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용현 전 장관 증인 나온 탄핵심판서 윤석열·김용현 궤변 ‘수두룩’
국회 측 질문에 말문 막힌 순간 ‘포고령 위헌 알았나’…“尹 특별 언급 없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지켜보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헌재변론영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에선 12·3 내란사태 책임자 측의 여러 궤변이 쏟아져 나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구속기소)이 대면한 23일, 윤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확인되는 핵심 발언 또한 수두룩했다. 이들이 내란 사태 축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모순이 드러난 7가지 장면을 꼽았다.

 

1. “(포고령 수정하지 말고)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그냥 놔뒀는데 뭐,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

 

탄핵심판 피청구인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면서 처음 던진 질문이다. 윤 대통령은 “12월 1~2일 밤에 우리 장관(김용현)께서 제 관저에 오신 걸로 기억된다”며 “(포고령이)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구체적이지 않아 집행 가능성도 없는 거지만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드리고 놔뒀는데”라며 기억 나느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이 포고령을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윤 대통령도 그 책임을 김 전 장관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질문으로 스스로 포고령을 직접 확인했으며 위헌임도 인지했음을 되레 실토한 셈이 됐다. 김 전 장관은 “평상시 대통령은 (보고하면) 법전부터 가까이서 찾아보고 하시는데, 그렇게 안 찾으시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에선 윤 대통령이 포고령 초안을 법전을 뒤져가며 검토하고 수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헌재 변론영상

 

2. “우리 헌법과 계엄법은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국회의 권한은 제한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포고령 초안을 작성할 때 이런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까?”

 

계엄 포고령의 위헌성은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포고령이 위헌임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즉답을 피해왔다. 국회 측 대리인이 이를 단도직입적으로 신문하자 김 전 장관이 부인하지 못하면서 포고령의 ‘초헌법성’이 재차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3일 내란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포고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3. “피청구인도 이 (포고령) 1항 내용을 보고 아무런 문제 제기를 안 했습니까?”

 

곧바로 국회 측이 던진 질문에 대한 김 전 장관의 답변이다.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살피고 최종 승인한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됐다. 포고령은 “국회의 활동”을 비롯해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했다.

 

4. “비상계엄 요건은 대통령이 판단하시는 겁니다. 요건에 대한 것은 대통령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김 전 장관에게 “이런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이 한 답변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자, “부정선거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직후 이같이 말했다. 국헌 문란, 의회 제도에 대한 부정이 드러나는 비상계엄 선포의 최종 결정권자가 자신이 아닌 윤 대통령이라고 직접 밝히는 발언이다. 검찰의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할 때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왔다고 주장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을 하고 있는 국회 측 대리인. 사진=헌재변론영상

 

5. “입법권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가지고”

 

김용현 전 장관의 이 증언은 별도 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는 자백이 됐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최상목 문건’에서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이 예산이 왜 필요했나?”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기재부에다가 긴급재정입법권을 해서, 이 입법권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가지고, 그걸 가지고 이런 어떤 해소하지 못한 막혀있는 부분을 해소하자.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 아까 말씀했는데 입법권한 실행할 기구 말한 것 같다”라는 이미선 재판관의 질문에 “네”라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이를 두고 “뻔한 거짓말을 빼더라도 오늘 윤석열과 김용현의 ‘진술’ 자체만으로도 탄핵사유 충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킬 별도의 조직을 언제 어떻게 만들려고 예산까지 편성시키나. 국회가 존재하는데, 별도 입법 기구가 어떻게 작동을 하나”라고 물었다.

▲12월4일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시한 ‘최상목 문건’.

 

6. “제가 뭐 이렇게 쓸 때 잘못,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이 때문인지 김 전 장관 발언 직후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급하게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비상 입법기구 단어 때문에 굉장히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국회를 대신하는 입법기구를 생각하신 건 아니죠”라며 진술 번복을 유도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따라 “기재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쓸 때 잘못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자기 진술을 번복하는 한편 문건에 담긴 ‘국가비상 입법기구’란 용어 뜻을 스스로 부정하고 나섰다. 변론에선 이처럼 김 전 장관이 스스로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포고령’과 ‘계엄 담화문’ 내용을 부정하는 진술이 반복됐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최상목 문건’을 두고 장관끼리의 ‘협조 요청’이라고 축소했으나, 허위 증언일 가능성이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은 3일 계엄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자료”를 넘겨 받았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참고하라”는 취지의 말도 들었다고 국회와 검찰에 진술했다. 만약 김 전 장관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윤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문건엔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 3가지 명령이 ‘지시’ 형태로 들어가 있어, 경제부총리에 단순 ‘협조 요청’을 구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7. “정치 상황이 좀 어려우면 굉장히 좀 약간 이렇게 감정적으로 기복이 올라가시는 경우도 있고…”

 

피청구인 윤 대통령이 자신의 기분과 감정기복에 따라 비상계엄을 평소에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윤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로 볼 수 있는 증언이다. 국회 측이 김 전 장관에게 “증인의 검찰 진술을 보면, 초반엔 증인도 피청구인에게 계엄 선포 같은 비상조치는 만류하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 같다. 피청구인 대통령이 비상조치 이런 얘기를 하면 초기엔 증인도 그걸 조금 기다리시라 만류하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 같더라”고 신문하자, 김 전 장관은 “맞다”라며 위처럼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상황이 좀 안 좋고 정치 상황이 좀 어려우면 굉장히 좀 약간 이렇게 감정적으로 기복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이러다 보면 또 그런 어떤 말씀이 있을 수도 있는데”라며 “다음 날 되면 또 전혀 어떤 이상 없이 임무 수행을 하시고” 한다고 했다. 이어 “처음 듣는 사람은 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겪으면서 대통령의 그런 생각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

서울역 찾은 권영세·권성동에 시민 일부 “이미 끝났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지도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고향길에 오른 시민 배웅 길에서 12·3 내란사태 이후 싸늘해진 민심을 제대로 확인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역을 찾아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즐거운 설 명절 보내라”며 배웅 인사를 건넸다. 서울역은 대구와 경북, 부산, 울산 등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향하는 경부선이 출발하는 곳이다. 국민의힘은 명절마다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권 비대위원장 등은 시민들에게 팸플릿을 전달하며 “어려운 민생을 더욱 꼼꼼히 챙기고 국제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함께한 의원들 역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국민을 힘차게, 경제를 힘차게’라는 문구가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을 배웅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민 일부는 “이미 끝났다” “부끄러운 줄 알라. 당신이 국회의원이냐”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치는 시민도 있었다. 한 상인은 “나라가 이렇게 힘든데 왜 남의 가게 앞에서 이러느냐”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시민은 “대통령이나 지키지 여기와서 뭐하느냐. 대통령이나 지키라”며 “민주당보다 더 나쁜 놈들”이라고 소리쳤다.

 

이날 서울역에선 해병대예비역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등이 국민의힘을 겨냥해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 10여명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란세력 몰아내야 한다” “폭동 옹호세력 해체하라” “내란 빨갱이”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해병대 예비역으로 보이는 한 시민은 “국민의힘이 대한민국을 죽이려 했다. 대한민국을 엎고 시민들을 억압하려 했다. 폭동을 일으켰다”고 외치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XXXX들”이라고 혼잣말 하는 듯한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 등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김 의장은 한겨레에 “역사 안에 다른 시민들도 많은데 진보 당원들이 소리를 지르길래, ‘시끄럽다’고 이야기 한 것이지 욕설을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소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귀성 인사를 시작한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서둘러 서울역을 떠났다.  < 한겨레 손현수 기자 >

 

국힘은 서울역, 민주는 고속터미널…설 연휴 ‘민심 잡기’

 

 
 
설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을(왼쪽 사진), 국민의힘은 서울역을 찾아 각각 설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연합
 

설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24일 여야 지도부가 시민들에게 귀성 인사를 하기 위해 각각 서울역과 고속터미널을 찾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만났다. 권 비대위원장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제를 힘차게 국민을 힘나게’ 등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한 채 당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준 뒤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함께 서울역 쪽방촌 ‘온기창고’와 ‘동행식당’을 찾았다. 20여분 동안 명절 인사가 끝난 뒤 시위대가 권 원내대표에게 달려들어 잠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위대가 “(국민의힘이) 시민들을 억압하려 했다. 폭동을 일으키려 했다. 내란수괴다”라며 난동을 피우자 경찰이 제지했다.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호남선과 경부선 탑승 대합실에서 설 귀성 인사를 했다. 이 대표는 ‘다시 뛰는 대한민국’, '희망 가득한 새해' 등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한 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김민석·김병주·한준호·주철현·송순호 최고위원, 임호선 수석사무부총장, 황명선·박지혜 사무부총장, 이용우 법률위원장, 김성회 대변인,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김태선 당대표 수행실장 등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명절 때마다 호남선이 다니는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장소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신소영 기자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 등이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왼쪽 둘째부터)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시민들에게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에게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설 귀성 인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한 시민과 셀카 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군 병력 투입·국가비상입법기구 등 위법 사유 핵심 주제 집중 질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첫 증인신청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국회의 군 병력 투입·국가비상입법기구 등 위법 사유가 되는 핵심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지난 23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재판 4차 변론에는 내란죄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궤변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는데, 마치 정해진 답변을 요구하듯 질문하고 김 전 장관은 호응하는 식이었다.

 

불필요하고 반복된 주장들 속에서 재판부는 비상계엄 요건의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졌는지에 집중했다.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당시 국무위원 11명이 대접견실에 모였을 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체적 요건이 충족됐는지, 시행 일시와 지역, 계엄 사령관 등을 이야기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이 “개별적으로 국무위원에게 나눠주고 의안으로 알려줬다고 생각했다”고 하자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했느냐”고 거듭 물었다. 김 전 장관은 “11명이 모였을 때 말씀하시는 건 못 들었다”고 답했다.

 

정 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파고들었다. 군 병력을 입법권이 있는 국회에 투입하고 계엄선포 해제를 저지하려고 한 행위는 명백한 위헌·위법으로 핵심적인 탄핵소추 사유가 된다. 정 재판관은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 건물 내부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애초에 본청 건물 안에 군 병력이 왜 들어가느냐. 내부에는 의원과 (국회) 관계자가 있었고 시민들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굳이 군 병력이 유리창을 깨고 진입할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그저 “내부에 불필요한 인원들을 빼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뿐이었다.

 

체포 명단으로 알려진 정치인·법조인 등이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로 “동정을 살피라 한 것”이라는 김 전 장관의 증언의 모순도 지적됐다. 정 재판관은 “포고령 위반 개연성이 높은 사람을 추려서 동태를 파악하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왜 체포가(체포하라는 지시가) 되나.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된다고 말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졌다는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쪽지도 재판부의 주요 관심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입법기구 문건에 대해 “극도로 정치적 차원으로 이해한다면 계엄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줄 내용은 아닌 거 같다” “예산의 틀 안에서 한다는 취지로밖에 보지 않을 수 없는 거 아닌가, 저도 문건을 보면서 갖게 되는 생각”이라며 마치 처음 보듯이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자 김형두 재판관은 “기재부 장관에게 준 내용하고 (국회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1항을 종합해서 보면,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겠다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탄핵 재판 시작 이후 헌재는 일괄 기일 지정과 핵심 증인을 간추리며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쪽이 신청한 증인 30여명 중 4명만 채택한 상태에서 헌재는 2월 4·6·11·13일 등 8차 변론기일까지 일정을 잡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차후 재판 진행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앞으로 진행될 증인신문과 윤 대통령 발언 등에서 시간 제한을 엄격하게 하는 등, 헌재 재판관들이 부당한 소송 절차 지연이나 궤변에 휘둘리지 않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장외의 여론몰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명료하고 신속한 탄핵심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김지은 기자  >

 

도리도리, 끼어들기, 가르마…윤석열 ‘헌재 6시간’ 주요 장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증인으로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과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두 번의 탄핵 재판에 출석했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이후 탄핵 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모양새다. 헌재에 두차례 출석해 6시간 동안 피청구인으로 탄핵 재판에 임한 윤 대통령의 주요 장면 5가지를 정리했다.

 

① “영상에 대해서, 짧게 한 말씀만”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상으로…”라며 재판을 끝내려 하자 급히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국회 쪽이 재생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짧게 한마디만 하겠다”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군인들이 청사 진입하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 스스로 나오지 않나,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데도”라며 “계엄해제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것을 막았다고 하면 그것은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증인신문이 있었던 지난 23일에도 그는 김 전 장관의 답변이 답답한 듯 부연 설명을 했다. 이미선 재판관이 ‘계엄 선포 목적이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한 것이라고 정리하면 되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증거 수집이 아니라 실체를 파악해서 국민들에게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이후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계엄 선포 이유를 장관에게 물었는데,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지 야당 권고는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봉쇄 의혹과 관련해서도 증인신문 말미에 윤 대통령은 “(의원들) 190명이나 빠른 시일 내에 들어갔다”며 “계엄 선포가 11시인데 (새벽) 1시에 벌써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것은, 그 사실만 보더라도 통제하고 막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 2:8 가르마 손질에 단정한 정장

 

헌재 대심판정에 나타난 윤 대통령은 수트에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새였다. 직무정지 이전의 모습처럼 머리도 정돈된 상태여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체 일반 수용자 중에 어느 누가 재판 출석 전에 머리를 손질받는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하며 “특혜성 황제 출장 스타일링 서비스를 승인한 인물은 누구인가. 메이크업 의혹은 사실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법무부는 “출석 전 대통령실에서 서울구치소 측에 대통령으로서의 의전과 예우, 헌법재판의 중요성 및 관심도 등을 고려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며 “현직 대통령 신분인 점 및 이전 교정시설 내 선거방송 촬영 시 후보자 분장 등에 협조한 사례가 있어 특혜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기 공간 내에서 간단한 모발 정리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심판정 피소추인석 앞줄에 앉아 자료를 보거나 옆에 앉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영상이 나오면 모니터와 대형 스크린을 번갈아 집중해서 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손을 모으고 재판관과 국회 쪽 대리인단을 돌아보다가, 직접 발언을 할 때는 큰 제스처를 해가며 내용을 설명했다. 변론이 계속 이어지자 입이 마르는 듯 입을 오물거리거나 몇 초간 눈을 감기도 했다. 고개를 양쪽으로 흔들며 두리번거리는 윤 대통령 특유의 자세는 변론 내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③ 변호사 팔 '툭툭'... 숫자 ‘3’ 사인

 

윤 대통령 쪽은 지난 21일 변론 때부터 부정선거 주장에 힘을 실었다. 도태우 변호사가 ‘선거인명부시스템 해킹 가능성’ 등을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각종 증거들을 띄워놓고 발표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주장과 비슷했다.

 

도 변호사의 발표에 집중하던 윤 대통령은 손으로 도 변호사의 팔을 툭툭 치면서 숫자 ‘3’을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도 변호사는 ‘국정원이 2024년 10월에 선관위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했다’고 했는데, 2024년이 아닌 2023년이라는 정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주장에 있어서 도 변호사보다 더 정통해 보였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고, 계엄 정당화를 위해 사후 만든 논리라고 하는데 이미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많이 있었다”며 “선거가 부정이라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체크하려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④ “기억나시죠?” “들으니까 기억난다”

 

윤 대통령은 ‘내란 메이트’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 포고령과 관련해 김 전 장관에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그렇지만 그냥 놔둡시다라는 말씀 드리고 그냥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평소보다 꼼꼼하게 안 보시는 것을 느꼈다”라며 호응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관련 법률을 공부했다. 계엄 요건도 다 찾아보고 사전에 학습했던 것 같다”는 김 전 장관의 검찰 진술이 드러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부주의’를 설명하기 위한 두 사람의 ‘말 맞추기’였다. 이어 “전공의는 왜 집어넣었냐 웃으며 얘기하니, ‘이것도 계고 측면에서 뒀습니다’ 해서 저도 웃으면서 놔뒀는데 기억하시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 기억납니다”라고 답변했다.

 

⑤ 위헌적 계엄 자인한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드러난 위헌·위법 행위를 결과론으로 포장하려다 보니 궤변과 모순을 피하지는 못했다.

 

윤 대통령은 “저나 우리 장관, 군 지휘관이나 영관급 장교들이 다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따르지 않을 것이란 걸 저희들도 알고 있다”며 “그런 전제 하에서 비상계엄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엄 관련 병력 출동 지시가 ‘반민주적’이고 ‘부당하다’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었다. 김용현 장관에게 포고령과 관련해 직접 질의하면서는 “포고령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도 않지만 ‘그냥 놔둡시다’하고 놔둔 것”이라고도 했다. 포고령이 ‘상위 법규’, 즉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머리는 디자이너 작품? 경호처 작품? “누가 했든 부적절”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직무가 정지되고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에게라도 헤어스타일링을 받는다면 부적절하고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1일과 23일 두 차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 전 머리 손질을 받았다.

 

박 의원은 24일 한겨레에 “대통령과 부인의 헤어디자이너는 대통령실 소속인데 직무 정지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일 경호처 소속 직원이 관리했다면 대통령 경호 범위에 헤어스타일링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헤어디자이너를 데려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접견 금지된 상태에서 외부인의 접촉이 있었다면 심각한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윤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는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장에서 누가 머리 손질을 했는지 물어보려 해도 파악이 잘 안 된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윤 대통령의 ‘머리 손질’이 논란이 되자, 23일 설명자료를 내어 “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기 전 대통령실에서 서울구치소에 대통령 의전과 예우, 헌법 재판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며 “대통령실과 헌법재판소가 협의한 대기 공간 내에서 교도관의 입회 하에 간단한 모발정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구치소 측에서 협조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윤 대통령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같은날 법무부는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이전 교정시설 내에서 선거방송을 촬영 시 후보자 분장 등에 협조한 사례가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받은 모발 정리 등은) 특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나무당은 24일 보도자료를 내어 “(송 대표의 선거방송은) 소형 카메라로 촬영됐고 프롬프터도 없었다. 촬영장비도 제대로 반입이 안 돼 머리 손질은 요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받은 것은 송 대표의 사례와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법무부 관계자의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고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 한겨레 이정규 기자 >

 

법원서 '공수처서 기소 요청한 사건' 이유 "수사불요, 연장 불허"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25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을 법원에 재신청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재신청 자체는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속기간 연장 신청이 허락되지 않는 일이 드문 만큼 연장을 재신청하는 것 역시 전례를 찾기 어렵다.

 

한 고법 판사는 “검찰이 구속기간 연장을 재신청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다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또다른 고법 판사 역시 “다시 연장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구속영장을 새로 청구하는 것만큼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며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사실상 구속적부심이 인용된 것과 같은 효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처음 들어본다”라고 덧붙였다.

 

앞선 24일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했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처(공수처)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한 다음 공소제기요구서를 붙여 그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청 검사에게 송부한 사건에서 이를 송부받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신청을 불허한 배경을 밝혔다. 공수처의 설립 취지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 보장이며,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사·기소 분리를 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하는 것은 공수처법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보수적으로 잡은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만료일은 26일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재신청 역시 불허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은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재신청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을 1차 구속기간 내에 기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수사해 기소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은 사실상 ‘윤 대통령의 공소장’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을 곧바로 기소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법원이 수사 절차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내놓은 만큼, 이후 재판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가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쪽은 이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공수처의 수사는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민주 “기소하면 된다” 국힘 “석방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을 법원이 불허한 것과 관련해 “구속 기간 연장이 불허됐다고 하지만, 그 기간 내에 (검찰이) 기소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밤 서면브리핑을 통해 “현재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죄 입증을 위한 증거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수사를 통해 충분히 확보돼 있다”며 “검찰은 윤석열을 구속 기간 내에 기소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율사 출신 의원들도 검찰이 기소하면 되면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이미 주요 공범 기소가 상당 부분 이뤄지며 수사가 진행됐으니 윤석열도 구속 기간 내에 기소하면 된다”고 했다. 김한규 의원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걱정하실 필요 없다. 검찰이 내일(25일) 정도에 구속 기소를 하면 된다”며 “그럼 석방되지 않고 계속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고 했다. 이소영 의원 역시 “서울중앙지법이 영장 연장을 기각한 취지는, 윤석열을 석방하라는 게 아니라, 검찰은 보완수사 권한이 없으니 구속 기간 연장하지 말고 빨리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는 의미”라며 “구속 기소되면, 1심 기준 최장 6개월까지 구속상태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공수처의 수사가 ‘엉터리 수사’였음이 사실상 법원에서 입증된 것”이라고 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전날 밤 논평을 통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만 했을 뿐 기소 여부를 판단할만한 충분한 적법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검찰이 공수처 수사 기록만으로 기소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검찰은 윤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고, 적법 절차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적법한 수사를 다시 진행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지난 23일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은 뒤 곧바로 법원에 구속 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수사처(공수처)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한 다음 공소제기요구서를 붙여 그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청 검사에게 송부한 사건에서 이를 송부받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신청을 불허했다. 그러자 검찰은 25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간 연장 허가를 재신청했다.  < 기민도 기자 >

  

법조계,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 “굉장히 이례적” “이해 안돼”

 

 
 
                                     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
 

검찰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넘겨 받아 구속 기간 연장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불허하자 법조계에서도 “의아하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24일 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신청한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법원은 “수사처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한 다음 공소제기요구서를 붙여 그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청 검사에게 송부한 사건에서, 이를 송부받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을 기소해야 하는 검찰이 수사까지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법조계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고법 판사는 “구속기간 연장 불허 자체도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대통령 사건이고,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한 논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이해가 가는 불허 사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사건에서도 기소를 위한 수사는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장전담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기소 여부만 결정하면 되지 수사를 하면 안된다는 것은 형식논리”라며 “그 논리대로 수사·기소 분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한 수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뒤에도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실질적으로도 공수처에서 (윤 대통령의) 수사 거부 등으로 현재 수사가 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수사를 할 수 있는데 왜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고법 판사는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연장해주는 게 보통인데 굉장히 이례적인 판단”이라며 “수사가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연장을 불허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고 평가했다.

 

공수처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이 이런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여러 논란이 있는데, 아마 그런 부분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