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출마자들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인 15일 여야 의원 2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의힘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더불어민주당 7,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이 각 1명이었고, 5명은 무소속이었다. 선거법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여야 모두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선거법 재판은 기소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1년 안에 마무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내년 10월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이 치러진 4년 전에는 여야 의원 33명이 기소됐다.

민주당에서는 정정순·진성준·이규민·이소영·윤준병·이원택·송재호 의원이 기소됐고, 민주당에 있다가 제명되거나 탈당해 무소속이 된 이상직·김홍걸·양정숙 의원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끝까지 조사에 불응한 정정순 의원을 이날 공소시효가 끝나는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만 우선 기소했다. 청주지검은 정 의원의 혐의 사실 중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제출된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28일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이라도 조사받을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공직선거법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

기소된 의원들에게 적용된 혐의 내용은 사전 선거운동, 허위사실 공표, 재산 축소신고 등이었다. 진성준·이원택 의원에게는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이규민·송재호 의원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소영 의원은 예비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3월 여러 기관 등을 호별방문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였다. 교회 입구에서 명함을 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윤준병 의원은 검찰로부터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논란으로 자진 탈당한 이상직 의원은 전통주를 지역구민에게 제공한 혐의로, 민주당에서 제명당한 비례대표 김홍걸·양정숙 의원은 재산을 축소신고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수사기관이 조사한 규모에 비하면 그렇게 많이 기소되지는 않았다. 기소가 마무리됐으니 철저한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탄압을 위한 과잉 공작수사라고 반발했다. 가장 먼저 기소된 조해진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여론조사 내용을 왜곡·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오는 28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조수진 의원은 총선 당시 재산신고에서 11억원 상당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날 기소됐다. 구자근 의원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선거 참모에게 당선 시 보좌관 임명을 약속한 혐의로, 김병욱·배준영 의원은 불법 사전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최춘식 의원은 선거운동 펼침막 등에 소상공인 회장이라고 허위 경력을 기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권명호 의원은 아내가 선거운동 기간에 출판기념회에서 다과를 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배우자가 징역형이나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열린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는 최강욱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최 의원이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도 선거 기간 중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노조 간부 신분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함바 브로커유상봉씨와 짜고 허위사실로 상대 후보인 안상수 미래통합당 후보를 검찰에 고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서영지 장나래 기자

 

최강욱, 윤석열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격했다.

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법주의자를 자처했던 자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다.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검사가 아니라 뭐라고 했었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윤 총장이 검찰 간부들과의 회동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헌법주의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해진 것을 가리키는 말로 해석된다.

최 대표는 "(기소) 소식을 듣고 황당해서 헛웃음이 났다. (윤 총장이)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던 모양"이라면서 "관복을 덮은 채 언론이 쳐준 장막 뒤에 숨어 정치질하지 말고, 정체를 드러내 정정당당하게 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낸 황희석 최고위원은 "윤석열호 검찰의 정치적 기소다. 쪼잔하기 짝이 없다"면서 "검찰이 최 대표를 대선후보로 키워주는 느낌이 든다"고 썼다.

그는 최 대표가 총선 기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와 관련, "인턴증명서 사건도 허무맹랑하고, 그걸 기초로 한 기소도 뜬구름 같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대통령 "코로나 치료제·백신, 끝까지 지원해 자체개발 성공시킬 것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3천만명 백신 우선확보 계획도 착실 진행"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경기도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 세포배양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에 관해 “(국내)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치료제는 올해 안에 본격적인 생산을, 백신은 내년까지 개발 완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국산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성공할 때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 판교 에스케이(SK)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를 찾아 코로나의 완전한 극복을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반가운 소식은 세계적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국민의 60%에 달하는 총 3천만명 분량의 백신을 우선 확보하는 계획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특별히 오늘 백신개발 현장을 둘러보며 기술력에 대한 새로운 감회와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전하고 효능이 우수한 합성 항원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이번달 임상시험에 착수한다. 국제사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과 위탁생산도 협의하고 있다""생산물량 일부를 우리 국민에게 우선 공급하면 백신의 안정적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치료제 개발에 대해서도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19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셀트리온은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며 임상 마지막 단계엔 2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제넥신, 녹십자가 개발한 혈장치료제도 올해 안에 사용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넘어야 할 고비도 많다. 안정성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9개월간 기업, 병원, 대학, 연구소 등 민간과 정부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된 가운데 우리 기업의 연구진들이 밤낮없이 연구 개발에 매진해왔고 정부도 생물안전연구시설 등 공공연구 개발시설을 민간에 개방하고, 개발과 허가, 또는 승인의 전 주기에 걸친 신속한 절차와 개발비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라며 그 결과 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치료제는 올해 안에 본격적인 생산을, 백신은 내년까지 개발 완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희망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국산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때까지 확실한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끝까지, 확실히 성공할 때까지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며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만큼은 설령 다른 나라가 먼저 개발에 성공하고 우리가 수입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끝까지 자체 개발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개발 경험의 축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또 신종플루 때 경험했던 것처럼 공급 가격의 인하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K방역에 이어 K바이오가 우리에게 다시 한번 희망과 자부심이 되리라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OECD "정부정책 핵심에 디지털 정부 두고 범정부 개혁 추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처음으로 실시한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한국이 종합 1위에 올랐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4OECD가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부 지수'(Digital Government Index:2019) 평가에서 종합점수 0.742(1점 만점)로 평가 대상 33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OECD 디지털정부 지수'는 회원국들의 디지털전환 수준과 디지털정부 성숙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올해 처음 발표됐다.

평가대상은 33개국(회원국 29개국, 비회원국 4개국)이고, 20182019년까지 2년에 걸쳐 측정했다. 미국, 호주, 스위스, 헝가리, 멕시코, 슬로바키아, 터키, 폴란드 등은 평가에서 빠졌다.

이번 평가에서는 우리나라에 이어 영국이 0.736으로 2위를 차지했고 이어 콜롬비아(0.729), 덴마크(0.652), 일본(0.645), 캐나다(0.629), 스페인(0.621), 이스라엘(0.60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평가대상국의 평균 종합점수는 0.501이었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 등 상위권 국가들은 정부 정책의 핵심에 디지털 정부를 두고 여러 정부에 걸쳐 범정부적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번 평가는 이런 사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2019OECD 공공데이터 개방지수 1, 2020UN 온라인 참여지수 1위 등에 이은 쾌거로 전 세계 디지털정부 전환을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 디지털정부평가 종합점수 순위

이번 평가는 디지털 우선(Digital by design) 플랫폼으로서의 정부(Government as a platform) 개방성(Open by default) 데이터 주도 공공부문(Data-driven public sector) 사용자 주도성(User-driven) 선제성(Proactiveness) 6개 항목에 걸쳐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디지털 우선''개방성' 부문에서 1위를 했다.

디지털 우선은 정부가 디지털전환을 정책 전반의 필수 요소로 보고 명확한 리더십 아래 효율적인 협업과 체계적 집행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개방성은 정부가 가진 데이터와 시스템, 정책 결정 과정 등이 얼마나 대중에 공개되는지를 본다.

우리나라는 플랫폼 정부 항목에서는 2, 데이터주도 공공부문 항목에서는 3, 사용자 주도성에서는 4위를 했다.

행안부는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통합 연계 시스템 개발을 위해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제성에서 우리나라는 12위에 그쳤다. 이 항목은 국민에게 필요한 바를 예측하고 번거로운 절차나 복잡한 정보 요구 없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정부의 능력을 평가한 것이다.

행안부는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형 뉴딜 대표과제인 지능형정부 사업을 통해 국민에게 맞춤형·선제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공공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한국의 디지털정부 혁신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디지털정부를 더 발전 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유층 자녀들 부정 입학시킨 국내 입시브로커 등 4명 입건

다니지도 않은 국내 과학고 성적증명 만들어 미국 대학 제출

학부모에 수억원 뒷돈 요구미 대학관계자 매수 시도 정황도

 

일부 유학 전문 학원은 비뚤어진 아이비리그 보내기방법을 전수한다고 한다. 서울에서 열린 유학박람회의 모습.

 

한국 부유층 자녀들이 가짜 고등학교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입시 브로커가 개입해 미국 대학 관계자한테 수억원의 뒷돈을 건네려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지난해 할리우드 스타 등 부유층이 유명 사립대에 거액을 주고 자녀를 입학시켜 논란이 된 이른바 미국판 스카이캐슬사건과 유사한 수법으로, 한국 학생들이 이렇게 합격한 사례가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13<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런 수법으로 한국 학생들을 미국 명문대에 입학시킨 혐의(사기, 업무방해)로 정아무개(31)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을 이달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정씨 등은 국내 중소기업 사장 아들 씨 등 최소 3명을 2016~2017년 위조한 고교 성적증명서를 이용해 미국 뉴욕대와 컬럼비아대 등에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201612월 뉴욕대 스턴경영대 합격 통보를 받은 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이들은 씨가 국내 과학고에서 3년 내리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적증명서를 뉴욕대에 제출했다. 정씨는 앞서 유출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를 씨한테 주며 답을 외우게 하고, 대학 입학 에세이(자기소개서)를 대필하기도 했다.

정씨가 미국 대학 관계자를 매수하려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씨는 기여입학제로 합격한 것이어서 대학에 기부금을 내야 한다며 학부모에게 적게는 15천만원에서 많게는 9억여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 대학의 기여입학제는 학생의 가족이 같은 대학 동문일 경우 가산점을 주는 제도로, “일정 금액을 대가로 합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정씨 주장과 같은 방식의 입학 제도는 없다. 뉴욕대 관계자도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기부금을 받고 합격증을 주는 제도는 없다고 밝혔다.

2016년 정씨에게 동업 제안을 받았다는 한 에스에이티학원 원장은 “(정씨가) 대학 입학사정관 등에게 돈을 줘서 합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별로 구체적인 금액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학부모에게 받은 돈을 실제로 대학에 뇌물로 줬을 가능성과 학부모를 속이고 동료 브로커들과 나눠 가졌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씨 등 2명은 정씨의 금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해당 대학에 입학하지 않았다. 미국 고등학교를 나온 나머지 1명은 과학고 성적증명서를 이용해 실제 컬럼비아대에 입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2014년께부터 입시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며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중소기업 오너 자녀의 미국 대학 입시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13<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서류를 위조한 일이 없다고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미국 고교 졸업하고 가짜 과학고 성적 증명자소서 대필까지

SAT문제 빼내 답만 외우라 주문, 자소서는 대필 조금 지어냈어

1년반만에 뉴욕대 등 2곳 합격증 돈 요구 거절하자 입학은 취소돼

 


띠링~’

201542일 새벽 3시 지호(가명·당시 18)한테 페이스북 메시지 한통이 도착했다.

너 컨설팅받을래? 합격 보장이야. 100% 꽂아주는 거야. 입학사정관하고 네트워킹해서 무조건 보장.”

지호가 2년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유학원을 다닐 때 진로상담을 담당했던 정아무개(31)씨였다. 정씨는 학원을 그만둔 뒤 싱가포르에 있는 패스웨이 컨설팅이란 입시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성적과 상관없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켜줄 수 있다는 정씨의 말은 언뜻 허무맹랑하게 들렸다. 지호는 성적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거듭 물었다. 정씨는 점수도 만들어준다. 칼리지보드(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 주관 기관)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2년 뒤 뉴욕대 스턴경영대와 존스홉킨스대에서 합격증이 날아왔다. 뉴욕대 스턴경영대는 미국 경영대 중에서 최상위권으로 평가된다. 지호 어머니는 아들 성적이면 50위권 대학만 가도 만족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여서 (합격 소식이) 정말 기적 같았다고 했다.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또 정씨가 말한 입학사정관 네트워킹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한겨레>는 정씨와 지호네 가족의 진술, 그들이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비롯해 뉴욕대, 고등학교, 입시업계 관계자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정씨의 미국 대학 불법 컨설팅을 재구성했다.

답만 외우면 된다”, “채팅 기록은 지워

20151022일 정씨와 지호가 쓰는 공용 이메일 계정에 알림이 떴다. 11월에 치르는 에스에이티 시험을 보름 남겨둔 때였다. 정씨는 이 이메일 계정의 내게 보내기기능을 이용해 중요한 자료를 공유하곤 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면 자신이 언제든 수신·발신 내역을 직접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씨가 보낸 파일은 에스에이티2 수학 기출문제 15개 세트였다. 에스에이티는 미국 대학들이 지원자의 성적을 평가하는 데 활용하는 시험이다. 과거에 나온 문제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출제되는 문제은행 방식이어서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는다. 바꿔 말해 기출문제를 빼돌려 문제와 답을 외우면 고득점을 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씨는 <한겨레>와 만나 아는 브로커를 통해 기출문제를 구했다. 2000만원이 들었다지호에게는 문제랑 답만 외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당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쌤이 주신 수학2 문제 이해 안 가는 것도 있는데 답을 외우라고 해서 문제에 대한 답을 그냥 외웠어요.”

외우세요. 그리고 화학도 있지? 화학도 그렇게 봐. 아니면 물리 할래? 아예 문제 세트를 통째로 올릴까? 온갖 거 다 있어. 마음먹으면 프랑스어도 가능함. (중략) 아 참, 채팅 기록 지워줘.”(20151028)

타이에서 요리 배워브로커가 꾸며낸 자기소개서

입시 브로커 정씨의 손길은 에스에이티 문제 유출에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 대학 원서 제출 시즌이 되자 정씨는 지호의 인적사항을 모두 넘겨받은 뒤 제출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에세이(자기소개서)도 정씨가 대필했다.

에세이 나 지금 쓰려 하는데 그냥 대필해주면 되지? 내가 이야기 지어내?”

에세이는 그냥 쌤이 끝내시기로 했잖아요.”(20151028)

근데 조금 지어내야 하는데 괜찮지?”

당연하죠.”

아버지 이야기 쓰고 막 팔아먹었어.”(20151030)

그렇게 정씨가 작성한 에세이에는 ‘(지호가) 2016년 여름 타이 우돈타니 현지 시장에 직접 찾아가 커리 요리법을 배웠고, 한국의 맛을 가미해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두 거짓이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생각 등도 정씨가 직접 지어냈다. 정씨는 지호 아버지가 기업을 경영한 덕에 지호가 자라면서 얻은 이점이 무엇인지도 꾸며 썼다. ‘아버지가 경영인이어서 한국과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거주했다. 일에 매진하신 아버지 덕분에 이사 갈 때마다 더 큰 집과 더 좋은 학교로 옮길 수 있었다는 식이다.

뉴욕대=80만 달러뒷돈 거래 있었나

201612월 지호는 뉴욕대와 존스홉킨스대 합격증을 받아들었다. 몸이 좋지 않아 에스에이티 시험을 몇차례 놓치고, 늦게나마 본 시험에서도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은 지호로선 놀라운 결과였다.

하지만 합격증은 공짜가 아니었다. 1231일 새벽 3시께 지호 어머니는 정씨가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 “통화가 필요합니다. 금액에 관한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뉴욕대 스턴은 80만불, 존스홉킨스대는 50만불입니다. 16일 전에 통화 시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합격도 없던 일이 된다는 것이었다.

정씨는 지호 부모한테 기여입학제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한겨레>를 만난 정씨는 사실 로비에 쓰려던 돈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했던 사람들, 아니면 대학교 이사회 통해서 (로비를) 하는 거예요. (미국 입시비리 주범) 릭 싱어처럼 코치를 매수하거나. 보통 중간에 브로커가 있죠. 어쨌든 현직 입학사정관한테 영향이 가도록 하는 게 핵심이죠.” 윌리엄 릭 싱어는 학생 서류를 위조하고 대학 관계자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미국 상류층 자녀들을 명문대에 합격시킨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입시 브로커다. 정씨는 입학사정관한테 돈을 주는 게 주가 되는 건 아니다. 합격시킬 명분을 만들어줘야 된다. 에스에이티 점수를 만들고 에세이를 써주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씨에게 동업 제안을 받은 적 있는 한 국내 에스에이티 학원 원장은 일부는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는 대학에 뇌물로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정씨가 하는 게 기본적으로 학교 관계자와 거래를 하는 건데, 서류상 학생의 스펙이 좋을수록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스펙을 조작해서 본인이 챙기는 몫을 늘리고, 나머지는 대학 관계자에게 줬을 것이라고 했다.

 

과고 성적증명서, 학교장 추천서 위조

지호 어머니는 고민 끝에 뉴욕대와 존스홉킨스대 진학을 포기했다. “정 선생한테 두 대학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니 이미 기부금의 10%를 자기 돈으로 선지급했다면서 화를 내더라고요. 이렇게 거래를 파투 내면 다음부터 그 대학과 거래하기 어려워진다고도 했어요.”

정씨는 돈을 내지 않았으니 합격이 취소될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씨가 뉴욕대에 위조된 고교 성적증명서와 추천서를 낸 정황도 발견됐다. 이듬해 3월 뉴욕대에서 온 전자우편에는 지원 서류에 허위 사실(fraudulent material)이 발견돼 합격을 취소한다고 적혀 있었다. 뉴욕대 관계자는 당시 지호한테 “(당신이) 한국의 과고 성적증명서와 학교장 추천서를 냈는데 모두 가짜인 게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고교를 다닌 지호는 난생처음 듣는 얘기였다.

과고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실제로 미국 현지 대학 쪽에서 확인차 연락이 와서 그런 학생이 입학한 적도, 재학한 적도 없다고 확인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처음엔 서류 위조 자체를 부인하다 나중엔 당시에 지호가 다녔던 유학원에서 위조했을 수도 있다. 뉴욕대 합격은 지호 쪽에서 동시에 두 대학에 보증금을 넣어놨기 때문에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그가 담당한 씨와 씨 등 두 학생도 과고 재학생으로 둔갑돼 미국 대학에 합격한 것을 고려하면 그의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정씨가 담당한 학생 중 최소 3명이 같은 학교의 가짜 성적증명서로 대학에 합격한 셈이기 때문이다.

법정에서도 기여금 입학 여러번 진행해주장

정씨는 20172월 지호 쪽을 상대로 4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뉴욕대 합격에 대한 보수 2억원과 지호 누나의 대학원 에세이를 첨삭해준 보수 등을 달라는 취지였다. 정씨는 소장에서 미국 대학은 기여입학이라는 비공식적 제도를 두고 시행하고 있다. ‘기여금을 지급받고 입학을 승인하고 있다“201612월 중순경 뉴욕대 비즈니스스쿨로부터 80만달러를, 존스홉킨스대학으로부터 50만달러를 기여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격증명서를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대 입학처는 <한겨레>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기부금의 대가로 합격을 보장해주는 제도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없다고 밝혔다.

정씨가 대놓고 거짓말을 한 셈이지만 법정에서는 쟁점이 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재판장 유석동)는 지난해 11뉴욕대와 존스홉킨스대의 경우 각 약 8억원, 5억원 이상의 기여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입학 허가를 받았던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여입학 추진에 관하여 사전에 피고(지호네)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호네가 정씨한테 1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쪽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정씨는 법정에서 이런 기여입학을 여러번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진술기록을 보면 “2015년 이전에 원고의 컨설팅으로 미국 대학에 기여금 입학을 한 학생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기여는 미국 대학에 들어갈 때 일반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보니까 필요에 따라 있었다고 대답했다. 지호네 쪽 변호사가 다시 “(기여금 입학을 진행한 학생이) 2명 이상이냐고 묻자 정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