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윤석열 내란 옹호 '법비들' 비판

청주지법 송경근 "재판권, 국민이 위임"
"법관의 시민적 소양 검증된 바 없다"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실명 비판
"편향적 재판의 이례적 반복 심각"

 

"우리가 가진 재판권은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았다고 받은 포상이 아닙니다. 권력자가 준 것도, 변호사가 준 것도 아닙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송경근 청주지방법원 부장판사(61)는 2일 법원 내부망에 올린 '국민이 주인입니다'란 글에서 전날 조희대 대법원장 주도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출마 봉쇄를 염두에 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한 것까지,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사법부 고위층의 '미심쩍은 행적'을 개탄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 초고속 판결
"법관 30년간 듣도 보도 못해"

 

송 부장판사는 "우리는...'법률 공부' 하나 잘해서 법관이 되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 인문학적 소양, 공직자의 자세 등 법률 지식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시민적 소양은 검증된 바 없다"며 "국민은 그저 지배 대상이, 재판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임명한 주인이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서 송 부장판사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희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시점과 절차가 국민의 보편적 법 상식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먼저 비상식적이고 관례를 깬 절차의 졸속성을 비판했다. 그는 △ 6만 쪽의 기록을 항소심 선고 2일 만에 정리해 대법원 송부 △ 피고인 답변서 제출 다음 날인 4월 22일 소부 배당 △ 그 즉시 전원합의체 회부와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 △ 4월 24일 2차 합의기일 △ 7일 후인 5월 1일 판결 등을 일일이 거론한 뒤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다"라고 일갈했다.

 

 

12·3 윤석열 내란 옹호 '법비들' 비판
"법관의 시민적 소양 검증된 바 없다"

 

상고심 판결 시점에 대해 그는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다"고 털어놨다.

송 부장판사는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 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법을 전공하고 그것으로 엘리트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군을 동원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러한 세력들을 말도 안 되는 궤변과 허위 사실로 변호함으로써 법정을 희화화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분들(조희대 등 사법부 고위층)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라고 따져 물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귀연 부장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실명 비판
"편향적 재판 이례적 반복 심각"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한 부장판사도 이날 법원 내부망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하여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스스로가 이번 한 건의 재판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 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사흘째인 3일 '동해안벨트' 첫 방문지인 강원도 속초시 중앙재래시장에서 도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3 연합

[송경근 부장판사 글 전문]

국민이 주인입니다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통해 정치를 한다." 등의 국민적 비판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습니다.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 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 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입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라.", "결론과 절차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99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

법관 생활 30여 년 동안 참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워낙 자질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며 살지 못했지만, 대법원에 계신 '저스티스'들께서는 적어도 저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믿고 그 판결을 존중하였습니다.

6만 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월 22일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월 24일 2차 합의기일을 가진 후 1주일 후인 5월 1일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더군요.

1, 2심이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사안을 말입니다. 게다가 보도되는 판결 이유를 살펴보니 사실관계 확정이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라 사건기록도 열심히 보아야 했을 사건이더군요. 1, 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닌지요.

하기야 6만 쪽 정도는 한나절이면 통독하여 즉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까지, 그야말로 신통방통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만 모이셨을 것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우둔한 제 기준에만 맞춘 기우인가 봅니다.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 불과 몇 개월 전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 판결이 무죄 선고의 법리적 근거로 삼은 판결이 바로 위 판결이며, 파기환송 하더라도 절차와 시간상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므로, 상고기각을 하려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경우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날개 달아준 후 덕 보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될 것이고, 설령 파기환송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선거에 영향을 주어 이재명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됨으로써,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는 보도자료, 차라리 내지 않은 것만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느닷없이 적절한 비교 대상도 아닌 미국의 부시-고어 재검표 판결을 끌어오질 않나, 1, 2심의 결론이 달리 나온 것을 두고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어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다수의 평범하고 선량한 유권자들이 정말 그렇게 인식하고 있던가요. 보도자료를 작성한 분은 평소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언론매체를 보고 들은 것인지요.

12·3. 친위쿠데타 세력들은, 권력의 실정과 전횡을 비판, 견제하는 야당과의 반목 상황을 들어 "국가적, 사회적 혼란과 대립 양상이 극에 달해 군을 동원한 질서 유지가 필요했다"고 했었지요. 저는 그날 밤 비상계엄 발령 사실조차 모른 채 재판부 구성원들과 함께 술을 꽤 마시고도 늦은 시간 아주 안전하게 귀가했습니다.

민사사건이 아닌 형사사건, 그것도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 사건에서, 피고인이 어떤 사실을 말 한 적이 없거나(골프 발언) 자신이 느낀 대로 또는 이를 과장해서 말했더라도(국토부의 협박 발언) "당시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을 토대로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이른바 '유권자의 관점'을 내세워 '구체적인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이 경우 피고인은 당시 압박을 느껴 협박이라고 말했더라도, 법원이 사후에 유권자의 시각에서 판단한 결과 협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고의범인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되는 것이지요.)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나, "기록도 보지 못한 사람이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냐"고 할 것 같아 굳이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 마음속으로 "언어의 내적 의미가 아닌 사용맥락을 중요시한 천재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무덤에서 깜짝 놀라 뛰쳐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그동안 우리 사법부의 행정책임자들이 위헌, 불법적인 비상계엄 사태 때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상황이 너무나 엄중한지라 사법부를 위해 참았습니다. 그 직후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그에 관한 질의나 문제 제기조차 전혀 없었다는 것에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참았습니다.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행위 등에 적극 가담하거나 방조하고 수구 언론들과 소통하면서 그 청산 노력을 방해하던 사람들이 대법원, 법원행정처, 각급 법원의 책임자로 복귀하는 것을 보면서도, 인사권자는 대법원장이고 종전의 실수를 거울삼아 더 잘할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사법부의 발전을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종전에 사법행정권 남용, 권력과의 거래 의혹 등에 문제를 제기하던 법관들에게 '정치판사', '이념 편향적 판사'라고 그렇게도 비판하던 분들, 지금은 왜 이리 조용하신가요. 과연 무엇이 법원을 해치는 행위인지요. 법을 전공하고 그것으로 엘리트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군을 동원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러한 세력들을 말도 안 되는 궤변과 허위 사실로 변호함으로써 법정을 희화화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가 가진 재판권은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았다고 받은 포상이 아닙니다. 권력자가 준 것도, 변호사가 준 것도 아닙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 세상에 잘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 '공부' 그것도 '법률 공부' 하나 잘해서 법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 인문학적 소양, 공직자로서의 자세 등 법률지식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시민적 소양은 검증된 바 없습니다. 평범한 국민들 중에는 위와 같은 능력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만 모를 뿐입니다. 국민은 그저 지배 대상이, 재판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를 임명한 주인입니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판사 송경근 올림

법사위 전체회의서 민주당, 대법원 비판 봇물
‘대통령 당선자 재판 정지’ 개정안 소위 회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 것을 두고 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법원 재판도 헌법소원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현안질의 과정에서 “헌법엔 누구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유독 이재명 후보만 신속하게 재판받을 수 있도록 (대법원이) 노력했다”며 “다른 국민도 9일 만에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데 지금 대법관 수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대법관을 많이 늘려야겠다”고 말했다. 또 “대법관은 신이 아니고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며 “위헌적인 판결은 다 헌법재판소로 보내야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는데, 법을 개정해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최종심을 대법원이 아닌 헌재가 맡게 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대법관을 증원함으로써 신속한 권리를 보장하고 전원합의체가 정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추진하겠다”며 “사법부에서 반대하는 대법관 증원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하겠다. 그 사법개혁의 단초를 조희대 대법원장이 불러왔다는 점을 가서 똑똑히 보고하라”고 말했다.

 

이후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대법관들이 개별 사건에 보다 충분한 시간과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된 대법원 구성을 가능케 해 대법원 심리 충실성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한편,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현안질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 재판은 이재명이라는 목표를 전제하고 절차를 꿰어맞춘 정치적 재판이고 선거 관여 재판”이라며 “이재명을 낙마시키기 위한, 이재명 죽이기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도 “사법 역사상 가장 최악의 판결이고 제2의 인혁당 사건”이라며 “국민들의 대통령 투표권을 죽여버렸다. 정말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원 판결을 감쌌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 발언들을 소개하며 “정치적 주장과 표현의 범위를 한참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사법부 모욕이고 법관 겁박”이라며 “최고법원의 판결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갖추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은 “판결에 대한 비평은 가능하지만 최고법원 판결과 법관 존중 없이는 법치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며 “모든 대법관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만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사건 결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라며 “심리의 속도와 절차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충실히 논의가 이뤄졌고 판결에 담았기 때문에 90페이지에 가까운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에 대해 재직 기간 동안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안심사1소위에 회부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형사소송법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종료시까지 결정으로 공판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신설 조항이 담겼다.

 

이날 긴급 현안질의 과정에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서 박성재 장관을 조사했던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언급도 나왔다. 박 장관은 “장관을 수사했던 검사가 29일 사의를 표명했는데 사퇴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느냐”는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어떤 경로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의 사의에 누가 관여한 사람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답했다.

< 류석우 기자 >

 

민주당 ‘대법관수 14→30명’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

대법원 이재명 판결 뒤 ‘개혁 압박’ 본격화
“대법관 늘려 국민 재판받을 권리 보장을”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2일 발의했다. 이날 소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 쏟아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지난 1일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뒤 민주당이 대법원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법관수를 지금의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대법관들이 개별 사건에 보다 충분한 시간과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된 대법원 구성을 가능케 해 대법원 심리 충실성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한편,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22년 기준 대법원 본안사건 접수 건수는 연간 5만6000건을 넘겼고, 대법관 1인당 연간 약 5000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라며 대법관수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국회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헌법엔 누구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유독 이재명 후보만 신속하게 재판받을 수 있도록 (대법원이) 노력했다”며 “다른 국민도 9일 만에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데 지금 대법관 수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대법관을 많이 늘려야겠다”고 비꼬았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대법관을 증원함으로써 신속한 권리를 보장하고 전원합의체가 정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추진하겠다”며 “사법부에서 반대하는 대법관 증원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하겠다. 그 사법개혁의 단초를 조희대 대법원장이 불러왔다는 점을 가서 똑똑히 보고하라”고 말했다.  < 류석우 기자 >

 

 

“대법 판결 헌재에서 다퉈보자”…민주, ‘4심제’ 개정안 발의 예고

정진욱 의원 ‘대법 판결에도 헌법소원’ 개정안 7일 대표발의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진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으로 다퉈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7일 발의한다고 2일 밝혔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청구 사유)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 정 의원 개정안의 핵심이다.

 

정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된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도록 해, 헌법재판 제도의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국민의 권리 구제 수단을 실질화하려는 것”이라며 “법원의 재판이기만 하면, 심각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더라도 헌재의 심판을 받을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일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서울고법은 바로 다음 날 사건을 형사7부에 배당했다. 최종 결론이 대선 전에 나기는 어렵더라도 ‘당선 후 재판’이 이어지는지를 놓고는 법조계 해석이 엇갈린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당선 전 기소돼 진행된 형사재판의 중지’까지 포함하는지는 불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차단하려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고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 한겨레 김양진 기자 >

민주당 의원들  ‘대법관 탄핵’ 여론 들끓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3일 ‘동해안 벨트’ 첫 방문지인 강원도 속초시 중앙재래시장에서 닭강정을 구입하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대법원(원장 조희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당내 강경파들로부터 ‘대법관 탄핵’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3일 이 후보가 ‘의연한 모습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당부에 “좋은 의견이다. 저는 현장에 있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민주당 의원 단체 대화방에는 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탄핵을 비롯한 강경 대응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애초 민주당은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에게 피선거권 박탈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하더라도, 27일의 상고 기간이 있기 때문에 6·3 대선 이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긴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일각에서 법원이 재상고 기한(7일) 외에, 재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은 무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서울고법의 항소심 선고 전에 대법관 탄핵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최악을 가정해야 한다”, “신속히 지뢰를 제거해야 제압이 가능하다”며 선제적으로 대법관에 나서자는 주장이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의원 대화방에서 법조계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 여론전, 후 탄핵’을 주장하자, 이 후보가 “잘 정리하셨다. 그렇게 밀고 가시라. 저는 현장에 있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방에서 쏟아진 ‘선제 탄핵론’에 이 후보가 직접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초선 의원은 대화방에 올린 글에서 “판사가 법을 지키면 후보는 바뀌지 않는다. 판사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재판 진행을 하려고 하면 명백한 선거 개입이고 위법·위헌이므로 바로 판사를 탄핵해서 중단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우선 대선 앞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되, 대법원이 27일의 상고기간을 보장하지 않아 이 후보의 방어권을 침해할 경우 그때 빠르게 탄핵에 나서자는 주장이다.

 

상고기간 보장과 관련해선 앞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피고인에게 상고이유서 제출 기회를 주지 않고, 소정의 기간에 상고심 판단을 할 수 있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간사의 질문에 “상고이유서 제출 기회는 보장이 되어야 되는 것이 원칙이다. (불변) 기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판사 출신인 최기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권리 보장이 핵심이다. 과거 파기환송심에 비춰 법과 상식에 맞는 심리 기간과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며 2019년 8월 유죄 취지 파기환송 뒤 2021년 1월 형이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례를 언급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강원도 속초와 양양·강릉·동해·삼척·태백 등을 돌며 ‘경청투어’를 이어갔다. 그는 양양 전통시장 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아직도 2차, 3차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내란을 이겨내는 힘도,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것도, 결국은 또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이 방송을 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 엄지원 기자 >

 

‘이재명 재판 속도전’에 판사들 “스스로 권위 무너뜨려” 실명 비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처리하자 법원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한 부장판사는 2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하여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 스스로가 이번 한 건의 재판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 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청주지법의 한 판사도 코트넷에 실명 글을 올려 대법원 재판을 비판했다. 그는 “6만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월22일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며 “(회부)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월24일 2차 합의기일을 가진 후 1주일 후인 5월1일 판결을 선고하였다.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과거에는 디제이(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다”며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대법 내규 위반하며 사상 초유 속도전으로 국민 주권 침해
법률심(3심)이 사실관계 판단하고 사실상 1심 판결 베껴

 
 
 

 

대법원이 결국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을 결정했습니다.

 

대선 전 유죄 확정 가능성도

 

대부분 법률가들이 무죄 확정을 예상했었는데요. 전문가들의 견해와 국민적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른 퇴행적 판결입니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판결문을 새로 써야 하는데요.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 전까지 판결이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법률가의 의견입니다. 이번 대법 판결은 검찰의 상고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피고인의 시간’이 없었지만, 피고인의 상고에 의해 열리는 재상고심의 경우 상고기간(7일)과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 등 최소 27일의 시간이 있습니다. 대선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고법이 속전속결로 파기환송심을 진행해서 유죄 판결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휴일 등을 감안하면 대선 전에 재상고심이 열려 유죄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고신청기간 7일은 건드릴 수 없지만, 상고이유서 접수 기간 20일을 주지 않고 바로 유죄 확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로 파기환송된 사건이므로 재상고된 사건의 상고이유서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댈 거라는 얘깁니다. 이럴 경우 지지율 압도적 1위의 대선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파기환송심 없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정치적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벌써 사실상 유죄 확정이라며 이재명 대선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법 판결의 성향으로 보아, 대법원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소추 행위란 기소(訴)와 그에 뒤따르는(追) 재판을 모두 일컫는 말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인데, 이번 판결로 정치 성향을 확실히 드러낸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이번 선거법 위반 재판 말고도 이재명 후보는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걸 그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헌법 규정인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대법원이 우리나라를 혼돈과 불확실성의 구렁텅이로 쑤셔 박은 것입니다.

 

예단 없다면 하기 어려운 도발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이 대법 판결을 앞두고 무죄 확정을 예상한 근거는 그동안의 관행과 시간적 제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의 모든 관행을 깨버렸습니다. 대법원 소부(주심 대법관 박영재)에 배당된 당일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고, 바로 같은 날 첫 번째 심리를 벌였습니다. 이틀 뒤 두 번째이자 마지막 심리를 하면서 바로 그날 선고기일을 잡았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보통 한 달에 한번 열리는데요. 이렇게 연달아 두 번이나 전원합의체 심리를 한 것은 사상 최초입니다.

 

대법원 내규도 위반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 제7조는 재판연구관이 전원합의 사건에 관하여 조사·연구한 결과를 기일 전에 미리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소부 배당 당일 바로 전원합의체 심리를 했죠. 재판연구관이 조사·연구한 결과를 미리 보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이례적인 정도가 아니라 내규를 어긴 것입니다. 1심 선고까지 2년 2개월이 걸린 사건을 2심은 4개월 만에 선고했는데, 3심은 2심 판결로부터 불과 36일 만에, 배당 9일 만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가 봐도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무죄를 확정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에 개입한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파기환송을 통해 국민의 주권에 대한 침해를 시도한 것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짧은 시간에 2심의 무죄 판결을 완전히 뒤엎어 파기환송한다는 것은 예단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도발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에 대한 법 규정(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라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을 지키라고 주문한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는 당선자에 해당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게 법의 취지에 맞습니다. 법을 어기고 당선이 됐는데도 재판이 늦어져서 공직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법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건 발언의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의 낙선자입니다. 최초로 6·3·3 원칙을 적용한 대상이 낙선자라니. 여러분, 동의할 수 있습니까? 더구나 마지막 3심은 3개월도 아니고 사실상 9일 만에 광속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최신 대법 판례 깨고 1심 판결 그대로 따라

 

대법원 판결문은 1심 판결문의 논리 구조를 그대로 따릅니다. 이른바 ‘김문기 몰랐다’ 발언 자체는 인식에 관한 것이므로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해외 출장 중 찍은 ‘사진’에 관해 발언하면서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이라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라고 규정했습니다.

 

다들 아시는 얘기겠지만, 기억의 환기를 위해 다시 한 번 보시죠.

이재명: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2021년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청년과의 대화’ 토크 콘서트)

 

이 발언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에 대해 한 말입니다. 이 후보는 이 사진이 골프를 친 날 찍은 것이 아니고, 10명이 단체로 찍은 사진 가운데 고 김문기씨가 포함된 4명만 나오게 잘라서 공개한 것이어서 조작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이라고 해석해서 허위사실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도 유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분명한 건 이 후보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와 일반 선거인의 인식을 들먹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김문기와의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취지로 들린다는 겁니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어긋나는 판결입니다. 지난해 10월 31일 대법원은 정읍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2023도16586)에서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후적 추론에 따라 발언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이 대법원 판례를 6차례나 직접 인용합니다. 대법원 판례를 충실히 따른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한 것입니다.

 

검찰의 짜깁기 기소 추인한 대법원

 

마지막으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관련 혐의를 보겠습니다. 이른바 ‘국토부로부터 협박받았다’ 발언입니다.

 

이 대목도 기억이 희미해지셨을 테니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당시에 정부 방침은 뭐였느냐 (중략) 앞으로 5개 공공기관 부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요청하면 다 바꿔줘라,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도록. (중략) 국토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이것 변경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된다, 의무조항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제가 그때 낸 아이디어가 뭐냐 하면 반영은 해주는데 다 해주라는 말은 없으니까 조금만 반영해 주겠다 이렇게 다시 기자회견을 해서 (중략) 사실은 성남시 공공기관 이전부지 다섯 곳 매각이 몇 년 동안 불발됐던 거예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과장이 있긴 하지만 의견 표명이지 허위 사실 공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대법원은 “(사실과)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의 발언”이라고 뒤집었습니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 자체 판단인데, 이 후보가 국토부의 협박을 받아 변경했다고 밝혔으므로 허위라는 겁니다.

 

 

2심과 3심의 판단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핵심 이유는 이재명 당시 지사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볼 것이냐, 하나하나 따져서 볼 것이냐의 차이에 있습니다. 이 발언을 자세히 보면, 크게 두 대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식품연구원(백현동)만이 아니라 도로공사와 토지주택공사(LH) 등 5개 공공기관에 관한 발언입니다. 국토부의 압박(협박)에도 불구하고 성남시가 버텨서 몇 년간 매각이 불발됐다는 내용입니다. 이어서 식품연구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문을 언급하면서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백현 이 부분은 그냥 아파트 분양하겠다고 해서 저희가 해주지 마라고 버티다가 결국 다시 또 국토부가 식품연구원에 대해서만 별도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중략) 이런 지시공문이 다시 와서 저희가 불가피하게 용도는 바꿔 주는데 그냥은 못해주겠다, 공공기여를 할 것을 내놓으라고 해서 저희가 약 8000평 정도의 R&D 부지를 취득했습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의무조항에 관한 발언은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서 나온 것이고, 식품연구원 용도변경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검찰은 중간을 생략하고 앞뒤를 이어붙여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해줬다’고 짜깁기해서 기소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실관계 무시하고 비튼 최악의 정치 판결

 

이건 사실관계를 비튼 것입니다. 처음에 성남시가 박근혜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식품연구원을 포함한 5개 공공기관의 용도변경을 거부하고 몇 년간 버틴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해당 부지에 대기업 본사나 알앤디(R&D)센터처럼 고용을 창출하는 시설을 유치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조건들이 무르익었고, 다른 공공기관 부지와 마찬가지로 백현동도 알앤디 부지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게 된 것입니다. 검찰의 기소와 대법원 판결은 이런 사정 변경을 일부러 무시한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정말 이현령비현령 판결 아닙니까? 1심과 2심, 3심의 판단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대법원이 이렇게 급하게, 사상 초유의 속도로 재판을 진행해 선거에 영향을 줘도 되는 건가요? 게다가 얼마 전 있었던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으면서요? 법의 안정성을 흔들고 사법에 정치를 끌어들인 최악의 판결입니다.

 

 

무엇보다 법률심인 3심에서 사실에 관한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법 위반 가능성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상고이유) 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

1.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4.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사법부의 주권 침해

 

선거법으로 후보자의 말을 규제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밝힌 대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우려’ 때문입니다. 주권자의 판단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법부는 주권자를 대신해 그 말이 처벌할 정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1심과 2심 결론이 극명하게 갈린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다수·소수 의견이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이런 사안이라면 주권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동안 1·2심 재판을 국민이 지켜봤고, 이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지금 이 후보가 받는 정치적 평가에 반영돼 있습니다. 허위사실 공표죄를 확장할 경우 검찰이 선택적 기소로 야당 탄압에 악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대선이 한 달 앞으로 임박한 시점입니다.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고도의 정치적 과정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내란을 극복해 조속히 나라를 안정시켜야 하는 비상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여기에 끼어들어 영향을 미치는 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납니다. 사법부는 주권자의 시간을 존중하며 사법적 자제를 했어야 마땅합니다.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의 소수의견이 이 점을 통렬히 지적합니다.

“선거과정은 그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영역에 있다. 선거과정의 공방 속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발언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사실과 의견 또는 평가가 혼재되어 있어 사실의 허위성을 명확히 가릴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담하는 법원이 이러한 정치적 혼재 영역에 개입하여 공표된 발언의 허위성을 가리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다. 설령 그 혼재 영역에서 이루어진 사법적 판단이 법적으로 정당하더라도 정치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는 법원이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비판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 정치적 발언에 대한 법원의 법적 평가는 이를 수긍하는 국민들과 그렇지 아니한 국민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과 분란을 촉발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사심없는 공정한 판결이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겁니다. 선거법 재판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대법원의 명분과 달리 되레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 됐습니다. 대법원의 무리수로 이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유죄 의견 10명 대법관 모두 윤석열 임명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가운데 무죄 취지의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은 단 2명입니다. 둘 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유죄 의견을 낸 나머지 10명은 전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대법원 판결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지귀연 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할 수 있었던 배경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대법관 10명이 지귀연 판사의 든든한 뒷배였습니다. 형사소송법을 일부러 잘못 해석해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만행을 저질렀는데도 사법부가 조용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을 포함해 판사들까지 체포 대상으로 ‘노상원 수첩’에 등장하고, 서울서부지법에 폭도들이 난입해 건물과 집기를 부수고 영장판사를 잡겠다고 소리치고 다녔는데도 유감 표명 한 번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선에 개입하겠다고 작심하고 달려든 것입니다. 철두철미하게 정치적인 판결입니다.

 

터져나오는 사법개혁 목소리

 

이들 대법관 10명이 마치 국민을 향해 ‘그래서 너희들이 어쩔건데?’라고 노려보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탄핵 헌법 심판 과정에서도 사법개혁 필요성이 제기됐었는데요. 이제 더욱 본격적으로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입니다. 벌써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한 번 더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불복 절차를 두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미국의 주(State)법원 판사처럼 선거로 판사를 뽑을 수도 있습니다.

 

“법원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 뭔지 아십니까? 지금은 대법원이 3 심을 하잖아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헌법 소원을 열어 주는 겁니다. 불복수단을 주는 이거 열어주면 대법원은 헌재 밑으로 가는 거거든요. 조희대 대법원 이거 신뢰 못 하기 때문에 저는 헌법 소원에 대해서 재판도 넣어야 된다. 이거부터 저는 아마 국민들이 시민운동 벌일 것 같아요.” (신인규 변호사 5월 1일 경향티비)

 

대법원이 선고를 시작한 오후 3시로부터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대선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에게 무리하게 유죄 굴레를 씌운 대법원 선고와 한덕수 대행의 출마를 위한 사퇴가 1시간 차이로 생중계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총에 이어 법으로 쿠데타 시도

 

5월 1일은 대법원이 정치에 개입한 흑역사로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사법쿠데타가 진행 중입니다. 총을 든 친위쿠데타가 실패하자 법으로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악은 지치지 않습니다. 정말 너무나 지긋지긋하지만, 우리도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몇 명의 판사나 검사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역사의 법정에 아로새겨야 합니다.     < 한겨레 이재성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