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에 앞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손을 흔드는 리퍼트 미 대사.


지난 5일 흉기 피습 뒤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엿새 만인 10일 퇴원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후 병원에서 회견, “한국 국민들의 성원과 응원에 감사하다. 한국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더욱 커졌다”고 퇴원 소감을 밝혔다. 오른쪽 얼굴에 밴드를 붙이고 왼손에 보호대를 찬 리퍼트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 등 병실을 찾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한국말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한 그는 피습 직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된 “같이 갑시다”를 다시 한국어로 말했다.


경호 부실 논란을 빚었던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 4시간 전부터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보안검색을 했고, 리퍼트 대사가 대사관 차량으로 정동 대사관저로 이동할 때 병원 주변에 기동대 200여명을 배치했으며, 대사 차에 경호 차량과 오토바이를 각각 3대씩 붙이고 이례적으로 4.5㎞ 구간의 교통신호도 통제해 체증이 빚어지는 등 법석을 떨었다. 병원 주변에선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성조기를 흔들기도 했다.




문재인 “이른 시일 안 중국 방문”

전병헌 “셀프조공·과공비례”
주승용 “집권여당 자중지란”
문재인, 추궈훙 중국대사 면담
“사드 얘기는 없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일부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적극 공론화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이 13일 ‘셀프 조공’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여권 내에서도 사드 배치를 놓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점을 집중 거론하며 ‘자중지란’을 부각시켰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청와대에서도 ‘NO’라고 말한 사드 문제에 여당이 일방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셀프 조공’이고 과공비례(지나친 공손은 예의가 아님)”라고 주장했다. 사드와 관련한 여권 내 이견 노출을 겨냥한 것이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리퍼트 대사 피습 후 사드 도입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 심지어 친박·비박 세력이 엇박자를 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며 “한반도 주변 정세를 뒤흔들 메가톤급 현안을 두고 집권여당에서 일어난 자중지란은 위험한 불장난같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사드 배치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정학적 균형을 깨뜨리고, ‘신냉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사드 배치 후 남방에 한·미·일 3각동맹이 이뤄지고 북방에 북한·러시아·중국 3각동맹이 형성되면 새로운 냉전 체제가 구축돼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표는 이날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추 대사가 중국으로의 공식 초청 의사를 밝히자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중국을 방문해 동북아 정세 및 양국간 발전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수락했다. 이날 면담에서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논의될 지 관심을 모았으나,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사드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또 이날 기돈 라흐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논설위원과의 면담에서 한반도 통일 뒤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남북평화 유지와 동북아 전체 균형, 평화유지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답변했다고 김 수석대변인은 밝혔다.
<이용인 기자>



김 대표 “종북좌파들의 한-미 동맹 파괴 시도”
문 대표 “정치 악용은 양국 관계에 부담될 것”

피습 뒤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8일 여야 지도부가 동시에 문병했다. 문병을 마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 사건을 “종북세력에 의한 한-미 동맹 파괴 시도”라고 규정하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경우 한-미 관계를 오히려 훼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새정치연합을 겨냥해 ‘종북 숙주’라며 색깔론을 다시 꺼내 들었고, 새정치연합은 ‘선거를 의식한 구시대적 행태’라며 공세 차단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인 리퍼트 대사를 만나 “이번 사건은 종북좌파들이 한-미 동맹을 깨려는 시도였지만, 오히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더 결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고 박대출 대변인이 전했다. 리퍼트 대사 피습을 “종북세력의 소행”으로 규정한 지난 6일 고위 당·정·청 회의의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박 대변인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가 야당 집권 시절 7차례 방북한 사실과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으로 위촉된 사실 등을 언급한 뒤 “김씨가 어엿한 시민운동가로 행세한 데는 야당 의원들과의 교류가 한몫을 했다. 새정치연합은 ‘종북몰이’ 운운하며 역색깔론을 펼칠 때가 아니라 ‘종북 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라고 날을 세웠다.

뒤이어 리퍼트 대사를 만나고 나온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끔직한 사고를 겪은 리퍼트 대사가 오히려 의연하고 여유있는 태도로 한국 사람들을 위로하는데 (김 대표의 ‘종북세력’ 발언은 적절치 않다)”라며 “이 사건을 정치에 악용하려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한-미 양국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종북 숙주’ 공세에 즉각 논평을 내어 “김기종의 과거 행적을 들먹이며 어떻게든 야당에 종북 올가미를 씌워보려는 그 속셈이 너무도 뻔하다. (재보궐)선거가 다가오자 구시대적 종북몰이로 표를 얻어보려고 하는 것은 매우 비겁한 정치행태”라고 반박했다.
<이세영 조혜정 기자>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 들녘에 내려앉아 단순하고 소박한 삶 이어가는 천연기념물 두루미

천적이나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으면 두루미의 아침은 평화롭게 느리다. 물이 얼지 않은 여울에서 한 발로 선 두루미는 머리를 등 뒤로 접어서 날개 사이에 묻고 잠을 잔다. 하얀 상고대가 핀 아침엔 먼저 밤새 꽁꽁 언 몸을 녹여야 한다. 천천히 걷고 접었던 깃털을 고르고 날개를 펴본다. 부리를 치켜들며 기 싸움을 벌이듯 ‘뚜루루 뚜루’ 큰 소리를 낸다. 밤새 기온이 많이 떨어지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면 먹이터가 먼 곳에 있어도 게으름을 피우기도 한다.


먹이터는 정해져 있다. 먹이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겨우내 그곳에 머문다. 들녘에서 낙곡을 줍고 한탄천에서 목을축인다. 두루미의 하루는 대부분 먹이를 먹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가족끼리 혹은 작은 무리를 지어 먹다가 해가 질 무렵엔 함께 잠자리로 모여든다.
두루미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겨울을 나고 번식지로 돌아간다. 평화로운 철원 들녘 두루미의 설 인사다.
< 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