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성 큰 첫 사례…이누이트족 출신 전직 외교관

원주민 언어 · 문화 말살한 과거사 반성운동 여파

트뤼도 총리 "건국 후 154년만에 역사적 첫 걸음“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와 신임 총독에 임명된 메리 사이먼 [로이터=연합뉴스]

 

과거 원주민 기숙학교를 둘러싼 '어두운 과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원주민 출신 총독이 임명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6일 메리 사이먼을 총독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북퀘벡 출신의 사이먼 신임 총독은 이누이트족 출신 여성이다.

 

그녀는 이누이트 문화와 유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라왔다고 말해왔다.

 

언론인을 거쳐 덴마크 대사와 캐나다의 국립 이누이트 기관 수장 등을 지냈다.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건국 후) 154년이 지난 오늘 이 나라는 역사적인 걸음을 딛는다"면서 "기회를 충족한 더 나은 후보를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총독은 공식적인 국가원수인 영국 여왕을 대리하는 인물로, 대개는 상징적 자리로 여겨지지만 몇몇 중요한 국가 업무를 주재한다.

 

구체적으로 의회 개회사 및 정회 선언, 법안에 대한 왕실 인가, 캐나다 군 최고사령관 등의 역할을 맡는다.

 

사이먼 총독은 영어와 이누이트족 언어에 능통하지만, 연방 통학학교에 다닐 때 불어를 배울 기회는 없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영어와 불어가 공식 언어인 만큼 둘 다 능통하지 않은 총독은 드물었다.

 

사이먼 총독은 계속해서 불어 공부를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총독에 지명되는 역사적인 일은 "화해를 향한 긴 여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며 "이는 보다 포괄적이고 공정한 캐나다 사회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총독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지난 1월 사임한 줄리 파예트 전 총독의 뒤를 잇게 된다.

 

파예트 전 총독은 집무실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과 공격적 행동, 모욕적인 언사와 공개적인 굴욕 등을 가했다는 내부 증언과 폭로가 나오면서 자진 사임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후 리처드 웨이그너 대법원장에게 총독 대행을 맡겼다.

 

이후 트뤼도 총리는 100명에 가까운 후보를 심사한 뒤 사이먼 총독을 최종적으로 낙점했다.

 

   * 원주민 어린이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시민들.

 

사이먼 총독 임명은 최근 캐나다에서 과거 원주민 기숙학교에 다니던 아동 유해가 대거 발견되면서 영국 여왕에 대한 반발마저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

 

과거 캐나다에서는 인디언, 이누이트족, 유럽인과 캐나다 원주민 혼혈인 메티스 등을 격리해 기숙학교에 집단 수용한 뒤 백인 사회 동화를 위한 언어 및 문화 교육을 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 언어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등 문화 말살 정책을 폈으며 열악하고 엄격한 훈육 아래 육체적, 정신적, 성적 학대 등의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가 벌어졌다.

 

최근 가톨릭교회가 운영한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가 수백 구씩 잇따라 발견되면서 캐나다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에 건국 기념일인 지난 1일 캐나다 곳곳에서 애도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영국 여왕이 명목적으로나마 국가수반을 맡는 것은 식민지배 잔재라는 주장이다.

 

시위대는 동상을 끌어 내리기 전 "제노사이드(인종청소)는 자랑이 아니다"라는 구호 등을 외쳤다.

 

트뤼도 총리는 건국 기념일 성명에서 "오늘 우리는 우리나라와 이 나라를 조국으로 여기는 모든 이들을 경축한다"며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캐나다 데이가 아직 축하할 수 있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원주민 아동 유해 발견이 우리나라의 역사적 실패와 원주민이 처한 불의를 성찰하도록 우리에게 정의로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시위대에 수난 당하는 빅토리아 영국 여왕 동상: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주의회 의사당 주변에서 1일(현지시간) 원주민 어린이 유해가 집단으로 발견된 데 항의하는 시위대가 대영제국 당시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동상을 훼손한 뒤 넘어뜨리고 있다.

그들은 왜 ‘탈원전 부수기’에 올인할까?

● COREA 2021. 7. 7. 12:5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서울대 공학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 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월성 1호기 폐쇄 관련 수사에 압력이 들어와 총장직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정남구 /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지방 앞바다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 여파로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모든 냉각장치가 망가져 핵분열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때 도쿄특파원으로 일하던 나는 사람들의 무거운 침묵 위로 흐르던 공포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지금 우리가 아는 정도에서 사고가 멈춘 것은 ‘천운’이었다. 간 나오토 당시 총리는 “일본 국토의 절반이 날아갈 뻔했다”고 회고했다.

 

딱 10년이 흘렀다. 일본인들은 지금 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전국 2311명에게 답을 받아 그 결과를 3월2일 보도했다. 앞으로 국내 원전을 ‘줄여야 한다’고 대답한 국민이 50%로 가장 많았다. ‘현상 유지’ 24%, ‘전면 폐지’ 17%, ‘늘려야 한다’ 3%였다.

 

사고 이후 일본은 전력 생산의 25%를 차지하던 핵발전소 가동을 모두 멈췄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2010년 1㎾h에 20.4엔(약 249원)에서 2015년 25.5엔으로 25% 올랐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부담금도 매겼다. 월 260㎾h를 쓰는 가구라면 올해는 연간 약 10만7천원을 내야 한다. 이를 감수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엔에이치케이>가 다시 물었다. “멈춰 세운 원전을 재가동해야 할까요?” 16%만 찬성하고, 39%는 반대했다. 44%는 모르겠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원전 사고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은 게 분명하다.

 

전력회사들에 원전 재가동은 곧 돈이다. 여러 이권 집단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전력회사들은 오래전부터 정치자금과 광고로 정치권과 언론에 자기편을 만들어왔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부터 핵발전소를 1기라도 더 가동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왔다. 그동안 9기를 재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는 것도 전면적인 원전 재가동으로 가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되 나머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확정했다. 60년에 걸친 ‘단계적 탈원전’ 계획이었다.

 

탈원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눈앞의 이익을 다소 포기하는 결단이다. 핵발전에 큰 이권이 걸린 소수는 수단과 방법을 다해 이를 깨뜨리려 한다. 반면, 다수 국민은 안전의 중요성을 잊고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전기요금만 올라도 흔들린다. 우려했던 대로 정권 말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탈원전 부수기’ 깃발 아래 ‘꾼’들이 다 모여들고 있다. 그들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국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총공격하고 있다.

 

감사원은 2019년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결로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대한 감사를 벌여, 정부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다고 결론지었다. 감사원은 그 뒤 별도 감사에서 ‘위법하거나 절차에 하자는 없었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고발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개입했다며,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결국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감사원 지적을 반영해 재평가해도 월성 1호기의 수익성은 2015년 6월 박근혜 정부가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폐쇄 결정한 고리 1호기만 못하다. ‘조기 폐쇄를 위해 평가를 낮춰 조작했다’는 논리가 옹색하다. 게다가 고리 1호기 폐쇄도 경제성만이 아니라, 안전성과 국민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 검찰 수사와 기소는 다짜고짜 달려들어 때리면서 ‘나쁜 놈’이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보수언론은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온다’고 가계의 불안을 부추긴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은 오르겠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보면, 2018년 23.1%에서 지난해 28.8%까지 높아졌다. 올해는 더 오른다. 탈원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허깨비까지 세워 놓고 왜 이렇게 공격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다. 그들에겐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자신에게 돌아올 돈과 이권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다시 더러운 세상이 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화장실과 침실이 혼합된 밴쿠버의 '마이크로 원룸' [인터넷 아카이브 웨이백머신 캡처]

 

싱글 침대 한 개. 변기 한 개. 창문 하나. 반려동물 금지. 주방시설 미포함.

 

6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비싼 집값으로 유명한 캐나다 밴쿠버에서 '마이크로 원룸' 광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지 부동산 웹사이트는 이 원룸을 홍보하며 "집에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월세로 도심에서 살고 싶은 1인 가구에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15㎡(약 4.5평) 크기의 방에서 화장실과 침실은 구분하기 어렵다.

 

문이나 칸막이도 없고, 침대에서 일어나 몇 걸음만 가면 변기에 앉을 수 있을 정도다.

 

이 방의 월세는 수도 및 전기요금을 포함해 680캐나다달러(약 62만원)다. 이는 밴쿠버 평균 월세(1천107캐나다달러)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상업 부동산회사 CBRE가 2020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밴쿠버 집값은 세계에서 7번째로 비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프랑스 파리보다도 비싼 집값을 자랑한다.

 

도시개혁연구소가 올해 진행한 연구에서는 밴쿠버가 100대 주요 도시 중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 2위로 올랐다. 1위는 홍콩, 3위는 시드니다.

 

화제의 원룸은 밴쿠버시에서 규정한 1인 가구용 '마이크로 주택' 크기인 23㎡(약 7평) 보다도 작다.

 

시 가이드라인에는 화장실은 "프라이버시 보장과 냄새·악취 등을 막기 위해 칸막이와 문 등으로 다른 공간과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해당 공고는 이틀도 되지 않아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시드니에서는 월세 1천200달러(약 136만원)짜리 원룸의 주방에 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커들이 요구하는 액수는 4일까지 약 55억원

“미국·독일 피해 가장 커”…요구액 더 늘어날 듯

 

지난 2일 미국 기업 카세야의 원격관리 소프트웨어 서비스망을 통해 전세계로 번진 사상 최대의 랜섬웨어 공격 피해가 4일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원격관리 서비스 회사 카세야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난 2일 전세계로 번진 사상 최대의 랜섬웨어 공격(컴퓨터를 마비시킨 뒤 돈을 요구하는 해킹 수법) 피해가 4일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날까지 해커들이 피해를 입은 기관들에게 요구한 액수가 500만달러(약 55억원)에 이르는 걸로 집계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스웨덴의 슈퍼마켓 체인에서 지난 2일 피해가 처음 확인된 데 이어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도 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독일 연방 온라인 보안 당국은 이날 수천 곳의 고객에게 정보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업체가 이번 해킹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서는 대형 정보기술 서비스 업체인 벨즈아트와 호펜브라우에르가 랜섬웨어 공격을 당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이번 공격은 원격관리 서비스용 네트워크를 통해 퍼지는 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카세야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먼저 감염되고 이어 다시 고객들의 컴퓨터로 피해가 번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카세야의 프레드 보콜라 최고경영자는 정보기술 시스템이 뚫린 기관들이 자사 고객 중 50~60곳 정도이며 900여 고객 기관에 랜섬웨어 탐지 도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보콜라 최고경영자는 해커들이 자사 소프트웨어의 허점만 공격한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이 소프트웨어와 연계해서 쓰는 다른 소프트웨어의 허점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영국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소포스그룹은 이번 랜섬웨어 공격 피해가 가장 큰 나라는 미국과 독일로 파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피해 규모는 미국의 연휴가 끝나는 6일 이후 추가로 계속 확인될 전망이다. 보안 전문 기업 에셋(ESET)은 두나라 외에 영국, 캐나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적어도 15개국에서도 공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피해를 가장 많이 본 기관들은 학교, 도서관 등 소규모 공공기관, 여행·레저 업종, 치과나 성형외과 병원 등 자체적으로 정보기술 관리 업무를 하지 않고 외주 업체에 업무를 맡기는 중소 기관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이런 기관은 자신들의 서비스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사용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고 보안 전문가들은 말했다.

 

지난 2일 이번 공격을 초기에 탐지해 경고한 보안 회사 ‘헌트리스 랩스’는 해커 집단이 암호화된 자료를 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가로 최소 4만5천달러(약 5천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의 배후에는 2019년부터 활동을 하고 있는 해커 집단 ‘레빌’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집단은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