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보면, 김 전 대통령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도 마치 대중연설을 하듯 당당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소신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위대한 국민이라는 역량을 발휘했고 그것이 바로 2000년 동안 이 나라를 지켜오고 동학 농민, 3‧1운동 이런 데서 면면히 흘러가는 우리 국민의 능력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대목도 존재한다. 김 전 대통령은 “폭력으로 현 정부의 독재를 앗아갈 수 없습니다. 인도에서 간디가 반영투쟁을 할 때 절대 폭력을 금지하면서 줄을 지어서 감옥에 들어가게 했습니다”라며 “1000분의 1만 감옥에 갈 각오한다면 우리가 이 정부를 반성시켜 능히 우리의 목적을 평화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3‧1민주구국선언은 1976년 3월1일 명동성당 앞에서 김 전 대통령과 윤보선‧함석헌‧문익환 등 한국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재야인사 10명이 서명한 민주구국 선언문을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유신독재정권은 이 선언을 정부 전복 선동사건으로 규정하고 관계자들을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같은 해 3월10일 구속된 뒤 같은 해 8월28일 1심에서 징역 8년, 자격정지 8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항소했지만 같은 해 12월29일 2심에서도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듬해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79년 12월27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될 때까지 2년10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김대중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정권에서 3번, 전두환정권에서 1번 옥살이를 했는데, 이중 법정진술 내용이 음성자료로 남은 사례는 이 자료가 유일하다”며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유신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한 음성 자료라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강재구 기자
시리아 내전 시위대 체포했던 전직 정보요원 징역형 ‘국제법 반한 범죄’ 법률 적용해 보편적 관할권 행사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시위대 고문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정보기관 요원 에야드가 24일 독일 코블렌츠 법원에 출석해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코블렌츠/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법원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시위대 고문’에 가담한 혐의로 전직 정보기관 요원에게 4년6개월형을 선고했다. 아사드 정부가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인류에 대한 범죄’ 혐의를 적용해 단죄한 첫 사례다.
독일 코블렌츠 법원은 24일 전직 시리아 정보기관 요원 ‘에야드’(44)에게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고 <도이체 벨레> 등이 전했다. 에야드는 지난 2011년 두마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최소 30명을 체포했고, 고문당할 줄 알면서도 붙잡힌 이들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 있는 비밀 감옥으로 보낸 혐의를 받았다. ‘251지사’라고 불린 이 감옥에 끌려간 이들은 채찍질과 전기고문 등 각종 고문을 당했다. 에야드는 2013년 시리아를 떠나 터키와 그리스에 있다가, 2018년 독일로 들어와 2019년 독일 당국에 체포됐다. 에야드는 24일 재판 때 “정권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나와 가족들이 죽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2002년 국제법에 반하는 범죄는 ‘보편적 관할권’을 행사해 처벌할 수 있다는 법률을 제정했다. 비슷한 법률은 영국과 캐나다, 스페인 등에도 있다. 독일 법원은 이를 근거로 독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독일인이 관련되지도 않은 이 사건을 단죄할 수 있었다.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부국장인 린 말루프는 “역사적 판결이다. 수만명의 시리아 고문 피해 생존자와 실종된 희생자에게 큰 승리”라며 “끔찍한 일에 책임이 있는 시리아 정부에도 정의는 구현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독일 법원에서는 또다른 역사적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체포된 안와르(58)라는 인물의 재판이 오는 10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에야드는 하위 직급이었지만 안와르는 ‘251지사’에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수감자 고문을 감독했던 상급자다. 안와르는 최소 수감자 4000명의 고문을 주도했고, 이 중 58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사드 정권이 민주화 요구 시위를 유혈진압하며 시작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만 수십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기원 기자
미국은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대(對) 사우디 제재 조처를 했다.
그러나 정작 미 정보당국이 2018년 10월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고 판단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제재대상에서 빠졌다. 그가 실권자인데다 사우디가 중동의 동맹이라는 현실과 타협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사우디 정보국의 전직 부국장인 아흐메드 알아시리를 제재하고, 왕실경비대의 신속개입군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신속개입군은 왕세자 경호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카슈끄지 암살에도 개입했다는 것이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보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된다.
미 국무부는 76명의 사우디 시민권자에 대해 비자 발급 중지 조처를 발표했다.
이 조처는 국경을 넘어 언론인이나 반체제 인사를 대상으로 억압, 괴롭힘, 감시, 위협 등 행위를 한 국가를 겨냥해 국무부가 '카슈끄지 금지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도입한 정책이다.
국무부는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을 감시하거나 괴롭히고 표적으로 삼는 사우디와 다른 나라의 행동을 매년 발간하는 인권보고서에 기록하는 작업도 시작하기로 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이 조처는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는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이날 공개된 데 따른 후속 작업이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왕세자가 카슈끄지 생포나 살해를 승인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지만, 제재 명단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빠졌다. 솜방망이 제재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대선 기간 카슈끄지 암살이 왕세자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들이 대가를 치르고 '버림받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도높은 발언까지 했다.
카슈끄지 암살을 못 본척하며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앙꼬 빠진' 제재는 사우디와 관계, 왕세자의 위상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는 미국과 적대적이거나 껄끄러운 나라들이 많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대표적인 동맹국이다. 중동의 대 테러전과 이란 견제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데, 국왕의 아들을 제재할 경우 양국관계의 경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무함마드는 2017년 왕세자에 지명된 뒤 사우디를 실제로 다스리는 실권자로 통한다. 머지않아 공식 통치자로 등극할 인물을 내치는 결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를 공개한 국가정보국(DNI)의 애브릴 헤인스 국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보고서가 양국관계의 진전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 당국자는 무함마드 제재는 너무 복잡한 문제이고 사우디에서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며 선택지가 절대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국무부에 왕세자 제재 옵션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는 전언도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이번 보고서 내용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1년도 더 이전에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로선 보고서 전격 공개와 관련 인사 제재를 통해 사우디에 모종의 조처를 하고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양국 간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타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CNN은 대선 후보 시절에 비해 대통령이 된 뒤 더 복잡해지는 의사결정의 유형을 보여준 것이자, 휘발성 높은 지역에서 동맹과 결별하는 일의 어려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왕세자 직접 제재시 외교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전하면서도 인권단체와 친정인 민주당 구성원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카슈끄지 보고서에 "스모킹건 없다" vs "왕세자 제재해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승인자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도 그를 제재하지 않은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친사우디 인사들은 미 국가정보국(DNI)의 보고서에 '스모킹건'(명백한 증거)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인권단체는 암살을 승인한 왕세자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아라비아재단의 전직 이사장인 알리 시하비는 26일 로이터 통신에 "(카슈끄지 암살에 관해) 이전에 거론됐던 것들이 보고서에는 없다. 스모킹건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얇은 보고서는 무함마드 왕세자에 관한(그가 살해를 승인했다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디 정부가 통제하는 미디어 그룹을 이끄는 칼럼니스트 압둘라흐만 알-라셰드도 "(암살 혐의를 받는) 팀이 카슈끄지 암살을 위해 여행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여기엔 스모킹건이 없다"고 동조했다.
사우디 정부 측이 왕세자의 암살 승인 주장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현지 최대 신문과 방송은 아직 카슈끄지 암살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영 알-아라비아 TV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보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반면 인권단체들은 이번 정보 보고서 공개를 반기면서도 무함마드 왕세자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슈끄지가 설립한 미국 소재 인권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는 "바이든 행정부의 투명성에 감사한다. 책임자인 사우디 왕세자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DNI는 4쪽 분량의 기밀 해제 보고서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생포 또는 살해 작전을 승인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DNI는 평가의 근거로 ▲무함마드 왕세자의 사우디 내 의사 결정상의 지위 ▲왕세자 측근의 직접적인 개입 ▲반체제 인사를 침묵하게 하려는 왕세자의 폭력적 방법 지지 등을 꼽았다.
카슈끄지 암살에 관한 미 국가정보국(DNI) 보고서 표지 [연합뉴스]
2017년 이후 왕세자가 사우디의 안보 및 정보기관에 절대적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승인 없이 사우디 관리들이 이런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또 보고서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아마도 카슈끄지 암살 임무에 실패했을 경우 측근들이 해고되거나 체포될 것을 두려워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밖에도 DNI는 암살팀 15명 중에는 왕세자의 측근이 주도하는 사우디 연구·미디어센터(CSMARC) 소속 관리와 왕실 경비를 담당하는 신속대응군(RIF) 소속 경호원 7명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카슈끄지 암살에 연루된 21명의 명단을 게시하고 "이들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관련이 있는 카슈끄지의 죽음에 참여하거나 명령을 받거나 공모했거나 책임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썼다.
유엔 보고관 "미국, '카슈끄지 암살승인' 왕세자 제재해야"
2018년 10월 암살된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유엔 특별보고관은 26일 미국 정보 당국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을 승인한 것으로 판단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즉결 처형에 관한 보고관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개인 자산은 물론, 그의 국제 업무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민사 소송과 관련한 면책 특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슈끄지 시신이 터키 이스탄불 영사관에서 훼손됐는지, 또 어떻게 처리됐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의 살해를 승인했다고 평가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무부는 이와 관련해 사우디인 76명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재무부도 제재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무함마드 왕세자는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그가 실권자인데다 사우디가 중동의 동맹이라는 현실과 타협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슈끄지는 지난 2018년 10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갔다가 피살됐다. 그의 시신은 훼손된 뒤 버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바이든,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 배제, 살만 국왕과 통화 ‘카슈끄지 사건 보고서’ 기밀 공개로 빈 살만 견제 시도 빈 살만 주도 ‘반이란 대외정책’ 저지, 중동 정책 재조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탈동조화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무조건적인 친사우디 정책을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친사우디를 주축으로 하는 미국의 기존 중동정책뿐만 아니라 대외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통화를 할 예정이고, 이에 즈음해 미국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비밀해제해 공개할 방침이다. 이 보고서는 카슈끄지 살해에 사우디의 최고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적으로 공모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빈 살만 왕세자 및 그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의도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우리는 처음부터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측정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이 정부의 의도처럼 대통령의 의도는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개입을 재측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그 일환으로 (…) 대통령의 상대역은 살만 국왕”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인권을 고리로 하여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사우디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며 버림받은 자들인 그들을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한 발언을 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왕실 숙청이나 카슈끄지 살해 같은 반체제 인사 탄압을 비롯한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빈살만 왕세자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사우디가 과도하게 밀착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내세워 빈 살만 왕세자와의 직통 채널을 구축하고는 중동정책을 조율했다. 그 결과가 미국의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일방 탈퇴 등 강경한 반이란 정책이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의 중동 정책을 일방적으로 지지해, 사우디가 개입한 예멘 내전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에 관련된 무기 및 다른 장비 판매를 중단하는 명령을 내리며, 미국의 예멘 내전 개입을 중단시켰다.
바이든 대통령과 살만 국왕의 전화통화에서는, 빈 살만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어떤 형식으로든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주 <CNN>과의 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비밀보고서 해제에서 이 범죄에 관련된 개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진전된 대답”을 동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카슈끄지 살해에 관련된 17명에게 제재를 가했다. 곧 공개될 보고서에는 살해팀이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에게 건 전화통화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부담이 큰 탓에, 미국이 빈 살만을 실제로 제재할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빈 살만 제재보다는 사우디 국영기업이나 국부펀드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제한을 예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우디 쪽은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국왕인 빈 살만을 고립시키려 하는지, 그를 왕위에서 낙마시키려고 시도하는지 당황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이 후보 시절에 말한 ‘버림받은 자’라는 표현과 관련해 “나는 그의 우려들이나 견해들이 바뀌었다고 확실히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강경한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미국이 빈 살만을 실질적인 국정 운영자로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한다면, 사우디 왕실의 권력투쟁이 점화될 수 있다. 빈 살만이 주도한 중동의 ‘반이란 전선’ 등 갈등요소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당면 과제인 이란 핵합의 복원과도 관련이 있다.
한편으로는 인권을 고리로 대중국 전선을 구축하려는 더 큰 그림의 전초 작업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장위구르 지역 무슬림 탄압 등 중국의 인권 침해를 부각해 중국 견제 전선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최대 동맹국 중 하나인 사우디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대중전선의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 정의길 기자
경기도가 3·1운동 102돌을 맞아 ‘친일기념물’ 161건에 친일 행적 안내판 설치에 나섰으나, 친일 인물의 후손 등은 “후손이 무슨 책임이 있냐”며 반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경기도 친일문화 잔재 조사 연구에서 친일기념물로 확인된 161건의 기념비와 송덕비에 친일 행적을 기록한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도는 이들 기념비 외에 친일 인물과 관련된 동상 등이 75건, 건축물 46건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한 절에는 <친일인명사전>에 친일 문학가로 확인된 이광수의 추모비가 있고, 도내 한 대학에는 친일 작곡가로 분류된 홍난파의 흉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기도는 우선 친일 인물의 기념비와 송덕비에 친일 행적 안내판을 세우기로 하고 해당 시·군에 설치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후손들의 반발 우려 등을 이유로 ‘설치 가능하다’고 한 곳은 16곳에 불과했다. 실제로 안내판 설치 추진이 알려지자, 친일 인물의 후손들은 ‘그분들 때문에 왜 후손이 고통을 받냐’, ‘후손들이 무슨 책임이 있느냐’는 등의 항의를 경기도에 쏟아냈다.
김도형 경기도 문화정책팀장은 “안내판 설치는 교육적으로 후세들에게 역사적 공과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올해 10개를 시범 설치하고 추가로 나머지 친일기념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항일독립운동 유적지 120곳에는 항일독립유적지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 앞서 경기도는 친일 작곡가 이흥렬이 작곡한 <경기도가>를 폐지하고, 도민 참여로 새 경기도 노래를 만들어 지난 1월부터 쓰고 있다. 홍용덕 기자