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개성공단 철거·군사합의 파기 경고,
통일부 “금지법 이미 검토 중” ...역대정부 골칫거리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일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뿌리기를 문제 삼아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치 2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통일부는 대북 전단 뿌리기를 차단할 “법률 정비 계획”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입장을 밝혔다. 악재로 불거진 대북 전단 문제로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막는 한편, ‘김여정 담화’를 남북 당국의 신뢰 회복 계기로 삼으려 하는 모양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5월31일 ‘탈북자’라는 것들이 전연(최전선) 일대에 기여나와 수십만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측 지역으로 날려보내는 망나니짓을 벌려놓은 데 대한 보도를 봤다. 문제는 우리의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2조 1항)를, 9·19 군사합의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1조 서문)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고는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개성)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북남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5월31일 경기도 김포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 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 적은 전단 50만장, 1달러 지폐 2천장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쪽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의 기자회견으로 발표한 ‘대북 전단 관련 정부 입장’에서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대북전단 금지 입법 추진…남북관계 풀 실마리 될까
DMZ평화지대와 관련 법안에 ‘단속 조항’ 포함 형태로 추진
일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뿌리기(5월31일, 김포)를 계기로 남과 북의 당국이 4일 오랜만에 ‘일합’을 주고받았다.
북쪽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이자 최측근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나섰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개인 ‘담화’에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뿌리기를 “최고존엄까지 건드”린 “망나니 짓”이라며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고 했다. “적대행위 금지”를 명시한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서를 상기시키며, “법이라도 만들고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남쪽 당국에 주문했다.
정부는 ‘김여정 담화’에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유감’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법률 제정을 통한 대북전단 단속 의지를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경찰관직무집행법과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 등을 원용해 대북전단 뿌리기를 단속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단속의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전향적 대응 기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한 것”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라고까지 했다.
정부의 이런 대응엔 이유가 있다. ‘김여정 담화’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대북전단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합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은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2조 1항)고 명시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도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1조 서문)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 이전에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뿌리기는 역대 정부의 골칫거리였다. 2014년 10월 한 탈북민단체가 경기도 연천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띄우자 북쪽이 고사총을 쏴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고, 접경지역 주민과 탈북민 단체가 갈등을 빚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경찰을 내세워 단속하자 탈북민단체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대법원은 대북전단 뿌리기가 ‘표현의 자유’ 영역에 있다면서도, 접경지역 위험 초래 등을 이유로 경찰 등의 제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문재인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적대행위 중지’ 시점인 2018년 5월1일 ‘대북전단 살포 관련 정부 입장’을 통해 “전단 살포 중단은 군사적 긴장 완화, 접경지역 주민의 신변 안전, 사회적 갈등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입법 등 관련 대책을 내부 검토 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평화지대화”에 합의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합의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여러 조처들을 법률로 규정하며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입법적 조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대북전단 단속’만을 목표로 한 법률 정비나 입법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를 뒷받침하려고 검토·추진 중인 새 법률안에 ‘대북전단 단속’ 조항을 담겠다는 얘기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과 보수층의 반발을 염두에 둔 ‘현실정치적 고려’도 담겨 있는 셈이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입법을 통한 대북전단 제어 방침을 밝힌 건 남북관계에 일단 긍정적”이라면서도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려면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실마리 삼은 보건의료협력 등 좀 더 과감한 접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이제훈 성연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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