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후원금 모금활동 투명성도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논란이 결코 위안부 운동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하게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위안부 운동 30년의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위한 발걸음이었다라며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의연 사태에 관해 발언한 것은 지난달 7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뒤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정의연 논란을 확대해 위안부 운동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일부의 행동에는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라며 이는 피해자 할머니의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자 반인류적 전쟁범죄 행위를 고발하고 여성 인권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헌신한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고 일컬으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 온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이 스스로 존엄하다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연 사건이 시민운동을 점검하고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라며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이나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 성연철 기자 >



이용만 당했다”?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가성찰 필요

 위안부 운동사는 다층적·복합적, 여성·인권·평화 국제연대

        

어떤 사태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고려해 사태를 명명하기 마련이다. 원인은 외부/내부 요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외인의 작용으로 인해 오래 봉합됐던 내인이 함께 터져 나올 수도 있고, ‘내인으로 터진 갈등이 외인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해, 지금 이 사태를 뭐라 명명할 수 있을까?

사건사의 시각으로 이 사태를 보자면, 원인은 지난 57일 일본군 위안부피해생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다. 피해생존자의 고통이 배인 절박한 말과 인권운동가의 지난 운동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비판적인 말이 뒤섞여 토해졌던 기자회견이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30년 동안 답보 상태인 현실을 고통스럽게 마주하고 목소리를 냈다. 이용수님의 말은 윤미향과 정의연을 향하기도 했지만, 또한 말잔치 외에 실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한국 정부, 역사부정론에 입각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아베 정부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파편화된 목소리 막바지에 돈은 왜 마음대로 할머니들한테 안 쓰고 저거 마음대로 써. 그렇게 당하고 있었다가 섞여 나오면서, 대다수 언론은 약 한 달 동안 연일 윤미향 사태또는 정의연 사태로 명명된 엄청난 양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 명명은 일본군 위안부운동의 대표 활동가(윤미향)와 단체(정의기억연대)에서 사태의 원인을 찾고, ‘현미경 보도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기정사실로 바라보게 한다. 525일 이용수님의 두 번째 기자회견은 그런 보도들이 자기 확증하는 근거가 되었다. 대다수 언론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습니다란 말을 듣고 이용만 당했다고 헤드라인으로 뽑아내면서 그야말로 적극 이용했다. 증언 연구자라면, 이용수 할머니가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어떤 맥락에서 말하고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어렵게 결들을 헤쳐 나가고 있었을 거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정해진 프레임으로 그 말을 절취해 우겨넣었다. 요샛말로 흑화폭로 저널리즘의 민낯이 아닐까?

한편, 음모론의 문법으로 기계적으로 대입한 저널리스트와 유튜버들은 이 사태를 이용수 사태로 바라봤다. 이용수 할머니 대 윤미향·정의연 대립 프레임은 그렇게 진영화된 구도로 빨려 들어갔다. 대립적인 사태 명명은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정의연 모두에 대한 혐오·증오 발화의 폭발로 이어졌다. 윤미향·정의연에겐 피해생존자를 앵벌이시킨 파렴치범, (보상)을 못 받게 해서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권력만 쫓은 전체주의자, 반일=종북 낙인, 피해자의 을 따르지 않고 기억을 의심해 일본 극우의 행태를 보인 친일파, 그리고 매춘부라는 혐오가 쏟아졌다. 급기야 이용수 할머니에게도 배후에 의해 조종당하면서 권력만 탐하는 물색없는 대구 사는 노인, 일본군 병사와 영혼결혼식한 친일 매춘부라는 혐오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쪽에도 진실이 없다. 양쪽 다 가짜 사실이 넘쳐나고 진실보다는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면서 같은 의견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안적 사실을 진실이라고 우겨대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가짜와 거짓을 계속 듣다보면 진실을 보는 눈을 완전히 잃고, 심지어 지어낸 이야기에 만족하게 되는 상황의 도래가 정말 두렵다.

난 이 사태를 탈진실의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2019년 한국 사회에서도 본격화된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부정·부인(denial)과 여성혐오로 무장한 <반일 종족주의> 자장 아래에 있는 여러 의도와 기획이 이용수 기자회견을 이용해 윤미향과 정의연을 일점 돌파하는 방식으로 힘들을 쏟아내면서 윤미향 사태또는 정의연 사태가 되었다. 그에 대한 진영화된 반발은 이용수 사태로 이어졌다.

참담한 건 이 사태들을 보도하는 극우 가짜뉴스 매체들은 물론, 보수 일간지들의 프레임과 숱하게 양산된 기사에서도 <반일 종족주의>의 언어들, 그 논리와 방법이 재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대협은 그들의 공명심을 충족하기 위해, 그들의 직업적 일거리를 잇기 위해” “개인의 인생사 따윈 아무래도 좋은 것으로 팽개치고위안부를 민족의 성녀로앞세워 시위를 벌이면서 아무도 맞설 수 없는 전체주의적 권력으로 군림하였다”(<반일 종족주의>, 337-338)는 수준의 이해와 내용이 기사마다 넘실거렸다. 이런 기사들은 일본어 온라인판으로 거의 동시에 일본에 출고되었다. 이를 받아쓰는 일본 극우보수 언론은 이 사태를 윤미향,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운동 30년의 역사를 부정하는 사실 근거들로 삼아 보도했고, 한국 보수 언론은 이를 다시 현지(일본) 특파원 칼럼 등의 형식으로 한국어로 보도하면서 결과적으로 부정과 혐오를 진실로 포장해 보도했다.

참담한 상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511일 이영훈 등이 개최한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출간 기자회견에 대해선 일부 언론이 비판적인 전문가 코멘트나 기획 기사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얼마 전 526일 이영훈과 류석춘 교수,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가 주최한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 심포지엄을 보도한 기사들에선 기계적인 비판 코멘트조차 아예 없었고, 일방적으로 그들의 주장을 받아쓰고 대변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언론이 <반일 종족주의>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다뤄주고 그 과정에서 (의도했든, 안했든 간에) 그 책의 주장이 부각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이고, 기자들조차 그 주장에 동조하는 상호 참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12일 수요시위 전 날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와 위안부인권회복실천연대가 평화의 비(‘소녀상’) 앞에서 연 기자회견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그들이 내건 펼침막에는 위안부상 철거, 수요집회 중단이란 구호가 새겨져 있었다. 태극기와 일장기를 양 손에 들고 친일이 곧 애국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의 입에서 치욕스런 위안부 이력 속속들이 까발려 모욕 준 정대협과 여가부는 용서 못할 인권침해 집단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 동안 피해생존자들을 조롱하고 모욕한 한국 뉴라이트 부정론자들의 입에서 피해생존자들의 인권이 거론되었던 것이다. 이런 행태야말로 위안부피해자들을 간악하게 이용해먹는 복화술이다. 이렇게 보면, 이 사태는 부정과 혐오의 백래시사태로도 조명되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사태의 외인론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역사와 30년 운동의 진실은 결코 매끈하지도 납작하지도 않다. 울퉁불퉁하고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렇기에 여성·인권·평화 국제연대 운동을 만들었다는 서사에 결코 만족하지 말고, 이 사태를 계기로 삼아 30년이라는 시간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성찰해야만 한다. 그래야 피해자 없는 위안부운동이 가능한 건지, 아니 정말 필요한 건지, 그렇다면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모색되어야 하는 건지 논의를 모아가면서 부정과 혐오의 백래시에 반격할 수 있는 힘이 더 두터워지지 않을까? < 강성현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교수 >

16년 활동가 손영미 씨, 자택서 숨진채 발견

온라인 비난 댓글 등 영향 미친 듯정의연, 언론 비판 성명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의 거처인 평화의 우리집’(쉼터) 소장 손영미씨가 경기도 파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파주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6일 손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밤 1035분께 손씨의 집에서 숨진 손씨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등 현재로서는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8일 손씨의 주검을 부검하고,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기로 했다.

정의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손씨는 2004년 당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탁을 받고 쉼터 관리를 맡아왔다. 고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가 외국을 방문할 때도 동행해 할머니들의 수발을 들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할머니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정의연은 이날 부고 성명을 내고 손씨는 개인의 삶은 뒤로한 채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시하며 늘 함께 지내오셨다. 기쁜 날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웃고, 슬픈 날에는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그렇게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벗으로, 그리고 딸처럼 16년을 살아오셨다고 추모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앞에서 손영미 소장의 부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손씨, “검찰 수사, 언론 취재경쟁 때문에 힘들다토로

손씨는 정의연의 회계에 직접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아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검찰은 최근 정의연의 회계 부실과 윤미향 의원의 개인계좌 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회계 관련자를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손씨를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손씨의 극단적 선택 배경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이 거론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손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쉼터가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것에 심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씨의 지인들은 이날 경찰에 손씨가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힘들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도 손씨가 검찰의 (쉼터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하셨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쉼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의연 쪽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정의연 쪽은 당시 쉼터에 거주하는 길원옥 할머니의 건강을 이유로 이곳에 보관된 자료를 임의제출 하기로 검찰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임의제출 합의는) 정의연 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손씨가 압수수색 현장에서 어떤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서부지검은 이날 지하실에서 실제 압수수색을 할 당시 고인은 그곳에 없었던 것으로 수사팀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도 손씨를 괴롭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연은 손씨는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무엇보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다. 항상 밝게 웃으시던 고인은 쉼터 밖을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셨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 정의연을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차질 불가피

검찰은 지난달 20~21일 정의연 사무실과 쉼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지난달 26일부터 회계담당자 등을 불러 회계처리와 후원금 사용 문제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의 힐링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막 속도를 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손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손씨가 주변에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채윤태 박경만 기자 >

검찰의 정의연 쉼터 압수수색 당시 모습

홀로 가시게 해 미안합니다윤미향 의원, 추모사 올려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숨진 고 손영미(60) ‘평화의 우리집소장의 추모사를 올렸다. 윤 의원은 이 글에서 생전 위안부 할머니들만을 위해 살아온 손 소장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윤 의원은 “2004년 처음 우리가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3월 푸르른 날에조차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다. 우리 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요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최근 검찰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회계부정의혹 등을 수사하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손 소장이 겪은 압박감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표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을 느꼈다). 죄인도 아닌데 죄인 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썼다.

생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살아온 손 소장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표현했다. 윤 의원은 쉼터에 오신 후 신앙생활도 접으셨고, 친구관계도 끊어졌고, 가족에게도 소홀했고, 오로지 할머니, 할머니. 명절 때조차도 휴가 한번 갈 수 없었던 우리 소장님.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 가슴 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세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하 추모사 전문.

<추모사>  사랑하는 손영미 소장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요...

할머니와 우리 손잡고 세계를 여러바퀴 돌며 함께 다녔는데 나더러 어떻게 잊으라고요...

악몽이었죠. 2004년 처음 우리가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3월 푸르른 날에조차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지요. 우리 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지요.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대표님, 힘들죠? 얼마나 힘들어요전화만 하면 그 소리... 나는 그래도 잘 견디고 있어요. 우리 소장님은 어떠셔요? “내가 영혼이 무너졌나봐요. 힘들어요.” 그러고는 금방 아이고 힘든 우리 대표님께 제가 이러면 안되는데요... 미안해서 어쩌나요..”

우리 소장님,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저는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어요.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어요.

그러느라...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어요.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우리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네요.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

소장님... 나는 압니다. 그래서 내 가슴이 너무 무겁습니다. 쉼터에 오신 후 신앙생활도 접으셨고, 친구관계도 끊어졌고, 가족에게도 소홀했고, 오로지 할머니, 할머니... 명절 때조차도 휴가한번 갈 수 없었던 우리 소장님... 미안해서 어쩌나요.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 가슴 미어집니다.

외롭더라도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세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사랑하는 나의 손영미 소장님, 홀로 가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젠 정말 편히 쉬소서.  ( 윤미향 올림 )

 




           통전부 대남사업 총괄공식화 노동신문, 대대적 담화 보도

           후속조처 지시·각계 반향 도배’ “북한 권력 구조상 김정은만 가능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4일 담화를 기폭제 삼아 북한 당국의 일부 북한이탈주민 단체의 대북전단 뿌리기에 대한 비난과 남쪽 당국을 향한 차단 압박이 연일 불을 뿜고 있다. ‘김여정 담화’(4)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 담화(5)항의군중집회를 포함한 각계 반향보도(<노동신문> 6·7일치)의 순으로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껏 북쪽에서 금기어나 다름없던 탈북자·대북전단문제를 김여정 담화를 계기로 전체 조선인민을 모독·농락한 특대범죄행위라 규정하고, 오히려 모든 인민의 의제로 만들어 경각심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김여정 담화김정은 국무위원장 담화수준으로 대하는 이런 모습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이미 특별한 지위에 올랐음을 드러내는 강력한 지표로 볼 수 있다.

세 가지 사실이 특히 중요하다. 첫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통전부 담화로 이례적으로 공식화한 점이다. 둘째, 김 제1부부장이 후속 조처를 지시했다는 통전부 담화의 언급이다. 셋째, <노동신문> 6·7일치를 1면부터 도배하다시피 한 각계 반향이다. 남북관계의 진로, 북한 내부 권력 구조와 관련해 함의가 풍부하다.

먼저 남북관계. 통전부 담화는 김여정 담화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라 규정했다. 이어 김 제1부부장이 “5일 대남사업 부분에서 담화문에서 지적한 내용들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개성 북남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 지시에 따른 조처다. ‘조국통일을 국시로 한 북한에서 대남사업의 최고 책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며, 실무 책임자는 통일전선부장이다. 그런데 통전부 담화는 김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굳이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관한 한 김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인이자 대표 창구이니, 남북관계를 풀려면 김여정을 통하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노동신문>이 김 제1부부장의 지시를 언급한 통전부 담화를 6일치 2면 머리기사로 보도하고 김여정 담화각계 반향6·7일치에 펼쳐 보도한 사실은, 북한 권력구조와 관련해 섬세한 독해가 필요하다. <노동신문>6일치 기사(47꼭지) 가운데 김여정 담화관련 기사를 1·2면에 7꼭지 실었다. 7일치엔 전체 30꼭지 가운데 1·3·6면에 12꼭지를 관련 기사로 채웠다. 김일성김정일사회주의청년동맹이 주도한 청년학생들의 집회(6일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를 포함한 김책공업대학·평양종합병원건설장·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 등의 항의군중집회가 사진과 함께 소개됐다. 평양시당위원장·국가계획위원장·중앙검찰소장·삼지연시당위원장·여맹중앙위원장·황해남도농촌경리위원장 등의 기고문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이는 북한 최고 권위지이자 인민 필독 매체인 조선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지시가 실리고 각계 반향이 소개되는 인물은 수령(최고지도자)뿐이던 북한 역사에 비춰 전례없는 현상이다. 공식 권력구조상 서열 2로 불리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한테도 이런 대접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북한에선 수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지시했다는 내용이 노동신문에 실릴 수가 없다김여정이 이미 내부적으로 ‘(잠재적) 후계자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틀림없는 징표라고 짚었다.

적은 역시 적이라며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라는 통전부 담화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대남사업 총괄 책임자로 전면에 나선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이번 대북전단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앞으로 남북관계의 향방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북쪽은 남북 정상이 이미 합의했고 제재와도 무관한 대북전단 금지 약속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함께 할 수 있겠느냐고 남쪽에 묻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북전단이 또 뿌려진다면 남북관계의 문이 완전히 닫힐 수 있는 위험한 국면이라며 정부가 이 문제를 남북합의에 따라 원칙적으로 잘 풀어간다면 김여정이 전면에 나선 만큼 오히려 남북관계에 중대한 기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문제로 전면에 나선 김여정이라는 새롭고 낯선 현상은, 위기와 기회의 두 얼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통일부가 통전부의 거친 담화에 맞대응을 피하고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나간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는 짧고 건조한 공식 견해를 밝힌 데에는 이런 상황의 민감성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다. 아울러 이는 김여정 담화당일 통일부가 입법을 통한 대북전단 차단방침을 밝히고, 청와대가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분명한 태도를 밝힌 연장선에 있다.

남북접경지 10개 시군 대북전단 살포 처벌을

지자체장들 건의문 주민 삶 위협, 중단시켜달라

경기도 김포시 접경지역 주민들이 지난 5일 오후 김포시 월곶생활문화센터에서 탈북민 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단 성명을 발표한 후 반대표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북한이 강경 대응을 선포한 가운데 인천 강화도에서 한 선교단체가 바다를 통해 쌀을 담은 페트병을 북으로 보내려다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앞서 경기도 김포 주민들과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도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처벌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대북전단을 둘러싸고 반북단체와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7일 강화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선교단체 순교자의 소리는 지난 5일에 이어 이날 낮에도 강화군 삼산면 민머루해수욕장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에 보낸다고 예고했다. 이 단체는 지난 5250개의 페트병을 보내려다가 주민들이 진입로 등을 차단해 행사를 열지 못하고 돌아간 바 있다. 순교자의 소리가 이날 다시 행사를 열겠다고 예고하자 주민들은 쌀을 실은 1톤 화물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비포장길을 굴착기로 가로막았다.

석모도의 한 어민은 북한이 도발하면 어떻게 하느냐. 주민들이 불안해하니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민기(61) 석모3리 이장은 페트병 띄우기가 수년째 계속되면서 석모도 일대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이곳이 삶의 터전인 주민 입장을 헤아려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선교단체가 행사를 예고한 현장 주변에 사복 경찰관을 배치했지만, 주민과 선교단체 간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앞서 5일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중단시켜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통일부 장관에게 낸 바 있다.

대북전단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과 남남 갈등이 심화하자 이를 금지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소동이자 헌법에 정한 평화통일 정신을 거역한 반헌법적 망동이라며 국회도 조속히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을 위한 여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의원도 지난 5일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대북전단을 남북 간 교역 및 반출·반입 물품으로 규정하고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앞서 군과 경찰의 대북전단 살포 봉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한 대북전단 살포 단체가 낸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2016년 대법원은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신체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을 발생시킨다국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 이정하 박경만 이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