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선정한 투자에 대해 3500억달러(약 487조7천억원)를 미국에 제공

향후 2주 이내 이재명 대통령 백악관을 방문, 양자 회담 때 발표될 예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재향군인 주택 대출 프로그램 개혁법(VA Home Loan Program Reform Act)’에 서명하기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6시16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과 대한민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제가 대통령으로서 직접 선정한 투자에 대해 3500억달러(약 487조7천억원)를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며 “추가로, 대한민국은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1000억달러 어치 구매하기로 했으며, 또 자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금액은 향후 2주 이내에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양자 회담을 가질 때 발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관세협상을 위해 방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30일 오후 6시께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빠져나왔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은 “새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축하드린다”며 “미국과의 무역에 대해 대한민국은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으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 제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대한민국에 대해 1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했으며, 미국은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SNS 통해 한미 무역합의 직접 발표…발표문 전문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무역합의 발표 SNS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한국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당초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며 한미 무역협상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한국은 미국에 3천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금을 제공하기로 하고, 1천억 달러(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입하기로 했다고도 소개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전문.

 

『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합의에 동의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합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 달러를 투자를 위해 제공할 것입니다. 이는 미국이 소유·통제하며 제가 대통령으로서 직접 (투자처를) 선정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1천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다른 에너지 제품을 구매할 것입니다. 나아가 한국은 그들의 투자 목적으로 거액을 투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총액은 향후 2주 이내에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올 때 발표될 것입니다.

또한 나는 새 대통령(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할 것이고 자동차, 트럭, 농업(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15%의 관세(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오늘 와주신 무역 대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들을 만나 그들 국가(한국)의 위대한 성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조준형 특파원 >

 

러트닉 “한국,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이익 90%는 미국 몫”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은 합의에서 제외”

 
미국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지난달 5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 캐피톨 힐에서 열린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무부 예산 요청안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15%라고 확인했다.

러트닉 장관은 30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반도체 및 의약품 수출품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불리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다만 “철강·알루미늄·구리는 이번 무역 합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해당 품목들에 대한 미국의 기존 관세율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은 ‘3500억 달러 투자’와 관련해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direct)에 따라 미국이 투자할 수 있도록 3500억 달러(약 488조원)를 제공할 것이며, 이익의 90%는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또한 향후 3년 반 동안 미국으로부터 1000억 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며 “추가로 몇 주 안에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할 때,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할 막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한국, 대규모 투자·에너지 구매로 일 · EU와 동등한 관세 확보

 

'상호관세 25%' 발효 이틀 앞두고 15%로 낮춰…일·EU도 각각 15%

차 품목별 관세도 15%로 같은 수준…반도체는 '최혜국 대우' 보장

대미투자, 3천500억달러…EU 6천억달러·일 5천500억달러보단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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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한국에 대해 발표한 15%의 상호관세는 이보다 앞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일본, EU와 경쟁하는 한국으로선 일단 외형적으로는 더 불리하지는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한국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공언했지만, 자신이 예고한 관세 발효 날짜(8월 1일)를 이틀 앞두고 한국과의 협상도 타결했다.

 

미국은 일본의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지난 22일 합의했고, EU와는 지난 27일 30%에서 15%로 상호관세를 인하하는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이 이 같은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미국에 약속한 조건도 일본·EU와 비슷하다.

 

한국은 먼저 3천500억달러(약 487조 7천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기간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4천억달러보다는 적지만, 한국이 애초 미측에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1천억달러보다는 상당 정도 늘었다.

 

앞서 일본과 EU처럼 미국의 거듭된 압박에 투자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5천500억달러(764조원), EU는 6천억달러(833조3천억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경제 규모의 차이가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이 많은 편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대미 투자에서 나오는 이익의 90%를 미국이 갖는 조건이라고 미국은 발표했다.

 

한국은 3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으며, 여기에 "1천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전용 펀드"가 포함된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밝혔다. 나머지 2천억달러는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다.

 

일본의 경우 "정부계 금융기관이 최대 5천500억달러 규모의 출자·융자·융자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의 투자라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밝힌 바 있다.

 

EU는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들의 투자액을 집계한 것으로, 이에 대한 강제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1천억달러(139조원)를 3년 반에 걸쳐 수입하기로 했다. EU는 3년에 걸쳐 7천500억달러(1천41조5천억원) 규모로 수입해 러시아산을 대체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우 에너지 직접 수입은 발표되지 않았고, 대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15%라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밝혔다. 미국은 일본과 EU에 대해서도 자동차의 품목별 관세를 각각 15%로 발표했다.

 

반도체와 의약품의 경우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을 것(not be treated any worse than any other country)"이라고 러트닉 장관이 약속했다.

 

반도체와 관련, 미국은 EU에 대해 15%의 일괄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발표했으나 EU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발표 전까지는 0%가 유지된다고 설명해 입장차를 드러냈다.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반도체·의약품에서 '가장 낮은 관세율'을 보장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산 농산물 수입과 관련해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각각 합의한 내용엔 다소 차이가 있으며 합의 당사자인 한국과 미국, 일본과 미국의 설명에도 간극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국내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쌀 시장을 미국에 완전 개방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인 반면,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약 77만t(톤)을 유지하면서 미국산 쌀의 비중을 늘린다고 의미를 축소한 바 있다.                          < 홍정규 특파원 > 

 

미 연준 또 정책금리 동결…9월 인하 ‘신호’도 안 줬다

7월 FOMC 다섯 차례 연속 금리 동결 행진
파월 의장, 금리 인하 필요성 크지 않다고 언급
시장, 9월 금리 인하 가능성 63.3%→45.7%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0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있는 동안에도 ‘정책금리 인하’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된 2명의 부의장(연준 이사)은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을 결정한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9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를 전혀 주지 않았다. 연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했다. 시장에선 9월 인하 가능성도 멀어졌다는 전망이 퍼졌다.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2년만기 국채 금리가 오르고, 뉴욕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29∼30일(현지시각) 이틀간 연 회의에서 현행 연 4.25~4.5%인 정책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준은 연 5.5%(상단)까지 올렸던 정책금리를 지난해 12월 4.5%까지 내린 이후, 다섯 차례 회의에서 연속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예상치를 웃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3%)을 거론하며 미국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지금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명의 공개시장위원회 위원 가운데 9명이 동결을 지지했다. 다만 미셸 보먼·크리스토퍼 월러 위원(부의장)이 0.25% 포인트 인하를 주장했고,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위원은 불참했다. 정·부의장을 맡은 7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이 통화정책 결정안에 반대한 것은 1993년 12월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기에 대해 ‘견조하다’(solid)는 표현 대신 ‘완만해졌다(moderated)’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2%)로 내려오지 않았고, 노동시장도 견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7일 한 강연에서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의 2.4%에서 6월 2.7%로 커졌다.

 

파월 의장은 “선진국은 통화정책 결정에서 정치의 간섭을 멀리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2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를 주장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9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약해졌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의 통화정책 전망을 확률로 표시한 페드워치(fed-watcn)자료를 보면 9월 회의 금리인하 확률이 29일 63.3%에서 45.7%(31일 오전 8시)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 전망이 약해지면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3.951%로 0.076%포인트 올랐다.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0.38%,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0.12%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만 0.15% 올랐다.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한미간 금리차이는 연 2.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이 9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하면 한국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정남구 기자 >

 

 

 
 

헤그세스 '공동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조…중 견제 협력 필요 시사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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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국방장관 [AP 연합]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1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하고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협력을 심화하는 한편 조선 등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안 장관은 "국민주권정부의 첫 번째 국방장관으로서 지난 70여년간의 한미동맹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동맹으로, 바퀴의 양 축과 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헤그세스 장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헤그세스 장관은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포함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확장억제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조선·MRO(유지·보수·정비), 첨단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맹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장관은 이번 통화가 서로의 이해 폭을 넓히고 한미동맹을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가는 중요한 계기라는 것에 공감했으며, 가능한 이른 시기에 만나 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한미동맹의 전략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한반도에서 연합 방어 태세가 공동의 위협에 대항한 억지력에 신뢰성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측은 국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대중국 억지력 강화를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기조에 비춰 '공동의 위협' 언급은 북한과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북한 뿐 아니라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 강화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양측간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가올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안 장관을 직접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 이정현  조준형 기자 >  

 

‘삼성 불법합병 판결 의의와 후속 과제 진단’ 토론회

“우리나라의 세습 자본주의 더 고착화될까 우려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아직도 위에서 억누르는 힘이 있다. 그 힘에 정치권력, 사법부, 언론 등 정의를 위해 일하고 제대로 감시해야 할 기구들이 다 ‘녹아웃’(knock out)돼 있는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이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놓고 언론이 제대로 된 감시자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에 대한 비판 칼럼이나 토론회가 잘 기사화되지 않는 등 아직 언론이 삼성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경제개혁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주최로 ‘삼성 불법합병 판결 의의와 후속 과제 진단 좌담회’가 열렸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핵심적 문제 제대로 지적하는 보도 극히 드물어”

 

2019년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판결에서 이재용 회장이 승계 작업을 위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줬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이재용 회장이 기소된 사건에선 1심과 항소심, 대법원이 모두 무죄를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비판 기능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 지난 25일 참여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신미희 민언련 처장. 사진=참여연대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언론이 삼성 권력에 대해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며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2017년 장충기 문자 사건, 2021년 삼성 상속세 관련 보도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 있어 삼성에 대한 언론의 비판 기능은 상실됐고 실종됐다”고 말했다.

 

신미희 처장은 “주요 언론사들은 1심 판결을 단순 전달하는 중계 보도에 그쳤다. 재벌 총수의 엄연한 범죄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왜곡됐는지, 특히 2019년 대법원 판결과 충돌하는 핵심적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는 보도는 극히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인정된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나왔다. 이에 검찰이 판결 취지를 반영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는데 이재용 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2015년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지만 범죄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미희 처장은 “쟁점이 추가됐음에도 언론이 지속적으로 외면한다”며 “이재용 변호인의 입장은 충실히 반영했지만 시민사회 비판을 담은 언론사는 1심 8개에서 2심(항소심) 4개로 줄었다”고 했다.

 

신 처장은 “열심히 경영하고 실적을 내는 기업에 대해 언론이 조명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렇게 편법으로 재벌 총수 일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을 자행하는데도 오히려 면죄부를 내려주는 문제는 민주주의를 흔드는 위험적인 요소다. 언론이 제대로 감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비판 토론회가 기사화되지 않는 이유

 

삼성에 대한 비판적 내용의 토론회는 기사화 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날 참여연대에서 열린 토론회도 한겨레를 제외하면 주요 일간지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전성인 전 홍익대 교수는 지난 16일 한국회계기준원이 주최한 ‘보험회사 관계사(계열사) 주식 회계 처리의 문제점 검토’ 토론회를 예로 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유사한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문제를 지적하는 토론회였는데, 중요성에 비해 보도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 지난 25일 참여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전성인 전 교수. 사진=참여연대

 

전성인 전 교수는 “좌석이 꽉 찼다고 한다. 카메라도 엄청 많았다고 하는데, 칼럼을 쓸 때 (토론회) 사진을 달라고 하니 사진이 아무에게도 없었다. 통신사에게도, 칼럼이 나가는 언론사에게도 사진이 없었다”며 “나중에 보니 기사화도 거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주요 일간지 중 지면에서 해당 토론회를 다룬 언론사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뿐이었다. 전성인 전 교수는 “17일(토론회 다음날)이 대법원에서 (이재용 회장) 무죄를 선고하는 잔칫날인데 ‘전날 토론회 사진을 조간에 실으면 어떡하냐’는 문제제기가 현장에서 있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전 전 교수는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아직도 위에서 억누르는 힘이 있다. 그 힘에 정치권력, 사법부, 언론 등 정의를 위해 일하고 제대로 감시해야 할 기구들이 다 ‘녹아웃’(knock out)돼 있는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경제개혁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주최로 ‘삼성 불법합병 판결 의의와 후속 과제 진단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참여연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은 언론이 제대로 분석해야 하는 주요한 사건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삼성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었다. 이재용 회장이 최소한의 자금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기획하고 실행한 승계 작업의 핵심 보루”라며 “국민연금은 내부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이나 비판 여론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그 결과 이익은 총수 일가에게 돌아갔고 손해는 투자자, 특히 국민연금이라는 공적 자산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참여연대 추산에 따르면 이재용 일가는 3조 원에서 4조 원의 부당한 이익을 얻었고 국민연금은 최대 675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법원은 관련 판결에서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지배력 강화 목적에 합병이 수반됐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논리를 반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이재용 회장 기소 이후) 다른 기업들이 다 눈치를 봤다. ‘잘못하면 큰 일 나겠다’고 주춤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합병 추진이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세습 자본주의가 더 고착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박재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