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어테크놀로지, “코로나 무력화 중화항체 발견

승인 땐 삼성바이오로직스서 위탁 생산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앓았다 완치된 환자의 몸에서 분리한 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데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체를 발견한 미국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는 이를 기반으로 2개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VIR-7831, VIR-7832)을 만들어 지난 3월부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정식으로 승인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위탁생산한다.

비어 테크놀로지 연구진을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18(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의 발견 내용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앞서 2003년 사스를 앓았던 환자로부터 사스에 대한 단일클론 항체를 분리한 바 있다.

항체란 인체에 침투한 외부 물질에 대항해 체내 면역 체계가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단일클론 항체는 병원체의 특정단백질(항원) 한 가지를 표적으로 삼는 항체를 말한다. 연구진이 찾아낸 항체는 사스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스파이크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였다. 돌기단백질은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뾰족이 솟아 있는 것으로,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도구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인간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 단백질에 달라붙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

따라서 이 항체를 이용하면 항체가 세포 대신 단백질에 결합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전 실험에서 이 항체가 사람과 동물의 사스 계열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돌기단백질의 입체 구조도.

다른 항체와의 시너지 효과도 가능

연구진은 이번에 사스 완치자의 기억B세포에서 추출한 항체 25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지을 알아보는 교차반응성 실험을 실시했다. 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 당단백질은 아미노산 서열이 80% 일치한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8개 항체가 코로나19에도 억제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이러스 자체 뿐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안에서도 잘 작동했다. 특히 한 항체(S309)가 강력한 중화 능력을 발휘했다. 연구진은 이 항체의 결정 구조를 통해, 항체가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하는지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 이 항체가 돌기 단백질의 다른 부위를 표적으로 삼는 다른 항체와 함께 작용할 수도 있음을 알아냈다. 이는 항체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 돌연변이의 출현 가능성을 줄이면서 바이러스 중화 능력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단일클론 항체들을 여럿 조합해 사용하는 방법을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확인한 개념증명 연구"라고 밝혔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의 연구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에 통할 것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S309는 코로나19를 포함해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에 통할 것으로 믿는다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S309의 중화 활동에 저항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임상시험은 거대 제약업체인 글락소미스클라인(GSK)의 투자를 받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이 회사와 계약액 4400억원(3.6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 확정의향서(Binding LOI)를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20213공장에서 치료제를 본격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감염성 질환 예방 및 치료제 개발 전문 생명과학기업이다. 이 회사의 조지 스캥고스(George Scangos) 사장은 계약 체결 당시 팬데믹으로 전 세계 치료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생산 설비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우리가 개발 중인 치료제가 임상을 통해 안정적이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이 되면 바로 대형 생산에 돌입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곽노필 기자 >


지난달
27일 엘살바도르 대통령궁 트위터에 올라온 엘살바도르 감옥 사진. 수백명의 죄수들이 옷을 벗은 채 공터에 내몰려 있다.

 

30대 대통령 조직범죄와 전쟁 명분 독재자에 버금가는 행보

하루 18명씩 살해당하는 치안불안, 교도소가 조직범죄 온상

 

다른 범죄조직원들을 같은 방에 가두고, (신호를 주고받지 못하게) 감옥 구조를 바꾸는 등 강력한 조처 뒤, 범죄 조직과 관련한 살인, 폭력 등이 2주 동안 보고되지 않았다.” 18일 영국 <데일리 메일>은 보름 전 수십명의 피살 사건으로 비롯된 엘살바도르 정부의 감옥 봉쇄조처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교정시설 재소자들을 임시 사면하는 상황에서, 엘살바도르는 거꾸로 수감자들을 홀딱 벗겨 거리 없애기를 하면서 재소자 인권침해 비판을 받았다. 엘살바도르의 1981년생 대통령인 나이브 부켈레는 조직범죄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독재자에 버금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감옥 봉쇄 조처가 성과를 거둘 경우 라틴아메리카의 첫 밀레니얼 독재자로 가는 길을 재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생 후회하도록 할 것대통령이 감옥 사진 올리라 지시

머리를 삭발한 채 웃통이 벗겨진 수백 명의 죄수들이 손을 뒤로 묶인 채 감옥 공터에 앞뒤좌우로 밀착해 앉아 있다. 마스크를 한 이들이 있지만, 상당수는 아무런 보호 장비도 하지 않았다. 옆에는 중무장한 경찰들이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대통령궁 트위터에 올리 게 한 속옷 차림으로 결박당한 수백 명의 죄수 사진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는 범죄 조직원들이 이번 살인을 평생 후회하게 할 것이라며, 경찰과 군대 등에 무력 사용을 허가했다. 범죄 조직별로 별도 감방에 수용하던 것을 혼합 수용으로 바꿨다. 지난달 24~26일 다수 살해 사건으로 국민 53명이 숨진 데 따른 조처다. 하루 18명씩 살해당한 것으로, 엘살바도르 전체 인구(648만명)에 견줘 상당한 규모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감옥에 갇힌 폭력 조직 두목 등이 이번 상황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엘살바도르 군인이 괴한의 공격을 받고 숨진 뒤에도, 교도소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면회 등 외부 접촉을 전면 차단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12<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폭력 조직들이 감옥에서 휴대폰과 컴퓨터, 와이파이 등을 사용한다며 감옥이 범죄조직의 본부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MS-13, 18번가양대 폭력 조직에 세계 최고 살인율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범죄 조직과의 전쟁, 부패 척결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당시 38살로, 민족해방전선(FMLN)과 국민공화연맹(ARENA)30년간 이어온 양당 체제를 깬 엘살바도르 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었다.

그가 범죄조직 소탕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것은 1990년대 들어 폭력 조직이 판치면서 살인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에서 살해당한 국민은 201910만명 당 35.8명으로 치안이 불안하고 범죄율이 높은 중남미에서도 가장 나쁜 수준이다. 앞서 2015년에는 10만명 당 104명이 살해당해, 시리아 등 전쟁 중인 나라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였다. 한국의 경우 10만명 당 0.6, 한해 300여명 수준이다.

범죄 감소를 공약한 부켈레 대통령에게 살인 사건 급증은 큰 부담이다. 엘살바도르 언론 <델 파로>의 오스카 마르티네스 기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살인을 줄이는 것은 이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부켈레 대통령의 과격한 조처는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국회가 치안 예산 편성을 머뭇거리자,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군경을 거느리고 국회에 쳐들어갔다. 군경 무장에 필요한 1900만 달러 차입 계획을 처리해 달라는 요구였다. 야당 의원들은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했고, 국제인권단체는 부켈레가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이브 부켈레(39) 엘살바도르 대통령.

난민, 조직 결성, 귀향, 조직확대폭력의 악순환

엘살바도르의 높은 살인율의 바탕에는 엠에스(MS)-13’‘18번가라는 양대 범죄조직과 그들 간의 다툼이 있다. 1990년대 형성된 두 범죄조직은 에콰도르·온두라스 등 이웃 나라는 물론 미국까지 아메리카 대륙에 넓게 퍼져 활동한다. 국제위기그룹(ICG) 자료를 보면, 엘살바도르 인구의 1%에 가까운 65천여명이 범죄 조직에 속해 있고, 전체 인구의 8%50여만명이 직간접적으로 범죄조직과 연계돼 있다. 이들은 엘살바도르 자치단체 262곳 중 247곳에서 사업체 70%를 탈취해 매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피해자는 대부분 중소기업과 밀수업자, 운송 노동자 등이다.

이들 조직은 2015년 버스 운행을 볼모 삼아 감옥에 갇힌 조직원의 석방을 요구할 정도로 막강하다. 정부가 이를 거절하고 버스를 운행하자 이들은 운전사 여려 명을 살해했다. 엘살바도르 대법원은 2015년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두 조직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범죄조직은 1980년대 엘살바도르 사회를 뿌리째 뒤흔든 내전에서 비롯됐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우익 정부에 대한 좌익 세력의 봉기로 시작된 엘살바도르 내전은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이어졌고, 8~10만명의 사망자와 100만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이들 중 상당수가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준비없이 옮겨간 일부 엘살바도르인들은 미국 범죄 조직을 본 떠 조직을 만들고 확장해 나갔다. 당시 형성된 범죄조직이 바로 엠에스-1318번가였다.

엘살바도르 출신 범죄자를 본국으로 추방한 미국의 조처는 엘살바도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들은 내전으로 피폐해진 고향으로 돌아가 사회를 장악할 정도의 거대 범죄조직을 만들었다. 양대 조직원 6만여명은 52천명인 엘살바도르 군·경보다 규모가 크다. 또 감옥은 범죄 조직원들의 새 근거지가 됐다. 엘살바도르 학자 지네타 아길라는 감옥에 조직원들이 몰리면서, 교도소는 조직을 안정화하고 공식화하는 새로운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거대 범죄조직의 활동은 지역 경제 붕괴와 범죄 활성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은 일상적인 성폭행에 노출됐고, 청년들은 살기 위해 범죄조직에 가입하거나 고국을 떠나는 선택을 강요당했다. 국제위기그룹은 범죄조직원은 평균 연령 25, 첫 가입 연령 15살이다. 250달러를 벌지 못하는 가정 출신에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거주하는 미등록 엘살바도르 이주민 20여만명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조처가 엘살바도르 범죄 조직에 새로운 먹잇감이자 조직원을 확보할 원동력이 되고 있다. < 최현준 기자 >

 


'길들이기' 논란 검찰청법 개정 이례적 보류"정권체력 저하"

"스가 마지막까지 강행 주장"아베, 측근과 불협화음 징후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비판 여론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아베 총리가 검찰 고위직 정년을 정부 입맛대로 바꿀 수 있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일단 물러섰다.

연속으로 7년 넘게 이어진 아베 정권이 사실상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을 겪기 시작하는 징후로도 해석된다.

트윗으로 시작된 항의가 '무소불위' 아베 저지

아베 총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18일 표명한 것은 정권이 휘청이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7년 가까이 여당이 중의원과 참의원의 과반을 차지해 어떤 법안이든 가결할 수 있는 수적 우위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 표결을 보류하기로 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아베 총리는 201312'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누르고 특정비밀보호법을 제정했고 2015년에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보 관련 법률 개정을 강행했다.

2015914일 오후 일본 국회 의사당 인근에서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관련 법률 제·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안보 법률 개정 때는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게 연일 국회 인근 도로를 가득 메운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지만 아베 정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압승을 반복해 온 아베 정권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입법에 관해서는 무소불위였다.

중의원과 참의원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발의하고 국민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성사되는 개헌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1·2차 집권기를 합해 8년 넘게 권력을 쥔 아베 총리의 궁극적인 관심사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 아베 총리가 트위터에서 시작된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패착을 뒀다.

30대 여성 회사원이 이달 8일 올린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라는 트윗을 시작으로 연예인이 가세한 가운데 비판 여론이 봇물 터지듯 했다.

연출가 미야모토 아몬(宮本亞門)이 검찰청법 개정에 항의하는 뜻을 밝힌 트윗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나흘 전인 15일 밤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정책의 내용, 팩트가 아닌 일시적인 이미지가 퍼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실은 달랐다'고 이해를 구한다"며 반대 여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록히드 사건을 수사한 주역 등 원로 법조인까지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민중의 분노가 폭거 저지"아베 레임덕인가

일본 언론은 이번 사건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했다.

19일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권이 민의를 잘못 파악해 타격을 입었다며 "아베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견해가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민중의 분노가 '탈법 정권'의 폭거를 저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아베 정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산케이신문은 2차 추경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여론이나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아베 정권이 여론의 반대에 직면해 방침 바꾸거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일으키는 일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가계 지원금이다.

아베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소득이 감소한 가구에 30만엔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이런 구상을 자신이 후계자로 눈여겨보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 밝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득 감소를 따지지 말고 전 가구에 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으며 결국 연립여당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모든 주민에게 10만엔씩 지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일률 지급 구상은 애초부터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선별적 지급 방안을 추진하다 여론과 연립 여당 등의 반발에 밀려 체면을 구긴 셈이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은 대학 입시에서 민간 영어 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가 여론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이 계기가 돼 민간 영어 시험을 보류하는 등 큰 혼란을 불렀다.

아베 총리는 모든 가구에 천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는 계획을 강행했지만, 불량품이 속출해 배포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고 배포 자체가 매우 늦어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샀다.

최근 아베 정권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일종의 레임덕 현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집권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이며 당칙을 개정해 임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총리직도 그때까지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가 된 가운데 국회 해산 등 아베 총리가 그간 위기 때마다 사용한 극약 처방을 선택하기는 당장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면서 퇴장하고 있다. 왼쪽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보인다.

"아베 시대 기울고 있다"아베·스가 관계 '삐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저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국민의 불만을 사는 일의 두드러지며 정권의 체력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서 "'아베 1()'은 기울기 시작했다"는 자민당 다선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국회에서 표결을 보류한다는 방침이라서 가을 임시 국회 등에서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관해서도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법안을 보류한 것이 "법안의 결함을 인정한 것이 된다"는 자민당 중견 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당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한 각료 경험자는 "(검찰청법 개정을) 뒤로 미루면 (중의원) 선거가 가까워진다. 영향이 두렵다"고 반응했다.

최근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분석이 대두한 가운데 검찰청법 개정 보류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처럼 긴밀하지 않은 정황이 다시 부각하는 등 정권 내 분열 가능성이 엿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검찰청법 개정을 보류하기로 마음이 기운 다음에도 스가 관방장관이 마지막까지 개정 강행을 주장했다는 여당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한 여당 간부는 "보류 판단은 총리관저가 했지만 주도한 것은 총리인지, 관방장관인지, 총리 주변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맥이 두터워 차기 검사총장(검찰총장에 해당)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여겨지는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 연장이 검찰청법 개정의 시발점이었는데 구로카와는 스가 관방장관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아베 총리는 "구로카와 씨와는 둘이서 만난 적이 없다"며 친분을 부인한 바 있다.

자민당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검찰청법 개정을 보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총리관저의 뜻을 받아 표결을 목표로 했던 자민당 측은 높은 곳에 올라갔는데 같은 편이 사다리를 치워버린 꼴이 됐다. 내각의 구심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부자들의 지하세계

                    

미국 캔자스주 광활한 옥수수밭 한가운데 철조망과 무장 보안요원들로 둘러싸인 비밀 지하시설이 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초 미국이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 아틀라스-F를 보관하던 지하 격납고를 부동산 개발업자 래리 홀이 2008년 매입해 2012년 재난 피난처로 개조한 서바이벌 콘도’(survival condo).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해지면서 이 시설 구입을 문의하거나 이곳으로 피신해 지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최근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서바이벌 콘도 누리집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완전히 차단한다고 보증할 수는 없지만, 바이러스에 덜 노출되는 환경을 제공한다며 특별 안내 문구까지 올려놓고 홍보하고 있다.

지하 15층으로 된 이곳은 7.2톤의 육중한 문으로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핵, 생화학 무기 공격도 견딜 수 있다고 회사 쪽은 설명한다. 최대 75명이 생활할 수 있는데 수영장, 극장, 암벽등반 시설, 탁구장, 사격장, 사우나, 도서관, 진료소, 자체 발전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5년분 비상식량도 비축돼 있다. 면적·시설에 따라 150~450만달러(18~56억원)인데, 관리비는 별도다. 첫 단지는 모두 분양되었고 차량으로 20분 떨어진 거리에 두번째 단지가 건설 중이다.

미국에선 1950년대부터 냉전과 핵전쟁 공포, 경제적 재난을 우려해 세상 종말의 날에 대비하려는 이들이 자택 지하 등에 방공호를 파고 생필품을 저장하는 오랜 흐름이 있었다. 준비하는 이들이라는 뜻으로 프레퍼’(prepper)라 불린다. 코로나19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이들이 다시 주목받는다.

서바이벌 콘도처럼 호화 시설을 이용할 여유가 없는 이들을 겨냥한 시설들도 많다. 사우스다코타주 대평원 한가운데 위치한 엑스(X)포인트는 1차 대전 시기에 탄약 저장고로 건설된 575개 콘크리트 벙커를 개조한 것으로 벙커 하나당 35천달러(4300만원) 정도다. 네브래스카, 뉴멕시코, 인디애나 등 미국 중부 인적이 드문 지역에도 비슷한 시설들이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또 다른 전염병 유행이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 -중 신냉전이 고조되는 위험한 시대 각자도생의 풍경이다. 인류가 지구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지킬 길을 찾지 못한다면, 지하로 들어간 인간들만 살아남는 시대가 오게 될까. < 박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