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위원회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 "한국과 돈독한 관계 원해"

 14년 전 샘물교회 피랍사건 등에는 "자결권에 따른 방어" 주장

"인권 존중하고 국제 규범 지킬 것"주장… 선전전이라는 우려도

 

 탈레반의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 [압둘 카하르 발키 제공=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한국 등으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의 대외 홍보창구인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23일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새 정부 준비 상황 등을 밝히며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키는 이번 인터뷰 내용이 과거 집권기(1996∼2001년)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위원회는 다른 나라 정부의 공보문화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수하일 샤힌의 휴대전화를 통해 최근 아프간 사태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물었다.

 

발키는 이런 질문에 대해 이날 공식적으로 답한 것이다.

 

탈레반이 국내 언론에 이런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발키는 지난 17일 무자히드 대변인의 첫 공식 기자회견 때 바로 옆에 동석하기도 했다.

 

발키는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며 "한국 정부가 아프간의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발키는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며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아프간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CNN방송은 아프간 전역에 묻혀 있는 철, 구리, 금 등 광물을 비롯해 희토류와 충전용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등의 가치가 1조 달러(약 1천17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이 2007년 아프간 주둔 한국군 고(故)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했다가 이 가운데 2명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서는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18일 모스크바의 평화협상장에 도착한 탈레반 지도자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탈레반의 2인자로 평가받는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로이터=연합뉴스]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발키는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며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현지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출국을 원하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그들이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지난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이 이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현장에선 시위대를 향한 발포 등 곳곳에서 여전히 잔학한 행위와 혼란이 이어진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보도들은 꾸며낸 것들"이라며 "여성도 교육, 보건, 취업 등 이슬람 체계 내에서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정부 구성 상황에 대해서는 "포괄적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이슬람 법체계 안에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불행하게도 미디어들이 우리를 겨냥해 대규모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샤리아 법(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치했지만 재집권을 앞둔 최근에는 대외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홍보전이 '선전전'에 불과하다는 서구 언론과 전문가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17일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의 첫 공식 기자회견 때 동석한 탈레반의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오른쪽). [AFP=연합뉴스]

 

"한국 협조 아프간인 사면…한국과 광물 등 협력 가능"

  "문화위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 "아프간인 출국은 그들의 선택"

  "한국 지도자·경영인과 만나고 싶어…경제·인적 교류 강화 희망"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3일 연합뉴스와 전화 메시지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과 교류 및 경제 협력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탈레반의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는 이날 탈레반의 공식 입장이라며 새 정부 구성 상황 및 운영 계획, 한국 등 세계 각국과 교류, 과거 샘물교회 봉사단 피랍 사건 관련 입장, 여성 인권 등에 대한 여러 견해를 5천자 넘는 분량으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탈레반이 국내 언론에 이런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고 현재 새 정부 구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은 발키가 전한 입장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 새 정부 구성 상황은.

 

▲ 포괄적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언제 관련 발표가 나올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국토의 안보를 위협하는 이는 누구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내부 문제에 간섭하는 이들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등 각국과 외교 관계 수립 등 교류를 원하는가.

 

▲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아프간 국민을 대표하는 합법 정부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 세계는 안보 문제부터 기후변화까지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40년간 전쟁으로 황폐해진 아프간의 국민들이 배제되거나 무시되면 그런 노력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아프간의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

 

-- 한국과 경제교류도 희망하는가.

 

▲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우리나라와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 우리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경제 회랑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

 

-- 한국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규범에 따르는 나라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인데.

 

▲ 우리는 이슬람 법체계 안에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왔다.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다.

 

-- 한국과 탈레반은 악연이 깊다. 2007년 아프간 바그람 기지 앞에서 고(故) 윤장호 하사가 탈레반 폭탄 테러로 사망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이 피랍됐다가 2명이 살해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과할 것인가.

 

▲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 우리는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다.

 

-- 아프간에는 한국 등 외국 정부와 함께 일했던 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원하면 출국을 허용할 것인가.

 

▲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 우리는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다.

16일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는 탈레반 지도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6일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는 탈레반 지도자들. [로이터=연합뉴스]

 

-- 북한과 교류하고 있는가.

 

▲ 북한과 교류는 없다.

 

-- 어떤 정치 시스템으로 나라를 운영할 것인가.

 

▲ 이슬람 통치 구조와 형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이 통치 체제는 무슬림 인구 비중이 99%인 아프간인들의 믿음을 확인시켜줄 것이다. 다만, 불행하게도 미디어들은 우리를 겨냥해 대규모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인가?

 

▲ 여성은 이슬람 체계 내에서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이 권리에는 교육, 보건, 취업 등이 포함된다.

 

-- 당신들이 말하는 샤리아 법(sharia law, 이슬람 율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 무슬림 국가는 샤리아 법을 통해 통치해왔다. 지난 1천400년간 이를 통해 번영했다. 샤리아 법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일해왔다. 두려워해야 할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 당신들은 손목 절단 등 여러 잔혹한 형벌 체계도 갖고 있다.

 

▲ 우리의 법은 성스러운 종교에서 비롯됐다.

 

-- 사면령 선포 후에도 민간인들이 학살당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 그런 보도들은 꾸며낸 것들이며 진실이 아니다. 가해자가 구금됐다는 매우 드문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도 재판소에서 판결을 받을 것이다.

  

정부, 탈레반의 '합법정부 인정 희망'에 "아프간 내부 면밀주시"

 

정부는 23일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한국 등으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인터뷰와 관련, 아프간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탈레반측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정부 입장 등을 묻는 질의에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내부 정세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탈레반의 공식 정부 수립과 새 정부 운영 방침 등을 살펴보고 국제사회의 동향을 지켜본 되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편적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국가와는 항상 협력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며 "현재 아프간 정세와 주요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 중인바 안전이 확보되는 경우 필요하다면 공관 운영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의 대외 홍보 창구인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이날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새 정부 준비 상황 등을 밝히며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인 가구 중위소득 8천800만원…절반 이상 주택 보유

 

'증오범죄 규탄' 미 LA 집회에 참석한 아시아계 여성들= 지난 3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증오범죄 규탄 집회에 참석한 아시아계 여성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고 쓰인 피켓 등을 들고 있다.

 

지난 30년간 미국 내 아시아 출신 인구가 3배 증가하면서 2천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인은 약 150만명이 미국에 거주하며, 가구 중위소득은 7만4천323달러(약 8천8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2020 인구조사 통계를 토대로 미국 내 아시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는 곳 역시 지리적으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구조사국은 아시아인을 동아시아와 남동아시아, 인도 아대륙에 위치한 20개 이상 나라에 혈통을 둔 이들로 정의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숫자가 2020년 기준 2천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990년 660만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30년 전에는 미국 해안가 도시의 일부 지역에 아시아 인구가 몰려있었다면, 지금은 남부 교외와 중서부 시골 지역까지 다양한 곳에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구에서 아시아 출신이 5% 이상인 카운티는 1990년 39곳에서 2020년 176곳으로 늘어났다.

 

아시아계 혼혈 인구는 350만명 정도로 집계됐다.

 

미국 내 아시아인을 출신별로 보면 중국계가 41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400만명), 필리핀(290만명), 베트남(180만명), 한국(150만명), 일본(77만명) 등의 순이었다.

 

아시아인 상당수는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귀화하면서 시민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가구의 소득이나 교육 수준은 미국 전체 인구의 평균에 비해 높았지만, 출신국가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중위소득이 가장 높은 아시아인은 인도계로, 미국 전체가구의 중위소득인 6만3천922 달러(약 7천600만원)의 2배에 가까운 12만3천700 달러(약 1억4천600만원)에 달했다.

 

인도 출신은 컴퓨터과학과 재무관리, 의료 등 고소득 분야 일자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내 의사의 9%가 인도계였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이민자였다.

 

미국 내 한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7만4천323 달러(약 8천800만원)였다.

 

한인 가구 중 소득이 20만 달러(약 2억3천7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 비율은 13%였고, 4만 달러(약 4천700만원) 이하 저소득가구 비율은 32%였다.

 

미국에서 태어난 가구주가 있는 한인가구의 중위소득은 9만5천 달러(약 1억1천200만원)였지만,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가구주가 있는 가구는 5만4천 달러(약 6천400만원)였다.

 

한인가구의 주택 소유 비율은 56%, 25세 이상 중 대학졸업자 비율은 60%였다.

계속되는 카불 공항의 비극…"1주일간 20명 숨져“

● WORLD 2021. 8. 23. 05:0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탈레반, 경고 사격 등으로 통제 "미국이 공항 혼돈 책임져야"

미 "피란민 수용지로 한국 등 검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의 미군과 아프간인들 [UPI=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카불 공항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외부 탈출구인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수만 명의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인명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22일 영국 국방장관의 성명을 인용, 카불 국제공항 인근의 혼잡으로 인해 전날 아프간 민간인 7명이 더 숨졌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지난 7일 동안 카불 공항 안팎에서 2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전날 공항 외곽에서 무더위 속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탈수와 탈진, 공포를 겪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최소 3명의 시신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이 서로 짓눌리고 있으며 대피 작전에 투입된 서방국가 군인들이 탈수로 쓰러진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공항으로 밀려드는 인파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사격도 남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에 나섰으며 서류를 갖추지 않은 아프간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서류를 갖춘 사람들도 발이 묶인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섯 가족이 함께 미국 비자를 발급받고 카불 공항의 미군 기지로 가라는 미 영사관의 안내를 받았으나 나흘째 공항 입구에서 대기 중인 한 여성을 소개했다.

 

진입이 어려워진 일부 엄마들은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 경비를 서는 외국군에게 아기를 건네는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여성이 카불공항 담을 넘으려 시도하자 미군이 도와주고 있다.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 영상 캡처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공항 혼란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탈레반 간부인 아미르 칸 무타키는 "능력과 시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공항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며 "전국이 평화롭고 조용하지만 오직 카불 공항에만 혼돈이 있다"고 비난했다.

 

와중에 미 군용기로 탈출하던 임신부가 착륙 직후 아기를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CNN 방송에 따르면 미 공군 수송기 C-17를 타고 탈출하던 이 여성은 전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 기지에 착륙 직후 여아를 출산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미국과 독일 당국은 아프간 내 자국민에게 잠재적 보안상 위협이 있다며 카불 공항으로의 이동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군 병력의 대피 지원을 카불 공항 바깥 지역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아프간에서 대규모 탈출 위기가 벌어지고,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에 있는 기지가 아프간에서 대피한 사람들로 과밀 상태가 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이같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고려 중인 장소는 미국 내에서는 버지니아주 포트 피켓,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캘리포니아주 캠프 헌터 리겟이며, 이밖에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도 검토되고 있다고 미 관리들은 말했다.

 

 미 군용기서 출산한 아프간 여성 [미 공군 트위터]

 

한편,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을 앞두고 국가 운영 정상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탈레반 당국자를 인용해 탈레반 사령관들이 앞으로 며칠 동안 전국 34개 주 가운데 20개 주 이상의 전 주지사와 관료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이 만남의 목적은 (아프간 내) 안전을 보장하고 협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대학교 등 아프간 전역의 학교도 다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면 지난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위대를 향한 발포 등 곳곳에서는 여전히 잔학한 행위와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카불 시내를 순찰하는 탈레반 대원들. [AP=연합뉴스]

<월스트리트 저널>, 관리 인용해 보도

“미국내 기지 외에 한국·일본·독일 등 고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지난 15일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을 빠져나오는 미군 수송기 C-17에 빼곡히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수만명의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임시 수용하기 위해 한국 등 전세계 미군기지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 정부가 아프간 피란민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내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미국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고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해외 시설로는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의 미군 기지가 검토 대상이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미국 내 기지로는 국방부가 앞서 밝힌 버지니아 포트 리, 텍사스 포트 블리스, 위스콘신 포트 맥코이에 더해, 뉴저지 맥과이어-딕스-레이크허스트 공동기지 등에 아프간 피란민 수용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맥과이어-딕스-레이크허스트 기지에는 의료용품, 음식, 물, 화장실, 조명 등을 갖춘 텐트촌이 건설되고 있으며, 다음주 피란민을 맞게 될 것이라고 관리들이 전했다.

 

미 정부는 이 밖에도 버지니아, 인디애나, 캘리포니아, 아칸소 등에 있는 다른 기지들을 임시 수용소로 검토하고 있다. 아프간 피란민들은 주로 워싱턴 외곽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들어온 뒤 수용 시설들로 옮겨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 사람들과 그 가족 등이 5만~6만5000명에 이른다면서 미국인뿐만 아니라 이들 아프간인도 모두 탈출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은 1만~1만5000명이라고 그는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 연설에서, 아프간 정부가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 함락될 즈음인 지난 14일 이후 대피시킨 인원이 1만3000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피 작전이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공수작전 중 하나라면서 “최종 결과가 어떨지, 인명 피해 없이 될지 약속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총사령관으로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해 20년 지속된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밝히고, 이달 말을 목표로 철군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기도 전에 지난 15일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장악했고, 아프간에 있던 외국인들과 아프간인들이 황급히 탈출에 나서면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