰서의 배용석 서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사 책임자를 교체해서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타살의 혐의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증거를 모두 수집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도 문을 부수고 들어갔고, 국과수 관계자도 현장에 왔다. 현장의 흔적이나 끈의 흔적 등 모든 내용을 봤을 때 자살이라는 소견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곽 의원 쪽이) 법의학 전문가들에게 먼저 물어나 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곽 의원은 앞서 10일에는 손씨와 관련해 119에 처음 신고한 이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서인 점을 들어 음모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119에 녹음된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곽 의원과 같은 당의 조수진 의원은 신고자가 복수 표현인 저희가를 썼다윤 의원이나 정의연 쪽 인사들이 증거인멸, 사전모의 등을 위해 고인과 연락을 취하다가 찾아간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당시 녹취록을 보면 신고자는 아는 분이 지금 몇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된다. 차도 집 앞에 있어서 집 안에 있을 거라고 추정이 되는데 지금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고자는 오랫동안 정의연에서 일해온 활동가 출신으로 당일 옛 동료들과 함께 연락이 안 닿는 손씨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곽 의원은 극우 성향의 유튜버 및 보수언론과의 상호작용으로 음모론을 유포시켰다는 비난을 받는다. 극우 유튜버들에게 음모론의 단초를 제공한 뒤 그들이 음모론을 제기하면 그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보수언론이 이를 퍼뜨려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곽 의원은 손씨가 숨진 지 이틀 뒤부터 언론 등을 통해 슬그머니 음모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손씨가 숨진 당일 밤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 소장을 언급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했다. “같은 날 밤 손씨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이게 우연의 일치일 수 있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그는 윤 의원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손씨와 연락을 한 적이 있는지 등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손씨가 숨지기 전 연락해 어떤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씨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윤 의원의 비서, 정의연 관계자 등이 손씨의 죽음을 확인한 뒤의 일로, ‘추모의 성격이 커 보인다.

이런 주장이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커뮤니티 등에서 음모론에 동조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곽 의원의 주장은 그럴듯한 의혹으로 포장됐다. ‘윤 의원이 손씨가 숨지기 전 연락을 했을 것’(8)이라는 수준의 주장에 보수언론이 반응하자, 급기야 이날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까지 상세히 공개하며 타살설에 가까운 주장을 펼친 것이다.

반면 곽 의원은 손씨가 검찰 수사에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검찰에서는 고인을 조사한 사실이 없고, 출석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혀 사망 경위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의연 쪽은 손씨가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다고 증언한다. 지난 10일 손씨의 장례 절차가 끝나자마자 검찰이 신속하게 그의 휴대전화 등 유품을 경찰에게서 압수수색한 것은, 손씨가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검찰이 정의연 관련 수사에서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곽 의원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댓글까지 언급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유가족이라고 하는 분이,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후에 손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은행계좌에다가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해온 걸 알게 되어, 그 금액을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댓글을 쓴 이는 생존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가족이지만 근거를 갖고 쓴 것은 아닌 걸로 전해졌다. 길 할머니의 가족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해당 글을 보고 깜짝 놀라서 (글을 올린 이에게) 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 배지현 엄지원 기자 >

곽상도, 29년전 유서대필 사건강압수사강기훈 씨에 사과 안해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소장의 죽음과 관련해 무차별적 의혹을 제기하며 11일 논란의 중심에 선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지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1991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수사팀에 참여한 검사로 강압수사를 벌였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검찰은 1991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한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의 유서를 강기훈씨가 대신 써줬다는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재심 결과 강씨는 2015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2018년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사과를 권고했다. 그러나 곽 의원은 단 한차례도 사과하지 않았다.

곽 의원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등 논란이 일자 지난달 25일부터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아 정의연 저격수로 나섰다. 그는 윤미향 의원의 딸 미국 유학 비용, 윤 의원 가족의 주택 구입 비용 출처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으며 정의연이 할머니들을 앵벌이 시켜서 돈을 벌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정의연과 윤 의원을 거칠게 비난해왔다.

죽음마저 정치 공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곽 의원의 모습에 정치권은 우려와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전날 손 소장의 죽음과 관련한 ‘119 신고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은 뚜렷한 근거 없이 타살 의혹을 제기하자 당내에서도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진상규명 티에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의혹만 제기하는 건 티에프의 역할이 아닌데 안타깝다. 곽 의원 개인 입장으로 봐달라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이런 주장을 공식적으로 당이 하면 부담스러우니 티에프에서 총대를 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회견은 티에프 위원들도 동의해준 적이 없다며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성급하게 죽음의 원인을 규정하는 데 대해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곽 의원은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며 타살 가능성을 유포하고 있으니 비통한 심정이다. 희박한 근거로 음모론을 퍼트리는 행위는 반드시 규탄받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 김미나 김원철 장나래 기자 >

윤미향, 곽상도 향해 고인의 죽음을 폄훼하지 말아달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1일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소장과 관련해 무차별한 의혹을 제기한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을 향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사망 경위를 자세히 언급하며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미향 의원실은 이날 윤 의원 페이스북 통해 최근 곽상도 의원은 고인의 죽음을 의문사’, ‘타살등으로 몰아가고 있다최초신고자가 윤미향 의원실 비서관이라는 이유로 윤 의원에게 상상하기조차 힘든 의혹을 또다시 덮어씌우고 있다. 이도 모자라 이제는 고인에게마저 부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고인을 죽음을 이르게 한 것은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에서 비롯된 것일진대, 이는 다시 한 번 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일 당시 119에 신고한 최초신고자는 윤미향 의원실 비서관이 맞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비서관이 왜 신고자냐는 물음을 던지지만, 이는 고인과 비서관, 윤 의원의 끈끈한 자매애를 모르고 하는 허언에 불과하다“16년 세월 동안, 이들의 관계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가족이 최근 상황으로 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하고 수면제를 복용해도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누가 있냐고 말했다. “6일 당일 오후 연락이 닿지 않아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다. 최근 심적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인의 집에 찾아가 보자는 마음이 앞섰다. 그리고 119에 신고했으며, 결국 고인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이라며 고인의 죽음을 폄훼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 서영지 기자 >

손영미 소장 죽음에 도 넘은 음모론펼친 곽상도

[한겨레신문 사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소장의 죽음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손 소장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하게 암시했다. 하지만 곽 의원이 제시한 근거들은 빈약하기만 하고, 논리 비약도 심하기 이를 데 없다. 적어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려면 충분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고인을 욕되게 할 뿐 아니라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받게 된다.

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손 소장이 발견될 당시 자세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어렵다며 사실상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직접 현장을 조사하고 1차 부검까지 마친 뒤 타살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곽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의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곽 의원은 또 손 소장이 숨진 날 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스엔에스에 손 소장에 대한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우연의 일치일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글과 손 소장의 죽음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윤 의원이 글을 올린 시각은 손 소장이 숨진 이후다. 선후 관계부터 틀렸다.

곽 의원은 어느 인터넷 기사에 위안부 피해자 유가족이름으로 올라온 댓글을 들어, 손 소장이 할머니 계좌에서 거액을 빼내 돈세탁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비리를 덮으려는 과정에서 죽음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댓글 내용의 신빙성을 검증하지도 않은 채,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이에게 파렴치범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할 도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작 당시 곽 의원이 수사팀 검사였고, 국과수가 강씨 필적 감정을 조작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곽 의원은 아직까지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이제 와서 손 소장에 대한 국과수 부검에 의혹을 제기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2017위안부피해자에 대한 생활지원을 강화하는 법률에 반대표를 던진 그가 미래통합당의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티에프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곽 의원은 근거 없는 주장을 거두고, 어울리지도 않는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