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비상대권’ 김종인 손에, 임기도 스스로 정한다
[28일 전국위서 ‘비대위 체제’ 의결]
김종인, 무기한·무제한 권한 관철, 연말 대선국면, 내년 보선까지 갈 듯
‘8월 전대’ 취소, 장기집권 우려에 김 “할 일 다했다 생각땐 그만둘 것”
당내 중진들 커지는 반발 “무소불위 권한 용납 못한다” “장기화 하는 건 당 존재 부인”
4·15 총선 참패 뒤 혼란에 휩싸인 미래통합당이 결국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결론을 내렸다. 통합당은 오는 28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차례로 열어 김 위원장 임명을 의결한다. 통합당은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패배 뒤 꾸렸던 ‘김병준 비대위’가 마무리된 지 1년2개월여 만에 다시 비상체제에 들어가게 됐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 이후 당 진로와 관해 최고위와 당내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바탕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당 비대위를 맡아 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 활동 기간은 “비상상황이 종료된 직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로 정하기로 했다. 통합당은 전국위원회에서 “오는 8월31일까지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당헌 부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비대위를 띄웠지만, 내홍이 진정되기까지는 험난한 항로가 예측된다. 비대위의 역할과 권한, 활동 기한과 위원 선정 등을 놓고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안팎에선 ‘비상상황의 종료’를 비대위가 스스로 판단하게 되는 만큼,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가 장기집권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전, 기자들과 만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그만두겠다”며 기한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그간 한시적 ‘관리형 비대위’가 아닌, 전권 비대위를 요구해온 만큼 본격적인 대선 준비 국면이 시작되는 올해 말 또는 지자체장 보궐선거가 예정된 내년 4월까지 상당 기간 당권을 잡고 개혁 노선을 펼 가능성이 크다.
김종인 비대위는 세대교체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참패 직후 당내에는 ‘830세대’(19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가 당의 중심에 서는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분출되고 있다. 당명부터 정강 정책 등 큰 폭의 쇄신도 예고된다. 다만 이번 비대위의 경우 공천권을 행사할 정치 이벤트가 없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권한이 한정돼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도 당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소불위의 권한을 요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의 행동을 ‘권한을 탐한다’고 표현하며 “통합당을 위한다면 무리한 권한을 요구할 게 아니라 전당대회에 출마하라”고 일갈했다. 주호영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대위가 장기적으로 가는 것은 사실상 당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종인 위원장을 모신다고 하더라도 권한과 시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제일 마지막 남은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승민 의원은 “비대위를 한다고 해서 금방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패배의 원인을 알고 갈 길을 찾으면 비대위를 할지, 전당대회를 할지 답은 쉽게 나올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 김미나 이주빈 기자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수락…28일 전국위 열기로
“비상상황이 종료된 후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된 때까지”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위해 오는 28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이후 당 진로와 관해 최고위와 당내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바탕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당 비대위를 맡아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비대위 기간에 대해서는 당헌 96조6항을 들며 “비상상황이 종료된 후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된 때까지”라고 밝혔다. ‘비상상황’의 정의가 뭐냐는 질문에 심 원내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심 원내대표는 “정치집단이니까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데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은 합리적 수준에서 판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일자와 관련한 한시적 부칙을 전국위에서 수정해 원래 당헌에 명시된 규정에 적용되도록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당헌 부칙 제2조 2항에 “차기 전당대회는 2020년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당헌 96조6항과 충돌하지 않게 삭제한다는 의미다. 이 작업을 위해 오는 28일 전국위와 상임전국위가 연달아 개최된다. < 이주빈 기자 >
박지원 “김종인, 직업이 비대위원장처럼 돼 가…험한 꼴 당할 것”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두고 “직업이 비대위원장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24일 아침 <기독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비대위원장이)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칼질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공천을 비롯한 전권을 휘두르는 비대위원장이 아닌, ‘위기 관리형’ 비대위원장만 가능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면서 “보수 통합당은 망했고 차기 인물도 안보이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세대 교체를 해 당대표를 선출하고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또한 김 위원장이 전당대회 이후의 상황까지 바라본다면 “싸워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비대위원장이) 당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전당대회의 권한을 나에게 줘라’ 정도까지는 가능하겠지만, 2년 내 대통령 후보를…(내세우려고 한다면) 싸워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당이 그렇게 환골탈태하고 싶으면 (비대위가 아닌) 전당대회를 열어서 김종인 위원장을 당대표로 뽑으면 될 일”이라면서도, “그렇게 가더라도 대선 전에 험한 꼴 당하고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거듭 말했다.
한편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당 비대위를 맡아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오는 28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 황금비 기자 >
‘기한없는 전권’ 달라는 김종인…“식민통치” “비민주” 반발 분출
임기도 특정하지 않고 당 대표의 전권을 요구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추대 문제를 놓고 미래통합당의 내홍이 깊어가고 있다.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의 수준을 넘어 “식민통치”라는 감정 섞인 발언이 쏟아지는 등 반응이 격해지자 당내 의결 과정에서 비대위 출범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3선에 성공한 조해진 당선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는 23일 입장문을 내어 “비대위를 도입하는 것은 당이 개혁할 의지도, 열정도, 비전과 역량도 없다고 자백하는 것”이라며 “당이 자주적 역량이 없어서 ‘식민통치’를 자청하는 것과 같다”고 반발했다. 조 당선자는 이날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권을 요구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겨냥해 “84명의 당선인을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라고 스스로 선언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선동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몇 번 해 보았으니 훈장님 모셔다 학생들이 회초리 맞는 방식보다는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제대로 된 쇄신이 된다는 생각”이라며 “100석이 넘는 정당이 무뇌가 아니라면, 스스로 사심만 버리면, 국민도 지켜봐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직후 ‘김종인 비대위’를 옹호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전날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라고 꼬집은 바 있다. 전날 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만찬 자리에서도 “당 내부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는 흐름에는 비대위 자체를 반대하는 ‘자강파’와, 비대위에는 찬성하되 김종인 체제에 과도한 권한이 실리는 것을 반대하는 ‘반김종인파’가 섞여 있다. 비대위 자체를 반대하는 쪽은 “(비상지도부 체제로는) 당의 쇄신과 혁신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지난 ‘김병준 비대위’ 때도 다양한 쇄신 의견을 내놨지만, 다음 지도부가 아무것도 수용하지 않아 현실화된 게 없다. 패배 원인을 먼저 숙의하고 21대 국회 당선자들로부터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 소속 21대 총선 재선 당선자 15명은 이날 국회에서 수습책을 논의하고 “더이상의 분란은 안 된다”며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다만 ‘무기한·전권 비대위’에는 난색을 표했다. 모임에 참석한 김성원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그런 것(전권 요구와 비대위 기한)은 지금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 하루빨리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오는 28일 당선인 총회를 열어달라고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당내 기류 때문에 최고위가 ‘김종인 비대위’를 밀어붙이더라도 전국위원회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년 전 20대 총선 패배 뒤엔 당시 신임 원내대표였던 정진석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하는 과정에서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비대위 출범이 무산된 바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시엔 친박들이 인사에 반발하며 보이콧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부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도 이런 당내 기류를 의식한 듯 “(비대위원장 직에) 별 관심 없다”며 짐짓 거리두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밤 귀갓길에 기자들과 만나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그런 거에 별 관심 없다. (심 대행은) 내가 안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선 모임에서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뭐가 어렵다는 것이냐”며 “나는 그런 것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 김미나 이주빈 기자 >
유승민 “수도권·중도·청년 외면해 자멸…선거 조작설 그만하라”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4·15 총선에 참패한 미래통합당의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해 “자멸이라는 표현이 제일 정확하다”고 말했다. 유의원은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이같이 말하고 보수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입만 열면 ‘자유, 시장경제’를 말한다. 요즘 젊은 층을 붙잡고 (자유·시장경제를) 물어보면 감동이 없다”며 “공정, 차별 등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변화하기에는 (통합 이후 총선까지) 기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그는 황교안 전 대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당 대표가 그 사람들(극우 유튜버들)을 초청해 행사를 하고,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그 사람들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게 하나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낡은 보수’ 주장에 끌려가는 모습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청년 우파 유튜버들을 자유한국당 당사로 불러 ‘<채널 공감-국민속으로> 청년 유튜버, 세상과 통하다!’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황 전 대표가 청와대 앞과 국회에서 삭발 단식투쟁을 할 당시에는 우파 유튜버들이 실시간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총선 이후 ‘사전선거 조작설’을 유포하는 극우 유튜버들을 향해 “그만 좀 해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팩트와 증거를 갖고 해야 하는데, 그 정도를 갖고 사전투표 부정선거 증거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다”며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증거도 없이 제기하는 의혹에 통합당이 자꾸 흔들리면 안 좋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 이후, 일부 선거구의 사전투표 결과 득표율 수치가 똑같다는 이유를 들며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 의원은 “강성 보수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싶은데, 우리는 이대로 가면 또 진다”며 “대선이 2년도 안 남았는데, 이기려면 우리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절하게 반성하고, 왜 졌는지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며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다(라는), 이런 각오를 갖고 반성·성찰하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이번에도 비상대책위원회에 맡기고 변하지 않는다면, 보수정당은 소멸할 것”이라며 “통합당 구성원이 다 모여 교황을 선출할 때처럼 한 두 달이 걸리더라도 당의 새로운 노선, 가치, 자세, 태도, 인물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한다”며 “그것부터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권태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