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가세…“베이징 올림픽,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 있을 것”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캐나다도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한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자행한 "반복된 인권 침해"에 항의하여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8일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발표하며 캐나다 정부가 중국 정부의 위반행위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난 수년간 인권 침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분명히 밝혀왔으며 이는 우리의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연속선 상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인권 위반 사례는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집단학살 시도와 3년 가까이 중국 감옥에 있다가 지난 9월 석방된 두 명의 캐나다인 ‘마이클’에 대한 자의적인 구금 등이 거론된다.

 

트뤼도는 "임의적인 구금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이며 수십 개국에 공유되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강압적인 외교에 대항하는 세계 우호국들과 계속해서 매우 분명하게 함께 서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캐나다 정부의 외교적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선수들은 동계 올림픽 참가는 변함없다고 밝힌 트뤼도 총리는 "우리 선수들은 수년간 훈련을 해왔고 전 세계 운동선수들과 가장 높은 수준에서 경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면서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연방정부가 캐나다 선수들의 보호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RCMP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졸리 장관은 RCMP가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올림픽 위원회와 협력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뤼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외교적 보이콧과 선수 보이콧 사이에는 ‘중요한 구별’이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캐나다 선수들의 참여가 중국 내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위원회는 또 "역사는 운동선수들이 보이콧할 경우에는 의미 있는 변화보다 운동선수들에게 피해를 입힐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캐나다는 지난 여름 열린 도쿄 올림픽에 외교 사절단의 일원으로 단 한 명만을 파견했었다. 여름 올림픽은 일본에서 COVID-19 감염이 급증하는 동안 열렸다.

 

한편 캐나다 연방정부의 보이콧 결정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들이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가운데 나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2일 이번 올림픽 보이콧 여부가 몇 주 뒤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에 이어 영국 호주 리투아니아 등이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다고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캐나다의 동조입장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캐나다 신민당(NDP)과 보수당은 모두 트뤼도 정부에 앞선 정부들의 외교적 선례를 따를 것을 요구했었다.

 

오커스국들 모두 보이콧 동참

 

한편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동참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가 말하는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미국보다는 낮은 수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8일(현지시각) 런던 의회에서 미국의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베이징 겨울올림픽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이 있을 것이다. 어떤 각료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 인사도 그렇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스포츠 (선수 참가) 보이콧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중국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어떤 주저도 없다”고도 말했다. 앞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 인권 탄압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시키되 정부 공식 대표단은 불참하는 것을 보통 말하지만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정부가 베이징올림픽에 사절단을 아예 파견하지 않는 전면적 외교 보이콧 대신 제한적인 참가는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8일 영국 런던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동영상 중 한 장면. AFP 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8일 존슨 총리 의회 발언은 영국 왕족의 참석 전망은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딸인 앤 공주는 영국올림픽위원회 회장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한편 일본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료 파견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산케이(産經)신문이 8일 보도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림픽이나 우리나라(일본)의 외교에서의 의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의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내정자는 7일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대중 정책을 숙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반면 이탈리아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결정은 2026년 동계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입장 때문으로 보인다. 관행상 차기 올림픽 주최국은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야 한다. 조기원 기자

 

청와대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31일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미국 주도로 열린 공급망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8일 베이징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중국 대립 속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관해 우리 정부로선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 대표단 참석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고 결정이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어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기 전에 한국에 미리 알려왔다. 미국은 각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할지 여부는 각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각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미국의 의견을 공개한 것은,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율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여부는 ‘최종 공식 발표’를 미루며 동향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우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자 최대 교역국으로서,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이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에 이어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으로서 동북아와 세계평화 번영 및 남북관계에 기여하길 희망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때 대표단을 보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점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이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종전선언과 베이징올림픽 간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며 “종전선언과 관련해 특정한 시기나 계기를 두고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이라는 장소와 시간을 못박지 않음으로서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이완 기자

로스앤젤레스시 내년 1월 법안 제출

3개 등급 분류 “소통과 대비 쉽게”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진 지난 7월25일 오후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폭염에 태풍처럼 등급을 매기고 이름을 붙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시당국은 최근 “시민들에게 폭염 위험을 쉽게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폭염을 3등급으로 나누고 이름을 붙여 소통하는 법안을 내년 1월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에이비시> <웨더뉴스> 등 일부 방송사가 허리케인뿐만 아니라 겨울폭풍에도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지만, 폭염에 대한 등급과 명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을 준비중인 리카르도 라러 로스앤젤레스시 보험담당관은 “폭염 등급화가 입법화하면 지역사회가 폭염 관련 사망자를 줄이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폭염이 더 자주, 강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1980∼2000년에 연평균 6일이던 폭염 일수가 2050년에는 22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스페인 등 5개 도시도 준비중

 

폭염 등급화 방법론은 기후변화 적응 및 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컨설팅기구인 ‘아드리안 아슈트 록펠러 회복 센터’가 마련했다. 이 기구는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미국 캔자스시티, 밀워키, 마이애미-데이드, 그리스 아테네, 스페인 세비야 등 6개 도시에서 폭염 등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폭염 등급 연구팀의 래리 컬크스테인 수석과학고문은 “폭염 등급은 일종의 기상경보시스템이다. 곧 ‘40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대신에 ‘몇 명이 죽을 수 있다’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3단계 등급을 만들고 있다. 등급 1은 예상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일일 사망률이 0~10% 증가할 수 있음을, 등급 3은 올해 6월 발생한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남서부 지역 폭염처럼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나타낸다.

 

각 등급에 따라 극심한 폭염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조처들이 함께 제시된다. 예들 들어, 등급 3 폭염이 발표되면 시립 수영장을 개방하고 에어컨이 갖춰진 피난처를 제공하며 노인들을 더 자주 찾아가도록 방문 점검 서비스를 활성화하도록 할 수 있다. 또 폭염기간에 언제든지 냉방장치를 틀 수 있도록 전기요금을 미납했더라도 전력회사가 전력 공급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한다. 실외 작업자의 일정 변경을 강제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폭염 경보와 등급 발표에 대한 미국 기상청(NWS)의 승인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연구팀은 기상정보제공 기관과 관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대화형 누리집을 구축해 15분마다 갱신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지방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그리스 아테네와 스페인 세비야에서 내년 여름 폭염 등급과 명명 시범 운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재난 관리와 복구 소통에 도움될 것”

 

연구팀은 캔자스시티와 밀워키에서 덥고 습한 기단과 뜨겁고 건조한 기단이 높은 사망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과거 자료를 분석했다. 캔자스시티에서는 1975년 이후 더 높은 사망률을 초래한 41개의 폭염이, 밀워키에서는 31개의 폭염이 있었다. 예를 들어 캔자스시티에서 1980년 7월17일 폭염은 폭염 기간에 평균 사망률이 425% 증가했다.(일일 사망률 25% 증가) 연구팀은 접근하는 기단(공기 덩어리)이 과거 관측과 유사하면 과거 데이터에 따라 다가오는 폭염을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목표는 기상청과 협력해 관측 데이터를 보고 잠재적으로 폭염이 발생하기 최대 5일 전에 예측하는 것이다. 컬크스테인은 “방재 관계자들한테 닷새 전에 ‘등급 3의 폭염이 오고 있다’고 말하며 노인이나 취약한 사람들 집마다 방문해 문을 두드리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폭염 등급의 기준값(임계값)은 지역의 기상기후 조건과 인구생태학적 조건에 따라 다르기에 과거 자료에 대한 소급 분석이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폭염 등급과 함께 이름을 붙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폭염의 수준을 두 단계로 나눠, 특보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일최고기온만을 폭염특보(주의보 33도, 특보 35도) 기준으로 하던 것을 지난해 여름부터 기온 및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로 바꿔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 또 폭염 발생 때 분야별, 계층별로 위험 수준에 따라 대처 방안을 제시하는 폭염영향예보를 병행하고 있지만 폭염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고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폭염연구센터장)는 “폭염 등급화는 고온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 경각심을 갖게 하고, 위기관리 부서가 위험 관리와 사후 복구작업 때 소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소리없는 침묵의 암살자’라 지칭되는 폭염의 경우 피해가 기상 현상이 일어난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가중되는 등 태풍처럼 시종이 뚜렷한 기상재해와는 달라 예보나 영향기간 설정이 쉽지 않기에 등급을 매기거나 이름을 붙이려면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6일 모디-푸틴 정상회담 열어 AK소총 60만정 등 협력 합의

미 ‘적성국제제’ 경고 안 먹혀 미-중-러 갈등에 인도 변수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나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인도가 정상회담을 열어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미국, 인도는 중국과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으로 인해 얽히고설킨 미-중-러의 3각관계에 인도까지 가세하는 복잡한 방정식이 만들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다. 두 정상은 이 만남에서 인도가 구매를 결정한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 체계인 S-400, 공격용 소총인 AK-203 60만정 공급 등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우리는 인도를 열강, 우호 국가, 오랜 세월 동안 입증된 우방으로 여긴다”고 말했고, 모디 총리는 “지난 몇십년 동안 세계는 많은 근본적인 변화를 했고 다른 지정학적 방정식이 나타났지만 인도와 러시아의 친선은 영원히 유지됐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초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6월 이뤄진 첫 방문에선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는 이 회담을 통해 인도가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의체인 ‘쿼드’를 공고화하는 데 공을 들이는 미국과 인도와 오랜 긴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을 동시에 견제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7일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담판을 앞두고, 인도와 오랫동안 쌓아온 전통적 우의를 뽐내는 데 성공했다. 인도는 냉전 시대엔 소련과 우호관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 이후엔 미국과 관계를 확대해왔다. 최근 들어선 미국의 반중 포위망으로 해석되는 ‘쿼드’에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와 발을 담그고 있다. 중국과는 지난해 5월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무력충돌을 벌이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인도는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2018년 계약한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체계 도입을 확정지으며 양국 군사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계기를 잡았다. 하르시 바르단 슈링글라 인도 외교장관은 S-400 도입과 관련해 “공급이 이번달에 시작됐고, 계속될 것이다”라고 확인했다.

 

미국은 인도가 54억달러(약 6조3600억원) 규모의 S-400 도입을 강행하면,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근거인 ‘적성국가제재법’(CAATSA)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의 핵심 고리인 인도를 제재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무부는 11월 말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린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러시아는 또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 군사 합작회사를 설립해 향후 10년 동안 AK-203 소총 60만자루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총은 인도군이 30년 동안 사용해온 낡은 ‘인사스’(INSAS) 소총을 순차 대체할 예정이다. 인도는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 무기를 요구해왔다.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은 “지난해 여름 이후 코로나19의 유행, 주변국들의 유례없는 군사화와 무력 증강, 정당한 이유 없는 국경선 침범이 몇가지 도전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군사기술 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인도는 세계 방위산업 교역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2위의 무기 구매국이다. 냉전 시대엔 전체 70%를 모스크바에서 수입하다 40%대까지 줄였다. 최근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접근해오는 것을 계기로 미국과의 군사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30억달러 규모의 군사협력 계약을 맺었다. 정의길 박병수 기자

미국은 왜 인권 이슈를 내세우나 

미-중 경쟁 승리 위해 협력·경쟁 동시 추진

기후 문제 등엔 협력, 민주주의·인권엔 양보 없어

9~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사흘 앞두고

민주주의-권위주의 가치 대결의 각 명확히 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2월 열리는 베이징겨울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194분에 걸친 미·중 정상의 첫 화상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복잡미묘한 미-중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엇갈린 보도가 이어졌다.

 

첫 보도는 ‘갈등’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회담 이튿날인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중국이 자행하는 인권 탄압 등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번째는 협력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희망적 내용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이 함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열달 만에 성사된 화상 회담을 통해 ‘갈등을 관리해 가자’고 뜻을 모은 직후 양국 관계의 미래와 관련한 ‘정반대’ 방향의 뉴스가 쏟아진 것이다.

 

예고대로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의 칼을 빼 들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 지역에서의 인종에 대한 지속적인 집단학살과 범죄, 그리고 다른 인권 유린을 고려해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시키되 정부 공식 대표단은 개·폐회식 등에 불참하는 것을 말한다. 사키 대변인은 “훈련하면서 이 순간을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올바른 조처가 아니라고 본다”며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하겠지만, 중국의 인권 유린을 고려할 때 “이번 올림픽을 대대적으로 축하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내년 2월4~20일, 패럴림픽은 3월4~13일 열린다.

 

이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9~10일 화상으로 주재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사흘 앞두고 이뤄졌다. 미국은 이 회의에 한국과 대만 등 110여개국을 초대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은 제외했다. 유엔 총회 규모에 맞먹는 대대적 회의에 앞서 중국의 인권 상황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하며,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가치 대결의 각을 선명하게 세운 것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는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직후 뉴질랜드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듯이 인권 옹호는 미국인의 디엔에이(DNA) 속에 있다. 우리는 중국과 그 너머에서의 인권 증진을 위해 계속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한달이 채 못 돼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중국과 전면 대결을 불사하려는 듯한 미국의 행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경쟁해야 하는 영역에선 경쟁을 겁내지 않고, 협력할 부분에선 협력하겠다”는 대중 ‘투트랙 전략’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정상회담을 앞뒤로 미·중은 기후변화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국제 유가 억제를 위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하는 등 일부 공조 기류를 형성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겠다고 공언해온 인권·민주주의, 대만, 첨단기술 분야에선 양보 없는 냉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정부들보다도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더욱 전면에 내걸고 있기에, 미-중 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권단체들과 공화당이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응해 아예 올림픽에 선수단도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초당적으로 형성돼 있다. 미국은 경쟁과 협력이란 투트랙을 내세우지만, 중국은 “서로 존중하는 윈윈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트랙’을 굽히지 않으며 파열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백악관의 공식 발표 전인 6일(중국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올림픽은 정치적인 쇼도, 이를 위한 무대도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며 “노골적인 정치적 도발이자, 올림픽 헌장의 정신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14억 중국 인민에 대해 무례한 처사”라고 분노했다. 이어 “미국이 독단적인 행태를 고집한다면, 중국은 단호한 대응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의 고유 가치로 내세우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4일 자국의 제도가 가장 민주적이라는 주장을 담은 ‘중국의 민주’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하는 등 반격을 시도했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이다. 정부는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발판을 마련하는 ‘어게인 평창’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미국의 보이콧 선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마지막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며,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미-중 ‘대립각’에 외교시험대…‘종전선언’ 영향없나

 

2018년 2월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중국·북한 대표단 등이 함께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미국이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이른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해,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여부를 포함한 한국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마저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될 분위기라, 한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쪽이 ‘선수단은 참가하되, 정부 대표단은 불참’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터라, 베이징올림픽 계기에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일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2018년 평창,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이번 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와 번영, 남북관계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기존 공식 견해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이 핵심 관계자는 “미국이 외교적 경로를 통해 (보이콧 결정을) 미리 알려 왔다”고 확인하고는, “다른 나라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더는 언급을 피했다. “신장지역에서의 집단학살과 지속적 인권 유린” 등을 이유로 보이콧 방침을 밝힌 미국 쪽과 결이 사뭇 다르다.

 

청와대 쪽은 미국 정부가 한국에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압박하지는 않으리라 기대하는 듯하다. 예컨대 여러 청와대 관계자가 “미국이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공급망과 한한령(한류 제한령) 등 중국과 경제관계가 밀접한 한국의 처지를 미국이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그들 각자가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거나 “각국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는 원론적 태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정부 대표단의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참석 여부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 불참, 정부 대표단 참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선 문 대통령이 무리를 해서라도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할 이유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한 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에 올 리가 없고, 베이징올림 계기 남·북·미·중 종전선언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23개월째 조·중 국경을 폐쇄하고 ‘농성 방역’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렇듯 베이징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과정’의 재가동을 위한 정상외교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 문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해야 할 이유도 없다. 앞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한정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서열 7위)을 보낸 터라, ‘격’을 맞추느라 대통령이 직접 움직여야 할 필요도 없다.

 

일단 정부는 체육 관련 주무장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석자로 이미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는 대한체육회가 개막식 등 참석 명단을 알려달라는 중국 쪽 요청을 받고 통상의 관례에 따라 주무부처 장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고 전산시스템에 등록한 것으로, 정부의 ‘최종 공식 방침’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베이징올림픽까지는 두달 가까이 시간이 남은 만큼 정부는 ‘최종 공식 방침’ 발표를 미루며 동향을 더 지켜보려는 분위기인 듯하다. 예컨대 청와대는 지난 3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의 텐진 회담 결과를 전하며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 필요한 소통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지만, ‘베이징 올림픽’ 관련 내용은 넣지 않았다.

 

문제는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를 계기로 한층 첨예해질 미-중 대립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공급망 재편과 ‘한반도 평화 과정’ 등의 문제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당장 당사국인 남·북·미·중이 참여해야 하는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부터 그렇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계기에 당사국 간 만남 등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있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미국이 내세운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위도 거듭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신장 인권 문제는 정부도 주시하고 있고 관련 외교적 소통하고 있다”는 기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 외교’의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면 정부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이 9∼10일 개최할 예정인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의 대중 견제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 등도 한국 외교에 숙제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가 이날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완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