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지침 따르며 방콕했는데 또화가 나서 어찌할 바 모르겠다

피로도 쌓인 의료진 다시 원점자영업자·비정규직 생계 끊길 판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 앞에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줄을 서고 있다. 이날 성북구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등원했던 어린이들이 검사를 받아야 했다.

 

교회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랐던 시민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중 여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분노와 좌절감, 허탈감을 나타냈다. 한 축구 커뮤니티에는 공연 관람도 취소하면서, 거의 집에만 있고 홈트레이닝을 하고 지냈다. 직장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직종이라 정상적인 출근을 6개월 동안 못 하고 있었는데 허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재테크 카페에는 화가 나서 어찌할지 모르겠다. (사랑제일교회 예배 및 집회 참석자들이) 제발 검사라도 빨리빨리 받아야지 왜 안 받고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마스크 쓰고 다니는 게 그렇게 어렵나? 누군 안 답답한지 아나? 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지켜보고 검사받는 게 어려운가?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합시다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던 의료진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찾아온 코로나 전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인 이아무개(32)씨는 “2~3주에 한번씩 레벨디(D) 보호장구를 입고 검체를 채취하고 문진을 했다. 수개월 동안 더위와 싸우며 일해왔지만, 조만간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이 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니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의료진 모두 심적·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사기가 매우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미 경제적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찾아온 재확산세에 좌절하고 있다. 서울의 한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남궁아무개(46)씨는 여름이라 손님이 많아야 하는데, 손님이 좀 오려고 하다가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 이후 뚝 끊겼다. 하루에 2~3명 정도만 온다. 그냥 가게를 닫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나아지겠지하는 기대로 버텼다. 그런데 영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교육 관련 업체 비정규직 직원인 이세중(31)씨는 비대면 강의, 학원 강의 축소로 회사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직원들에 대한 매출 압박도 커지고, 최근 다른 부서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거 계약해지됐다나는 다행히 계약해지되진 않았지만, 일이 있을 때만 비정기적으로 출근하고 시급으로 급여를 받게 됐다. (재확산으로) 나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필라테스 강사 윤아무개(40)씨는 광화문 집회 이후 수강생이 줄었다. 개인적으로 감염 우려도 되고 수업을 나가고 있는 헬스장들이 문을 닫으면 생계가 끊길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공연 수익 비중이 큰 인디 음악인들은 장기간 공연을 열지 못해 우울감을 드러냈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씨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우울해진다, 처진다이런 수준이 아니고 정말 이 일을 접어야 할까 싶을 정도의 암울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그럴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어쿠스틱 듀오 랄라스윗의 멤버 박별씨는 나 이제 뭐 먹고 살지” “이제 슬슬 공연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는 막 알아보고 다녔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할 줄도 모르고. 허허 참 씁쓸하네라고 말했다.

한 인디 음악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이 모두 수익이 안 돼도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공연에 대한 열망이 크다. 인디 음악은 공연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다들 어려워하고 있다. 연말 공연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화가 날 정도라고 털어놨다.

개학을 앞두고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학부모들도 속이 탄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중학생 학부모 이아무개(45)씨는 오늘(18) 개학을 했는데, 짝수·홀수 번호 나눠서 한주씩 학교에 나가고 있다. 안 나가는 주에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우리 부부가 맞벌이라 다시 전면적으로 온라인 강의로 한다면 걱정이 된다아이도 온라인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답답해한다. 차라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염 재난 시기에는 집단과 개인의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이 불편을 무릅쓰고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까지 방역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일부 종교단체 등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그러나 혐오로 이어지면, 감염된 사람들이 숨게 돼 모두가 위험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채윤태 배지현 기자 >

              

정치권도 코로나 감염비상이낙연 등 확진자 간접 접촉

민주 김용민 · 통합 최형두 의원 등도 확진자 간접 접촉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낙연 후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간접 접촉한 것으로 18일 확인되며 정치권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 후보뿐 아니라 같은 당 김용민 의원, 미래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해당 확진자와 간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와 두루 접촉, 확진 시 정치권 전체에 코로나 쓰나미가 덮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당 대표 후보(오른쪽)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이날 공지를 통해 "이 후보가 지난 17일 아침에 출연했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먼저 출연했던 이가 오늘 저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이 후보는 악수 등 확진자와 신체접촉은 하지 않았지만, 확진자가 사용했던 의자와 마이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815분께 CBS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고 즉시 의료 기관에 방문,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 후보 측은 "내일 자택에 머무르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일정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자 간접 접촉 시점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간 이틀 사이에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쳤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국립 현충원에서 거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18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김석수 전 국무총리,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헌화분향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재성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 핵심 인사가 총집결했다.

이날 오후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에도 방문했다. 이어 김부겸 박주민 후보와 방송 토론회에 참석, 1시간 30분가량 밀폐된 스튜디오 안에서 함께 있었다.

앞서 전날 확진자 간접 접촉 직후에는 경기 파주 장준하공원에서 열린 고() 장준하 선생 45주기 추모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이 후보는 행사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단상에 올라 발언할 때는 마스크를 잠시 벗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왼쪽부터), 박주민, 이낙연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진행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방송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해당 방송사에서 확진자와 역시 간접 접촉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CBS 측의 연락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기자 코로나 확진에 셧다운

CBS 표준FM(98.1) 간판 시사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기자가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받으면서 CBS가 정규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언론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셧다운'을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BS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전날 오전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이날 오후 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방송에는 앵커 김현정 PD는 물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와 다수 기자, PD, 스태프가 참여해 연쇄적 감염 우려가 있는 만큼 CBS는 즉각 셧다운 조치를 했다.

특히 이날 오후 CBS 사옥에서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까지 열린 상황이라 집단 감염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PD 등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와 한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은 자가 격리하며 내일 중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CBS는 밝혔다.

CBS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 라디오는 내일 온종일 음악 방송으로 대체한다. '김현정의 뉴스쇼'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을 중지한다""TV 방송의 경우 사전 녹화 프로그램이 많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원들도 모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른바 셧다운 조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관계자들에게 비상 연락을 돌리고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직원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시 추후 공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목포 고하도에 영구 보존…생명기억관 건립

● COREA 2020. 8. 19. 03:1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희생자 가족도 목포 시민도 찬성, 2027년께 세월호생명기억관 건립

       

           목포신항 부두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세월호 영구 보존 장소가 전남 목포 고하도로 결정됐다.

18일 해양수산부는 이같은 내용의 세월호 보존·처리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7년께 전남 목포시 달동 고하도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인근 매립지에 영구 보존되는 세월호와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세월호생명기억관이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현재 세월호가 임시 거치돼 있는 목포 신항으로부터 1.1~1.3떨어진 곳이다.

세월호는 지난 2017322일 진도 앞바다에서 인양 작업을 시작해 열흘만인 331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졌으며, 411일에는 목포신항 육상에 임시로 거치된 뒤 선체 조사 등을 거쳤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지난 2018년 목포 신항 일대에 세월호생명기억관을 건립해 추모·기억·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결한 바 있다. 당시 목포와 함께 안산, 진도, 인천, 제주 5곳이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선체 보존 장소는 사고원인 규명 이후 논의하자는 희생자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이 미뤄졌다.

애초 연말로 전망됐던 보존 장소 결정이 속도를 내게된 것은 지난 629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 단체가 영구 보존 장소로 목포 신항만 배후부지를 선호한다는 의견을 해수부에 통보하면서부터다. 이후 목포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영구 보존 찬반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고, 목포시민 13992명 가운데 73.6%찬성한다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시민들이 제일 많이 꼽은 찬성의 이유는 생명·안전교육이 필요하다’(57.0%)는 것이었다.

해수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선체관리지원과 관계자는 “2027년 세월호생명기억관 건립을 목표로 내년도에 예산 확보 및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진명선 기자 >

집단감염 사례 중 2번째 규모'n차 감염' 확산 당국 긴장

'8.15 집회' 전광훈 본인도 확진신자들 검진 회피,도주도

 


지난 광복절 연휴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며 전국에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현재 이 교회 관련 전국 확진자가 438명에 이른다고 서울시가 발표하는 등 무서운 기세로 급증하는 확진자 수가 불안 요인이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에서는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낮 12시 기준으로 131751959249319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 중 2번째로 많은 확진자 규모다. 국내 사례를 보면 신천지대구교회(5214)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사랑제일교회, 이태원 클럽(277) 등 순이다.

사랑제일교회의 신도나 방문자의 규모가 큰 데다 밀집도 높은 활동을 했다는 점도 방역당국이 우려하는 점이다.

이 교회에서 정규예배뿐 아니라 교인들이 교회에서 숙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교인들이 감염원에 여러 차례 노출되면서 광범위한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실제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4천여명 가운데 2천여명에 대한 검사 결과 양성률이 16% 수준으로 꽤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교회의 전광훈 목사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열었다는 점도 방역당국이 급속한 감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일단 집회에 참석한 전 목사가 확진된 상태다. 집회는 야외에서 진행됐지만, 수많은 사람이 밀집한 상태에서 침방울이 튈 수 있는 행위인 구호를 외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집회에 참석한 교인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참석자들에게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광복절 집회와 관련해 "상당히 밀집된 상태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고, 구호를 외치는 등 상당한 위험을 가진 모임"이라며 "집회에 참석한 분들 가운데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은 즉시 검사를 받아달라"고 호소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추이 등에 비춰 이 교회와 관련된 감염 전파의 규모가 자칫 23월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과 비슷하게 수도권 대유행을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교인들이 속한 집단이나 방문한 장소, 접촉자들을 통해 'n차감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12주가 고비라고 내다봤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은 이미 3차 전파까지 확인됐다. 확진자가 노출된 장소 중에는 콜센터, 방문요양센터, 요양병원, 어린이집, 학원 등이 있어 소규모 집단감염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도 수도권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 곳곳으로 뻗어 나가는 모양새다. 전날 낮까지 대구, 충남, 경북, 대전, 강원 등 수도권 외 5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12명 나왔다.

교인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포항에서는 3월부터 사랑제일교회에 거주하다 이달 13일 포항에 내려온 뒤 확진자가 확진 판정 후 도주했다가 4시간 만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 중 양성이 나올 수도 있고 교인 아닌 사람들에게 연쇄적 상황(감염)이 벌어질 수 있다""신천지교회 때만큼 (확진자 수가) 올라가진 않겠지만 (지역이) 수도권이고,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등 앞으로 12주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경찰, 전담 수사팀 꾸려 8.15집회 참석 전광훈 수사

경찰이 17일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앞서 검찰도 보석 상태에 있는 전 목사에 대해 보석 취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전 목사는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29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전 목사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집행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지난 15일 보수단체가 주최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교인들에게도 집회에 참석하도록 독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난 전 목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 보석 취소를 청구함에 따라 재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전 목사의 보석 취소 여부는 담당 재판부 심문을 거쳐 결정된다.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 목사는 완치될 때까지는 구치소에 재수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전 목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담당 재판부에 자택 격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지난 15일 집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연단에 올라 발언을 하고 집회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는 등 밀접접촉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 목사는 이날 오전 관악구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은 뒤 오후에 양성 판정이 확정됐다. < 이재호 조윤영 기자 >

광화문 집회 주도전광훈은 누구보수 기독교 조차 관심 종자평가

이른바 빤스 발언으로 이름 알려, 목사 안수증도 위조 의혹 고발 당해

17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설립자 전광훈 목사(64)는 실은 개신교 목사라기보다는 극우 정치꾼으로 악명이 높다. 전광훈 목사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지난 20여년간 자칭 애국집회 혹은 정치집회를 2300여회나 이끌었다고 한다. 보수 개신교인들조차 이런 전 목사를 두고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려는 관심 종자로 폄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전 목사는 전도사 때인 1983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소규모 개척교회인 사랑제일교회를 세웠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현재의 교회 위치에 자리를 잡은 것은 개척 10여년 뒤인 1995년이었다. 그는 청교도영성훈련원을 함께 운영하며 전국 목회자를 대상으로 기도회와 세미나 등을 열어왔다. 2014년엔 대한예수교장로회 한 교단의 총회장이 돼 다른 교단과 통합을 추진하다가 내분을 빚고, 2019년 해당 교단에서 제명됐다. 그러나 전 목사 쪽은 자신을 제명한 교단의 허위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전 목사는 2018년 개신교 보수 쪽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됐으나 한기총 이름을 걸고서 각종 정치 행사를 열어 비판을 샀다. 전 목사는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찾아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며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천만 명 청원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개신교계의 90%가 자신을 지지한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한기총은 2012년 이후 대표회장의 돈 선거와 비리를 둘러싼 내홍으로 회원 교단의 70% 이상이 탈퇴해 허명뿐인 단체가 됐다. 전 목사를 한기총 회장으로 밀어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기독교한국침례회마저 한기총 활동 중단해 그야말로 빈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며 반정부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도 집회에서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우파가 200석을 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지난 2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직무도 정지된 상태다.

그는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분수대 앞 집회에서 향후 10년 대한민국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나는 하나님 보좌(寶座)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발언을 해 교계에서 신성모독 논란까지 제기됐다.

전 목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개신교인조차 반발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개신교인 1천명과 비개신교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조사결과를 보면, 개신교인 5명 중 4명은 기독교정당에 반대하고,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발언 등 언행이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의성 출신인 전 목사는 광운공고를 졸업한 후 1978년 대한신학교(현 안양대 전신)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 신학교를 마친 2년 뒤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00년 안양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는 전 목사가 실제로 신학교에서 공부한 흔적이 없으며, 목사 안수증도 위조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전 목사는 또 장위 10구역 재개발 지역 안에 있는 사랑제일교회 철거 문제로 서울시·재개발조합 등과 갈등을 빚어왔다. 전 목사 측은 교인 감소와 재정 손실, 새로운 교회 건축비 등의 명목으로 500억대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보상금으로 82억원을 제시해 마찰을 빚었다. 조합은 여러 번 교회 철거에 나섰으나 신도들의 물리적인 저항으로 무산됐다.

지난 201911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 나선 전광훈 목사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전 목사 쪽은 사랑제일교회의 대안 시설로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아카데미하우스 매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최근 확인돼 또다시 논란이 됐다. 아카데미하우스는 19601970년대 민주화 운동과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의 구심점이 돼 온 곳이다.

전 목사가 세간에 이름이 알려진 것은 설교 과정에서 했다는 이른바 빤스 발언을 통해서다. 끊임없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구여권에 입질을 했으나 여의치 않자 그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기독자유민주당 창당을 주도했다. 4년 뒤 2016년 총선에서는 기독자유당이라는 이름으로 2.63%의 득표율을 거뒀다.

전 목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중에도 방역지침을 무시하는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 지난 223일 광화문 집회 때는 여러분 이번에 이 전염병은 야외에서는 전혀 전염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왔어요. 그리고 오히려 이런 예배에 참여하면 성령의 불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요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 목사가 보석 조건을 어겼다며 다시 구속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고,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 민폐 재수감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에 17일 오후 8시 현재 25만명이 동의했다. < 조현 기자 >

전광훈 교회’, 방역수칙·자가격리·집회 독려 ‘3가지 거짓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서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3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합숙예배마스크 미착용 설교등 보건당국이 강조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경찰은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전광훈 담임목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랑제일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방역당국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교회 쪽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수칙 지켰다? 전 목사의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회는 첫 확진자가 확인되자 당국이 시설 폐쇄 조치를 하기 전에 교회 출입을 금하고, 성도들의 출입을 금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2일 직전까지 대규모 실내예배와 합숙예배가 진행됐는데, 예배에 참석한 교회 관계자들은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교인 20여명과 함께 이 교회에서 합숙한 70대 여성 씨의 아들은 이날 <한겨레>어머니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과 함께 교회 강당에서 철야기도를 하고 숙식을 했다고 밝혔다. 씨가 합숙한 시기에 교회 쪽에서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면 일부 교회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지난 9일 촬영된 영상에는 전광훈 목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를 진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8·15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열린 사랑제일교회 매일기도회에선 신자들이 좁은 예배당에 모여 두시간씩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연단에서 노래하는 목회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많은 신도와 방문자들이 이 교회에서 숙식을 한 부분도 확인이 됐다사랑제일교회에서의 전파가 여러 날에 걸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가격리 위반 아니다? 교회 쪽은 전 목사가 자가격리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집회 참석을 독려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전광훈 목사는 (이전에) 어떠한 통지도 받은 적이 없다. 15일 오후 6시께 격리통지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5일 집회 때의 영상을 보면 전 목사는 오후 320분께 나는 이렇게 멀쩡하고 열도 없는데 구청에서 우리 교회를 찾아와 나를 격리 대상으로 정했다고 통보했다고 발언했다. 방대본도 이날 성북구청 직원이 교회 쪽에 자가격리 통지서를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 16일 전광훈 목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전 목사가 15일 오후 2시 서울시로부터 자가격리 명령을 받고도 오후 310분께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자가격리를 위반했다교회가 서울시에 제출한 출입자 명단에 전 목사의 이름이 누락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교회 쪽이 교인의 코로나 검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씨 아들은 어머니가 12일부터 발열과 설사 등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지만 집회 관계자가 전화해 ‘8·15 집회 이후에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의 권유로 씨는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교회 쪽은 교회 차원에서 합숙을 진행한 적은 없고 개별적으로 참석한 교인들이 새벽기도를 하면서 잠을 잔 것 같다“12일 확진자가 나온 뒤 모든 예배를 중지하고 보건소의 지시에 따르라고 공지했다. 집회 이후에 검사를 받으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지난 15일 오후 3시께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연설했다.

집회 참가 독려 안 했다? 경찰은 전 목사가 교회 신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광화문 집회 참여를 독려한 영상을 확보하고 전 목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 목사는 지난 11일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우한(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집회 금지령을 내린다고 국민들이 모이지 않겠나라며 교회를 팔아서도 집회를 하는데 그날(815) 나와주기만 하면 된다. 1천만명 가까이 나올 거 같다고 했다. 해당 영상에서 전 목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여성 택시기사가 (코로나19) 3주 전에 교회에 예배를 와서, 참석자들에게 몸에 열이 오르거나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라고 했는데 확진자가 없었다. 야외에선 번지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집회가 열렸던 15일 당일 사랑제일교회에 전화를 걸면 무인 응답을 통해 광화문역 6번 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낮 12시부터 8·15 국민대회가 진행됩니다라는 공지가 나왔다. < 강재구 이재호 김양진 기자 >

교인들 막무가내...격리치료중 도주해 추적,  확진 뒤 도망갔다 붙잡히기도

사랑제일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파주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이던 50대 경기 평택시민 A(평택시 177)씨가 18일 병원에서 도주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파주시에 따르면 병원 직원이 이날 오전 8시께 A씨가 격리치료 중이던 병실에 배식을 위해 들어갔다가 A씨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파주병원은 이후 A씨가 이날 018분께 병원 정문을 나서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탈출 신고를 했다.  경찰은 A씨의 위치추적과 함께 평택시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지난 9일 오전 9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사랑제일교회에 머물며 예배를 본 뒤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병원 이송을 앞두고 달아났다가 4시간 만에 잡혔다.

앞서 경북 포항시는 17일 오후 425분 포항 북구 덕수공원 충혼탑 근처에서 자가격리 중 도주한 40대 여성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포항의 56번째 확진자인 이 여성은 지난 3월부터 지난 13일까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머물렀다. 또 지난 15일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집회에도 나갔다. 이후 그는 지난 16일 열이 38.5까지 오르고 기침이 나 포항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는 17일 오전 최종 확진 판정이 났다.

하지만 그는 17일 낮 12시께 경북 안동의료원 이송을 앞두고 병원에 가지 않겠다며 포항 자택을 나가버렸다. 가족이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방역당국과 경찰은 주변 지역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뒤져 4시간 만에 그를 찾아냈다. 그는 경찰에 검거돼 바로 안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포항시는 서울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방문자, 그리고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자 및 접촉자들은 즉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단검사를 받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3일 포항에서는 149일 만에 55번째 확진자가 나와 비상이 걸렸다. < 김일우 기자 >

 


75주년 광복절 경축사 "언제든 과 마주앉을것인권존중 노력으로 협력

"남북, 생명·안전공동체남북협력이 핵 의존 벗어날 최고 안보정책"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두가 잘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며 집권 후반기 소득 격차 해소와 불평등을 줄이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에 관해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에 관해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라며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북한에는 남북 협력이야말로 최고의 안보정책이라며 북한에 보건, 재해 문제 협력과 남북 철도 연결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한국판 뉴딜의 핵심을 관통하는 정신은 역시 사람 중심의 상생이다. ‘한국판 뉴딜상생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며, ‘고용·사회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 번영과 상생을 함께 이루겠다는 약속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가는 것이라며 모두가 잘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상생이라는 기본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 행복을 보장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가 구실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며 행복 추구권을 명시한 헌법 10조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한다라며 헌법 10조는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에는 거듭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갈등의 최대 쟁점인 일제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관해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중심주의와 삼권 분립이라는 한국 정부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아베 신조 일본 정부에 대화와 타협을 촉구한 것이다.

북한을 향해서는 수재, 보건 의료, 전염병 예방 등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들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며 방역 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로 남북의 국민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란다라며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와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남북 협력이야말로 최고의 안보정책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협력이야말로 최고의 안보정책이라며 북한에 보건, 재해 문제 협력과 남북 철도연결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진정한 광복은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삶이 보장되는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경제, 평화, 생명 공동체 개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보건 의료 협력과 재해 예방, 산림·농업 분야 협력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제시했다. 그는 방역 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로 남북의 국민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란다라며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 탓에 남북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폭우와 수재,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에 남북이 공동으로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경기 연천군 군남댐을 방문해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 방류를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에 관해 미리 알려줬으면 군남댐 수량 관리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게 아쉽게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보건의료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 등을 들며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와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란다라고 했다.

인도주의적 관점의 대화와 소통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과 함께,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라며 남북 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게 있어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나 개별 북한 관광 등을 염두에 둔 제안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 철도연결을 미래 남북 관계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남북이 공동조사와 착공식까지 진행한 철도연결은 미래의 남북 협력을 대륙으로 확장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구체적인 남북 협력 사업을 거듭 열거한 것은 최근 안보진용 전면 개편을 통해 임기 내 남북 관계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임명하며 남북 관계 개선은 역사적 소명이라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남북이 스몰 딜을 해나가 신뢰를 높이려는 뜻도 담긴 것 같다.

다만, 경축사에서 북-3차 정상회담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한국은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잇달아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언급을 한 바 있다.

문 대통령 일본 정부에 강제 동원 문제 해결 위한 협의의 문 활짝 열어둬

대법 판결, 개인 존엄 존중” “국제법 원칙 지키겠다라며 일본에 대화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에 관해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라며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한-일 갈등의 최대 쟁점인 일제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관해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라며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법원 판결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정책 탓에 1년 이상 갈등의 골이 깊어진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는 뜻을 거듭 알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 직후 한달여 만에 열렸던 74돌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자며 분단을 이기고 평화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책임있는 경제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라며 극일각오를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 중심주의와 삼권 분립이라는 한국 정부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일본 정부를 향해 해법과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와 집행력을 가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제동원 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춘식 할아버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 당시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한 것을 들며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의 공동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 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할머니들이 괜찮다고 하실 때까지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피해자 중심주의 해법을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삼권 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와 국제법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노력하겠다라며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 조약의 신뢰를 깼다는 일본 정부와 원칙을 허물지 않는 선에서 타협이 가능함을 표시했다. 한국 대법원은 20181030일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등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때 모든 배상은 마무리됐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 일방적인 수출 규제조치를 발동했고, -일 관계는 얼어붙었다. < 성연철 기자 >

[사설] ‘모두 함께 잘사는 게 진정한 광복강조한 문 대통령 경축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두가 함께 잘사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며 격차와 불평들을 줄여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형 뉴딜을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집권 후반기 최대 역점 사업임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담대하되 정확한 정책 집행으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리라 본다.

문 대통령은 또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풀기 위해 언제든지 일본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 존중과 피해자 동의라는 기본 원칙 위에서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일본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일본 정부가 대답할 때다. 악화될 대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아베 정부도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4월 총선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대내외 정책 운용 방향을 집약적으로 제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점에서 문 대통령은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비교적 분명하게 밝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10조를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그동안 자유와 평등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사회안전망을 통해 한 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우리 정부에서 모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확실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등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한 점은 바람직하다. 코로나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벼랑 끝에 몰린 수많은 국민을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은 결코 포기해선 안 되는 정부의 역할이다. 보수 야당·언론은 실패를 주장하며 정책 전환을 요구하지만,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는 이미 4월 총선을 통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는 게 옳다.

다만, 방향이 옳고 의지가 강하다고 국정 운영의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집권 초기 최저임금 혼선과 최근 부동산 파동에서 보듯, 정교하지 못한 정책 집행과 정부여당 고위 인사들의 안이한 인식 및 언행은 국민 마음을 언제든 돌아세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광복절 경축사인 만큼 최근의 정국 현안을 언급하긴 어려웠겠지만, 문 대통령이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정책 방향에 대한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기를 바란다.

-일 관계 개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문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계기로 한-일 정부가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아베 정부는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위배된다면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문 대통령 제안이 꽉 막힌 한-일 관계의 돌파구가 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이웃나라인 한국과 일본이 언제까지 대립과 갈등을 지속할 수는 없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가 극일을 내세운 지난해와 달리 조건 없는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아베 정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광복절 경축식, 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렸나

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왜 디디피를 경축식 장소로 선정했는지 설명했다. 디디피는 과거 조선시대 훈련도감과 훈련원 터가 있었던 곳으로 이후 일제 강점기 때는 경성 운동장으로, 해방 뒤엔 서울 운동장으로 바뀌었다.

역사적 상징성을 지니는 일도 이 터에서 일어났다. 1935년에는 고 손기정 선수가 경성 운동장에서 열린 1m 미터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기 한해 전이었다.

동대문운동장 터는 해방과 이념 대립의 영욕을 모두 지켜봤다. 19451219일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개선 전국 환영 대회가 열렸다. 김구 선생은 당시 전 민족이 단결해 자주·평등·행복의 신한국을 건설하자고 호소했다고 문 대통령은 말했다. 그러나 4년 뒤인 194575일 이 터에서는 100만 명이 모여 김구 선생의 운구 행렬을 지켜봤다. 2018년에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미디어 센터가 디디피에 차려져, 역사적인 순간을 세계에 타전했다. 문 대통령은 식민지 시대 한 마라톤 선수의 땀과 한, 해방의 기쁨과 분단의 탄식이 함께 배어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역사의 지층 위에 오늘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 만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경성 운동장, 서울 운동장, 동대문운동장을 거쳐 오는 동안 역사적 의미와 미래 지향적 이미지를 함께 지니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자유해방 경축 전국종합경기대회, 임시정부요인 환국 기념행사, 김구 선생 장례식, 3.1절 국경일 기념식 등 다수의 역사적인 기념행사들이 개최된 장소다라며 “DDP가 위치한 동대문시장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시장으로 열악한 환경의 봉제공장 단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도매시장으로 발돋움한 경제적 상징성과 한류 콘텐츠와 해외 관광객 주요 방문 국내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축식 사회는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배우 송일국씨와 청력 장애가 있는 이소별씨가 맡았다. 국기에 대한 경례문은 배구선수 김연경씨가 낭독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전 독립영웅 11인 청춘전 전시를 본 뒤 대한이 살았다 통장 1호와 2호에 가입했다.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 경축사 전문이다.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광복 75주년을 맞은 오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나라의 독립을 이룬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정신을 되새깁니다.

오늘 경축식은

생존 애국지사님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임우철 지사님은 101세이시고,

다른 세 분도 백수에 가까우신 분들입니다.

어떤 예우로도

한 분 한 분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발전과 긍지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 생존해 계신 애국지사님은

서른한 분에 불과합니다.

너무도 귀한 걸음을 해주신

임우철, 김영관, 이영수, 장병하 애국지사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힘찬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광복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 함께 일어나 이룬 것입니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모든 분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선열들은

함께하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을

거대한 역사의 뿌리로 우리에게 남겨주었고,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함께 위기를 이겨내며,

우리 자신의 역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기후이변으로 인한 거대한 자연재난이

또 한 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역시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을 비롯하여

재난에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재난에 맞서고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기상이변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까지 대비하여

반복되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국민안전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어주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며,

오늘의 위기와 재난을

반드시 국민과 함께 헤쳐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가 모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조선시대 훈련도감과 훈련원 터였습니다.

일제강점기 경성운동장,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바뀌었고,

오랫동안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땀의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그 가운데 식민지 조선 청년 손기정이 흘린 땀방울이야말로

가장 뜨겁고도 안타까운 땀방울로 기억될 것입니다.

1935년 경성운동장, 만 미터 경기 1위로 등장한 손기정은

이듬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순간

금메달 수상자 손기정은

월계수 묘목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고,

동메달을 차지한 남승룡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습니다.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위대한 승리였지만

승리의 영광을 바칠 나라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나라를 되찾는 것이자,

동시에 개개인의 존엄을 세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독립과,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을 수립하는 혁명을

동시에 이루었습니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당당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 국민의 노력은

광복 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원조를 받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었고,

독재에 맞서 세계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인권을 억압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우리는 자유와 평등, 존엄과 안전이

국민 개개인의 당연한 권리가 되는,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발걸음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많은 위기를 이겨왔습니다.

전쟁의 참화를 이겨냈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위기도 국민들과 함께 이겨냈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이루며,

일부 품목에서 해외투자 유치의 성과까지 이뤘습니다.

코로나 위기 역시 나라와 개인, 의료진, 기업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극복해냈습니다.

정부는 방역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국민들은 정부의 방침을 신뢰하며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빠르면서도 정확한 진단 시약을 개발했고,

노동자들은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방역물품을 생산했습니다.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 국민과 기업 하나하나의 노력이 모여

코로나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고,

전세계가 인정하는 모범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더 높은 긴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백신 확보와 치료제 조기 개발을 비롯하여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국경과 지역을 봉쇄하지 않고,

경제를 멈추지 않으면서 이룬 방역의 성공은

경제의 선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역의 성공이 있었기에

정부의 확장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 대책이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올해 OECD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GDP 규모에서도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우리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웃의 안전이 의 안전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판 뉴딜을 힘차게 실행하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 날개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혁신하고, 격을 높일 것입니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입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을 관통하는 정신은 역시

사람 중심의 상생입니다.

한국판 뉴딜

상생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며,

고용·사회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

번영과 상생을 함께 이루겠다는 약속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2016년 겨울,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가득 채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1조의 정신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촛불을 들어 다시 한 번 역사에 새겨놓았습니다.

그 정신이 우리 정부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입니다.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인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사회안전망과 안전한 일상을 통해

저마다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한 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결코 우리 정부 내에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께 드리고,

확실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대한제국 시절 하와이,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나

조국을 잃고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을 기억합니다.

그 눈물겨운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조국은 동포들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그분들은 오히려 품삯을 모으고, ‘한 숟갈씩 쌀을 모아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며,

해외 독립운동의 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우리는

해방된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도

끝까지 기억해야 합니다.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을 다했는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성장했고,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2018430,

가나 해역에서 피랍되었던 우리 선원 세 명이,

구출 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20187월에는 리비아 무장괴한들에게 피랍된 우리 국민이,

20207월에는 서아프리카 베냉 해역에서 피랍된 선원 다섯 명이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군용기를 이라크에 급파하여

우리 근로자 293명을 국내에 모셔왔습니다.

코로나 확산이 심각한 일곱 개 나라에는

특별수송기와 군용기, 대통령전용기까지 투입해

교민 2천 명을 국내로 안전하게 이송했고,

전세기를 통해 119개국, 46천여 명에 이르는 교민들을

무사히 모셔왔습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해외 독립유공자 다섯 분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신 것도 뜻깊습니다.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도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2005년 네 분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징용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와 집행력을 가집니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함께 소송한 세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홀로 남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하셨습니다.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입니다.

동시에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동대문운동장은 해방의 환희와

남북분단의 아픔이 함께 깃든 곳입니다.

19451219,

대한민국임시정부 개선 전국환영대회가 열렸고,

그날, 백범 김구 선생은

전 민족이 단결해 자주·평등·행복의 신한국을 건설하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194975, 100만 조객이 운집한 가운데

다시 이곳에서

우리 국민은 선생을 눈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분단으로 인한 미완의 광복을

통일 한반도로 완성하고자 했던 김구 선생의 꿈은

남겨진 모든 이들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광복은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삶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남과 북의 국민이 안전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으며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했고,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입니다.

방역 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로

남북의 국민들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랍니다.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와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랍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과 함께,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입니다.

남북 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게 있어서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입니다.

남북 간의 협력이 공고해질수록

남과 북 각각의 안보가 그만큼 공고해지고,

그것은 곧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선열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남북이 공동조사와 착공식까지 진행한 철도 연결은

미래의 남북 협력을 대륙으로 확장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할 때 기억해줄 것이라는 믿음,

재난재해 앞에서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이국땅에서 고난을 겪어도 국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개개인의 어려움을 국가가 살펴줄 것이라는 믿음,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이러한 믿음으로

개개인은 새로움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러한 믿음에 응답할 때

나라의 광복을 넘어 개인에게 광복이 깃들 것입니다.

식민지 시대

한 마라톤 선수의 땀과 한,

해방의 기쁨과 분단의 탄식이 함께 배어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역사의 지층 위에

오늘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시작한 민주공화국의 길 너머,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향해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선열들이 꿈꾼 자주독립의 나라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향해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