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외교·안보 대립 가능성…한-미 인내심과 유연성 발휘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각계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3월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국회의원 성명서’를 내고 “현시점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측의 강경 대응을 유발하고 극단적인 외교·안보 대립을 일으킬 수 있다”며 “국방부는 종전에 실시해온 것처럼 방어적 성격의 연합지휘소 훈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미가 인내심과 유연성을 발휘할 경우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긴장 완화 조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라며 “군사적 핫라인도 끊어진 상황이라, 휴전선 일대의 사소한 오해와 불신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위험도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신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만들기 전까지 역내 긴장을 심화시키는 것은 향후 남북, 북미 관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에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박완주·이학영·강훈식 의원 등 33명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참여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북남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첨단 무기 반입 중단과 함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김원철 기자

 

재산유지와 제반 상황 등 ‘실질적 관련성’이 재판 관할 근거

 

 

외국인 부부가 한국에 살던 중 불화로 이혼을 결심했을 때, 대한민국 법원에서 이혼 소송을 벌이는 것이 가능할까? 대법원은 국내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부부의 이혼청구 소송에서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 관할권을 인정한다며 이들의 이혼과 재산분할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캐나다 국적자인 ㄱ씨와 ㄴ씨 부부는 2013년 7월 혼인신고를 한 뒤 퀘벡주에 거주하다가 2013년 11월부터 한국에 체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5년 3월, 남편 ㄱ씨가 아내 ㄴ씨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 캐나다 부부의 이혼,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다?

국제사법 2조에 따르면 법원은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 재판 관할권을 갖는다. 가정법원은 이 조항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갖는다고 보고 심리에 돌입했다. 다만 국제사법은 혼인의 효력은 부부의 국적에 따라 캐나다법의 적용을 받도록 규정해 가정법원은 캐나다 이혼법에 따라 사건을 심리했다. ㄱ씨도 캐나다법이 정한 ‘1년 이상의 별거’ 및 ‘상대방 배우자가 동거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한 경우’를 이혼 사유로 적었다. 가정법원은 ㄱ씨 주장을 받아들였고, 이혼을 명하면서 ㄱ씨가 재산의 80%를 갖고 나머지 20%를 ㄴ씨가 갖도록 선고했다.

그러나 ㄴ씨는 여기에 불복해 “캐나다법의 적절한 적용을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재판이 필요하다. 이 사건은 캐나다 법원에서 판단을 받아야 하고,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재산분할 결과도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 대법원, “이혼 당사자들과 대한민국 사이 ‘실질적 관련성’ 판단해야”

하지만 대법원은 국제사법에 따라 이들의 이혼이 한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으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국내 법원이 갖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당사자의 국적이나 주소가 대한민국에 없어 관할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도, 이혼 청구의 주요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대한민국에서 형성되었고, 재산분할사건에서 대한민국에 있는 재산이 분할 대상인지를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면 대한민국과 해당 사안 간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여지가 크다”며 그 기준을 자세히 제시했다. “‘실질적 관련의 유무’는 국내법 관할 규정 뿐 아니라 국적이나 주소, 분쟁 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이뤄진 장소, 사건 관련 자료 수집의 용이성, 소송 수행의 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들 부부의 이혼과 대한민국의 ‘실질적 관련성’의 근거로 ㄴ씨가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며 생활했던 점을 꼽았다. 대법원은 “ㄴ씨는 이혼소송 전 국내로 주소지를 신고하고, 부동산과 차량도 매수해 소유·사용해 왔다”고 했다. 또 ㄴ씨가 ㄱ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히고 그의 재산을 편취하였는지, ㄴ씨의 국내 재산이 이혼 시 분할 대상이 되는지 등의 이혼사유 역시 대한민국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도 ㄱ씨가 가정법원에 재판을 직접 청구했고, ㄴ씨도 대리인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응해 심리가 이뤄졌던 정황도 판단에 고려됐다. 거주지와 재산내역 등 입증을 위한 출입국사실증명, 계좌이체 내역도 모두 가능해 ㄴ씨 주장대로 캐나다에서만 심리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도 포함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사사건에서 당사자들의 사정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가사사건에서 국제사법에 따른 ‘실질적 관련성’ 여부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사례”라며 “외국인 사이의 이혼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 여부를 판단할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예지 기자

 

미국 텍사스주의 이상 한파가 전력 위기를 불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이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포트워스의 전력 회사에 고장 수리용 트럭들이 대기하고 있다. 포트워스/EPA 연합뉴스

 

석광훈 │ 녹색연합 전문위원

 

지난주 미국 텍사스가 한파로 4일간 정전사태(순환단전)를 겪으며 큰 화제가 되었다. 사실 텍사스는 이미 2011년 단발성 한파로 몇시간의 정전을 겪었지만, 이후 당국이 전혀 대비하지 않은 탓에 수일 지속된 이번 한파로 발전소, 가스전, 상수도 등 주요 시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사태 초기 재생에너지를 반대해온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풍력이 정전 원인”이라고 비난을 쏟아냈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술 더 떠 “텍사스가 석탄발전과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미국 매체들은 일부 전기소비자들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근거로, “전력시장 개방 때문에 전기사업자들이 투자를 줄이며 정전사태와 요금폭등이 일어났다”는 보도도 했다. 이는 국내 언론에도 선택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사실과 동떨어진 선정적 보도들로 준비되지 않은 기후재난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정전이 시작된 지난 15일 텍사스의 가스, 석탄, 풍력 시설과 원전은 예외 없이 모두 한파에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텍사스의 여름 기온에 최적화된 가스·석탄화력과 원전 설비 대부분이 단열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한파로 고장이 나고 총 30GW(원전 30기 분량)가 정지하면서 사태를 일으킨 공범이 되었다. 원전도 한파로 급수펌프 설비가 고장 나 정지하며 사태 악화에 일조했다. 실제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이 원전의 정지가 인근 텍사스주 최대 도시인 휴스턴의 정전사태에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내 보수언론이 “그나마 원전 덕분에 블랙아웃을 막았다”며 이번 정전사태 내내 텍사스 전력공급량의 10%에도 못 미친 원전을 두고 아전인수식으로 보도한 행태는 어처구니없다.

“전력시장 개방”이 “정전”의 이유라는 보도들도 사실과 다르다. 이번 사태는 경쟁전력시장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이미 10년 전 유사한 경험을 하고도 에너지 설비들의 단열처리를 의무화하지 않고 방치해온 공공사업위원회(PUC) 등 당국의 규제 실패에 원인이 있다.

“전기요금 폭등론”은 어떤가? 실제로는 텍사스의 주택용 전기소비자 중 문제의 요금제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2만9천호(0.3%)에 불과하며, 나머지 소비자들은 약간의 요금이 올랐을 뿐 요금폭등은 없었다. 요금폭등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이미 주정부가 개입해 적절히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진앙인 ‘그리디’라는 3년차 신생 전력회사의 판매전략은 저렴한 도매전기요금(2020년 평균 약 90원/㎾h)을 주택용 소비자들에게 차익 없이 적용하되 매달 10달러의 고정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특이한 방식이다. 그러나 텍사스나 다른 경쟁전력시장이나 이처럼 주택용 소비자들을 변동폭이 큰 도매요금에 직접 노출시키는 무모한 판매 관행은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전기판매회사들은 도매요금 변동의 완충 구실을 하며 고정요금제나 소비자들이 스마트계량기의 전력소비 데이터로 결정한 맞춤형 요금제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텍사스 사태의 본질은 특정 에너지나 시장질서와 상관없이 기후변화를 무시했을 때 현대사회가 어떤 재난과 혼란을 겪을 수 있는지 총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제 세계 각국은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미 변화된 기후에 적응해야 하는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탈원전 공방’이나 ‘시장 담론’ 같은 기존의 정치적 맥락에 이번 사태를 끼워 맞추다 보면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복잡하고 험악해진 기후변화 시대에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언론보도가 절실하다. 

석광훈 전문위원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45돌 맞아 공개

 

1976년 ‘3·1 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79년 12월27일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권노갑 전 의원 등과 함께 출소하고 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민주주의만이 우리 국민의 국민적 합의의 근원입니다. 다른 어떤 주의 갖고도 3500만 국민을 합의시킬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밖에는 없습니다. 또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 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보였습니다.”

김대중은 법정에 섰으나 조금도 흔들림 없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3‧1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구속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76년 12월20일 항소심 최후진술이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사건 45주년을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항소심 최후진술 육성자료를 최초로 공개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이날 공개한 자료가 김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했던 진술 내용이 음성으로 남은 유일한 자료라고 밝혔다.

https://soundcloud.com/lee-jaeho/sets/president-kim-dae-jung-statement-on-the-trial-against-dictatorship

자료를 보면, 김 전 대통령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도 마치 대중연설을 하듯 당당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소신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위대한 국민이라는 역량을 발휘했고 그것이 바로 2000년 동안 이 나라를 지켜오고 동학 농민, 3‧1운동 이런 데서 면면히 흘러가는 우리 국민의 능력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대목도 존재한다. 김 전 대통령은 “폭력으로 현 정부의 독재를 앗아갈 수 없습니다. 인도에서 간디가 반영투쟁을 할 때 절대 폭력을 금지하면서 줄을 지어서 감옥에 들어가게 했습니다”라며 “1000분의 1만 감옥에 갈 각오한다면 우리가 이 정부를 반성시켜 능히 우리의 목적을 평화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3‧1민주구국선언은 1976년 3월1일 명동성당 앞에서 김 전 대통령과 윤보선‧함석헌‧문익환 등 한국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재야인사 10명이 서명한 민주구국 선언문을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유신독재정권은 이 선언을 정부 전복 선동사건으로 규정하고 관계자들을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같은 해 3월10일 구속된 뒤 같은 해 8월28일 1심에서 징역 8년, 자격정지 8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항소했지만 같은 해 12월29일 2심에서도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듬해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79년 12월27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될 때까지 2년10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김대중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정권에서 3번, 전두환정권에서 1번 옥살이를 했는데, 이중 법정진술 내용이 음성자료로 남은 사례는 이 자료가 유일하다”며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유신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한 음성 자료라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